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눈

 

깃털처럼 가벼워 보이지만

눈은 깃털보다 무겁다

 

세상 모든 것을 감싸듯

눈은

천천히 천천히 땅에 내려앉는다

 

차갑지만

따스한 마음을 가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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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불의 연회 - 연회 시작과 끝   塗佛の宴 : 宴の始末 (1998)

교고쿠 나츠히코   김소연 옮김

손안의책  2017년 01월 10일

 

 

 

 교고쿠도 시리즈에서 좀 긴 이야기 《도불의 연회》 ‘연회 준비’를 몇 해 전에 봤다. 이번은 ‘연회 시작과 끝’이다. 앞에 것에도 나왔을 텐데 도불은 누리보토케라는 요괴 이름이다. 이번에 책을 보면서 깨달았다. 그건 교고쿠도 시리즈 제목에는 요괴 이름이 쓰인다는 걸. 왜 다른 거 보면서는 그 생각을 못했는지 모르겠다. 전에는 그저 요괴와 상관있게 보이지만 사실은 사람이 일으키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언제 교고쿠도 시리즈가 백귀야행 시리즈로 바뀌었나. 《백귀야행》은 교고쿠도 시리즈 번외 같은 거 아니던가. 그것뿐 아니라 다른 것도 있다. 《백기도연대》. 어쩌다 보니 책을 보기는 했는데 다 기억하지는 못한다. 이 책만 그런 건 아니구나. 사람 기억이 그렇지. 쓴다고 오래 기억하는 것도 아니다. 이 책에 나오는 교고쿠도라고도 하는 추젠지 아키히코는 기억을 잘 하는가 보다. 부럽구나. 잘 잊어버리지 않는다니. 난 안 좋은 건 잘 잊지 않는다. 뚜렷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안 좋은 느낌은 그대로여서 난 내마음을 굽히지 못한다. 좋은 게 좋잖아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건 책이랑 상관없던가. 아니 아주 없지 않다.

 

 여기 나오는 많은 사람 기억은 이상하다. 이상한 게 아니고 누군가 바꿨다. 한두 사람이 아니고 많은 사람이다. 최면술, 약물 그런 게 쓰인 듯하다. 정말 사람 기억을 그런 걸로 바꿀 수 있을까. 그저 소설일 뿐이라면 좋겠지만 일본에는 그런 생각하는 사람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역사를 아주 바꿔버리고 싶은 사람 말이다. 그런 걸 연구한다고 하면 지원해줄지도. 아니 일본에만 그런 사람이 있는 건 아니겠구나. 실제 잊고 싶은 기억만 잊게 하는 약을 만든다고 한 걸 봤다. 안 좋은 기억 때문에 일상을 누릴 수 없는 사람한테는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은 좋은 기억 안 좋은 기억을 다 갖고 산다. 그게 바로 자신이다. 나도 피하고 싶은 건 피하면서(그건 단 하나다) 안 좋은 기억이라 해도 지우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구나. 자신의 기억이라고 해서 다 맞는 건 아니기도 하다. 사람은 자기한테 좋게 기억하기도 한다. 자신도 믿을 수 없는 것일지도.

 

 지난 이야기 연회 준비 마지막은 소설가로 추젠지 친구인 세키구치가 오리사쿠 아카네를 죽인 범인으로 경찰에 잡혔다. 그런 일 바로 친구들한테 알려지려나 했는데 이번 ‘연회 시작과 끝’은 그 일이 일어나기 전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시간이 그때가 오고서 세키구치 이야기를 모두가 알게 된다. 소설이니 시간이 그렇게 흐를 수도 있지. 길의 가르침 수신회, 한류기도회, 성선도, 조잔보, 풍수사, 연구가. 여러 단체와 여러 사람이 한 곳에 관심을 가졌다. 그곳은 이즈 나라야먀 산골이다. 형사인 기바 어머니와 여동생도 성선도와 길의 가르침 수신회에 빠진다. 어느 날 기바는 사라진다.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무엇이 문젤까 하는 사람 있겠지. 누군가 그걸 알고 살짝 무슨 말을 하면 바로 거기에 넘어갈지도 모르겠다. 신흥종교가 생각나는구나. 예전에도 이 시리즈 보면서 신흥종교가 옛날부터 있었구나 했는데. 사람 마음이 약해서 그런 데 기대는 거겠지.

 

 어떤 사람은 지난날을 잊게 해주겠다는 말을 듣는다. 그걸 잊으면 그건 없었던 일이 된다고. 성선도가 그랬다. 그런다고 있었던 일이 아주 사라질까. 그건 아니다. 잊고 싶은 건 잊고 편해지고 싶은 사람은 그 말에 끌릴 듯하다. 불로불사에 끌리고 나라를 뒤집을 생각에 빠진 사람도 있었구나. 그런 사람도 모두 한 사람이 계획한 게임 말일 뿐이었다. 아주 많은 사람을 이용하고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보는 건 재미있을까. 그러고 보면 이런 이야기 처음이 아니기는 하구나. 한사람이 모든 걸 꾸민 건 아니지만. <트루먼 쇼>던가. 그걸 보지는 않았지만 그게 생각나기도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누군가 꾸는 꿈일지도 모른다는 말도 있구나. 언젠가는 깨질지도 모르는데 그 사람은 자신이 먼저 부수려 했다. 식구를, 식구 같은 마을을.

 

 헤비토 마을 사람이 그렇게 되고 다른 곳에 살던 사람도. 한 집안은 아예 무너졌다. 식구는 누군가 조금 상관하면 그렇게 쉽게 무너질지도 모를 일이다. 서로한테 불만이 있다 해도 식구여서 참기도 한다. 그런 걸 이야기하면 좀 나을까. 가끔은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구나. 여기 나오는 시대는 예전이다. 마음속 이야기를 쉽게 할 수 없는 시대. 지금도 다 하는 건 아니지만. 여전히 식구기에 참아야 한다는 말을 한다. 난 그 말 싫다. 누군가는 참고 누군가는 마음대로 하다니. 나도 옛날에 태어났다면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모르겠다. 어렸을 때 난 지금과 달랐던 것 같다. 이것저것 몰랐다. 지금도 잘 모르지만. 책을 봐서 조금 알게 됐던가. 그럴지도. 어릴 때는 책을 안 봤으니 뭘 알고 생각했겠나. 책이 다 좋은 건 아니지만, 배울 점이나 생각할 건 있다. 생각하게 한다고 해야겠다.

 

 세상에 이상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고 추젠지는 말한다. 이건 작가가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요괴가 다른 곳에서 온 기술자일 수도 있다는 말 인상 깊다. 조선시대에 일본으로 끌려간 사기장을 신으로 모신다는 말이 있기도 하다. 일본 신과 요괴는 아주 다르지 않다. 누리보토케는 여기에서 일어난 일과 비슷해 보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게. 그래도 추젠지가 여러 사람한테 씌인 것을 벗겨낸다. 책을 보는 사람도 무언가에 씌이는 걸까. 책이 끝나도 그리 시원하지 않다. 무언가 다 끝난 것 같지 않아설지도 모르겠다. 이건 내가 아직 살아 있어서 그럴까. 살아 있는 한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죽어도 모두 끝나지 않는구나.

 

 

 

희선

 

 

 

 

☆―

 

 “그렇지요. 기록이 없는 지난날은 사라지면 아주 없어집니다. 지난날을 붙들어 둘 수 있는 건 본래 물질뿐이에요. 시간이 지나고 물질에 가져오는 물리 변화만이 지난날을 증명합니다. 하지만 물질은 없어져요. 따라서 정보를 다음으로 이어가지 않는 한, 지난날은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날이라는 건 본래 사라지는 것. 남겨두고 싶다면 기록하거나 기억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불의 연회 : 연회 시작과 끝》 下권, 3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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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커피 가게로 다가가니

좋은 커피 냄새가 났어요

냄새가 좋은 것처럼 맛도 좋으면 좋을 텐데 했어요

 

다시 걷다가

커피 맛을 잘 모른다는 걸 알았어요

오랫동안 커피를 마시고도

그걸 잘 모르다니

커피보다 단맛으로 마신 거겠지요

 

온전히 커피만 마셔야

맛을 알 수도 있을 텐데

 

커피 맛 잘 몰라도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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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면 여기저기서 개가 짖는다


멍멍멍

월월월

왈왈왈

컹컹컹

 

개들은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좋은 아침이야

─오늘 하루도 잘 보내자

─날씨 좋군

─밥 먹었어

 

아침 인사하는 거였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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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도는 시간속에서

──언제나 즐겁게

 

 

 

지구가 해 둘레를 돌기에

지구 생물은 봄여름가을겨울을 맞이하네

끝나지 않는 돌고 돔

 

한해 첫날과

한해 마지막 날이 되풀이되기에

새로운 마음을 갖고

희망을 가진다네

 

한해 첫날과

한해 마지막 날을

얼마나 맞이 할지 몰라도

 

하루를 즐겁게

한주를 즐겁게

한달을 즐겁게

그리고

한해를 즐겁게

 

지낸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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