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았던 하늘에

빠르게 먹구름이 퍼지

세상은 어둠에 싸였어

 

비는 내리지 않고

세상이 끝날 것 같은 분위기였어

 

먹구름 사이로

햇살이 쏟아지는 모습은

신비로웠어

 

다시 세상은 밝아졌어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편지 쓰기 좋아해요

 

편지를 쓰고

답장이 오지 않아도

괜찮다 생각하지만

아주아주아주 조금 기다려요

 

“편지”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면

문을 열고 나가 보고

그냥 한번

문을 열어 보기도 해요

 

오지 않을 걸 기다리는 것 같아도

어쩌다 한번

편지가 저를 찾아와요

 

가끔이어도 기뻐요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잘 찾아와서

고마워요

 

언젠가 또……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다시 오지 않는 것들 - 최영미 시집 이미 1
최영미 지음 / 이미출판사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젠가 인터넷에서 보았다. 시 <괴물>을. 그 시 발표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많은 사람이 뭐라 할 테니. 언제부턴가 노벨문학상을 발표할 때가 오면 시인이 상을 받을 것인가 하는 사람 많았다. 시를 많이 본 건 아니지만 나도 그런 생각했다. 한국에서 노벨문학상 받는 사람이 나왔으면 해서. 시, 글과 사람은 그렇게 다를까. 난 꼭 그렇지는 않을 것 같지만. 아주 다른 사람도 있는 듯하다. 글을 아주 괜찮게 쓰지만 사람 됨됨이는 영 아닌 사람도 있을 거다. 내가 그걸 잘 모르는 것일 테지. 나 또한 글과 내가 똑같다고 말하기는 어려울지도. 난 무척 어두운데 글은 조금 밝게 좋게 쓰려고 한다. 별로 밝게 보이지 않나. 안 좋은 건 별로 말하지 않고 괜찮은 것만 말한다. 내가 쓰는 글이나 나나 많이 다르지 않다. 붙임성 없고 무뚝뚝한 것 같은. 그게 안 좋은 건 아니지 않나. ‘마법의 시간’이라는 시에는 이런 말이 있다. ‘사랑의 말은 유치할수록 좋다 / 유치할수록 진실에 가깝다 (22쪽)’ 그럴까. 난 그렇게 되기 어렵겠다. 말이 다른 데로 흘렀구나.

 

 최영미 시인은 예전에 알기는 했다. 첫번째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도 만나봤다. 많은 사람이 좋다고 한 듯한데. 난, 잘 몰랐다. 그것만 봤나 했는데 그 뒤에도 시집 한권 더 봤다. 그것도 그렇게 잘 보지는 못했다. 이번 시집은 어쩐지 슬프다. 슬픔보다 서글픔인가. 예전에 본 시 기억하지도 못하면서 이 시집에 담긴 시를 보고 시인이 나이를 먹었다 생각했다. 나이를 말하는 시가 있어설지도. 어쩌면 최영미 자신의 나이에 맞는 시를 쓴 것일지도 모를 텐데. 아픈 어머니 이야기가 슬펐구나. 여기 담긴 시는 다른 사람보다 최영미 자신의 이야기 같다. 다 그런 건 아닐 수도 있는데. 그냥 쓸쓸하다. 난 최영미 시인 잘 모른다. 다른 작가도 다 모르는데 이런 말을 했구나. 작가를 알 날이 올까. 최영미가 쓴 다른 책도 봤다면 조금 나았을 텐데 싶기도 하다. 이번이 여섯번째 시집인데 시집 내기 어려웠다고 한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드나들던 머리에

계산서와 어음과 물류창고를 집어넣고

 

당신, 그대, 님, 벗……

구름처럼 잡히지 않는 이름들을 부르던 가슴에

공급자와 공급받는 자, 등록번호를 새겨 넣고

회계와 세무 전문가에게 설명을 들어도 아리송

공급자와 공급받는 자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업자.

숫자에 약해 그쪽으론 베개도 베지 않았으나

 

자나깨나 제작비와 싸우며

시인일 때는 모르던 흥정과 타협

작가일 때는 모르던 거짓과 마주하며

표정을 관리하는 자신을 보며

그동안 우아하게 글을 팔아 살아왔으니

닥치고 고생 좀 해야 쓰겠네

 

-<사업자등록>, 92쪽~93쪽

 

 

 

 요즘은 독립출판이 많아졌다. 일인출판이라고도 하던가. 둘은 조금 다를지도. 최영미는 시집을 내주겠다는 출판사가 없어서 스스로 시집을 냈다. <괴물>을 발표하고 고소를 당했나 보다. 그걸 말하는 시도 있다. 자신이 큰 잘못을 하지 않았다 해도 그런 일 일어나면 몸이 떨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듯한데. 최영미는 시를 썼다. 지금 생각하니 시가 있어서 좀 나았겠구나. 최영미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사람이 없었다면 더 힘들었겠지. 최영미는 참 힘든 길을 갔구나. 그런 사람이 최영미만은 아니다. 앞으로도 늘어날 거다. 세상이 한번에 휙 바뀌지 않겠지만 조금씩이라도 좋은 쪽으로 바뀌기를 바란다.

 

 내가 잘못 본 걸지도 모르겠다. 나이를 말했다고 나이를 먹었구나 하다니. 최영미는 피하지 않고 싸운다. 그렇게 보인다. 난 하지 못하겠지만.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기에 세상이 아주 무너지지 않는 거겠지. 나도 흑백처럼 구분하기보다 잿빛이고 싶다. 본래 그렇게 살았던가. 사람은 다 쓸쓸하고 무언가 때문에 싸울지도 모른다. 그게 헛되지는 않겠지.

 

 

 

희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딩 2020-08-03 0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집 찾다 희선님 글 보니 반갑네요 :-)

희선 2020-08-05 01:11   좋아요 0 | URL
반가워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잘 못 써도 시집 봐야지 하는데 마음대로 잘 안 되는군요


희선
 

 

 

 

혼자

 

 

 

 

사람은 다 혼자다

 

곁에 누군가 있다 해도

쓸쓸함을 느낀다

아무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혼자는 조금 편해

많이 쓸쓸해도

없는 사람을 억지로 만들 순 없잖아

 

혼자를 즐겨야지

 

 

 

 

 

 

 

 

 

 

 

하늘에서

나뭇잎 위로

우산 위로

차 위로

땅 위로

어디에나

떨어지는 비

 

오랜만에 나들이 나왔네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가까이 있지 않아도

가까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 할 수 있는 전화

 

이젠

세상 어디에 있든

얼굴을 보고 말할 수 있게 됐지

 

멀리 있어도

한순간에 이어지는 세상이지만

마음은 쉽게 가까워지지 않네

 

 

 

희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페크pek0501 2020-05-09 1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상 통화라는 게 있긴 한데 저는 사용하게 되지 않더라고요.
연인들 사이에서 인기일 것 같아 어느 기업에서 출시했는데 인기가 없었다는 얘기를 오래전 들은 적 있어요. 이유는? 여자들이 꾸미지 않은 얼굴을 남친에게 보여 주고 싶지 않아서래요. 역시 상품을 만들 때도 인간을 이해하고 만들어야겠어요.ㅋ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신 부모님들과 자녀가 화상 통화를 하고 그런대요.
기계 문명의 발달로 다행한 일이지만 서글픈 일이기도 합니다.

희선 2020-05-10 01:38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걸 할 수 있다 해도 안 할 것 같아요 그냥 전화도 잘 안 하는데 얼굴 보고 전화를 한다니... 애인 사이는 꾸미지 않은 얼굴을 보여주기 싫어하는군요 그래도 아주 멀리 떨어져 사는 아빠와 아이나 엄마와 아이한테는 참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먼 곳에 있는 아빠와 아이가 화상통화하는 모습을 일본 드라마에서 봤습니다

병원에도 편하게 가기 어렵겠군요 병원에 오래 있는 사람은 누군가 찾아오기를 바랄지도 모를 텐데... 지금은 부모님을 뵈러 병원에 가기 어려워도 다시 갈 수 있겠지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