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이이잉 쓸쓸하게 바람이 불자

땅을 뒹굴던 가랑잎은 멀리멀리 날아가고

공기는 무척 차가워졌다

 

한송이 두송이 천천히 내리던 눈은

이내 셀 수 없이 날렸다

 

세상은 조용하고

소복소복 눈 쌓이는 소리만 울렸다

 

너도 듣고 있을까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아이는 이번 성탄절에는 눈이 오기를 바랐다. 아직 아이는 눈을 본 적 없다. 옛날에는 겨울이면 눈이 오고 세상을 하얗게 덮기도 했다는데. 겨울이 오고 추운 날은 있어도 눈은 오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눈이 올까 하다가, 아이는 착한 일을 하기로 했다. 산타한테 다른 것보다 눈 선물이 받고 싶었다.

 

 한해 동안 아이는 엄마 일을 돕고 숙제도 빼놓지 않고 스스로 했다. 자기보다 어린아이한테 잘해주고 무거운 짐을 든 어른이 보이면 잽싸게 달려가 자신이 짐을 들었다.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겨울인 십이월이 왔다. 아이는 들뜬 마음으로 십이월 하루하루를 보냈다. 자기 전에 아이는 “산타님 이번 성탄절에는 눈이 오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했다.

 

 성탄절 전날 하늘은 잔뜩 흐렸다. 아이는 자기 바람이 이뤄질지도 모른다 여기고 그날은 일찍 잠들었다. 성탄절 아침에 아이는 가장 먼저 창을 열어 보았다. 아이 눈에 들어온 건 눈에 덮인 하얀 세상이 아닌 비에 젖은 잿빛 세상이었다.

 

 실망한 아이는 하루 내내 집에만 있었다. 엄마 아빠가 맛있는 거라도 먹으러 갈까 해도 싫다고 했다. 아이는 울다 지쳐 잠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아이는 추위를 느끼고 눈을 번쩍 떴다. 둘레를 둘러보니 거기는 자기 방이 아니었다. 그곳은 눈에 덮인 세상이었다. 아이가 입김으로 두 손을 녹이자 아이 앞에 순록이 끄는 썰매가 나타났다. 썰매에 탄 산타가 말했다.

 

 “좀 늦었지. 여기는 추우니 이 옷 입어.”

 

 아이는 산타가 건네준 두꺼운 옷을 입고 장갑도 끼었다.

 

 “자, 이제 여기 타.”

 

 “네?”

 

 “한바퀴 돌아볼까 해서. 왜 싫어?”

 

 “아니요.”

 

 순록이 끄는 썰매는 눈 위를 달리다 조금씩 떠오르더니 하늘을 달렸다. 하늘에서는 하얀 눈이 펑펑 쏟아졌다. 그림책에서 보던 하얀 세상이었다.

 

 아이가 잠든 방에 엄마가 들어와서 아이를 보니 아이는 웃고 있었다. 엄마는 조금 마음을 놓고 아이 방 불을 끄고 조용히 문을 닫았다.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좀비 썰록
김성희 외 지음 / 시공사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를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좀비가 나오는 영화도 많겠지. 예전에 한번 본 적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산 사람은 다 어떻게 됐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한국에서 만든 드라마도 본 적 있다. 그 드라마는 본 지 좀 됐다. 좀비와 뱀파이어는 한번 죽고 다시 살아난다는 건 같지만 다르다. 뱀파이어는 피만 먹고, 좀비는 피뿐 아니라 산 사람을 먹는구나. 먹는 게 달라서 다른 걸까. 좀비나 뱀파이어 이야기가 자주 나오면 사회가 어떻다는 말 본 것 같기도 한데, ‘어떻다’가 뭔지 잘 모르겠다. 그리 좋은 건 아니겠지(경제가 안 좋다고 했던가). 이야기가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과 상관있을 때도 있지만, 그런 소설로 말하고 싶은 게 있기도 하겠지. 이 책은 좀비와 고전을 재미있게 보라고 쓴 것 같다.

 

 마지막 이야기 황순원 소설 <소나기>를 차무진은 <피, 소나기>로 썼다. 죽은 여자아이가 돌아왔다. 예전과 다른 여자아이였는데도 남자아이는 여자아이를 예전과 똑같이 대했다. 그러면서도 여자아이가 예전처럼 이야기 하기를 바랐다. 여자아이는 죽었으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남자아이는 무덤에서 나온 여자아이를 시귀라 했다. 여자아이는 무덤을 파고 나왔을까. 그렇겠지. 이건 조금 무서웠다. 사람이 아닌 다른 게 된 여자아이가 아니고. 여자아이를 잡아다 묶어놓고 다시 죽이려는 사람들 모습이. 여자아이 하나만 그래서 그렇게 했구나. 죽었다 살아나고 산 사람을 잡아 먹으려는 게 많았다면 사람들은 벌써 달아났을 텐데. 아니 달아나지 못하고 그 사람들도 시귀(좀비)가 됐을까. 여자아이는 한번 더 죽는다. 남자아이는 더 슬펐을지도.

 

 처음에 마지막에 실린 걸 말했구나. 첫번째 <관동별곡>과 두번째 <만복사 저포기>는 잘 모른다. <관동별곡>이야 제목은 들어봤지만. 이건 새로운 이야기를 썼다 말해도 될지도. 조금 웃기기도 하다. 처음에는 집중이 안 되기도 했는데, 다시 보니 괜찮았다. 정철이 정말 여기 나오는 정 대감 같았을지. 작가는 다르다고 했구나. <관동행 : GAMA TO GWANDONG>(김성희)은 정 대감이 강원도 관찰사가 되어 임금한테 인사하고 한양에서 강원도로 떠나면서 좀비를 만나는 이야기다. 여기에서는 걸귀라 한다. 정 대감은 걸귀가 나타나면 재채기를 하고 몸에 두드러기가 났다. 근데 그게 도움이 됐다. 정 대감도 무언가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다니. 앞에서는 정 대감을 쓸모없는 양반이라 말하기도 했다. 걸귀를 물리치는 건 김치였다. 이것도 재미있구나. 걸귀를 물리치는 김치에는 무언가를 넣어야 한다.

 

 두번째 ‘만복사 저포기’는 <만복사 좀비기>(정명섭)라는 제목으로 썼다. 본래 소설에서도 양생이 주사위로 부처와 내기를 하는가 보다. ‘만복사 좀비기’에서 양생은 어머니하고만 살았는데, 왜구가 쳐들어 와서 땅에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숨어 있었다. 어머니는 죽었나 보다. 왜구가 쳐들어 온 것도 큰일인데 병까지 퍼졌다. 양생은 구덩이에서 나오고 병에 걸린 사람을 피해 만복사로 간다. 양생은 겨우 그곳에 있게 된다. 거기에 있으면서도 양생은 부처한테 혼인할 아가씨를 보내달라고 한다. 어머니는 양생이 혼인하기를 바랐다. 양생은 자신이 혼인하면 어머니한테 효도한다고 생각했겠지. 신기하게도 그곳에 아가씨가 나타난다. 절 스님과 다른 사람은 아가씨를 쫓아내야 한다고 하지만, 양생은 안 된다고 한다. 그 뒤 양생과 아가씨가 혼인하고 잘살았다로 끝났다면 좋았겠지만, 이 이야기 제목은 ‘만복사 좀비기’다. 뒤에는 반전이 기다린다. 그걸 보면 다 놀랄 거다.

 

 예전에 <사랑손님과 어머니>(주요섭)에 나온 옥희를 개그 소재로 쓰기도 했는데. 전건우는 <사랑손님과 어머니, 그리고 죽은 아버지>로 썼다. ‘사랑손님과 어머니’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모르겠다. 이건 생각 안 나도 내용은 대충 안다. 전건우는 어머니를 다르게 그렸다. 사랑손님과 함께 아픈 아버지를 죽이는 걸로. 어머니는 우물에 약을 넣고 마을 사람도 잘 안 되기를 바랐다. 어쩐지 무섭구나. 그 약은 무엇이 잘못됐는지 사람들을 좀비로 만들었다. 그래도 어머니는 옥희와 함께 집을 떠난다. <운수 좋은 날>(조영주)에는 현진건이 쓴 ‘운수 좋은 날’에서 인력거를 끌던 김 첨지가 나온다. 김 첨지는 옛날 사람인데 아직도 살아 있다니. 김 첨지, 이제는 김 씨로 좀비였다. 그것도 채소만 먹는. 김 씨는 차를 운전했다. 자기 차를 서울까지 김 씨한테 운전해달라고 하는 소설가 해환도 좀비가 되고 만다. 김 씨는 짧기는 해도 말 잘 한다. 좀비라고 이상한 소리를 내고 흐리멍덩한 눈으로 어슬렁거리기만 하지 않을지도. 어쩌면 ‘운수 좋은 날‘ 세계에서는 좀비가 되면 더는 고기를 먹지 못하게 되는지도. 이런 생각도 재미있구나.

 

 고전을 좀비 이야기로 썼다는 걸 알았을 때 김동인 소설 <감자>도 그렇게 쓰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죽은 복녀가 좀비가 되고 자신을 죽게 한 남편과 왕 서방과 한의사를 죽이는. 복수하는 좀비는 못 본 것 같지만.

 

 

 

희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20-11-25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티브이를 통해 옛 영화로 봤는데 재밌더군요. 옥희, 이름을 보니 생각나요. 귀엽죠.
좀비와 고전의 결합! 어떨까요?

희선 2020-11-26 01:32   좋아요 1 | URL
예전 사람은 말투가 달랐죠 지금 들으면 참 이상하고 재미있지만 그때는 그게 보통이었겠습니다 지금 말투도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겠습니다 이런저런 상상이 재미있습니다


희선
 
드립백 부룬디 뭉카제 - 10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1월
평점 :
품절


 

 

 알라딘 커피 이번이 다섯번째예요. 다른 때와 다르게 겉이 단순합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맨 앞에 있는 건 붙이는 거예요. 이걸 알았을 때, 이건 사람이 붙일까 기계가 붙일까 했습니다. 잠시 이걸 붙이지 않으면 무슨 커피인지 모르겠다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군요. 뒤쪽에 무슨 커피인지 인쇄되어 있어요. 앞은 스티커 뒤는 인쇄예요.

 

 

  

 

 

 

 지금까지 커피 이름 한글로 쓰여 있었는데, 이번에는 영어로 쓰여 있네요. 뒤에 한글로 쓰여 있어요. ‘부룬디 뭉카제’라고. 쌀쌀한 날씨에 어울리게 묵직하게 로스팅했답니다. 이런 말 봐도 잘 모릅니다. 그런가 보다 할 뿐입니다. 감귤, 호두, 구운밤맛을 느껴야 할까요. 이런 걸 보고 그걸 느끼려 하다니 조금 우습네요. 전 신맛이랑 조금 탄맛도 느꼈습니다. 탄맛이 아니고 쓴맛이라 해야 할지도. 혹시 그게 구운밤일까요.

 

 쌀쌀할 때는 커피가 어울리지요. 그것도 따듯한 커피가. 쌀쌀한 날씨에도 차가운 커피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전 반대로 더운 날씨에도 따듯한 커피가 더 좋아요. 이 말 전에도 했군요. 더울 때 아주 가끔 차가운 커피 마시고 싶기도 한데, 집에 얼음이 거의 없어요. 그런 것도 부지런해야 하겠습니다(이건 저만 그럴지도. 물을 얼리려면 먼저 끓이고 식혀야 하니, 그거 좀 귀찮잖아요). 그저 제 체질이 차가운 것보다 따듯한 게 맞는 걸지도.

 

 앞에서 별말을 다했네요. 저는 이번 커피 괜찮았습니다.

 

 갑자기 <커피가 식기 전에>라는 영화가 떠오르는군요. 이 영화는 커피가 식을 때까지 돌아가고 싶은 지난날로 가는 거예요. 그렇다고 지난날을 바꾸지는 못해요. 누구나 그럴 수 있는 건 아니고 지난날로 돌아갈 수 있는 커피집에 예전에 온 적이 있어야 해요. 지난날에 머무는 시간은 제목처럼 커피가 식기 전까지예요. 바꾸지도 못하는 지난날로 가면 뭐 하나 싶지만, 그렇지도 않은 듯해요. 그때 몰랐던 걸 예전으로 되돌아가고 알게 되거든요. 지난날로 돌아갔던 사람은 마음의 상처가 낫는 듯해요.

 

 커피가 식기까지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겠습니다. 어쩌면 짧기에 더 소중하게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날은 부드럽다가도

어느 날은 매서워지는

봄바람

 

가끔 부드럽게 뺨을 스치고

때론 꽃보라를 일으키는

봄바람

 

따스하면서도

잘 토라지는

봄바람

 

해마다

잊지 않고 찾아와서

고마워

 

 

 

 

*또 때에 맞지 않는 글, 실제로는 봄에 썼다. 늘 그때가 아닌 걸 쓰려고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희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페크pek0501 2020-11-25 1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괜찮습니다. 꼭 지금의 계절과 일치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봄바람을 다른 걸로 상상해서 읽으면 되니까요. 또는 지금 봄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되니까요. ㅋ

희선 2020-11-26 01:31   좋아요 0 | URL
페크 님 고맙습니다 지난번에도 그런 말씀을 해주셨는데... 꼭 그때에 맞는 글을 만나지는 않지요 소설도 시도 보다보면 그때가 아닌 이야기도 있으니... 그럴 때는 그런가 보다 하는군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