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뿐 아니라 어떤 명절이든 저는 다른 날과 같습니다. 명절이라고 다르게 보내지 않아요. 어릴 때는 친척집에 가기도 했지만. 그것도 이제 안 하는군요. 평소에도 친하게 지내지 않고 명절에 가도 무척 어색했습니다. 제가 가든 안 가든 별로 마음 안 쓰기도 하는군요. 이건 다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은 새해를 맞고 음력으로 새해를 또 맞는군요. 일본은 아니지만 중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설을 쇠네요. 일본은 메이지 시대, 아니 막부말기부터 거의 서양문화를 따랐던가요. 설날 맞는 거 좋은 듯합니다. 저는 다른 날과 똑같아도 명절이 오는 걸 부담스럽게 여기는 분도 있겠네요. 다들 명절 잘 쇠셨기를 바랍니다.

 

 명절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부터 이(치아)라고 할까 신경이라고 할까, 아팠습니다. 이건 좀 오래 됐습니다. 지난해 삼월부터 이상했는데 그때는 스트레스 때문일 거야 하고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 했어요. 그게 잘 되지는 않았습니다. 거의 한해 동안 이상했다가 괜찮았다 했어요. 이번 일월에는 엄청나게 아픈 날도 있었습니다. 아프고 열도 났는데 자고 일어나니 좀 괜찮아서 그냥 넘어갔습니다. 일월 내내 많이 아팠다가 가라앉았다 했어요. 연휴 전날 20일 밤부터는 가라앉지 않고 잘 때도 아파서 여러 번 깨고 21일에는 하루 내내 아팠습니다. 머리까지 아파서 무척 괴로웠네요. 달력을 보고 연휴 언제 끝날까 하고 힘들어서 진통제 하나 먹고 여섯 시간 지나고 하나 더 먹었습니다. 약 먹어도 무척 아팠습니다. 어제 22일에는 자고 일어났더니 가라앉았어요. 아주 나은 건 아니지만, 많이 아프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더군요. 약을 먹어서 괜찮은 건지, 거의 이틀 아프고 가라앉은 건지.

 

 앞으로 연휴 이틀 남았습니다. 그저께(1, 21)는 앞으로 이틀도 아니고 사흘이나 남았어 했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시간도 안 가는 것 같은지. 이라기보다 신경이 아팠던 것 같아요. 정확하게 어딘지 모르겠습니다. 어릴 때 썩은이 때운 게 오래됐는데 그건지 다른 덴지. 덜 아프니 치과 가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일월에 한번 갔다 왔는데 그때는 말 안 했어요. 때운 지 오래된 거 다시 때우기만 했어요. 그거 했을 때는 좀 괜찮았는데 한주 지나고 엄청 아팠습니다. 다시 때우지 말고 전날 아팠다고 말했으면 좋았을걸. 신경치료 한번 해 본 적 있는데 며칠 걸리고 돈도 들어서. 신경치료하면 이를 씌워야 해요. 크라운이라고 하던가요. 그건 예전에 하라고 해서 했는데.

 

 쉬는 날 내내 아프면 어쩌나 했는데, 이제 덜해서 다행입니다. 덜 아파도 치료해야겠지요. 지난해에는 어쩌다 한번 많이 아프고 괜찮았는데, 일월엔 하루에서 이틀까지 간 적 여러 번이니. 검사하면 제대로 나올지 하는 걱정도 됩니다. 이런 연휴에는 아프지 않은 게 가장 좋지요. 병원은 쉬니. 응급실은 하겠지만. 21일에 무척 아파서 갈 만한 치과 있으려나 찾아보기도 했잖아요. 제가 사는 지역 응급실엔 치과 없어요. 이는 빨리 치료하는 게 좋겠지요.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2023년뿐 아니라 앞으로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언제부턴지 잘 모르겠지만 요새 즐겨듣게 된 노래가 있어요. DAY6(데이식스) 노래 <뚫고 지나가요>예요. 이 노래는 2021년에 나온 거더군요. 라디오 방송에서 ‘다만 나를 뚫고 지나가는 것’이라는 걸로 글을 소개한 날 나왔어요. 글보다 노래를 더 기억했네요. 이 노래도 자신을 뚫고 지나가는 것을 생각하고 만들었다고 하던데. 누군가와 헤어지는 걸 노래합니다.

 

 저는 많은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랄까, 말이랄까 그런 거 잘 모릅니다. 자신을 뚫고 지나가는 것을 말하는 사람 많을지. 저는 이런 느낌이나 말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생각하니 저한테도 그런 게 많겠지 했습니다. 정희진 책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 도 생각나는군요. 이 책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

 

 뚫고 지나가는 것은 사람이 살면서 만나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책 영화 음악 그림 이밖에도 많겠습니다. 뭐든 만나기 전과 만난 뒤는 다르겠군요.

 

 2023년에 자신한테 영향을 주는 것과 즐겁게 만나세요.

 

 

 

희선

 

 

 

 

 

 

뚫고 지나가요 - DAY6 (Even of Day)

https://youtu.be/ZbIeVvPg7C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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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3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24 0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23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24 0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23-01-23 1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와 잇몸은 한번 아프면 바로 칫과를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제 주변에도 치통 묵혀두었다가 나중에 크게 고생한 사람들 제법 있어요. 연휴 끝나자마자 얼른 병원부터 다녀오세요. 희선님. 부디 별일 아니기를 바라고 치료 받고 바로 나으시길 바랍니다.

희선 2023-01-24 01:13   좋아요 0 | URL
병원 가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래도 치과는 가는 게 좋겠지요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많이 안 아파요 일월초랑 며칠 간격으로 아프고 연휴 이틀 동안 아팠는데 괜찮아지다니... 이럴 수도 있는 걸까요 그래도 치과에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감은빛 님 마음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자기 이 오래오래 쓰는 게 좋을 텐데...


희선

DYDADDY 2023-01-24 05: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이 아프셨겠어요. 잇몸 염증이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방치하면 풍치라고 하여 이와 잇몸 사이가 벌어져 잇몸 절개를 하고 염증을 긁어내거나 염증이 악화되어 치주(뿌리)가 상하면 발치를 할 수도 있습니다. 연휴 마지막 날은 진료하는 치과도 있으니 가급적 빠른 시간에 내원하시기 바랍니다.
올 한해 무탈하고 건강하게 지내시기를 바라며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희선 2023-01-25 00:08   좋아요 1 | URL
DYDADDY 님 쓰신 말씀을 보니 무섭기도 하네요 엄청나게 아프다 지금은 괜찮은데, 아프다 안 아픈 건 나은 게 아니고 더 안 좋아진 걸까요 보이는 거면 좀 나을 텐데, 안 보이는 거여서... 엑스레이 찍으면 뭔가 나올지 안 나올지... 아주 아팠으니 검사는 받아보는 게 좋겠지요 괜찮으면 다행이고... 다른 병원은 거의 안 가지만, 치과는 가야겠군요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연휴 다 끝나고 가겠습니다

DYDADDY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희선

DYDADDY 2023-01-25 01:21   좋아요 1 | URL
저도 치통이 오다가다 하면서 시기를 놓쳐 소파술(잇몸 절개 후 염증 제거 시술)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치과보다 안과를 더 싫어하지만 다시 하고 싶은 경험은 아니다보니 희선님의 상태가 걱정됩니다. 며칠간 춥다하니 따뜻하게 챙겨 입으세요.

희선 2023-01-25 01:42   좋아요 1 | URL
이는 여러 곳과 이어져 있기도 하네요 어디든 다르지 않겠지만, 다른 데 아픈 게 이 아픈 걸로 나타나기도 하잖아요 가끔 아프면 어디 안 좋은가 하고 생각한 적도 있는데, 그런 건 하루 지나면 낫더군요 그냥 마음 문제였을지도... 하지만 오래 안 좋았으니 문제가 있기는 한 거였겠습니다 문제 있어도 안 아프다는 말이 있더군요 오래돼서 그럴지도... 걱정이네요 마음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희선
 

 

 

 

마음을 돌아보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면 먼지가 쌓여요

먼지가 쌓이면 어떻겠어요

잘 보이지 않겠지요

 

마음에 먼지가 쌓이지 않게

잘 닦아요

 

마음 닦기는

마음을 돌보고 기르는 것과 같군요

 

마음을 닦으면

자기 마음뿐 아니라 세상도 잘 보이겠지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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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1-23 0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음을 닦으면서 자기반성(?)을 주기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돌아보지 않으면 잊게 되는거 같아요~!!

희선 2023-01-24 01:00   좋아요 1 | URL
자기 마음도 잘 보고 잘 닦아야 할 텐데, 그런 건 잊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생각만 하지 않고 실천하기... 그래도 마음은 잘 닦기 어렵군요


희선

페넬로페 2023-01-23 1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의 효용 중 하나가 마음 닦기인 것 같아요. 마음도 세상을 알고 관심 가져야 닦여지는거잖아요~~

희선 2023-01-24 01:02   좋아요 1 | URL
정말 그래요 책을 보면 자신이 몰랐던 거 잊었던 걸 떠오르게 하는군요 그런 걸 죽 기억하면 좋을 텐데... 책과 자기 마음을 잘 돌아보면 낫겠습니다


희선
 
인생이라는 이름의 영화관 - 2020 볼로냐 라가치상 시네마 특별상 수상
지미 리아오 지음, 문현선 옮김 / 오늘책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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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보고 영화 같은 삶을 꿈꾼 사람도 있겠지. 아니 영화 같은 삶은 아니어도 영화에서 삶의 답을 찾았다고 해야 할까. 아쉽게도 난 그런 것과는 좀 멀다. 영화관에 간 것도 얼마 안 되고 내가 본 영화도 얼마 안 된다. 내가 영화를 안 본다고 영화가 아주 없어진 건 아닌데, 영화가 예전만 못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왤까. 난 영화와 멀어도 여전히 영화를 만들고 영화를 보고 영화에 빠진 사람 있겠지. 한국에서는 여러 곳에서 영화제를 하는 듯하다. 그런 곳에 가 본 적은 한번도 없지만. 앞으로도 없겠지. 다른 나라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나 배우가 상을 받기도 한다. 영화 아주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이 책 《인생이라는 이름의 영화관》은 그림책 같으면서도 그래픽 노블 같다. 그림이 참 많다. 그러면 그림을 제대로 봐야 하는데, 여전히 난 글을 먼저 본다. 난 언제쯤 그림을 오래 볼까. 그런 날 오기는 할지. 엄마가 떠나고 ‘나’가 울자 아빠는 ‘나’와 함께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본다. 두 사람을 떠난 엄마는 영화를 좋아하니 영화관에서 엄마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면서. 사람은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영화나 책을 보겠지. 아빠도 ‘나’가 덜 슬퍼하기를 바라고 ‘나’와 영화를 봤겠다. 어쩌면 아빠가 더 슬픈 현실을 잊고 싶었던 건지도.

 

 ‘나’는 아빠와 영화를 자주 보러 가고 영화를 보고 나면 엄마가 보고 싶었다. 어느 날은 엄마가 보고 싶어서 영화관에 갔다. ‘나’는 열네살 때 영화관에서 한 아이를 만난다. 영화관에서 누군가를 만나기도 하는구나. 이거야말로 영화 같다. ‘나’는 남자아이와 즐겁게 지내지만, 시간이 흐르고 남자아이는 식구들과 스페인으로 이민을 간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는 것도 아니고 아주 다른 나라로 가다니. ‘나’는 남자아이와 언젠가 영화관에서 만나자고 약속한다. 그런 약속 지킬 수 있으려나. 언제 어디서 만나자고 뚜렷하게 말해야 할 텐데. 내가 이렇다. 가끔 영화에서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

 

 나이를 더 먹은 ‘나’는 영화관에서 남자를 만난다. 남자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 이야기를 하고 ‘나’는 자신이 본 영화 이야기를 했다. 누군가를 만나고 결혼하고 잘 살면 좋겠지만 삶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남자는 영화를 만들었지만 그게 잘 안 되고 ‘나’를 떠난다. ‘나’는 홀로 딸을 낳고 딸과 함께 산다. 딸이 아빠를 찾자, ‘나’는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딸과 함께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본다. 딸은 영화관에서 아빠를 만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아빠는 아니지만, ‘나’와 딸은 또 누군가를 만난다. 사람은 오고간다는 걸 나타내는 걸까. 어느 날 ‘나’는 나이 든 아빠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다 엄마 냄새를 맡는다. 영화관에서 만난 사람은 정말 ‘나’와 아빠를 떠난 엄마였을까. 엄마였다면 좋겠다. 다른 걸 나타낸 걸지도 모를 텐데. 내가 잘 읽어내지 못한 것 같다.

 

 

 

 

 

 

 여기에는 여러 영화 포스터나 그림이 담겼는데 내가 아는 건 별로 없다. 딱 하나 알아 본 거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 <원더풀 라이프>다. 이것도 난 영화가 아닌 책으로 봤다. 내가 본 책 겉면에는 영화 한 장면이 담겼다. 이 책 속에는 그 장면을 그림으로 그렸다. 나는 겨우 하나 알아봤지만, 영화 좋아하고 많이 본 사람은 나보다 더 많이 알아보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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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고 그걸 하지 않으면

생각은 흩어진다

 

잊고 싶지 않다면

한번 한 생각이

몸과 마음에 스밀 때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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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3-01-23 19: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한번만 생각해도 잊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잊어버리더라구요. ㅠㅠ

희선 2023-01-24 00:59   좋아요 0 | URL
여러 가지 생각할 게 많으면 잊어버리기도 하겠지요 잊어버렸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생각나기도 하네요 그런 건 늦지 않게 떠올려야 할 텐데...


희선

페넬로페 2023-01-26 1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읽고나서 나에게 기억의 많은 부분이 비의지적이나 무의지적 기억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좀 더 의미있고 건설적인 걸 기억해야 하는데 머리에 온통 쓸데없는 생각뿐인 것 같아요^^

희선 2023-01-27 02:34   좋아요 0 | URL
자신이 기억하려고 하지 않아도 기억하는 것도 있겠습니다 그런 게 많겠지요 저도 쓸데없는 생각만 합니다 이제 그만해야지 하면서도 늘 같은 거 생각하고... 그런 것보다 좋은 걸 더 생각하고 기억해야 할 텐데... 좋은 걸 써두고 자주 보면 좀 나을지... 쓰기만 하고 잘 안 보기도 하는군요


희선
 
연년세세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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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집 그렇게 두껍지 않은데 며칠이나 걸려서 봤어. 여전히 책읽는 시간이 아주 적어서 그렇지. 책읽을 시간이 없다는 말은 못하겠어. 없지 않아, 있지만 그걸 내가 만들지 못하는 거야. 이런 말 안 하고 싶었는데. 슬프네. 이 책 빨리 보고 쓰고 다른 책 보고 싶었는데. 책을 잘 보려고 해야지, 다른 책 보고 싶다 말하다니. 책 제목 《연년세세》는 ‘여러 해를 거듭하여 죽 이어짐’이야. 좋은 건 연년세세하면 좋겠지만, 어떤 건 끊겨야지. 이런 이야기는 예전부터 있었을 거야. 그때보다 지금 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들어. 여성 삶 말이야. 좋은 것보다 안 좋은 게 이어지는 여성 삶이야. 그건 여성 스스로 끊어야 할 텐데, 어쩐지 여성이 끊지 못하는 것 같아.

 

 첫번째 소설 <파묘>는 김승옥문학상에서 처음 보고 슬프다 느꼈는데. 딸인 한영진은 왜 엄마한테 자기 집 살림을 맡겼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 그 이야기는 다음 소설 <하고 싶은 말>에서 조금 알겠더군. ‘파묘’만 보면 한영진을 알기 어려워. 엄마와 아빠가 하던 일이 잘 안 되고 아빠와 엄마는 한영진 시집 건물에 들어와 사는데, 한영진과 사위는 맞벌이여서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었어. 그걸 엄마 이순일이 해. 이순일은 둘째딸인 한세진한테 집에 와서 살림을 이으라고 하다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할까 싶기도 해. 그 집에 그냥 살지 못하고 자신이 하기 어려우니 다른 딸이라도 하면 좀 덜 미안해서였을까. 그럴지도 모르지. 이순일은 자신이 힘들었던 건 잊은 걸까. 왜 딸한테만 힘든 걸 하라고 하는 건지.

 

 한영진은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하고 고등학교를 마치고 바로 일을 했어. 그 일을 잘하기도 했어. 다른 사람은 잘 팔지 못하는 이불과 베개를 한영진은 잘 팔았어. 그렇다고 그 일을 좋아하는 건 아닌 것 같아. 한세진이 희곡과 시나리오를 쓰는 걸 보고 자기 밑에서 일하라는 말도 했어. 한세진이 걱정스러워서 한 말일지. 그렇겠지, 그럴 거야. 글쓰기로 버는 돈이라고 해봐야 얼마 안 될 테니. 한영진은 엄마인 이순일을 조금 원망하는 것 같았어. 한영진이 일을 하게 된 건 이순일이 한영진한테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지 못한다는 말을 했거든. 그러면서 뉴질랜드에 가서 돌아오지 않는 막내 아들 한만수한테는 돌아오라고 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해야지 했어. 이순일과 한중언은 딸 둘과 아들 하나를 두었어.

 

 세번째 소설 <무명無名>엔 이순일 어린시절 이야기가 나와. 이순일이지만, 어렸을 때는 외할아버지가 순자라 했어. 이순일은 결혼하기 전까지 자기 이름이 순자인지 알았어. 그럴 수가. ‘파묘’에서는 외할아버지 무덤을 아주 없애서 슬픈 느낌도 들었는데, 외할아버지가 그렇게 따듯한 사람은 아니었더군. 이순일은 동생이 죽은 걸, 외할아버지가 이순일 탓을 한다 여겼던 것 같기도 해. 외할아버지는 별말 하지 않았는데. 차라리 뭔가 말을 했다면 좀 나았을지도 모르겠어. 이순일은 부모가 죽고 외할아버지와 살다 고모 집에 가게 돼. 고모는 이순일한테 학교에 보내주겠다는 말을 했지만, 그건 거짓말이었어. 자기 집 일을 시키려고 이순일을 데리고 간 거였어. 진짜 고모 맞을까. 아버지와 배다른 고모다 했는데. 그때 어려워서 그랬다고 해야 할까. 모르겠어. 아무리 어렵다 해도 조카한테 힘든 일을 시키다니. 이순일은 순자라는 친구를 사귀고 고모 집을 떠나기도 했는데, 다시 돌아와야 했어. 순자가 이순일이 있는 곳을 고모한테 알려줬던 걸지도 모르겠어.

 

 누구보다 힘들었던 사람은 이순일이겠지. 부모 없이 외할아버지와 살다 고모집에서 일했으니. 고모네가 다른 곳에 갈 때 이순일은 함께 가고 싶지 않아서 결혼해. 이순일이 보기에 한중언은 성실했어. 한중언, 잘 모르겠어. 아니 예전 아버지는 한중언과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한중언만 그런 건 아니기도 하군. 한영진 남편 김원상도 그냥 있어. 그냥 있다니 뭐가 그냥 있는 건지. 잘 모르겠어. 아버지 가장이라는 것도 무거운 짐이 되기는 하겠지. 그렇기는 해도 뭔가 일을 저지르면 엄마 여성이 해결하기도 해. 이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그냥 생각나서.

 

 마지막 <다가오는 것들>은 허영미와 한세진 이야길까. 그렇게 보이면서도 한세진 이모할머니, 이순일 이모인 안나 이야기 같기도 하군. 안나는 미군과 결혼하고 미국으로 갔다고 해. 그것 때문에 미국에 사는 한국 사람이 안 좋게 여기기도 했던가 봐. 양색시라는 말을 뒤에서 했다고 해. 한국 여성은 일제 강점기 때는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고 일제에서 해방을 맞은 뒤엔 양색시가 됐다는 말이 있기도 하지. 모두 그렇게 된 건 아니겠지만, 그건 이 나라 사회가 그렇게 만든 게 아닐까. 이 소설 보니 예전에 본 《일기》가 생각나기도 했어. 한세진 이야기엔 황정은 이야기도 겹쳤더라고. 그런 일이 처음은 아니겠지. 소설이라 해도 작가 이야기도 조금은 들어갈 테니. 한세진과 황정은이 아주 똑같은 건 아닐 거야. 한세진은 이순일 딸이기도 하지.

 

 여성이 여성 삶을 알고 잊지 않고 안 좋은 건 끊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 그러지 않으면 힘든 여성 삶은 바뀌지 않을 거야. 예전보다 지금 괜찮다고 하지만, 여전히 여성이 살기에 힘든 세상이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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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1-20 07: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한세진, 황정은! 그렇네요!
덕분에 연년세세 리마인드 했습니다.
꼼꼼하게 읽으셔서 오래 걸리시는듯 하네요.
잊지 않고 글로 쓰는 작업, 여성의 삶을 바꾸는 시도겠지요^^
잘 읽고 가요~

희선 2023-01-22 01:36   좋아요 2 | URL
며칠에 걸쳐서 읽었지만, 하루에 읽은 건 얼마 안 돼요 그럴 때가 있기도 하네요 그건 게을러서 늦게 일어나서...

글이 꼭 남는 건 아닐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기록하고 쓰면 남겠지요 예전 사람이 썼기에 조금은 그때 일을 알기도 하니... 써두어도 잊지만 안 쓰는 것보다는 낫겠습니다 글쓰기는 혁명이다는 말이 있군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01-20 10: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이야기인줄 몰랐네요. 황정은은 언젠가 접해야 할 작가라고 생각하고는 있는데 또 쉽사리 접근은 안하고 싶어서 읽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 좋은 것은 끊어내는 게 맞죠. 여성들의 삶이 더 가벼워지길 소망하며... 리뷰 잘 읽었어요.

희선 2023-01-22 01:38   좋아요 2 | URL
예전에 <파묘> 한편만 봤을 때는 몰랐던 걸 여기 실린 소설을 보면서 알기도 했네요 단편 소설이라 해도 그게 끝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황정은은 연작소설을 써서 여러 가지를 알게 해줬습니다 여성이 더 여성 삶을 안 좋게 만든 면도 있을 거예요 그건 잘 몰라서였을지도... 앞으로 조금씩이라도 바뀌겠지요


희선

scott 2023-01-20 11: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아 하는 독자들이 많았는데 이런 슬픈 이야기가 담겨 있었군요!

글쓰는 삶,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

희선 2023-01-22 01:41   좋아요 1 | URL
슬프지만 슬픈 것만 말하지 않겠지요 이건 이제야 생각했네요 그런 이야기를 보고 바꿔야 한다 생각할 테니... 글은 누구보다 자신한테 좋은 거겠습니다 그러다 넓어지면 다른 사람한테도 도움이 조금 되겠지요


희선

바람돌이 2023-01-20 2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 황정은
읽어내는게 참 쉽지 않지만 슬픔속에서도 뭔가 꿋꿋한 의지와 결기, 그리고 위로가 느껴져서 저는 항상 황정은 작가의 글이 좋더라구요.
희선님 명절 잘 보내세요. ^^

희선 2023-01-22 01:45   좋아요 1 | URL
예전에도 소설 보기는 했는데, 어쩐지 그때 본 건 잘 못 본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이라고 잘 보는 건 아니지만... 황정은 소설을 보면 슬프지만 따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 말 다른 사람 소설 보고도 했을지도... 한국소설은 슬퍼도 그 안에 그것만 담긴 건 아니겠습니다 그것만이라도 조금 느끼면 다행일지도...

바람돌이 님도 명절 즐겁게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