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도 한번 숫자를 썼는데, 이번에도 숫자야. 2017년부터 일백일 쓰기를 하고 그 뒤에도 썼어. 이번이 육백예순여섯번째야. 뭐든 쓰려고 하니 쓰게 됐어. 아쉽게도 그뿐이었지. 가끔 내가 썼지만 괜찮다고 느낀 적도 있지만, 이런 걸 왜 쓰나 하는 생각이 더 들었어. 한동안은 우울함에 빠져 그걸 쓰고, 그런 건 쓰지 않으려 했는데.

 

 글을 쓰고 나면 그때는 조금 괜찮아. 시간이 흐르고 다시 같은 생각에 빠진다 해도. 별거 아닌 글이라도 쓰는 날은 기분이 조금 나은데, 쓰지 못하면 아쉬웠어. 하루 이틀 쉬면 더 우울했지. 다음날은 꼭 써야지 하고 이튿날이 오면 어떻게든 썼어. 그렇게 써서 육백예순여섯번째가 됐군. 666(육육육)이야. 악마의 숫자라고도 하지.

 

 악마는 나쁜 것일까. 말 자체에 안 좋다는 뜻이 담겼군. 누군가는 악마한테 영혼을 팔았다고도 하잖아. 그건 영혼을 팔아 자기 힘이 아닌 다른 것의 힘을 빌리는 거겠지. 그렇게 하면 잘된다 해도 자기 것이 아닐 것 같아. 실제 악마는 없지만, 악마라 할 말한 건 있을 거야. 그런 데 넘어가지 않으려 해야겠지.

 

 무언가를 익히고 조금이라도 잘하려면 시간을 들여야 해. 글쓰기뿐 아니라 무엇이든 타고난 사람도 있어. 세상에는 그런 사람만 있는 건 아니어서 다행이야. 누구나 하나에 시간을 들이고 애쓰면 조금 나아지기도 하잖아. 글쓰기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 난 큰 꿈을 가지지는 않았지만(내가 이래).

 

 난 앞으로도 지금처럼 쓸까 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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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10-09 16: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떤 기술을 연마하든 반복과 꾸준히, 가 답이라고 하더라고요.

희선 2020-10-10 00:18   좋아요 0 | URL
실제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도 있기는 해요 그런 사람은 그런 사람이고 평범한 사람은 자꾸하고 꾸준히 하는 것밖에 없겠지요 글도 그렇게 다르지 않으리라고 생각해요 아주 잘 쓰지 않아도 조금은 나아지겠지요


희선
 

 

 

 

 며칠 동안 친구한테서 연락이 없다. 전자편지를 보내도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다. 이런 일은 거의 없었는데. 친구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

 

 띠링.

 

 문자 오는 소리가 들려서 보니 그동안 연락 안 되던 친구가 보낸 거였다.

 

 <미안, 며칠 집을 떠나 다른 데 있었어. 여기는 휴대전화기 자주 못 써서 연락 못했어. 여기가 어디냐면 남극이야.>

 

 친구가 보낸 문자를 보고 조금 놀랐다. 언제 준비하고 남극에 갔을까. 언젠가 한번 남극에 가 보고 싶다고 했는데. 한국에서 남극에 가려면 많이 기다려야 했다. 남극에 가고 싶다고 말했을 때 신청한 뒤였던가 보다.

 

 띠링.

 

 문자가 또 왔다.

 

 <여기 무척 춥다. 남극이니까 그렇지. 그래도 지금 남극은 여름이야. 내가 돌아갈 때까지 잘 지내.>

 

 여기는 겨울이지만 남극은 여름이구나. 여름이어도 무척 추울 듯하다. 지구온난화로 남극 빙하가 많이 녹았다고는 해도. 여기에서 눈을 못 봐서 남극까지 보러 갔나 보다.

 

 난 친구한테 남극에서 잘 니내고 오라는 문자를 보냈다.

 

 내가 문자를 보내고 시간은 조금 걸렸지만 친구는 남극에서 만난 펭귄 사진을 보내주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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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9 2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10 0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13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14 0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웃집 공룡 볼리바르
숀 루빈 지음, 황세림 옮김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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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 지구에는 아주아주 커다란 공룡이 살기도 했어. 공룡이라도 다 컸던 건 아니겠지만, 작은 공룡은 얼마 없었을 거야. 6천5백만년 전 지구를 지배한 공룡은 모두 사라졌어. 소행성이 지구에 부딪쳤대. 그 일이 일어났을 때 공룡들은 어땠을까. 죽어도 편하게 죽지 못했을 것 같아. 불에 타 죽었을까. 소행성이 지구에 부딪치고 지구 기후는 아주 이상해졌겠지. 무척 덥거나 무척 추웠을 것 같은데. 이건 다 상상일 뿐이군. 그때를 살아보지 않아서 나도 잘 몰라. 그래도 지금은 많은 걸 가상현실로 만들어서 볼 수 있어. 그러니 공룡이 살던 때도 재현해 봤을 거야. 난 그런 거 못 봤지만.

 

 지금 사람이 오래전 지구에 공룡이 살았다는 걸 아는 건 화석 때문이야. 화석은 아주 뜨거워야 만들어질까. 어디선가 그런 말 본 것 같기도 해. 어쩌면 공룡은 한순간에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르겠어. 그렇게 무섭지 않았기를. 공룡은 자신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몰랐으려나. 아무것도 모르는 건 그것대로 안 좋을 것 같아. 사람도 갑자기 죽을 수 있는데. 사람은 죽지 않을 것처럼 살기도 해. 예전에는 세상이 조금 천천히 흘렀는데 지금은 아주 빨리 흘러. 시간이 예전보다 빨리 가는 것도 아닐 텐데. 마차, 기차, 자동차, 비행기가 생겨서 그렇군. 인터넷은 세계 곳곳에 있는 사람과 바로 만나게 해주기도 해.

 

 한국에서 가장 빠른 도시는 서울이 아닐지. 그러면 미국에서는. 생각났지. 거기는 바로 뉴욕이지. 뉴욕 사람은 모두 바빠서 자기 곁을 지나가는 공룡 볼리바르를 못 봤어. 그건 다행한 일일지도 모르겠어. 만약 뉴욕 사람이 볼리바르를 알아봤다면 볼리바르가 지금처럼 조용하게 살았을까. 볼리바르는 지구에 남은 마지막 공룡이야. 혼자여서 쓸쓸하지 않았을까. 그런 모습 보이지 않기는 하지만. 볼리바르는 음악을 좋아하고 헌책방도 좋아해. 신문도 읽어. 볼리바르는 겉모습은 공룡이지만 거의 사람처럼 살아. 아무도 볼리바르가 공룡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했는데 볼리바르 옆집에 사는 여자아이 시빌은 볼리바르가 공룡이라는 걸 알아챘어.

 

 시빌은 ‘이웃 사람’이라는 글에 볼리바르 이야기를 써. 옆집에 공룡이 산다고. 선생님이나 반 친구들은 지금 세상에 공룡이 어딨느냐고 하면서 웃어. 시빌은 볼리바르 사진을 찍어서 진짜 공룡이 있다는 걸 증명하려고 해. 볼리바르는 집세도 밀리지 않고 냈다는데 돈을 어떻게 벌었을까 하는 생각 잠깐 했어. 그런 건 그런가 보다 해야 할까. 그러고 보니 볼리바르는 신문도 사고 지하철도 타. 볼리바르는 그림 보는 것도 좋아해. 시빌은 미술관에서 볼리바르 사진을 찍으려고 하지만 잘 못 찍어. 자꾸 엄마가 시빌을 부르기도 해. 엄마도 시빌 말을 믿지 않았어. 자연박물관에서 시빌은 시장이 된 볼리바르를 보고 선생님과 경비한테 볼리바르를 잘 보라고 해. 그때서야 선생님과 경비 그리고 사람들은 볼리바르가 공룡이라는 걸 알아봐. 어떻게 그렇게 늦게 알아채지.

 

 공룡은 몸집이 아주 크니 무서울 수밖에 없겠어. 초식공룡도 있겠지만 육식공룡이 더 많을지도. 많은 사람은 볼리바르를 알아보고 달아나. 볼리바르는 놀라서 함께 달아나는데 사람들은 볼리바르가 쫓아오는 걸로 여겼어. 곧 볼리바르는 사람들이 자기 때문에 달아났다는 걸 알게 돼. 시빌은 사람들이 볼리바르를 보고 달아나리라는 걸 몰랐어. 볼리바르가 무서워서 달아나는 사람도 있었지만 볼리바르를 잡으려는 사람도 있었어. 시빌은 볼리바르가 자연사박물관에서 빠져나가게 도와줘. 볼리바르가 사람한테 잡히면 어떡하지. 볼리바르는 괜찮았어. 앞으로 볼리바르가 어떻게 살지 걱정했는데 뉴욕 사람은 바쁘잖아. 한순간 볼리바르를 알아봤다 해도 금세 잊고 자기 갈 길을 가겠지.

 

 바쁜 뉴욕 사람은 볼리바르를 그냥 지나쳐도 시빌은 볼리바르와 친구가 됐어. 엄마는 볼리바르가 사람을 잡아먹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볼리바르가 통조림 소고기를 넣은 호밀빵 샌드위치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마음 놓아. 다행이지. 지구에 남은 마지막 공룡 볼리바르는 앞으로도 조용하게 살겠지. 볼리바르는 사람도 좋아해. 시빌한테 공룡 친구가 있다니, 조금 부럽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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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이 이야기 몇번째 하는 거야?”

 

 친구와 난 몇달 만에 만났다.

 

 “네번째 같아.”

 

 “만날 때마다 같은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

 

 “만나지 않을 때 한 것도 합치면 네번 넘을지도.”

 

 “그러고 보니, 그러네. 난 요새는 가고 싶은 곳 별로 없어.”

 

 예전에 친구는 가고 싶은 곳이 많았다. 갔다 온 곳이 많아서 더는 가고 싶은 곳이 없는지도. 난 물을 조금 마시고 말했다.

 

 “요새 난 하루키 소설에 나온 ‘고양이 마을’에 가 보고 싶어.”

 

 “아, 거기? 정말 있을까?”

 

 “나도 몰라.”

 

 어렴풋이 생각나는 고양이 마을. 소설을 봤을 때는 그렇게 마음 쓰지 않았는데, 갑자기 거기가 생각났다.

 

 “그러면 난 미하엘 엔데 소설 ‘끝없는 이야기’ 속 세상에 갈까 봐.”

 

 “그거 멋지겠다.”

 

 “그렇지.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에 책속 세상이 있을지도 모르지.”

 

 “응.”

 

 내가 가끔 생각하는 걸 친구가 먼저 말했다. 어쩌면 우린 언젠가 같은 책속 세상에 갈지도 모르겠다. 아니, 지금 우리 둘레가 이상하다. 벌써 우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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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알고 싶어서

날마다 조금씩

마음을 기울였어

 

세상을 아는 데도

날마다 조금씩

마음을 기울여야 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시간을 들이면

너를 조금은 알겠지

 

 

 

 

*마음은 이렇지만 어느 정도만 하고 그만둘 때가 많다, 힘들어서... 끈기 없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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