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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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어렸을 때 집에 사진기가 있었던 적도 있고 없었던 적도 있다. 언젠지 잘 생각나지 않는데 집에 사진기가 없었을 때 학교에서 소풍을 갔다. 소풍을 가도 내 사진을 찍고 싶었던 적은 없지만, 그때 같은 반 아이가 사진을 찍어준다고 했다. 나중에 그 애는 사진을 주지 않았다. 아니 난 처음부터 그 애가 사진을 찍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나 혼자가 아니고 친구와 함께 찍었는데 사진 찍는 척만 했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어쩌면 그 애가 사진을 찍어준다고 한 게 아니고 친구가 그 애한테 찍어달라고 했을지도). 겉으로는 친절한 얼굴을 하고 속마음은 다른 사람 많다. 나라고 그렇게 할 때 없는 건 아니지만. 마음속으로는 싫은데 그걸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는 일. 이건 아주 나쁜 건 아니기를 바란다. 다른 일 하나 더, 어떤 사람은 자신이 먹기 싫거나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걸 남한테 준다. 본래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새로 샀다면 모르겠지만, 자기가 먹으려고 샀다가 다 먹지 않고 남았다고 남한테 주다니. 자기가 먹기는 싫고 버리기는 아까워서 그런거겠지. 그것도 친절함을 가장한 폭력 아닐까. 이 책 제목을 보니 이런 일이 잠깐 생각났다.

 

 여기에 책 제목과 같은 ‘상냥한 폭력의 시대’라는 단편은 없다. 여기 실린 소설 안에 그런 게 담겨 있어서 지은 거겠지. 가장 앞에 실린 <미스조와 거북이와 나>는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하다. 사람은 누구나 세계와 이어져 있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여기에서는 세계와 이어져 있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그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속도 이야기일까. 자신은 자신대로 살기. 이건 나중에 말하고 싶었는데 처음에 말하다니. 소설 느낌은 쓸쓸하다. 이런 말은 어떤 소설에나 갖다 붙일 수 있을지도. 진짜 고양이가 아닌 고양이 인형을 갖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뜬금없이 이런 말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나, 희준이 고양이 봉제인형 샥샥과 살아서다. 난 그런 것도 못하겠다. 이름 붙이는 거 잘 못하고 말도 못할 테니까. 희준은 나중에 아버지 옛날 애인이 세상을 떠나고 남겨준 거북이 바위하고도 산다. 아버지 옛날 애인이 바로 미스조다. 확실하게 말하기 어렵지만 이 소설은 쓸쓸하면서도 따듯하다.

 

 쓸쓸하면서도 따스함이 느껴지는 이야기 하나 더 있다. <영영 여름>이다. 늘 혼자고 아이들한테 놀림받던 와타나베 리에는 아버지 일 때문에 간 K라는 나라에서 친구를 만난다. 메이. 메이는 매희로 북한에서 왔다. 리에 이름을 보면 일본 사람이지만 리에 엄마는 한국사람이다. 이런 일 실제 있을까. 이런 것부터 생각하다니. 리에는 왜 메이가 공기 놀이할 때 밀었을까. 그 일이 없었다면 괜찮았을 텐데. 그 일이 아니었다 해도 언젠가 메이가 북한에서 왔다는 걸 알았겠지. 친구여서 좋게 여겨도 무언가를 잘하면 무서워지기도 할까. 내가 리에 마음을 잘 모르는가 보다. 한때 일어난 일이 살아가는 데 힘이 될지, 솔직히 말하면 이것도 잘 모르겠다. 그런 말이 있어서 그런가 보다 할 뿐이다. <우리 안의 천사>에서는 나쁜 짓하려던 게 평생 죄책감으로 남지 않을까 싶다. 남우는 아버지 죽이는 일을 그만뒀을 것 같은데. 남우가 배다른 형을 만났다는 게 정말일지 알 수 없기도 하다. 이 생각은 미지가 했지만. 남우가 돈을 갖고 있었던 걸 보면 거짓말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자기 전에 생각했을 때와 다르게 쓰다니. 생각하지 않고 썼다면 좋았을 텐데 싶다.

 

 부모는 자식의 자식은 남처럼 여기기도 하는가 보다. 자식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면, 그때는 좋아하겠지만 고등학생 아이가 갑자기 아이를 낳으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지원의 딸 보미는 수학여행을 다녀오고 아이를 낳았다. 아이가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몰랐다니. 보미가 낳은 아이는 미숙아였다. 그래서 수술을 해야 했는데 지원은 그것을 자꾸 미뤘다. 자식 앞날이 걱정스럽다고 아기를 죽게 내버려두다니. 아기가 ‘아무것도 아닌 것’일까. 프라이팬에 맞지 않는 뚜껑을 덮어서 터지게 한 건 무엇을 나타내는 걸까. 이건 미영이 한 일이다. 미영은 아이 아빠 엄마다(보미 남자친구 엄마). 미영도 지원과 다르지 않았다. 보미가 아이가 낳았다는 걸 알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돈을 어느 정도 줄 수 있겠다 생각했을 뿐이다.

 

 여기 실린 소설에 공통으로 담겨 있는 건 ‘그래도 살고 죽는다’다. 앞에서 말한 고등학생 보미도 살아가겠지. 아이가 죽으면 평생 아픔으로 남겠지만. <밤의 대관람차>에서 양은 스물다섯해를 관성으로 움직였다 한다. 그건 양이 S여자고등학교에서 선생으로 일한 시간이기도 하다. 이것을 보면서 여기 나오는 사람들 나이가 좀 많다고 느꼈다. 서른살도 있지만. 양은 오래전 애인 ‘박’과 S여자고등학교 이사장 ‘장’이 비슷하다고 느낀다. 잠시 양이 장과 이야기를 할 때도 있지만 별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관성이 사라질 뻔한 거였을까. 얼마 뒤 양은 박이 죽었다는 걸 며칠 지난 신문에서 본다. 속았지만 무를 수 없는 일도 있다. <서랍속의 집>에서 진과 유원은 전세계약기간이 다 돼서 이사할 집을 알아보다 부동산 중개업자가 소개한 집을 사기로 한다. 부동산 중개업자가 보여준 집은 1703호가 아닌 603호였다. 이때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챘다면 좋았을까. 집주인은 진과 유원한테 집이 어떤지 말하지 않았다. 그저 집값을 조금 더 갂아주었다. 진은 이사하기 전날 이사할 집에 가 본다. 그 집에서 나온 건 가구가 아닌 쓰레기 더미였다. 쓰레기를 치우고 문을 열어두면 사람이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을 속이고 팔다니. 사정을 말하면 아무도 사지 않으리라 여긴 거겠지.

 

 마지막에 실린 <안나>도 씁쓸하다. 경이 자신은 안나보다 잘산다 생각하는 것도 그렇지만 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내려는 것이. 이제는 한국도 유치원에 들어가기 힘들어진 건가. 경은 아이가 유치원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걸 걱정하면서도 다른 유치원도 영어를 하는 곳을 알아본다. 원장이 한학기 낸 유치원비를 돌려줄 수 없다 말하니, 경은 남편이 방송국 간부와 알고 자신한테는 변호사 사촌이 있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원장은 나머지 돈을 돌려준다. 안나는 쓸쓸한 사람이었는데, 잠시나마 경한테 자기 이야기를 해서 좀 나았을까. 경과 안나가 좋은 사이로 남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이런 관계는 오래 가지 않을까(오래전에 댄스동호회에서 만나고, 지금은 보조교사와 아이 부모다). 나도 비슷한 일 있었던 것 같다. 난 인터넷 안에서 만난 사람과 친구고 싶었는데 그게 어려웠다. 아니 사람은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는 거겠지. 그것을 잘 받아들여야 할 텐데.

 

 모두한테 잘할 수 없겠지만 다른 사람 마음도 좀 생각하면 좋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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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가, 초지로   さよなら、ちょうじろう。 (2015)

  고이즈미 사요   권남희 옮김

  콤마  2017년 03월 30일

 

 

 

 

 

 

 

 

 

 

 

 

 

 

 지난밤 꿈에 난 친구와 함께 불이 꺼진 집에 들어갔어. 친구가 열쇠로 문을 여니, 문이 활짝 열리고 그 안은 따듯하고 옅은 빨간빛으로 감싸였어. 불빛이 빨갛다 해도 그렇게 무섭지 않았어. 잠 자는 나는 문을 열면 불이 저절로 켜지나 하는 생각을 했어. 본래 꿈을 꿔도 그게 꿈이라는 걸 알기도 하잖아. 꿈을 텔레비전 보듯 하는 거지. 일본말로 꿈을 꾼다는 말은 꿈을 본다(夢を見る)고 해. 집은 문이 잠기고 불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안에서 사람이 나왔어. 잠깐 그 집에 들른 사람이었어. 그 집이 친구 집이었는지 그것도 잘 모르겠어. 꿈속에 나온 곳을 알 때도 있지만 모를 때도 있잖아. 그 집 모르는 곳이었어. 별거 없는 꿈이지, 거기 가기 전에 다른 사람을 만났는데 그건 잘 생각나지 않아. 내가 왜 이 꿈 이야기를 했느냐면 고양이가 나와서야. 문 가까이에 고양이가 있었어. 나랑 친구가 집으로 들어가니 고양이가 고개를 들고 우리를 봤어. 고양이는 거기에서 사람이 오기를 기다렸던 거겠지. 난 고양이를 오래 키워본 적이 없어서 고양이가 꿈에 거의 나오지 않았는데, 언제부턴가 꿈에 고양이가 나오게 됐어. 이번에는 이 책을 보기 전에 나와서 신기했어.

 

 초지로는 열한살하고 열달을 살고 세상을 떠났어. 동물과 사는 게 좋아도 먼저 보낼 때는 마음이 무척 아프겠어. 초지로를 만나고 함께 지낸 이야기보다 초지로가 아프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야기가 더 나와. 고이즈미 사요는 고양이를 기르다 먼저 보낸 경험이 있었는데, 대학교 선배 고양이가 새끼를 낳아서 다시 고양이를 기르기로 해. 고이즈미 사요는 대학교 선배 집에 가서 새끼 고양이를 보고 두 마리를 데리고 와. 한마리도 아니고 두마리나 기르다니. 이름은 초지로와 라쿠로 지어. 초지로는 수컷이고 라쿠는 암컷이야. 두 고양이와 살다 일곱해 뒤에 고이즈미 사요는 아이를 낳아. 초지로와 라쿠는 처음에는 아기를 이상하게 여겼는데 시간이 지나고 괜찮아졌어. 아기가 함께 산다는 걸 안 거겠지. 아기가 있을 때 누군가는 동물을 키우지 마라고도 하고 누군가는 동물을 기르라고도 하던데, 어떤 말이 맞을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 그래도 어릴 때부터 동물과 살면 좋지 않을까.

 

 하루는 고이즈미 사요 아들이 울다가 조용해졌어. 초지로와 라쿠가 우는 아이를 달랜 거였어. 동물은 아이뿐 아니라 엄마한테도 도움이 되겠어. 아이 돌보기 쉽지 않잖아. 아이를 낳고 기르다 산후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도 많지. 자식이 없는 사람은 동물을 자식처럼 여기고 살기도 해. 개나 고양이 그밖에 동물과 사는 사람 부럽기도 하지만, 난 그렇게 못할 것 같아. 동물은 언제가 세상을 떠날 테니까. 그런 시간이 다가와도 슬픔보다 동물과 함께 한 시간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 고이즈미 사요도 그랬어. 초지로와 라쿠와 함께 산 지 열해가 됐을 때 초지로한테 유선 종양이 생긴 걸 알게 돼. 그때 유선 종양이 크지 않아 수술하고 마음 놓았는데. 암은 다른 곳으로 옮겨 가기도 하지. 어쩌면 초지로한테 생긴 유선 종양은 다른 데 생긴 종양 때문에 생긴 건지도. 고이즈미 사요는 초지로가 수술을 받아도 힘들다는 걸 알고 수술시키지 않기로 해.

 

 내가 걱정하는 것에는 동물이 아픈 것도 있어. 동물이 아플 때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이건 사람도 다르지 않겠어. 고이즈미 사요는 초지로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초지로가 즐겁게 지내기를 바랐어. 책속에서 만난 초지로는 의젓해. 아파도 그렇게 아프다 하지 않는 것 같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초지로도 고이즈미 사요 식구와 라쿠와 살아서 좋았을 거야. 이건 사람 처지에서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책으로 보는 것도 슬픈데 진짜 함께 살던 동물이 세상을 떠나면 얼마나 슬플지. 그 마음 모르지 않아. 고이즈미 사요도 한동안 마음이 텅 빈 것 같았을 거야. 라쿠가 있고 다른 고양이 간지로가 와서 좀 나아졌대. 라쿠는 어떻게 됐을까. 라쿠가 잘 지내는지 알고 싶어. 라쿠는 아프지 않고 오래 살면 좋겠어.

 

 동물이든 사람이든 세상을 떠나면 슬퍼. 이제 다시 볼 수 없어서겠지. 그때는 함께 지낸 날을 떠올리면 마음이 조금 나을 거야. 앞으로 다가올 날을 먼저 생각하기보다 지금 함께 잘 지내는 게 좋겠지. 동물뿐 아니라 사람도.

 

 

 

희선

 

 

 

 

☆―

 

 동물은 사람보다 먼저 떠납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때로는 견디기 힘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짧게 살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과 즐거움과 끝없는 애정을 가져다주고, 사람 삶을 진심으로 넉넉하게 해줍니다. 나는 초지로 생애로 그것을 배웠습니다.

 

 헤어짐은 정말 아프고 슬프지만, 그 이상의 것을 우리한테 가져다줍니다.  (107쪽)

 

 

 

 

 

 

 

초지로

 

초지로와 라쿠

 

라쿠

 

 

 

*라쿠는 열여섯살이 되었다.

사진 : http://chorakunote.cocolog-nif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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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2 14: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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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4 0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청춘의 문장들 : 작가의 젊은날을 사로잡은 한 문장을 찾아서

김연수

마음산책  2004년 05월 01일

 

 

 

 이 책이 처음 나온 건 2004년이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이 책을 만나는 사람이 많다, 많겠지. 내가 언제 김연수를 알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때 난 소설가라는 것만 알았던 것 같다. 시를 먼저 썼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김연수가 시를 먼저 썼다는 말 다른 책에서 봤을 텐데 잊어버렸나보다. 이름을 알고 소설도 조금 만났지만 이런 소설가가 있구나 했을 뿐이다. 예전에 난 책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지금이라고 잘 읽는 건 아니지만. 김연수가 쓴 소설 여러권 만났지만 그렇게 좋다 생각하지 않았다. 이 말 언젠가 한 것 같기도 하다. 몇해 전(그 책 보고도 시간이 흘렀다니)에 《소설가의 일》을 보고 말한 것 같다. 몇해 뒤에 또 하다니. 예전에 본 건 거의 잊었지만 몇해 전에 본 단편집은 조금 생각나기도 한다(《사월의 미, 칠월의 솔》). 그것보다 먼저 나온 《세계의 끝 여자친구》도. 이렇게 말한다고 뭐가 좋은 건지. 책 읽었다, 말하고 싶은 건지도.

 

 여기에 나오는 다른 사람 글은 거의 한자로 쓴 것으로 오래전 사람이 쓴 글이다. 내가 그런 글을 본 건 학교 다닐 때뿐이다. 한문 시간에. 한문은 잘 모르지만 한문 시간이 있어서 한자를 조금 익혔다. 별로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구나. 그런 게 쓸데없다 여길 수 있지만 아주 쓸데없지 않다. 내가 그때 조금이라도 공부해서 한자를 아는 거다. 영어는 오래 공부하고도 잘 모르지만. 한자 몰라도 살지만 일본말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누군가는 중국말을 공부하겠다. 김연수는 영어에 중국말 일본말도 아는가 보다. 이 생각 《소설가의 일》을 보고도 했다. 《소설가의 일》에서 본 건 중국과 일본에서 책을 사온 일이다. 아주 똑같은 말은 아니지만, 비슷한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을 썼다니. 그게 안 좋다는 건 아니다. 나도 한번 한 말 또 하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고도 다시 말하는 건 여전히 그것을 생각해서겠지. 난 오래 생각하는 것보다 잊어버리는 게 더 많다. 김연수는 기억을 잘하는 걸까, 잘 기억해 내는 걸까. 잘 기억하고 어떤 일을 기회로 잘 떠올리는 거겠지. 다 그렇지 않겠지만, 많은 소설가가 그럴 것 같다.

 

 자신이 어렸을 때 겪은 일을 자기 아이도 겪기를 바라는 사람 많을까. 많은 부모는 자신이 하지 못한 것을 아이가 하기를 바랄지도. 그리고 이렇게 말하겠지, ‘다 널 위해서야.’ 어릴 때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사람은 아이한테 공부하게 한다. 그건 아이를 위한 게 아니고 부모 자신을 위한 일인데. 부모 자신이 어렸을 때는 좋았던 일이라 해도 아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을지도. 부모가 하지 못한 걸 아이가 하기를 바라는 것보다 자신이 좋게 여긴 일을 아이도 하기를 바라는 건 좀 낫겠다. 김연수는 자신이 어렸을 때 아버지가 자전거 앞자리에 태워준 걸 좋게 기억하고 딸한테 그것을 해주려 했다. 아이가 갓 태어났을 때는 작아도 한두해 지나면 크겠지. 그건 아이한테 좋은 기억을 남겨주려는 것인지 자신이 좋은 기억을 가지려는 것인지. 처음에는 딸을 생각하고 한 일이겠지만 지나고 나니 자기한테도 좋은 일이었을 것 같다. 사는 건 거의 그렇다. 그때는 잘 모르고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다.

 

 다른 사람 이야기를 보고 자기 일을 생각하기도 할 텐데, 내가 김연수 글을 보고 떠올린 일은 없다. 난 지금까지 뭐하고 산 걸까. 어릴 때도 별로 좋은 일 없었고 자라서도 없었다. 아주 없지 않았을 텐데 그저 김연수와 비슷한 일이 없는 거겠지. 아니 아주 없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시간 많은 거, 난 지금도 시간 많다. 그 시간에 글쓰기보다 책을 본다. 《소설가의 일》을 보고 나도 날마다 뭔가 써 보려 했지만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쓰려 한 건 단 하루고 생각만 했다. 쓸 게 없어도 쓰려 해야 할지도. 사람은 왜 글을 쓰고 싶어할까.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닌가. 시간이 많다고 해도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소설이라 해야겠구나. 그게 재능만으로 되는 거냐 하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하지도 못하는 이야기를 하다니. 하고 싶지만 못해서 그렇겠지. 다른 사람이 쓴 글이라도 잘 읽어야 할 텐데. 어떤 사람은 몇해 동안 꾸준히 쓴 게 소설 한권이 되었다고 한다. 난 날마다 이어서 쓰기보다 그날 바로 쓰려 한다(이 말도 한 적 있구나, 요새는 아무것도 못 썼다). 소설가나 작가처럼 글을 잘 쓰거나 많이 못 쓰겠지만 긴 이야기 한번 써 보고 싶다. 그러려면 이렇게 말하기보다 써야 할 텐데. 여전히 난 책을 더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쓰기보다 읽기를 더 좋아하는 건지도.

 

 몇해 전에 본 《소설가의 일》보다 이 책에 글쓰기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그 이야기를 더 보았나보다. 이 책에서 느낀 건 쓸쓸함이다. 좋았던 날도 이야기하지만 그런 일도 쓸쓸하게 보인다. 이렇게 생각하는 건 내가 나이를 먹어설까, 그때로 돌아갈 수 없어설지도. 김연수와 몇살 차이 나지 않는 조카가 죽다니. 그 글 라디오 방송에서 들은 것 같기도 하다. 제대로 듣지 않아서 그런 이야긴지 몰랐지만. 조카가 죽었을 때보다는 덜 슬프겠지만 지금도 마음 아플 것 같다. 무엇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끝난다 생각하면 아쉽지만 다른 시작을 생각하면 좀 낫겠다. 책도 한권을 다 보면 다른 책을 볼 수 있다. 사람 삶과 책 한권은 무게가 다를까. 그것도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겠다. 지난날을 떠올리고 그때 그랬지 하는 것도 괜찮고, 지금을 사는 것도 괜찮겠지. 지금이 있을까, 바로 지나가서. 지난날은 지나갔기에 더 좋게 기억할지도 모를 일이다. 지나고 나면 아쉽지 않은 게 없겠지만, 지금이 가장 좋은 때다 생각하고 살면 좋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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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8-25 0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루에 단 한 줄만 쓴다고 시작하면 부담이 덜 하지 않을까요. 촌철살인 문장을 생각하느라 더 어려울라나ㅎ;;; 북플 하면서 저도 일기 쓰기가 뜸해졌는데 제게도 하는 소립니다ㅎ;
그런데 희선님은 꾸준히 리뷰 쓰셔서 매일 일기의 부담은 인 하셔도^^?

희선 2017-08-26 02:18   좋아요 0 | URL
한줄이라 해도 이어지는 것을 쓰면, 시간이 흐른 다음에는 길어지겠습니다 그렇게 이어서 쓰기 힘들겠지만... 무엇을 쓸지 생각한다면 괜찮을지... 가끔 일기에 써야지 생각하다가도 그걸 쓰려고 하면 잘 못 써요 일기는 저밖에 안 볼 텐데, 제가 저를 생각하는 건지... 누군가 솔직하게 써야 바뀌기도 한다는데 그런 것도 못하는군요 그렇게 할 수도 있고 그러지 않을 수도 있겠죠


희선
 

 

 

하고 싶었던 게 뭐였을까

 

 

 

악녀에 대하여   悪女について (1978)

아리요시 사와코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2017년 02월 15일

 

 

 

 한사람이 죽고 그 사람이 아는 사람이 그 사람을 말하면 많이 다를까. 꼭 그렇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자신이 만나는 사람에 따라 대하는 게 조금 달라도 본성이라고 하는 건 다르지 않을 거다. 아니 좀 다른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한테 고약하게 굴었지만 힘없고 가난한 사람한테는 다정했다는 사람도 있다. 그건 그 사람이 숨긴 부분이니 아름다운 이야기로 여기겠다. 그 반대도 있겠구나. 겉으로는 좋은 사람인 척하고 뒤에서는 아주 나쁜 짓을 한 사람. 그런 사람이 있어선지 겉으로 좋게 보여도 그 사람이 정말 좋은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마음이라는 건 겉으로 드러나기도 하겠지만 자신을 실제와는 다르게 보이려는 사람도 있다. 그게 누군가한테 해를 끼치는 게 아니고 그저 자신을 지키려는 것이라면 괜찮겠구나.

 

 여러 사업으로 잘된 여자 도미노코지 기미코는 자신의 빌딩 7층에서 떨어져서 죽었다. 기미코가 스스로 죽은 건지 누군가한테 죽임 당한 건지 알 수 없었다. 기미코가 죽고 기미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많았던가 보다. 그게 잡지에 실리고 기미코는 나쁜 사람이라는 말이 돌았다. 이 소설은 어떤 소설가가 기미코를 아는 스물일곱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형식이다. 스물일곱 사람이 적은 것 같지만 많은 거다. 나를 생각하면 그렇다. 이런 소설을 볼 때마다 이상하게 죽지 않고 남한테 나쁜 짓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난 도미노코지 기미코하고는 좀 다르지만. 여러 사람 말을 들어도 기미코를 다 알기는 어렵다. 기미코는 여러 사람한테 다르게 말했다. 여러 사람도 기미코를 조금씩 다르게 말했다. 여러 사람이 한사람을 조금 다르게 말하는 건 이상한 게 아니겠구나. 기미코가 여러 사람한테 다른 말을 한 건 거짓말이라 보면 된다. 기미코가 한 말에 진심은 어느 정도나 있었을까.

 

 그때 일본사회는 귀족이 사라졌지만 귀족이나 왕족이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기미코는 자신도 귀족이 되고 싶었던 걸까. 친아버지 친어머니를 자기 친부모가 아니다 말하다니. 어렸을 때, 초등학생 때부터 기미코는 거짓말을 했다. 어릴 때 자기 부모가 친부모가 아니다 생각하는 건 그럴 수 있다손치더라도 언제까지고 그러다니. 그 말 보고 나도 정말 기미코가 업둥인가 했다. 기미코 부모는 채소 가게를 했고 가까운 곳에 귀족 집안 사람이 있었다. 아버지가 차에 치여 죽고 기미코와 기미코 어머니는 그 집에 살면서 집안 일을 했다. 그 집에는 아들이 있었는데, 어머니가 기미코를 그 집 아들이 건드렸다는 식으로 말하고 돈을 받고 집을 나왔다. 기미코는 정말 그 사람을 좋아한 건지, 돈 때문에 다가간 건지. 나중에 다시 만나고 아이를 낳고 오랫동안 만난 걸 보면 좋아하는 마음이 조금 있었을지도. 귀족 집안이라는 것도 생각했겠지.

 

 첫번째 남편은 기미코가 몰래 혼인 신고를 한 사람으로 다른 사람 아이를 그 사람 아이라 했다. 그것도 둘이나. 그 사람한테서는 위자료를 엄청 받아냈다. 기미코는 돈 많은 사람을 만났다. 집안과 돈을 다 봤던가. 두번째로 결혼했을 때도 다 계획한 것 같다. 두번째 남편은 기미코가 착하다고 말했다. 그런 말을 하다니. 자신이 속은 것을 몰라서 그렇게 생각한 거겠지. 아들 둘도 말이 엇갈린다. 첫째는 어머니 기미코를 싫어했는데 둘째는 좋아했다. 첫째는 기미코가 자신과 동생을 차별한다고 여겼는데, 둘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차별은 자신이 느껴야 하는 것인데. 첫째는 기미코를 안 좋게 여겨서 그랬던 건지도 모르겠다. 기미코가 안 좋은 일을 하기도 했다. 첫째 여자친구 집에 가서 안 좋은 말을 하고 여자친구가 아이를 가졌을 때는 아이를 떼라고 말했다. 기미코는 왜 그랬을까, 첫째한테 바라는 거라도 있었을까. 이건 기미코가 말해야 알 수 있는 거구나.

 

 여성이 일을 잘하지 않을 때 기미코는 이런저런 일을 해서 부자가 되었다. 그런 것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기미코가 바란 게 무얼까 싶기도 하다. 돈을 많이 버는 거였는지, 귀족이 되는 거였는지. 기미코는 정말 잠을 잘 못 잤을까. 어쩐지 난 그것도 거짓 같다. 동정심을 이끌어내려는. 병원 사람에는 안 좋은 일 당한 사람이 없으니 아주 거짓은 아니었을지도. 기미코는 머리도 좋고 감도 좋았다. 그것을 나쁜 일에 써 먹은 게 아쉽다. 기미코가 정직하게 일을 했다 해도 잘됐을 거다. 돈 같은 물질은 아무리 많아도 죽으면 쓸데없다. 소설에서 돈을 많이 벌려고 남을 속이는 사람을 보면, 저렇게 하면 뭐가 좋을까 한다. 텅 빈 마음을 그렇게라도 채우려는 건지도. 기미코도 그랬을까. 기미코 마음은 알 수 없겠다. 기미코가 깨끗하고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게 좋은 걸까. 세상에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것만 있지 않다. 좋은 것이든 안 좋은 것이든 다 알고 제대로 보아야 한다. 자신이 깨끗하고 아름답게 살려고 남한테 나쁜 짓을 하면 안 되겠지. 기미코한테는 죄책감이 없었을까. 자꾸 알 수 없는 것을 생각하는구나. 기미코 자신한테 모자란 게 있어서 자꾸 채워넣으려한 게 아닐까 싶다. 사람 욕심은 끝이 없다지만 그것을 놓으면 편할 거다. 꽉 찬 것보다 비어 있는 것도 괜찮다. 내가 그것을 느낀 것도 아닌데 이런 말을 했다. 무엇을 하든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는 게 좋겠다.

 

 

 

 

 

 

 

 

 

 

 

 

 

 

 

짧은 꿈, 긴 삶

 

  싫은 여자   嫌な女 (2010)

  가쓰라 노조미   김효진 옮김

  북펌  2017년 03월 28일

 

 

 

 

 

 

 

 

 

 

 

 

 

 

 

 사람은 자신한테 힘을 주는 말을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때 잠깐 하는 말일지라도. 남이 듣기에 좋은 말 하는 것도 어쩌면 재주일지도 모르겠다. 사람, 그것도 남자한테 사기치고 사는 고타니 나쓰코를 먼 친척이라는 것 때문에 돕는 변호사 이시다 데쓰코도 나쓰코를 싫어하지 않게 되었다. 그 마음 여전히 난 잘 모르겠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할까 한다. 데쓰코는 나쓰코가 자신이 하지 못하는 걸 해서 나쓰코를 조금 좋게 본 걸까. 아, 생각났다. 나쓰코는 사기치는 남자 돈을 빼앗는 것만 하지 않고 한때나마 남자를 꿈꾸게 했다. 그건 가깝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자기 식구한테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말 마음을 터놓아야 하는 사람은 가까운 사람인데. 이렇게 말해도 나도 그러지 못하는구나. 난 딱히 할 말 없고 하고 싶지 않기도 해서다. 말하지 않는 게 버릇이 되었다.

 

 앞에서 1978년 4월 7일이라고 해서 조금 놀랐다. 다 읽어보고 왜 그때부터 시작했는지 알았다. 나쓰코와 데쓰코가 20대에서 70대가 될 때까지 나온다. 마지막에 데쓰코는 일흔한살이었는데 계산하면 지금보다 몇해 뒤다. 1970년대에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도 여성이 변호사를 하기에 좋지는 않았다. 데쓰코는 변호사가 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먼 친척 고타니 나쓰코한테서 도와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게 시작으로 그 뒤 띄엄띄엄 나쓰코는 데쓰코한테 도와달라고 한다. 처음에 데쓰코는 나쓰코를 잘 몰랐다. 열일곱해 전 할머니 집에서 만나고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남자는 나쓰코를 좋게 말했지만 여자는 그렇게 좋게 말하지 않았다. 나쓰코가 일부러 남자와 여자를 다르게 대했다기보다 그저 그런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자신한테 이로움을 줄 사람을 본능으로 안다고 할까. 똑똑한 어린이는 그런 걸 바로 알아보던가. 난 똑똑한 어린이가 아니었구나. 지금도 다르지 않다. 아니 나도 눈치가 빠르지만 나쓰코처럼 남의 마음에 들려고 하지 않는다.

 

 책을 보다보니 나쓰코한테 빠져드는 사람 공통점이 있었다. 지금 일어나는 일에서 달아나려는 사람이었다. 그건 마음의 빈틈이 되기도 한다. 자기 식구와 잘 지내는 사람이 다른 여자를 만나고 좋아할까. 나쓰코가 마음먹고 좋은 말을 하지 않았다는 거, 이것만은 인정하겠다(일부러 다른 사람 기분을 좋게 한 건 아니다는 거다). 그건 잠시일 뿐이다. 그 사람한테 볼 일이 없으면 나쓰코는 바로 떠나겠지. 처음 결혼하려다 그만둔 사람은 맨션을 가로채려다 잘 되지 않아서 나쓰코가 고소당했다. 남자가 바라는 건 돈이 아니고 나쓰코와 다시 시작하는 거였다. 그건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나쓰코는 한사람과 평범하게 살 사람이 아니니까. 그런 나쓰코가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다. 그때는 미용사와 함께 짜고 일부러 차 사고를 내는 보험사기를 쳤다. 돈은 한번에 엄청나게 벌기 어렵다. 그런 사람이 아주 없지 않겠지만, 하루하루 일하고 버는 게 가장 좋다. 그런 돈은 더 소중하지 않을까.

 

 오랫동안 함께 고생한 아내를 다시 생각하는 사람, 식구를 위해 돈을 버는 거다 하고 일만 했다는 걸 알게 되는 사람, 아주 잘산 건 아니지만 자신한테도 즐거운 일이 있었다는 걸 깨닫는 사람, 나쓰코는 사람들이 잊어버린 것을 생각하게 했다. 사기 당했다 해도 중요한 걸 알게 돼서 다행일까. 그런 건 나쓰코 때문이 아니더라도 알 수 있었을 텐데, 아니면 나쓰코가 정말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남한테 힘을 주려 했다면 좋았을 텐데 했다. 데쓰코도 나쓰코 때문에 알게 되는 게 있다. 나쓰코 일 때문에 병원에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을 만나고 유언장 일을 맡는다. 데쓰코는 여러 사람을 만나고 삶에 헛헛함을 느끼는 게 자신만이 아니다는 걸 깨닫는다. 혼자만 쓸쓸하지 않고 다른 사람도 그렇다면 위로가 될까. 사람이 죽을 때는 다 혼자다. 그 사람 삶을 남이 평가할 수 없다는 말은 괜찮다. 데쓰코가 변호사라는 일을 말하는 것도 괜찮게 들린다. 일에서 보람을 느끼려 하기보다 그 일을 최선을 다해 한다는 말. 이건 변호사 일에만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면 좋겠지.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인 사람도 있다(나도 다르지 않구나). 나쓰코는 일흔이 되어서도 사기를 쳤다. 전에는 남자한테 속기도 했는데. 나쓰코가 속았을 때 데쓰코는 남자한테 나쓰코를 이용하지 마라 한다. 데쓰코와 나쓰코뿐 아니라 여러 사람 삶을 엿볼 수 있다. 사람은 저마다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혼자라는 것도 잘 견디면 그렇게 나쁘지 않다. 잠깐 꾸는 꿈은 그것으로 끝내야 한다. 삶은 꿈보다 길다. 나도 그렇게 잘 사는 건 아니구나. 나쓰코 같은 사람은 여자만 있을까. 난 그런 남자도 있을 것 같다.

 

 

 

희선

 

 

 

 

☆―

 

 “사람은 누구나 혼자예요. 크건 작건 누구나 외로움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런 외로움까지도 잘 다스리고 살아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돈으로 외로움을 채울 순 없어요. 그보다 외로움을 즐기는 쪽이 낫지 않을까요? 외로움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거든요.”  (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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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알고 있다 - 물속에 사는 우리 사촌들의 사생활
조너선 밸컴 지음, 양병찬 옮김 / 에이도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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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는 언제부터 생각했을까. 고대 그리스에서 철학이 생겨났다고 하는데 그전에는 그런 게 없었을까. 있었지만 글이 남아있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 인류가 오래전 사람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는 건 책 때문이다. 아니 꼭 책만 있는 건 아니다. 벽에 그린 그림도 남아있다. 그래도 좀더 쉽게 알 수 있는 건 글로 남긴 거겠지. 그때 문자와 지금 문자는 많이 다르겠지만. 철학에는 자연철학이라고 하는 것이 있었다. 그게 지금은 과학과 의학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과학은 이 세상을 알려는 것이다. 사람은 말을 하니 말을 나누고 알겠지만 식물이나 동물은 그게 어렵겠지. 식물이나 동물은 사람한테 별로 관심없는 것 같기도 한데 사람은 여러 가지에 관심을 갖고 있구나. 아니 식물은 사람한테 관심없기보다 사람을 어떻게 이용할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뿐 아니라 곤충이나 동물도 이용하는구나. 그건 식물이 생각하는 걸까. 식물한테도 감정이 있다는 말을 들은 것 같다. 나무는 서로 돕고 산다. 동물도 다르지 않겠지. 그러면 물고기는 어떨까. 물고기도 아픔이나 즐거움을 느끼고 다른 개체를 알아본다고 한다.

 

 돌고래(고래였던가)와 사람이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를 영화로 본 적 있는데, 난 그것을 영화니까 그럴 수 있겠다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돌고래는 머리가 좋고 초음파로 서로 이야기한다고 한다. 돌고래만 그렇게 할까. 어떤 물고기든 여러 가지 소리를 낸다. 물속에서 내는 소리여서 사람은 듣기 어렵다. 물고기도 배우고 익힌다. 새나 동물은 새끼한테 사냥하는 법을 가르치기도 하는데, 물고기도 다르지 않은 듯하다. 물고기는 다른 물고기한테 가르친다기보다 다른 물고기를 보고 배운다. 어떤 물고기는 새를 잡아먹었다. 새가 물고기를 잡아먹는 건 알지만 물고기가 새를 잡아먹는다는 건 처음 알았다. 그건 물고기가 사는 환경이 달라지고 물속에 먹을 게 없어서 그렇게 바뀐 거였다. 사는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건 지금도 일어나는구나. 물고기한테도.

 

 지금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되기 전에 영장류에서 한쪽은 인류로 한쪽은 그대로 진화했다고 여겼다. 영장류 이전에는 무엇이었을까. 모든 생물은 바다에서 왔다는 말이 있다. 바다에 생명체가 생기고 아가미와 허파로 숨쉬는 것으로 나뉘었겠지. 인류 조상도 아주아주 오래전에는 물속에 살았겠다. 그런데 사람이 물고기를 아는 건 얼마 안 된다고 한다. 사람과 물고기가 사는 곳이 아주 달라서. 과학이 발달하고 사람은 바다 깊이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은 물고기 연구만 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물고기를 많이 잡을까도 생각했다. 사람이 물고기를 먹은 건 아주 오래전부터였다. 아무리 지구에서 삼분의 이가 바다라 해도 물고기를 많이 잡으면 사라질 거다. 사람 때문에 사라지는 건 물고기만 아니구나. 동물, 식물도 지구에서 많이 사라졌다. 지구에 해를 가장 많이 끼치는 건 사람이구나. 사람은 사람끼리 차별하기도 한다. 말하지 못하는 동, 식물을 지능이 낮다 여기기도 한다. 우주나 지구를 알려고 하는 건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그것 때문에 동, 식물한테 피해를 주면 안 될 텐데.

 

 사람이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는 것보다 기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것도 그리 좋지 않았다. 사람이 기르는 물고기가 사는 환경이 나빴고 먹이는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였다. 소, 닭, 돼지를 사람이 많이 먹게 되고 그것을 기르고 잡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는데 물고기도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니. 양식장에서 자라는 물고기는 지능도 떨어진단다. 이 말을 봤을 때 사람도 같다고 생각했다. 사람도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면 뇌가 발달하지 않고 사회성이 떨어진다. 물고기만의 문화도 있는데 사람이 많이 자란 물고기를 잡아서 그게 사라진다고 한다. 오래전에는 먹을만큼만 물고기를 잡았을 텐데, 지금은 아주 많이 잡는다. 상어는 지느러미와 꼬리만 자르고 몸통은 바다에 버린단다. 이 말은 언젠가 다른 데서 본 적 있다. 지느러미와 꼬리가 없으면 상어는 물속에 가라앉고 죽는다. 사람은 참 잔인하다. 다른 먹을거리가 많으니 이제는 상어 지느러미나 꼬리로 만드는 수프 먹지 않으면 안 될까.

 

 지구에 사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사람은 지구에 사는 생물을 더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물고기는 감정을 얼굴에 나타내지 못하는데 그건 물속에 살아서 그렇다. 그것을 물고기가 가진 특성, 개성으로 여기면 좋겠다.

 

 

 

희선

 

 

 

 

☆―

 

 “생선시장에 쏟아져 나온 물고기를 숲에서 나온 동물이라고 생각해보라. 이들은 바다에 사는 독수리, 올빼미, 사자, 호랑이, 눈표범, 코뿔소나 마찬가지다.”  (310~311쪽)

 

 

 온라인 도서검색 사이트 인젠타 커넥트에서 ‘물고기 복지’를 무심코 찾아봤더니, 물고기 복지를 다룬 책이 모두 71권인데, 그 가운데 69권은 2002년 뒤 나온 것이고, 1997년 이전에는 단 한권도 없었다.  (3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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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8-10 0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조에 갖힌 돌고래는 초음파가 벽에 부딪혀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충격이 심해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하죠.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도 여러가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동물원 폐지 운동에 대해서 가난한 사람들과 아이들이 세계의 동물들을 볼 수 있는 교육의 기회박탈이라고 거론하기도 하는데, 모든 생물이 그 습성에 맞게 잘 살 수 있는 자유가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희선 2017-08-11 03:12   좋아요 1 | URL
어렸을 때, 생각나지 않지만 동물원에 가 봤던 것 같아요 언제부턴가 동물원 동물이 안됐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먹이를 잘 준다고 해도 자연에서 사는 것하고는 아주 다르겠지요 그걸 없애자고 하는 사람도 있군요 동물을 가까이에서 못 봐도 알게 되는 것 같은데... 책, 사진으로 보고, 영상으로 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가까이에서 보는 것하고는 다를지 모르겠지만... 수족관 물고기도 그곳을 좋아할까 싶습니다 동물을 돌보는 사람이 더 마음을 쓰면 좋겠네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