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 문학동네 시인선 158
신용목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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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집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 시간에 온다》는 2021년 8월에 나왔어. 난 9월에 시집을 샀는데 바로 만나지 못했어. 시집이 나왔을 때 신용목 시인이 라디오 방송에 나왔어. 라디오 방송에 나왔다는 건 기억해도 다른 건 생각나지 않아. 그게 2021년이었어. 시간은 참 빨리도 가는군. 그동안 이 시집 안 보고 뭐 했나 모르겠어. 예전에 봤다 해도 지금과 다르지 않았을 거야. 조금이라도 나아진 게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런 것도 없어. 그동안 여러 시집을 봤다면 시를 좀 더 잘 봤을지. 나도 잘 모르겠군. 신용목 시인 시집은 이번이 두번째야. 시집은 여섯권 나왔는데 난 두권만 봤어. 처음에 본 시집도 어려웠어. 그런데 또 보다니. 그냥.




 너무 오래 앉아 있었기에 나무를 떠나온 새, 저 잎들은.

 다시 날아오를 수 있다.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데, 누가 나를 깨웠다.


 눈사람.

 그는 구름의 종족이지만, 언제나 바닥에서 태어난다. 언제나 몸부터 태어난다.

 드디어, 머리를 굴리려는데

 누가 나를 깨웠다. 나는 깨어 있었는데,


 봄이 왔다.

 어느 해 바른 식당에서 냉이를 집으려는데 누가 나를 깨웠다. 나는 보고 있었는데, 눈 녹은 비탈 무지갯빛 아지랑이 웃을 때 광대뼈 아래 팬

 네 보조개.


 정오의 태양, 불길을 흉내내며 일렁이는 여름 바다에서


 누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쳐다 보면,


 내 어깨를 짚고 내가 서 있었다. 막 깨어난 내가 나를 깨웠던 나를 알아보고는,

 인사를 했다.

 고맙다고 말하고 잘 가, 하고 말했다.


 아주 짧고 슬픈 인사였다.


 -<나를 깨우고 갔다>, 46쪽~47쪽




 잘 모르지만 시 <나를 깨우고 갔다>를 옮겨 써 보았어. 여기 담긴 시에는 눈사람이 가끔 나오고 비도 여러 번 본 것 같아. 2021년 8월엔 날씨가 어땠더라. 다 생각나지는 않아. 여름에 조금 덥다가 가을장마가 빨리 찾아왔던 것 같아. 시집이 8월에 나왔는데 비 이야기도 보여. 신용목 시인은 비가 올 때 시를 생각하고 썼을까. 눈사람은 왜 여러 번 쓴 건지. 시를 봐도 잘 모르겠어. 책이라는 말도 몇 번 봤군. 그리고 구름도. 여러 번 나온 말 적어둘걸 그랬어.




 초인종을 누르고 상자를 남기고 그는 내가 문을 열기도 전에 사라진다


 상자에는 내가 읽기도 전에 사라지는 메모가

 적혀 있다,


 어둠은 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또 어둠이 담겨 가겠지요 상자를 열면 순식간에 신발장 뒤나 싱크대 밑으로 숨어버릴 겁니다

 어느 날 수돗물 속에서 그들의 눈동자가 그림자처럼 스치더라도 부디 젖지 마시길……


 창문 너머로 비가 떨어져 죽고 있다


 물이 되고 있다


 상자를 들이며 나는 상자가 어둠의 외투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집 나온 어둠이 상자를 껴입고

 젖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이 여기라고,

 생각하면


 나는 불을 켜지 못하고


 내가 비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영영 믿지 못할 것이다 색깔도 형체도 없는 그것이 눈앞에 나타난다는 것


 어쩌면 우리가 본 것은 빗소리이거나

 비라는 말,


 아아 오오 입을 벌리고

 더 깊은 몸속으로 사라지는 어둠을 끄집어내려고 말을 하고 말을 하고……


 갑자기 침묵이 흐를 것이다


 어쩌면 내가 들은 것은…… 내가 밟고 선 내 그림자의 비명이거나

 비명의 파란 눈,

 우리의 이야기처럼 길게 쏟아지는 수돗물을 멍하니 쳐다보는 밤과 초인종 소리는 얇게 펴낸 것처럼 아침이 지나간다


 한번 개봉한 상자는 다시 닫지 마십시오


 문을 열고 기다린다 보이지 않는 상자를 내려놓은 그가 상자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본다


-<유령 상자>, 64쪽~65쪽




 여기 담긴 시는 거의 길어. 좀 짧은 것도 있기는 한데. <유령 상자>도 짧지 않지. 어둠이 들어가서 유령 상자인가. 이해하기 어려운 시지만 쓸쓸한 느낌이 들기도 해. 여기 담긴 시는 거의 그렇군. 그러고 보니 ‘찌개’라는 말도 몇 번 나와. 그건 찌개를 끓이다 썼을지. 음식 하는 시도 아닌데 이런 생각을 했군. 신용목 시는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도 들지만 꼭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일상에서 보고 느낀 걸 다르게 썼을지도. 잘 모르면서 이런 말을 했군.


 시가 다 어렵게 느껴졌지만, 신용목 시집을 봐서 다행이야. 오랫동안 미뤄둔 숙제를 이제야 해낸 느낌이야. 지금 생각하니 그런 거 많군. 조금씩 해야 할 텐데. 다른 시집도 만나야 해. 잘 못 보고 제대로 쓰지 못해도 앞으로도 시 볼까 해. 시를 보는 데 정답은 없잖아. 시인이 하는 말 다 알아듣지 못해도 괜찮을 거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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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말

“그냥”

조금 성의없게 보일까요


왜인지 말해야 하는 것도 있고,

그냥, 한마디면 되는 것도 있네요


그냥은

늘 쓰지 못하지만,

가끔 써도 되는 말이네요


그냥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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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지나 닿은 곳엔

버스 한대가 있었지


어디선가 사람이 나타나

차례로 버스에 올랐어


사람이 자꾸 타도

버스엔 빈 자리가 있었는데

어느새 자리가 다 찼어


버스는 하늘로 떠오르고

구름을 헤치고 나아갔어


안개 같은 사람들은

희미하게 웃었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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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빛

──소나무





언제나 푸른 빛을 내는

네 마음은 바래지 않네

내 마음도 바래지 않으면 좋을 텐데


비가 오고 눈이 와도

넌 꿋꿋하게 서 있지

여전히 푸르게


푸름은 네 자랑이야

나도 자랑할 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네가 늘 푸르러서 다행이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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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4-01-10 1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이는 먹어가지만 우리도 마음속에 싱싱함을 간직하기로 해요.ㅋㅋ 늘 싱싱하게...

희선 2024-01-11 23:54   좋아요 0 | URL
나이하고 마음은 비례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해요 조금 달라지는 건 있을지 몰라도 많이 바뀌지 않기도 하네요 철이 없네요 마음은 싱싱하게...


희선
 
북샵
피넬로피 피츠제럴드 지음, 정회성 옮김 / 북포레스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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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살아가는 건 쉽지 않지. 여자 혼자 사업을 하려면 더 힘들어. 지금도 다르지 않지만. 이 책 《북샵》 배경인 1959년 작은 바닷가 마을 하드버러에서는 더했을 것 같아. 작은 바닷가 마을이니 거기 사는 사람은 뭔가 문화생활을 할 게 있기를 바라기도 했는데, 그건 책방(서점)은 아니었어. 그런 때 남편이 죽고 얼마 안 되는 돈으로 플로렌스 그린은 하드버러에서 책방을 하려고 했어. 지은 지 500년이나 된 굴 창고가 딸린 올드하우스에서. 올드하우스는 처음에도 이 이름이었을까. 오래 가기를 바라고 지은 이름인지.


 올드하우스는 오랫동안 비어 있었어. 마을 사람은 거기에 책방이 들어서길 바라지 않고 센터, 뚜렷하게 말해서 예술 센터로 삼으려고 했어. 이건 하드버러에서 힘이 있는 사람 가맛 부인이 한 말이야. 올드하우스를 그냥 뒀을 때는 언제고 플로렌스가 올드하우스를 사고 책방을 하려고 하니 그런 말을 하다니. 마을 사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가맛 부인 혼자 그렇게 생각한 건지. 가맛 부인 말이라면 마을 사람이 다 따를지도 모르겠어. 하드버러는 작은 마을이고 어떤 일이든 다 알기도 하는 곳이야. 그런 곳 별로일 듯해. 한국에는 남의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다 아는 곳이 있다고 하지. 모두 잘 알면 좋을까. 난 별로야.


 플로렌스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올드하우스를 사. 거기에는 유령이 나온다는 말이 있었는데, 가끔 소리가 났어. 폴터가이스트 현상이야. 사람들은 그걸 래퍼라 했어. 그런 소리가 들리는 건 건물이 오래돼서인 것 같은데. 1959년엔 유령을 믿는 사람 많았겠지. 영국은 코난 도일이 나고 산 곳이기도 하지. 코난 도일은 심령술에 빠지기도 했다잖아. 세상에는 과학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겠지만, 올드하우스를 잘 알아봤다면 건물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을 거야. 플로렌스도 그걸 래퍼로 생각했군. 여러 사람이 별로 반기지 않은 책방이었지만 플로렌스는 꿋꿋하게 책방을 열어. 책방 이름은 ‘올드하우스 서점’이야. 그 집 이름을 그대로 썼군. 지금이라면 좀 더 다른 이름으로 지었을까.


 책방 일은 할 게 많지. 플로렌스를 도와 책방에서 일하는 아이가 있었어. 열살인 크리스틴 기핑이야. 기핑 집에는 아이가 여럿이어서 그렇게 됐어. 옛날에는 어린이가 일을 하기도 했지. 1959년 한국도 다르지 않았을 것 같군. 그때 한국은 전쟁이 끝나고 여섯해가 지났을 때군. 크리스틴은 어렸지만 일을 잘 했어. 플로렌스가 책방을 연다고 했을 때 좋게 여긴 사람도 있었어. 명문가 후손 브런디시였어. 브런디시는 자기 집인 홀트하우스에서 잘 나오지 않았지만. 플로렌스가 책방에 나보코프 소설 《롤리타》를 두는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말을 들어주기도 해. 그건 편지를 써서 말했어. 작은 마을이니 사람이 적을 텐데 플로렌스는 그 책을 250부나 사. 그렇게 많이 사다니. 책이 좀 팔리기는 했을까. 조금은 팔렸기를.


 이 책 《북샵》은 아주 현실을 말하는 이야기야.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희망을 말하는 이야기도 있지만, 아쉽게도 여기에는 그게 없군. 아니 꼭 그렇지는 않나. 플로렌스는 가맛 부인한테 지고 말아. 올드하우스 땅 보상금이라도 받았다면 좋았을 텐데, 그런 것도 못 받고 가게도 책도 다 잃어.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아야 했거든. 브런디시는 플로렌스를 도우려 했는데, 가맛 부인은 브런디시가 다른 말을 했다고 해. 플로렌스는 브런디시 마음을 제대로 모르고 하드버러를 떠나. 플로렌스가 하드버러를 떠나도 살아 있으니 다른 곳에서 다시 시작하겠지. 그러기를 바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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