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나무가 반기는 길은 아니지만

옛날에 나무였던 적도 있었지

그때는 알 수 없겠지만

지금도 나쁘지 않아

 

책숲을 걷다보면

때론 헤매기도 하고

때론 즐겁기도 해

 

끝없는 길

쉽게 끝나지 않아

좋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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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엔 매화를 시작해

남쪽부터 북쪽으로 올라가는 벚꽃

가을엔 높고 파란 하늘과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단풍

 

꽃과 단풍은 언제나

반가운 얼굴이다

 

여름과 겨울은

극과 극이어도

봄과 가을이 있기에

견딜 수 있다

 

뜨거운 햇볕

매서운 바람도

반가운 얼굴로 맞이하면

심술 덜 부릴까

 

어느 때든

반갑게 맞이하면

좋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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カ-ドキャプタ-さくら クリアカ-ド編(2) 通常版 カ-ドキャプタ-さくら クリアカ-ド編 (コミック) 4
講談社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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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캡터 사쿠라 클리어카드 편 2

CLAMP

 

 

 

 

 

 

 자기 둘레에서 또 이상한 일이 일어나면 무척 걱정스러울 텐데 사쿠라는 많이 걱정하지 않는다. 본래 그렇게 걱정하는 아이가 아니기는 하다. 난 중학생 때 어땠더라, 하는 생각이. 별로 괜찮지 않았던 것 같다. 친구도 별로 없었고. 그건 지금도 다르지 않다. 사쿠라는 운동도 잘 한다. 몸 움직이기를 좋아해서 마음도 건강한가 보다. 엄마는 없어도 다정한 아빠에 자주 놀리지만 사쿠라를 많이 생각하는 오빠도 있다. 엄마는 사쿠라한테는 보이지 않아도 사쿠라를 지켜 보는구나. 사쿠라한테는 친한 친구도 있고 샤오랑도 있다. 어쩐지 사쿠라를 부러워하는 것 같다. 조금 부럽지만 괜찮다. 사쿠라가 잘 지내기를 바라니. 빼놓은 사람 있다. 이제는 사쿠라카드를 지키는 케로 짱과 유에에 영국에도 사쿠라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사쿠라카드는 여전히 투명하다. 그림이 없어서 카드를 쓸 수 없다.

 

 사쿠라가 학교에 있을 때 비가 쉬지 않고 내리고 토모요랑 집에 갈 때는 엄청나게 내려서 비를 피했다. 사쿠라와 토모요는 카드 때문인가 했는데 맞았다. 토모요는 늘 사쿠라가 자신이 만든 옷을 입고 카드를 모으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고 싶어한다. 토모요가 사쿠라 모습을 제대로 찍을 때도 있지만 그러지 못할 때도 있다. 토모요는 어떻게 하면 사쿠라 모습을 놓치지 않고 카메라로 찍을지 늘 생각한다. 이런 것도 참 대단하다 싶다. 토모요 엄마는 장난감 회사 사장인데 그런 것 때문에 이것저것 만들기도 한다(장난감만 만드는 회사가 아닌 듯하다). 까드 낌새라고 할까 어떤 기운을 사쿠라만 느꼈다. 아니 아직 이런 말은 나오지 않았던가. 이상한 일이 일어날 때마다 사쿠라는 카드 때문인가 생각하고 그걸 카드로 만든다.

 

 

           

 

 

 

 

 지난해에 만화영화 보면서 사쿠라는 사쿠라카드가 없어져서 걱정되지 않을까 했는데, 사쿠라도 걱정했다. 지금 카드는 어디에 있을까 하고. 내가 그 모습을 보고도 잊어버렸나 보다. 사쿠라는 왜 새로운 카드를 만나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하려 한다. 다시 사쿠라카드를 만나려고. 만날 수 있을지.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사쿠라랑 토모요네 반에 전학생이 왔다. 이름은 시노모토 아키호다. 사쿠라는 아키호가 자신과 많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이름도 비슷하다. 사쿠라는 키노모토 사쿠라다. 샤오랑은 영국에 있는 에리얼한테 아키호 이야기를 하고 마력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한다. 예전에는 사쿠라 가까이에 마력이 센 사람이 나타나기도 했는데, 아직 안 나왔지만 그런 사람 나중에 나온다. 사쿠라와 아키호는 벌써 친구가 됐다. 아키호는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나 보다.

 

 학교에서 카드 때문에 물을 뒤집어 쓰고 집에 간 날 사쿠라는 갑자기 쓰러진다. 꿈을 꾸었다고 해야 할까. 전에 사쿠라카드가 투명해지고 깨어졌을 때 나타난 사람이 또 나타났다. 그 사람은 사쿠라가 가진 열쇠를 갖고 싶어하는 듯했다. 사쿠라는 꿈을 꾼 듯한데 사쿠라네 집에서 가까운 전봇대 위에 사쿠라 꿈에 나타난 사람이 있었다. 사쿠라는 꿈을 꾼 게 맞을까. 에리얼은 샤오랑하고는 연락하면서 사쿠라한테는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다. 지금 말해도 소용없어설지도. 사쿠라 오빠 토야한테는 새로운 힘이 생겼다. 예전에 토야는 유키토(유에)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고 자신이 가진 마력을 주었다. 시간이 흐르고 다른 힘이 생겼나 보다. 그것도 때가 오면 어떤 힘인지 알 수 있다니. 그때는 언제 올까. 사쿠라가 새로운 카드를 다 만들었을 때일지도.

 

 여기 나온 사람이 가진 마력은 다 같은 게 아닌가 보다. 사쿠라는 자기 오빠한테 마력이 있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 어쩌면 마력은 사람마다 성질이 다를지도. 그것에 따라 느끼기도 하고 느끼지 못하는 건지. 그럴 수도 있지만 사쿠라는 다른 힘은 쓰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카드를 쓰는 힘만 쓰는 것 같다. 작가가 그렇게 한 거겠다. 카드는 늘었다. 첫번째는 아무것도 없어서 쉽게 카드를 만들었지만 이번에는 먼저 만든 카드를 써서 다른 카드를 만들었다. 카드가 늘어나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닌 듯하다. 그래도 사쿠라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면 그걸 카드로 만들겠지. 그런 모습을 보다보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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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잘 모르겠어 문학과지성 시인선 499
심보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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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해 전에 심보선 첫번째 시집을 보고 두번째는 건너뛰고 세번째 시집을 보았다. 두번째 시집이 나오고 꽤 오랜만에 세번째 시집을 낸 게 아닌가 싶다. 두번째는 아직 못 봐서 잘 모르겠는데 이번 시집은 첫번째 시집에 있던 슬픔을 덜 느꼈다. 두번째에도 슬픔이 담겼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슬픔이 아주 없지 않다. 내가 크게 느끼지 못했다. 슬픔에도 이런저런 게 있는데 그 감정을 내가 잘 모르는 걸지도. 처음 말하는 건 아니지만, 난 조금 느끼지 못하는 감정이 있는 듯하다. 내가 경험하지 못해서 그런 걸까. 결혼하고 헤어지는 것도 큰 슬픔일 텐데, 난 잘 모르는 일이다. 아이가 없다는 건 심보선 시인 이야기겠지. 헤어진 아내를 가르친 선생님을 만나는 이야기도 있다. 그것도 어떤 슬픈 마음에서 쓴 걸 거다. 헤어진 사람을 아는 사람을 만나는 건 마음 편하지 않을 것 같다.

 

 난 심보선 시인을 잘 모른다. 심보선 시인만 모르는 게 아니고 시인, 소설가 다 모르는구나. 책을 보고 그걸 조금이라도 알 수 있다면 좋겠지만 책을 봐도 그 사람을 다 알기 어렵다. 그저 조금 짐작할 뿐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은 작가를 잘 아는 듯하다. 어디선가 작가가 자기 이야기를 쓴 글을 본 건지 책을 보고 읽어 낸 건지. 그런 거 몰라도 큰일은 없다. 시인이나 소설가는 그저 시와 소설을 봐달라고 할 거다. 소설은 소설가가 조금 담기지만 시는 더 많이 담기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는 이것도 잘 몰랐는데. 어제는 몰랐지만 오늘은 알게 된 것인가. 하지만 어제 몰랐던 걸 오늘 알게 되는 건 그리 많지 않다. 오늘 모르면 내일은 알 수 있을까.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알려고 해야 알 수 있을 거다. 모르는 건 모르는대로 내버려둬도 괜찮을까. 나도 모르겠다. 시집 제목이 ‘오늘은 잘 모르겠어’여서 이런 말을 했구나.

 

 

 

나는 오늘 내게 영감을 주곤 했던 노을빛이

누군가의 자동차와

누군가의 그림자와

누군가의 지붕에 깃드는 것을

무연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노트에 묻은 마지막 지문은 수년 전의 것.

지금 어딘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은

내가 모르는 노을의 비밀을 알아채고

자신의 손가락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나는 그 사람이 부럽습니다.

오늘 밤 그 사람은 시인이지만

나는 그렇지 않습니다.

시는 쓰지 않고 다만

시 쓰는 생각에 젖어 있을 뿐.

그 생각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습니다.

 

나는 오늘 내 목소리를 따라가지 않습니다.

어떤 그늘에서도

어떤 침묵의 순간에도

어떤 꿈의 영상 속에서도

나는 오늘 외로운 천사의

흐느낌을 따라가지 않습니다.

 

나는 내 목소리가 죽은 원천을 바라봅니다.

산산이 부서진 말 씨앗들.

물방울이기도 했고

불꽃이기도 했던 자그마한 장소.

망상에 빼앗긴 소망의 메마른 우물.

 

나는 기억들을 더듬어봅니다.

사람들과 하는 입맞춤과 악수와 포옹.

주먹 속에 웅크리고 있지만

주먹을 펼치면 사라지는 새.

모든 얼굴들에 숨은

레몬 씹는 아이의 싱그러운 찡그림.

아아, 그 모든 생명력들을 떠올려봅니다.

 

하지만 나는 이제 시인이 아니랍니다.

아주아주 거대한 무언가가 내 곁을 스쳐 지나간다한들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최선을 다해 말한다 해도

“아주아주 거대한 무언가가……” 에서 말문이 닫혀버립니다.

 

시인의 자리는 어디일까요?

왼쪽에는 모르는 이들이 있고

오른쪽에는 사랑하는 이들이 있는 자리.

집중력이 생기는 자리.

고독이 생기는 자리.

 

시인의 자아란 무엇일까요?

뜨겁고 달콤한 영혼의 입자들이 뭉쳤다 부서지는

창문이 너무 많은 어두운 방.

창문이 하나도 없는 빛나는 방……

 

내가 시인이었을 때 나는

“이제 고통은 그만! 하지만 행복이여, 내게 다가오지 마라!”

외치면서 시 쓰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내가 시인이었을 때 나는

눈앞의 사물을, 그것이 머나먼 목적지가 될 때까지

오랫동안 바라보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나는 아주 평범한 사람으로 일어나 기지개를 켰습니다.

그때 어떤 깨달음처럼 나는 더 이상

내가 시인이어야 할 까닭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평소처럼 노모에게 인사를 하고 출근을 했습니다.

그날부터 나는 시인이기를 멈췄습니다.

 

오늘 밤 나는 시인이 아닙니다.

오늘 밤 집으로 돌아가는 많은 사람들도 시인이 아닙니다.

우리는 시는 쓰지 않고

시 쓰는 생각도 않고

내일 일은 얼마나 고될까?

언제쯤 행복은 나에게 도달할까?

그저 그런 빤한 염려에 젖어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나는 압니다.

오늘 밤 이 세상에 한 사람은 반드시 시인입니다.

오늘 밤 누군가가 시를 쓰고 있다면

그것은 충분합니다.

 

그러니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내가 시인이건 아니건

내가 월급쟁이건 아니건

내가 장남이건 아니건

도대체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오늘 밤 이 세상에 단 한 명이라도 잠들지 않고

밤새 시를 쓰고 있기만 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오늘 밤 단 한 명이라도 시인이라면!

 

그 생각만으로 절로 웃음 지으니까요.

그 생각만으로 단잠에 빠지니까요.

그 생각만으로 내일 아침

영영 깨어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나는 이제 시인이 아니랍니다>, 99~104쪽

 

 

 

 시가 참 길기도 하다. 조금 짧은 시도 있지만 이 시를 옮기고 싶었다. 첫번째나 두번째 시집도 그렇게 얇지 않은데, 오랜만에 낸 시집이어선지 이건 더 두껍다. 짧은 시는 얼마 없고 거의 다 길다. 죽지 않으려고 시를 쓴다거나 자신은 시인이다 말하고 바로 다음에는 이제는 시인이 아니다 말한다. 자신이 아니어도 시인이 있다면 괜찮은 걸까. 그래도 심보선은 시를 썼다. 앞으로도 쓰지 않을까. 지금도 쓰고 있다고 믿고 싶다. 자기 나름대로 세상을 보고 가끔 자기 이야기도 하는 시. 심보선은 사회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를 고모라고 한다. 이건 조금 재미있는 생각이기도 하다. 다른 책에서는 이름을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라고 적었던데, 다른 나라 말이니 심보르스카라고 써도 아주 틀린 건 아니겠다. 심보선은 비스와바 심보르스카가 쓴 시 <작은 풍선이 있는 정물>을 2016년 5월 28일에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를 하다 죽은 열아홉살 소년을 생각하고 고쳐썼다. 그때 그런 일이 있었구나.

 

 사회학을 공부해설까. 심보선은 일하는 사람 이야기를 쓰기도 했다. 일하다 죽은 사람 이야기라고 할까. 사회를 잘 들여다 보려 한 거겠지. 마지막 5장에는 시가 세편인데 두편은 길다. 5장 두번째 시 <브라운이 브라운에게>는 시보다 소설 같다. 소설도 편지 형식이 있지 않은가. 포춘쿠키에서 안 좋은 말을 본 덴 브라운(그렇다면 밤색)은 포춘쿠키를 만드는 회사에 포춘쿠키에서 행운의 말이 아닌 안 좋은 말이 나온 걸 말한다. 포춘쿠키 안에 쓰는 글은 브라운 지가 썼는데 브라운 지는 브라운한테 난 날마다날마다 행복을 떠벌리느라 불행해졌소 / 아니 애초에 불행했기에 날마다날마다 행복을 떠벌린 것인지도 (262쪽) 한다. 난 브라운이 포춘쿠키에서 본 “희망은 그대 영혼의 가장 비극의 부분이다. (232쪽)고 한 말 아주 안 좋은 말은 아닌 듯하다. 희망은 힘들고 괴로울 때 더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언젠가 시간을 내서 아직 못 본 심보선 두번째 시집을 봐야겠다. 거기에는 어떤 슬픔이 담겼을지. 시집 제목만 보고 이런 생각을 하다니. 그 시집 제목은 《눈앞에 없는 사람》이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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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공책을

한쪽 한쪽 채우는 건

무척 즐거운 일이지

어쩐지 무언가 한 것 같거든

좀 더 좋은 글로 채우고 싶지만

쉽지 않은 일이야

 

빈 곳을

글로

채우고 채우고 또 채우면

언젠가 글이 나아질 날도 올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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