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본 책에서 조금 비어 있는 동그라미가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나섰다. 꽉 찬 동그라미가 되려고. 동그라미는 비어 있는 곳보다 작거나 커다란 조각을 만나고 자기 몸에 끼워 보고는 맞지 않구나 했다. 그러다 동그라미한테 딱 맞는 조각을 찾았다. 그 다음에 어떻게 됐더라. 오래전에 본 거여서 잘 생각나지 않지만, 동그라미는 자신한테 딱 맞는 조각을 만나고 기뻤지만 다시 떨어졌던 것 같다.

 

 잃어버린 조각을 만나 자기 몸을 꽉 채운다고 좋을까. 잠시 마음이 꽉 찬 느낌은 좋을 것 같지만 어쩐지 답답해 보인다. 동그라미도 처음에는 좋았지만 아주 잘 굴러가서 싫었겠지. 빈 곳이 있으면 천천히 굴러가서 이것저것 볼 수 있다. 그것 때문에 본래 빈 동그라미로 돌아갔는지 모르겠지만.

 

 사람은 비어 있는 무언가 때문에 쓸쓸하겠지. 어쩐지 사람은 그것을 채우려고 사는 것 같다. 그건 채울 수 있을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빈 곳은 그대로일 것 같다. 아니 가끔 마음이 꽉 찬 느낌이 들 때도 있을 거다. 그러다 다시 비겠지. 그런 게 좀 아쉽겠지만 빈 곳은 비어 있는 대로 두는 것도 괜찮다. 그래야 다른 걸 들일 수 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 쉴 곳 없네’ 하는 노랫말이 생각난다. 자기 자신으로 꽉 찬 사람도 있겠다. 그건 겁이 나설지도. 누군가, 그게 친구여도 사람은 사람을 만나고 시간이 흐르면 자신을 떠나가지 않을까 걱정한다. 아니 그런 걱정보다 기대해서 힘들던가. 차라리 아무하고도 사귀지 않으면 기대하지 않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하고 혼자 지내는 사람도 있겠다. 다른 거 생각하지 않고 혼자 잘 지내는 사람은 좋아하는 게 있어서일 것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 있다 해도 빈 곳은 채울 수 없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생각하면 좀 나을까. 누구한테나 빈 곳이 있다고. 누구나 혼자고 누구나 쓸쓸하다는 말도 생각난다. 그런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마음이 따스해진다. 그게 순간일지라도 그걸 쌓아가는 게 삶이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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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의 테이프 스토리콜렉터 57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건 가끔 만나는 미쓰다 신조 소설로 미쓰다 신조라는 작가가 나오는 이야기야. 미쓰다 신조는 호러를 쓰는 작가로 나와. 이건 실제와 같지, 미쓰다 신조는 호러뿐 아니라 미스터리도 써. 여기에서 말하는 게 다 지어쓴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어. 편집자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건 비슷하지 않을까. 미쓰다 신조가 쓴 무서운 이야기는 그걸 읽을 때보다 읽은 다음이 좀더 무서운 것 같기도 해. 읽을 때는 그저 그러네 해도 혼자 있을 때 그게 생각나면 좀 무섭겠지. 알 수 없는 것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 세상이지만, 잘 모르는 것도 무섭지. 아쉽게도 난 이상한 일을 겪은 적은 없어. 예전에 한번 빼고는. 그건 그저 내 눈이 이상했던 것일지도 모르겠어. 언젠가도 말했는데, 이사하고 밤에 창 밖을 보니 하얀 것이 지나갔어. 하얗게 생긴 물체가 아니고 하얀 선이었어. 어쩌면 다른 일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내가 크게 생각하지 않았겠지.

 

 여기에는 조금 다르면서 공통점이 있는 이야기가 여섯편 실렸어. 실제 미쓰다 신조는 다른 사람이 겪은 것을 듣기도 할까. 여러 가지 이상한 이야기를 모은다는 말을 듣기는 했는데. 그런 걸 쉽게 말하는 사람도 있군. 이상한 일을 다른 사람한테 말하는 건 그 일에서 벗어나고 싶어설지도 모르겠어. 여기에서 친구 이야기를 듣고 친구 집에 찾아간 사람이 이상해졌어. 그건 마지막에 실린 <스쳐가는 것>이야. 왜 뱀파이어는 남의 집에 마음대로 들어가지 못하고, 집주인이 ‘한번 놀러 오세요.’ 해야 들어갈 수 있잖아. <스쳐가는 것>에 나온 검은 것도 다른 곳은 다녔지만 문이 닫힌 집 안에는 들어오지 못했어. 이건 다섯번째 이야기 <기우메 : 노란 우비 입은 여자>와 비슷하기도 해. 기우메가 바로 노란 우비 입은 여자라는 뜻이야. 어떤 사람이 비도 오지 않는 날 우비를 입은 여자를 만났는데, 그 뒤로도 기우메를 보게 됐어. 다른 사람은 기우메를 못 봤는데 말이야. 기우메는 그 사람 자취방으로 조금씩 다가오고 비가 오는 날 남자는 사라졌어. 아니 비는 오지 않았던가. 남자가 있는 곳에만 비가 왔군. 이런 이야기 <나츠메 우인장>에서 한번 봤어. 거기에서는 요괴를 쫓아냈던 것 같아. 미쓰다 신조 소설에서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어쩐지 찜찜하게 끝나.

 

 여섯번째와 다섯번째 이야기를 먼저 말하다니. 첫번째 이야기 <죽은 자의 테이프 녹취록>은 정말 그런 일 있을까 했어. 그런 일은 앞으로 죽으려는 사람이 죽기 전에 말을 녹음하는 거야. 그것보다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얼마전에는 《지독한 하루》(남궁인)에서 유서를 쓰고 가스에 불을 붙여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 이야기를 봤는데, 그걸 보고 유서는 불에 탈 텐데 왜 썼을까 했어. 이건 여기 실린 이야기와 상관없는 거군.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 사람은 어쩐지 자신이 아닌 다른 것에 죽임 당한 듯한 느낌이 들었어. 그때 나타난 건 뭐였을까. <빈 집을 지키던 밤>에도 알 수 없는 것이 나타나. 남의 집을 지키는 것만으로 돈을 많이 받는 일을 하던 사람은 커다란 집에 혼자 남고는 이상한 일을 겪고 그 집에서 달아나. 그 집 주인이 3층에는 가면 안 된다고 했는데 가고. 그래도 그 사람은 괜찮았군.

 

 다음 이야기 <우연히 모인 네 사람>이지만 실제는 세 사람만 모여야 했던 것 같아. 모인 사람 숫자를 세어 보니 한사람이 모자란다거나 많다는 이야기도 있지. 한사람 적은 것보다 많은 게 더 무서울까. 남은 한사람은 대체 뭘까 싶을 테니. 어디 갈 때 사람 숫자 잘 세어 봐. <시체와 잠들지 마라>는 요괴를 만난 듯한 이야기야. 오래 산 영혼이 늙은 몸을 버리고 젊은 몸을 빼앗는 이야기 있잖아. 그런 이야기는 서양에도 많지. 한두번 본 것 같기도 한데 뭐였는지 생각나지 않는군. 그런 일 당한 사람은 얼마나 억울할까. 이상한 사람을 만나면 잠들지 마. 여기 실린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어(물). 따로따로면서 아주 상관없지 않다고 말하려는 건지도. 그런 우연은 처음에 생각하고 썼을까 아니면 책속 작가 미쓰다 신조가 말한 것처럼 처음 이야기가 다음 이야기를 부른 걸까. 수수께끼네.

 

 일본에는 백가지 이야기라는 게 있어. 이것도 언젠가 말한 거지만. 그건 초 백개를 켜고 무서운 이야기를 하나 할 때마다 초 하나를 끄고 마지막에는 초를 다 끄는 거야. 초를 다 끄면 거기는 어떻게 되겠어. 어둡겠지. 그때 무언가 나타난다고 해. 미쓰다 신조가 쓰는 이야기가 그런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 이야기속 사람도 사라지는군. 혹시 미쓰다 신조가 쓴 백가지 이야기를 다 읽으면 그때 무서운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어. 이런 말 무섭지. 미쓰다 신조만 백가지 이야기를 쓰는 건 아니야. 앞에서 말한 건 내 생각일 뿐이니 걱정하지 마. 무서운 것에 사로잡히지 말고 좋은 걸 생각해. 그러면 괜찮을 거야.

 

 

 

*더하는 말

 

 지금까지 미쓰다 신조 호러 소설 읽어도 별 일 없었는데 이번에 일어났어.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야. 내가 도서관에 이 책을 돌려주고 다른 책을 빌리려고 하니, 내가 빌릴 수 있는 책이 한권 모자라더군. 왜 그럴까 하다가 책꽂이에 꽂힌 이 책을 다시 기계에 올리고 돌려줬더니 됐어. 처음에 왜 그게 안 됐을까. 기계 위에 제대로 올려뒀는데, 두권에서 한권만 돌려준 게 됐던 거야. 그건 기계가 잘못 읽어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일 처음이었어. 이 책이어서 그런 건 아닐까 싶어. 별로 무섭지 않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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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기운에 이끌려 문을 열어 보니

세상은 하얀 눈에 덮였다

소리도 없이 내린 눈

바람이 불어 가르쳐 주었는데

알아듣지 못했다

 

밖으로 나가

하늘을 올려다 보니

구름 사이에서 둥근 달이 인사했다

 

차가울 것 같으면서도

따스해 보이는 달

날이 밝기 전에 만나 반가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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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나이트 다이버
덴도 아라타 지음, 송태욱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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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기저기에서 사건 사고로 사람이 죽고 자연재해로 더 많은 사람이 죽는다. 그런 일이 일어나도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흘러간다. 큰일이 일어난 다음 날은 전날과는 아주 다른 하늘이다. 그런 하늘을 보면 마치 너와 난 아무 상관없어 하는 것 같다. 네가 슬퍼한들 난 내 일을 한다고 자연은 말한다. 사람은 그런 세상을 자연을 원망해도 마음은 괜찮지 않다. 그 다음에 사람은 어떻게 할까. 자신을 탓할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은 죽고 자신은 살았다는 죄책감. 그런 건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나을까. 그 아픔 죄책감은 평생 갈 것 같다. 괴로운 일을 겪고도 사람은 살아가기는 한다. 산 사람은 자기 마음과 달리 몸이 살려고 하지 않을까. 가까운 사람이 죽어서 아무리 슬퍼도 사람은 목이 마르고 때가 되면 배가 고프다. 무엇인가를 보고 재미있어서 웃기도 하고 철이 바뀌면 저도 모르게 희망을 가질 거다.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걸 힘들게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

 

 어느새 시간이 많이 지났다. 2011년 3월 11일에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고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사고가 일어났다. 지진 때문에 일어난 해일에 마을과 사람이 휩쓸려 갔다. 일본은 지진이 자주 일어나서 지진이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거의 다 알 거다. 하지만 2011년 3월 11일에 일어난 지진은 피하기 힘들었겠지. 어떤 사람은 마을 동사무소 같은 데서 마을 사람들한테 빨리 높은 곳으로 피하라는 방송을 하고, 그 사람은 해일에 휩쓸려 죽었다. 마을은 해일에 휩쓸렸지만 많은 사람이 살았다고 한다. 그렇게 살았다 해도 해일이 휩쓸고 간 마을을 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했을 것 같다.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에는 아직도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많을 거다. 엄청난 자연재해 앞에서 사람은 아주 힘이 없다. 그래도 왜 자신한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싱각하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 소설 배경은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고 네해가 지난 후쿠시마다. 2011년 3월 11일 세나 슈사쿠는 허리가 아파 집에서 쉬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형은 배를 고치러 바닷가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슈사쿠는 형이 자기 대신 어머니 아버지와 나간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그날 피해를 당해 아내와 딸을 잃은 다마이 준이치는 바다로 휩쓸려간 마을에서 물건을 가져오면 어떨까 했다. 후쿠시마는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일어나서 마을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러면 바다에서 들어가면 어떨까 했다가 바닷속에 잠긴 마을에서 죽거나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는 사람 물건을 가지고 나올 생각을 했다. 바닷속에 들어가서 그 일을 하는 게 바로 슈사쿠다. 제목 ‘문나이트 다이버’ 뜻은 책을 보다가 깨달았다. 슈사쿠는 달이 높이 뜨는 날 바다에 들어갔다. 달빛이라도 있어야 바다로 나가고 바닷속에도 들어가겠지.

 

 해일에 휩쓸려 죽거나 사라진 사람 물건에서 돈이 될 만한 건 가져오지 않아야 하고 회원인 사람과도 만나면 안 되었다. 그런데 한사람 마베 도코가 슈사쿠한테 말을 했다. 도코가 남편 반지를 찾아달라고 하려는 건가 했는데 그 반대였다. 도코는 슈사쿠한테 반지를 찾지 마라 했다. 사람은 참 이상하게도 하지 마라 하면 더 하고 싶어한다. 슈사쿠도 도코 말에 마음을 많이 쓰지 않으려 했는데 바닷속으로 들어가서는 반지를 찾으려 했다. 두사람은 만나면 안 되는데 만나고. 도코가 남편이 지진이 일어나고 돌아오지 않았지만 어딘가에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하고 살면 안 될까. 사실 난 옆에서 그런 모습을 보고 ‘넌 행복하게 살아야지’ 말하는 거 싫다. 재해가 일어나고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언젠가 돌아올지도 몰라’ 하면 이상할까. 남편 죽음을 받아들이고 사는 게 도코한테는 더 낫겠지. 도코는 실제 일어난 일에서 눈을 돌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난 여전히 도코가 앞으로 혼자 살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지금 생각하니 작가는 재해나 사고로 누군가 죽고 자신이 살았을 때 죄책감을 느끼는 건 죽은 사람을 사랑해서다 말했다. 그럴 때 세상을 떠난 사람은 산 사람이 잘살기를 바란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 말 틀리지 않다. 내가 만약 누군가를 돕고 죽는다면 그 사람이 죄책감을 느끼기보다 자기 삶을 살기를 바랄 거다. 죄책감뿐 아니라 제대로 살아야 한다는 의무감도 느끼지 않으면 좋겠다. 죽은 사람을 잊지 않고 자기 대로 살면 된다. 이런 말하기는 쉽지만 그렇게 살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그것을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슈사쿠와 도코는 그런 시간을 지나, 자기 나름대로 살려 하는 것 같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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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
정해연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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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아파트든 관리사무소가 있겠지. 난 예전에 아파트에 경비만 있는지 알았다. 관리사무소에서 경비와 청소부를 쓰는가 보다. 아파트를 관리하는 곳이니 그렇겠다. 아파트라고 해도 빌려주는 곳만 있고 파는 곳도 있는가 보다. 그렇게 나뉘어 있는지도 몰랐다. 어떤 아파트든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끔 임대아파트 분양한다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건 아파트를 짓는 사람이 따로 있는 건가 보다. 개인이 하기도 하고 나라에서 하기도 하겠지. 개인은 돈이 얼마나 많아서 아파트를 지을까 싶은데, 개인이 아니고 기업 같은 데서 짓고 빌려주거나 팔겠다.

 

 아파트에는 사람이 많이 살지만 이웃을 모르기도 한다. 지금은 아파트만 그런 건 아니구나. 요새는 다들 이웃을 잘 모르고 산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예전에는 아파트 사람이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은 그런 게 아주 없어지지 않았을까. 내가 사는 곳도 그랬는데, 난 사람 모이는 데 가 본 적은 없지만. 관리비 같은 것도 냈다. 공용 수도, 공용 전기가 있어서. 지금은 전기요금과 수도요금에 공용으로 쓰는 것도 들어 있어서 관리비는 내지 않아도 괜찮다. 그것을 받으러 다닐 사람도 없다. 예전에 그것 때문에 물이 나오지 않은 적도 있다. 사람들이 돈을 내지 않아서 공용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서였다. 아파트는 관리비 같은 거 은행에 내겠지. 아주 좋은 아파트는 관리비도 많이 내야 할 것 같다. 어쩐지 난 좋은 아파트에는 살기 어렵겠다. 또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다른 데 갈 생각도 없고 할 수도 없으면서. 지금과 같은 연립주택 같은 곳으로 가면 괜찮을 텐데.

 

 봉명아파트에는 부녀회장도 있다. 몇 동이나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꽤 많은 사람이 산다. 한국에서도 사람이 죽거나 사라지는 일도 일어나겠지. 그런 일이 일어나도 내가 잘 모를 뿐일 거다. 이 소설에서 일어나는 일은 어쩐지 믿기 어렵기도 하다. 관리사무소에 도둑이 드는 일은 있겠지만. 누군가 사라지고 누군가 아파트 12층에서 뛰어내리고 또 누군가는 죽임 당하다니.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어쩌면 그래서 봉명아파트 관리소장인 정차웅을 예전에 경찰이었다고 한 건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일에 관심 많고 탐정소설을 많이 읽는 사람이어도 괜찮았겠지만. 정차웅은 잘생겼다고 한다. 부녀회장과 서린 엄마는 정차웅을 보고 ‘봄이다’ 한다. 부녀회장은 다른 사람이 슬리퍼를 끌고 다니면 뭐라 하는데 정차웅이 그러면 그것조차 멋지게 본다. 이런 양념 같은 것도 있다. 정말 관리소장이 잘생기면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좋게 볼까. 별걸 다 생각한다.

 

 정차웅한테는 어떤 이야기가 있어 보인다. 그건 나중에 나온다. 봉명아파트에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서 경찰이 오고 정차웅과 함께 일하던 강주영도 찾아온다. 정차웅은 강주영한테 아무 말도 없이 경찰을 그만두고 연락도 끊었다. 주영은 오랜만에 만난 차웅을 만나고 반가워하고 집까지 알아냈다. 두 사람이,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런 일은 없다. 시간이 흐른 다음에는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차웅한테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건 예전 일이지만. 봉명아파트에서 일어난 일을 수사하는 주영한테 차웅이 여러 가지 도움을 준다. 형사였을 때 차웅은 일을 아주 잘했나 보다. 형사가 일을 잘하는 건 범인을 잘 알아채고 잡는 거다. 무엇이든 다르게 생각하면 다른 게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경찰도 그렇게 해서 범인을 잡기도 하겠지.

 

 자기 일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고 일을 꾸미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한테는 좋은 일이 누군가한테는 안 좋은 일이 되기도 한다. 세상에는 그런 일이 많지 않나 싶다. 그래도 안 좋은 일은 하지 않으면 좋겠다. 바뀔 건 어떻게 해도 바뀌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그곳에 사는 사람인지도 몰랐다. 그 사람한테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정말 다른 곳에서 밀입국하고 본래 살던 곳으로 가지 못하고 한국 사람으로도 살지 못한 걸까. 안타까운 일이다. 어쩐지 그런 일은 정말 있을 것도 같다. 어떤 일이나 누군가의 죽음은 막을 수 없을까. 그건 당사자나 자신이 마음을 다르게 먹어야 하는 거구나. 그래도 관심을 가지는 건 괜찮지 않을까 싶다. 언젠가 일어날 일이라 해도 자꾸 뒤로 미루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아파트라 해도 그곳에 사는 사람이 서로한테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층간 소음 때문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왜 그런 소리가 나는지 알아보고 조심해 달라고 말하면 좋게 받아들이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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