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농담이다 오늘의 젊은 작가 12
김중혁 지음 / 민음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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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지난해 시월 중순쯤)에 우연히 신카이 마코토 소설이 나왔다는 걸 알았다. 인터넷 책방 외국도서를 보았더니 오른쪽 위에 있었다. 소설은 《네 이름은 君の名は》이고 2016년 유월에 나왔다. 유월에 나온 것을 이제야 알리다니 하는 생각을 나중에 했다. 일본에서는 팔월에 영화가 했고 한국에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알렸나 보다. 영화관에서는 2017년에 볼 수 있다고 한다. 《네 이름은》은 하늘에서 별똥별이 떨어진 뒤 시골에 사는 여자아이(미쓰하)와 도쿄에 사는 남자아이(타키) 혼이 꿈속에서 바뀐다. 둘은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 꿈속에서 바뀌지만, 그건 실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꿈인지 알았는데 나중에 현실이라는 걸 안다고 한다). 그런 일도 있겠지 생각하면 믿기 어려운 일이라 할지라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건 이 정도만 말하고, 내가 그것을 봤을 때 생각한 건 신카이 마코토가 예전에 만든 만화영화 <별의 목소리>다. 그걸 봤을 때는 신카이 마코토는 몰랐다. 그건 30뿐쯤밖에 안 되는데 영화라 해도 될지. 신카이 마코토가 만든 걸 다 본 건 아닌데 우주선 같은 게 나오는 게 또 있다. <초속 5센티미터>다. 다른 데도 나왔을지 모르겠지만.

 

<별의 목소리>는 중학생 여자아이가 우주에 나가서 친하게 지내던 남자아이한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거다. 여자아이가 우주 어디로 갔는지 잘 모르지만, 갈수록 지구에서 멀어지고 문자메시지가 지구에 가는 시간도 더 걸렸다. 나중에 우주에서 사고가 일어났던 것 같다. 여자아이가 마지막으로 보낸 문자메시지는 몇해가 흘러서야 왔다. 그리 길지 않은 이야기지만 어쩐지 아련하다. 남자아이는 여자아이가 우주에 가는 걸 말리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연락해’ 했을까. 시간이 흐르고 남자아이는 여자아이를 깊이 생각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다른 이야기는 소설에서 볼 수 있을까. <별의 목소리>도 소설로 썼는지 모르겠지만(찾아보니 소설도 나왔다). 김중혁 소설을 보고 이런 말로 시작하다니. 여기에 우주로 가고 사고가 나서 다시 지구에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이 나와서다. 이일영이 우주비행선을 타려고 애쓰는 모습을 볼 때는 <우주형제>라는 만화영화가 생각났다(만화가 원작이다). <우주형제>는 어릴 때 UFO 같은 것을 보고는 우주로 나가겠다는 꿈을 가지고 애쓰는 이야기다. 동생이 먼저 나사NASA(만화에도 이렇게 나왔는지 잊어버렸지만)에 들어가고 형은 나중에 들어가려 한다. 시험 보는 데까지밖에 못 봐서 그다음에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 꿈을 이루지 않을까 싶다.

 

소설 시작은 우주선 사고가 난 뒤 이일영이 관제센터에 연락하려는 거다. 우주에 혼자 남으면 어떤 기분일까. 무서울 것 같다. 지구에 있는 송우영은 낮에는 컴퓨터 A/S 기사로 밤에는 스탠드업 코미디언 일을 한다. 송우영과 이일영 이름을 보고 성은 다르지만 이름 끝자가 같아서 상관있는 사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은 아버지가 다른 형제지만 함께 살지 않았다. 어머니는 전남편이 죽고 아이는 두고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 말은 안 했다 해도 어머니는 아들을 데리고 가고 싶지 않았을까. 그런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송우영은 어머니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다니, 이 모습 어쩐지 우주에 홀로 있는 이일영 모습 같기도 하다. 지구와 우주에서 비슷하게 있었다니. 우주에 있는 사람이 더 쓸쓸했겠다. 이일영은 자기 목소리를 남기는 것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송우영은 어머니가 형한테 쓴 편지 열두 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이일영한테 전해주려고 이일영을 찾았지만 일영은 지구가 아닌 우주에 있었다.

 

어머니와 일영이 헤어지고 한번도 만나지 않은 건 아니다. 일영이 우주로 가기 전에 몇번 만났다. 어머니는 안 좋은 꿈을 꿨다고 일영한테 우주에 가지 마라 했지만, 일영은 그동안 애쓴 것을 헛되이 할 수 없다 하고 우주로 간다. 어머니와 일영이 함께 살았다 해도 아쉬움은 있었을 거다. 그래도 더 빨리 만나고 이야기를 나눴다면 좋았겠지. 사람은 언제나 늦는다고 하는데 맞는 말이다. 어머니가 일영이 사고가 난 뒤 일영한테 쓴 편지를 송우영과 같은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세미가 읽고 녹음한 것을 우주로 보낸다. 어머니 편지를 일영이 받았을까, 받았기를 바란다. 일영이 영혼이 되어 우주에서 그것을 들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아니 어머니와 일영 둘 다 영혼이라면 우주에서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겠구나.

 

 

 

희선

 

 

 

 

☆―

 

“난 다른 사람 마음을 잘 이해하기 힘들어요. 얼마나 슬플까, 얼마나 기쁠까, 대체 얼마나 아플까.”

 

“당연하지, 바보야. 당연한 거야. 그걸 이해할 수 있다고 떠드는 놈들이 사기꾼이야. 감정은 절대 전달 못 해. 누군가 ‘슬프다’고 얘기해도, 그게 전달되겠어? 저마다 자기 방식대로 그걸 받아들이는 거야. 진짜 아픈 사람은 자신이 아픈 걸 10퍼센트도 말 못해. 우린 그냥……, 뭐라 해야 하나, 그냥 저마다 알아서들 버티는 거야. 이해 못해 준다고 섭섭할 일도 없어. 어차피 우린 그래. 어차피 우린 이해 못하니까 속이지는 말아야지. 위한답시고 거짓말하는 것도 안 되고, 상처받을까봐 숨기는 것도 안 돼. 그건 다 위선이야.”  (190~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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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1-16 06: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원하네요. ㅎㅎㅎ 그걸 안다고 떠드는게 사기야! ㅎㅎㅎ 이해한 늘 양말 뒤집기 같다고...

희선 2017-01-17 02:02   좋아요 1 | URL
안다고 말하기보다 알려고 하면 좀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사람 마음은 알 수 없죠 자기 마음도 다 모르는데...


희선

[그장소] 2017-01-17 15:36   좋아요 1 | URL
딱 ㅡ그렇죠? 알려고 하는자세 , 그리고 타이밍~ 이게 관건이 아닐까 해요 .. 몇 번의 생을 다시 살 수 없으니 적시에 적절한 헹동이나 말이 늘 필요한데..인생은 신기한 모험길 인지라 ㅡ 가봐야 안다는 ㅎㅎㅎ 그쵸?
 

 

 

  그 쇳물 쓰지 마라

  제페토

  수오서재  2016년 08월 16일

 

 

 

 

 

 

 

 

 

 

 

 

제페토는 나무 인형 피노키오를 만든 할아버지예요. 꼭두각시 인형이던가요. 이런 생각을 하다가 제페토는 정말 할아버지일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렸을 때는 할아버지로 보였는데. 피노키오는 사람이 아닌 나무로 만든 인형인데 말을 하고 움직였습니다. 그건 제페토가 바랐기 때문이겠지요. 피노키오는 사람이 아닐뿐 어린이와 다르지 않아요. 장난치고 거짓말 하는 게. 남자아이가 다 그런 건 아닐 테지만.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졌지요. 요정은 피노키오한테 거짓말 하지 않는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해요. 이 동화는 아이를 가르치려고 썼다는 말 언젠가 보았습니다. 제가 어릴 때 피노키오를 보고 착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지금은 좀 다릅니다. 착한 게 나쁘지 않지만, 생각하지 않고 남이 시키는 대로 하는 건 착한 것과는 상관없지요. 착하다는 건 다른 사람 마음을 알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사람 마음이 어떤지 알면 그 사람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이나 행동은 하지 않겠지요.

 

이 시집을 쓴 사람 이름이 제페토여서 피노키오를 만든 제페토를 잠깐 생각했습니다. 오래전에 봐서 자세한 건 다 잊어버렸습니다. 제페토는 목수였을까요. 좀더 알면 좋겠지만 아는 게 없네요. ‘댓글 시인 제페토’는 이 책 나왔을 때 알았어요. 이런 사람도 있구나 했지요. 저는 신문뿐 아니라 텔레비전 뉴스도 보지 않습니다. 부끄러운 일을 말했네요. 인터넷에서 기사 같은 거라도 찾아서 보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도 괜찮을 텐데 그것도 하지 않습니다. 인터넷 기사는 거의 제목만 보고 말 때가 많아요. 충격스러운 일은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그것을 본다고 다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생각하지만 길면 잘 읽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읽게 하려고 인터넷 기사 제목은 자극스럽게 짓고 내용은 짧게 쓰는 거군요. 그것도 깊이 읽으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페토는 인터넷 뉴스를 읽고 댓글을 시로 씁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쓴 댓글시와 마음가는 대로 쓴 시를 여기에 실었습니다.

 

다른 사람 글을 보고 댓글을 쓰는 것과 다르지 않군요. 인터넷 뉴스도 사람이 쓴 거잖아요.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을 일부러 본 적은 없고 무심코 본 적은 있는데 별로 좋은 말이 아니더군요. 그런 거 보고 마음 안 좋아지는 사람도 있겠지요. 2011년에는 송지선 아나운서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더군요. 텔레비전을 안 보니 그런 아나운서가 있었는지도 몰랐습니다. 송지선 아나운서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안 좋은 소문과 나쁜 말이 쓰인 댓글 때문이더군요. 요즘은 인터넷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은 더 쉽게 인터넷에 드러나죠. 좋은 말은 못해도 모르는 일은 말하지 않았으면 해요.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건 아니군요. 1등 해야 한다는 생각에 짓눌려 목숨을 끊은 고등학생도 있고, 여러 학원에 다니느라 힘든 아이도 있습니다. 소풍에는 보내달라고 새엄마한테 부탁했지만, 새엄마는 아이가 거짓말 했다고 죽을 때까지 때렸습니다. 한동안 그런 이야기 들었어요. 새엄마가 아이를 죽인 일이나, 젊은 부부가 갓난아이를 죽은 일. 그런 일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겠지요. 세상에는 어른보다 나이 많은 어린이만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도 마찬가군요. 어른이 되지 못해도 괜찮으니 아이는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반 십육 번

박정호가 죽었네

영어학원 건너려다

뺑소니를 당했네

 

레커차 달려오고

경찰차 달려오고

사이렌 요란한데

그 애의 텅 빈 눈은

먼 하늘만 보았네

 

박정호가 죽었어요

훌쩍대는 전화에

울 엄마는 그 아이

몇 등이냐 물었네

 

<학원 가는길>, 87쪽

 

 

 

오늘같이 추운 날

당신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면

당신 몸은 오늘도 최선을 다한 것이다

당신 키 작은 구성원들은

당신이 잠든 동안에도 쉬지를 않나니

지친 당신 기운을 내라

당신 안 모든 것들은

당신이 잘되기만을 바라고 있지 않은가

 

<소한>, 129쪽

 

 

 

한국에는 많은 사람이 살고 세계에는 더 많은 사람이 삽니다. 그 많은 사람 일을 다 알기는 어렵습니다. 자기 살기도 바빠서 관심 갖지 않기도 하지요. 가까이 있는 사람과 마음을 나누고 사는 것도 좋습니다. 가끔 세상에는 슬프고 안타깝고 멋진 일도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건 어떨까요. 주인을 살린 개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개를 돕는 개도 있더군요. 동물도 힘든 친구를 돕고 삽니다. 사람도 그래야 할 텐데요. 여전히 한국은 장애인이 살기에 좋지 않습니다. 시각장애인이 다니기 어렵게 고치는 곳도 있었습니다. 세상은 오른손잡이나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장애인이나 얼마 안 되는 사람도 생각해야죠. 쓸데없는 관심 갖는 건 별로여도, 이웃이 어떤지 살피는 건 괜찮겠지요. 예전에는 가난해도 서로 마음을 나누고 살았는데. 저도 못하는 일이고 조금 걱정스럽기도 해요. 혼자 살다 죽을 테니까요(이런 말을). ‘고독사’라고 하잖아요. 어쩐지 그 말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혼자 산다고 해서 그 사람이 쓸쓸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런 사람이 많아서 그렇게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잘 모르면서 불쌍하다 여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자기 삶을 살다 조용히 가는 사람도 많을 거예요.

 

제페토가 댓글 쓴 기사에는 슬프고 안타까운 일도 있지만 날씨나 밝은 일도 있어요. 눈이나 비 온다는 것을 보고도 쓰다니. 시로 남은 이런저런 일이고, 누구한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뉴스 보면서 많은 사람이 ‘나한테는 저런 일 일어나지 않겠지’ 할 거예요. 사건사고로 죽은 사람을 보고는 안됐다 잠깐 생각하고 잊겠지요. 쉽게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은 잊지 않아야 하는 것까지 잊어서 같은 일을 되풀이하는 걸지도 몰라요. 이 말 처음 하는 게 아니군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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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뭣 좀 아는 뚱냥이의 발칙한 미술 특강
스베틀라나 페트로바.고양이 자라투스트라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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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오는 책에 고양이가 많이 나와. 고양이를 기르면서 겪은 일을 글로 쓰고 만화로 그려. 그림은 재미있는 모습을 잘 나타낼 수 있어. 사진은 귀여운 고양이 모습을 그대로 보여줘. 오래전에 고양이와 잠깐 같이 살았지만 어릴 때여서 어땠는지 생각나지 않아. 지금까지 고양이 나오는 만화책은 하나 봤어. 거기에 나온 고양이는 새끼로 여전히 새끼고양이야. 현실에서는 몇달만 지나면 다 클 텐데. 만화나 소설 속 시간은 현실보다 천천히 흐르기도 하고 빨리 흐르기도 해. 빨리 흐르면 어쩐지 아쉽고 천천히 흐르면 좋기도 해. 현실보다 시간이 빨리 흐르면 헤어질 시간이 다가와서 쓸쓸하고 천천히 흐르면 좋은 때를 오래 볼 수 있어서 좋아. 새끼고양이만 귀여운 건 아니겠지. 우연히 인터넷에서 고양이 사진을 보면 다 귀엽더군. 그때를 사람이 잘 잡은 거겠지. 아니 고양이가 사람이 사진 찍는 걸 알고 귀여운 자세를 잡는 걸지도. 고양이는 자신도 사람이라 생각한다잖아. 지금은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을 주인보다 집사라고 하던가. 그것보다는 친구가 더 좋을 듯해.

 

고양이 자라투스트라는 오래전부터 화가 그림 모델이었다는 증거가 여기에 담겼어. 고대부터 중세 이탈리아 르네상스 북유럽 르네상스와 16세기에서 20세기까지. 대체 자라투스트라는 얼마나 산 걸까. 어딘가에는 백만년 산 고양이도 있고 고양이 목숨은 아홉개라고도 하지. 잘 알려진 그림에는 자라투스트라를 그렸다고 해. 이건 정보를 디지털로 만드는 지금이기에 할 수 있는 거야. 누군가는 이것을 장난이라 여기고 본래 그림을 망친다고 싫어할지도 모르겠어. 그렇다 해도 재미있는 걸. 예술이라고 무게를 잡아야 하는 건 아니지. 많은 사람이 즐기는 것도 좋다고 봐. 그림은 처음부터 자라투스트라를 그린 것처럼 만들었어. 그 일이 쉬운 건 아닐 거야. 자라투스트라 사진을 찍고 어떤 그림에 어떤 자세가 좋을지 잘 맞추고 본래 있던 그림은 보이지 않게 해야 해. 자라투스트라 몸무게가 십킬로그램이라는데 고양이로는 무거운 걸까. 오래 안고 있기에는 좀 무거울 것 같네. 가볍고 날렵한 고양이도 괜찮지만 좀 살찐 고양이도 괜찮지 여기 실린 그림 속 자라투스트라를 보면 다들 좋아할 거야.

 

뚱뚱한 말 뒤를 따라가는 뚱뚱한 고양이 벽화는 진짜 같아. 보티첼리는 <비너스의 탄생>을 그렸잖아. 커다란 조개 위에는 비너스가 아닌 자라투스트라가 있는데 어울려. <모나리자>는 자라투스트라를 안고 웃음 지어. 담비를 안은 여인이 본래 안은 건 자라투스트라였대. 티치아노가 그린 <거울 보는 비너스>도 자라투스트라가 거울을 보는데 거울 속에는 여자 얼굴이 있어. 이건 실제 그림이 어떤지 보고 싶기도 하군. 거울 보는 그림이 하나 더 있는데 거기에는 자라투스트라를 거울 속에도 그렸어. 미켈란젤로가 그린 <천지창조>는 아담 자리에 자라투스트라가 있어. 그림을 말로 설명하려니 어렵군. 자라투스트라는 그림 속에서 신부가 되기도 하고 신랑이 되기도 해. 자라투스트라가 말을 타고 사람이 커다란 자라투스트라를 타기도 해. 커다란 고양이를 타는 느낌은 어떨까. <이웃집 토토로>에 나오는 고양이 버스가 생각나는군.

 

포토샵 잘하는 사람은 자신이 기르는 고양이 사진을 찍고 이런 놀이를 해 보는 것도 괜찮겠어. 자라투스트라는 본래 스베틀라나 페트로바 어머니가 기르던 건데,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스베틀라나 페트로바와 살게 됐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서 스베틀라나 페트로바는 슬펐는데 자라투스트라 사진을 찍고 그림에 넣다 보니 아픔이 좀 가셨대. 자라투스트라는 사진 찍는 거 좋아한대. 모든 고양이가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 사람이 다 다른 것처럼 고양이도 다 다를 거야. 그것을 잘 알아야겠군, 알려 해야지. 그림보다 고양이 마음을 잘 알자 한 것 같네. 그림이든 그림을 그린 사람 마음이든 다 잘 알면 좋을 텐데. 관심을 가지면 조금 알 수 있을 거야.

 

 

 

희선

 

 

 

 

 

 

 

라스토 동굴 벽화, 뚱뚱이 말과 뚱뚱이 고양이

 

 

 

산드로 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

 

 

 

레오나르도 다 빈치, <모나리자> 원판

 

 

 

레오나르도 다 빈치, <담비인 체하는 고양이를 안은 여인>

 

 

 

에드워드 호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과 밤고양이>

 

 

 

앤드류 와이어스, <크리스티나의 세계>

 

 

 

http://fatcatart.com/ ←그림이 더 보고 싶다면, Gallery(갤러리)를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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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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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학교에 안 갈 거야. 아주 졸리거든. 추워. 학교에서는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아.

 

난 학교에 안 갈 거야. 학교에는 나보다 크고 나보다 힘도 센 애가 둘 있어. 내가 걔들 옆을 지나가면 팔을 벌리고 내 앞길을 막아. 난 무서워.

 

난 무서워. 학교에 안 갈 거야. 학교에서는 도무지 시간이 가지 않아. 모든 것이 밖에 있어. 교문 밖에.

 

보기를 들면 집에 있는 내 방. 그리고 엄마, 아빠, 내 장난감들, 발코니에 있는 새들, 학교에서 이런 걸 생각하면 울고 싶어. 그러면 창밖을 보지. 하늘에는 구름이 떠 있어.

 

난 학교에 안 갈 거야. 거기 있는 건 다 싫어.  (<학교에 안 갈 거야>에서, 65쪽)

 

 

한국도 잘 모르는데 내가 터키라고 알까. 한국은 터키를 형제 나라라고도 한다. 찾아보니 한국보다 터키가 더 그렇게 생각한단다. 한국 전쟁과 상관있을까 했는데, 터키와 한국은 돌궐(투르크)일 때와 고구려일 때부터 동맹을 맺고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몰랐던 일을 하나 알게 되었다. 터키 역사책에는 그게 잘 나왔나보다. 그런 것은 숨길 만한 게 아니지만 터키는 숨기는 게 있다. 아르메니아 사람을 많이 죽인 일이다. 오르한 파묵이 그 일을 말해서 나라한테 소송 당했다. 예전에 오르한 파묵과 터키 정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저 일이었나보다. 터키는 아주 자유로운 나라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흘러서 지금은 좀 달라졌을까. 터키를 대표하는 작가 하면 오르한 파묵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어쩌면 오르한 파묵이 터키 사람이라는 거 나중에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언제 오르한 파묵을 알았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오르한 파묵은 2006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노벨문학상 받았다는 말 듣고 알았을지도. 내가 읽은 책은 《내 이름은 빨강》이다. 《순수 박물관》은 노벨문학상 받은 다음에 냈다. 책은 못 읽었지만 오르한 파묵이 쓴 책 제목은 안다니 신기한 일이다. 오르한 파묵은 1952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가 철도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고 아버지는 많은 재산을 물려받았다. 돈이 많아설까 아버지는 책을 좋아하고 시를 쓰고 싶어했지만 자유롭고 즐겁게 살았다. 오르한 파묵 아버지는 오르한 파묵을 때리거나 야단치지 않았다. 아버지가 프랑스로 떠나서 어머니는 조금 힘들어했지만. 오르한 파묵이 작가가 된 건 아버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르한 파묵은 아버지 서재에 있는 책을 자유롭게 읽었다. 이건 보르헤스와 같은 점이구나. 아니 많은 작가가 집에 있는 책을 읽었다. 오르한 파묵이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지만 일곱살에서 스물두살까지 화가가 되려고 했다. 이 책 속 그림은 오르한 파묵이 그린 거겠지. 대학에서 건축학을 배우다 그만두고 작가가 되려고 마음먹었다. 다른 식구는 오르한 파묵이 소설가가 되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찬성했다. 오르한 파묵이 처음 쓴 소설을 아버지한테 보여주니 좋다고 하고, 언젠가 상을 받을 거다 했다. 이때 아버지가 말한 상은 노벨문학상이었을까. 아버지는 오르한 파묵이 노벨문학상을 받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

 

오르한 파묵이 노벨문학상을 받고 벌써 열해가 되었다니. 오르한 파묵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기 두해 전에 작은 여행 가방을 오르한 파묵한테 맡겼다. 그 안에는 아버지가 쓴 글이 있었다. 오르한 파묵은 그 글 읽기를 망설였다. 바로 읽지 못한 까닭은 글이 아주 좋으면 어쩌나 해서일이지도. 오르한 파묵은 작가가 되기로 했을 때 자기 삶에 모자란 게 많으리라는 걸 알았다. 날마다 열시간이나 글을 썼다. 열시간 동안 글만 생각했겠지. 자신은 열심히 글을 썼지만, 아버지는 친구와 만나고 어딘가에 가고 즐겁게 지냈다. 글을 보면 거기에는 자신이 모르는 아버지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읽었다. 읽은 느낌을 아버지한테 자세하게 말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쓴 글이 좋았다면 오르한 파묵 기분은 안 좋았을까. 아무렇지 않은 게 이상한 거겠지. 오르한 파묵은 책 읽고 글 쓰기를 즐겁게 여기고 잘하려고 애썼다. 책이 가득한 방에 자신을 홀로 가두었다고 말한다. 글은 홀로 써야 한다. 홀로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면 글 쓰는 일 잘 못하겠지. 난 늘 혼자 지내는데. 책 읽고 느낌을 쓰는 데 시간을 다 쓰지만, 그 시간이 열시간은 되지 않는다. 좀더 늘려야 할 텐데. 파묵이 날마다 오랜시간 동안 글을 써도 제대로 쓰는 건 반쪽밖에 안 된다고 한다. 글을 잘 쓰면 기쁘지만 잘 못 쓰면 안 좋단다.

 

딸이 태어나고 오르한 파묵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 그전에는 새벽에 글을 썼는데. 이 책이 나오고도 시간이 많이 흘렀다(노벨문학상 받은 다음에 나왔구나). 지금은 어떨까. 여전히 손으로 글 쓸까. 어쩐지 난 오르한 파묵이 영어로 글을 쓴다고 생각한 것 같다. 오르한 파묵은 터키말로 소설을 쓰고, 그것은 마흔두 나라말로 다른 나라에 나왔다. 터키에서는 가장 많이 읽히는 작가다. 잠시 안 좋은 일이 있었지만. 오르한 파묵은 소설로 이야기하려 한다. 소설로 쓰면 사람들이 알거다 믿었다. 그렇게 됐을까.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게 약이 되기도 한다. 오르한 파묵한테도 문학이 약이다. 지금도 날마다 글을 쓰겠지. 오르한 파묵 소설 한권 읽어봤지만 제대로 못 읽었다. 지금이라고 잘 볼 수 있을지. 여기에는 《내 이름은 빨강》 초고가 조금 실렸다. 그것만 보면 알기 어렵지만, 아는 사람은 그것만 봐도 좋은지 안 좋은지 알 것 같다. 난 잘 모르겠다. 세밀화가 이야기였다니. 언젠가 오르한 파묵 소설 볼 수 있을지.

 

작가는 책을 즐겁게 읽기도 한다. 오르한 파묵은 스탕달, 도스토예프스키, 나보코프, 보르헤스, 토마스 베른하르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살만 루슈디, 톨스토이와 토마스 만을 좋아한다. 이밖에도 더 있을 테지만. 로런스 스턴이 쓴 《신사 스트럼 섄디의 삶과 생각 이야기》는 제목이 길어서 읽기에 안 좋았다. 한국에서 나온 책 제목이 그래선가. 이 책 이야기에서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그것은 ‘삶은 뜻이 아닌 형태가 있다’는 말이다. 좀더 뚜렷하게 말해야 하는데. 어떤 책은 여러 가지 일을 시간과 상관없이 말하기도 한다. 내가 그런 건 잘 못 읽기도 하는데, 읽어도 기억에 잘 남지 않는다. 우리 삶도 그것과 다르지 않다. 큰일이 아니어도 잘 보면 기억에 남는 일도 있겠지.

 

터키 일도 조금 나오는데 터키를 잘 몰라서. 오래전(1999)에 터키에 큰지진이 일어나서 많은 사람이 죽었나 보다. 그 뒤에는 집 제대로 지었을까. 딸도 많이 자랐을 것 같다. 오르한 파묵 소설을 보기 전에 이 책을 만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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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한테

산타가

찾아가길

 

 

 

 

 

 

 

달마을에서 맞은 성탄절

 

 

 

할아버지 꿈은 언젠가 달에 미스터리 책방을 여는 거였다. 마침 할아버지가 할머니와 결혼하고 얼마 뒤에 지구에서는 달에 마을을 만든다면서 그곳으로 가고 싶은 사람을 모았다. 엄청난 경쟁을 뚫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달에 가는 사람에 뽑혔다.

 

우주로 나가는 첫 인류여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나라에서 도움을 받았다. 그동안 할아버지는 책을 많이 모아두고, 달로 떠나기 전에도 여기저기에서 책을 사들였다. 할아버지는 커다란 책방보다 아무나 편하게 들어올 수 있는 작은 책방을 하려 했다. 책방에 소설가는 부를 수 없다 해도 여러 행사도 계획했다. 미스터리 소설 쓰기나 미스터리 소설 퀴즈대회 같은 것을. 그게 잘됐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한두 번은 괜찮지 않았을까.

 

다섯 해가 흐르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지구에서 달로 이사했다. 할아버지가 모은 책을 다 가지고 오지는 못했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재미있게 본 책이나 많은 사람이 좋아할 만한 것을 골라야 했다. 시간이 더 흐르면 달과 지구 사이를 쉽게 다닐 수 있으리라고 여겼다. 실제 그렇게 되었다. 지금 달은 관광지에 가깝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달로 올 때도 종이책을 보는 사람이 얼마 없었는데 이제는 더 없다. 그래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함께 꾸린 달마을은 사라지지 않았다. 책방 이름은 달마을이다. 달에 있어서 달마을이라 지었다.

 

아버지는 이십대에 잠시 지구에 간 적도 있지만 어머니와 만나고 달로 돌아와 책방을 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할아버지와 부모님이 함께 책방을 꾸렸다. 할머니는 내가 태어나기 한 해 전에 세상을 떠나고, 할아버지는 내가 스무 살이 됐을 때 세상을 떠났다. 할아버지는 나한테 많은 미스터리 소설을 가르쳐주었다. 책방은 내 놀이터였다. 친구가 없어도 책이 있어서 쓸쓸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미스터리 소설에 둘러 싸여 지내다보니, 자연스럽게 난 무엇보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게 되고 그것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난 아직 소설가는 되지 못했지만 부모님을 도우면서 책방에서 소설을 조금씩 쓴다. 손님이 아주 가끔 와서 책을 보거나 글 쓸 시간은 많다.

 

내일이 성탄절인데 달은 지구만큼 성탄절에 바쁘지 않다. 지구 어느 나라나 성탄절을 뜻있게 보내는 건 아니지만, 부모님은 늘 성탄절과 새해를 지구에서 맞았다. 지금 책방에는 나 혼자다. 난 지금까지 진짜 눈을 본 적이 없다. 달에도 비나 눈이 내리지만 그건 기계로 만들어 낸 거다. 달에도 낮과 밤이 있다. 난 밤이 더 좋다. 밤에는 파란 지구가 무척 아름답게 보인다. 어두운 밤에 파란 지구를 바라보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 지구가 그리운 걸까.

 

새벽 영시가 지났다. 책방 문을 닫고 집에 들어가도 되지만 책방에서 밤을 새우는 것도 멋질 것 같아서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내가 깜박 존 사이에 성탄절이 찾아왔다. 난 잠을 깨려고 창가로 가서 지구를 바라보았다. 그때 지구 쪽으로 무엇인가 힘차게 달려갔다. 그건 순록이 끄는 썰매였다. 내가 어릴 때 부모님은 성탄절이 다가오면 나한테 산타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면서 선물을 주곤 했는데. 정말 산타가 있다니. 산타가 모는 썰매를 둘러싼 하얀 알갱이가 눈이라는 건 바로 알아보았다.

 

지구로 달리던 썰매가 갑자기 멈추고 산타가 뒤돌아보았다. 보일 리 없는 산타 얼굴이 보였다. 산타는 활짝 웃는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 또 다른 꿈은 산타가 되는 거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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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6-12-25 1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의 창작글이지요. 그림만 그리시면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그림책 한권 내셔도 좋을것 같아요~

희선 2016-12-28 00:22   좋아요 1 | URL
오랜만에 썼습니다 좀더 재미있게 쓰고 싶었지만... 그래도 쓰는 저는 재미있었습니다 저만 재미있으면 안 될 것 같기도 하지만... 고맙습니다


희선

맥거핀 2016-12-26 0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에 보슬비님 말씀대로 진짜 그림책으로 만들어도 좋을 이야기입니다. 읽고 생긋생긋 웃었어요. 이제 사실 산타는 믿지 않지만, 산타를 믿고 싶은 새벽입니다.

희선 2016-12-28 00:27   좋아요 0 | URL
제가 그림을 잘 그리면 좋을 텐데... 그림은 잘 못 그려도 혼자 상상은 했군요 맥거핀 님이 생긋생긋 웃었다니, 기분 좋네요 누군가를 웃게 만들었다니... 산타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죠 동화에 나오는 산타와는 달라도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 있잖아요


희선

2016-12-28 0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9 0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