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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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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학교에 안 갈 거야. 아주 졸리거든. 추워. 학교에서는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아.

 

난 학교에 안 갈 거야. 학교에는 나보다 크고 나보다 힘도 센 애가 둘 있어. 내가 걔들 옆을 지나가면 팔을 벌리고 내 앞길을 막아. 난 무서워.

 

난 무서워. 학교에 안 갈 거야. 학교에서는 도무지 시간이 가지 않아. 모든 것이 밖에 있어. 교문 밖에.

 

보기를 들면 집에 있는 내 방. 그리고 엄마, 아빠, 내 장난감들, 발코니에 있는 새들, 학교에서 이런 걸 생각하면 울고 싶어. 그러면 창밖을 보지. 하늘에는 구름이 떠 있어.

 

난 학교에 안 갈 거야. 거기 있는 건 다 싫어.  (<학교에 안 갈 거야>에서, 65쪽)

 

 

한국도 잘 모르는데 내가 터키라고 알까. 한국은 터키를 형제 나라라고도 한다. 찾아보니 한국보다 터키가 더 그렇게 생각한단다. 한국 전쟁과 상관있을까 했는데, 터키와 한국은 돌궐(투르크)일 때와 고구려일 때부터 동맹을 맺고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몰랐던 일을 하나 알게 되었다. 터키 역사책에는 그게 잘 나왔나보다. 그런 것은 숨길 만한 게 아니지만 터키는 숨기는 게 있다. 아르메니아 사람을 많이 죽인 일이다. 오르한 파묵이 그 일을 말해서 나라한테 소송 당했다. 예전에 오르한 파묵과 터키 정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저 일이었나보다. 터키는 아주 자유로운 나라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흘러서 지금은 좀 달라졌을까. 터키를 대표하는 작가 하면 오르한 파묵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어쩌면 오르한 파묵이 터키 사람이라는 거 나중에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언제 오르한 파묵을 알았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오르한 파묵은 2006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노벨문학상 받았다는 말 듣고 알았을지도. 내가 읽은 책은 《내 이름은 빨강》이다. 《순수 박물관》은 노벨문학상 받은 다음에 냈다. 책은 못 읽었지만 오르한 파묵이 쓴 책 제목은 안다니 신기한 일이다. 오르한 파묵은 1952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가 철도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고 아버지는 많은 재산을 물려받았다. 돈이 많아설까 아버지는 책을 좋아하고 시를 쓰고 싶어했지만 자유롭고 즐겁게 살았다. 오르한 파묵 아버지는 오르한 파묵을 때리거나 야단치지 않았다. 아버지가 프랑스로 떠나서 어머니는 조금 힘들어했지만. 오르한 파묵이 작가가 된 건 아버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르한 파묵은 아버지 서재에 있는 책을 자유롭게 읽었다. 이건 보르헤스와 같은 점이구나. 아니 많은 작가가 집에 있는 책을 읽었다. 오르한 파묵이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지만 일곱살에서 스물두살까지 화가가 되려고 했다. 이 책 속 그림은 오르한 파묵이 그린 거겠지. 대학에서 건축학을 배우다 그만두고 작가가 되려고 마음먹었다. 다른 식구는 오르한 파묵이 소설가가 되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찬성했다. 오르한 파묵이 처음 쓴 소설을 아버지한테 보여주니 좋다고 하고, 언젠가 상을 받을 거다 했다. 이때 아버지가 말한 상은 노벨문학상이었을까. 아버지는 오르한 파묵이 노벨문학상을 받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

 

오르한 파묵이 노벨문학상을 받고 벌써 열해가 되었다니. 오르한 파묵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기 두해 전에 작은 여행 가방을 오르한 파묵한테 맡겼다. 그 안에는 아버지가 쓴 글이 있었다. 오르한 파묵은 그 글 읽기를 망설였다. 바로 읽지 못한 까닭은 글이 아주 좋으면 어쩌나 해서일이지도. 오르한 파묵은 작가가 되기로 했을 때 자기 삶에 모자란 게 많으리라는 걸 알았다. 날마다 열시간이나 글을 썼다. 열시간 동안 글만 생각했겠지. 자신은 열심히 글을 썼지만, 아버지는 친구와 만나고 어딘가에 가고 즐겁게 지냈다. 글을 보면 거기에는 자신이 모르는 아버지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읽었다. 읽은 느낌을 아버지한테 자세하게 말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쓴 글이 좋았다면 오르한 파묵 기분은 안 좋았을까. 아무렇지 않은 게 이상한 거겠지. 오르한 파묵은 책 읽고 글 쓰기를 즐겁게 여기고 잘하려고 애썼다. 책이 가득한 방에 자신을 홀로 가두었다고 말한다. 글은 홀로 써야 한다. 홀로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면 글 쓰는 일 잘 못하겠지. 난 늘 혼자 지내는데. 책 읽고 느낌을 쓰는 데 시간을 다 쓰지만, 그 시간이 열시간은 되지 않는다. 좀더 늘려야 할 텐데. 파묵이 날마다 오랜시간 동안 글을 써도 제대로 쓰는 건 반쪽밖에 안 된다고 한다. 글을 잘 쓰면 기쁘지만 잘 못 쓰면 안 좋단다.

 

딸이 태어나고 오르한 파묵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 그전에는 새벽에 글을 썼는데. 이 책이 나오고도 시간이 많이 흘렀다(노벨문학상 받은 다음에 나왔구나). 지금은 어떨까. 여전히 손으로 글 쓸까. 어쩐지 난 오르한 파묵이 영어로 글을 쓴다고 생각한 것 같다. 오르한 파묵은 터키말로 소설을 쓰고, 그것은 마흔두 나라말로 다른 나라에 나왔다. 터키에서는 가장 많이 읽히는 작가다. 잠시 안 좋은 일이 있었지만. 오르한 파묵은 소설로 이야기하려 한다. 소설로 쓰면 사람들이 알거다 믿었다. 그렇게 됐을까.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게 약이 되기도 한다. 오르한 파묵한테도 문학이 약이다. 지금도 날마다 글을 쓰겠지. 오르한 파묵 소설 한권 읽어봤지만 제대로 못 읽었다. 지금이라고 잘 볼 수 있을지. 여기에는 《내 이름은 빨강》 초고가 조금 실렸다. 그것만 보면 알기 어렵지만, 아는 사람은 그것만 봐도 좋은지 안 좋은지 알 것 같다. 난 잘 모르겠다. 세밀화가 이야기였다니. 언젠가 오르한 파묵 소설 볼 수 있을지.

 

작가는 책을 즐겁게 읽기도 한다. 오르한 파묵은 스탕달, 도스토예프스키, 나보코프, 보르헤스, 토마스 베른하르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살만 루슈디, 톨스토이와 토마스 만을 좋아한다. 이밖에도 더 있을 테지만. 로런스 스턴이 쓴 《신사 스트럼 섄디의 삶과 생각 이야기》는 제목이 길어서 읽기에 안 좋았다. 한국에서 나온 책 제목이 그래선가. 이 책 이야기에서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그것은 ‘삶은 뜻이 아닌 형태가 있다’는 말이다. 좀더 뚜렷하게 말해야 하는데. 어떤 책은 여러 가지 일을 시간과 상관없이 말하기도 한다. 내가 그런 건 잘 못 읽기도 하는데, 읽어도 기억에 잘 남지 않는다. 우리 삶도 그것과 다르지 않다. 큰일이 아니어도 잘 보면 기억에 남는 일도 있겠지.

 

터키 일도 조금 나오는데 터키를 잘 몰라서. 오래전(1999)에 터키에 큰지진이 일어나서 많은 사람이 죽었나 보다. 그 뒤에는 집 제대로 지었을까. 딸도 많이 자랐을 것 같다. 오르한 파묵 소설을 보기 전에 이 책을 만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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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한테

산타가

찾아가길

 

 

 

 

 

 

 

달마을에서 맞은 성탄절

 

 

 

할아버지 꿈은 언젠가 달에 미스터리 책방을 여는 거였다. 마침 할아버지가 할머니와 결혼하고 얼마 뒤에 지구에서는 달에 마을을 만든다면서 그곳으로 가고 싶은 사람을 모았다. 엄청난 경쟁을 뚫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달에 가는 사람에 뽑혔다.

 

우주로 나가는 첫 인류여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나라에서 도움을 받았다. 그동안 할아버지는 책을 많이 모아두고, 달로 떠나기 전에도 여기저기에서 책을 사들였다. 할아버지는 커다란 책방보다 아무나 편하게 들어올 수 있는 작은 책방을 하려 했다. 책방에 소설가는 부를 수 없다 해도 여러 행사도 계획했다. 미스터리 소설 쓰기나 미스터리 소설 퀴즈대회 같은 것을. 그게 잘됐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한두 번은 괜찮지 않았을까.

 

다섯 해가 흐르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지구에서 달로 이사했다. 할아버지가 모은 책을 다 가지고 오지는 못했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재미있게 본 책이나 많은 사람이 좋아할 만한 것을 골라야 했다. 시간이 더 흐르면 달과 지구 사이를 쉽게 다닐 수 있으리라고 여겼다. 실제 그렇게 되었다. 지금 달은 관광지에 가깝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달로 올 때도 종이책을 보는 사람이 얼마 없었는데 이제는 더 없다. 그래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함께 꾸린 달마을은 사라지지 않았다. 책방 이름은 달마을이다. 달에 있어서 달마을이라 지었다.

 

아버지는 이십대에 잠시 지구에 간 적도 있지만 어머니와 만나고 달로 돌아와 책방을 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할아버지와 부모님이 함께 책방을 꾸렸다. 할머니는 내가 태어나기 한 해 전에 세상을 떠나고, 할아버지는 내가 스무 살이 됐을 때 세상을 떠났다. 할아버지는 나한테 많은 미스터리 소설을 가르쳐주었다. 책방은 내 놀이터였다. 친구가 없어도 책이 있어서 쓸쓸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미스터리 소설에 둘러 싸여 지내다보니, 자연스럽게 난 무엇보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게 되고 그것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난 아직 소설가는 되지 못했지만 부모님을 도우면서 책방에서 소설을 조금씩 쓴다. 손님이 아주 가끔 와서 책을 보거나 글 쓸 시간은 많다.

 

내일이 성탄절인데 달은 지구만큼 성탄절에 바쁘지 않다. 지구 어느 나라나 성탄절을 뜻있게 보내는 건 아니지만, 부모님은 늘 성탄절과 새해를 지구에서 맞았다. 지금 책방에는 나 혼자다. 난 지금까지 진짜 눈을 본 적이 없다. 달에도 비나 눈이 내리지만 그건 기계로 만들어 낸 거다. 달에도 낮과 밤이 있다. 난 밤이 더 좋다. 밤에는 파란 지구가 무척 아름답게 보인다. 어두운 밤에 파란 지구를 바라보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 지구가 그리운 걸까.

 

새벽 영시가 지났다. 책방 문을 닫고 집에 들어가도 되지만 책방에서 밤을 새우는 것도 멋질 것 같아서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내가 깜박 존 사이에 성탄절이 찾아왔다. 난 잠을 깨려고 창가로 가서 지구를 바라보았다. 그때 지구 쪽으로 무엇인가 힘차게 달려갔다. 그건 순록이 끄는 썰매였다. 내가 어릴 때 부모님은 성탄절이 다가오면 나한테 산타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면서 선물을 주곤 했는데. 정말 산타가 있다니. 산타가 모는 썰매를 둘러싼 하얀 알갱이가 눈이라는 건 바로 알아보았다.

 

지구로 달리던 썰매가 갑자기 멈추고 산타가 뒤돌아보았다. 보일 리 없는 산타 얼굴이 보였다. 산타는 활짝 웃는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 또 다른 꿈은 산타가 되는 거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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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6-12-25 1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의 창작글이지요. 그림만 그리시면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그림책 한권 내셔도 좋을것 같아요~

희선 2016-12-28 00:22   좋아요 1 | URL
오랜만에 썼습니다 좀더 재미있게 쓰고 싶었지만... 그래도 쓰는 저는 재미있었습니다 저만 재미있으면 안 될 것 같기도 하지만... 고맙습니다


희선

맥거핀 2016-12-26 0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에 보슬비님 말씀대로 진짜 그림책으로 만들어도 좋을 이야기입니다. 읽고 생긋생긋 웃었어요. 이제 사실 산타는 믿지 않지만, 산타를 믿고 싶은 새벽입니다.

희선 2016-12-28 00:27   좋아요 0 | URL
제가 그림을 잘 그리면 좋을 텐데... 그림은 잘 못 그려도 혼자 상상은 했군요 맥거핀 님이 생긋생긋 웃었다니, 기분 좋네요 누군가를 웃게 만들었다니... 산타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죠 동화에 나오는 산타와는 달라도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 있잖아요


희선

2016-12-28 0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9 0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츠메 우인장 21

미도리카와 유키

白泉社  2016년 10월 05일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 배경이 되는 곳에 가 보는 사람도 있겠지. 난 가 보고 싶은 곳이나 기억에 남는 곳은 없지만. 그것을 봤을 때는 조금 생각해도 그게 오래 가지 않는다. 그것도 있지만 실제 가 보면 달라 보일 것 같아서다. 좋다고 해도 그걸 꼭 가져야 하는 건 아니기도 하다. <나츠메 우인장>을 보다가 이런 곳 정말 있을까 했는데 이제야 어딘지 알았다. 일본 구마모토 현 히토요시 시다. 실제 있는 곳이었다니 신기하다. 어쩌다 봤는지 어떤 그림이었는지 생각나지 않는데, 지난 사월에 구마모토 현에서 지진이 일어나고 우연히 ‘나츠메 우인장’ 그림을 봤다. 스치듯 보고 구마모토랑 ‘나츠메 우인장’이 무슨 상관일까 했다. 21권 보기 전날 영상을 보았다. 구마모토 현 히토요시 시를 돌아봤다는. 다는 아니고 조금만 보았다. 그것을 보고 그렇구나 했다. 예전에 이 책 작가 미도리카와 유키가 자신이 사는 곳을 둘러보고 그린다는 말 보았다. 그곳이 구마모토였다니. 만화라고 해도 모두 상상하는 건 아니겠다. 공간 배경은 실제 있는 곳을 그리기도 하겠다. 그것을 아주 모르지는 않았구나. 구마모토 하면 소세키가 쓴 《산시로》가 떠오르는데 이제는 <나츠메 우인장>도 떠오르겠다. 나츠메라 한 건 소세키 때문일까.

 

한동안 나츠메 할머니 레이코가 만든 우인장에 있는 요괴 이름을 돌려주는 일을 했는데 요새는 그 모습이 자주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 한번 나왔다. 나츠메가 요괴 이름을 돌려주기는 하지만 요괴를 도와주기도 한다. 야옹 선생이 집을 나가고 며칠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조금 걱정된 나츠메가 찾으러 나왔다. 나츠메가 걱정할 만큼 야옹 선생이 힘이 없지는 않은데. 나츠메는 숲에서 두목 요괴를 깨우려 하는 여든아홉번째 부하 요괴 미츠미를 만났다. 두목 간테츠는 악귀를 물리치는 일을 하고 잠들고는 했다. 한번 잠들면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간테츠는 자신을 깨울 요괴를 정하고, 그 일을 해 내면 상으로 맛있는 술을 주었다. 그 소문을 들은 요괴들이 그 일을 가로챘다. 지금까지 간테츠 깨우는 일을 제대로 한 부하는 없었다. 힘도 별로 없는 미츠미가 그 일을 맡았다. 간테츠는 미츠미가 그 일을 해 내리라 믿었다. 야옹 선생도 그 소문을 듣고 간테츠를 깨우려는 요괴를 찾고 있었다. 나츠메가 야옹 선생한테 미츠미 이야기를 하려 했는데 야옹 선생은 다른 곳으로 갔다. 다른 요괴뿐 아니라 야옹 선생도 술을 노리다니. 야옹 선생은 술 좋아하는 아저씨처럼 나온다. 나츠메가 미츠미와 함께 있어서였는지 야옹 선생이 악귀를 물리쳐준 덕분인지 미츠미는 간테츠를 깨웠다. 힘없고 잘하는 게 없는 사람이라도 마음을 다해 하면 된다, 같구나. 나츠메는 미츠미와 땅밑에서 멋진 것을 보고는 그것을 야옹 선생과 보고 싶다 생각했다. 나중에 함께 보러 갔을까.

 

지금까지 나츠메가 친구집에 가는 건 못 봤는데, 아니 타누마나 타키 할아버지 집에는 갔구나. 타누마와 타키는 나츠메가 요괴를 볼 수 있다는 걸 안다. 나츠메 친구에는 그것을 모르는 기타모토와 니시히로도 있다. 오랜만에 나츠메가 기타모토네 집에 간다니 처음이 아니었던가 보다. 나츠메는 기타모토네 집에 가다가 헌책방에 들렀다. 기타모토가 오랜만에 문이 열렸다면서 들어가 보자고 했다. 오래된 것이 많은 곳에는 요괴가 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나츠메는 나중에 기타모토가 책 속에서 낙서가 된 종이를 봤다는 걸 알았다. 그건 악귀가 저주를 걸어둔 종이였다. 나츠메는 그것을 한장 봤지만 기타모토는 여러 장 봐서 몸이 좋지 않았다. 악귀가 조금씩 힘을 빼앗아갔다. 나츠메는 그 악귀를 찾으려 했다. 헌책방을 지키는 요괴 카에다와 함께. 기타모토도 카에다를 만났다. 헌책방 안이어서 보통 사람도 카에다를 볼 수 있었다. 기타모토는 어렸을 때 아버지와 헌책방에 왔다. 그때 아버지가 보고 좋아한 책을 찾아서 아버지한테 드리려고 했다. 기타모토 아버지는 큰병에 걸렸나 보다. 이런 건 거의 나오지 않았는데. 나츠메는 기타모토한테 안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나츠메가 악귀를 잡고 카에다가 책에 가두었다. 카에다는 힘이 빠지고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나츠메한테 책 속에서 잔다고 하고는 사라졌다. 자기 할 일이 끝나면 그렇게 되는구나. 카에다는 관심없다 하면서도 기타모토가 준 책을 조금 읽었다.

 

예전에는 검정 야옹 선생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작은 야옹 선생이 나왔다. 그건 나츠메가 점토로 만들었다. 이름을 돌려받은 요괴가 고맙다고 나츠메한테 삼백년 된 벚나무가 낙뢰를 맞고 탄 재를 주었다. 그것을 넣고 찾잔이나 술잔을 만들면 벚꽃냄새가 난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타누마가 나츠메한테 점토를 주었다. 나츠메는 못생긴 술병 같은 걸 만들고 작은 야옹 선생을 만들었다. 다른 요괴가 들어오다가 벚나무재가 든 병을 창문 밖으로 떨어뜨렸다. 다음 날 작은 야옹 선생이 보이지 않았다. 벚나무재에 무언가 있었던 건가 했는데 지나가던 요괴 혼이 그 안에 들어간 거였다. 요괴지만 전에는 움직이지 못했다. 나츠메는 힘이 있어선지 나츠메가 만드는 것에 요괴가 들어갈 수 있다. 그런 힘 정말 있을까. 작은 야옹 선생은 쥐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나츠메 앞에 나타나서는 나무 밥그릇을 달라고 했다. 본래 몸으로 돌아간다면서. 그런 식으로 요괴를 만나기도 하는구나. 나츠메와 야옹 선생은 작은 야옹 선생을 따라가다 악귀와 만났다. 그것을 작은 야옹 선생이 물리쳤다. 악귀가 하나 더 있어서 작은 야옹 선생은 그쪽으로 갔다. 악귀한테 잡힌 작은 야옹 선생을 나츠메와 야옹 선생이 구하고 악귀를 쫓아냈다. 사람한테 해를 끼치려는 요괴도 있지만 그것을 쫓아내려는 요괴도 있구나. 작은 야옹 선생은 나무 밥그릇을 물에 띄우고 배처럼 타고 떠났다. 작은 야옹 선생이 악귀를 물리치려 한 건 본래 불상조각이어서일지도. 작은 야옹 선생은 신사에 장식품(새)으로 있었을 때 만난 사람이나 멈춰버린 괘종시계를 그리워하기도 했다. 그것도 어떤 연 같은 것일지도.

 

 

 

 

 

이것을 보면 감정이 크게 흔들리지 않지만,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이 오랫동안 이는 것 같기도 하다. 늘 그랬는데 왜 이번에는 예전과 다르다 생각한 건지 모르겠다(이 말 한 적 있을지도). 마지막은 나토리가 고등학생 때 첫번째 식 우리히메를 만나는 이야기다. 그때는 마토바가 눈을 가리지 않았구나(전에도 한번 봤는데). 나츠메는 어렸을 때는 요괴 때문에 힘들었지만 지금 사는 곳에 오고 야옹 선생이나 여러 요괴를 만나고 도움을 주고받았다. 나토리는 혼자 요괴를 알아봐야 했다. 나토리 집안은 요괴를 물리치는 일을 해서 자료가 있었다. 나토리는 학교에서 친구한테 나쁜 짓을 하려는 요괴를 쫓아내고는 그 요괴한테 힘을 빼앗기게 되었다. 마토바는 자신이 얻는 게 있어서 요괴한테 힘을 빼앗기게 된 나토리를 도왔다. 마토바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을지도. 그때 나토리는 요괴라고 해도 다 없애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 나토리는 지금 나츠메와 비슷하기도 하다. 우리히메가 나토리를 도와주면 자신을 없애달라고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나토리는 우리히메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자기 식이 되어 여러 가지를 가르쳐달라고 했다. 다른 식도 그렇게 만났을까. 히이라기는 나토리가 어렸을 때 만난 요괴였다.

 

이번에는 어쩐지 악귀 물리치기 같구나. 요괴가 사람과 다르다 해도 요괴가 더 정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요괴는 오래전에 한번 만난 사람을 잊지 않기도 한다. 현실에는 그런 사람도 있겠지. 별거 아닌 도움을 받고 그것을 잊지 않는 사람. 많은 사람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을 소중하게 여기면 더 좋은 세상이 될 텐데. 쉽게 볼 수 없다 해도 어딘가에는 그런 사람 있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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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6-12-25 13: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본어 원서를 읽으신다니 부러워요~~ 원서로 읽으면 만화가 더 재미있을것 같아요.

희선 2016-12-28 00:17   좋아요 2 | URL
만화를 많이 본 건 아니지만, 한국말로 볼 때보다 기억에 많이 남아요 천천히 읽어서 그렇군요


희선
 

 

 

  별이 빛나는 밤   星空 The Starry Starry Night (2009)

  지미 리아오   김지선 옮김

  씨네21북스  2012년 04월 10일

 

 

 

 

 

 

 

 

 

 

 

 

 

 

 

어둠이 내린 뒤 하늘을 올려다 보아도 별은 잘 보이지 않는다. 작지만 내가 사는 곳도 도시다. 지금보다 옛날에는 달이나 별을 보기도 했는데 지금은 별빛이 희미하다. 아주 보이지 않는 건 아니다. 산골이나 사막에서는 별이 쏟아질 것처럼 보인다는데 그런 건 평생 못 몰지도 모르겠다. 밤을 밝히는 빛 때문에 밤에도 이것저것 할 수 있지만, 그 빛 때문에 우리는 밤빛을 잃었다. 아쉬운 일이다. 잘 보이지 않아도 밤이면 여전히 하늘을 보는 사람도 있겠지. 아마추어 천문학자. 자주는 아닐지라도 가끔 도시 불을 끄면 얼마나 좋을까. 어려운 일이겠다. 이 세상에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그런 일이 일어나는 일은 없을 거다. 나도 밤에 하늘을 보는 건 아니구나. 예전에는 가끔 보기도 했는데 지금은 더 안 본다. 밤하늘을 보면 지구와 우주가 가까이 있다는 느낌이 들 것 같다. 넓고 끝없는 우주. 별바다를 헤엄치는 건 무엇일까.

 

어렸을 때 그림책을 자주 봤다면 좋았을 텐데 싶다. 그림책뿐 아니라 다른 책도 거의 안 봤다. 어린이가 보는 그림책을 나이를 먹고도 즐겨보는 사람 있겠지. 그런 건 더 오래 보아야 할 것 같다, 이야기보다. 아직 난 그렇게 못한다. 한번이 아니고 두세 번 보는 걸로 대신할 수밖에 없다. 책을 보게 됐을 때도 그림책은 별로 못 보았다. 이 책 《별이 빛나는 밤》은 어른이 읽기를 바라고 그린 걸까. 지미 리아오는 그런 책을 그렸나 보다. 이 책에는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지 못한 어린이한테 바친다’는 말이 있다. 어린이만 세상과 소통할 방법을 모르는 건 아니기도 하다. 나이를 먹어도 그건 쉽지 않다. 나이를 먹으면 그냥 살지 할 테지만, 어린이는 방법을 알면 그렇게 할지도. 세상을 보고 여러 가지로 생각한다면 세상과 소통하기 어렵지 않겠지. 사람이 아닌 자연이면 어떤가. 곁에 누군가 있어야 덜 쓸쓸한 건 아니다. 혼자여도 세상을 받아들이면 덜 쓸쓸하겠지.

 

비 오면 비를

눈 오면 눈을

바람 불면 바람을 느끼자.

 

여기에 나오는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는 초등학생인지 중학생인지 잘 모르겠다. 초등학생 같기도 하고 중학생 같기도 하다. 여자아이는 여섯살까지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았다. 할머니 할아버지 집은 산 속에 있었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여자아이는 엄마 아빠와 살게 된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 때는 엄마 아빠가 그리웠는데, 가까이에 있어도 먼 느낌이다. 엄마 아빠 모두 바빴다. 여자아이는 학교에서 괴롭힘 당하기도 했다. 옆집 할머니 집에 방을 얻고 사는 남자아이는 여자아이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남자아이는 말이 없고 거의 혼자 지냈다. 여자아이는 그런 남자아이를 괜찮게 여겼다. 남자아이가 옆반 남자아이들한테 둘러싸인 모습을 보고 여자아이가 도와준다. 여자아이 머릿속에서 여자아이는 뿔이 나고 커다란 빨간 공룡이 되어 아이들을 혼냈는데, 현실은 그것과 달랐다. 둘 다 크게 다쳤다. 그 뒤 둘은 친하게 지낸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둘 다 쓸쓸하게 보이지만 남자아이는 혼자여도 많이 괜찮아 보인다. 그건 왤까. 혼자여도 자신이 좋아하는 게 있어설지도. 남자아이는 물고기를 좋아하고 고래를 좋아했다. 남자아이가 떠나기 전에, 남자아이는 여자아이와 여자아이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함께 간다. 할아버지도 세상을 떠나서 이젠 빈 집이지만. 둘은 호수에 조각배를 띄워 밤하늘을 보기도 한다. 둘이 도시를 떠나 산 속에 가는 그림이 여러 장 나온다. 그 그림 멋지다. 다른 그림도 그렇구나. 여자아이는 남자아이를 만나기 전에는 쓸쓸하면 공상을 했다. 그게 나쁜 건 아닐 것 같지만, 그건 금세 사라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남자아이가 떠나고 여자아이는 더는 공상하지 않았다. 자신이 만든 세계에서 나와 세상을 마주하게 된 거겠지.

 

짧을지라도 오래오래 남는 일도 있겠다. 살면서 그런 순간을 만나면 좋을 텐데. 언젠가 그런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르니 놓치지 않게 잘 보아야겠다.

 

 

 

희선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1889

(시간이 흐른 뒤 여자아이가 미술관에서 보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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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12-23 0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도 넘 예쁘고, 글도( 희선님 글) 예쁘네요!

희선 2016-12-24 13:51   좋아요 1 | URL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책으로 보면 그림 더 좋아요
이건 당연한 말이군요


희선

[그장소] 2016-12-24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달마다 나오지 않고 두달에 한번이어서 보기에 좀 낫겠다고 생각했지만, 두달이 금세 가 버린다. 난 이게 나온 달 보기보다 그 달이 지나고 볼 때가 더 많아서, 한달도 지나지 않고 다음 것이 나온다. 샀을 때 바로 보면 좋겠지만 그게 좀 어렵다. 이번 악스트 보기 전에 다른 것을 먼저 볼까 하고 그 책을 조금 넘겨보다 다시 마음을 돌렸다. 또 미루면 이달이 가기 전에 못 볼 것 같아서. 이 말 언젠가 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예전에 <PAPER>를 사고는 늘 다 못 보았다. 마음먹고 봐도 하루나 이틀밖에 못 보고. 그것도 지난해부턴가는 두달에 한번 나온다는 걸 알았다. 난 이제 <PAPER>를 만나지 않게 됐지만, 아직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 많겠지. <PAPER>가 쉽게 없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나오기를 바란다면 사서 봐야 할 텐데. 안 본다 해도 그게 없어지면 아쉬울 것 같다. 그것을 어떤 마음이라 하면 좋을지. 오래전에 좋아하던 게 여전히 있으면 기쁜 마음일까. <악스트>는 언제까지 볼까. 이번 것을 봤지만 다음 것은 어떨지. 벌써 이런 생각을 하다니. 꼭 써야 하는 건 아니지만 쓰는 게 좀 힘들다. 그냥 책을 읽는 게 아니고 쓰려고 책을 보는 것 같다.

 

지난 다섯번째부터 조금 바뀌었는데, 올해 마지막에 또 조금 바뀌었다. 소설가 한사람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는 건 그대로지만 ‘아무개記’ 라는 것은 없어졌다. 이것도 소설가를 짧게 만나는 것에 가까웠는데 이번에는 없었다. 그대신 다른 게 생겼다. 지난번에는 다른 나라 소설만 주제를 정했는데, 이번에는 한국소설까지 넓혔다. 이번에 정한 열쇠말(keyword)은 ‘1인칭’이다. ‘1인칭’을 주제로 쓰는 소설 있을까. 아주 없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내가 만나 본 소설보다 아직 만나지 못한 소설이 더 많다. 소설을 말하는 소설도 있을 거다. 그런 것도 써 봐야 알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무언가를 다른 말로 나타내는 거 잘 못한다. 소설가는 그것을 먼저 생각하고 쓸지, 그것을 읽은 사람이 짐작하는 것일지. 둘 다겠다. 소설가 자신도 모르는 걸 다른 사람이 찾아낼 수도 있다. 자신이 쓴 글을 보고도 ‘이런 뜻이’ 하는 것을 찾아내기도 한다. 그것을 다른 사람도 알면 좋겠다 하지만. ‘1인칭’ 주제가 담긴 소설보다 소설을 보고 ‘1인칭’을 생각하는 거구나.

 

이승우는 아직 쓰지 않은 소설을 읽는 사람은 없다고 하고, 책을 읽는 사람을 생각하고 쓴다는 말은 맞지 않다고 했다. 난 이 말을 봤을 때 글을 쓰는 사람이 그 글을 첫번째로 읽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이 말을 이승우는 끝에서 한다. 어떤 소설가는 자신이 읽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도 하지 않는가. 소설가 자신이 쓰는 사람이면서 첫번째로 그것을 읽는 사람이다. 이게 같은 게 아니기도 하겠지. 한사람이 두 가지로 나뉘는 거구나. 재미있는 일이다. 자신이 쓴 글을 자신이 가장 좋아하기도 한다. 자신이 쓴 것을 읽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이 마음도 알겠다. 나도 가끔, 아니 자주 엄청 못 썼다는 생각이 들면 타이핑 하고 한번만 읽어본다. 한번만 보면 오타가 있기도 하지만, 그건 두번 읽어봐도 있다. 가끔 스치듯 오타를 찾아내면 ‘빨리 고쳐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 그건 왜 잘 보이지 않기도 할까. 눈을 크게 뜨고 봐도 지나치기도 한다니. 썼을 때는 별로다 생각하는 것은 시간이 지나고 보면 썼을 때하고 조금 다른 느낌이 든다. 반대로 썼을 때 괜찮다 여긴 건 나중에 ‘왜 이렇게 썼지’ 하기도 한다. 잘썼든 못썼든 자신이 쓴 글을 아주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

 

 

    

 

 

 

이번에 악스트에서 만난 소설가는 윤대녕이다. 윤대녕 소설을 한권도 만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오래전에 봐서 거의 잊어버렸다. 그때는 그냥 읽기만 해서, 읽고 나서 뭐지 했을 거다. 내가 읽은 소설 제목에 ‘사슴벌레’가 들어가는데, 작가 소개에는 이 책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윤대녕이 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그 소설 제목은 《사슴벌레 여자》다. 《사슴벌레 소년의 사랑》(이재민)과 헷갈린 적도 있다. ‘사슴벌레’가 들어가는 소설 제목 더 있을까. 윤대녕 소설 더 봤을지도 모르겠지만 생각나지 않는다. 예전에 나온 산문집도 본 것 같고. 지난해에는 확실히 산문집 만났다. 윤대녕이 한 말에서 체력이 좋지 않아 운동하고 글을 쓴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그것을 보고 난 몸보다 마음이 약하구나 했다. 난 오랫동안 책 읽을 수 있다. 오랫동안 글을 써 본 적은 없구나. 아니 예전에 한두 번, 꼭 써야 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냥 쓰고 싶어서 썼다. 그걸 쓰는 데 시간은 좀 걸렸지만 길이는 얼마 되지 않았다. 한번쯤 며칠에 걸쳐서 긴 글을 써 보고 싶기도 한데 마음뿐이다. 한번에 다 써 버리려 해서 짧은 거겠지. 난 어떤 목표가 없다. 소설가가 된 사람에는 이게 아니면 안 된다 하고 이것에 매달려 쓴 사람이 많다. 윤대녕도 소설을 오래 쓰려고 소설가로 인정받으려는 것을 먼저 썼다고 한다. 절실함이 있어야 한다는데 그게 없구나.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보상받는다는 말 맞다고 생각한다.

 

가끔 소설을 보다보면 인칭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시간이 좀 흐른 뒤에 이 소설 3인칭이지 한다. 3인칭이어도 1인칭인 것 같을 때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1인칭에도 3인칭이 들어있기도 하다. 1인칭은 제한이 있지만 말을 하는 사람을 좀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1인칭이라 해도 자신이 보고 듣는 것을 말하는 것도 있다. 김보경은 《박사가 사랑한 수식》(오가와 요코)을 읽고 ‘나’가 ‘우리’가 된다고 말했다. 언젠가 ‘1인칭으로 써라’ 하는 말을 들었는데, 소설은 그때그때 다를 거다. 1인칭이 나을 때도 있고 3인칭이 나을 때도 있겠지. 가끔 2인칭도 쓰겠다. 2인칭은 별로 못 본 것 같기도 한데, 그것보다 2인칭을 확실히 모르는 것일지도. 소설 볼 때 인칭 같은 거 많이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는 이것도 생각하고 봐야겠다. 왜 그렇게 썼을까 생각해보면 재미있겠다.

 

올해(2016)도 얼마 남지 않았다. 소설은 앞을 보기도 하지만, 뒤를 볼 때가 많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 생각하지 않고 뒤도 돌아봐야겠지. 갑자기 그걸 하기는 어렵겠지만 소설을 보면 조금은 생각한다. 그 안에 담긴 걸 다 알기는 어려워도 소설에 나오는 어떤 말이나 일 때문에 자신을 돌아본다. 자신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이런저런 사람을 보는 것도 괜찮다. 현실과 아주 똑같지 않다 해도 소설을 만나는 일은 경험을 쌓는 것과 같다.

 

 

 

 

 

 

 

달과 나무

 

 

 

아주 작았던 달은 하루하루 갈수록 커졌습니다. 이젠 보름달이 되어 세상을 밝게 비추고 있습니다. 밤에 보는 세상은 아름답지만 달빛을 제대로 느끼기에는 밝습니다. 그래도 달은 늘 빛을 땅으로 보냈습니다. 달빛만이 밤을 밝혀주는 곳도 있기 때문입니다.

 

보름달이 된 달은 더 많은 빛을 세상에 보내며 여기저기 둘러보았습니다. 그런데 어딘가에서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달은 누가 슬프게 우는지 살펴봤습니다. 곧 달밑에 있는 나무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달은 누군가와 말해본 적이 없습니다. 달빛만 세상에 보내고 말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울고 있는 나무를 보니 말이 하고 싶어졌습니다. 달은 나무가 놀라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저……, 나무야.”

 

나무는 듣지 못했는지 자꾸 울었습니다. 그래서 달은 조금 크게 나무한테 말했습니다.

 

“나무야, 뭐가 그렇게 슬픈 거야?”

 

놀란 나무는 울음을 그쳤습니다.

 

“……누구시죠?”

 

“나는 니 위에 있는 달이란다.”

 

“달님, 말을 할 줄 아는군요.”

 

“솔직히 말하면 처음으로 하는 거야. 그런데 왜 울고 있었어?”

 

“외롭고 슬퍼서요.”

 

나무는 들판에 혼자 서 있고, 그다지 크지 않아서 나뭇가지도 적었습니다. 달은 그런 나무를 보고 생각했습니다.

 

“나무야, 지금은 외롭겠지만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많은 동무들이 너를 찾아올거야. 그러니 외로워하지마.”

 

“달님, 정말 그럴까요?”

 

“그럼. 울지말고 좋은생각을 하렴. 그러면 넌 많이 자랄 거야.”

 

“고마워요, 달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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