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겨울 2018 소설 보다
박민정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오는 이 책 ‘소설 보다’는 처음 만났다. 소설은 네편 실렸다. 네편이어서 빨리 보고 써야지 했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한국 단편소설이어서. 예전에는 단편소설 보고 아무것도 안 쓰고(다른 책 보고도 거의 안 썼구나), 몇해 전부터 단편 보고도 쓰려 했다. 쓰니까 그 소설을 생각해서 괜찮기도 했는데 여전히 힘들다. 난 언제쯤 단편소설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만난 것 가운데 괜찮았던 게 하나도 없지 않았지만 다 알아들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여러 사람 소설이 실린 건 《젊은작가상 작품집》만 봤다. 그래도 그걸 보고 여러 소설가 이름을 알고 몇사람 소설집도 만났다. 그렇게 아는 것도 괜찮다. 네사람 박민정 백수린 서이제 정용준 소설에서 서이제 소설은 처음 만났다. 나머지 세사람 소설도 많이 보지는 않았구나.

 

 박민정 소설 <나의 사촌 리사>를 보니 예전에 《젊은작가상 작품집》에서 본 <세실, 주희>가 생각났다. 비슷한 이야기도 아닌데 그러다니. 일본 사람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리사는 한국 사람 엄마와 일본 사람 아빠가 부모지만. 그러고 보니 세실이나 리사는 일본스럽지 않은 이름이구나. 실제 일본에는 영어식 이름 쓰는 사람 많은 듯하다. 영어 같은 이름이어도 한자로 쓸 수 있는 것도 있다. 리사는 어렸을 때는 아이돌이었다. 지현은 소설가가 되기 전부터 리사를 소설로 썼다. 그리고 또 리사를 소설로 쓰려 했다. 하지만 소설은 쓰지 못하고 하루하루 시간을 보냈다. 인터뷰를 보니 이 소설은 박민정이 ‘왜 쓰는가’ 하는 대답이라고도 한다. 소설가인 지현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더 잘 봤다면 좋았을까. 리사는 예전에 아이돌이었지만 지금은 평범하게 산다. 그렇게 사는 게 안 좋은 건 아니지 않은가. 리사와 함께 메가미를 한 하루미는 아이돌을 그만두고도 연예계에 남으려 했는데 안 좋은 일을 당한다. 그런 일 소설에만 나오는 건 아닐 거다. 한국에도 아이돌을 내세워 돈을 벌려는 사람 있겠다. 언젠가 노예 계약이라느니 하는 말 본 적 있다. 텔레비전 방송은 좋은 모습만 보여준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다른 나라에서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면 그곳에서 지내는 게 좀 낫겠지. 백수린 소설 <시간의 궤적>은 ‘나’와 언니가 프랑스에서 만나고 친하게 지내다 멀어지는 이야기다. ‘나’는 프랑스로 공부를 하러 갔고 언니는 대기업 주재원이었다. ‘나’는 프랑스 사람을 만나고 헤어질 수 없어 결혼한다. ‘나’가 결혼하도록 마음먹게 언니가 말했다. 어쩌면 언니는 ‘나’한테 결혼하라는 뜻으로 한 말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다른 사람이 한 말을 자기 멋대로 받아들이기도 하니. 왜 여자는 결혼하면 친구 사이가 오래 가지 않는지. 서로가 다르게 생각해설까. 꼭 그런 건 아닐 거다. 결혼을 했든 안 했든 잘 지내면 좋을 텐데. ‘나’가 결혼하고 언니가 결혼하지 않아서 두사람 사이가 멀어진 건 아니겠구나. ‘나’는 앞으로도 프랑스에 살아야 하고 언니는 한국으로 떠나야 해서 그렇게 된 걸지도. 멀리 살아도 친구로 지낼 수 있을 텐데. 결혼하고 남편하고 사이가 삐걱거리면 둘레에서는 아이가 생기면 괜찮을 거다 하는데 그건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아이가 생기고 조금 안정 됐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면 프랑스말로 자신한테 안 좋은 말을 하리라고 생각한다. ‘나’와 언니 사이는 아주 끝난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서이제라는 소설가는 처음 알았다. <미신(迷信)>은 자주 보는 소설과 좀 다르다. 이 소설은 열해전 ‘선생님이 죽고, 그 애가 사라졌을 때, 나는 어디에 있었을까. (87쪽)’생각하는 듯하다. ‘나’한테 이 군은 자신 때문에 선생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하는데 그건 정말일까. 한사람은 사라지고 한사람은 죽는 일을 겪으면 그 일을 오랫동안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해가 지고, 해가 뜬다. 또 아침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침이 낯설게 느껴진다. 나는 침대에 누워, 가만히 창 밖을 본다. 어떻게 살아온 건지, 모르겠다. 모르면서, 살고 있다. 모르면서, 어떻게 지금까지 살 수 있었을까. 모르겠다.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창밖으로 눈이 내리고 있고, 눈은 내리고 있는데, 정말로 시간은 흐르고 있는 걸까. 그날 이후,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흐른 걸까.  (<미신>에서, 109쪽)

 

 

 마지막은 정용준 소설 <사라지는 것들>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고로 아이가 죽는다면 남은 사람은 힘들겠지. 식구는 서로 자기 탓을 하거나 상대를 탓할지도 모르겠다.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를 돌볼 때는 아이한테서 눈을 떼지 않아야 하다. 집에서도 부모가 잠깐 눈을 떼면 먹지 않아야 하는 걸 먹거나 다치기도 하는데 바깥에는 위험한 게 많으니 더 그래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는데, 성수 엄마도 손녀 돌보기 힘들었을 거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를 돌볼 때는 별일 일어나지 않아야 할 텐데.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해도 누구 잘못이다 말하기 어려울 거다. 하지만 아무도 탓하지 않을 수 없겠지. 아이를 잃으면 남은 식구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자신을 탓하지 않고 서로를 탓하지도 않고 살기를 바란다. 쉽지 않겠지만. 성수 엄마가 앞으로는 힘 빼고 살았으면 한다.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 - 내 삶의 주인으로 살기 위한 책 읽기 아우름 9
장석주 지음 / 샘터사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제목 멋지군요. 자신이 읽은 책이 곧 자신의 우주라니. 책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읽지 않아도 사는 데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렇지요. 그래도 책을 읽지 않는 것보다 읽는 게 조금 낫습니다. 책을 보면 자신이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이 모르는 곳이나 실제 만나지 못하는 사람도 만날 수 있어요. 그런 재미가 있기에 책을 보는 거겠지요. 한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건 아주 적습니다. 자신이 몸소 겪는 게 더 좋겠지만, 책은 간접으로 그 일을 겪게 합니다. 그걸 보고 실제 어딘가에 가는 사람도 있겠네요. 멋진 소설 배경이 된 곳이나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이 살았던 곳 말이에요. 그런 곳을 다니고 글을 쓰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저는 게으르고 힘든 거 싫어서 어딘가에 가지 않고 책으로만 떠납니다. 거의 소설입니다. 그렇다 해도 여러 나라 소설이 아니고 일본소설을 많이 봤군요. 이건 2010년쯤부터 그랬네요. 일본 미스터리. 미스터리, 스릴러는 여러 나라에서 나오기도 하는데, 서양은 저랑 좀 안 맞아요. 저와는 반대로 일본 미스터리가 맞지 않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저는 어릴 때는 책을 거의 안 봤어요. 둘레에 책을 보는 사람도 책도 없었어요. 장석주도 저와 비슷했는데 저와 달랐던 게 있었습니다. 장석주는 책이 많은 친구네 집에 가서 책을 보고 도서관에서 빌려 보기도 했어요. 고등학생 때는 학교에 다니기 싫어서 거의 도서관에 갔다고 해요. 저는 책 많은 친구도 없었고 도서관도 몰랐습니다. 그럴 수가. 책이 없다 해도 관심 가질 수 있었을 텐데 별로 관심 갖지 않았나 봅니다. 제가 책을 꾸준히 본 건 고등학교를 마치고부터예요. 그때 저는 시와 소설을 봤는데, 장석주는 스무살 무렵에 철학이나 인문학 책을 봤답니다. 시 소설도 봤겠지요. 저는 몇해 전까지 장석주를 시인으로만 알았습니다. 그동안 시뿐 아니라 여러 글을 썼더군요. 아, 소설이나 소설 작법 책도 있었어요. 소설은 못 봤지만 소설 작법은 예전에 봤어요. 그 정도만 알았습니다. 몇해 전에야 책을 많이 읽고 책을 많이 쓴다는 걸 알았습니다. 읽는 만큼 그렇게 쓰는 걸까요.

 

 무언가를 쓰려면 그 바탕이 되는 게 있어야겠지요. 저는 아무래도 바탕이 되는 게 적은가 봐요. 그러니 별로 못 쓰겠지요. 책도 참 천천히 봅니다. 이 책을 보고 하나 알았습니다. 그건 저도 책 볼 때 왼쪽뿐 아니라 오른쪽 뇌도 쓴다는 걸. 하지만 그렇게 힘 쓰는 건 아닐지도. 왼쪽 뇌 책 읽기는 내용과 논리를 따라가는 거고, 오른쪽 뇌 책 읽기는 정보를 그림으로 바꾸는 거랍니다. 이런 책 읽기는 누구나 하겠군요. 책 읽으면서 머릿속에 그리는 건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그건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이기도 하겠습니다. 책 읽은 느낌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건 그래서겠지요. 사람은 늘 왼쪽 뇌뿐 아니라 오른쪽 뇌도 쓸 거예요. 그저 왼쪽과 오른쪽 뇌를 똑같이 쓰지 못하고 한쪽을 더 씁니다. 지금은 일부러라도 오른쪽 뇌를 발달시켜야 한다잖아요. 오른쪽 뇌는 창의력이나 예술과 상관있습니다. 왼쪽 오른쪽 뇌 모두 쓰게 하는 데 책 읽기만큼 좋은 것도 없군요. 책 읽기 말고도 악기 연주나 음악 듣기도 괜찮겠지요. 그림 보기 그림 그리기도, 왼손 오른손 다 쓰기도.

 

 한해 동안 제가 읽는 책은 얼마 안 됩니다. 장석주는 가진 책이 3만권쯤 되고 한해에 천권 정도 산답니다. 책 쓰고 그 돈으로 거의 책을 사는가 봅니다. 그 책 다 보다니. 어쩌면 천천히 다 보는 건 얼마 안 되고 자신이 봐야 하는 부분만 보는 책이 더 많을지도. 그렇게 해서 책을 쓰는 거겠지요. 그래도 대단합니다. 언젠가 그 말 봤어요. 장석주 자신이 가진 책으로 제주도에 ‘여행자의 도서관’ 짓겠다고 한 말. 이 책이 나온 건 2015년인데 그 일은 지금 어느 정도나 나아갔을지. 장석주는 책이 3만권 있는 것도 모자란다고 하더군요. 8만권에서 10만권 정도는 있어야 자료를 바로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글 쓸 때 자료 찾는다고 하잖아요. 전 여전히 그거 못합니다. 그건 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 저는 책을 읽고 머릿속에 있는 걸로 씁니다. 그러려면 책을 더 많이 보고 제 것으로 만들어야 할 텐데, 제 것이 되지 않고 잊어버리는 게 더 많은 듯합니다. 책을 읽고 잊는다 해도 조금은 남고 쌓이겠지요.

 

 여러 가지에 관심을 갖고 책도 여러 분야를 봐야 하는데 제가 자주 보는 건 소설(가끔 시)이에요. 소설 보는 것도 괜찮겠지요. 어떤 책을 보는가보다 어떻게 책을 보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지. 그렇게 하려면 과학 철학 역사와 같은 인문학 책도 보면 좋겠지요. 저는 그런 책 별로 못 봤습니다. 장석주가 노자 장자를 봤다고 해서 조금 반가웠어요. 얼마전에 《장자인문학》(안희진)이라는 책을 봐서. 겨우 한권 봤으면서 그랬습니다. 책을 읽으면 사람이 달라지기도 한다는데, 그 말 보고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했어요. 책을 봐도 저는 여전히 마음 좁고 자유롭지 못해요. 이건 제 잘못이겠습니다. 책을 읽기만 하지 않고 움직여야 하는데. 그런 게 아주 없지 않지만 아직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있습니다. 싫은 건 싫기 때문에. 저 같은 사람 조금 살기 힘들겠지요. 고집부리지 않고 넓은 마음을 가지면 좋겠지만 그렇게 안 되면 어떤가 싶기도 합니다. 남한테 피해주는 건 아니잖아요. 이리저리 휩쓸리기보다 자기 생각을 가지는 게 더 좋겠습니다.

 

 시를 보라고도 했습니다. 시집 한달에 한권은 봐야지 한 적도 있는데 요새는 어쩌다 한번 만납니다. 그래도 예전에 시를 조금이라도 봐서 지금도 시를 괜찮게 여기는군요. 앞으로도 시 가끔 만나야겠습니다. 제가 쓰는 건 좀 유치하고 시 같지 않을 때도 있지만, 시나 이야기 쓰려 해도 책 봐야죠. 다른 책에서 영감을 얻는 사람도 있는데 전 그런 일도 거의 없어요. 책을 잘 보면 그런 일도 있을지. 무엇보다 책 읽기를 재미있게 여겨야 합니다. 이건 무엇이든 그렇군요.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갑자기 잘 모르는 그대한테 편지가 쓰고 싶어졌어요. 그대가 이 편지를 볼지 그건 알 수 없지만. 누군가한테 말이 하고 싶어서 이렇게 써요. 말한다 해도 제 마음을 다 말할 수 없겠지만. 이 말을 하니 다음을 이을 말이 생각나지 않는군요.

 

 편지는 제가 하고 싶은 말만 쓰는 게 아니고 받는 사람을 생각하고 쓰는 건데. 그걸 알아도 친구한테는 제가 하고 싶은 말 더 많이 썼군요. 편지를 받고 쓸 때는 덜하지만 그냥 제가 쓸 때는 그랬어요. 편지 형식으로 쓴 소설에서는 자기한테 일어난 일이나 편지 받을 사람하고 있었던 일을 다시 생각하기도 하지요. 하나도 모르는 사람한테는 어떻게 써야 할까요. 대답도 들을 수 없는 말을 했네요.

 

 모르는 그대는 어디에 살고 무엇을 좋아하세요. 그냥 한번 말해봤어요. 또 다음으로 갈 수 없는 말을. 이번 편지는 더 길게 못 쓰겠습니다. 이번이라 하면 다음에 또 쓰겠다는 말 같군요. 저도 모르겠어요. 말을 제대로 하지 않을 거면 쓰지 않는 게 낫겠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대 시간을 조금 빼앗았네요. 아니 읽지도 않았을까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제가 쓴 글 재미있게 읽을 만하지 않다는 거 저도 잘 압니다. 앞으로 좀 더 혼자 생각해볼게요. 좋은 답은 없겠지만, 안 좋은 결정만은 안 해야 할 텐데. 전 마음이 단단하지 못합니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마음단련을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거의 못했군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서. 철학이 생각나는데, 그걸 하면 좀 나을지. 철학, 멋있게 보이지만 어렵겠지요. 그래도 여러 가지에 마음이 너그러워진다면 그거라도 하고 싶네요. 이 말을 하니 제가 바라는 건 마음이 단단해지는 게 아니고 너그러워지는 건가 싶네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모르는 그대, 여기까지만 쓸게요. 늘 건강하게 지내세요.

 

 

 

희선이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오늘도 나무에 오릅니다 - 여성 생물학자의 삶과 모험
마거릿 D. 로우먼 지음, 유시주 옮김 / 눌와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나무는 오랜 시간 산다. 사람하고는 다른 시간을 살아서겠지. 그렇다고 나무가 느긋하게 살까. 아니 꼭 그렇지는 않다. 나무도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니 말이다. 나무가 싸우는 건 먼저 날씨일까. 그리고 초식동물이나 초식곤충도 있다. 초식동물은 나무가 싹을 틔웠을 때 위험하다. 나무는 움직이지도 못하니 초식동물 눈에 띄이면 바로 먹힐 거다. 그렇다고 초식동물이 나쁘다 말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니다.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식물이 있고 초식동물 그리고 육식동물이 있다(여기에는 곤충과 새도 들어가겠다). 그렇게 생태계는 이어진다. 나무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날씨도 초식동물도 초식곤충도 아닌 바로 사람이다. 이건 정말 잊지 않아야 한다.

 

 몇달 전에 여성 과학자가 나무 연구하는 걸 보았는데, 이번에 또 만났다. 여성이라는 건 같지만 조금 다르기도 하다. 호프 자런은 어렸을 때 아버지 연구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과학을 좋아하게 되고 남편과 동료를 만났다. 마거릿 D. 로우먼은 조금 힘들었다. 여성으로 과학하는 건 여전히 쉽지 않겠지. 그래도 지금은 집안 일이나 아이 기르기를 여성만 하지 않는다. 참 다행스런 일이다. 그렇다 해도 여성 과학자는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이름을 말하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사람은 마리 퀴리뿐이라니. 앞으로는 호프 자런이나 마거릿 D. 로우먼도 기억하면 좋을 텐데. 내가 기억할 수 있을까. 책을 더 본다면 기억할지도 모를 텐데. 어쩐지 앞으로 책 더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여성 과학자에 침팬지 연구한 사람도 있구나.

 

 마거릿 D. 로우먼은 생물학자란다. 과학도 여러 가지로 나뉘겠지. 과학 하면 가장 먼저 기계 기술이 생각나는데 그것만 과학은 아니다. 과학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알려는 거다. 그게 먼저였겠지. 그러고 보니 기계 같은 것도 자연을 본 떴다고 한 말을 어디선가 본 듯하다. 여기에서 봤던가. 마거릿 D. 로우먼은 어릴 때 이것저것 모으기를 좋아했다. 그건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거다. 나비, 새, 벌레, 조개껍데기, 둥지 그리고 나뭇가지, 찬장에는 쥐가 산 적도 있단다. 쥐는 좀……. 마거릿은 오랫동안 나무에 올랐다. 숲우듬지를 연구했다. 숲우듬지에 사는 초식곤충이나 나뭇잎 같은 거. 그것뿐 아니라 나무 씨앗이 싹을 틔운 것도 살펴봤다. 산길을 걸어도 나무 싹은 거의 보이지 않는데, 내가 못 본 거고 잘 보면 나무가 싹을 틔운 것도 있겠지. 하지만 나무 씨앗이 싹을 틔우고 커다란 나무가 되는 건 일퍼센트도 안 된다. 마거릿이 연구한 건 열대 숲이다.

 

 온대와 열대 나무는 다르겠지. 열대 우림 하면 아프리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마거릿이 숲우듬지 곤충을 연구하러 간 곳은 호주다. 호주에도 열대 숲이 있구나. 마거릿은 호주뿐 아니라 파나마 페루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그리고 아프리카에도 갔다. 호주에는 열두해쯤 있었는데 서른살에 목축업 하는 사람을 만나고 결혼했다. 마거릿은 집안 일과 과학을 함께 할 수 있으리라고 여겼지만 그건 쉽지 않았다. 남편이나 시어머니는 마거릿이 집안 일만 하기를 바랐다. 1980년대 호주 농촌은 남성과 여성 일이 나뉘었다. 한국도 그런 적이 없지 않았구나. 그래도 마거릿은 자기 연구와 글쓰기를 꿋꿋하게 했다. 친정 식구가 도와주기도 했다. 호주에는 독사도 아주 많았다. 그런 곳에 살면서 뱀에 한번도 물리지 않았다니 정말 행운이 아닌가 싶다. 아이들도. 두 아들은 어릴 때부터 엄마와 숲에 다녀서 크면 과학을 하겠다고 했다.

 

 호주에 마거릿이 갔을 때 유칼립투스 잎병이 퍼졌다. 왜 그렇게 됐는지 알아보려 했는데 한가지는 아니었다. 코알라 때문인가 하는 사람도 조금 있었나 본데, 그렇게 생각한 사람이 많았다면 호주에서 코알라가 다 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자연은 그대로 두어야 생태계가 괜찮은데. 생태계를 파괴하는 건 사람이다. 나무를 베고 양이나 소 돼지를 많이 기르니 말이다. 호주는 양을 많이 길렀다. 양털을 수출했나 보다. 양털도 비싸게 쳐주는 게 있고 값이 얼마 되지 않는 것도 있었다. 양털을 깎을 때는 일꾼이 왔는데 그걸 하는 사람은 다 남성이었다. 양털깎이를 한 여성은 없었다. 마거릿이 못 본 거고 아주 조금은 있지 않았을까. 아니 남성과 여성 일을 나누었으니 없었겠다.

 

 시어머니가 마거릿을 못마땅하게 여겨도 남편이 마거릿이 하는 일을 받아들였다면 나았을 텐데, 남편도 마거릿이 과학을 그만두기를 바랐다. 마거릿과 아이들은 잠시 미국으로 간다. 마거릿은 잠시일 거다 생각했는데, 그 뒤 마거릿은 남편과 헤어진다. 마거릿은 미국에서 아들 둘과 살고 자신이 좋아하는 나무 타기를 했다. 친정 식구가 미국에 있어서 아이들을 돌봐주기도 했다. 예전에는 줄로 나무에 올라야 했는데 시간이 흐르고는 나무에 쉽게 오르게 했다. 그런 거 괜찮을까. 그것 때문에 나무에 생채기를 내거나 생태계를 파괴하지는 않을지. 자연 연구도 자연을 해치지 않고 해야겠다. 그런 연구보다 개발 때문에 숲이 많이 사라졌구나. 아프리카는 사막이 늘었다고 한다. 숲이 사라지면 많은 생물이 사라지고 사람도 살 수 없다. 숲이 사라지지 않게 해야 할 텐데.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릴 땐 잘 못해도

“참 잘했어요” 하는 도장을 받았지

그땐 그걸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 말이 그립다

이젠 무엇을 해도

“참 잘했어요” 하는 도장을 받을 수 없다

 

나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 나한테 “잘했어” 하는 말을 해준다면

조금 쑥스러워도

무척 기쁠 듯하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칭찬은 마음을 춤추게 한다

 

 

 

희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보슬비 2019-10-27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의 글을 읽으면 참 글을 잘 쓰시구나 생각해요. 읽을때마다 댓글을 남기지 않았지만, 이번 글은 남기고 싶네요.
희선님, 참 잘했어요~~@

희선 2019-10-27 23:26   좋아요 0 | URL
보슬비 님 이렇게 기분 좋은 말씀을 해주시다니 고맙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 칭찬 잘 못하면서 칭찬받고 싶다 하다니 하는 생각을 했어요 좋다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그때가 지나면 아무 말 못하기도 하는군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