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현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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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실린 단편은 모두 일곱편이다. 대상 한편에 나머지는 우수상인가. 어떤 건 마지막까지 남은 소설은 후보였다고 실리기도 하는데 젊은작가상 작품집에 실린 소설은 다 상을 받은 거겠지. 이 상 여러 번 받는 사람은 기분 좋겠다. 아니 어떤 문학상 후보가 되는 것도 기쁠까. 이것도 아니구나. 소설 쓸 때 상을 받을지 받지 않을지 같은 거 생각하지 않고 쓸 거다. 쓰고 나서 나중에 상을 받으면 이런 일도 있구나 하겠지. 내가 그런 편이다. 마음은 늘 잘 쓰고 싶지만 마음처럼 안 되고 운이 나한테 돌아오면 별일도 다 있네 한다(그런 일 아주 가끔이지만). 소설가라는 이름을 얻고 소설을 쓰는 사람은 그렇더라도, 소설가가 되려고 하는 사람은 어떻게 하면 상을 받을까 하고 쓸까. 아니 그것도 아닌 듯하다. 그냥 쓰고 응모했더니 됐어요. 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쓰면 되겠지. 그렇다고 다 상을 받는 건 아니지만. 쓰는 것만으로도 좋게 여기면 되지 않을까. 내가 이렇구나.

 

 한해 전쯤 《제7회 젊은작가상 작품집》을 만났다. 이번 책은 사월에 나왔을 때 샀는데 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지 몰랐다. 책을 사고 바로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미루고 말았다. 그래도 올해가 가기 전에 봐서 다행이다. 김금희는 이 상을 자주 받는구나. 이 상뿐 아니라 다른 상도 받고 어떤 건 후보로 남은 걸로 안다. 소설가는 상은 생각하지 않고 소설 쓰겠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상을 받은 김금희 기분은 어떨까 싶기도 하다. 상 받으면 좋아도 소설쓰기 부담스럽지 않을까. 김금희는 앞으로도 소설을 써야겠다 생각했겠다. 김금희만 이 상을 세번 받은 건 아니다. 어쩌면 지난해 대상을 받아서 더 눈에 띄는 건지도 모르겠다. <문상>에 나온 송과 사귄 사람이 양이라고 했을 때 <너무 한낮의 연애>에서 본 양희가 떠올랐다. 시민 참여형 연극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해서. <문상>에서는 희극배우와 송의 어떤 죄책감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한데 모르겠다. 아니 꼭 두사람이 느끼는 죄책감은 아닌 듯하다. 누구나 살면서 부모나 사귀는 사람한테 잘못하니까. 이렇게 단순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대상을 받은 임현 소설 <고두<叩頭)>에서는 고등학교에서 윤리를 가르치는 선생이 누군가한테 여러 가지 말을 한다. 윤리 선생은 “마땅히 지켜야 할 것은 지켜라. (11쪽)”고 한다. 그 말 틀린 말은 아니다. 그 뒤에 늘어놓는 말을 들으면 어쩐지 기분이 나쁘다. 왜 그런 기분이 들까 했다. 나만 그런 건 아닌가 보다. 윤리 선생은 마지막에 “그게 나라고 뭐 달랐겠니. (36쪽)” 한다. 윤리 선생이 한 잘못은 뭘까. 여학생한테 저지른 일은, 누구나 그렇게 될 거다 했다. 다른 학교에서는 전교 학생회장이 사고로 병원에 있어서 자기 반 평균이 떨어질 걸 걱정했다. 윤리 선생이 하는 말은 다 변명처럼 들린다. 그래서 기분이 나빴을까. 윤리 선생은 사람은 다 자기만 생각한다고 했는데, 그 말 맞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킬 건 지켜야지. 자신한테 이익이 되기 때문에 지키는 게 아니고 그게 바로 윤리고 도덕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다니. 윤리 선생이 한 것과 같은 일은 아닐지라도, 나도 조금 잘못하는 일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래전에는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건 딸이 아버지나 친척한데 성폭력 당하는 일이다.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거 안 지 오래되지 않았다. 아주 가깝고 좋아해서 그러는 사람도 있을까. 아니면 가까이에 있는 힘없는 아이여서 지배하려는 마음에서 그런 일을 저지르는 걸까. 어른은 아니더라도 친척 오빠는 호기심으로 그런 걸 할 것 같기도 하다. 그건 어른이 막을 수 있는 일 아닐까 싶다. 사춘기 남자 친척과 딸 둘만 두지 않기. <눈으로 만든 사람>(최은미)에서 강윤희는 엄마를 원망했다. 열한살 자신과 스물세살 삼촌 둘만 남겨두고 어딘가에 놀러간 것을. 스물셋인데 하는 생각은 조금 든다. 그때 일은 강윤희를 무척 힘들게 했다. 자기 딸한테 그런 일이 생기면 어쩌나 무척 걱정했다. 강윤희한테 있었던 일은 아무도 모르는 듯하다. 강윤희가 지나치다 하는 걸 보니. 백은호와 백아영이라는 이름을 봤을 때는 이 두사람이 어떤 사인가 했다. 나중에야 아빠와 딸이라는 걸 알았다. 강윤희는 둘 사이가 아주 가까운 것도 걱정하는 걸까. 그런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생각하는 것일지도. 이 소설에서 일어난 일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일어날 것 같다. 그러지 않으면 더 좋을 텐데.

 

 백수린과 강화길 소설 <고요한 사건>과 <호수─다른 사람>은 읽으면서 한번 읽어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고요한 사건>은 이것과 비슷한 소설 있는데 하는 생각을 했다. 그건 <고요한 사건>이었다. 두 소설은 <악스트>에 실린 거다. 문예지는 거의 안 봐서 다른 소설은 본 적 없었는데, 악스트에 실린 소설이 두 편이나 젊은작가상을 받아서 신기했다. 이런 말만. 친구도 계급이 달라서 멀어지기도 할까. 난 사는 형편이 좀 다른 걸 계급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친구 사이에서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은 생각했지만. 사는 게 달라서 멀어진 건 아닐 거다. <호수─다른 사람>은 스릴러 같기도 하다. 여자 친구 민영이 누군가한테 맞고 쓰러진 호수에 이한은 민영 친구 진영과 함께 간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건 진영이다. 진영은 이한과 호수에 가면서 폭력에 드러난 여자 이야기를 한다. 진영 또한 피해자였다. 민영을 때린 건 남자 친구 이한인 것처럼 몰고 가는데 그게 진짠지 잘 모르겠다. 이런 이야기도 뉴스에 심심치않게 나오는 것 같다.

 

 지난해 내가 좋게 본 소설 《쇼코의 미소》를 쓴 최은영도 상을 받았다. <그 여름>은 좋아하는 사람이 여자일 뿐이지 보통 사랑 이야기처럼 보인다. 서로 좋아하다 시간이 흐르고 마음이 바뀌는. 같은 성인 사람은 다음 사랑이 없을지도 모른다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런 사람만 있는 건 아니겠지. 이성 사이에서도 상대가 자신의 마음과 다르면 실망하기도 한다. 수이는 이경만 있으면 된다 생각하지만 이경은 달랐다. 그러니 둘은 헤어질 수밖에 없었겠지. 마지막 천희란 소설 <다섯 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에도 동성애가 나온다. 요새는 이런 소설이 자주 나오는가 보다. 천희란 소설은 마지막 편지가 충격을 준다. 아니 어쩌면 효주도 선생님 마음을 어렴풋이 알았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효주는 그 편지를 받을까 받지 못할까. 그걸 받고 조금 충격받겠지만 거기에 오래 빠져있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겠지.

 

 짧게라도 여기 실린 소설 일곱편을 말해서 다행이다. 이걸 봐도 소설이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소설을 봐도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할 거다. 다음해에도 ‘젊은작가상 작품집’ 만날 수 있을까. 여러 사람이 쓴 소설 보는 것도 괜찮다(이 생각은 이 말을 쓰면서 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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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2 17: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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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2 23: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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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 교회가 많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국 사람은 성탄절을 꽤 크게 생각했다. 그게 언제부턴가 바뀌었다. 여전히 한국에는 교회가 많은데 왜 성탄절은 예전과 달라졌을까.

 

 신기하다고 해야 할지 한국은 성탄절이 쉬는 날이지만 한국 이웃인 일본은 성탄절에 쉬지 않는다. 이건 달라도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도 있다. 그건 성탄절을 좋아하는 사람(이성)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다. 성탄절이라기보다 이브부터 성탄절까지인가. 서양은 성탄절을 식구가 모이는 날로 생각한다. 예전에는 그렇구나 했는데, 지금은 같은 날을 서양과 다르게 지내면 어떤가 싶다. 서양에서 왔다고 해서 그것을 꼭 따라해야 할까. 한국에는 성탄절이 아니어도 식구가 모이는 큰 명절이 있다. 성탄절을 식구와 따듯하게 보내도 괜찮고 좋아하는 사람과 보내도 괜찮다.

 

 어린이는 성탄절을 무척 기대한다. 산타할아버지한테 선물 받을 일을. 하지만 착한 아이한테만 선물 준다는 건 별로다. 어릴 때는 이런 생각 못했는데. 착한 아이가 착한 어른이 될까. 착하다는 걸 뭘까 싶기도 하다. 어른이 하는 말을 잘 들으면 착한 아이일까. 어릴 때부터 자기 생각을 가지는 게 좋다. 자신이 하는 생각이 자신이 하는 게 맞을까 하는 말도 있지만. 난 어릴 때 그러지 못했다. 지금이라고 아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조금은 생각하려 한다.

 

 난 어릴 때 교회에 다녔다. 친구가 다녀서 같이 다닌 것 같다. 성탄절에 하는 행사에도 나갔다. 합창을 했는지 무용을 했는지. 교회가 집에서 먼 곳에 있었는데 거길 다녔다. 교회 차가 다녀서 그랬구나. 성탄절이 다가올 때쯤이면 눈이 오기를 바랐다. 성탄절에 눈이 온다고 좋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걸 그렇게 바랐을까. 텔레비전에서 그런 걸 봐서 그랬을지도. 지금도 별일 없다 해도 성탄절에는 눈이 오기를 바란다. 눈이라도 내려야 성탄절 분위기 나고 포근한 느낌이 들 것 같다.

 

 해마다 찾아오는 성탄절에 별일 없다 해도 자기 나름대로 지내면 괜찮겠다. 난 다른 날과 다르지 않게 지내겠지. 성탄절 새벽에 잠깐 바깥에 나가 산타가 썰매를 끌고 가지 않는지 살펴볼까. 사람이 만든 산타라 해도 실제 있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산타는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사람을 찾아가 마음을 나눌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산타가 있다면 세상이 밝아질 거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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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고프다.

 

 내 배 속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게 되고 시간이 많이 흘렀다. 이대로 가다간 난 여기에서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오래전에는 날마다는 아니더라도 며칠에 한번은 사람이 편지를 내 배 안에 넣었다. 이 마을에 사람이 많이 살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사람이 있다 해도 거의 나이 든 사람이다. 나이 든 사람은 편지를 잘 쓰지 않는다. 아니 예전에는 다른 사람한테 써달라고 부탁하고 편지를 보내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일이 없다.

 

 편지가 하나도 들어오지 않게 되기 전날까지는 며칠에 한번 편지를 보내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 모습이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이 마을을 떠난 것 같다. 지금까지 사람이 이곳을 떠나는 모습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는데, 그 아이가 짐을 가득 실은 트럭에 탄 것을 우연히 보았다. 그건 여기를 떠나는 거였겠지.

 

 마을을 떠나면서 내게 인사를 한 사람이 단 한사람 있었다. 그게 언제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며칠에 한번 편지를 보냈다. 아이 이름은 송희였다. 송희 친구가 이름 부르는 걸 우연히 들었다. 송희는 꽤 오랫동안 이 마을에 살았다. 시간이 흐르고 송희는 자랐다.

 

 어느 날 저녁에 송희가 나를 찾아와 말했다.

 

 “우체통아 나 이제 떠나. 대학에 들어가게 됐어. 부모님이 여기 산다면 가끔 돌아왔을 텐데, 식구가 모두 떠나기로 했어. 네가 여기 있어서 난 친구한테 편지 썼어, 고마워. 앞으로는 다른 우체통에 편지 넣겠구나.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우체통아 잘 있어.”

 

 송희는 내가 자기 말을 듣고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거다. 내가 말을 할 수 있었다면 나도 송희한테 그동안 고마웠다고 말했을 텐데. 송희는 잘 지낼까.

 

 집배원은 내 안에 편지가 들어있지 않아도 날마다 찾아왔다. 편지가 없는 날이 오래 이어지자 집배원한테 미안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다. 내 안은 오랫동안 텅텅 빈 채다. 잠깐 들어왔다 나간다 해도 편지가 들어오면 기쁘고 배도 불렀는데 이제 그런 일은 없다.

 

 여러 사람이 찾아와서 나를 땅에서 뜯어냈다. 마을을 떠난 사람처럼 나도 여길 떠나려나 보다. 앞으로 난 어떻게 되는 걸까. 갑자기 잠이 온다.

 

 잠에서 깨어보니 둘레가 아주 달랐다. 난 땅에 붙어 있지만 어쩐지 좀 달랐다. 길 건너에 다른 우체통이 보였다. 잘 둘러보니 우체통이 더 있었다. 우체통은 빨간색이 아니고 몸에 그림이 있었다. 내 몸도 저렇게 된 것 같다.

 

 내 모습이 바뀌었다는 걸 알았을 때는 조금 우울했는데 이제는 괜찮다. 이제 편지가 내 안에 들어오지 않아도 배고프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나를 봐서 그런 걸까. 어떤 사람은 길을 걷다 우연히 나를 보고 예쁜 그림이 있다면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럴 때면 사람들 마음이 내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말하는 걸 잊을 뻔했다. 오래전에 내가 본래 있던 마을을 떠나면서 인사한 송희를 다시 만났다. 내 몸에 그림을 그린 건 송희였다. 송희는 나를 못 알아봤겠지. 그래도 괜찮다. 송희가 내게 그림을 그렸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희선

 

 

 

 

 

 

 

*이 우체통은 사라지지 않았고, 나는 늘 여기에 편지를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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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3 08: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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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4 03: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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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닷컴
소네 케이스케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실제로도 있을 수 있는 일일지 모르겠지만 이 책 속에서는 누구나 청부살인업자가 될 수 있다. 자신이 죽일 사람을 경매처럼 고른다. 경매에서는 값을 가장 높게 부르는 사람이 물건을 차지하지만, 죽일 사람을 고를 때는 값을 내려야 그 일이 자신한테 돌아온다. 돈을 낮게 적어도 그게 다른 일을 하는 것보다 많은가보다. 그러니 부업으로 하겠지. 암살자닷컴에 접속하는 사람은 형사에 주부에 고등학생도 있다. 고등학생은 좀 너무한 거 아닌가. 고등학생 아이는 여러 이야기에서 중심인물은 아니다. 소설을 읽는 사람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람이 말하는 걸 믿을 수밖에 없다. 만약 그 사람이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잘못 생각해도 그게 맞겠지 한다. 그런 것도 의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경찰이면서 청부살인을 했으니 말이다.

 

 여기 나오는 소설은 연작이다. 조금씩 상관이 있다. 어떤 한사람과. 처음에 나도 조금 의심했는데 그렇게 할 동기가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에서야 그게 뭔지 알았다. 돈이 있으면 사람을 쉽게 죽이려 하고, 돈만 주면 사람을 죽이는 세상이 되었구나. 형사와 주부는 아이나 자기 식구 때문에 그 일을 한다고 말한다. 차라리 다른 일을 하지. 난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절실하게 돈이 있어야 했던 적이 없어서 그런 걸까. 아니 꼭 돈이 있어야 한다 해도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다. 누군가와 경쟁하다 한사람은 죽는다. 자신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경쟁자를 꾀어내어 죽일까 했는데, 거기에 자신이 걸려 들었다. 한사람은 정의보다 자기 아들을 생각했다. 그 사람 아들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스럽다. 지금은 그렇게 넘어가도 언제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거다.

 

 청부살인은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이것도 나이를 먹으면 그만두기도 할까. 자칼은 앞에 나온 두사람과는 다르게 전문가다. 사람을 총으로 쏘아서 죽였다. 그래도 경찰이 찾아내지 못하다니. 두번째에서 주부는 이런 말을 했다. 전기 충격기로 정신을 잃게 하고 끈이나 꾸션으로 죽인다고. 그렇게 죽은 사람을 아무 의심하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거나 사고로 죽었다고 생각하다니. 아, 그게 왜 사건이 되지 않는지 알 것 같다. 신고를 하는 식구나 처음 발견한 사람이 그렇게 생각해서 경찰도 사건이 아니다 여겼겠다. 이런 소설을 보다보니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과 누군가한테 죽임 당했을 때 다르다는 걸 배웠다. 말로만 본 거구나. 흔적이 남아도 그걸 보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이건 보지 않는 거다. 어쩐지 이런 일 실제로도 일어날 것 같아서 소름이 돋는다. 청부살인을 실패하거나 하지 않으면 처벌 당한다. 그런 일을 할 바에 조직 사람이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이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왜 보통 사람을 어둠으로 끌어들이는 걸까. 그 조직이 경찰에 들키지 않으려는 건지도.

 

 나이를 먹어서라기보다 이런저런 일이 겹쳐서 자칼은 자신이 죽여야 할 사람을 죽이지 못했다. 해야 할 일을 못하면 죽임 당하지만 자칼 실력을 조직에서 알아서 다른 계약을 맺는다. 자칼이 알던 사람도 그런 계약을 맺었다 그만뒀는데, 앞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 사람은 그 일은 여섯달에 한번쯤 들어온다고 했는데 자칼한테는 한달 동안 여러 번 들어와서 건강이 안 좋아졌다. 사람을 전문으로 죽이는 사람이라 해도 다른 것까지 하면 정신에 안 좋겠지. 자칼은 몇해 전에 아들을 죽여달라는 여자를 만나고 그 일을 거절했다. 아들이 미성년자여서. 그 여자를 다시 만났다. 여자한테는 아들이 하나 더 있는데 그 애가 첫째와 똑같았다. 동물을 죽이고 다니는 게, 거기에서 더 지나면 사람을 죽이겠지. 여자는 자칼한테 자신과 아들을 죽여달라고 하지만. 이건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좋게 끝났다고 해야 할지. 여자 아들은 ‘덱스터’처럼 됐다고 해야겠다.

 

 마지막은 시간으로 첫번째보다 먼저 일어난 일이다. 오빠를 죽인 범인을 찾아달라는 여자아이 때문에 탐정과 친구 조는 건드리면 안 되는 걸 건드렸다. 세상에 있다 해도 모르고 살면 괜찮지만 알면 목숨이 위험해지는 것도 있다. 탐정이 누군지 ‘남은 이야기’에서 드러난다. 이 탐정은 앞에도 나왔다. 다른 이름으로. 암살자닷컴을 알려고 하다 자기 삶을 버려야 했다.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때 일과 아무 상관없이 살아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할 일이 일어났다. 지금 생각하니 여기 나온 사람 가운데서 이 사람이 가장 제대로 된 사람이다. 아니 보통 사람과 다른 면이 있지만, 윤리를 생각한다고 해야겠다. 그런 사람도 덫에 빠지고 안 좋게 될 수 있다니. 그런 걸 보면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싶다. 겉모습에 속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걸 쓴 건지.

 

 책을 보고는 남을 죽이고 돈을 벌면 안 된다 생각해도, 누구나 그런 유혹에 넘어갈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돈보다 소중한 게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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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날마다 한시간쯤 걷고 싶지만 게을러서 그러지 못한다. 걸을 때만이라도 좀더 걸으면 어떨까 싶은데 그것도 잘 안 된다. 걸음도 만 걸음 걸으면 좋다고 하지 않는가. 걸으면서 만까지 세기는 귀찮고, 걷기를 말하는 사람이 만 걸음 걸으려면 대충이라도 몇 시간 걸리는지 말해주면 좋을 텐데 지금까지 그런 사람은 없었다. 그때 떠오른 게 걸음을 세어주는 기계다. 예전에 한번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비싸지 않다는 걸 알고 하나 살까 하다 그만뒀다. 만보기 값보다 보내주는 돈이 더 들어서였다. 그랬는데 또 만 걸음 이야기를 듣고 기계를 찾아봤다. 가장 싼 걸 골랐다. 그것도 기계보다 그걸 나한테 보내주는 돈이 더 들었다.

 

 만보기 파는 가게를 알았다면 그런 데서 샀을 텐데 잘 몰라서 인터넷에서 찾아봤다. 그것도 비싼 건 비싸다. 내가 산 게 싸서 쉽게 고장 나는 건 아닐지 조금 걱정스럽다. 그냥 얼마나 걸을지 정해놓고 걸어도 괜찮을 텐데, 내가 얼마나 걷는지 알고 싶어하다니. 이런 나 조금 우습다. 다른 운동은 거의 하지 않아서 걷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 이상하다. 누군가는 하루에 20~30분 걸어도 괜찮다고 하고, 누군가는 하루에 만 걸음 걸으라고 하다니. 몇 시간 걷기나 몇 걸음 걷기보다 걷기 자체가 중요하겠지. 걷기는 어떤 운동보다 쉽고 언제든 할 수 있다. 바빠서 걸을 시간이 없는 사람도 있겠구나. 그럴 때는 가까운 거리를 걸어서 가야겠다 정하면 어떨까. 일부러 걸으려고 하면 그런 시간도 생길 거다. 걷기뿐 아니라 책 읽을 시간도 만들면 생기겠지.

 

 

 

 2

 

 가끔 잊는다.

 내가 책을 만 권 읽겠다고 마음먹은 걸.

 만권을 다 본 다음에도 책 볼 거다.

 내가 만난 책이 만권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한번씩 책을 읽다가 이걸 하면 뭐 하나 하는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책을 보고 생각을 해도 마음이 괜찮아지지 않아설지도.

 번뇌.

 거기에서 벗어나는 건 어려운 일일 것 같다.

 그런 때가 오면 그때가 지나가길 기다리면 괜찮을까.

 

 이런저런 생각은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간다.

 거기에 좋은 생각만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책을 읽는다고 대단하거나 좋은 사람은 되지 않을 거다.

 아주 안 좋은 사람은 되지 않기를.

 누군가의 아픔이나 슬픔을

 조금이라도 헤아리는 사람이고 싶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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