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등산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1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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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에 한번 오르면 산에 빠져든다고 한다. 제대로 해야 그렇겠지. 내가 산에 오른 건 학교에서 수학여행 갔을 때와 교회에서 소풍 갔을 때다(예전에 잠깐 교회에 다녔다). 산에 오르려고 준비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가서 올랐다. 그렇게 높지 않은 산이어서 그럴 수 있었구나. 그래도 힘들었다. 평소에 걸어서 다른 준비하지 않아도 산에 오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평평한 땅을 걷는 것과 오르막을 걷는 건 다르지만. 산에 오른다 해도 오르막길만 이어지지는 않겠지. 그러려면 크거나 높은 산이어야 할까. 내가 오른 산 하나는 모르겠다. 거기는 좀 높았던 것 같은데. 모악산을 넘으면 김제 금산사가 나온다. 산을 오르는 쪽은 전주고 내려가면 김제였던가. 그걸 반대로 할 수도 있는지.

 

 수학여행은 설악산으로 가서 설악산을 올랐다. 오래전이어서 거기는 어딘지 잘 모르겠다. 지리산에도 갔다. 여기도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고 누구나 쉽게 올라갈 수 있는 곳이었다. 혼자가 아니고 산에 오르고 싶어서 오른 게 아니어서 그때 어땠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단체로 갔다 해도 산에 오를 때는 혼자였다. 함께 걸을 친구가 없어서. 이런 거나 생각나다니. 어쩌면 처음에는 누군가와 함께 걸었을지도. 걷다가 떨어졌겠지. 힘들다 해도 난 잘 걷는다. 다른 사람은 높은 곳까지 올라가지 않고 난 갔다. 아주 높지 않아서 그랬을 거다. 사람도 많았다. 지금도 그런 곳에 가는 사람 많을 듯하다. 난 가지 않지만. 한국에도 여러 산에 오르기 좋아하는 사람 있겠지. 산 많으니까. 산에 가면 쓰레기 버리지 않고 다 그대로 가져오기를 바란다. 산에 사람이 많이 가도 안 좋을 거다. 꽃과 나무는 보기만 하고 꺾지 않기를. 지금은 산에서 음식 못 해 먹겠지. 잘못하면 산불 날 수도 있을 거다. 조심해야 한다. 이런 걸 생각하다니. 내가 좀 우습구나. 이 책에서 그런 걸 강조하지는 않지만 조심해야 한다 말한다. 다른 나라에서 산에 오를 때는 신발에 흙이 묻어 있으면 안 된다. 흙속에 다른 나라 식물 씨앗이 있을 수도 있으니. 그렇게 조심해도 다른 나라 식물 씨앗이 오기도 할 거다.

 

 내가 하는 운동이라고 해봤자 걷기뿐이다. 그것도 날마다 하지 않고 어쩌다 한번이다. 그건 운동이 아니고 그냥 밖에 나가는 건가. 산이 좋아서 오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가끔 생각하려고 산에 오르기도 하겠지. 산에 자주 올라야 그런 생각도 할 것 같은데 마음에 드는 신발을 사고 처음 산에 오르는 사람도 있다. 산에 오르면 이것저것 생각을 안 하게 되기도 한다던데. 둘레 풍경이 좋아서. 에토 리쓰코는 결혼해야 할까 그만둘까 했는데 산꼭대기에 오르고는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여겼다. 그리고 불륜해서 조금 싫어하는 일터 동료를 다시 보게 되고 친해진다. 나중에 그날 함께 가지 못한 한사람은 두 사람 사이가 달라진 걸 보고 조금 아쉽게 여긴다. 자신만 따돌림 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겠지. 세 사람은 그런 게 있다. 어쩐지 난 늘 혼자였던 것 같다. 지금도 다르지 않구나.

 

 지나간 시대를 붙잡고 있는 것도 안 좋아 보이겠지. 미쓰코는 여전히 거품시대를 살았다. 겉모습이 그렇게 보였다. 난 이런 생각도 든다. 다시 사기 싫어서 예전에 산 비싼 걸 그대로 쓰는 건 아닌가 하는. 그런 게 아주 없지 않았겠지만, 미쓰코는 남한테 보여주고 싶기도 했나 보다. 그것 때문에 다른 사람한테 오해받기도 했다. 그러면 안 좋을 텐데. 그래도 미쓰코는 맞선 본 상대와 산에 오르고 산에 오르기 좋아하는 예전 자신을 다시 만난다. 이제 미쓰코는 조금 솔직해지겠지. 혼자 산에 오르기 좋아하는 마키노 시노부는 두번이나 끝까지 가지 못한 야리가타케에 세번째로 간다. 처음에는 대학 산악 동아리 선배가 아파서 모두가 가지 않았고 두번째에는 아버지와 올랐는데 아버지 무릎이 아파서 그만둬야 했다. 세번째에는 혼자 오르리라 했는데 산에서 만난 두 사람이 함께 가자고 한다. 시노부는 내키지 않았지만 함께 간다. 그리고 깨닫는다. 자신이 혼자 산에 오르게 된 게 아니었다는 걸. 시노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산에 올랐다. 아버지가 시노부한테 산에 오르는 즐거움을 알려주었다. 다음에는 어머니도 함께 산에 오를지도.

 

 여러 산에 오르는 여러 사람은 혼자면서 이어져 있기도 하다. ‘여자들의 등산일기’로. 거기는 산에 오르려는 사람이 정보를 나누는 인터넷 사이트다. 사이는 아주 좋지 않아도 편하게 산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은 식구일까. 언니는 생각할 게 있어서 동생한테 함께 산에 오르자고 한다. 다음에는 조카도 함께 오른다. 그다음에는 언니네 식구가 다 산에 오른다. 산에 오를 때 누군가 함께 있으면 기댈 수도 있어야겠지. 언니네 식구는 그걸 하게 된 걸지도. 늘 기대는 건 안 좋겠지만 가끔은 가까운 사람한테 약한 모습을 보여줘도 괜찮다. 세상에 걱정거리 하나 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 다들 무언가를 짊어지고 산다. 여기 나오는 사람은 산에 오르고 자신을 마주하고 앞으로 살 힘을 얻는다. 나한테는 그게 책일까. 책을 봐도 괜찮은 사람이 되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하지만. 산에 오르는 것이든 다른 것이든 자기 마음을 좀 괜찮게 해주는 게 있으면 사는 게 많이 힘들지 않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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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떤 일은 겹치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

 

내가 산 책은 볼 일이 없는 날보다

있을 때 더 자주 와

그걸 기다리느라

밖에 나갈 수 없잖아

 

택배는

생각하지 않으면 조금 빨리 오고

기다리면 더 늦게 오는 것 같아

 

조금 늦더라도

아주 늦지 않았으면 좋겠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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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결에 들은 전화벨소리

누가 왜 전화 걸었을까

받지 않아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분명 받고 싶지 않은 전화였을 거야

 

좋은 소식만 전해주는

전화만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새벽 잠을 깨우는 전화벨소리는

두렵고 무섭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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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눈의 고양이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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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도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에는 흑백방이 있다. 본래 그곳은 미시마야 주인 이헤에가 바둑을 두는 곳이었다. 어느 날 이헤에와 바둑을 두려고 온 손님을 미시마야에 온 조카 오치카가 이헤에 대신 상대했다. 바둑 상대는 아니고 이야기를 들었다. 첫번째 책 《흑백》은 그렇게 시작했다. 몇해 전에 봐서 거의 잊어버렸는데 편집후기에 그런 말이 있어서 그랬지 했다. 오치카는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고 자신만 힘들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소설을 봐도 그런데. 흑백방에서 하는 이야기는 평범하지 않다. 사람이 아닌 것이 힘을 쓰기도 한다. 에도 시대니까. 에도 시대에는 요괴가 있었다.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았겠지. 음양사도 생각난다. 세이메이. 이름 아는 음양사는 세이메이밖에 없구나. 일본은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이 나오는 이야기 잘 지어낸다. 그런 일 한국에도 있구나. 어느 나라에나 있겠다.

 

 별로 좋지 않은 것은 사람이 만들어 낸 건지도 모르겠다. 안 좋은 감정이 쌓이고 쌓여서. 그런 이야기 앞에 나왔던가. 《피리술사》 《삼귀》, 미시마야 변조괴담이 아닌 책에도. 에도 시대 이야기가 아닌 소설에도 그런 거 나왔던 것 같다. 미야베 미유키는 사람이 안 좋은 말이나 생각을 하면 그게 어딘가에 남는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그건 자기 그림자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는 보이지 않지만. 실제 그런 게 보이면 싫겠지. 보이면 밖에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을지도. 자기 것을 남한테 보여주고 싶지도 않고 남의 것도 보기 싫을 테니 말이다. 이상한 일을 겪으면 누군가한테 이야기하고 싶을까. 다른 사람한테 말해서 그 일을 다시 보고 진짜 있었던 일이구나 할지도. 아쉽게도 난 그런 일 없다. 죽기 전에 누군가한테 말하고 싶은 일이 생길지, 그냥 아무 일도 없을지. 별 일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지난번에 미시마야에는 둘째 아들 도미지로가 돌아오고 오치카와 함께 이야기를 듣겠다고 했다. 도미지로는 이상한 이야기를 듣고 이상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지키는 오카쓰와 함께 옆방에서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바로 흑백방에서 오치카와 함께 이야기를 듣는다. <열어서는 안 되는 방> 이야기를 하러 온 사람은 도미지로가 함께 있어도 괜찮다고 한다.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는 무섭기도 슬프기도 따듯하기도 한데 첫번째는 조금 무서웠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만 살아남고 집안 사람은 모두 죽었다. 행봉신이라는 건 정말 있을까. 바람을 들어주는 대신 다른 걸 받아가는. 좋지 않은 게 마음에 빈 틈이 생긴 사람한테 다가온 것일지도. 바람이 이뤄졌으면 하고 소금 간을 끊은 사람이 어느 날 무언가를 집으로 끌어들여서 그 집 사람은 다 이상해진다. 아니 이상한 일이 일어나서 이상해지고, 식구가 하나씩 죽자 어머니는 행봉신한테 이 집을 나가 달라고 하고 자기 목숨을 바친다. 행봉신이 아주 사라진 건 아닌 듯도 보였다. 그게 조금 오싹했다.

 

 오치카 혼자 이야기를 듣다가 도미지로가 함께 듣고 조금 바뀌었다. 도미지로는 이야기를 다 듣고 그걸 그렸다. 오치카는 도미지로가 그린 그림을 보고 마음이 편해졌다. 소금은 사람한테 무척 중요하다. 많이 먹으면 안 좋지만 아주 안 먹어도 안 좋다. 소금은 마를 물리치기도 한단다. 몸이 안 좋으면 판단을 잘못하기도 할 거다. 에도 시대에는 정말 소금 간을 끊은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난 자신이 바라는 일은 자신이 애써서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혼자 생각하면 안 되겠구나. 누군가와 이야기해야 자신이 하려는 게 잘못됐다는 걸 알겠지. 행봉신을 집으로 끌어들인 사람은 아무하고도 말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도 눈치채지 못했구나.

 

 자신이 받아들인 일이라 해도 한이 남아서 혼이 살던 곳을 떠나지 못하기도 할까. 자신 때문에 산 사람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미안하겠지. 자신은 그럴 마음이 없었는데. 잇코쿠는 후계자 다툼에 희생됐다고 해야 할 듯하다. 외할아버지는 자신이 섬기는 주인을 위해 외손자를 죽였다. 잇코쿠는 자신이 외할아버지한테 죽임 당한 걸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그런 곳에 몬모 목소리를 가진 오세이가 온다. 몬모 목소리는 요괴를 불러들인다고 한다. 그것 때문에 오세이는 혼과도 이야기를 했다. 오세이는 잇코쿠가 성에서 나갈 수 있게 돕는다. 죽으면 자유로울 것 같은데 잘못하면 한 곳에 매일 수도 있겠구나. 잇코쿠가 성에서 나가자 거기 살던 가요히메 목소리가 나왔다. <벙어리 아씨>는 대충 이런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몬모 목소리를 가진 오세이가 마을을 떠나 말이 아닌 손짓 몸짓으로 말하는 부부를 만나고 그 뒤에는 성에서 일하고 겪은 일을 말하는 거다. 잇코쿠는 저세상으로 아주 떠나지 않았다. 연극을 하는 커다란 거미에 들어간다. 자신이 나쁜 것의 원한과 슬픔을 먹고 세상을 깨끗하게 만들겠다고 한다. 잇코쿠는 지금도 그럴까.

 

 나쁜 게 세상에 나가지 못하게 막는 일을 하는 집도 있었다. 그 이야기를 한 오타네한테는 무서운 일이지만 세상 사람한테는 좋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도미지로는 그런 가면을 지키는 곳이 한 곳이 아닐 거다 한다. <기이한 이야기책>은 도미지로가 그린 그림을 넣어두는 오동나무 상자 이름인데, 효탄코도 아들인 간이치가 어릴 때 겪은 일을 말하는 거기도 하다. 베끼면 자신의 수명을 알 수 있는 책. 간이치도 그걸 했을지도. 그 뒤 오치카는 흑백방에서 여섯 번 혼인한 사람 이야기를 듣는다. 혼인한 남편 얼굴이 다 닮았다고 한다. 그건 혼인한 사람만 그렇게 본 듯하다. 그 이야기를 듣고 오치카는 마음을 먹고 효탄코도 아들 간이치를 찾아간다. 오치카는 간이치한테 간이치를 끝까지 지켜보고 싶으니 자신을 아내로 맞아달라고 한다. 오치카가 그렇게 말하는 게 더 어울려 보인다.

 

 오치카는 미시마야를 떠나면 이제 나오지 않을까. 도미지로는 자신이 오치카를 이어서 이야기를 듣겠다고 한다. 도미지로는 자신한테는 그림이 있어서 큰일은 없으리라고 여긴다. 일본은 첫째가 집안 일을 잇는다. 첫째가 아닌 사람은 어딘가 데릴사위로 들어가면 좀 낫지만 일 찾기 어려운 듯하다. 도미지로는 둘째다. 흑백방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가 자기 길을 찾을지도 모를 일이다. 화가는 생각 없는 걸까. 그림 잘 그린다는데. 도미지로 형인 이이치로는 어렸을 때 본 금빛눈을 가진 흰색 고양이가 사람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전에는 미시마야 아들 이야기가 거의 없었는데 《삼귀》와 이번 《금빛눈 고양이》에서는 자세하게 나왔다. 흑백방에서 오치카 다음으로 도미지로가 이야기를 듣게 해서겠다. 앞으로도 가슴에 담아둔 이야기를 하러 손님이 미시마야에 오겠구나.

 

 

 

희선

 

 

 

 

☆―

 

 사람이 마음에 품은 간절한 바람.

 

 생이별한 아이를 만나고 싶다.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돌아보게 하고 싶다. 죽은 사람을 되살리고 싶다. 끊이지 않는 불행을 끝내고 싶다.

 

 사람은 약하기에, 욕심을 부리기에 끝없이 바란다. 그 약함에 파고드는 행봉신은 잡아먹을 것이 없어서 어려울 일은 없다.  (<열어서는 안 되는 방>에서, 1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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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떠올리는 풍경속엔

사람이 없다

 

가장 처음 떠오른 건

아무도 없는 놀이터

난 어렸을 때 놀이터에서 놀지 않았다

그냥 아이들과 밖에서 뛰어 놀았다

아무도 없는 놀이터는 나한테 무엇일까

언제나 늦어서

다른 아이들이 다 집에 돌아간 다음에

혼자 가는 곳일까

그런 느낌이 들 때 가끔 있다

그곳은 진짜 놀이터는 아니지만

놀이터와 다르지 않은 곳이구나

하지만 그곳에서 같은 시간에 누군가와 마주치기는 어렵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 해도

난 깜짝 놀라 피하겠지

 

 

 

2

 

바람이 불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누렇게 익은 벼는 물결처럼 보인다

평화로운 풍경이다

 

태풍에 쓰러지지 않기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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