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나온 반달,

아니 눈썹달

 

20170202

 

 

 

 

 

 

 

  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

  김기택

  다산책방  2016년 09월 12일

 

 

 

 

 

 

 

 

 

 

 

 

 

봄엔 봄을,

여름엔 여름을,

가을엔 가을을,

겨울엔 겨울을,

제대로 느낀다면

삶이 더 넉넉해지겠지

 

 

 

잿빛 겨울이라 해도 하얀 눈이 오면 좋아. 나이를 먹고 일을 하면 눈이 오는 걸 싫어하기도 하더군. 걷는 사람보다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난 걸어다녀서 눈이 오면 눈 맞고 다니기도 했는데, 지난 겨울에 눈이 많이 오고 집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나고는 눈이 많이 오지 않기를 바라게 됐어. 비는 본래 좋아하지 않았지만 눈까지 싫어하면 안 될 텐데. 봄을 먼저 말하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겨울을 먼저 말했네. 별것 없는 겨울이야기. 예전에는 십이월이 오고 성탄절이 오면 들뜨기도 했는데 언젠가부터 그 설렘을 느끼지 않게 됐어. 어쩐지 조금 슬프군. 그래도 십이월이 오면 꼭 하는 게 있어. 친구한테 성탄절 잘 보내라는 말을 적은 엽서를 보내는 거야. 그걸 받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기뻐하면 좋겠어. 겨울이라 해도 늘 추운 건 아니야. 삼한사온은 사라진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날씨가 이상해지는 것 같기도 해. 이걸 좀더 늦추도록 애써야 할 텐데. 세상이 빨리 돌아가는 것처럼 지구 환경이 나빠지는 속도도 빨라진 것 같아. 언젠가는 한국이 사철이 뚜렷한 곳이 아닌 여름과 겨울만 있는 곳이라는 말이 책에 실릴지도 모르겠어. 아직 짧게라도 봄과 가을이 있지만.

 

사람이 지내기에 좋은 때가 봄과 가을이잖아. 그런 때가 사라지면 무척 아쉬울 거야. 사는 일에 바쁜 사람이 꽃이 피고 지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할까. 그럴 것 같군. 학교 다니는 아이도 그럴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아침 일찍 학교에 갔다 늦은 밤에 집에 돌아올 테니까. 학교에서라도 가끔 창 밖을 바라보면 좀 나을까. 내가 고등학생일 때는 날씨가 좋은 날 창 밖을 보고는 나중에 학교를 마치면 봄에는 바깥에 다녀야겠다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런 때가 왔을 때는 게을러서 그러지 못했어. 날씨 좋은 날 밖에 나간다고 좋은 일은 없어서 그랬지. 해마다 똑같지는 않았어. 어느 때는 봄이 왔구나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다니기도 하고 어느 때는 별 느낌없이 봄이구나 했어. 별로 바쁜 일이 없어도 모든 걸 잘 느끼지 못하기도 해. 바쁜 사람만 봄에 꽃이 피고 지는 걸 모르고 지나가는 건 아니야.

 

잠시 시는 사람한테 어떤 일을 할까 생각해봤어. 난 왜 시를 볼까, 하는 생각을 먼저 해야 할까. 별난 일이 있었던 적은 없어. 그저 시를 보다보니 괜찮았던 것 같아. 알고 보기보다는 그냥 느낌이 좋았어. 그 느낌은 결국 자기 자신 것이겠지. 시인이 느끼고 쓴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아닐 거야. 시는 꽉 찬 삶에 틈을 만들어주지 않을까. 나는 꽉 차게 살지 않지만. 시를 보고 평소에 하지 않던 생각을 하는 여유 좋잖아. 난 가끔 기분이 가라앉고 안 좋기도 해. 가끔이 아니고 자주 그러던가. 김기택은 시 읽고 쓰기가 우는 방법에서 하나래. 어릴 때는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고 울고 싶으면 울고 웃고 싶으면 웃었겠지. 나이를 먹고나면 편하게 울지 못하기도 해. 웃는 횟수도 많이 줄어들고. 우는 게 나쁜 건 아닌데. 사람은 웃기뿐 아니라 울기도 해야 해. 울어서 자기 안에 쌓인 감정의 찌꺼기를 바깥으로 내보내야지. 그걸 시 읽고 쓰기로 하면 멋지겠네. 더운 여름이라고 시를 보기 어려운 건 아니야. 여름은 여름만의 맛이 있지. 무더운 날 부는 시원한 바람 느껴본 적 있어. 그건 참 짧지만 기분은 아주 좋아. 시가 시원한 바람이 되기도 하겠어.

 

겨울에도 시리고 파란하늘을 볼 수 있지만, 파랗고 높은 하늘은 가을에 만날 수 있지. 가끔은 구름이 멋진 그림이 되기도 하고. 여름 하늘에서 만나는 뭉게구름도 좋아. 구름으로 하늘에 그림을 그리는 건 바람일까. 공기 안에 물기가 엉기어 물방울이 되거나 어는 게 구름이라지. 구름은 폭신폭신하고 따스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차갑겠어. 그걸 만질 수도 없고. 구름과 안개는 어쩐지 덧없군. 그런 게 아름다운 거겠지. 세상에는 그런 게 참 많아. 시인은 그런 것을 잘 보고 시로 적겠지. 김기택은 시가 나와서 받아적었다는 말을 하더군. 그런 경험 부러워. 난 아주 조금만 생각나거나 쓰고 싶기도 해.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지도 않고, 생각나면 쓸 때도 있지만 잊어버릴 때도 많아. 그것을 잘 잡아두어야 할 텐데. 시를 자주 만나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해. 하루에 한편 만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아니 한주에 한편이 더 낫겠어. 시를 보고 거기에 나온 것을 상상해 보면 재미있겠어. 나도 잘 못하는 건데 이런 말을 했군. 시 한편을 오래 본 일은 한번도 없어. 처음 봤을 때 마음에 들면 좋구나 하고, 잘 모르는 건 그냥 넘어가. 앞으로는 시를 좀더 잘 만나려고 해야겠어. 시는 자신을 만나는 사람이 자기를 잘 알든 모르든 상관하지 않을 것 같아. 그저 한번이라도 자신을 바라보면 좋아하지 않을까.

 

 

 

 

 

시랑 친구 되기

 

 

 

시랑 친구가 되고 싶으세요

그건 아주 쉬워요

책장에서 시집 한권을 꺼내 펼쳐보세요

시집이 없다면 밖으로 나가 세상을 보세요

시는 언제나 그곳에서 당신이 찾아오길 기다립니다

 

 

 

희선

 

 

 

 

☆―

 

좋은 시는 아무 때나 아무 데서나 한껏 울게 해주면서도 하나도 울지 않고 평온하게 독백을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해준다. 얼굴과 입은 울지 않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는 세차게 우는 형식이라고 할까.  (26쪽)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그장소] 2017-02-24 02: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예뻐요!^^ 낮달 ㅡ

희선 2017-02-27 02:15   좋아요 1 | URL
며칠 지나면 비슷한 달을 볼 수 있겠네요 밝을 때 보일지 그건 모르겠지만... 초저녁에 만나는 것도 괜찮죠


희선

[그장소] 2017-02-27 06:59   좋아요 2 | URL
음 .. 초저녁 달도 낮달도 다른 색으로 투명한 느낌이죠~^^ 아 ..달은 그대로인채 주변의 바탕 색이 그저 변화하는 걸까 요? ㅎㅎ 달 구경하러 밤 마실 또 해야겠어요.

AgalmA 2017-03-12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떤 영감에서 누군가는 시를 쓰고,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누군가는 이론을 세우고, 누군가는 가사나 음악을 만들죠. 시인은 하늘이 만들어준다는 표현도 있듯이 시는 좀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 같은데, 다른 능력과 달리 언어적인 능력은 다들 갖고 있기 때문에 같은 언어를 쓰는데 시인은 어떻게?가 되는 것 같아요. 요즘 시에 관심을 특히 많이 두시는 듯^^?

희선 2017-03-15 01:56   좋아요 1 | URL
어떤 생각을 하고 바로 무언가를 하는 사람 부럽네요 그게 떠올랐을 때 놓치지 않아서 그렇겠습니다 늘 보는 거라 해도 잘 보면 다르게 보이기도 할 텐데... 저는 그런 일은 어쩌다 한번이네요 어떤 생각을 했다가 바로 잊어버리기도 하고... 어릴 때는 누구나 시인이었을지도 모를 텐데, 시간이 흐르고 달라지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러브 레플리카
윤이형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전에 윤이형 소설을 한권 만났습니다. 그것보다 이 책이 먼저 나온 거더군요. 먼저 본 책, 작가 이름을 보고 제가 아는 그 윤이형이 맞나 했습니다. 잘 아는 것도 아닌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번에 본 《졸업》과 이번에 만난 《러브 레플리카》를 쓴 사람은 같은 사람입니다. 가끔 이름이 같은 소설가도 있잖아요. 이름이 같아서 나중에 쓰는 사람이 이름을 바꿀 때도 있지만 그대로 쓰는 사람도 있지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말을 했네요. 한국 단편소설을 조금이라도 보자 생각하니 가끔 보기도 하는군요. 여전히 읽기 전에 ‘이 책을 잘 볼 수 있을까’ 합니다. 이 소설집에서 좀 알아들은 건 네 편쯤입니다. 마지막 이야기 <엘로>는 앞부분은 알겠지만 뒤는. 처음에는 다섯해 동안 함께 산 고양이가 죽고, 그 뒤 마르한은 집을 떠나 길에서 만난 여자아이와 집으로 함께 돌아옵니다. 잘 사나 했는데 마르한은 자기 안에 다시 의심이 생겼다고 말해요. 이제 시작인데 마지막 <엘로>를 처음에 말했군요. 엘로는 사람 몸 안에 생기는 불운 덩어리면서 마르한과 만나고 아내가 된 여자아이 이름이기도 해요.

 

윤이형이 쓴 소설은 SF 같기도 합니다. 마지막에 실린 <엘로>는 마법이 있는 세계로 조금 다르군요. SF 같고 마법이 있는 곳이라 해도 우리가 사는 현실과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엘로>에서 마르한은 마법사로 대단한 일을 하기보다 다른 사람이 가진 아주 조금의 불운을 없애주었는데, 고양이 흰둥이가 죽고 자신이 흑마법을 쓰는 건 아닌가 의심을 하고 길을 떠나요. 마르한이 마법을 익힌 책을 쓴 사람을 만나려고. 마법은 힘을 들이지 않고 얻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여기에서 좋은 것을 바라면 여기 있던 안 좋은 게 다른 곳으로 가는 건 아닐지. 좋은 마법이라 할지라도 어딘가에는 나쁜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죠. 이건 만화영화 <강철의 연금술사>에서 본 것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나중에 나온 건 좀 달랐는데, 먼저 본 것에는 연금술을 쓰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해요. 마법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누군가한테 도움을 주려고 한 것이라 해도.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닐지 몰라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엘로가 불운 덩어리라고 하지만, 꼭 없애야 하는 것일지. 그게 조금이라도 있는 게 괜찮은 것일지도.

 

SF 같지 않은 게 하나 더 있습니다. <러브 레플리카>예요. 제목은 어쩐지 SF 같은데. 이름이 제목인 게 여러 편 있습니다. <대니> <루카> <핍> <엘로> 네 편입니다. 제가 가장 처음 본 윤이형 소설은 <루카>예요. 이건 동성애자가 나오지만 사랑이야기구나 하는 생각을 지지난해 했습니다. 여기에도 SF가 나와요. 루카가 쓴 시나리오에. 그렇다 해도 여전히 사랑이야기로 보입니다. 만나고 좋아하고 마음이 맞지 않아 헤어지는. 이번에는 루카가 죽었는지 죽지 않았는지 조금 헷갈렸습니다. 루카(본래 이름은 예성) 아버지는 루카가 게이라는 것을 알고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루카가 죽었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지지난해에는 이 말을 놓친 것 같네요. 루카가 사귄 딸기가 “너는 그곳에서 평안하니. (<루카>에서, 150쪽)” 하고 묻는 말을 보면 죽은 것 같네요. 아버지가 생각한 일이 그대로 일어난 것일지도. 아버지는 루카가 세상에 없어서, 그제서야 루카가 어땠는지 알고 싶었던 거겠지요.

 

맨 앞에 실린 <대니>는 마음이 조금 아린 이야기예요. 사람은 나이를 먹어도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니는 사람이 아닌 안드로이드 베이비시터지만. 자기 이름을 알아주고 이야기를 나누면 그것만으로도 좋아할 수 있지요. 세상 사람은 그것을 안 좋게 보겠지만. 언젠가 본 소설 《해롤드와 모드》(콜린 히긴스, 저는 ‘19 그리고 80’ 으로 만났습니다)가 생각났어요. <핍>은 처음에는 무슨 이야긴가 했습니다. 한참을 본 다음에 어른이 사라지고 아이들만 남은 세상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이야기 차례가 뒤섞이고 처음 일어난 일이 마지막에 나옵니다. 이 정도만 알아들었네요. 핍이 만나고 헤어진 얀도 있기는 한데. <쿤의 여행>은 독특합니다. 몇몇 사람은 자기 대신 자란 쿤한테 업혀 살고 어른이 되지 않았습니다. 쿤은 무엇을 상징하는 걸까요. 나이를 먹는다고 다 어른은 아닌 것 같아요. 단지 어린이가 있기에 나이를 먹으면 어른이라 하는 것일지도. 어른이 되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고, 어른이 되고 싶지 않지만 어른이 되는 사람도 있겠지요.

 

두번째에 실린 <굿바이>를 보니, 어렸을 때 본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가 생각났어요. 사실은 <은하철도 999> 어떤 내용인지 거의 생각나지 않습니다. 남자아이 철이(데쓰로)가 메텔과 기차 999를 타고 우주 곳곳을 다닌다는 것만 생각나요. 제가 그 만화영화를 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는데 꽤 어릴 때였나봐요. 한번 찾아보니 철이(데쓰로)가 기계몸을 얻으려고 기차 999를 타고 안드로메다에 가는 거더군요. 철이는 여러 별에서 기계몸을 가진 사람을 만나요. <굿바이>에는 기계몸으로 바꾼 사람이 화성에 가서 살다 실패하고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 게 나옵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게 엄마 배 속에 있는 아기예요. 아기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 것도 나오는데, 다행하게도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기계몸으로 바꾸고 화성으로 간 사람과 아기 마음은 같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의 목숨을 먹고 살지 않겠다는 게. 목숨 있는 것은 다른 것의 죽음을 먹고 살잖아요. 그렇게 돌고 도는 건데, 그것을 부정하기보다 고맙게 받아들이는 게 좋을 듯합니다.

 

과학이 발달하고 사람이 우주에 간다 해도 사람이 모두 즐겁게 사는 건 아니더군요. 돈이 없어 쪼들리는 사람은 여전히 있고, 아기 엄마가 그랬군요. 그래도 아기 엄마는 아기와 살아가리라고 봅니다.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고 누군가한테 도움이 되고 싶다 생각하지만 잘 안 되고. 잘되는 것보다 잘되지 않는 것이 많군요. 아쉽지만 그게 삶이기도 합니다. 삶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전 희망을 갖고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아주 작다 해도.

 

 

 

희선

 

 

 

 

☆―

 

우리는 다시 살고, 다시 죽고, 그러다 결국 없어지겠지만, 너를 만나서 나는 내가 사람이라는 걸 알았어. 이렇게 이상한 곳에 있지만, 우리는 누군가 합성해놓은 남의 회한 같은 게 아니야. 누구의 소망도, 변명도 아니야. 나는 얀이야. 우리 부모님이 낳아주신, 너를 만나 같이 살았던, 얀.  (<핍>에서, 231쪽)

 

 

“사람들은 모르는 사이에 많은 것을 주고받는답니다. 행운만큼 불운도 주고 또 받을 수밖에 없어요. 마법이 아니라도 말이지요.”  (<엘로>에서, 304쪽)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장소] 2017-02-23 01: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 이 리뷰가 궁금해서 저쪽에서 클릭을 했는데 블로그 문을 닫았(?) 다고 메세지가 자꾸..그래서 쓰시는 중인가? 혼자 그랬네요 . 읽은 단편도 많은데 , 엘로 랑 핍 ㅡ 궁금했네요!^^ 나지막한 목소리~( 희선님 목소리가 실제 그럴까 ?) 잘 듣고 가요!^^

희선 2017-02-24 01:05   좋아요 1 | URL
핍은 별로 못 썼군요 이건 차례가 왔다 갔다 하더군요 뒤에서 앞으로 가지 않고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해요 마지막은 앞이군요 읽고 시간이 좀 지나서 잘 생각나지 않는데, 어른이 사라진 곳에 남은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살면서 나이 많은 아이가 어른 노릇을 해요 아이들은 자신이 실제로 있는 게 아니다는 의심을 하는 것 같기도... 얀이 핍한테 남긴 말을 보면, 둘이 만난 일이 서로가 실제로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희선

[그장소] 2017-02-24 01:10   좋아요 1 | URL
아..친절한 희선님!^^
얀도 핍도 궁금 궁금!^^
아이들만 덩그러니...그런 세상 이라니!
 

 

 

    

 

 

 

이번 겨울은 덜 추운 것 같았는데, 눈이 오기도 하고 잠시 추위가 찾아오기도 했다. 덜 춥다 해도 겨울은 겨울이다. 덜 춥네 하고 옷을 가볍게 입고 다니면 감기 걸리기 쉽다. 감기는 면역력이 떨어지면 걸리지만, 사람 몸이 차가우면 면역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추울 때 옷을 여러 겹 껴입으면 감기에 덜 걸리겠지. 초봄에 이제 좀 따듯하구나 하고 옷을 가볍게 입을 때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사월초까지 추웠는데, 이렇게 말하니 옛날 사람 같구나. 사월초에 벚꽃이 핀 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이월이 오고 입춘이 지났다. 덜 추운 겨울이라 해도 지내기 어려운 사람도 많았을 거다. 난 손이 덜 시려서 좋았다. 책 읽고 쓰고 가끔 편지를 쓰지만. 손이 시리면 글씨 쓰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손이 아주 시리지 않은 건 아니다. 그저 볼펜을 쥐기에 힘들지 않았을 뿐이다. 봄은 아주 가까이에 다가왔다.

 

봄이 오고 햇살이 따스해지고 꽃이 피어도 여전히 마음은 겨울인 사람도 있겠다. 얼어버린 마음을 녹이는 건 쉽지 않겠지. 그런 것을 해주는 것에 소설이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구원은 신이 하는 게 아니기도 하다. 종교 때문에 구원받았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신을 믿어설까, 종교로 자기 마음을 달래설까. 내가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종교에서 말하는 건 자기 자신보다 남을 생각하라일 것 같다. 남을 도우면 자기 마음이 좋은 것처럼 말이다. 사랑과 용서도 말하겠다. 아니 사랑 하나를 크게 말할까, 사랑 안에 용서가 들어갈 것 같다. 소설을 말하다가 종교로 잠깐 빠졌다. 소설과 종교 아주 동떨어진 건 아닌 것 같지만, 내가 종교를 잘 모르니 이 정도만 말할까 한다. 그렇다고 내가 소설을 많이 아는 건 아니다. 그저 나한테는 소설이 종교보다 더 가까울 뿐이다. 소설과 종교 이야기를 한 사람 있을까. 갑자기 그게 알고 싶기도 하다니. 잠깐 생각하니 종교와 소설에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다. 이 말은 앞에서도 했구나.

 

난 우울할 때 책을 본다. 예전에는 잠을 잤는데, 지금은 책을 본다(잠 잘 때도 있다). 우울할 때만 보는 건 아니고 늘 보고 우울할 때도 본다. 우울할 때 책을 보면 우울함이 좀 사라진다. 그때 보는 게 소설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사람은 어느 때 소설을 볼까. 소설은 내가 좋아하는 거여서, 난 정해놓고 보는 일은 없다.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싶을 때 소설을 더 만나지 않을까 싶다. 소설을 잘못 고르면 소설에서 더 어두운 현실을 만나기도 한다. 그 소설 때문에 가라앉은 마음이 더 가라앉을 수도 있겠지만, 마음 한쪽은 좀 나아지기도 할 거다. 우울하고 어두운 소설을 보면 자신만 힘들게 사는 게 아니다 생각한다. 그것 또한 구원 아닐까. 소설에서 얻을 수 있는 건 그렇게 크지 않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얻기에 많은 사람이 소설을 만나겠지. 소설가는 소설을 쓰고 구원받기도 하겠다.

 

 

    

 

 

 

이번에 여러 사람이 ‘구원’이라는 주제로 책을 읽고 글을 썼는데, 문학은 거의 구원을 생각하고 쓰지 않을까 싶다. 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 여러 권 있는데 그걸 만날 수 있을지 나도 모르겠다. 책연이 닿으면 만나는 거고 닿지 않으면 만나지 못하겠지. 살기도 힘든데 책을 어떻게 읽나 할지 모르겠지만, 그럴 때일수록 책을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책, 소설을 보면 자신만 생각하지 않고 남을 생각하기도 한다. 남을 자신 안에 쉽게 받아들이게 하는 게 소설 같다. 소설에 나오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잘되기를 바라기도 하지 않는가.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일 때지만. 어떤 때는 나쁜 사람 마음에 동화되기도 하는구나. 소설이기에 그럴 수 있겠지. 자신이 그런 일을 하지 않아 다행이다 생각할 것 같기도 하고,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겠다. 난 가끔 소설 만나는 거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자주 만나는구나.

 

전에 악스트에서 다른 나라 작가 만난 건 읽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읽었다. 다른 나라 작가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려면 돈 많이 들겠다 생각했는데, 그 나라에 가서 만나는 게 아닌가 보다. 다와다 요코와는 전자편지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와다 요코가 글 쓴 시간이 짧지 않은데 난 잘 모르는 작가다. 일본말과 독일말로 글을 쓴다고 한다. 한국말과 일본말은 비슷한 게 많아서 일본말로 쓰인 책을 보는 느낌이 어떤지 말하기 어렵다. 좀더 만나면 나도 좀 다른 걸 느낄 수 있을까.

 

 

 

*더하는 말

 

소설뿐 아니라 책은 읽기만 하면 쉽게 잊어버린다. 언제부터 읽고 썼다고 이런 말을 하는 건지. 써도 잊어버리기는 마찬가지다. 쓰고 잊는 것과 쓰지 않고 잊는 건 좀 다르지 않을까. 꼭 책을 읽고 뭔가 써야 하는 건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쓰거나 누군가한테 말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책 읽고 쓰는 게 아니더라도 그냥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을 써도 괜찮다. 책(소설)을 읽는 것 못지않게 글쓰기도 자신한테 도움이 된다. 자기 구원이라 할까, 글을 쓰다보면 그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까. 이것도 큰 것보다 작은 것이겠다. 구원은 스스로 할 수밖에 없다. 한번으로는 끝나지 않는. 이것은 살아있는 동안 해야 할 일일지도 모르겠다. 날마다 자기 자신을 구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우연히 라디오 방송에서 오은 시를 읽는 걸 들었어. 누가 소개한 것 같은데 누구였는지 생각나지 않아. 그건 기억하지 않아도 괜찮겠지. 그러면서 글 쓰는 사람이었는지 노래하는 사람이었는지 하는 생각을 하고, 라디오 방송은 아침에 한 건지 낮에 한 건지 기억해내려 하다니. 그래도 떠오르지 않아. 그날은 스치듯 들어서 그럴 거야. 라디오 방송을 귀 기울여 들을 때도 있고, 그냥 틀어두기만 할 때도 있어. 소개한 사람은 잊었지만 ‘오은’이라는 시인 이름은 잊지 않았군. 이번에 내가 만난 건 그때 소개한 시집은 아닌 것 같아. 그때 들은 시가 생각나는 건 아니지만, 말이 재미있었던 것 같거든. 그런 건 여기에서도 볼 수 있어. 오은은 작란(作亂) 동인이야. 이 말 뭔가 있을 것 같은 말처럼 보이지. 장난을 저렇게 쓴 게 아닐까 싶어. 이건 여긴 실린 시 <청문회>(40쪽)를 보고 알았어. 내가 좋아하는 해는 ‘좋아해’고 싫어하는 해는 ‘싫어해’야. 별로 재미없구나. 지금 생각난 건 이것뿐이어서. 하나 더 있어 띄어쓰기를 잘해야 한다고 하면서 보기로 드는 말, ‘아버지가 방에 들어간다, 아버지 가방에 들어간다.’

 

말장난처럼 보이는 말이라 해도 허투루 볼 수 없어. 말을 갖고 놀면서 뼈 있는 말을 하니까. 다 그러면 무척 무거워지겠지. 그런 것도 있고 조금 가벼운 것도 있는 것 같아(확실하지 않은 말이군). 아니 마냥 가볍다고 말할 수 없기도 해. 이랬다 저랬다 하는군. 어떤 중요한 말을 하는 것 같은데 바로 알아듣기 어려워. 이건 내 느낌일 뿐이군. 잘아는 사람은 바로 알아듣겠지. ‘네 개’와 ‘네 개’는 무슨 뜻일까. 글자는 같지만 다른 뜻을 나타내는 말도 있어. 어떤 건 하나만 쓰였는데 다른 뜻도 생각하게 해. 시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하는군. “주머니에서 빛바랜 동전들이 쏟아졌다 / 다보탑이 무너졌다 / 벼 이삭이 흩어졌다 / 이순신 장군이 엎드렸다 / 학이 곤두질했다 (<아무개 알아?>에서, 27쪽)”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인가 했어. 다른 건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순신과 학은 뭐지 한 거야. 앞에서 한 말을 잘 생각했다면 바로 알았을 텐데. 아는 것이라 해도 조금 다르게 쓰니 모르는 것처럼 생각하기도 하는군.

 

 

 

파란색과 친숙해져야 해

바퀴 달린 것을 좋아해야 해

씩씩하되 씩씩거리면 안 돼

친구를 먼저 때리면 안 돼

대신, 맞으면 두 배로 갚아줘야 해

 

인사를 잘해야 해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해

받아쓰기는 백 점 맞아야 해

낯선 사람을 따라가면 안 돼

밤에 혼자 있어도 울지 말아야 해

일기는 솔직하게 써야 해

대신, 집안 부끄러운 일은 쓰면 안 돼

거짓말을 하면 안 돼

 

꿈을 가져야 해

높고 멀되 아득하면 안 돼

죽을 때까지 내 비밀을 지켜줘야 해

대신, 네 비밀도 하나 말해줘야 해

 

한국 팀을 응원해야 해

영어는 잘해야 해

사사건건 따지려고 들면 안 돼

필요할 때는 거짓말을 해도 돼

대신, 정말 필요할 때는 거짓말을 해야 해

가족을 지켜야 해

 

학점을 잘 받아야 해

꿈을 잊으면 안 돼

대신, 현실과 타협하는 법도 배워야 해

돈 되는 것을 예의 주시해야 해

돈 떨어지는 것과 동떨어져야 해

 

내 둘레 사람들한테는 늘 친절해야 해

대신, 나만 사랑해야 해

나한테만 베풀어야 해

 

뭐든 잘해야 해

뭐든 잘하는 척을 해야 해

나를 과장해야 해

대신, 은은하게 드러내야 해

적당히 웃어넘기고 적당히 꾀어넘길 줄 알아야 해

눈치를 잘 살펴야 해

눈알을 잘 굴려야 해

 

다움은 닳는 법이 없었다

다음 날에는 다른 다움이 나타났다

꿈에서 멀어진 대신,

대신할 게 걷잡을 수 없어 늘어났다

죽을 때까지 지켜야 하는 비밀처럼

 

다움 안에는

내가 없었기 때문에

다음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다움>, 79~81쪽

 

 

 

시 한편 다 옮겼어. 이 시집을 보면서 시가 다 길구나 하는 생각을 잠깐 했어. 짧은 것도 조금 있어. 짧게 말하기 어려워서 길어진 거겠지. <다움>은 웃기면서도 슬픈 느낌이 드는 시야. 어른이 아이한테 저런 식으로 말하지 않을까. 좋은 말을 하는 것 같지만, 잘살려면 착하기보다 눈치가 빨라야 한다 같잖아. 여기에는 이런 느낌이 드는 시도 있어. 요즘 사회를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해. 누군가는 살아남고 누군가는 떨어진다는 말도 해. 모두가 떨어지고 하나만 남아서 우리라고 할 수 없게 돼. 그래도 시인은 시인하고 시를 쓰겠다 말해. 시로 사람을 위로하고 힘을 주려는 거겠지. 그것보다 말로 노는 게 먼저지만. 이 말은 시를 한층 밑으로 떨어뜨리는 걸까. 시가 재미있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 재미있는 것하고는 좀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어떤 시인은 시를 말로 노는 것이다 했어. 실제 그런 시를 쓰는 사람이 있었다니. 오은만 있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어. 말로 노는 건 생각하는 건지, 저절로 나오는 건지. 난 말장난 생각해도 별로 떠오르지 않아. 평소에 그런 걸 거의 생각하지 않아서 그래. 앞으로는 가끔 생각해 볼까. 오은 시를 보고 익혀보는 것도 괜찮겠어. 무엇을 익힐 수 있을까. 이건 좀 썰렁하지. 멋진 말로 멋진 이야기 하는 시도 좋고 말장난 같지만 뜻이 있는 시도 좋다고 생각해.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제의 흔적을 걷다 - 남산 위에 신사 제주 아래 벙커
정명섭 외 지음 / 더난출판사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 세상을 보면 아주 오래전에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상상하기 어렵다. 공룡과 동물이나 식물만 살았던 지구는 어땠을까. 너무 멀리 갔구나. 한국, 아니 한반도가 일본한테 나라를 빼앗겼을 때는. 한반도가 일본 지배에서 벗어난 지 아직 한세기가 지나지 않았다. 일제강점기는 우리 역사에서 빼고 싶은 때일지 몰라도 그럴 수 없다. 잘될 때보다 잘되지 않을 때 배울점이 많다고 하지 않는가. 일본이 조선을 넘본 건 오래전부터다. 조선을 지나 명나라에 쳐들어 간다고 했지만 조선을 그저 지나는 길로만 생각하지 않았다. 그때는 다행하게도 일본한테 조선을 빼앗기지 않았지만 일본에 끌려가거나 전쟁으로 죽은 사람이 많았다. 그때 그 일을 좀더 생각하고 잊지 않았다면 나중에 일본한테 나라를 빼앗기는 일은 없었을까. 이건 확실하게 말하기 어렵다. 지나간 일에 만약은 없다고 하니.

 

역사를 되돌릴 수 없지만 지금은 바꾸어갈 수 있다. 역사라고 해도 그건 다 지나간 일은 아니다. 그때가 있어서 지금이 있다. 우리가 사는 하루하루도 역사가 된다. 좋은 것을 쌓아가면 좋겠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한사람 역사도 그런데 한 나라 역사는 더하겠지. 오래전 사람이 죽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다 사라진 건 아니다. 오래전 사람이 남긴 자손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시간이 흐르면 땅에 새로운 것을 짓기도 하는데 오래전 것이 남아있다는 게 신기하다. 새로운 것을 지으려다 오래전에 무엇인가 있었던 터나 물건을 찾아내서 그렇구나. 그런 건 자연스럽게 시간이 흘러 땅 속에 묻힌 거겠지. 한국은 나라를 되찾고 일제가 남긴 것을 많이 없앴다. 그것을 남겨야 할지 없애야 할지 어느 한쪽만 말하기는 어렵다. 일본은 한반도 정기를 끊으려고 별 것을 다했다. 풍수지리를 이용해 중요한 곳에 쇠말뚝을 박았다. 그런 건 당연히 없애야 한다. 일본은 한국 문화재도 많이 가져갔다. 나라를 빼앗겨서 한국 사람은 그것을 그냥 볼 수밖에 없었겠지. 어쩌면 조선 사람은 그런 일을 잘 몰랐을지도 모르겠다. 힘들게 일하고 밥도 잘 먹지 못하고 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일본에 끌려가서 일한 사람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한반도에서 일을 한 사람도 많고 살던 곳에서 쫓겨난 사람도 많았다.

 

일본 사람은 아주 많은 신을 섬긴다. 서울이나 인천에 신사를 지었다는 말은 처음 보았다. 이제는 그런 곳이 남아있지 않으니. 그래도 기록에는 있겠지. 신사는 일본에서 조선에 온 사람 때문에 지었겠지. 그러고 보니 일본은 조선 사람한테 신사 참배를 시키기도 했다. 신사에 가서 기도를 드리는 게 다 나쁜 건 아닌데 조선 사람은 싫었겠지. 일본은 사람을 신으로 모시기도 한다. 신사 참배를 시킨 신사에는 전쟁을 일으킨 사람을 신으로 모셨을 것 같다. 일본에도 그런 곳이 있다. 일본이 전쟁에서 지고 일본 사람이 일본으로 돌아가자 조선 사람은 신사를 부수었다. 그래도 모두 사라지지 않았다니 신기하다. 오래전에 한반도 사람이 왜에 건너가 일본 문화를 꽃피우기도 했는데, 한반도에는 일제가 쳐들어온 흔적이 남았다니. 이건 한반도 사람뿐 아니라 일본 사람도 알아야 하는 거 아닐까 싶다. 이 책이 일본말로 일본에 나오면 좋을 텐데. 한국 사람도 잊고 사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본이 물러가고 미군이 한국에 와서 한국인데 미국 땅 같은 곳이 생겼다. 용산이 그랬다. 그곳에는 일제강점기에 지은 건물이나 벙커가 아직도 남아있다고 한다. 그게 남아서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인천에는 은행 건물이 남아있다. 예전에는 잘 몰랐던 것을 이 책을 보고 알았다. 조선 사람이 농사 지은 땅주인이 일본 사람이었다는 거다. 아니 이건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에 나왔는데 내가 그것을 기억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일본이 쌀을 빼앗아간 건 알았는데. 소설 《토지》에 그런 게 나올 것 같다. 군산 발산초등학교와 군산간호대학이 나오다니(예전에는 개정간호대학이었다). 차를 타고 지나간 적은 있다. 군산간호대학 가까운 곳은 가 본 것 같기도 하고, 예전에 거기에서 일제강점기가 배경인 드라마를 찍었다는 말 들은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군산이지만 예전에는 ‘군’이나 ‘면’이었다. 그게 다 군산시가 되었다. 그렇게 합쳐지는 게 좋은 걸까. 내가 사는 곳이 나와서 조금 신기했다. 이곳에는 일본이 쌀을 빼앗아간 항구가 있었다. 군산보다 밑에 있는 여수도. 내가 어렸을 때 다닌 초등학교 가까운 곳에는 일제강점기 건물이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한국 곳곳에는 일본이 남긴 것이 있을 거다. 봐도 잘 모르고 지나칠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일이 없게 안내판이라도 세워두면 좋을 텐데. 예전과 똑같은 모습은 아닐지라도 그것을 보면 일본한테 지배를 받은 때가 있었다는 걸 기억하겠지. 아름다운 풍경을 보러 제주도에 가는 사람이 많겠지만, 그곳에도 일제가 남긴 흔적이 있다. 제주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뻔했다는 말 다른 책에서 본 것 같다. 다행하게도 그건 피했지만, 같은 나라 사람한테 죽임 당한 사람이 많다. 역사는 멈추지 않고 흐른다. 흐른다고 해서 그것을 그대로 바라보기만 하지 않고 가끔 뒤돌아보기도 해야 한다. 일본이 한국에 남긴 것을 걷는 것은 그런 일이겠지. 건물이나 터를 바라보는데 거기에서 일하고 힘들게 살았던 사람이 보였다.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만 대단한 건 아니겠지. 자신과 남을 소중하게 여긴다면 앞세대한테 부끄러운 역사를 만들지 않겠다.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