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휘두르며 31

히구치 아사

講談社  2019년 07월 23일

 

 

 

 지난번에 니시우라가 뒤처지다 5점 따라잡아서 재미있었다. 그대로 역전하면 좋겠다 했는데 사키타마 쉽지 않았다. 사키타마가 바로 져도 안 좋겠지. 사키타마는 니시우라를 7회 콜드로 이기려고 했는데 그걸 막은 게 어딘가 싶다. 콜드로 질 뻔했을 때 니시우라는 힘을 내고 동점을 만들었다. 투수가 사쿠라가 아니어서 그럴 수 있었을까. 사쿠라는 키 크고 몸이 좋아서 투수나 포수를 했을 듯하다. 몸이 좋다고 어떤 운동이든 잘 하는 건 아니겠지. 운동 잘 할 것처럼 보여도 못하는 사람 있을 거다. 그건 유전일까. 부모에서 한사람이 못하면 못할 수도 있다. 난 운동 보통이다. 아주 잘 하지도 못하지도 않는다. 이건 다행 아닌가 싶다. 연습하면 조금 나아질 수도 있을 테니. 힘든 운동은 못하고 그냥 혼자 할 수 있는 걷기만 할까 한다. 걷기는 누구나 할 수 있겠지. 걷기도 하기 힘든 사람 있을까. 쉽다고 누구나 할 수 있겠다 생각하면 안 되겠다.

 

 아직 끝나지 않은 7회말에 사키타마 투수가 사쿠라로 바뀌었다. 사쿠라가 나오고 7회말은 6대 6 동점으로 끝났다. 여름대회 때는 2학년 이치하라 혼자 투수했는데 이시나미가 경기에 나오고는 투수가 둘이 됐구나. 한사람보다는 두사람이 하면 덜 힘들겠지. 미하시는 혼자 공 던지고 싶어하지만. 나오지 않았지만 니시우라는 다른 사람이 투수로 경기한 적 있을 거다. 지난번에도 이시나미 일찍 본 것 같은데, 이번 8회초 시작은 이시나미였다. 이시나미는 어떻게든 공을 치려 하고 아베와 미하시는 이시나미를 아웃시키려 했지만 잘 안 됐다. 1루로 달린 이시나미는 1루수와 부딪치고 넘어졌다. 다리에 테이핑한다면서 대리주자를 나오게 했다. 다음이 조금 우스웠다. 아베는 상대팀이니 일부러 한 거 아니겠지 할 수 있겠지만, 같은 편 선수 몇 사람도 일부러 한 거 아니겠지 했다. 그런 적 있었을까. 이시나미는 벤치로 돌아오고 일부러 그런 거 아니다 한다. 같은 편인데도 의심하다니.

 

 다음 타자는 번트 세번째에서 해 내서 1루 주자가 2루로 갔다. 다음 타자는 2학년 투수인 이치하라였다. 사키타마 아이들은 이치하라한테 치라 했다. 이치하라가 친 공은 멀리 날아가서 1점 들어왔다. 점수 내주지 않고 다음회 맞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사키타마가 1점 더해도 니시우라는 질 마음 없었다. 야구도 몸뿐 아니라 마음도 잘 단련해야 한다. 사키타마는 1점 더 넣고 2점 앞섰다. 니시우라가 힘들게 동점을 만들었는데 사키타마는 다시 2점을 얻다니. 아쉽지만 그렇게 된 거 어쩔 수 없다. 미하시는 잠시 마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아베와 제대로 말하지 못했지만 괜찮았다. 그건 대단한 거 아닌가 싶다. 아베는 그런 미하시를 보고 미하시는 마음 단련 안 해도 되는 거 아닌가 생각했다.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낫겠지. 아베는 미하시를 렌이라 하는데 미하시는 여전히 아베 군이라 하다니. 아베는 그게 조금 마음 안 좋겠다.

 

 아베가 미하시를 처음 만났을 때 고개 젓지 마라 했다. 자신이 말하는대로 던지면 에이스로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중학생 때 미하시는 거의 혼자 야구 했다. 여러 사람이 함께 경기해도 미하시한테 말하는 사람은 없고 미하시는 그저 마운드에 서서 공을 던졌다. 포수는 미하시한테 사인 보내지 않았다. 미하시는 아베가 자신한테 사인 보내주는 것만으로도 기뻤을지도. 처음에는 그렇게 해도 괜찮았지만 그게 오래 가지는 않았다. 아베가 다치고 타지마가 포수했을 때 미하시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때 깨닫는다. 고개 젓는 건 포수와 이야기하는 거다고. 그랬는데 미하시는 여전히 고개 젓기 쉽지 않은가 보다. 아베는 미하시한테 좀 이상하면 고개 저어도 되고, 타자가 공을 쳐도 그건 미하시 탓이 아니다 했다. 미하시와 아베 편해지려면 아직 멀었구나. 이제 1학년이다. 3학년 때는 달라지겠지. 그때까지 나올지 모르겠지만. 나중보다 지금이 중요하구나. 처음보다 많이 나아졌으니 갈수록 괜찮을 거다.

 

 니시우라가 공격하는 8회말은 점수 내지 못하고 끝났다. 이제 한회 남았다. 9회초 잘 막고 9회말에 3점 내야 이긴다. 9회초 아슬아슬하게 점수 내주지 않고 끝냈다. 사쿠라 앞에는 주자 내 보내지 않으려 했는데 나갔다. 사쿠라가 공을 쳤지만 멀리 가지 않았다. 사쿠라는 그걸 아쉽게 여겼다. 다음 이시나미에서 한번에 쓰리 아웃시켰다. 잘 이어서. 그렇게 잘 풀릴 때도 있구나. 한사람이 공을 놓치면 자꾸 실수가 나오기도 하는데. 잘됐으면 그것만 생각해야 하는데 다른 걸 생각하다니. 9회말 니시우라가 공격하기 전에 니시히로는 아이들한테 사쿠라가 공 던질 때 소리 낼 때와 소리 내지 않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게 도움이 되겠구나 했는데, 타지마가 타자 자리에 섰을 때 일부러 그랬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런 것까지 짜고 하다니. 사키타마는 니시우라를 무척 이기고 싶었나 보다.

 

 이번에 경기 끝나지 않을까 했는데 다음 권으로 넘어가다니. 얼마 남지 않았을 텐데, 다 넣기 어려웠겠지. 어디가 이길지 다음에 알 수 있겠다. 먼저 타지마는 1루로 나갔다. 사카에구치는 아웃, 다음 미즈타니는 볼셋이다. 잘하면 볼넷이 될지도. 사키타마가 이겨도 재미있겠지만, 조짐이 좋은 니시우라가 이겼으면 한다. 이 말 전에도 했던가. 어떻게 이길지. 다음 권 빨리 보고 싶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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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 심윤경 장편소설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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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기르기 힘들겠지. 부모가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난 될 일 없겠지만 그런 느낌이 든다. 아이라고 해서 부모가 마음대로 해도 될까. 아이도 인격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아이를 자기 물건처럼 생각하는 부모도 있다. 아이를 자기 뜻대로 만들려는 사람 말이다. 그런 부모와 사는 아이는 무척 힘들겠다. 아무리 돈이 많고 좋은 곳에 산다 해도. 그런 아이는 부모 앞에서는 착한 척하고 부모가 모르는 데서 나쁜 짓하는 건 아닐까. 그것보다 차라리 부모한테 반항하는 아이가 더 나을 것 같다. 그러면 부모는 조금이라도 생각할 테지. 하지만 자신은 잘못이 없다 생각하면 더 안 좋아질 것 같다. 부모라고 해서 다 어른은 아니다. 부모여도 아이 같은 사람 많다. 그런 부모는 어떻게 하면 나아질지. 스스로 깨닫고 공부해야 하는데 아마 안 하겠지.

 

 완벽한 부모도 완벽한 아이도 없다. 아니 완벽한 사람 자체가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가장 좋지만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설이는 갓난아기일 때 엄마한테 버림 받았다. 그것도 음식물쓰레기통에. 조금만 가면 보육원인데 그 조금을 가지 않았다. 설이는 풀빛보육원에서 자라고 여러 번 입양됐다 돌아왔다.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인 지금 다시 이모 집으로 돌아왔다. 이모라고 하지만 진짜 이모는 아니고 보육원에서 일하고 설이를 돌보고 보육원을 그만둘 때 이모는 설이를 잠시 맡기로 했다. 입양 가기 전에 잠시 머무는 집을 위탁 가정이라 하던가. 한국에도 그런 곳이 있겠지. 이모는 그런 자격이 되지 않았는데 예전 보육원 원장님이 도와주었다. 다른 사람한테 보내기보다 이모가 설이를 데리고 살면 될 텐데 했는데 그것도 안 되는가 보다. 아이를 데려다 기르는 데는 여러 가지 조건이 있다. 그런 게 정말 모든 아이한테 맞을까. 아이를 기를 수 있는 돈이 있는가보다 아이한테 사랑을 줄까 하는 걸 더 생각해야 할 텐데. 실제 설이를 데리고 갔던 사람은 자기 일이 잘 안 되자 가장 먼저 설이를 버렸다. 그때마다 이모가 설이를 맞았다. 그런 이모가 있어서 설이는 괜찮았다.

 

 이모가 설이한테 사랑을 주어서 괜찮았지만, 설이는 부모가 있기를 바랐다. 설이가 자기 아버지가 되길 바란 사람은 소아청소년과 의원 의사인 곽은태 선생님이다. 하지만 병원에서 본 곽은태 선생님과 집에서 본 시현이 아빠는 달랐다. 사람은 다 가면을 쓰고 여러 가지 얼굴이 있다. 설이는 아직 그걸 다 알지는 못했나 보다. 시현이는 설이가 전학간 사립 우상초등학교에서 만난 짝이다. 설이는 곽은태 선생님 병원에서 사진 속 시현이를 보고 무척 부러워했는데. 학교에서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도 학교에서는 아이 마음을 다 알아줘도 집에서는 아이한테 무엇보다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는 부모가 될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라디오 방송에서 아이한테 잔소리하는 건 그리 좋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그건 맞는 말이다. 뭐 해라 하지 마라 하면 사람은 반대로 하고 싶기도 하니. 이모는 설이한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설이는 참 자유롭게 살고 자기 할 일을 잘했다. 아이한테 말해도 안 듣는다고 속상하게 여기기보다 그냥 하든 말든 내버려두는 게 낫겠다. 막 나가는 건 가르쳐주고. 그것도 시간이 흐르면 스스로 깨닫는다. 아니 모두 그런 건 아닌가.

 

 부모는 아이가 공부 잘하는 걸 좋아할까. 공부가 아닌 다른 데 관심을 갖고 재능이 있어도 그건 안 된다 할까. 설이가 우상초등학교로 옮기려 했을 때 다른 부모가 그런 게 어디 있느냐 했다. 사립 초등학교여서. 설이가 시험을 잘 보자 더는 그 말을 하지 않게 됐다. 담임선생님은 그저 겉만 좋은 선생님이었다. 설이가 반 아이들한테 괴롭힘 당해도 도와줄 마음이 없었다. 괜히 그런 것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겠지. 시험 성적이 좋자 이모한테 찾아가 영재교육을 시켜야 한다느니 쓸데없는 말을 했다. 학원을 여러 곳 다니고 공부를 잘하는 아이도 있겠지. 모두 그렇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공부는 누가 시켜서 하기보다 스스로 재미를 느끼고 하는 게 더 낫다. 설이도 잠시 시현이네 집에 살면서 여러 학원에 다녔지만 그걸 재미없게 느꼈다. 설이는 시현이네 집에서 곽은태 선생님이 아닌 시현이 아빠를 보고 조금 실망했다. 그래도 곽은태 선생님은 자기 잘못을 깨닫고 바뀌려 한다. 실제로는 그런 부모 얼마 없겠지. 부모도 그냥 되는 건 아닌데.

 

 설이한테 사랑을 주는 방법을 아는 이모여도 하나 잘못한 게 있다. 그건 거짓말이다. 설이를 위해서였다지만, 좀 더 생각했다면 거짓말하는 게 더 안 좋다는 걸 알았을 텐데. 이제 알았으니 앞으로는 괜찮겠다. 여기서는 어른도 아이도 조금 자란 듯한 느낌이 든다. 사람은 어느 때든 공부해야 한다. 다시 설이가 다른 집에 가기보다 죽 이모랑 살았으면 한다. 이모와 설이를 떨어뜨리지 않기를. 두 사람은 식구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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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떠나도 그대는 울지 마세요

울고 싶다면

저를 위해 잠시만 울어요

 

                 그대가 떠나면 전 무척 슬플 거예요

                 제가 우는 건

                 당신이 안돼서가 아니고

                 제 슬픔 때문이겠지요

 

그대는 그대 몫만 살아요

제 몫까지 살려고 애쓰지 마세요

 

                 고마워요

                 당신 몫은 당신 몫이겠지요

                 그래도 조금 생각하고 싶어요

 

*

 

만남과 헤어짐이

되풀이되는 삶속에서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는다

 

떠나는 사람이 더 슬플까

남은 사람이 더 슬플까

 

슬픔은 어떤 것이든 가늠할 수 없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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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믿기 힘들겠지만

나무 위 집에는 펭귄이 살아요

날 수 없고

다리도 짧아

나무 위 집에 어떻게 올라갈까 싶지만

 

아니

가만 보니

나무 밑에 문이 있고

나무 속에 집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네요

 

나무 옆에는 바다와 이어진 호수가 있고

펭귄은 호수로 들어가 바다까지 헤엄쳐서

물고기를 잡아먹어요

호수에서 바다까지 조금 멀어서 힘들 것 같지만

펭귄은 헤엄치기를 좋아해서

힘들어 보이지 않아요

 

나무 위 집 안을 들여다보니

새끼 고양이가 있네요

펭귄이 새끼 고양이를 돌보다니

무척 멋진 일이지요

 

펭귄과 새끼 고양이

서로 다르지만

까맣고 흰 털색깔은 닮았어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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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창고 문학과지성 시인선 510
이수명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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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에 제 물건을 어딘가에 맡길 수 없을까 하고 찾아봤는데 오래 맡겨둘 만한 곳이 없었어요. 어쩌면 한국에는 오랫동안 짐을 맡길 수 있는 물류창고는 없을지도. 죽고 난 다음 이름이 알려진 사진가 비비안 마이어는 집이 없어서 사진 필름을 물류창고 같은 곳에 맡겨두지 않았던가요. 제 물건이 그렇게 많은 건 아니지만. 이사하기 전에 잠시 짐을 맡길 수 있는 곳은 있더군요. 전 버릴 건 버리고 짐을 줄이는 게 더 낫겠습니다. 바로 쓰지 않는다 해도 무언가 버리려면 아깝기도 해요. 아까우면서 아쉬운 거겠지요. 버리기 잘 해야 하는데 여전히 어렵습니다. 버려야 할 감정도 많아요. 다시 생각하니 그런 건 이제 덜하군요. 이런 저런 일이 있어서. 앞으로도 죽 이럴지 다시 돌아갈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시집 제목이 ‘물류창고’여서 이런 말을 먼저 했습니다. 시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물류창고 안에는 <물류창고>라는 시가 여러 편 담겼어요. 읽기는 했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이 말 또 했군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어도 시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몰라도 자꾸 보게 만든다고 해야 할까요. 한 낱말이 여러 번 다르게 나와요. 끝이 나지 않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해설 제목에 ‘끝없는 끝’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 때문에 저도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오늘 하나씩 천천히 불 켜지는 거리를 걸어보지 않겠니

하늘을 위로 띄워보지 않겠니

부풀어 오르는 셔츠에 재빨리

우리는 죽었다고 쓰지 않겠니

 

풍경을 어디다 두었지 뭐든 뜻대로 되지 않아

풍경은 우리 자리에 우리는 풍경 자리에 놓인다

너와 나의 전신이 놓인다

 

날아다니는 서로의 곱슬머리 속에 얼굴을 집어넣고

한 마디 말도 터져 나오지 않을 때

하나씩 천천히 불을 켜지 않겠니

 

나란히 앉고 싶어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는 사건을

 

흉내 내고 싶어

오늘을 다 말해버린다 오늘로 간다

오늘로 가자

 

오늘이여 영 가버리자

 

너를

어디에 묻었나

 

어두운 낙서를 같이하지 않겠니

빠르게 떠내려가는 하늘 아래

방향을 바꿀 줄 모르는

아무것도 모르는 티셔츠를 한 장씩 입고

 

-<셔츠에 낙서를 하지 않겠니>, 10~11쪽

 

 

 

 이 시보다 다음에 실린 <밤이 날마다 찾아와>를 옮기려다 앞에 실린 걸로 바꿨습니다, 그냥. 제목과 시는 어떤 상관이 있을까 싶기도 하네요. 셔츠에 낙서를 하자는 말이 뒤에 나오기는 하지만. 잘 몰라서 다른 말은 못하겠습니다. 이수명 시인 시는 이번에 처음 만났어요. 예전에 이름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그것도 잘 모르겠어요. 시를 만난 적 없으니 몰랐다고 해야겠군요. 이 시집이 첫번째도 아닌데.

 

 

 

나는 언제나 같은 꿈을 꾸어요

차를 타고 지나가고 있고요

붉은 컨테이너로 지어진 물류창고를 보아요

그것은 도시 곳곳에 솟아 있어요

뜨거운 태양이 하루 종일 걸려 있어도

녹지 않아요 녹슬지 않아요

뜨거운 태양이 이지러져도

도무지 움직이지 않아요

창고 옆에 한 사람이 서 있어요

창고 밖에 서서 그는 창고 안에 있는 어떤 사람과 이야기해요

창고에서 창고로 건너뛰어 다녀요

아무것도 흐트러뜨리지 않고

창고를 떠나 창고로 다시 돌아오는 즐거운 작업

내가 그에게 손을 흔들면

창고 안에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같은 잠에 들어요

창고에서 다음 창고로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명랑한 명상

붉은 컨테이너 물류창고는 여름 내내

녹지 않아요 녹슬지 않아요

 

-<물류창고>, 26쪽

 

 

 

 여러 편 실린 시 <물류창고>에서 한편 옮겨 써 봤습니다. 어떤가요. ‘녹지 않아요 녹슬지 않아요’ 하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붉은 컨테이너여서 그럴까요. 좀 단순한 생각이군요. 물류창고라는 시에는 실제 물류창고에서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어요. 아니 없는 것 같아요. 시여서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만나려 약속하기도 하고 이야기하려 하기도 하고 힐링 캠프가 되기도 해요. 무슨 뜻으로 썼을지. 무슨 말인지 모르고 시를 보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이 말 빼놓지 않는군요. 세상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거 많습니다. 그런 걸 시에서 만나기도 하지 않나 싶어요. 시를 보고 바로 무언가를 깨닫지 못해도 가끔 만나면 좋을 듯합니다. 자꾸 만나다 보면 자기 마음에 드는 시도 만나겠지요. 그런 시 만나면 기쁠 거예요. 아니 익숙하든 낯설든 모두 반갑게 만나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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