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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셀리반 - 러시아문학 ㅣ 다림세계문학 9
니콜라이 레스코프 지음, 이상훈 옮김 / 다림 / 2006년 10월
평점 :
레스코프는 러시아 민중 사이에 전래된 이야기를 수집하거나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야기를 많이 창작하였다. 민담, 전설, 설화 등의 옛날이야기는 약간의 가공을 거치면 좋은 아동 문학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도서출판 다림에서 청소년용으로 기획한 일련의 시리즈 중의 하나이다. 대상이 명확한 만큼 줄간격, 삽화 등 편집이 빽빽하지 않고 분량도 부담없다.
<괴물 셀리반>의 원제는 그냥 <괴물>이다. 비교적 후기의 작품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그의 솜씨가 원숙한 시절의 작품이다. 따라서 천재적 스토리텔러, 이야기꾼으로 후세에도 명성이 자자한 그의 흥미진진한 입담을 맛볼 수 있다.
인성의 선악 유무, 교육의 다소에 관계없이 사람은 편견 내지 선입관을 품는다. 그것은 출생, 인종, 종교 등 다양한데, 이러한 편향은 실제로 대상을 지속적으로 접하면 대개 해소되지만, 그것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면 인종차별, 종교배타주의, 계급주의 등으로 흘러가게 된다.
이 작품에서 러시아 농민들의 사고가 그러하다. 화자가 겪은 그들이 지극히 소박하고 순수한 사람들이지만, 미신적 사고에 젖고 편견에 쉽게 사로잡힌다. 선량한 셀리반에 대한 그들의 태도가 예증하듯이.
셀리반의 얼굴에 붉은 점이 있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그가 악한 사람이 될 것으로 손가락질한다. 그리고 후에 그가 사람들과 잘 접촉하지 않자 마을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들의 범인으로 그를 의심하고 심지어 그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마법을 부리고 살인을 저지르는 흉악한으로 수군거린다.
“셀리반의 경우가 바로 그랬다. 농부들은 셀리반의 참된 모습을 알려고 하지도 않고, 진실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엉뚱한 소문을 퍼뜨려 셀리반을 모든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괴물로 만들어 버렸다.” (P.93)
나중에 한 사건으로 인해 셀리반의 순수성이 드러나면서 화자는 신부의 말을 빌려 독자에게 심각한 질문을 던진다.
“괴물은 셀리반이 아니라 바로 너희들 자신이었던 거지. 너희들의 의심이 셀리반의 선한 양심을 볼 수 없게 가로막았던 거야. 셀리반의 얼굴이 어둡게 보인 것도 너희의 눈이 어두웠기 때문이지.” (P.137)
“셀리반을 ‘괴물’이라고 불렀던 사람들 모두가 셀리반에게는 훨씬 더 무서운 ‘괴물’이었던 것이다.” (P.150)
셀리반이 강인한 성격이었으니 망정이지, 이것은 마을 전체가 그를 상대로 한 왕따(이지메) 이상의 것이었다. 화자의 말마따나 셀리반 한 명을 상대로 수많은 사람들이 행한 이 폭력을 감안한 때 누가 진짜 괴물인지 자못 의심스럽다. 문제는 셀리반의 사례처럼 괴물을 양산하는 사람들의 무지와 편견이 현대 사회에도 줄어들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한편 이 작품은 러시아 민중에 전해지는 각종 귀신, 유령 등에 관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어 - 도모보이, 보댜노이, 키키모라, 레쉬, 바바야가 등 - 러시아 민속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니콜라이 레스코프는 지주와 귀족으로 대변되는 주류 문학계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그의 작품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농노, 농민, 서민 등으로 왕공, 귀족의 우아하지만 가식적인 세계가 아니라 실제 러시아에 뿌리박은 살아있는 인물들이다.
- 2011. 1. 17 마이페이퍼에 쓴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