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자신만의 것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지만

아무도 다른 사람 슬픔을

똑같이 느낄 순 없다

 

슬픔은 자신만의 것이다

 

 

 

 

 

 

 

작은 행운

 

 

 

 

커다란 행운보다

작은 행운이 더 기쁘다네

엄청나게 좋은 일이 일어나면

언제 안 좋은 일이 일어날지 모를 일

 

아주 가끔이라도

작은 행운이 찾아온다면 좋겠네

아니

행운이 찾아오지 않아도 괜찮네

그저 아무 일 없는 나날이길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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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책 - 제8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3
이민항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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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그저 사물이기만 할까. 책이 생각하거나 사람을 조종할 수도 있을까. 이건 컴퓨터 그러니까 인공지능이 할 만한 일일까. 아니 꼭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오래된 물건은 영혼(마음)을 갖는다는 말도 있다. 이건 일본에서 전해오는 이야기지만. 거기에 책이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듯하다. 없는 상상력으로 책이 사람을 끌어들이고 책속에 가두는 걸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런 이야기 아주 없지 않기도 하다. 책을 보다가 책속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무언가를 해내야 현실로 돌아오는 이야기. 미하엘 엔데 《끝없는 이야기》는 책속에 들어간 자신이 이야기를 끌어가던가. 이야기 세계에서 중요한 사람을 구한다. 그건 재미있게 봤구나.

 

 지금까지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책속에서 책을 찾는 이야기도 있다. 이것도 그런 것처럼 보이기도 하면서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사람은 어딘가에 떠나면 다시 자신한테 돌아오고 자신이 정말 바라는 게 뭔지 알게 된다. 이 책도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윤수는 곧 문을 닫는 풀잎도서관에서 알렉산드리아도서관 바티칸도서관 토머스 모어가 모은 책이 있는 곳에 갔다가 1953년 풀잎도서관으로 돌아온다. 모험이라면 모험이지만 책을 보는 것과 책속 사람이 되는 게 섞였다. 다른 사람을 보다가 윤수가 그 시대 사람이 되기도 한다. 무언가를 바꾸지는 못한다. 윤수가 읽는 건 인류가 가장 처음 만든 책이다. 그 책에는 많은 지식과 우주 비밀이 담겨 있다고 전해진다. 그런 책 있다면 찾고 읽어보고 싶겠지. 읽어보고 싶어하는 사람과 책이 위험하다고 여기고 그것을 지키는 사람이 있었다.

 

 이 책을 다 읽어보니 인류가 가장 처음 만든 책은 요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문만 대단하고 실제로는 사람이 가진 기를 빼앗아 오래 살아남은 책. 마지막에 그런 말이 나오기도 한다. 최초의 책은 사람 생기를 빨아먹는다는. 여기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책한테 생기를 빨리고 책속 시간에 갇힌 사람도 있을 거다. 최초의 책은 자신을 펼친 사람 생기를 먹이로 삼았겠지. 그러지 않았다면 이 책은 오래 살아남지 못했을 거다. 여러 사람이 봤기에 책속 이야기는 자꾸 늘어났겠지. 최초의 책에는 그걸 찾는 사람 이야기가 담겼다. 책을 찾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못 찾는 사람도 있단다. 여기에는 책을 못 찾은 사람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윤수는 고등학생으로 사서가 되기를 꿈꾼다. 지금은 어떤 일이든 쉽게 하기 어렵다. 사서도 자리가 그리 많지 않겠지. 윤수가 돕는 풀잎도서관은 곧 문을 닫는다. 그곳에 미군 미사일 기지를 짓는다고. 윤수는 우연히 최초의 책을 알고 읽게 된다. 최초의 책은 자신을 읽을 사람을 골랐다. 윤수한테는 그 자격이 있었다. 책 때문에 윤수는 오래전에 있었던 도서관을 보고 그때 사서를 본다. 그런 게 윤수한테는 더 좋았던 게 아닐까 싶다. 힘들다 해도 사서가 되겠다 마음먹으니 말이다. 윤수가 사서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건 사람들이 책 읽는 모습을 보는 것과 책을 알려주는 걸 좋아해서기도 했다. 풀잎도서관 사서인 권영혜 선생님을 돕기도 해서 사서에 관심을 가졌다. 권영혜 선생님 때문에 최초의 책도 알게 됐구나.

 

 세상, 우주 비밀이 담긴 책은 정말 있을까. 겨우 책 한권 보고 무언가를 알려고 하는 건 욕심이 큰 거 아닐까 싶다. 그걸 알면 어떻게 될까. 그 책을 보려는 사람은 부자가 되고 싶은 건지, 세상을 지배하고 싶은 건지. 우주 비밀은 아니지만 법칙 하나는 안다. 그건 무엇이든 시작과 끝이 있다는 거다. 이건 많은 사람이 알겠다. 시작하면 언젠가 끝난다 해도 시작과 끝 사이는 자신만의 이야기로 채우면 좋겠다. 사람 삶은 책과 다르지 않다. 윤수는 사서가 되기 힘들어도 하기로 한다. 최초의 책을 보고 사서를 더 생각하게 됐다. 옛날 사서는 책을 지키려고 애쓰기도 했다. 윤수는 그런 모습에서도 영향 받았겠지. 윤수는 모험을 하고 꿈을 굳히게 됐구나. 무언가 꿈을 갖는 건 좋은 일이다. 책은 사람을 꿈꾸게 한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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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다니던 길이 아닌 길로 들어서자 그곳 공기가 바뀌었다. 난 좀 더 걸어서 아는 곳으로 나왔다. 그곳은 늘 다니던 곳이면서 다른 느낌이 들었다.

 

 조금 이상했지만 난 그대로 걸어서 집으로 갔다. 같은 곳이면서 다른 곳 같았는데 다행하게도 집은 있었다. 그런데 내가 사는 집과 조금 달랐다. 난 집으로 곧장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집을 살펴보았다.

 

 얼마 뒤 집 문이 열리고 누군가 나왔다. 그 사람은 얼마전에 죽은 동생이었다. 난 깜짝 놀랐다. 동생은 나를 보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언니 거기서 뭐 해.”

 

 “…….”

 

 난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동생을 보고 눈물 흘렸다.

 

 “언니, 무슨 일 있어. 왜 울어?”

 

 “……아무것도 아니야. 햇볕이 눈부셔서. 나 다시 나갈 거야.”

 

 겨우 한마디 하고 난 그곳을 떠났다. 난 내가 잘못 들어온 길로 돌아가서 내가 사는 곳으로 돌아왔다.

 

 시간이 흐른 뒤 한번 더 그곳에 가 보려 했는데 다시는 갈 수 없었다. 하지만 괜찮다. 내가 사는 세상에 살던 동생은 이제 만날 수 없지만 다른 곳에 동생이 건강하게 산다면 말이다.

 

 그곳에 사는 동생이 아프지 않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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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 가까운 말 창비시선 386
박소란 지음 / 창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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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시가 가득하지. 무엇이든 시로 볼 수도 있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야. 세차게 쏟아지는 비는 어떤 시일까. 난 시보다 걱정을 하겠지. 비 많이 오면 안 될 텐데 하고. 겨우내 집에만 있다 봄이 오고 밖에 나가 푸릇푸릇한 새싹과 새순을 만난다면 마음이 기쁠 듯해. 겨우내 집에만 있지는 않겠지만. 날마다 세상은 바뀔 텐데 눈에 보이는 게 있어야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구나 하지. 겨울에서 봄으로 바뀔 때는 많이 달라져서 바로 알기도 해. 여름에서 가을로 바뀔 때는 어떨까. 뜨거운 여름 날을 보내고 어느 날 밤 서늘한 바람을 느끼고 풀벌레 소리를 들으면 여름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할 듯해. 냄새와 느낌으로 철이 바뀌는 걸 알겠어.

 

 

 

노래는 구원이 아니어라

영원이 아니어라

노래는 노래가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어라  (<노래는 아무것도>에서, 8쪽)

 

 

 

 구원도 영원도 아닌 노래라 해도 그걸 듣거나 부를 때만큼은 구원받고 영원하지. ‘순간’이면 어때. 그 순간이 있기에 살 수 있는 거 아니겠어. 그런 순간조차 없다면 삶은 얼마나 어둡고 추울까. 어둡고 추워도 그걸 이겨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람은 다 단단하지 않아. 아주 쉽게 깨어지고 무너지는 사람도 있어. 누군가는 깨어지고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기도 하겠지. 그것 또한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마음이 단단하다고 해서 상처받지 않는 건 아닐 거야. 보이지 않는 금이 자꾸 늘면 부서질지도. 아니 다시 붙어서 멋진 무늬를 만들까. 시와 노래가 그렇게 되게 도울지도 몰라. 자, 세상을 바라보고 시를 찾아봐.

 

 

 

길바닥에 떨어진 십원짜리

 

십원으로 무엇을 살 수 있나요 아무것도

너는 살 수 없어 말하듯 단호한 표정으로 흩어지는 풍경들,

겨울

 

언젠가

한닢의 십원짜리를 위해 잠시 걸음을 멈출 사람

허름한 전구를 만지작거리는 것처럼 조심스레 눈동자를 밝혀 들고

값싼 화장이 뭉개진 작고 동그란 얼굴을 넌지시 들여다 볼 사람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겠지 나는

 

곁에 누웠던 누군가 황망히 떠난 새벽 한때의 여관방 같은 보도블록 위

십원짜리

 

십원짜리를 주워 살그머니 제 주머니 속으로 들일 사람

주머니는 참 따뜻할 텐데

붉은 담요를 두른 손이 있어 찬 등을 가만가만 쓸어줄 텐데

 

기다릴 수밖에 없겠지 기다림이 기다림의 잃어버린 모양을 문득 알아볼 때까지

 

별 수 없으니까, 바닥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

 

-<참 따뜻한 주머니>, 18쪽~19쪽

 

 

 

 길에 떨어진 십원짜리를 보고 쓴 시일까. 예전 십원짜리는 길에 떨어져도 흠집이 심하지 않았는데 지금 십원짜리는 쉽게 찌그러지고 흠집도 심해. 그런 거 써도 괜찮을까. 난 십원짜리 길에서 보면 주워. 내 주머니도 따듯하겠지. 그렇다고 말 해. 십원짜리로 무얼 살 수 있을까. 십원짜리 하나는 어렵겠지만 좀 더 있으면 괜찮아. 십원짜리를 우습게 보면 안 돼. 작은 것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 마음은 따듯하겠지. 길에 떨어진 십원짜리 마음처럼 보이기도 해. ‘날 주워’ 같은. 십원짜리를 봐도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많겠지만 십원짜리를 알아보고 줍는 사람도 있을 거야. 잠시만 더 기다려 십원짜리야. 널 반갑게 여길 사람이 나타날 테니. 울지 마.

 

 

 

내 집은 왜 종점에 있나

 

 

안간힘으로

바퀴를 굴려야 겨우 가닿는 꼭대기

 

그러니 모두

내게서 서둘러 하차하고 만 게 아닌가

 

-<주소>, 50쪽

 

 

 

 몇해 전에도 만난 시인데 난 또 이 시에서 멈추었어. 무언가 많이 가진 걸 시로 쓸 수도 있겠지만, 시는 모자란 걸 더 쓰는 것 같아. 슬프고 아프고 괴로운 마음도. 이 시집에 담긴 시에서 가난을 여러 번 느꼈어. 가난하면 어떤가 싶기도 해. 가진 사람은 못가진 게 어떤 건지 잘 모르기도 하지만 못가진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 마음을 조금 알기도 해. 있는 사람보다 없는 사람 마음을 아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이런 것도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일까. 사람은 다 모자란 부분이 있을 텐데. 많은 걸 가진 사람이어도 채우지 못한 게 있을 거야.

 

 시는 가까운 것 같으면서 멀기도 해. 자연에서 보는 시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담은 시는 마음 아프게 해. 마음 안 좋고 슬프고 아파도 잘 보고 잊지 않으면 좋겠지. 지금 시대는 많은 일이 쉽게 흘러가버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닐지라도 자신한테 일어난 일에도 실컷 슬퍼하고 울어. 그런 시간도 있어야 해. 그런 시간이 다른 사람도 생각하게 하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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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 넌 지금 어떨까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세상은 아주 작겠지

그래도 그곳에서는 보고 싶은 걸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아

그렇지?

이곳에 살때 못 봤던 거 실컷 보고

보고 싶은 사람도 자주 봐

우연히 눈이 맞아도 이곳에 사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아니 어쩌면 네 눈길을 조금 느낄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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