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동안 깨어있던 건 잠들고

낮동안 잠들었던 건 깨어나는

신비로운 밤

너를 생각하는 내 마음도

깨어난다

 

차고 기울고 차고 기우는 넌

쓸쓸하지 않을까

 

지구에서 바라보는 넌 지구에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까맣고 넓은 우주 공간에 있다

사람과 사람이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처럼

지구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구 둘레를 돌고 도는 너

그것만으로도 좋은 거지

 

지구도 가까운 곳에 네가 있어 기쁠 거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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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이 내리면 도시에는 하나 둘 불이 들어오고 늦은 밤에도 불은 쉬이 꺼지지 않는다. 그래도 한밤이 되면 사람들은 잠을 자는지 불 꺼진 창이 많이 보인다.

 

 누군가는 잠자리에 들 시간에 불을 밝히는 곳이 있다. 그곳은 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지 간판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니다. 가까이 가서 보면 <이야기 들어드립니다>는 말이 적힌 팻말이 있다. 그런 곳을 가게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곳에 가 본 사람은 가게라 여긴다. 따스한 음식과 차를 마시는 가게.

 

 그곳은 쉽게 갈 수 없다. 그곳은 늦은 밤 무척 쓸쓸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한테만 보인다. 아니 꼭 쓸쓸해야 하는 건 아니다. 마음이 답답하고 괴로워서 누군가한테 그걸 털어놓고 싶은 사람한테도 보인다.

 

 늦은 밤에 누가 바깥에 나갈까 할지도 모르겠는데. 늦은 밤까지 바깥을 헤매다 그곳을 찾을 수도 있겠지. 이렇게 말하니 나도 한번 그곳에 가 보고 싶다. 별로 할 말은 없지만. 할 말이 없어도 괜찮다. 잠시 누군가 옆에 있기만 해도 괜찮을 때도 있지 않은가.

 

 캄캄한 어둠속에서 따스한 불빛을 찾아봐도 괜찮겠다.

 

 

 

 (실제 이런 곳은 없습니다, 제가 지어낸 겁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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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가 없어도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보다보니 어릴 때 본 한국 만화영화 <달려라 하니>가 생각났다. 생각나는 건 별로 없지만. 하니가 단거리 달리기 선수였다가 다리를 다치고 장거리 달리기를 하려고 애쓰던 건 생각난다. 그때 하니는 중학생이었던가. 이건 잘 생각나지 않는구나. 어쨌든 하니는 엄마가 보고 싶으면 달렸다. 단거리 달리기와 장거리 달리기는 달리는 방법이 달라서 쉽게 바꿀 수 없을 거다. 그래도 하니는 달리고 싶어서 힘든 훈련을 했다. 이건 좀 다른 건데 야구 선수에서 투수는 공을 많이 던지면 어깨를 다치기도 한다. 어깨를 다치면 더는 투수를 할 수 없겠지. 어떤 선수는 오른팔에서 왼팔로 바꿔서 열심히 하다 다음에는 타자가 되기도 했다. 이건 만화에 나온 사람이지만, 실제로도 그런 사람 있지 않을까.

 

 이치노세 사라는 중학생 때부터 달리기를 하고 지금은 스무살로 이백미터 달리기에서 좋은 기록을 냈다. 그런데 사라는 옆집 친구 사가라 다이스케가 졸음운전하다 낸 사고에 휘말려 왼쪽다리를 잃는다. 사라는 하니보다 더 심하게 다쳤다. 왼쪽다리를 잃고 사라는 더는 달릴 수 없었다. 사라가 그렇게 됐는데 다이스케는 사과하러 오지도 않고 다이스케 어머니는 손해배상금을 사라한테 주지 않으려고 빚을 내서 변호사를 구했다. 그 변호사는 돈만 밝히는 미코시바 레이지다. 사가라 다이스케는 어릴 때는 사라와 학교에 함께 가기도 했는데, 중학생 때 아버지가 회사 돈을 횡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 때문에 성격이 어두워지고 은둔형 외톨이가 됐다. 그래도 어머니는 사고를 냈다 해도 자기 자식이 소중한 걸까. 부모가 자식을 감싸고 도는 건 한국 부모와 비슷하게 보이기도 한다. 아니 한국에도 자식이 잘못을 해도 감싸려는 부모가 있는 거겠다.

 

 사라는 재활치료를 마치고 집에 온 날 밤 온 동네 사람이 다 듣게 다이스케한테 안 좋은 말을 했다. 자기 꿈을 빼앗았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데 며칠 뒤 사가라 다이스케가 집에서 누군가한테 죽임 당한다. 형사 이누카이는 사라나 사라 부모를 의심하기도 했다. 사가라 다이스케가 죽임 당한 일보다 사라가 달리기 선수로서 날개를 꺾이고 어떻게 하는지 하는 데 중심을 두었다. 사라는 달릴 수 없게 되고 회사에서 일을 하지만 그 일은 익숙해지지 않고 함께 일하는 사람은 사라가 빨리 일을 그만두기를 바랐다. 사라는 텔레비전 뉴스를 보다가 경기용 의족을 끼고 달리는 선수를 본다. 사라는 자신도 그렇게 하려 한다. 사라가 스무살이어선지 몰라도 희망을 가졌다. 장애인 스포츠에. 하지만 시작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그래도 사라는 그만두지 않고 자신이 기회를 만들고 그걸 잡았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운동을 해서 자신이 있었던 건지, 달리기를 좋아해서 그렇게 힘있게 밀고 나갔는지. 둘 다겠지.

 

 일본에서 장애인 스포츠를 덜 생각하는 모습을 보니, 한국도 다르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올림픽이 끝나면 장애인이 겨루는 패럴림픽이 열리지만 거기에 관심 갖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패럴림픽은 거의 본 적 없다. 그저 한다는 것만 안다. 그래도 장애인은 거기에 자기 삶을 걸기도 하겠지. 사라가 그랬다. 사라는 달리기 대회에서 자신보다 잘 달리는 다키가와 사나에를 알고 다키가와 사나에와 같은 몸을 만들고 달리는 방법도 똑같이 했다. 둘레 사람은 그건 사라 몸에 안 좋다 하지만, 사라는 그런 건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멋지다, 사라. 이 소설을 쓴 나카야마 시치리는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고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단다. 이건 처음 알았다. 그런데도 소설을 자주 쓰다니, 나카야마 시치리도 대단하다.

 

 누구나 날개가 꺾여도 다시 날 수 있을까. 그렇게 쉽지 않겠지만 아주 못하지 않겠지. 마음이 단단해야 할 듯하다. 그리고 둘레에 도와주는 사람도 있어야겠다. 그것은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얻을 수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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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어느 밤 세상은 빛으로 가득찼어요

그건 아주 순식간이었어요

누군가는 텔레비전을 보고

누군가는 책을 보고

누군가는 라디오 방송을 듣고

누군가는 친구를 만나고

누군가는……

저마다 무언가를 하던 사람은 갑작스러운 일에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어요

움직이려 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자신조차도

아주 조용한 몇 초가 흐르고

온 세상은 외마디소리로 들썩였어요

“이건 대체 무슨 일이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세상이 끝나는 거야”

“어둠은 어디로 갔지”

정말 어둠은 어딘가로 사라졌을까요

 

다행하게도 곧 세상은 본래대로 돌아왔어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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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이야기 잘 알지요

남자가 어렸을 때는 자신 위에서 놀게 하고

남자가 자랐을 때는 자신을 베어 쓰게 하고

남자가 나이 들었을 때는 쉴 곳을 주었지요

이젠 그렇게 마음을 나누는 나무와 사람은 없을지도

아니 그건 모르는 일이군요

봄이면 꽃을 활짝 피운

벚나무를 보면

꼭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아요

어쩌면 벌과 나비를 불러들이는 걸지도

거기에 사람이 끼어드는 건가

꿈이 없는 이야기군요

 

언덕 위에 있는 커다란 벚나무는

누군가를 기다려요

어린시절을 벚나무와 함께 보낸 사람이에요

그 사람은 먼 곳으로 가면서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어요

벚나무는 언제까지고 약속을 잊지 않겠지요

사람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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