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20 - 박경리 대하소설, 5부 5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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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시간이 담긴 《토지》 스무권을 다 만났다. 《토지》 20권은 5부 5권이다. 마지막이어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았다. 끝은 알아도 거기까지 어떻게 갈 것인가 하는 마음이 들어서. 마지막 20권을 봤지만 어쩐지 끝난 것 같지 않은 느낌이다. 조선 독립을 맞고 몇 사람만 보여주다니. 소설엔 몇 사람만 나왔지만, 실제로는 그때 많은 사람이 기뻐했겠다. 조선이 사람들 만세소리로 가득했을지도. 지금 같으면 그런 모습 인터넷으로 중계했겠다. 멀리 사는 사람하고도 전화로 바로 연락했겠지. 지금이어서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그때는 인터넷도 없고 전화도 제대로 못했는데. 많은 사람이 라디오 방송으로 일본 왕이 항복한다고 하는 말을 들었겠다. 나도 그런 거 텔레비전 방송에서 봤을 뿐이다.


 먼저 만주에 있는 사람이 나왔다. 영광이가 만주로 가고 홍이를 만나고 이상현과 정석도 만났다. 이상현은 그곳에서 술을 많이 마시나 보다. 그럴 거면 집으로 돌아오지. 만주로 간 사람은 조선으로 돌아올지. 만주에서 조선으로 돌아온 사람도 있겠지만, 시간 끌다가 돌아오지 못한 사람도 있었겠다. 그쪽은 중국과 가까워서 공산주의에 빠진 사람도 있었다. 강포수가 기른 아이 강두매가 그랬다. 조선이 둘로 나뉜 건 미국이나 소련 때문만은 아닐지도. 그때는 서로 싸운다 해도 조선이 독립하기를 바랐다. 조금 다르다 해도 서로 이야기 했다면 좀 나았을까. 지금도 정치인은 싸우는구나. 좋은 나라를 만들려고 싸우는 거면 괜찮지만, 자기 이익 때문에 싸울 때가 많겠다. 영광이는 양현이 아버지인 이상현을 만난 걸 신기하게 여겼다. 그래도 영광은 상현한테 양현이 이야기는 하지 않겠지.


 징용에 끌려갔다 빠져나온 사람을 몽치가 일을 시키고 숨겨 줬다는 투서가 있었다. 실제 그런 일이 있었지만, 몽치는 그런 적 없다고 한다. 몽치가 오래 경찰에 잡혀 있었다면 몽치는 오래 살기 어려웠겠다. 몸이 건강하다 해도 고문을 오래 받으면 골병 들 테니. 여러 사람이 힘을 써서 몽치는 풀려났다. 그렇다고 안전하지는 않았다. 전쟁 막바지에 일본은 조선 사람을 닥치는대로 전쟁터로 끌고 갔다. 그때 끌려갔다 살아 돌아온 사람 얼마나 될까. 다는 아니어도 돌아온 사람 있었겠지. 고생 많이 했겠다. 앞에서 징용에 끌려갔던 사람은 일본 사람한테 도움을 받고 조선으로 돌아왔다. 그런 사람도 있었을 거다. 조선 사람을 도와준 일본 사람 말이다.


 공부하기도 힘든 때였다. 홍이 딸 상의는 곧 중학교 졸업이었다. 학교를 마치면 상의는 만주에 갈까 하기도 했다. 홍이가 거기에 있으니 말이다. 전쟁이 더 길어졌다면 중학교를 나왔다 해도 일본군 위안부나 군수공장에서 일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전쟁이 일어나고 어지러운 때여도 학생은 그 나이로 보이기도 했다. 아이들은 먹을 게 없어서 징병된 사람한테 줄 주먹밥을 만들면서 몰래 밥을 집어 먹었다. 어떤 아이는 많이 먹어서 배탈이 났다. 상의는 또래보다 작은 동생 상근이를 생각하고 작은 주먹밥을 만들어두고 그걸 상근이한테 주었다. 기숙사에서 4학년 아이만 나오라고 했을 때 무슨 일인가 했다. 큰일이 일어난 게 아니어서 다행이다. 누군가는 조카딸한테 맛있는 거 해줄 테니 친구를 집에 데리고 오라고 했다. 그건 조카딸 친구에서 며느리감을 찾으려는 거였다. 누군가 결혼했으려나.


 지난 19권에서 평사리 집으로 찾아온 남희는 산 도솔암에서 지냈는데, 여전히 뭔가 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 병은 나았지만 마음은 멍 하다고 할까. 이때 정신치료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그래도 산에서 맑은 공기 마셔서 남희 마음이 조금씩 괜찮아졌을 거다. 바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해도. 연학이는 남희를 자기 딸처럼 생각하고 돌봐주려고 했다. 그런 모습 보면서 예전에는 사람 사이가 가까웠구나 했다. 평사리 사람 사이가 가깝고 남의 말 하는 건 별로였지만. 같은 뜻을 가진 사람 아이를 자기 아이처럼 생각하는 거 좋은 거구나. 지금도 그런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남희는 최참판집에서 지내다가 간호사(예전에는 간호부라 했구나)가 되고 싶다 했다. 그때는 소학교만 나오고 간호사가 된 사람도 있었나 보다. 남희가 뭔가 하려고 해서 다행이다. 연학이는 양현이 병원을 하고 남희가 거기에서 일하는 그림을 그렸다.


 처음부터 나온 이용 친구 영팔이가 죽었다. 영팔이라 하니 이상하구나. 영팔이는 조선 독립을 보고 죽으려나 했는데. 임명희는 지리산에 숨은 사람한테 도움을 주고 싶다면서 돈을 내놓았다. 지리산에 숨은 사람에는 사회주의에 빠진 사람도 있었다. 이범준 사촌동생인 이범호는 산에 숨은 사람이 무장해야 한다 했다. 해도사와 소지감은 그렇게 되지 않게 하려고 애썼다. 이범호는 조선이 독립되고 북한에 갔을 것 같다. 이범호를 보니 잘 모르지만 김일성이 생각났다. 우개동은 산 사람을 찾으려고 염탐하다 여러 사람한테 맞아 죽는다. 사람이 자기 잘못을 깨달으면 좋겠지만, 그런 사람 별로 없겠지. 마음이 나쁜 사람은 자기 생각이 옳다 할지도. 자신을 잘 돌아보고 둘레도 잘 살펴봐야 하는데. 이런 거 알면서 나도 잘 못한다. 그저 남한테 피해주지 않으려고 생각한다.


 영광이와 양현이 좋은 기억을 갖게 했다 했는데, 양현이는 영광이 아무 말 없이 만주로 떠나서 마음 아파했다. 화난 건가. 서희는 양현이를 평사리로 데리고 온다. 환국이 아내 황덕희는 그걸 안 좋게 여겼다. 양현이가 자신한테 못되게 하는 것도 아닌데. 서희 친딸이 아니어도 어릴 때부터 함께 살았으니 딸이고 식구인데 그걸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런 마음 모르겠다. 환국이는 지금까지 아무 말 안 하고 참았는데. 시간이 가면 나아질지. 일본이 망하리라는 걸 알아도 사람들은 정말일까 한다. 그렇겠지. 한여름이 가신 뒤 드디어 조선 독립이 찾아온다. 그 부분 볼 때 감격스러울 것 같았는데 그러지 않았다. 누군가 일본이 항복했다고 하는 말을 양현이 듣고 집으로 가서 서희한테 알린다. 장연학은 기뻐서 춤을 춘다.


 끝났다. 조선이 독립했으니 기뻐야 하는데 소설이 끝나서 아쉽다. 여러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나오지 않아서구나. 뒷이야기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건 읽는 사람이 생각해야겠구나. 잃었던 나라를 되찾은 기쁨은 클 거다. 한동안 사람들은 그 기쁨에 취했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 앞으로 좋은 일만 일어나지 않을 거다. 그래도 사람은 살아간다. 그때도 지금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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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9-14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리즈 완독 축하드려요! 한번에 쭈욱 읽으셔서 몰입감이 엄청나셨을 듯합니다. 저는 오디오북으로 읽어서 중간 중간 놓친 부분이 많아 나중에 재독해볼 생각이에요. 마지막엔 섭섭한 마음이 크죠? 저도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작가님께서 독자만의 해석으로 남겨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사람은 살아간다. 그때도 지금도˝란 말 와 닿네요^^

희선 2023-09-16 00:29   좋아요 1 | URL
작가가 오랫동안 쓴 소설을 저는 그 시간보다 꽤 덜 걸려서 봤네요 이거 보면서 이 소설 연재 읽는 사람은 좀 답답했겠다 했어요 그랬다 해도 기다렸다 다음 편 봤겠습니다 저도 그런 거 아주 없지 않네요 끝나지 않은 만화, 몇 편 보니... 만화는 길어서 많이 안 보기는 하네요

많은 사람이 나오기도 했군요 아주 나쁜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다들 그 시대를 나름대로 살아간 느낌도 듭니다 소식 모르는 사람도 그 뒤 돌아왔기를 바랍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3-09-14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완독 축하드려요.
분명 토지 읽기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이렇게 읽어내시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조선의 독립이 기쁜 건 사실인데 우리의 힘으로 된 게 아니라 씁쓸하기도 하고
그 영향이 지금까지 내려 와 안타까워요.

희선 2023-09-16 00:33   좋아요 2 | URL
그 시대를 산 사람이 더 힘들었겠지요 그때는 정말 조선이 독립을 할 것인가 했을 것 같아요 친일한 사람은 독립할지 몰랐다고 하기도 했잖아요 그런 말을 한다고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닌데... 독립운동 한 많은 사람이 있어서 지금이 있기도 하겠지요 좀 더 힘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때 영향이 여전히 있다니... 역사를 잊지 않고 잘 알아야겠네요 저도 그렇게 많이 아는 건 아니군요


희선

새파랑 2023-09-14 1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합니다. 엄청난 여정이셨을텐데 대단하십니다~!
전 못할거 같아요 ㅜㅜ

희선 2023-09-16 00:34   좋아요 2 | URL
새파랑 님은 도스토옙스키 소설 다 만나셨잖아요 다른 소설가 책도 다르지 않네요 이것도 보시려고 하고 다 보실 겁니다


희선

scott 2023-09-14 1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경리 문화관에서 희선님을 초청해야 합니다 토지를 읽었다해도 도중에 멈춰버리다가 영원히 완독과는 멀어지는 독자들이 많은데 희선님의 완독은 의미가 깊습니다 !

희선 2023-09-16 00:36   좋아요 1 | URL
저도 예전에 읽어볼까 하고 앞에 몇 권 보다 말았네요 그때 읽은 건 읽은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책이 많아서 다 볼 수 있으려나 했는데, 소설이 재미가 있더군요 좀 더 깊이 봐야 했을지도 모를 텐데... 이렇게라도 봐서 기분 좋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3-09-15 14: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드립니다. 저는 오디오북으로 토지, 전권이 있는데도 안 듣는데... 사실은 다른 거 듣기 바빠서요. 좋은 책이 너무 많아요. 그래도 긴 시간을 투자해야만 읽을 수 있는 책을 완독한 기분은 남다르시겠지요. 뿌듯함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짝짝짝!!!

희선 2023-09-16 00:39   좋아요 1 | URL
이 책 오디오북으로 다 있으시군요 책으로 보는 것보다 오디오북 듣는 시간이 더 길 것 같기도 해요 드라마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세상엔 책이 많지요 여전히 좋은 책은 나오고... 2023년엔 게으르게 지내서 더 못 보기도 합니다 이제 가을이니 책을 좀 더 보면 좋을 텐데... 여전히 게으르게 지냅니다 페크 님 고맙습니다


희선
 




난 꿈없이 잘 잤어

넌 어땠어

너도 편안하게 잘 잤기를

꿈꾸지 않으면 좋겠지만,

꿈을 꾼다면 멋진 꿈이길 바라


꿈속에선 네가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네가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길 빌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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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음과 내 마음은 아주 멀지

넓은 강을 건너고

높은 산을 넘어도

닿지 않아


몸은 멀리 있어도

마음은 가까운 사이도 있는데

너와 난 몸도 마음도 멀어


세상엔 머나먼 사이도 있지

그저 아는 사이

그것도 나쁘지 않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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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3-09-14 0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저 아는 사이도 나쁘지 않습니다
가까운 친척 보다 바로 옆 친구가 더 진솔할 때가 많아여 ㅎㅎㅎ

희선 2023-09-14 01:24   좋아요 1 | URL
친척은 더 먼 듯해요 거의 만나지 않으니... 가까이 사는 친척은 가끔 만나겠지만... 그저 아는 사이도 괜찮겠지요 아주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사이도...


희선
 




크면 좋겠지만

작아도 괜찮아요

작기에 자주 나타나죠

작은 즐거움

작은 기쁨

작은……


작은 걸 모아요

작은 게 모이면 커지잖아요

당연한 말이네요


당연하다 해도

그렇게 만드는 건

쉽지 않아요

마음 써야 해요

알죠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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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9-12 07: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인생은 미니멀 라이프죠. 쉽지는 않지만~!!

희선 2023-09-14 00:04   좋아요 1 | URL
정해진 건 없지요 어떻게 살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어느 정도 살고 떠날 때가 되면 짐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저도 이것저것 많네요 쓸데없는 게... 잘 버려야 할 텐데...


희선

서니데이 2023-09-13 1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전부터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이란 꼭 필요한 것이었을 거예요.
큰 즐거움 보다 자주 작은 즐거움이 있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당연한 건 없겠지요.
희선님, 오늘 날씨가 비가 와서 조금 차가워요.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3-09-14 00:07   좋아요 2 | URL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일이 일어나겠습니다 좋은 일이어도 큰 일보다 작은 일이 마음 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큰 즐거움은 평생에 몇 번 안 되겠지요 작은 즐거움을 많이 느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저도 잘 못하기도 합니다

이번에 비가 와서 서늘한 가을 날씨 더 느끼게 되겠습니다 이것도 좋은 일이네요 서니데이 님, 좋은 가을이기를 바랍니다


희선

scott 2023-09-14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고 작은 즐거움이 쌓이면 결국엔 행복!
무더위 지나가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니
이런것도 새삼 행복스럽네요 ^^
 
토지 19 - 박경리 대하소설, 5부 4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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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토지’ 한권 남았다. 1권에서 19권까지 보다니. 나도 놀랍다. 처음에 1권 보면서 스무권이나 되는 《토지》 끝까지 보려나 했는데, 한권 한권 보다보디 이번에 《토지》 19권을 만났다. 5부 4권이다.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 이걸 빨리 보고 마지막 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건 조금 아쉽구나. 19권 목차를 보는 것만으로도 희망이 보인다. 나는 그래도 소설 속 사람은 그렇지 않구나. 일본이 일으킨 전쟁 때문에 물자는 모자라고 아들이나 딸이 징용, 학도병, 정신대로 끌려갔다. 그러니 그 사람들 마음이 어떻겠는가.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겠지만,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겠지. 군은 처음엔 지원이었는데 이제는 길에서 보면 끌고 갔다.


 이번 19권 시작은 그리 좋지 않다. 엄마가 찾아와서 엄마를 따라가 살던 석이 딸 남희가 평사리 집으로 돌아왔다. 남희는 어딘가 안 좋아 보였다. 할머니가 엄마를 안 좋게 말하면 엄마나 엄마하고 사는 일본 사람은 잘해줬다고 했다. 남희는 자신한테 일어난 일 바로 말하기 어려웠겠다. 최참판집 일과 여러 가지 일을 하던 연학이 남희를 병원에 데리고 가고 나서야 남희한테 일어난 일을 알게 된다. 남희는 일본 군인한테 성폭력을 당하고 성병까지 걸렸다. 그러면 그 군인도 성병에 걸렸을 텐데 그 사람은 괜찮나 하는 생각을 했다. 연학이나 남희를 진찰한 의사 허정윤은 어린아이가 그런 병에 걸린 걸 알고 깜짝 놀랐다. 연학은 정윤한테 그걸 비밀로 해달라고 하고 남희한테도 무슨 병인지 말하지 않았다. 여기엔 남희 하나가 나왔지만, 일제 강점기에 그런 일 당한 사람 많았겠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기도 했으니. 아이 앞날을 생각하면 말하지 않는 게 좋겠지만, 그게 괜찮은 걸까. 어쩐지 피해자한테 잘못이 있는 것 같지 않나. 나라 없는 탓만은 아닌 것 같다.


 언젠가 박경리 작가가 용이와 월선이를 좋게 여기는가 보다 했는데, 이번에는 양현과 영광이를 좋게 생각했나 했다. 둘은 용이와 월선이와 다르게 맺어지지 못한다. 용이와 월선이가 아주 괜찮은 건 아니었지만, 두 사람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양현이 영광이 두 사람 모습을 꽤 좋게 그렸다. 누군가를 좋아한 게 두 사람한테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헤어져야 해서 마음 아프겠지만. 윤국이는 영광이가 안 된다고 해도 환국이도 그럴지 몰랐다. 영광이가 악단이 아닌 공부를 했다면 달랐을지. 그건 모르겠다. 영광이는 양현이를 좋아해서 떠나는 것 같다. 서로 좋아해도 헤어지기도 하겠지. 영광이 어머니는 영광이가 즐겁게 살기를 바랐을 텐데. 영광이는 만주로 갈 생각이다.


 찬하와 오가타 그리고 쇼지는 만주로 간다. 전쟁이 한창이고 일본이 질지도 모를 때 여행이라니. 그런 생각은 세 사람도 했구나. 지금이 아니면 가지 못하리라 생각하고 셋이 함께 떠났다. 셋이 갔는데 찬하는 오가타와 쇼지를 두고 혼자 다른 곳을 돌아 보겠다고 한다. 오가타와 쇼지가 함께 시간을 보내게 하려고 그랬겠지. 쇼지는 찬하를 아버지로 아니 아버지가 없어서 조금 불안해 보였다. 쇼지는 엄마인 유인실을 많이 닮았나 보다. 아주 모르는 사람은 오가타와 쇼지를 부자로 알았겠다. 쇼지가 친부모를 알게 된다면 혼란스럽겠다. 지금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조선 사람과 일본 사람이라는 걸 안다. 아버지가 한국 사람인 것과 어머니가 한국 사람인 건 어떻게 다를까. 언젠가 쇼지가 자기 정체를 깊이 생각할 때가 오겠다. 여기엔 나오지 않을지도.


 만주에서 여러 사람을 죽게 한 배설자가 죽임 당했다. 죽임 당한 건 안 됐지만, 그 사람이 한 일이 있어서. 그때는 무서운 시대였다. 최참판집 둘째 윤국이는 지원해서 군대에 들어갔다. 그게 꼭 양현이 때문은 아닐 텐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여럿인 듯했다. 동생이 군에 지원하고 면서기가 된 우개동은 면에서 잘린다. 지금까지 한 나쁜 짓이 있어서 그렇게 됐구나. 우서방집 식구는 평사리 사람과 우서방이 죽었을 때 증언한 사람을 못살게 괴롭혔다. 우서방집 사람 때문에 평사리를 떠났던 사람이 다시 돌아오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최참판집에 왔다. 그때 환국이는 괜찮을 거다 했다. 윤국이가 학도병으로 지원해서 최참판집은 관청에서 대우받게 됐다. 그런 거 바라고 한 것도 아닌데. 그냥 지원한 사람보다 학도병을 더 위로 쳐주다니. 그것도 계급이구나.


 석이는 괜찮을까. 석이 어머니는 손자가 군대에 끌려가서 눈이 멀었다. 사람은 마음이 편해야 한다. 마음이 괴로우면 그게 몸에 나타난다. 딸인 귀남네(석이 누나)는 지금까지 자신이 잘못한 걸 깨닫고 이제 엄마한테 잘한다. 귀남네 아들 귀남이는 징병을 피했다. 반대였다면 귀남네는 자기 엄마한테 못되게 굴었겠다. 사람 마음은 왜 그럴까. 딸인데 왜 엄마한테 못되게 구나 했다. 자기도 가난해서 엄마하고 살게 됐으면서. 달라졌으니 다행이지만. 1944년이 지나고 1945년이 왔다. 몇 년인지 안 나왔지만 그럴 것 같았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 조선이 일본 지배에서 벗어난다 해도 이런저런 일이 일어나지만, 나라를 되찾은 기쁨을 조선 사람이 느끼는 게 어딘가. 윤동주 조금만 더 살았다면 좋았을 텐데. 갑자기 윤동주를 생각하다니. 시간으로 보면 19권 뒷이야기 나올 때 윤동주가 죽었을 것 같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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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9-11 1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지가 다가왔다
전진하라, 희선!

희선 2023-09-12 00:50   좋아요 1 | URL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요 책이 재미있어서... 처음 시작할 때는 끝까지 볼까 했는데...


희선

페크pek0501 2023-09-11 2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지가 바로 저긴데... 라고 말할 수 있는 지점에 오신 걸 축하드립니다!!!
전 20권으로 알고 있어요.

희선 2023-09-12 00:51   좋아요 1 | URL
앞으로 한권 남았습니다 20권은 5부 5권으로 마지막이에요 아주 잘 봤다고 하기 어려워도 한번이라도 책을 보는 거니 좋네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