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슬픔을 느꼈을 땐

평생 갈 것 같았어요

하루하루 날이 가는 것과 함께

슬픔은 희미해졌어요

 

이젠 덜 슬프지만

그곳에 아쉬움이 자리잡았어요

아쉬움은 슬픔보다 크고,

오래 갈 것 같아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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櫻風堂ものがたり (單行本(ソフトカバ-))
村山 早紀 / PHP硏究所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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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도 서점 이야기(본래는 그냥 ‘오후도 이야기’다)

무라야마 사키

 

 

 

 

 

 

 몇해 전에 산 책을 이제야 만났다. 그런 일 처음이 아니구나. 이 책은 내가 처음으로 산 일본에서 나온 단행본이다. 단행본은 비싸서 거의 문고를 샀는데, 이 책을 알았을 때 단행본으로 사고 싶었다(지금은 문고 나왔다). 문고나 단행본이나 다를 건 없을 텐데, 처음이어서 바로 읽지 못했다. 책은 예전보다 조금만 읽게 됐다. 하루에 두 시간 본 날이 많았다. 네 시간 본 날은 겨우 하루다. 요새, 아니 몇달 동안 이 모양이다. 좀 우울해서. 우울하면 더 책을 보면 좋을 텐데 잠자는 게 영. 이 말 몇달째 하는 것 같다. 언제 다시 책을 부지런하게 볼지. 책 덜 보면 다른 거라도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구나. 뭐든 이어져 있는지 하나를 조금 하면 다른 것도 별로 안 한다. 반대로 하나를 많이 하면 다른 것도 많이 한다. 책 읽고 쓰기나 글쓰기 편지 쓰기는 아주 다른 게 아니기는 하다.

 

 내가 이 책을 산 건 한국에 나오지 않거나 빨리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는데, 내 생각과 다르게 한국에도 이 책이 나왔다(그건 벌써 읽고 썼구나. 사실은 이걸 먼저 보고 그걸 나중에 봤다). 얼마 뒤에 그것 때문에 더 못 본 것 같다. 이 작가는 소설을 많이 썼는데 한국에는 별로 나오지 않았다. 그런 거 생각하고 바로 안 나오겠지 한 건데. 이 책 《오후도 서점 이야기》는 일본 서점상 후보였다. 그때 일등한 건 온다 리쿠 소설 《꿀벌과 천둥》이다. 그 책을 알고 《츠바키 문구점》을 알고 이 책을 알았던가. <츠바키 문구점>은 드라마 보고 알았던가. 드라마 보고 책을 찾아보고 그때 일본 서점대상 후보였다는 걸 알고 이 책에 관심을 가졌던가. 아니 그것보다 먼저 어떤 분 블로그에서 이 책을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분 블로그가 가장 먼저였는지. 제대로 기억하지도 못하고 쓸데없는 말을. 이 책을 진작에 알았다고 말하고 싶었나 보다.

 

 지금은 어느 나라나 책방이 줄어들겠지. 내가 사는 곳에도 책방 별로 없다. 책방이 집에서 멀기도 해서 잘 안 간다. 그 책방과 가까운 데 사는 사람은 가끔 가겠지. 그래야 할 텐데. 사월에는 책방 하나가 문을 닫기도 했다. 거기에 잘 가지 않았지만 조금 아쉬웠다. 한국은 책방 사람이 서로 알고 지내기도 할까. 출판사에서 책 파는 일을 하는 사람은 서울에 있는 책방에만 다닐까, 지방 책방에도 갈까. 그러고 보니 출판사와 책방, 책방에서 일하는 사람이 나오는 이야기는 다 일본소설이나 만화였다. 일본은 책방에서 일하는 사람이 전문가 같은 느낌이 든다. 책을 잘 알고 자신이 맡은 곳 책을 어떻게 하면 손님한테 알릴지 생각한다. 그건 소설이어서 더 그렇게 나온 건지. 아니 꼭 그렇지는 않을 거다. 소설이라 해도 실제 어떤지 알아보고 쓸 거다. 책방에서 어떤 책을 찾을 때 잘 모른다고 하면 그것도 모르다니 하는 생각을 하기도. 책방에서 일한다고 거기 있는 책을 다 아는 건 아닐 텐데.

 

 책 제목은 ‘오후도 서점 이야기’인데 츠키하라 잇세이가 먼저 일한 ‘긴가도 서점’ 이야기도 함께 나온다. 긴가도 하면 뭔가 싶은데, 이건 은하당銀河堂이다. 백화점이 호시노여서 그럴지도. 호시노는 사람 성이지만, 호시(星)는 별이다. <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철이(테츠로) 성이 바로 호시노다. 츠키하라 잇세이는 긴가도에서 아르바이트에서 직원으로 열해쯤 일했다. 잇세이는 문고를 맡았는데 점장은 잇세이를 ‘보물 찾는 츠키하라’라 했다. 어느 날 잇세이는 긴가도에서 책을 훔친 중학생을 쫓아간다. 그 아이는 백화점을 나가 차에 치인다. 그 일로 잇세이나 긴가도를 안 좋게 말하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온다. 잇세이가 잘못한 걸까. 그건 아닐 텐데. 좀 더 빨리 그 애를 잡았다면 좋았을걸. 그 아이는 학교에서 괴롭힘 당하고 돈을 빼앗겼다. 그 아이를 괴롭히는 아이가 책을 훔쳐오라고 시키기도 했다. 그 아이는 괴롭힘 당해서 괴롭고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훔쳐야 해서 괴로웠다. 누군가한테 들키거나 거기에서 사라지고 싶었다. 괴롭힘 당하는 건 선생님이나 부모한테 말하는 게 좋을 텐데. 그런 말하기 쉽지 않겠지. 말해서 더 나빠지기도 하니. 그 아이가 이제는 괜찮기를 바란다.

 

 잇세이는 잇세이대로 죄책감을 느꼈다. 그나마 아이가 죽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잇세이는 혼자고 누군가와 깊이 사귀지 않았다. 그건 어린 시절 일 때문이다. 아무도 잇세이 말을 믿어주지 않아서. 그래도 인터넷에서 잇세이는 책 이야기를 몇 사람과 주고받았다. 거기에서 한사람이 바로 사쿠라노마치에 있는 오래된 책방 오후도 주인이다. 잇세이가 일을 그만두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하다가 오후도 책방에 찾아가 봐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잇세이는 옆방 노인이 맡긴 앵무새 선장과 살았는데 오후도 책방에는 함께 가기로 한다. 앵무새가 잇세이한테 말하는 것도 나오는데 꼭 잇세이 마음을 알고 하는 것 같았다. 앵무새는 어떤 마음으로 잇세이한테 말한 건지. 잇세이가 오후도 책방에 가겠다고 주인한테 메일을 보냈다. 잇세이는 오후도 주인이 한동안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잇세이가 사쿠라노마치에 가려고 한 날 오후도 주인이 자신은 병원에 있다고 한다.

 

 책방 일을 그만둔 잇세이, 몸이 아파 책방을 열지 못하는 책방 주인. 책방 주인한테는 손자가 있었다. 손자를 생각하면 일을 아주 그만둘 수 없었다. 그것보다 작은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책방 문을 닫고 싶지 않았다. 잇세이는 자신이 다시는 책방에서 일할 수 없다고 여겼는데 오후도 책방을 맡아서 해달라는 말에 가슴이 뛰었다. 잠시 망설이다 잇세이는 오후도 책방을 맡기로 한다. 오후도 책방에 혼자 있던 토오루를 보고 더 그런 마음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디에도 갈 곳 없던 어릴 적 자신이 떠올라서 말이다. 토오루가 혼자 있었던 건 아니구나. 새끼 고양이도 함께 있었다. 새끼 고양이가 세상을 보는 것도 잠시 나오는데 어쩐지 슬펐다. 새끼 고양이가 토오루를 만나고 거기에 잇세이와 앵무새 선장이 가서 다행이다.

 

 조금 슬픈 이야기도 있지만 마음 따스해지는 이야기다. 잇세이는 긴가도 서점에서 일할 때 다음에 나올 책 단 시게히코가 쓴 《4월의 물고기》를 많은 사람한테 알리려 했다. 책이 나오지 않았을 때부터 그런 생각을 하다니. 잇세이가 긴가도를 그만두고 그 일을 긴가도에서 일하는 사람이 힘을 모아서 한다. 잇세이는 그 책을 오후도 책방에 놓는다. 책 한권을 생각하고 이런저런 걸 하는 거 대단해 보인다. 그 소설을 쓴 작가도 무척 기뻐했다. 한국 책방에서 일하는 사람도 자신이 밀고 싶은 책 있으면 그걸 나타내기도 할까. 요즘은 남다른 책방이 많기는 하다. 책과 그리고 책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 즐겁게 보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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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반가운 소식은

네게서 오는 거야

네게도

내 소식이 반가울까

무거운 짐보다

따스한 봄바람 같기를

 

언제나 봄은 반가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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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남겨두는 그 마음 나태주 필사시집
나태주 지음, 배정애 캘리그라피, 슬로우어스 삽화 / 북로그컴퍼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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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일어나고 밤에 자는 그런 바른 생활은 하지 않지만, 해 뜨는 아침과 해 지는 밤이 있어서 다행이야(과학은 지구가 스스로 돌아서 그렇다고 하겠지). 어제, 내일이라 하지만 우리가 만나고 사는 건 언제나 오늘이야. 지나간 날을 떠올리고 다가올 날을 기대하는 것도 괜찮겠지. 사람이 지금만 생각하지는 않잖아. 음악을 듣거나 책을 보면 지금이나 앞날보다 지난 날이 더 생각나. 그거 참 신기하지. 그런 게 아니어도 어느 날에는 자신이 잘못한 일이 생각나기도 하잖아. 그건 나만 그럴까. 난 좋은 것보다 아쉬운 게 더 많이 떠오르기도 해. 덜 아쉬워하고 살고 싶은데 잘 안 돼. 가끔 난 어떤 걸 빨리 깨닫고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데, 나태주 시인은 일찍 깨닫지 않고 모르는 게 더 많은 게 즐겁다고 하더군. 이것도 맞는 말이야.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은 크잖아.

 

 

 

그냥 줍는 것이다

 

길거리나 사람들 사이에

버려진 채 빛나는

마음의 보석들.

 

-<시2>, 128쪽

 

 

 

 다른 시도 많았는데 내가 가장 먼저 옮긴 건 ‘시2’야. 앞에는 거의 사랑을 말하는 시던데. 여기에는 그런 시가 많아. 앞에는 ‘시’라는 시도 있어. 그걸 보니 시인이 시에서 ‘너’라 하는 게 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어. 좋아하는 대상이 꼭 사람이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몇번 말했을 텐데 난 사랑하고 좀 멀어. 사랑이 한가지는 아니지만. 난 사랑이라는 말 잘 못 써. 지금 여러 번 쓰고 이런 말해서 믿기 어려울지도. 그런 건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듯해.

 

 시는 줍는 것이군. 난 잘 못 줍는 것 같아. 나도 잘 줍고 싶어. 그러려면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보다 잘 못 보는 걸 보려 해야겠어. 그러고 보니 나태주도 그런 말을 했어. 많은 사람이 새로운 길이다 하고 가면 가지 않고, 시간이 흐르고 잊혔을 때 그 길을 가 본대. 언젠가 인터넷 검색어에 ‘나태주’가 있어서 난 시인을 생각했는데, 그 나태주는 시인이 아니었어. 시인과 이름이 같은 가수가 있다니, 재미있는 일이야. 왜 이런 말을 한 건지, 그냥 생각나서. 어쩌면 가수 나태주를 찾다가 시인 나태주를 알게 되는 일이 있을지도.

 

 

 

오래

보고 싶었다

 

오래

만나지 못했다

 

잘 있노라니

그것만 고마웠다.

 

-<안부>, 104쪽

 

 

 

 오래 만나지 못하고 연락이 없으면 잘 지내느냐고 물어보기도 어렵지. 반대로 오래 연락이 없다 연락이 오면 반갑기도 해. 내 마음과 다른 사람 마음이 같다고 하기 어렵겠지만, 친구한테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어보는 거 괜찮겠어. 아니 나도 잘 모르겠어. 연락하지 않은 동안 친구한테 큰일이 있었다면 어떻게 해. 그냥 건강하게 지냈으면 한다는 말만 하는 게 나을 듯해. 이런 생각하니 이 시에서 잘 있다는 말이 고맙다는 말 잘 알겠어.

 

 

 

외롭다고 생각할 때일수록

혼자이기를,

 

말하고 싶은 말이 많은 때일수록

말을 삼가기를,

 

울고 싶은 생각이 깊을수록

울음을 안으로 곱게 삭이기를,

 

꿈꾸고 꿈꾸노니-

 

많은 사람들에서 빠져나와

키 큰 미루나무 옆에 서 보고

혼자 고개 숙여 산길을 걷게 하소서.

 

-<외롭다고 생각할 때일수록>, 224쪽

 

 

 

 이 시를 옮겨 써 보니 시인은 마음이 단단하다는 느낌이 들었어. 나보다 오랜 시간을 살고 이런저런 걸 겪고 그렇게 됐겠지. 난 언제쯤 괜찮아질지 모르겠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내 마음은 단다해지지 않을 것 같아. 그러고는 단단하지 않으면 어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해. 뭐든 하고 싶을 때 해야 아쉽지 않을 텐데. 그건 좋은 것일 때일 것 같아. 이 시에서 말하는 건 안 좋을 때가 아닐까. 그런 때는 참고 넘겨야 하지. 그러지 않으면 잘못하거나 다른 사람 마음을 다치게 할지도 모르잖아.

 

 난 이번에 《끝까지 남겨두는 그 마음》으로 처음 봤는데, 요새는 책에 시나 좋은 글을 바로 옮겨쓰게 하는 책이 많이 나오더군. 난 책에 뭐 쓰는 거 안 좋아하는데. 공책에 조금 옮겨 썼어. 여기에 옮긴 시. 다른 사람이 쓴 시나 글을 옮겨 쓰면 그걸 쓴 사람 마음을 조금은 알까. 내가 그런 거 생각하면서 했는지 그냥 했는지. 그냥 한 것 같아. 앞으로는 좀 생각해 봐야겠어. 시든 소설이든 내 마음에 드는 부분을 보면 공책에 적어둬야겠어. 그렇게 적어둔 걸 가끔 보면 더 좋을 텐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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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흘러넘친 눈물은

멈추지 않을 것 같았어

 

무엇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것처럼

언제부턴가

눈물이 더는 나오지 않았어

 

평생 흘릴 눈물은 정해졌을까

그건 아닐 거야

지금은 말랐다 해도

언젠가 다시

눈물이 흐를 거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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