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꿈까지 합치면 세번인 듯하다. 내가 기억하는 것만으로는 그렇고 기억하지 못한 꿈에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런 꿈을 정말 기억하지 못할까. 그럴 리 없구나.

 

 어떤 꿈이냐 하면 누가 나를 죽이려는 꿈이다. 누군지 모르는 것처럼 말했는데 아는 사람이고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 꿈을 꾼 건가.

 

 꿈속에서 난 집 밖으로 나가서 큰 소리로 무슨 말을 하고 거기에서 달아나려고 빨리 걸었다. 큰 소리로 말하면 집 안에 있는 사람이 들을 텐데 왜 그랬는지. 조용하게 나갔다면 좋았을 텐데. 내가 빨리 걷는데 뒤에서 사람이 나를 쫓아왔다. 난 뛰지도 못하고 빨리 걸으려 해도 앞으로 잘 가지 못했다. 꿈속에서 뭔가한테 쫓기면 늘 그렇다. 그래도 빨리 걸어서 어떤 할머니 집으로 들어가서 숨었다. 가군지 냉장고인지 모르는 것 뒤에 숨어 있었더니 곧 나를 쫓아오던 사람이 거기에 오고 바로 나를 봤다. 나를 쫓아오던 사람은 내 등에 칼을 대고 앞으로 가라고 했다. 꿈에서도 칼 감촉을 느낀 것 같다. 거기에 다른 사람이 오고 총을 쏘았는데 다음에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재미있지도 않고 잘 생각나지도 않는 꿈 이야기를 쓰다니. 같은 사람이 나를 죽이려는 꿈을 세번이나 꿔설지도. 그건 대체 무엇을 나타내는 걸까. 내가 그 사람을 아주 무섭게 여겨서 그런 건지, 편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할 수 있다면 만나고 싶지 않다. 평소에 이런 생각을 해선지도.

 

 난 좋은 꿈 꾸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런데 좋은 꿈은 어떤 걸까. 안 좋은 꿈은 별로 꾸고 싶지 않다. 이건 바랄 수 없는 건가. 살다보면 좋은 일 안 좋은 일이 다 일어나는 것처럼. 안 좋은 꿈 꿔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게 낫겠지. 꿈속에서 일어난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 아주 없지 않지만, 그건 어쩌다 한번이다.

 

 내가 이렇게 꿈을 쓴 건, 그 꿈이 별거 아니다 여기고 싶어서였나 보다. 정말 그래야 할 텐데. 시간이 흐르면 잊었을지도 모를 꿈인데 글로 써서 잊지 않을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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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마음이 같은 온도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한쪽은 뜨겁고

한쪽은 차가우면

쉽게 가까워지지 못하겠지

 

마음 온도는

때와도 같고

어떤 사이나 마찬가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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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說ワンダフルライフ (ハヤカワ文庫JA) (文庫)
是枝 裕和 / 早川書房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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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라이프

고레에다 히로카즈

 

 

 

 

 

 

 사람은 얼마나 살면 이 정도면 됐다 생각할까요. 아니 이 생각은 잘못됐습니다. 얼마나 사는가보다 어떻게 사는가가 더 중요하겠지요. 어떻게 살지 늘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살아서 살아가겠지요. 전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살면서 어느 날은 웃고 어느 날은 울고 어느 날은 화내고 어느 날은 슬퍼할 겁니다. 무엇이든 느끼는 것도 좋지만 어느 때든 평정심을 지키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그렇게 되는 건 쉽지 않겠지요. 사람은 혼자가 아니고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삽니다. 부모가 없는 사람이라 해도 혼자가 아니지요. 제가 이렇게 말하면서도 ‘난 혼자구나’ 생각할 때 많습니다. 이 생각은 언제쯤 하지 않을지. 이 소설에 나온 것처럼 죽은 다음에 제 삶을 돌아보고 깨달을지도. 돌아봐도 별거 없는 삶이지만. 이 소설처럼 죽은 다음에 저세상에 가기 전에 들르는 곳이 있을지 그건 모르는군요. 있다면 좋을지 안 좋을지 이것도 모르겠습니다.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만든 영화 <원더풀 라이프>를 소설로 쓴 거예요. 영화는 못 봤습니다. 꽤 예전에 만들었더군요. 소설은 1999년에 나왔습니다. 1999년은 세기말이네요. 갑자기 그때 세상이 끝난다고 떠돌았던 말이 생각나는군요. 그런 말이 있었지만 1999년이 가고 아무 일 없이 2000년이 왔지요. 올해가 스무해쨉니다. 그렇군요, 스무해. 그때 전 일본말 몰랐습니다. 지금이라고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도 몰랐습니다. 지금도 잘 모르는군요.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이름과 찍은 영화만 압니다. 책은 이번이 두권째예요. 지난해(2018)인지 지지난해(2017)인지 잘 생각나지 않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영화로 만들고 쓴 소설이 한국에서 많이 나왔습니다. 전 2016년에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쓴 소설 뭔가 하나 볼까 하다가 이걸 골랐습니다. 제가 이 책을 고른 건 다른 소설은 절판돼서였어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그랬던가. 지금은 있더군요. 그때 여러 권 절판되고 책이 없었던 것 같아요.

 

 책 제목은 ‘멋진 삶’인데 여기에는 죽은 사람이 나와요. 앞에서 조금 말했군요. 죽은 사람이 아주 저세상에 가기 전에 들르는 곳이 있다고. 죽은 사람이어서 먹지 않아도 괜찮지만 잠자고 추위를 느껴요. 소설 속은 십이월입니다. 십이월이라니. 그곳을 시설이라고 하는데 다른 말로 뭐라 하면 좋을지. 중간계. 그곳에 머무는 건 엿새군요. 처음에는 이레라 생각하고 죽은 사람이 이 세상에 남아있다는 49일을 생각했는데, 아니군요. 소설에는 월요일부터 다음주 월요일이 올 때까지 이야기가 담겼어요. 죽은 사람을 맞이하고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세사람이고 한사람은 일을 배워요. 어딘가 일터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일하는 사람 성격도 저마다 달라요. 죽은 사람이 그곳에 머물고 사흘째까지 자신의 가장 좋은 기억을 하나 고르면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이 영화로 찍고 토요일에 그걸 보고 떠납니다. 죽은 사람은 자신이 고른 기억 하나만 가지고 영원의 세계로 간다고 해요. 그곳은 대체 어디일지. 기억을 겨우 하나만 골라야 한다니. 하나여서 고르기 어렵고 고르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저도 못 고를 것 같아요. 죽은 사람은 거의 기억 하나를 고르지만 가끔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사람은 그곳에 남아 죽은 사람을 만나고 기억을 고르는 일을 돕고 보내는 일을 합니다. 스물두살에 죽은 모치즈키는 쉰해나 그곳에 남아 죽은 사람을 만나고 보냈더군요. 한곳이 아닌 여러 곳에서.

 

 이 소설을 보면서 저도 잠깐 생각해봤는데 가지고 가고 싶은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앞에서도 이 말 했군요. 여기에도 그런 사람이 한사람 나와요. 와타베 이치로는 자신이 살았던 증거 같은 것이 있다면 좋겠다고 해요. 그런 와타베 이치로는 자신이 일흔살까지 산 모습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보게 돼요. 자기 삶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라니(지금은 비디오테이프가 아닌 컴퓨터 파일로 보게 할까요). 제가 제 삶이 담긴 영상을 본다면 참 지루할 듯합니다. 거의 비슷해서. 와타베도 그런 생각을 하더군요. 거의 같은 일을 되풀이하고 그저 나이만 먹는 자신을 보고 자기 삶은 뭐였나 합니다. 모치즈키는 와타베한테 많은 사람이 그렇고 자기 처지에서 보면 일흔해 동안 산 게 부럽다고 해요. 모치즈키는 와타베와 같은 세대지만 스물두살에 죽었어요. 그리고 모치즈키는 와타베 아내 애인이었어요. 그런 일도 있다니. 와타베는 끝까지 비디오테이프를 보고 아내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고 공원에서 이야기하는 기억을 골라요. 그때 와타베는 아내한테 영화 볼 시간은 많다고 했는데. 많은 사람이 앞으로 무언가를 할 시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없으리라는 걸 모르고 말이지요.

 

 죽음을 말하는 이야기를 보면 죽음보다 삶을 이야기 합니다. 죽음은 삶의 한부분이군요. 이런 걸 알아도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나면 받아들이기 어렵겠습니다. 사람은 혼자만 기억하지 않아요. 혼자 살고 아무도 만나지 않는 사람은 어떨지. 그런 사람한테도 좋은 기억이 아주 없지 않을 거예요. 일찍 죽은 사람일지라도 누군가의 기억에 남아 있을 겁니다.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의 삶에 좋은 기억을 만들어준 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건 모치즈키가 와타베를 만나고 깨닫게 되는 거군요. 맞는 것 같아요. 아니 맞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누구나 이 세상에 와서 좋은 거겠지요. 언젠가 모든 걸 두고 떠나야 할 때가 오겠지만. 빈 손으로 왔다 빈 손으로 가는 게 삶이지요. 꼭 무언가를 이루어야 하는 건 아니예요. 제가 그래서 이런 말을 하는 거지만, 맞는 말입니다. 삶을 소중하게 여기되 무언가 뜻을 찾아야 한다면서 어깨에 힘주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는 데 옳은 답은 없어요. 자기만의 답을 찾는다면 그것만큼 좋은 건 없겠습니다.

 

 

 

희선

 

 

 

 

☆―

 

 ‘지금까지 내 기억은 내 안에만 있다고 여겼다.’  (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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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나무가 반기는 길은 아니지만

옛날에 나무였던 적도 있었지

그때는 알 수 없겠지만

지금도 나쁘지 않아

 

책숲을 걷다보면

때론 헤매기도 하고

때론 즐겁기도 해

 

끝없는 길

쉽게 끝나지 않아

좋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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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엔 매화를 시작해

남쪽부터 북쪽으로 올라가는 벚꽃

가을엔 높고 파란 하늘과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단풍

 

꽃과 단풍은 언제나

반가운 얼굴이다

 

여름과 겨울은

극과 극이어도

봄과 가을이 있기에

견딜 수 있다

 

뜨거운 햇볕

매서운 바람도

반가운 얼굴로 맞이하면

심술 덜 부릴까

 

어느 때든

반갑게 맞이하면

좋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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