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 天氣の子 (角川文庫)
신카이 마코토 지음 / KADOKAWA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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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아이

신카이 마코토

 

 

 

 

 

 

 한국에서는 올해 시월(20191030 바로 오늘)에 영화가 하는데, 이 책은 신카이 마코토가 만든 영화 <날씨의 아이 天気の子>를 소설로 쓴 거다. 소설을 쓰고 영화를 만든 게 아니고 영화 각본을 쓰고 영화를 만들면서 소설을 썼다. 《네 이름은》도 그랬다. 《언어의 정원》 《초속 5센티미터》도 신카이 마코토가 소설을 썼구나. 신카이 마코토가 만든 영화 다 보지는 않았다. 이 말 전에도 했던가. 《네 이름은》은 소설만 보았다. 앞에서 말한 ‘초속 5센티미터’는 책은 안 보았다. 이 책 보면서 영화 이야기 찾아보고 싶은 걸 참았다. 소설 다 보고 찾아보려고. 찾아본다고 알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겠지만. 책을 보면서 영상으로 나타내면 멋지겠다는 생각이 든 건 조금 있다. 하늘 위 세상, 구름 사이를 헤엄치는 물고기나 용.

 

 신카이 마코토가 만든 영화 배경이 다 여름은 아닐 텐데, 신카이 마코토 하면 여름이 생각난다. 파란하늘 흰구름 세찬 비. <언어의 정원>이나 <네 이름은>에는 여름이 나왔다. 가장 처음 만든 <별의 목소리>에서도 여름 하늘 본 듯하다. 맞다, 여름방학이 되고 여자아이가 머나 먼 우주로 떠났다. 신카이 마코토는 여름을 좋아하는가 보다. 이번에도 여름이다. 아쉽게도 파란하늘 흰구름은 자주 볼 수 없는 세상이다. 그래도 가끔 나타난다. 소설속에서는 언제부턴가 여름이 오면 비가 자주 왔나 보다. 이건 우리가 사는 세상보다 더 앞날일 수도 있고 평행우주일 수도 있다. 소설(영화)속 세상이 우리 세상과 비슷해 보일 때도 있지만 그건 또 다른 세상일지도 모를 일이다. 늘 그렇게 따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책을 보면서 떠올리는 건 내가 아는 것이다. 그러다 생각한다 여기는 조금 다르구나 하고.

 

 섬에 살던 열여섯살짜리 고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 모리시마 호다카는 여름에 섬을 나온다. 섬을 나오는 건 집을 나오는 것과 같다. 호다카가 배를 타고 가는 곳은 도쿄다. 호다카가 가고 싶은 곳은 빛기둥속이다. 호다카는 아버지한테 맞고 자전거를 타고 달렸는데 흐린 하늘에서 빛줄기가 내려왔다. 호다카는 그 안으로 가고 싶었다. 내가 놓친 걸지도 모르겠지만 호다카가 왜 집을 나왔는지 잘 모르겠다. 그 나이에는 그런 충동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 섬에 살고 학교생활 안 좋았던 것 같다. 호다카는 도쿄에서 아르바이트 하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일자리는 쉽게 구하지 못하고 가지고 있던 돈은 자꾸 줄어들었다. 호다카는 돈을 아끼려고 만화 카페가 아닌 밖에서 잘 만한 곳을 찾아다닌다. 비가 와서 잘 만한 곳을 찾지 못하고 햄버거 가게에 들어간다. 거기에서도 돈을 아끼려고 비싸지 않은 걸 먹는데 거기에서 일하는 여자아이가 호다카한테 햄버거를 준다. 호다카가 그 가게에 간 건 그날 처음이 아니다. 남자아이는 만났다, 여자아이를.

 

 누군가를 만난다고 바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건 아니다. 호다카는 도쿄에서 어떻게든 지내려고 배에서 자신을 도와준 사람을 찾아간다. 배에서 봤을 때는 위험한 사람 같기도 했는데 잡지에서 의뢰한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스가 케이이치는. 거기에서 일하는 나츠미도 만난다. 스가는 어른이고 나츠미는 어른이 되어가는 사람이라 해야 할까. 호다카는 스가와 나츠미한테 혼나면서 일해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두 사람이 호다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어린이로 여기지 않아서가 아닐까 싶다. 스가와 나츠미는 호다카가 집을 나온 걸 알고도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스가가 알아보는 일은 도시전설 같은 거다. 그걸 믿고 하는 건 아닌 것도 같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 건 나츠미다. 나츠미는 누구의 말이든 믿고 맞장구쳤다. 말하는 사람은 즐거워서 술술 말했다. 거기에는 날씨를 맑게 하는 여자를 만났다는 소문도 있다. 호다카는 햄버거 가게에서 일하던 여자아이를 다시 만난다. 여자아이는 아마노 히나로 비를 멈추게 할 수 있었다. 넓게는 아니고 한정된 곳만.

 

 난 외계인이 나타나거나 어떤 힘을 가진 사람이 나타나면 큰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히나는 부모없이 어린 동생하고 살았다. 히나가 돈을 벌어야 했다. 히나는 햄버거 가게 일을 그만뒀다. 햄버거 가게 일을 그만둬서 다른 일을 하려 했다. 호다카는 히나가 비를 멎게 하는 걸로 돈을 벌 생각을 한다. 맑은 날씨로 만들어준다는 홈페이지를 만들고 그 일을 한다. 도쿄는 거의 날마다 비가 내린다. 히나 동생 나기도 함께 다닌다. 히나 동생 나기는 열살인데 귀여우면서도 재미있다. 나기는 호다카가 스가를 찾아가는 버스에서 우연히 봤는데, 나기는 버스에서 여자아이 둘을 만났다. 둘을 한꺼번에 만난 건 아니고 한 아이가 내린 곳에서 다른 여자아이가 탔는데 그 여자아이도 나기를 알았다. 그렇게 버스에서 본 아이를 다시 만나다니. 첫번째 일을 할 때 호다카는 히나가 정말 비를 멈추게 할 수 있을까 조금 걱정했는데 잘됐다. 히나와 호다카 그리고 나기를 만난 사람은 모두 기뻐했다. 하지만 그건 오래 할 수 없었다. 텔레비전 뉴스에 얼굴이 나가서. 난 그런 건 오래 할 게 못된다고 생각했다. 히나를 이용하려는 사람도 있을 테니.

 

 세상이 이상해졌다. 비가 그치지 않고 자꾸 내렸다. 경찰이 호다카를 찾으려 하고 히나와 나기도 헤어져야 할지 몰랐다. 아이들 셋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런 건 꽤 현실스럽구나. 그렇다고 거기에 마음이 꺾일 아이들이 아니다. 셋은 함께 달아난다. 그 정도로 끝나면 좋았겠지만 슬픈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즐거운 밤을 보내고 히나가 사라졌다. 많은 사람은 한사람이 희생하고 괜찮다면 그렇게 되기를 바라겠지. 한사람은 자신이 아니기를 바라고. 사람은 제멋대로구나. 자신이 아니면 누군가 희생해도 괜찮다니. 아무도 히나한테 희생하라 하지 않았지만 말없이 바란 걸지도. 한사람과 여러 사람에서 여러 사람을 구하려고 한사람만 희생해야 할까. 한사람과 여러 사람 모두 구할 방법을 찾는 게 더 낫겠다.

 

 꿈 같은 이야기지만 괜찮다. 끊임없이 비가 오는 건 우울할 것 같지만. 비가 오고 세상이 바뀌어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호다카는 열여덟살이 됐고 다시 섬을 나온다. 이번에는 잘 살아가겠지. 살다보면 다시 맑은 날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란다.

 

 

 

희선

 

 

 

 

☆―

 

 どんなに雨に濡れても、僕たちは生きている。どんなに雨に世界が変わっても、僕たちは生きていく。

 

 「僕たちは、大丈夫だ」

 

 

 아무리 비에 젖어도 우리는 살아 있다. 아무리 비로 세상이 바뀌어도 우리는 살아갈 거다.

 

 “우리는 괜찮다.”  (2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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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담은 그릇은 쉽게도 깨끗하게 할 수 있는데

이런저런 생각으로 때가 낀 마음은 어떻게 씻어내야 할까

마음을 수세미로 박박 닦을 수도 없고

흐르는 물에 씻을 수도 없고

빗자루로 쓸어낼 수도 없구나

 

여러 갈래로 뻗은 마음도 가지를 쳐야 할 텐데

하나씩 잘라내면 얼마나 좋을까

깨끗하게 못해도 버릴 건 버려야겠지

버리지 못해 괴로우면

마음먹고 버리자

 

한번 버린 걸 다시 주울 때도 있겠지

그때는 다시 해 보는 것도 괜찮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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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겨울 2018 소설 보다
박민정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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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오는 이 책 ‘소설 보다’는 처음 만났다. 소설은 네편 실렸다. 네편이어서 빨리 보고 써야지 했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한국 단편소설이어서. 예전에는 단편소설 보고 아무것도 안 쓰고(다른 책 보고도 거의 안 썼구나), 몇해 전부터 단편 보고도 쓰려 했다. 쓰니까 그 소설을 생각해서 괜찮기도 했는데 여전히 힘들다. 난 언제쯤 단편소설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만난 것 가운데 괜찮았던 게 하나도 없지 않았지만 다 알아들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여러 사람 소설이 실린 건 《젊은작가상 작품집》만 봤다. 그래도 그걸 보고 여러 소설가 이름을 알고 몇사람 소설집도 만났다. 그렇게 아는 것도 괜찮다. 네사람 박민정 백수린 서이제 정용준 소설에서 서이제 소설은 처음 만났다. 나머지 세사람 소설도 많이 보지는 않았구나.

 

 박민정 소설 <나의 사촌 리사>를 보니 예전에 《젊은작가상 작품집》에서 본 <세실, 주희>가 생각났다. 비슷한 이야기도 아닌데 그러다니. 일본 사람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리사는 한국 사람 엄마와 일본 사람 아빠가 부모지만. 그러고 보니 세실이나 리사는 일본스럽지 않은 이름이구나. 실제 일본에는 영어식 이름 쓰는 사람 많은 듯하다. 영어 같은 이름이어도 한자로 쓸 수 있는 것도 있다. 리사는 어렸을 때는 아이돌이었다. 지현은 소설가가 되기 전부터 리사를 소설로 썼다. 그리고 또 리사를 소설로 쓰려 했다. 하지만 소설은 쓰지 못하고 하루하루 시간을 보냈다. 인터뷰를 보니 이 소설은 박민정이 ‘왜 쓰는가’ 하는 대답이라고도 한다. 소설가인 지현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더 잘 봤다면 좋았을까. 리사는 예전에 아이돌이었지만 지금은 평범하게 산다. 그렇게 사는 게 안 좋은 건 아니지 않은가. 리사와 함께 메가미를 한 하루미는 아이돌을 그만두고도 연예계에 남으려 했는데 안 좋은 일을 당한다. 그런 일 소설에만 나오는 건 아닐 거다. 한국에도 아이돌을 내세워 돈을 벌려는 사람 있겠다. 언젠가 노예 계약이라느니 하는 말 본 적 있다. 텔레비전 방송은 좋은 모습만 보여준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다른 나라에서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면 그곳에서 지내는 게 좀 낫겠지. 백수린 소설 <시간의 궤적>은 ‘나’와 언니가 프랑스에서 만나고 친하게 지내다 멀어지는 이야기다. ‘나’는 프랑스로 공부를 하러 갔고 언니는 대기업 주재원이었다. ‘나’는 프랑스 사람을 만나고 헤어질 수 없어 결혼한다. ‘나’가 결혼하도록 마음먹게 언니가 말했다. 어쩌면 언니는 ‘나’한테 결혼하라는 뜻으로 한 말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다른 사람이 한 말을 자기 멋대로 받아들이기도 하니. 왜 여자는 결혼하면 친구 사이가 오래 가지 않는지. 서로가 다르게 생각해설까. 꼭 그런 건 아닐 거다. 결혼을 했든 안 했든 잘 지내면 좋을 텐데. ‘나’가 결혼하고 언니가 결혼하지 않아서 두사람 사이가 멀어진 건 아니겠구나. ‘나’는 앞으로도 프랑스에 살아야 하고 언니는 한국으로 떠나야 해서 그렇게 된 걸지도. 멀리 살아도 친구로 지낼 수 있을 텐데. 결혼하고 남편하고 사이가 삐걱거리면 둘레에서는 아이가 생기면 괜찮을 거다 하는데 그건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아이가 생기고 조금 안정 됐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면 프랑스말로 자신한테 안 좋은 말을 하리라고 생각한다. ‘나’와 언니 사이는 아주 끝난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서이제라는 소설가는 처음 알았다. <미신(迷信)>은 자주 보는 소설과 좀 다르다. 이 소설은 열해전 ‘선생님이 죽고, 그 애가 사라졌을 때, 나는 어디에 있었을까. (87쪽)’생각하는 듯하다. ‘나’한테 이 군은 자신 때문에 선생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하는데 그건 정말일까. 한사람은 사라지고 한사람은 죽는 일을 겪으면 그 일을 오랫동안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해가 지고, 해가 뜬다. 또 아침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침이 낯설게 느껴진다. 나는 침대에 누워, 가만히 창 밖을 본다. 어떻게 살아온 건지, 모르겠다. 모르면서, 살고 있다. 모르면서, 어떻게 지금까지 살 수 있었을까. 모르겠다.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창밖으로 눈이 내리고 있고, 눈은 내리고 있는데, 정말로 시간은 흐르고 있는 걸까. 그날 이후,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흐른 걸까.  (<미신>에서, 109쪽)

 

 

 마지막은 정용준 소설 <사라지는 것들>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고로 아이가 죽는다면 남은 사람은 힘들겠지. 식구는 서로 자기 탓을 하거나 상대를 탓할지도 모르겠다.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를 돌볼 때는 아이한테서 눈을 떼지 않아야 하다. 집에서도 부모가 잠깐 눈을 떼면 먹지 않아야 하는 걸 먹거나 다치기도 하는데 바깥에는 위험한 게 많으니 더 그래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는데, 성수 엄마도 손녀 돌보기 힘들었을 거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를 돌볼 때는 별일 일어나지 않아야 할 텐데.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해도 누구 잘못이다 말하기 어려울 거다. 하지만 아무도 탓하지 않을 수 없겠지. 아이를 잃으면 남은 식구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자신을 탓하지 않고 서로를 탓하지도 않고 살기를 바란다. 쉽지 않겠지만. 성수 엄마가 앞으로는 힘 빼고 살았으면 한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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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 - 내 삶의 주인으로 살기 위한 책 읽기 아우름 9
장석주 지음 / 샘터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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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제목 멋지군요. 자신이 읽은 책이 곧 자신의 우주라니. 책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읽지 않아도 사는 데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렇지요. 그래도 책을 읽지 않는 것보다 읽는 게 조금 낫습니다. 책을 보면 자신이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이 모르는 곳이나 실제 만나지 못하는 사람도 만날 수 있어요. 그런 재미가 있기에 책을 보는 거겠지요. 한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건 아주 적습니다. 자신이 몸소 겪는 게 더 좋겠지만, 책은 간접으로 그 일을 겪게 합니다. 그걸 보고 실제 어딘가에 가는 사람도 있겠네요. 멋진 소설 배경이 된 곳이나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이 살았던 곳 말이에요. 그런 곳을 다니고 글을 쓰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저는 게으르고 힘든 거 싫어서 어딘가에 가지 않고 책으로만 떠납니다. 거의 소설입니다. 그렇다 해도 여러 나라 소설이 아니고 일본소설을 많이 봤군요. 이건 2010년쯤부터 그랬네요. 일본 미스터리. 미스터리, 스릴러는 여러 나라에서 나오기도 하는데, 서양은 저랑 좀 안 맞아요. 저와는 반대로 일본 미스터리가 맞지 않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저는 어릴 때는 책을 거의 안 봤어요. 둘레에 책을 보는 사람도 책도 없었어요. 장석주도 저와 비슷했는데 저와 달랐던 게 있었습니다. 장석주는 책이 많은 친구네 집에 가서 책을 보고 도서관에서 빌려 보기도 했어요. 고등학생 때는 학교에 다니기 싫어서 거의 도서관에 갔다고 해요. 저는 책 많은 친구도 없었고 도서관도 몰랐습니다. 그럴 수가. 책이 없다 해도 관심 가질 수 있었을 텐데 별로 관심 갖지 않았나 봅니다. 제가 책을 꾸준히 본 건 고등학교를 마치고부터예요. 그때 저는 시와 소설을 봤는데, 장석주는 스무살 무렵에 철학이나 인문학 책을 봤답니다. 시 소설도 봤겠지요. 저는 몇해 전까지 장석주를 시인으로만 알았습니다. 그동안 시뿐 아니라 여러 글을 썼더군요. 아, 소설이나 소설 작법 책도 있었어요. 소설은 못 봤지만 소설 작법은 예전에 봤어요. 그 정도만 알았습니다. 몇해 전에야 책을 많이 읽고 책을 많이 쓴다는 걸 알았습니다. 읽는 만큼 그렇게 쓰는 걸까요.

 

 무언가를 쓰려면 그 바탕이 되는 게 있어야겠지요. 저는 아무래도 바탕이 되는 게 적은가 봐요. 그러니 별로 못 쓰겠지요. 책도 참 천천히 봅니다. 이 책을 보고 하나 알았습니다. 그건 저도 책 볼 때 왼쪽뿐 아니라 오른쪽 뇌도 쓴다는 걸. 하지만 그렇게 힘 쓰는 건 아닐지도. 왼쪽 뇌 책 읽기는 내용과 논리를 따라가는 거고, 오른쪽 뇌 책 읽기는 정보를 그림으로 바꾸는 거랍니다. 이런 책 읽기는 누구나 하겠군요. 책 읽으면서 머릿속에 그리는 건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그건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이기도 하겠습니다. 책 읽은 느낌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건 그래서겠지요. 사람은 늘 왼쪽 뇌뿐 아니라 오른쪽 뇌도 쓸 거예요. 그저 왼쪽과 오른쪽 뇌를 똑같이 쓰지 못하고 한쪽을 더 씁니다. 지금은 일부러라도 오른쪽 뇌를 발달시켜야 한다잖아요. 오른쪽 뇌는 창의력이나 예술과 상관있습니다. 왼쪽 오른쪽 뇌 모두 쓰게 하는 데 책 읽기만큼 좋은 것도 없군요. 책 읽기 말고도 악기 연주나 음악 듣기도 괜찮겠지요. 그림 보기 그림 그리기도, 왼손 오른손 다 쓰기도.

 

 한해 동안 제가 읽는 책은 얼마 안 됩니다. 장석주는 가진 책이 3만권쯤 되고 한해에 천권 정도 산답니다. 책 쓰고 그 돈으로 거의 책을 사는가 봅니다. 그 책 다 보다니. 어쩌면 천천히 다 보는 건 얼마 안 되고 자신이 봐야 하는 부분만 보는 책이 더 많을지도. 그렇게 해서 책을 쓰는 거겠지요. 그래도 대단합니다. 언젠가 그 말 봤어요. 장석주 자신이 가진 책으로 제주도에 ‘여행자의 도서관’ 짓겠다고 한 말. 이 책이 나온 건 2015년인데 그 일은 지금 어느 정도나 나아갔을지. 장석주는 책이 3만권 있는 것도 모자란다고 하더군요. 8만권에서 10만권 정도는 있어야 자료를 바로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글 쓸 때 자료 찾는다고 하잖아요. 전 여전히 그거 못합니다. 그건 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 저는 책을 읽고 머릿속에 있는 걸로 씁니다. 그러려면 책을 더 많이 보고 제 것으로 만들어야 할 텐데, 제 것이 되지 않고 잊어버리는 게 더 많은 듯합니다. 책을 읽고 잊는다 해도 조금은 남고 쌓이겠지요.

 

 여러 가지에 관심을 갖고 책도 여러 분야를 봐야 하는데 제가 자주 보는 건 소설(가끔 시)이에요. 소설 보는 것도 괜찮겠지요. 어떤 책을 보는가보다 어떻게 책을 보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지. 그렇게 하려면 과학 철학 역사와 같은 인문학 책도 보면 좋겠지요. 저는 그런 책 별로 못 봤습니다. 장석주가 노자 장자를 봤다고 해서 조금 반가웠어요. 얼마전에 《장자인문학》(안희진)이라는 책을 봐서. 겨우 한권 봤으면서 그랬습니다. 책을 읽으면 사람이 달라지기도 한다는데, 그 말 보고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했어요. 책을 봐도 저는 여전히 마음 좁고 자유롭지 못해요. 이건 제 잘못이겠습니다. 책을 읽기만 하지 않고 움직여야 하는데. 그런 게 아주 없지 않지만 아직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있습니다. 싫은 건 싫기 때문에. 저 같은 사람 조금 살기 힘들겠지요. 고집부리지 않고 넓은 마음을 가지면 좋겠지만 그렇게 안 되면 어떤가 싶기도 합니다. 남한테 피해주는 건 아니잖아요. 이리저리 휩쓸리기보다 자기 생각을 가지는 게 더 좋겠습니다.

 

 시를 보라고도 했습니다. 시집 한달에 한권은 봐야지 한 적도 있는데 요새는 어쩌다 한번 만납니다. 그래도 예전에 시를 조금이라도 봐서 지금도 시를 괜찮게 여기는군요. 앞으로도 시 가끔 만나야겠습니다. 제가 쓰는 건 좀 유치하고 시 같지 않을 때도 있지만, 시나 이야기 쓰려 해도 책 봐야죠. 다른 책에서 영감을 얻는 사람도 있는데 전 그런 일도 거의 없어요. 책을 잘 보면 그런 일도 있을지. 무엇보다 책 읽기를 재미있게 여겨야 합니다. 이건 무엇이든 그렇군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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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잘 모르는 그대한테 편지가 쓰고 싶어졌어요. 그대가 이 편지를 볼지 그건 알 수 없지만. 누군가한테 말이 하고 싶어서 이렇게 써요. 말한다 해도 제 마음을 다 말할 수 없겠지만. 이 말을 하니 다음을 이을 말이 생각나지 않는군요.

 

 편지는 제가 하고 싶은 말만 쓰는 게 아니고 받는 사람을 생각하고 쓰는 건데. 그걸 알아도 친구한테는 제가 하고 싶은 말 더 많이 썼군요. 편지를 받고 쓸 때는 덜하지만 그냥 제가 쓸 때는 그랬어요. 편지 형식으로 쓴 소설에서는 자기한테 일어난 일이나 편지 받을 사람하고 있었던 일을 다시 생각하기도 하지요. 하나도 모르는 사람한테는 어떻게 써야 할까요. 대답도 들을 수 없는 말을 했네요.

 

 모르는 그대는 어디에 살고 무엇을 좋아하세요. 그냥 한번 말해봤어요. 또 다음으로 갈 수 없는 말을. 이번 편지는 더 길게 못 쓰겠습니다. 이번이라 하면 다음에 또 쓰겠다는 말 같군요. 저도 모르겠어요. 말을 제대로 하지 않을 거면 쓰지 않는 게 낫겠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대 시간을 조금 빼앗았네요. 아니 읽지도 않았을까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제가 쓴 글 재미있게 읽을 만하지 않다는 거 저도 잘 압니다. 앞으로 좀 더 혼자 생각해볼게요. 좋은 답은 없겠지만, 안 좋은 결정만은 안 해야 할 텐데. 전 마음이 단단하지 못합니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마음단련을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거의 못했군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서. 철학이 생각나는데, 그걸 하면 좀 나을지. 철학, 멋있게 보이지만 어렵겠지요. 그래도 여러 가지에 마음이 너그러워진다면 그거라도 하고 싶네요. 이 말을 하니 제가 바라는 건 마음이 단단해지는 게 아니고 너그러워지는 건가 싶네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모르는 그대, 여기까지만 쓸게요. 늘 건강하게 지내세요.

 

 

 

희선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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