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기담
전건우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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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아주 작은 방은 고시원일지도 모르겠다. 감옥 독방은 한평도 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던데 고시원 방 하나가 한평 정도밖에 안 된다면 감방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런 곳에 침대와 작은 텔레비전 냉장고도 있다니. 상상하기 어렵다. 어렸을 때 한칸짜리 방에서 살아본 적 있지만 고시원 방보다는 컸다. 고시원이 어떤지 잘 모르기도 한다. 언젠가도 고시원이 배경인 소설 봤는데 제목이 뭐였는지 잊어버렸다. 고시원이 배경인 소설 없었던 것 같다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구나. 고시원이었는지 독서실이었는지. 총무는 고시원에만 있을까. 그때 본 소설에도 총무가 나왔다.

 

 일본 소설을 보면서 집을 허술하게도 짓는구나 했는데 한국이라고 그런 곳이 없지 않다니. 내가 세상을 정말 모르는구나. 고시원 방은 방과 방 사이에 합판을 끼워서 방음이 안 되고 창문이 없는 곳도 있다고 한다. 창문이 없는 방은 얼마나 답답할까. 창문이 있으면 방값이 비싸다니. 그런 곳 짓는 것도 규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주인은 싼값에 큰돈을 벌려고 하겠지. 고시원 한다고 큰돈이 될지 모르겠지만. 고시원은 서울에만 있을까. 서울은 집값 방값이 아주 비싸다. 그래서 지방에서 서울에 가면 먼저 고시원에 방을 얻는 사람이 많겠지. 고시원 방에는 고시 공부만 하는 사람만 살지 않는다. 회사원, 학생, 술집 여자, 삐끼. 지금 말한 사람이 살았던 곳은 바로 이 책에 나오는 고문고시원이다. 본래는 공문고시원이었는데 태풍이 간판에 있던 ㅇ을 날려 버렸다고 한다. 거기에 맞고 사람이 죽다니. 공문고시원 터 때문일지 운이 없는 건지.

 

 지금은 고시원이고 사는 사람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고시원이 있는 터에서는 많은 사람이 죽었다. 처음에는 연탄불 생선구이촌이었는데 불이 나고 여러 사람이 죽고 다음에는 나이트 클럽을 지었는데 그곳을 열기 전날 불이 나서 또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 다음에 지은 게 바로 공문고시원이다. 지금은 고문고시원이지만. 1층은 상가고 2, 3층은 고시원이었는데 이제는 1, 2층은 비고 3층에만 사람이 살았다. 고문고시원이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겠지. 건물이 비어 있는 곳 무서울 것 같은데, 돈이 없는 사람은 바로 방을 옮기지도 못한다. 사람은 303 316 313 311 317 310호에 살았다. 예전에는 여관에 오랫동안 산 사람도 있는데. 그런 이야기도 떠오르다니. 한사람 한사람 이야기가 나오다가 고시원에 사는 사람이 힘을 합쳐 괴물을 물리치려고 한다. 물리쳤다기보다 살아남았다고 해야겠다. 괴물은 어디론가 사라졌지만. 죽은 건지 사라진 건지.

 

 사람들 이야기에 고양이도 나온다. 고양이는 고문고시원에 사는 사람을 지키려고 거기에 있었던 건지도. 고시원에 사는 사람은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유령처럼 살았다. 옆방에 산다고 인사하고 사는 거 조금 멋쩍겠다. 그래도 누군가는 누군가한테 마음을 쓰기도 했다. 사람이기에 힘든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 거겠지. 공부하는 홍, 필리핀에서 돈 벌러 온 깜, 협객이 되려고 먼저 일자리를 구하려는 편, 스트레스 해소방에서 누군가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느라 날마다 죽는 최,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는 여자아이 정. 이렇게 쓰고 나니 고문고시원에 사는 사람은 별나구나. 실제 있을 수 있을까. 310호에 사는 사람을 빼먹었다. 그 사람이 바로 뱀 사나이, 얼음장 그리고 괴물이다. 괴물은 고문고시원에 쌓인 안 좋은 것들에 더 쉽게 물들었을지도. 어릴 때부터 사는 게 그리 괜찮지 않았는데 괴물은 그런 일이 없었다 해도 자신은 괴물이 됐으리라고 생각했다. 괴물이라고 했는데 사이코패스나 마찬가지다.

 

 정말 많은 사람이 죽은 곳은 안 좋을까. 터가 안 좋다는 말이 있기는 하다. 그건 풍수지리에서 안 좋은 게 아닐까 싶은데. 집 터가 안 좋아서 안 좋은 일을 겪는 사람이 아주 없지 않겠지. 고문고시원 사람은 그곳이 그렇게 좋은 곳이 아니어도 편하게 여겼다. 괴물이 무슨 일을 저지르려고 했을 때 그곳을 지키려고 했지만 불이 나서 달아나는 것밖에 못했다. 그래도 서로 돕는 모습은 보기에 좋았다. 한번도 말하지 않은 사람도 살았구나. 홍이 그 사람을 기억해 내고 구했다. 그 뒤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다들 어디로 갔을까. 다른 곳에 가서도 비슷하게 살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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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마음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난다

잘 자라는 건

무언가 열매를 맺고

자라지 못하는 건

말라 죽기도 하겠지

아니

생각은 죽지 않는다

더 자라지 못한 생각은

마음 깊은 곳으로 가라앉을 뿐이다

언젠가

때가 오면 다시 떠오르리

더 멋진 생각으로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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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손에 쥐고 있으면

저절로 공책에 글을 쓰는 연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2

 

길에서 몽당연필을 주웠어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

깎아서 써 봤더니

세상에나

글이 술술 쓰이는 거야

글을 쓸 때마다

연필은 짧아지고

더는 쓸 수 없게 됐을 때는

무척 아쉬웠어

 

잠시 멋지고 재미있는 꿈을

꾼거지 뭐

 

 

 

3

 

누군가 다 쓰고 버린 요술연필은

조금씩 길어지고

다시 몽당연필이 되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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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sun09 2019-05-19 12: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득 ‘빨강 연필‘ 이라는 동화가 따오르네요~~
저에게도 이런 연필이 생기면... 바라봅니다

희선 2019-05-20 01:03   좋아요 1 | URL
예전에 그 책 읽었어요 그거 보고는 제가 쓴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제가 쓴 건 요술만년필... 그건 어떤 사람이 우연히 만년필을 줍고 그게 손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거였어요 그래도 글을 잘 썼습니다 동화로 썼는데... 예전에는 만년필이고 이번에는 연필로 썼군요


희선
 
미스터리 클락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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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둡고 꼬인 길을 걷다 밖으로 나온 기분이다. 어떤 책을 보든 다 보고 나면 겨우 그 안에서 나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쩐지 이번에는 더 힘들었던 것 같다. 하나하나 짚어가지 않고 그만두고 싶기도 했는데. 하나하나 짚었다 해도 선명하지 않고 흐릿하다. 한번 그러면 오랫동안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니 늘 그러는 건 아니고 요새 그러는 거구나. 한권 보면 좀 낫지 않을까 했지만 여러 번이나 이렇다니. 정말 책읽기를 좀 쉬는 게 나을까. 아니다, 다시 괜찮아질 날도 오겠지. 요새 더 게을러져서 그런 걸 거다. 그럴 때는 조금 가벼운 이야기를 보는 게 더 나을 텐데. 그렇다고 이 책이 무거운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이 죽으니 무겁다고도 해야 할까. 사람이 죽고 그곳은 밀실이었다. 책에 그런 게 나오는 건 누군가 사람을 죽이고 어떤 속임수로 그곳을 밀실로 만들어서다. 이런 책을 많이 본 건 아니지만 그걸 늘 풀지도 못했다. 책을 보면서 어떻게 한 걸까 하고 푸는 사람도 있겠지.

 

 네 편에서 맨 처음 것은 단편이고 나머지 셋은 중편이다. 변호사 아오토 준코와 방범 전문가 에노모토 케이가 함께 나온다. 첫번째 <완만한 자살>에는 준코가 나오지 않지만. <완만한 자살>은 폭력조직 사무실에서 죽은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지 누가 죽인 건지를 알아보는 거다. 범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처럼 보이게 했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여기게 만들었다. 만약 그 일을 경찰한테 신고했다면 경찰은 그 일이 어떻게 일어난 건지 알아냈을까. 어쩐지 그러지 못했을 것 같다. 그렇다고 에노모토 케이한테 그 사건을 맡긴 건 아니다. 에노모토 케이는 그저 잠긴 사무실 문을 열러 가서 그걸 알게 됐다. 언젠가 에노모토 케이 이야기가 자세하게 나온 적 있는지 모르겠다. 그저 자물쇠 같은 걸 잘 아는 사람으로만 나왔을지도. 본래는 도둑질을 했던가. 어쨌든 에노모토 케이는 방범 전문가로 여기에 나오는 모든 밀실 수수께끼를 푼다.

 

 두번째는 <거울 나라의 살인> 세번째는 <미스터리 클락> 네번째는 <콜로서스의 갈고리발톱>이다. 제목을 먼저 늘어놓다니. 두번째 <거울 나라의 살인>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생각나지 않는가. 아니 《거울 나라의 앨리스》라고 해야겠구나. 정말 그걸 모티프로 미술품을 만들었다. 설치 미술이라 해야 할까. 미술 관장이 죽임 당했다. CCTV에 찍히지 않고 관장 방에 갈 수 없었는데 그걸 풀어야 했다. 말로만 듣고 이해하기 어려웠다. 장치를 잘 아는 사람은 어렵지 않겠지. 세번째 <미스터리 클락>도 제목에서 뭔가를 생각할 수 있다. 그건 바로 시계다. 외진 곳에 있는 미스터리 소설가 집에 여러 사람이 모이고 소설가는 죽임 당한다. 소설가가 죽은 곳도 밀실에 가까웠다. 그렇다 해도 범인은 거기에 모인 사람 가운데 있다. 난 다른 건 별로 생각 안 하고 누가 죽였는지 짐작했다. 이런 건 처음이 아니구나. 네번째에서도 누가 죽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소설을 재미있게 보려면 수수께끼를 스스로 풀어야겠지. 변호사 준코는 엉뚱한 말을 자꾸 한다. 그건 일부러 그런 걸까, 웃기려고. 별로 웃기지 않았다. 세번째는 조금 복잡하다. 그런 걸 생각하다니. 범인은 그런 데 머리 안 쓰고 다른 데 쓰면 더 좋을 텐데. 그러고 보니 동기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돈 때문일까, 짐작할 뿐이다. 네번째는 바다에서 일어난 일이다. 탁 트여 있는데 밀실이라니. 사람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곳에서 일어난 일이어서겠지. 그건 복수였다. 잠수나 잠수하는 방법을 알면 알 수 있을까.

 

 사람이 죽임 당하는 이야기에서 난 수수께끼보다 왜 그 사람을 죽였을까 하는 것에 더 마음을 쓰고 본다. 사람이 사람을 죽여도 괜찮은 까닭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그럴 수밖에 없었구나 할 때도 있다니. 사람을 죽이고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걸 즐기는 사이코패스는 있지만. 평범한 사람은 사는 것만으로도 힘들다. 내가 보통사람이어서 이렇게 생각하는 거겠지. 사람을 죽이는 데는 엄청난 힘이 든다. 난 그런 데 쓸 힘도 없구나. 그냥 조용하게 살고 싶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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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다 보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를 사람이 보인다. 난 할 수 있는 한 그런 사람과 눈이 마추지지 않으려고 한다. 눈이 마주치면 말을 들을 수밖에 없고 도울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 곧 죽었지만 아직 이 세상에 남아 있는 사람을 보게 된 건 어렸을 때 머리를 다친 뒤부터다. 그때 난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내가 어쩌다가 머리를 다쳤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아니 왜 내가 높은 곳에 올라가고 거기에서 뛰어내렸는지 기억에 없다. 그때 일만이 기억에서 사라졌다. 그저 그때 내가 힘들었나 짐작할 뿐이다.

 

 병원에서 깨어난 난, 내가 왜 그곳에 있는지 몰랐다. 곧 온몸이 아프고 머리가 무척 아팠다. 몸이 아팠지만 팔 다리는 움직였다. 내가 깨어난 걸 보고 간호사가 의사를 데리고 왔다. 의사가 한 말을 다 알아듣지 못했지만, 다른 데는 괜찮고 머리를 많이 다쳐서 수술했다고 했다. 조금 지나고 엄마 아빠가 왔다.

 

 이틀쯤 뒤에 난 일반 병실로 옮기고 조금씩 움직일 수 있었다. 병원은 모두가 자는 밤에도 불을 다 끄지 않았다. 아픈 사람을 봐야 해서 그렇겠지. 며칠 동안 누워 있기만 해서 지루했던 난 밤에 병원 안을 돌아다녔다.

 

 병원에는 별로 볼 것이 없었다. 아픈 사람만 많이 보였다. 그런데 가끔 다른 사람보다 몸이 조금 희미하고 한 곳에만 서 있는 사람을 보았다. 어쩐지 그런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안 될 것 같아서 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

 

 며칠이 지나자 수술한 곳은 많이 좋아졌다. 침대에 앉아 있는데 병실 문앞에 나보다 조금 어린 여자아이가 나타났다. 다른 사람보다 희미했는데 난 그걸 제대로 못 보고 여자아이를 보았다. 여자아이도 나를 보았다. 여자아이는 내 침대로 다가왔다.

 

 “언니, 내가 보여?”

 

 난 말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런 나를 보고 여자아이는 밝게 웃었다.

 

 “언니, 부탁인데 우리 엄마 좀 찾아줘. 아무래도 나 죽은 것 같아. 죽은 건 어쩔 수 없지만 엄마 한번 보고 가고 싶어. 근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 아니 엄마 얼굴이 생각나지 않아. 한번 보면 알 것 같은데.”

 

 병실에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난 병실을 나왔다. 여자아이도 내 마음을 안 듯 나를 따라왔다. 난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곳으로 가서 여자아이한테 말했다.

 

 “이 병원에 장례식장도 있던데 거기 가 보면 되잖아.”

 

 “나도 그러려고 했는데, 거기 가면 바로 사라진대.”

 

 죽은 사람이 찾아온다 여기고 산 사람은 장례식을 치를 텐데, 죽은 사람은 오지도 못한다니. 난 어쩔 수 없이 장례식장을 돌아보고 여자아이 사진이 있는 곳을 찾았다. 그리고 아이 엄마인 듯한 사람을 보았다. 아이 엄마는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그날 아이를 화장하는 듯했다. 아이 관을 차로 옮기는 짧은 동안 여자아이가 엄마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장례식장 밖에서 기다렸다.

 

 “우리 엄마 어땠어?”

 

 “무척 슬퍼 보였어.”

 

 “나 죽기 며칠 전에 엄마하고 싸우고 한동안 한 마디도 안 했어.”

 

 “그랬구나.”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하고 싶어.”

 

 사람들이 밖으로 나왔다. 관을 차로 옮기려는 것 같았다. 관이 나오고 그 뒤에 영정 사진을 든 여자아이 엄마가 나왔다. 여자아이는 자기 엄마를 보고 바로 알아 보았다.

 

 “저기, 우리 엄마야.”

 

 “응, 맞아.”

 

 여자아이는 엄마한테 다가가 무슨 말을 하고는 사라졌다.

 

 아이 엄마는 울면서도 희미하게 웃음 지었다.

 

 어쩌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여자아이와 엄마는 만났을지도 모르겠다.

 

 그 뒤부터 가끔 난 병원에 있는 죽은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말을 듣고 그 사람을 도와주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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