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이나 흐린 날이나 비 오는 날 가리지 않고 읽는다. 내게 비 오는 날 책 읽기는 특별하지 않다. 비 오는 날 좀 다른 일을 하려면 걷기일 텐데, 비 오는 날 걷는 건 싫어한다. 하루 내내 비가 내린 건 아니다. 아침에는 해도 뜨고 맑았는데 하늘에 구름이 깔리더니 낮에는 조금씩 내렸다. 비가 내릴 때는 하늘을 보지 않았는데 알고 있다니, 보아야만 날씨를 아는 건 아니다. 소리로도 알 수 있다(비는 냄새로도 알 수 있구나). 빗길을 달리는 차 소리가 들려서 알았다. 언젠가는 큰 빗소리를 듣기도 했다. 비가 엄청나게 내려도 빗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도 있다.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빗소리를 듣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빗물이 빠지지 않고 차오르는 곳에 끊임없이 내리면 빗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바닥이 아닌 물에 떨어져서 소리가 흡수된 것일지도. 지난 여름에 비가 얼마 오지 않아서 가끔 비 내리는 건 괜찮겠지 했지만, 너무 많이 오는 건 싫다. 날씨가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그러기를 빌 수는 있겠지. 그건 나만이 하는 마음 가라앉히기 방법이다. 나만 그런 건 아닐지도.

 

이번 악스트는 탁하고 연한 노랑이다. 연하고 어두운 노랑이라 해야 할까. 지난번 분홍도 밝은 건 아니었다. 분홍에 검정 물감 한방울을 떨어뜨린다면 그런 색이 나오지 않을지. 이번 건 노랑에 검정 조금, 하얀색도 들어가야 할 것 같다. 노랑 하니 노란 은행잎이 떠오른다. 한국소설과 다른 나라 소설로 나뉘었는데 다른 나라 소설은 이번부터 주제를 정했다고 한다. 이번 주제는 ‘여자’다. 올해 나온 책을 보면 페미니즘이 많은 것 같다. 여성을 미워하고 싫어하는 것도 커졌다. 어쩌다가 그렇게 된 것일까. 여성이 예전과 다르게 바깥에서 일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여자는 집에서 살림하고 아이를 잘 길러야 한다는 말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지금은 집안 일이나 아이 기르는 걸 부부가 함께 한다. 그런 사람이 늘고 있겠지. 사는 것만으로도 힘들어서 아이를 가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한동안은 두 사람이 일해도 집안 일은 여자가 다해야 했다. 바깥에서 똑같이 일하고 와서 집안 일까지 해야 한다니, 여자 힘들구나. 지금이라고 그런 사람이 아주 없는 건 아니겠지. 남자 여자 다 슈퍼맨이나 슈퍼우먼을 바라지 않는 게 좋겠다.

 

서양 동양 할 것 없이 예전에는 여자가 글쓰기 쉽지 않았다. 루이자 메이 올컷은 그런 시대에 글을 썼다. 올컷은 네 자매에서 둘째로 집안 일도 도맡아 했단다. 《작은 아씨들》에 나오는 둘째 조가 떠오르는데, 조는 올컷이 바라는 모습이었다. 올컷은 《작은 아씨들》 같은 소설을 쓰고 싶지 않았는데 아버지와 빚 때문에 썼다. 쓰기 싫은 것을 써서 이름이 널리 알려지다니, 본래 삶이 그렇기는 하다. 김연수는 시를 쓰려 했지만 소설을 쓰게 되었다. 시간이 나서 소설을 썼는데 그것을 본 사람이 소설 같다 했다. 김연수는 소설을 응모했다. 꼭 해야지 하고 되는 사람도 있고, 그냥 했더니 되는 사람도 있다. 그게 끝은 아니다.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 애써야 한다. 김연수는 그래서 지금 한국 소설가겠지. 소설을 안 쓰고 일을 한 적도 있다. 김연수는 마지막으로 써 보고 싶은 것이 떠올라서 《꾿빠이, 이상》을 썼다. 소설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쓰는 것이라니.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써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그게 쉬운 게 아니다. 소설을 쓰려면 자신을 잊는 연습을 해야 할지도. 그래야 자신이 하지 않는 것을 쓰기도 하겠다.

 

한국소설에는 내가 읽어본 것도 몇권 있다. 이문구가 시골에서 쓰는 한국말을 잘 살려 썼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걸 알았다. 이문구는 토속말을 만드는 실험으로 소설을 썼다. 다시 김연수가 한 말이 생각난다, 노트북 컴퓨터 왼쪽 시프트가 고장 나서 글을 못 썼다는. 그럴 때는 종이에 쓰면 될 텐데 했다. 난 왼쪽 시프트 새끼손가락으로 누르지 않는다. 어떻게 쓰느냐 하면 오른쪽 손가락으로 다 누르려고 한다. 왼쪽 시프트를 누르고 ‘얘’를 쓰는 게 편하겠지. 난 왜 그런 버릇이 들지 않은 걸까. 다른 건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다. 내가 한국소설을 조금이라도 보는 건 <악스트>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것도 있고 다른 사람이 읽고 쓴 글을 보고 한번 보고 싶기도 하다 생각하기도 한다. 글만 읽는 것과 소설을 읽는 건 많이 다르다. 여전히 한국 단편은 읽기 힘들다. 힘들어도 읽어보는 게 좋겠지, 가끔일지라도. 다 알지 못해도 조금이라도 느끼면 되지 않을까 싶다. 시도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난 밤에 어디 다니는 건 싫어한다. 낮이라고 좋아하는 건 아니구나. 요즘은 늦은 밤에도 문을 여는 책방이나 미술관이 있는가 보다. 늦은 밤에서 새벽까지 문 여는 빵집이 나오는 소설이 있는데, 그런 책방에서 일어나는 일을 쓰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문화가 있는 수요일’ 이라는 정책으로 수요일에는 경복궁, 창경궁, 덕수궁, 창덕궁에 그냥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내가 다니는 도서관도 지난 8월부터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책을 두 배로 빌려준다(세권에서 두 배니 여섯권이다). 여기에서 그런 걸 생각하고 하는 게 아니었구나. 누가 만들었든 여기저기에서 써 먹는 거 나쁘지 않겠다. 서울시립미술관은 한달에 두번 화요일에 밤 10시까지 미술관을 열고 영화도 보여준단다. 그런 것도 관심이 있어야 가겠다. 밤에는 집에서 편하게 책 읽는 게 낫기는 하다. 나나 그럴지도.

 

 

    

 

 

 

*더하는 말

 

소설가 백가흠과 악스트 편집장 백다흠은 두 사람이었다. 백가흠 백다흠 이렇게 다른데 그동안 한 사람으로 생각했다니. 좀 이상하긴 했다. 지난번에 백다흠으로 소설을 찾았더니 나오지 않았다. 그때는 그저 내가 이름을 잘못 봤나보다 하고 백가흠으로 찾았다. 지난달(9월)에 백가흠과 백다흠이 형제라는 걸 알았다. 백가흠은 소설을 쓰고, 백다흠은 소설을 쓰고 싶었지만 책 만드는 일을 하게 되었다. 악스트에 실린 사진을 보고 백다흠은 소설도 쓰고 사진도 잘 찍는구나 했다. 백가흠 소설을 한번도 읽어보지 않아서 그랬을 거다. 잠깐 백가흠 소설 한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악스트에 실린 짧은 소설을 보니 다른 것도 읽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지금이라도 백가흠 백다흠 두 사람이라는 걸 알아서 다행이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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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10-20 0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농담처럼 백나흠도...있어야하는데...그랬다는 ㅎㅎㅎ

붉은돼지 2016-10-20 11:34   좋아요 2 | URL
저도 그 생각했어요..검색해보니 백나흠이라는 분도 계시는 계시더군요 ㅎㅎㅎㅎ
가흠, 다흠...이름이 특이하면서도 예쁜 것 같아요 ^^

[그장소] 2016-10-20 14:47   좋아요 1 | URL
으헉~ 그...저 , 생각만 했을 뿐인데 ! 진짜 있으면 ...어쩐지 미안해지는...( 있을 법한 일이었다는걸 ...알면서..이런!)설마 이번에도 가족입니다 ㅡ그런건 아니겠죠?!^^ㅋ

희선 2016-10-22 01:24   좋아요 1 | URL
혹시나 하고 백나흠 쳐보니 나오네요 형제는 아닐 것 같습니다 백나흠보다 백라흠이 더 예쁘지 않나요 나는 라가 되기도 하니까요 발음하기 힘들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그장소] 2016-10-22 12:24   좋아요 0 | URL
마흠 ~ 바흠 ~ 말리지 마세요! 우리 끝까지 가는고야~^^ ㅎㅎㅎ
사흠 ! 아흠 , ㅋㅋㅋ ( 백씨댁네 분들껜 송구합니다~꾸벅꾸벅~)

붉은돼지 2016-10-22 13:14   좋아요 1 | URL
송창식 노래가 떠오릅니다. 가나다라마바사아...에헤이 으헤으헤으허허
 

 

 

    

 

해협의 로맨티시즘

임화

아티초크(Artichoke Publishing House)  2015년 07월 29일

 

 

 

오래전에 살았던 사람을 내가 다 아는 건 아니지만 여러 번 들어서 익숙한 이름도 많다. 임화는 많이 들어본 이름은 아니다. 임화를 언제 알았느냐 하면 이 시집이 나온 지난해(2015)다. 이 시집을 보다보니 그전에도 지나가면서 본 적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생 때 카프라는 걸 들었으니까. 그때 배웠지만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한반도는 일본 지배에서 벗어나고 북은 소련이 남은 미국이 도와주기로 했다. 그 탓일지 모르겠지만 그때 사람 이념도 둘로 나뉘었다. 그때 갑자기 둘로 나뉜 건 아니겠지만, 남과 북으로 나뉜 게 이념의 차이를 더 깊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남한에서는 공산주의를 몰아내려 하고 북한에서는 미국 스파이라는 이름으로 숙청을 했다. 그 안에 임화도 들어갔다. 임화가 1947년에 북한에 갔다는 말을 먼저 해야 했는데. 임화는 조선 레닌이라 하는 박헌영을 따라 북한으로 갔다. 글을 쓰다 북한으로 간 사람은 많지만, 내가 아는 이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시를 쓴 백석, 단편소설 동화 《문장강화》로 잘 알려진 이태준, 소설 《고향》을 쓴 이기영, 정말 얼마 안 되는구나. 이밖에 더 있을 텐데 생각나지 않는다. 관심을 별로 가지지 않아서 그렇구나.

 

세계에서 한나라가 둘로 나뉜 곳은 한반도밖에 없다고 한다. 언젠가 통일할까. 아니 조금씩 해나가야 할 텐데 싶다. 윗사람은 조금 알겠지만 일반 사람은 북한이나 한국 사정을 잘 모른다. 들리는 게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별로 좋지 않은 이야기뿐이다. 북한 사람은 한국을 어떻게 알고 있을까. 지금은 달라졌을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북한으로 넘어 간 작가 글을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다. 일제강점기 작가는 다 남쪽 사람이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거지 북한으로 넘어 간 사람 이름을 들었을 거다. 기억에 남은 사람이 이태준이나 이기영이 아닐지. 백석은 좀더 뒤에 알았다. 한국 작가 소설도 제대로 읽지도 않으면서, 북한으로 간 작가 글을 생각하다니. 새천년이 다가오고 작가는 북한에 가거나 북한에서 오기도 했다. 그런 만남 몇번 없었겠다. 남과 북이 통일하는 것도 괜찮지만, 두 나라로 사이 좋은 이웃 나라가 되는 것도 좋을 텐데 싶다. 거기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오랫동안 다른 길을 걸었으니. 한국 사람끼리도 생각이 달라서 싸우는데, 북한과 한나라가 되면 얼마나 더 심하게 싸울지. 그 싸움으로 피해를 입는 건 백성이다.

 

한때는 북한으로 넘어 간 작가 글을 보면 큰일났지만 지금은 자유롭게 볼 수 있다. 더 많은 작가가 알려지면 좋겠다. 임화는 만 열여덟에 시를 발표하고 글을 썼다. 본래 이름은 임인식이고 시뿐 아니라 평론도 썼다. 여기에 평론이 한편 실렸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임화 시를 보고 쓴 건가 했다. 읽다보니 뭔가 이상했다. 그제야 그 글도 임화가 썼다는 걸 깨달았다. 임화는 영화배우에 출판인 혁명가기도 했다. 여러 가지를 했다니. 시는 연극 대사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첫 번 항로에 담배를 배우고,

둘째 번 항로에 연애를 배우고,

그다음 항로에 돈맛을 익힌 것은,

하나도 우리 청년이 아니었다.

 

청년들은 늘

희망을 안고 건너가,

결의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들은 느티나무 아래 전설과,

그윽한 시골 냇가 자장가 속에,

장다리 오르듯 자라났다.

 

그러니 인제

낯선 물과 바람과 빗발에

흰 얼굴은 찌들고,

무거운 임무는

곧은 잔등을 농군처럼 굽혔다.

 

나는 이 바다 위

꽃잎처럼 흩어진

몇 사람의 가여운 이름을 안다.

 

어떤 사람은 건너간 채 돌아오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돌아오자 죽어갔다.

어떤 사람은 영영 생사를 모른다.

어떤 사람은 아픈 피배에 울었다.

─그 중엔 희망과 결의와 자랑을 욕되게도 내어 판 이가 있다면,

나는 그것을 지금 기억코 싶지는 않다.  (<현해탄>에서, 91~92쪽)

 

 

 

 

사랑하는 내 아이야

 

너 지금

어느 곳에 있느냐  (<너 어느 곳에 있느냐>에서, 145쪽)

 

 

 

조선시대가 끝나갈 때 일본으로 공부하러 간 사람은 많다. 지금 생각하니 공부만 하러 간 건 아니구나. 돈 벌러 간 사람도 많다. 조선과 일본 사이에 있는 바다를 현해탄이라 했다. 지금은 거의 듣지 못하는 말이다. 배보다 비행기로 가서일까. 임화는 연기 공부를 하려고 일본에 갔다 왔다. 영화도 찍었는데 그건 지금 남아 있을까. 북한에 가서 죽임 당한 사람은 아주 많겠지. 큰 뜻을 가지고 남한이 아닌 북한으로 간 사람도 많았을 텐데. 미국 스파이로 몰리기도 하다니. 남한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빨갱이라고 하면서 많은 사람을 죽이고 감옥에 가두었다. 임화는 미국 스파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딸을 그리는 시를 썼을 때도 비판을 들었다고 한다. 자기 감정을 나타내지 못하다니. 임화는 꿈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북한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겠지. 저세상에서나마 임화 영혼이 자유롭기를 바라고 그리던 딸도 만났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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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8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0 0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둘기피리 꽃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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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하면 생각나는 건 바라는 일이야. 다 그럴지 모르겠지만 요정을 도와주면 바라는 일 세 가지를 들어준다고도 하잖아. 좋게 말하면 요정, 무섭게 말하면 도깨비. 한국에 전해 내려오는 도깨비 이야기에서도 바라는 일 세 가지를 들어준다고 한 것 같아. 사람은 그 세 가지에 만족할까. 세 가지라고 끝이 있어서 더 깊게 생각하고 말할지도 모르겠어. 어떤 이야기에서는 세번째 바람으로 앞에서 말한 두 가지를 없었던 일로 해달라고 말하기도 하지. 두 번째까지는 잘못 생각해도 마지막 세번째에서 되돌릴 수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걸까. 갑자기 일어나는 좋은 일은 그렇게 좋지 않기도 해. 복권 당첨된 사람이 그렇게 오래 잘살지 못한다고도 하잖아. 많은 돈이 생기면 감각이 없어져서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돈을 마구 쓸까. 난 그러지 않을 것처럼 말하는군. 난 아예 복권을 안 사지. 복권 살 돈도 아깝다 여기고, 쉽게 얻은 건 쉽게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어쩌다 이런 이야기로 흐른 거지. 이 책은 세 가지 바람과 아무 상관도 없는데.

 

초능력은 진짜 있을까. 손 안 대고 물건을 옮기거나 물건에 남아있는 기억을 읽거나 다른 사람 마음을 읽는 건 만화에서 더 많이 봤어. 이밖에도 여러 가지 힘이 있을 텐데 난 잘 모르겠어. 불이나 물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도 있을까. 이건 손 안 대고 뭔가를 움직이는 것과 비슷한가. 불을 내거나 물을 생기게 하는. 앞날을 아는 것도 있군. 많은 사람은 이걸 바랄까. 아니 어느 하나만 바라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어떤 힘이든 있다면 그걸 쓰고 싶어할지도. 쓰고 싶어하는 건 그 힘을 가진 사람보다 그 힘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지. 세계전쟁 때 소련인가 미국에선가는 초능력 실험을 했다고 하는데. 어떤 힘을 가진 사람보다 그걸 쓸 만한 소질을 가진 사람을 모아서 실험한 걸까. 그런 힘 가진 사람 한번도 본 적은 없지만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예전에는 그런 힘이 무엇과 상관있는지 몰랐는데, 지금은 뇌와 상관있다는 거 조금 알아. 좀더 일찍 다른 데도 관심을 가졌다면 좋았을 텐데. 과학 말이야. 지금도 잘 모르고 관심 많은 것도 아니야. 과학을 잘 안다고 초능력을 아는 건 아니겠지만. 난 어떤 일을 설명(이론)을 보고 알기보다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편이야. 세상에는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 과학은 우리가 사는 세상, 더 나아가 우주를 알려고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내가 잘 말할 수 없는 말을 또 꺼냈군. 내가 제대로 말할 수 없는 건 과학만은 아니지만.

 

어쩌면 가장 처음 말해야 했던 것일지도 모를 텐데 이제야 말해. 뭐냐면 만약 자신한테 어떤 힘이 있다면 어떨지야. 사람은 다 평범하기를 바라는데 어떤 힘이 나타나는 건 정말 다른 걸까. 사람은 누구나 힘을 갖고 세상에 나오지만 시간이 흐르고 약해지는 것일 수도 있잖아. 본래 힘을 갖고 나는 사람도 있지만, 살면서 힘을 가지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그건 경험으로 얻은 지혜겠지. 난 그것도 힘이라고 생각해. 이건 재능과도 같군. 타고나는 사람도 있지만 시간을 들여서 익히는 사람도 있지. 재능을 타고난다고 해도 애쓰지 않으면 더 나아지지 않을 거야. 만화에서는 초능력을 가진 사람은 거의 괴로워해. 자신은 남들과 다르다 여기고 혼자다 생각하니까. 무엇보다 외로움이 가장 큰 듯해. 힘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힘을 가진 사람을 괴물로 보기도 하지. 모두 그런 건 아니겠지만, 사람은 자신과 다르거나 잘 모르면 무서워해. 무서워하기보다 좀더 가깝게 지내면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걸 알 텐데. 이렇게 말했지만, 내가 그런 사람을 만나면 아무렇지 않게 대할 수 있을지. 그 사람을 무서워하거나 싫어하지 않겠지만 쉽게 말 걸지 못할 것 같아. 난 먼저 다른 사람한테 말 못해. 인터넷은 말이 아니고 글로 쓰는 거여서 좀 낫지만(그렇다고 아주 다르지는 않아). 초능력을 가진 사람은 아닐지라도 우리 둘레에는 뭔가 좀 다른 사람이 있기도 하잖아. 그런 사람도 마음은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을 거야.

 

이 책 제목인 비둘기피리꽃(구적초)은 정말 있을까. 이게 없는 건 아닌데 이름은 다를지도 모르겠어. 그게 무엇인지 나왔다면 더 좋았을 텐데. 노래하는 꽃이라고 하니까. 여기에는 힘을 가진 세 사람이 나와.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니고 서로 다른 세 가지 이야기야. 첫번째 <스러질 때까지>는 어릴 때 차 사고로 부모를 잃고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기억이 없는 아소 도모코가 함께 살던 할머니가 죽고 기억과 힘을 되찾는 이야기야. 도모코는 부모가 자신의 힘을 싫어했다는 생각을 하는데,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어. 그런 부모가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사고가 갑자기 일어나서 그걸 이상하게 여겼는지도 모르겠어. 도모코가 여덟살 때 엄마 아빠와 차를 타고 가다 사고가 일어났어. 그때 엄마 아빠는 죽고 도모코만 살았어. 엄마 아빠는 죽고 자신만 살아서 죄책감을 갖고 있었을까. 그래서 도모코는 엄마 아빠가 자신과 죽으려 했다고 생각했겠지. 그 생각은 잘못된 거였어. 도모코 엄마 아빠는 그저 도모코가 아프지 않기를 바랐어. 도모코가 잠을 자고 안 좋은 꿈을 꾸면 머리가 아팠거든. 꿈 이야기를 하면 덜 아팠어. 도모코한테는 앞날을 아는 힘이 있었어. 아니 그 말을 할 때는 그게 어떤 일인지 몰라. 그 일이 일어난 다음에야 알았어. 자신이 제어하기 어려워 보이는 힘이야. 잠들었던 그 힘이 기억과 함께 깨어났어. 도모코가 한번 죽으려 했지만, 엄마 아빠 마음을 알고 그 힘과 살기로 해.

 

두번째 <번제>는 나중에 《크로스파이어》라는 장편이 되지. 그 책 읽었는데 다 생각나지 않아. 미야베 미유키는 사람한테 희망을 갖고 글을 쓰는데 이건 좀 다르기도 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 자기 식구를 죽인 사람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 생각은 해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얼마 없지. 아오키 준코는 불을 내. 이건 염화 능력(파이로키네시스)이군. 준코는 자신은 장전된 총이라는 생각으로 사람 눈에 띄지 않고 살았는데,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을 보고 그 힘을 쓰려 해. 미야베 미유키가 사람을 죽인 사람은 죽음으로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 거야. 아오키 준코 생각과는 조금 다른 사람도 나오니까. 그렇다 해도 아오키 준코를 막지 못했군. 장편에는 여자 형사가 나왔던 것 같아. 아오키 준코 마음을 조금 알아주는.

 

남과 다른 힘이 있으면 남한테 도움을 주고 싶겠지. 마지막 <비둘기피리꽃>은 거기에 딱 맞아. 혼다 다카코는 자신이 가진 힘으로 경찰이 되어 일했는데, 그 힘이 사라지는 걸 느껴. 다카코는 사람이나 물건에서 마음을 읽어. 그런 힘이 사라지기도 하다니. 다카코는 자신한테 그 힘이 없으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다 생각해. 꼭 그럴까. 그 힘이 없다 해도 다카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텐데. 다카코도 그걸 깨달아. 다카코 힘이 사라져도 죽지 않고 몸을 움직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다카코 힘이 사라지면서 몸이 안 좋아져서 이런 생각을 했어. 지금 잠시 나타나는 거고 보통으로 돌아갈지도 모를 일이지. 힘이 없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다카코가 앞으로도 잘 살기를 바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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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게 진짜 우체통인지 다 아시겠죠. 지난 칠월 말엔가 팔월 초엔가 우체국에 가다가 봤습니다. 그곳을 우체통길이라고 하더군요. 언젠가 사진으로 담아야지 하고 생각만 하다가 여러 번에 걸쳐서 했습니다. 저것도 겨우 한 거예요. 아무도 제가 뭐 하는지 관심없겠지만 사람이 다니는 데서 사진 찍는 거 잘 못해요. 요즘은 그런 사람이 적은 것도 아닌데. 휴대전화기에는 거의 카메라가 달려 있잖아요. 작은 디지털 카메라보다 그게 더 잘 찍히는 것도 같습니다. 저렇게 그림 그린 우체통 다 담은 건 아니고 마음에 드는 것만 담았습니다. 더 있는지 그건 잘 모르겠어요. 우체국에서 가까운 가게 앞에만 있는 것 같아요. 쵸파가 있는 것도 얼마 전에 알았습니다. 제가 자주 본 건 어린왕자, 토토로, 피카츄, 고양이예요. 고양이는 손을 든 마네키네코를 따라한 것 같습니다. 마네키네코는 삼색털고양이가 모델이라는 거 얼마전에 알았습니다. 둘 다 제가 모르는 만화에 나오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쵸파를 보니 반갑더군요. 도라에몽도, 도라에몽은 만화 거의 못 봤지만, 도라에몽이 로봇이라는 것도 몰랐습니다. 다른 세계에서 온 고양이인가 했거든요. 피카츄나 케로로도 있다는 것만 압니다. 둘리도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없어서 아쉽네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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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6-10-12 2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체로 알겠는데 밑에서 3번째 있는 친구는 누구인지 모르겠네요. 근데 이거 다 다니시면서 찍으신 거예요? 와우. 우리 동네 우체통들이 이랬으면 좋겠군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역시 피카츄가 가장 좋군요.

희선 2016-10-13 02:24   좋아요 0 | URL
제가 사는 지역에서 쓰지 않는 우체통을 모아다 저렇게 한 건지 다른 곳에서도 가져다 한 건지... 우체통을 아주 없애거나 다른 걸로 쓰지 않고 그냥 놔두었던가봐요 그게 없었다면 저걸 할 수 없었겠죠 피카츄도 좀 나중에 봤어요 눈에 띄는 색인데 저걸 나중에 보다니... 차가 있어서 바로 못 본 건지도 모르겠네요 저 때도 차가 있지만... 밑에서 세번째는 제가 반갑다고 말한 쵸파예요(도라에몽 밑에 거 맞죠 이름 다 말하면 토니토니 쵸파예요) 원피스에 나오고 순록인데, 쵸파를 처음 본 사람은 거의 너구리로 보기도 해요 쵸파는 사람사람 열매를 먹고 사람처럼 말하게 됐어요 하나 더 말한다면 의사예요


희선
 

 

 

 

언제나 철을 느끼고 사는 건 아니다. 그저 오면 오는구나, 하고 가면 가는구나 한다. 여름이나 겨울은 덜하지만 봄이나 가을은 올 때가 좋은 것 같다. 따스한 햇살, 서늘한 바람이 좋으니까. 뜨겁고 차가운 것도 나름대로 괜찮지만 오래 이어지면 지내기 힘들다. 더울 때는 덜 자서 좀 낫지만, 추우면 일어나기 싫다. 싫기보다 힘들다고 해야겠다. 움직이면 괜찮은데 그렇게 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추울 때도 빨리 일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직 춥다고 말할 때는 아니구나. 시간이 가고 철이 바뀌어도 하는 건 그리 다르지 않다.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즐겁게 하면 좋을 텐데, 늘 즐거운 것은 아니어서. 뚜렷한 목표도 없이 해서 그런가. 꼭 그런 게 있어야 하는 건 아니겠지. 아니 지금 찾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자꾸 하다보면 뭔가 생기거나 알 수 있을지도. 이런 막연한 마음으로 하다니. 어쩌면 찾다가 끝날지도.

 

 

 

 

 

 

 

피해자 식구 못지않게 괴로운 가해자 식구

 

  봄날의 바다

  김재희

  다산책방  2016년 05월 13일

 

 

 

 

 

 

 

 

 

 

 

 

 

 

 

10년 전 그 사건 이후로 희영은 삶다운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단 한번도 들지 않았다. 가족사진에서처럼 웃은 적도 드물었다. 밤마다 동생 사건과 관련된 문건들을 찾아내서 지워나가면서 가해자 식구로 겪는 괴로움을 곱씹으며 속으로 꾹꾹 눌러 담았다.  (31쪽)

 

 

사건이 일어나면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고 그 사람 식구가 있다. 피해자 식구는 피해자 식구대로 가해자 식구는 가해자 식구대로 힘들 거다. 피해자 식구는 자신의 아픔을 말할 수 있지만 가해자 식구는 좀 어렵겠다. 한사람이 저지른 일 때문에 다른 식구도 가해자로 보기도 한다.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요즘은 가해자 식구 정보가 인터넷에 퍼지는가보다. 그런 건 어떻게 알아내고 쓰는 건지, 그런 거 하는 사람 대단하구나. 그건 또 다른 가해자가 아닐까 싶기도 한데, 그런 사람을 법으로 어떻게 했다는 말은 못 들은 듯하다. 누가 그런 일을 하는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겠지. 누군가 신고를 하면 할지도. 컴퓨터 인터넷을 쓰지만 그런 걸 찾아본 적은 없다. 내가 그런 일을 겪지 않아서겠지. 살면서 어떤 일 피해자나 가해자 식구는 되고 싶지 않다. 이게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려나. 살다보면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으니까.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겠지.

 

아무 일 없이 보내는 열해와 어떤 일이 일어난 뒤 보내는 열해는 아주 다를 거다. 어떤 일이 생기면 더는 그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희영은 힘든 열해를 보냈다. 열해 전 동생 준수가 은행원 김수향을 죽였다는 걸로 잡히고, 준수는 재판을 받기 전에 희영한테 자신이 한 게 아니다는 말을 하고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사건은 준수가 죽어서 판결이 나지 않았다. 이것도 해결되지 않은 사건일까. 준수가 범인이라는 게 확정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은 준수가 은행원 여자를 죽였다 여겼다. 희영과 희영 엄마는 살인자의 식구로 살았다. 엄마는 준수가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 말하고 준수한테 죄가 없음을 밝히려 했다. 희영은 그 일을 돕지 않았다. 피해자 식구도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사이가 틀어지기도 하겠지. 누군가는 그만 잊자 할지도 모르고 그럴 수 없다 하고 매여 살기도 할 거다. 서로 보듬고 살아야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니겠지. 가해자 식구는 어떨까. 준수가 하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열해 전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준수 마음이 알고 싶은데, 희영이 기억하는 준수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아버지 사업이 잘 되지 않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엄마는 희영과 준수를 데리고 제주도에 가서 살았다. 아버지가 있었을 때도 엄마는 일을 하러 다녀서 희영이 준수를 돌봐야 했다. 동생을 잘 챙기는 누나도 있지만 그걸 싫어하는 누나도 있겠지. 자신도 어린데 어린 동생 보는 게 쉽지 않았을 거다. 제주도로 가서는 좀 달라졌지만 많이 바뀌지는 않았다. 희영은 제주도에서 단짝 친구를 만났다. 준수는 여전히 누군가와 잘 사귀지 못하고 혼자 지냈다. 엄마가 일을 나간다고 해도 일을 하고 집에 와서 아이한테 조금 마음을 썼다면 나았을까. 엄마는 준수가 사달라는 건 다 사주었다. 희영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것 때문에 희영도 준수한테 마음을 덜 썼을지도.

 

예전에는 아이들이 바깥에서 뛰어 놀았다. 지금은 그런 아이가 적다. 아이가 하나나 둘인 사람이 많을 거다. 이건 사회에서 마음 써야 하는 걸까, 부모를 대신할 수 있을까. 이런 책을 보고 부모가 아이를 잘 기르면 범죄자가 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오래전에는 아이를 그냥 내버려두어도 괜찮았던 것 같기도 한데, 지금은 그러면 안 될 듯 싶다.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많을까, 얼마 없겠지. 부모와 아이 사이가 좋으면 아이가 다른 사람과도 잘 지낼지 모를 텐데. 부모가 아이를 다 안다고 할 수도 없다. 이야기를 해도 마음 깊은 곳을 알기 어렵다. 부모가 아이를 믿어주기도 해야 하지만, 잘못한 일은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자기 아이가 사람을 죽였다는 일 믿고 싶지 않겠지만. 엄마는 준수가 한 일을 받아들이지 않고 죽기 전에 희영한테 준수의 누명을 벗겨달라고 한다. 희영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믿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받아들이지 않고 모르는 척하고 살았다. 열해가 흐른 뒤에야 그 일과 마주한다.

 

 

“누나, 마음 진정해요. 하지만 진실을 자꾸 외면하면, 언젠가 그게 부풀고 커져서 엄청난 크기로 굴러 떨어져 내린대요.”  (194쪽)

 

 

한 가지는 확실했다. 희영도 준수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 이렇게 되기까지 그 누명을 벗겨보고자 했다는 것.

 

식구의 마지막 명예와 이름을 어떻게든 깨끗하게 지켜주고자 그가 가고 나서도 이렇게 하였다는 것. 어쩌면 희영과 김순자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같은 결과로 끝나리라는 것을 짐작하면서도 그 힘든 여정을 걸어왔던 게 아닐까.

 

그리고 가장 크게 싸고돌던 불안감과 두려움은 진짜로 준수가 김수향을 죽인 범인이라는 것을 마음속으로 받아들이는 그것에서 온 것은 아니었을까. 그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그래서 사건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밀쳐놓았던 것이 아닐까.  (313쪽)

 

 

희영이 준수 일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때도 희영은 살인자 식구였다. 대중매체에서는 가해자 식구나 피해자 식구를 시청률을 올리려고 이용하지 않나 싶다. 그런 일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좀더 생각했으면 한다. 언젠가 피해자 식구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보았는데, 가해자 식구도 다르지 않을 듯하다. 가해자 식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건 잘 모르겠다. 죄를 지은 식구 때문에 나머지 식구도 죄인처럼 살아야 하다니. 피해자와 피해자 식구한테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겠지. 그렇게 죄를 갚고 살려는 사람도 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죄는 다른 사람 목숨을 빼앗는 거다. 죽은 사람은 한사람일지라도 그 사람과 관계있는 사람 마음도 죽이는 거다. 그런 걸 생각하면 나쁜 짓하기 어려울 텐데. 남의 눈에서 눈물 흘리게 하면 자신이나 식구는 피눈물을 흘린다는 걸 잊지 않아야 한다.

 

 

 

 

 

 

 

삶은 실체 있는 한바탕 꿈

 

 

 

 

당신 이마에 이 키스를!

이제 당신과 헤어지면서

이것만은 인정하리다,

삶은 꿈이라는

당신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그렇다면 환상으로든 아니든

밤새 그랬든 하루 만에 그랬든

희망이 줄어든 것은 없지 않은가요?

우리가 보는 것 믿는 것은 모두

꿈속의 꿈일 뿐이니까요.

 

파도에 시달리는 바닷가

거친 소리에 에워싸여 서서

금빛 모래를 한줌 쥐어 보지만

잡히는 것은 얼마나 적은지! 그나마도

내가 슬피 우는 사이 바닷물에 씻기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구나,

내가 슬피 우는 사이에!

오 하느님! 좀 더 꼭 쥐어도

그것을 잡을 수는 없는 건가요?

오 하느님! 이 무정한 파도에서

모래 한 알도 건질 수 없는 건가요?

우리가 보고 믿는 것은 모두

꿈속의 꿈일 뿐인가요?

 

-<꿈속의 꿈>, 에드거 앨런 포

 

 

 

꿈속의 꿈 하면 생각나는 건 장자의 호접몽이야. 어느 날 장자가 나비와 노는 꿈을 꾸고는, 삶을 내가 나비가 된 꿈을 꾸는 것인지, 나비가 내가 된 꿈을 꾸는 것인지 했어. 동양에서만 이런 생각을 한 건 아니더군. 에드거 앨런 포도 시에 그런 것을 썼어. 가상현실이라는 말을 보니 저런 게 생각났는데 좀 다른 것일지도 모르겠어. 가상현실은 진짜가 아니니까. 사는 게 꿈과 같다 해도 여기에는 실체가 있지. 가상현실은 상상이라 생각해도 괜찮을 것 같아. 상상한 것을 이야기로 쓰기도 하니까.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을 써서 세계 곳곳에 있는 사람과 쉽게 이야기하지만, 정작 가까운 사람과는 제대로 말하지 않아. 인터넷 속 세상도 가상현실이겠지. 그것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 현실과 다르지 않다 여기면 좀 낫지 않을까. 인터넷에서 만나던 사람이 실제 만나기도 해. 그렇게 만나고 그 자리에서 서로 자기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면 안 될 텐데. 아니 말로 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이야기할지도. 이건 그 자리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거니 좀 낫겠지.

 

 

                      

 

 

 

과학소설을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영화는 조금 보았어. 이것도 오래전 일이야. 영화 원작이 소설일 때가 많으니 영화를 보는 게 과학소설을 조금 엿보는 것과 다르지 않겠지. 이런 말을 하는 건 SF를 원작으로 한 영화에 나오는 기계 같은 것을 지금 쓰기도 하기 때문이야. 사람이 할 일을 기계가 하게 된 게 제4차 산업혁명인가봐.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무엇인가 일어나는구나. 빨리 바뀌고 사라지는 것도 많고. 가장 걱정스러운 건 사람이 할 일이 얼마 없게 되는 거야. 회사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마음 써야 하는 사람한테 일을 시키기보다 프로그램만 되어 있으면 몇 사람치 일을 하는 기계를 쓰려 해. 지금은 사람이 기계한테 밀려나는 시대야. 나이 많은 사람은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기도 해. 젊은이도 마찬가진가. 오십대는 조금 다르다고 하더군. 그동안 쌓은 경험을 살리는 일을 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어. 모두가 즐겁게 살기는 어려워. 같은 것이 아닌 다른 것을 찾으면 괜찮겠지.

 

온라인 책방 때문에 많은 책방이 문을 닫았는데, 언젠가부터 동네책방이 생겼어. 동네책방은 별로 크지 않아. 그런 곳에 한번도 가 본 적은 없지만, 책방에 사람이 별로 없으면 난 쉽게 들어가지 못할 것 같아. 이번에 두 곳을 소개했어. 음악책을 전문으로 파는 ‘초원서점’과 그림책을 전문으로 파는 ‘작은 정원’이야. 얼마전에 우연히 인터넷에서 동네책방을 이야기하는 기사를 보았는데, 한곳은 시집을 전문으로 팔고 한곳은 추리소설을 전문으로 팔았어. 시집 파는 곳은 주인이 시집을 추천하고 시를 옳겨 써 보는 공간도 있대. 동네책방에서는 책만 파는 게 아니고 모임도 가져. 난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가기 싫지만, 그런 거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 일본말로 쓰인 책을 전문으로 파는 책방도 괜찮을 것 같은데. 난 멀어서 못 갈 것 같지만. 거기에서 사도 값이 싸지 않을 것 같기도 해. 동네책방이니 책값을 다 받지 않을까. 동네책방을 살리는 것이니 그건 그대로 받아들여겠군. 요새 동네책방이 생기는 곳은 서울과 경기 쪽이야. 서울에 더 많겠지. 다른 지방에도 동네책방이 하나도 없는 건 아닐 텐데. 이게 바로 남과 다른 것이기도 하지. 하지만 이것이 잠시 퍼지다 사라지면 안 될 텐데. 아니 시간이 흐르면 사라질 건 사라지고 남을 건 남을 거야.

 

이번에 반가운 사람이 나왔어. 내 쪽에서만 알지만. EBS 라디오 방송 <북카페>에 인터넷 책방 알라딘 인문 MD 박태근이 나와서 이런저런 책 소개를 해. 라디오 방송에서만 만나던 사람을 책에서 만나서 반가웠어. 가진 책이 이만권이라니. 어마어마하군. 책에 묻혀 살지도 모르겠어. 다른 것보다 책이 많다는 것만 기억하다니. 일하는 곳도 책에 둘러 싸여 있어. 어니스트 헤밍웨이 소설 《노인과 바다》는 제대로 만나보고 싶어. 예전에 한번 보기는 했는데. 지금 사람은 자신이 나이를 먹었을 때 돈없고 힘없는 것을 걱정하겠지. 그런 때라 해도 자신을 좋아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한사람이라도 있다면 사는 게 덜 쓸쓸하겠지. 그게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지 않을까. 내가 생각하는 건 책이야. 책은 자신이 찾을 때 언제나 거기 있잖아. 땡스북을 돕는 여러 사람이 책 열권을 먼저 읽었어. 열권 안에 만나보고 싶은 것도 있어. 잊어버리지 않고 기회를 봐서 만나면 좋을 텐데 어떻게 될지 나도 잘 모르겠어(전에도 이 말 했군). 한권이라면 기억했다가 만나볼 수도 있을 텐데. 책연이 있기를 바라야겠어.

 

책을 읽는 사람이 적다고 하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 한국에 한해 동안 나오는 책이 4만종이래. 엄청난 숫자야. 그 안에는 좋은 책도 있고 별로인 책도 있을 거야. 좋은 책을 자주 만나면 좋을 텐데. 별로인 책에서도 배울 게 있겠지. 책을 읽으면 여러 가지로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아. 아주 남다른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만. 저도 모르게 무언가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지키는 힘을 얻기에 책만큼 좋은 건 없어. 이렇게 말하지만 여전히 흔들리기도 해. 이건 사람이기 때문이겠지. 책에 쓰여 있다고 해서 다 옳은 건 아니야. 그걸 제대로 보려면 이런저런 책을 만나고 스스로 생각해야지. 책을 읽고 생각하고 실천하면 더 좋은 삶이 될 거야. 언젠가 좋은 꿈꾸고 간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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