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톡

빗방울이 창을 두드려요

오랜만에 비가 놀러왔지만

함께 놀지는 못해요

 

비가 창을 두드리는 건

그저 자신이 왔다는 걸

알리는 거예요

 

비는 비끼리 놀다가

돌아가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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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2-20 0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점심시간 무렵에 나왔더니 땅이 젖어 있더라구요. 아마도 새벽부터 오전까지 비가 왔던 모양인지. 많이는 안 온 것 같고...ㅎㅎ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 저도 때맞춰 보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희선님 즐거운 한주 보내세요^^

희선 2023-02-21 01:13   좋아요 0 | URL
비가 좀 더 와야 하는데 조금밖에 안 왔네요 아주 안 오는 것보다 낫다고 해야겠습니다 동해쪽은 여전히 건조한가 봅니다 어제는 바람 차고 춥더군요 오늘 더 춥다고 해요 거리의화가 님 감기 조심하세요 며칠 지나면 풀린다고 합니다


희선
 




멋진 풍경을 그린 그림을

벽에 걸어두었는데,

이튿날 보니 흰색 도화지만 남았어요


거리를 걷다보면

그림 속 풍경이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고

꿈 속에선 그림 속 풍경을 거닐어요


어딘가에,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풍경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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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오늘 하루 중 '별것 아니지만 그래도 좋았어' 하고 느낀 순간을 적어보자



 하루에서 별것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걸 생각하니, 예전에 썼던 것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걸 하면 좋고 못하면 조금 아쉽기도 하니.


 별것 아니지만 책을 읽으면 조금 처진 마음이 괜찮아진다. 이것도 어떤 날은 못하기도 한다. 어떤 날은 아주 오래 하지만, 그런 날은 어쩌다 한번이다. 그건 내가 게을러서겠지. 빨리 일어나고 다른 걸 빨리 하고 책을 보면 되는데 그런 날보다 늦게 일어나는 날이 더 많으니 말이다.


 조금이라도 걸으면 좋다. 지난달보다 이달에 덜 걸은 것 같다. 음악을 듣거나 편지를 써도 좋다. 음악 들으면서 편지쓰기. 이렇게 하면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하는구나. 책을 볼 때는 음악 듣기 조금 어렵다.


 쓸 게 없는데도 글을 쓰면 좋다. 이거야말로 별것 아니지만 좋은 거구나. 거의 유치하고 왜 썼대 하는 생각을 하지만, 아주 가끔은 괜찮네 하기도 한다. 나 혼자 그러지만. 그런 것도 괜찮겠지. 이달에 다른 건 잘 못했지만, 글은 거의 날마다 썼는데 이틀 못 썼다. 억지로 쓰고 쓴 거 또 쓴 느낌이 들어서 아쉽지만. 썼다는 게 중요하지.


 이렇게 쓰고 보니 오늘 하루는 아니구나. 날마다 느끼는 것에서 생각하다니. 하루에 하나 정도 별거 아니어도 좋은 게 있으면 그날 하루는 괜찮겠다. 지금은 작은 일을 더 소중하게 여기기도 한다. 큰 일이 아니면 어떤가.








10 꿈꾸었던 돈을 다 모았다면 지금부터 어떻게 살고 싶어?


 딱히 꿈꾸었던 돈은 없지만. 예전에 그런 거 생각하지 못해서 조금 아쉬웠다. 그랬다면 좀 더 일하는 게 나았을 텐데 말이다. 힘들다 해도 돈을 모을 때까지 일해야지 했을지도.


 집을 살 돈을 모았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한 적 있다. 지금 사는 곳은 지은 지 오래되고 1층이다. 기후변화로 여름이면 비가 많이 오지 않는가. 2012년에는 물난리가 나고, 지난 2022년에도 그럴 뻔했다. 지난해에만 비가 많이 온 건 아니다. 다른 때도 많이 왔다. 새벽 내내 천둥소리 들려서 잠을 잘 수 없었던 날도 있었다. 지난 8월에 한시간인가 한시간 좀 넘었는지 어쨌든 비가 많이 쏟아져서 뉴스에도 나온 듯하다. 그 뉴스 인터넷에서 봤다. 다행하게도 비가 그쳐서 물난리는 나지 않았다. 조금 더 왔다면 또 겪을 뻔했다. 불도 무섭지만 물도 무섭다.


 여름에만 물난리 걱정하지 않는다. 2012년 뒤로는 여름에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기를 바라고, 새해가 오면 이번 여름 별 일 없이 가야 할 텐데 한다. 지진은 거의 자연재해구나. 얼마전에 일어난 튀르키예 시리아 지진 무섭다. 난 터키가 튀르키예가 된 걸 이제야 알았다. 그동안 그런 것도 모르고 살았다니.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도 스물네시간 비가 오고 물난리가 났다는 거 봤다. 늪에 살던 악어가 도심에 나타났다고.


 지구가 많이 아프구나. 지금만 그런 건 아니다. 지구를 살리려고 해야 할 텐데. 이건 어느 한 나라만 해서는 안 된다. 어느 나라나 해야 한다. 잘사는 나라에서 지구를 망치고 피해를 보는 건 가난한 나라다. 여러 가지 하는 것 같은데 바로 좋아지지는 않겠지. 좋아지게 하기보다 지구가 나빠지는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기를 바란다.


 물음으로 돌아와, 돈을 모았다면 좀 괜찮은 집 2층이나 3층을 사고 여름이 와도 마음 편하게 살고 싶다. 이건 나만 생각하는 거구나. 누구나 여름이 오면 피해를 입지 않아야 할 텐데. 지난해에는 서울에 난 물난리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다.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할 텐데.




*더하는 말


 난 어느 날 갑자기 많은 돈이 생기는 거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돈을 모으려면 열심히 일해야 하고 아껴써야 한다. 그래도 가끔 복권 당첨되는 사람이 있구나. 어떤 사람은 아이유 꿈을 꾸고 복권 샀더니 당첨됐다고 한다. 며칠전 라디오 방송 들으니 연예인이 나와서 복권 샀더니 당첨됐다고 했다. 나도 어쩌다 한번 나오는데, 그때 복권을 사 볼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잊어버릴 것 같구나. 누가 나왔다는 것만 기억하고 좋아하겠지.








11 내가 요즘 애용하는 물건은 어떤 거야?




만년필





 화숙이 태어난 날 화숙은 친구 혜은을 만났다. 혜은이 화숙한테 만나자고 전화를 했다.


 두 사람은 서로가 사는 가운데쯤 되는 카페에서 만났다. 그곳은 두 사람이 자주 만나는 곳이었다. 커피와 케이크가 맛있는. 혜은은 작고 긴 상자를 꺼내 화숙한테 건넸다.


 “화숙아, 태어난 날 축하해.”


 “뭐, 이런 걸. 그냥 만나고 커피만 마셔도 되는데. 어쨌든 고마워. 이거 바로 뜯어봐도 돼?”


 “조금 부끄럽지만, 응, 봐.”


 화숙은 혜은이 건넨 작고 긴 상자 포장을 조심스럽게 뜯고 상자를 열어 보았다. 거기엔 만년필이 들어 있었다. 화숙은 활짝 웃고 혜은한테 말했다.


 “만년필이잖아. 고마워. 잘 쓸게.”


 두 사람은 오랫동안 친구로 지냈다. 다섯해 전쯤 화숙은 혜은이 태어난 날 선물로 만년필을 주었다. 지금 혜은이 화숙한테 준 만년필은 그때 받은 것과 같은 거였다. 혜은은 여전히 화숙한테 받은 만년필을 썼다.


 “예전에 네가 준 거랑 같은 거지만, 우리 같은 거 오래오래 쓰자.”


 “그러자. 난 글 별로 안 쓰지만, 이 만년필 쓸 때면 혜은이 네 생각 나겠다.”


 “나도 그래. 네가 준 만년필 쓸 때마다 네 생각해.”




*더하는 말


 이건 제 이야기가 아니고 지어 쓴 겁니다. 처음엔 조금 다르게 생각했는데. 쓰고 나니 이렇게 됐군요. 친구한테 준 것과 똑같은 만년필 받으면 좋을지. 저는 만년필 안 쓰고 볼펜이나 유성펜 연필 샤프펜슬 씁니다. 여러 가지 쓰는군요.








12 나만의 가게가 생긴다면 어떤 가게로 만들고 싶어?



 뭔가 파는 건 나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만약 가게를 한다면 책방이 가장 좋을 것 같아. 다른 건 손님과 잘 어울려야 할 것 같지만 책방은 손님하고 많이 친해지지 않아도 괜찮겠지.


 이런 말하고 나니 언젠가 본 책이 생각나네.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웬디 웰치)이야. 여기는 헌책방이야. 웬디와 남편 잭은 애팔래치아 산맥의 시골 마을 빅스톤갭에 갔다가 그곳에 집을 사고 헌책방으로 만들어. 시골이어서 사람들이 별로 오지 않을 것 같기는 해. 그래도 거기 사는 사람이 자주 오더라고.


편하게 들어오세요

https://blog.aladin.co.kr/798715133/6638897



 요즘 한국엔 작은 책방, 동네 책방이라고 하는 책방이 생기기도 하더군. 그런 책방 잘 되는 곳도 있고, 코로나 때문에 문 닫은 곳도 많을 거야. 책방은 크든 작든 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어. 그 지역 동네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문 닫지 않을지. 솔직히 말하면 난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해서. 이런 난 책방도 잘 못하겠어.


 나만의 가게, 책방이니 잘 안 되면 어때. 내가 책방에서 책을 읽으면 되지. 책을 팔아야 하는데 내가 거기 있는 책을 읽겠다니. 내가 주인이 아니고 일하는 처지라면 참 힘들겠지만, 내가 주인이라면 마음대로 해도 돼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을 것 같군.


 가끔 책방에서 행사를 해도 괜찮겠어. 시 읽기나 소설 읽기. 자신이 읽고 싶은 부분을 읽고 듣는 거지. 노래해도 괜찮고. 이런 거 벌써 한다고. 그렇겠군. 나도 그런 거 본 적 있어서 생각한 거겠어.








13 어린 시절, 친구와 가장 행복했던(즐거웠던) 기억은?



 이 물음에 ‘행복했던’이라는 말이 있지만, 난 ‘즐거웠던’으로 쓰겠다. 난 행복이라는 말 잘 안 쓴다. 여전히 이게 뭔지 잘 모르겠다. 즐거웠던 것도 행복과 다르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친구와 즐거웠던 기억은 있던가. 그래도 좋았던 기억이라면 어릴 때 만난 친구와 함께 밖에서 놀았던 거다. 지금은 밖에서 노는 아이들 별로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주 없지는 않다. 아파트 옆을 지나다 보면 놀이터에서 친구와 노는 아이 있기도 하다.


 난 놀이터에서 논 적은 없다. 어릴 때 살던 곳에는 놀이터 없었다. 학교도 멀었다. 초등학교다. 걸어서 삼십분 넘었다. 그때부터 학교에는 걸어 다녔다. 그때 걸어서 나중에 좀 낫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지금도 어디든 걸어 다닌다. 어릴 때 살았던 곳도 다른 데서 이사한 곳인데, 거기에 나랑 같은 나이 친구가 있었다. 하나는 같은 학년이었지만, 하나는 한 학년 위였다. 어릴 때는 나이만 같으면 친구 아닌가. 한 학년 위여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 친구는 뭐든 잘했다. 고무줄 공기놀이 다.


 친구가 셋이면 별로 안 좋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두 친구가 나하고 말을 안 했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둘만 놀고 나를 따돌렸다. 이건 즐거웠던 기억이 아니구나.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이 말 몇 번을 쓰는 건지. 시간이 가고 다시 말했다. 그때는 한 학년 위인 친구한테 다른 친구가 언니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나도 그랬다. 어릴 때 난 좀 어수룩했구나. 지금도 다르지 않던가.


 조금 안 좋은 기억이 있지만, 그래도 그때 친구와 놀던 때가 가장 즐거웠다. 다른 친구하고는 별로 놀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동네 친구는 그때 뒤로는 사귀지 못했다. 어쩐지 아쉽구나. 지금은 친구가 별로 없다. 아니 거의 없나. 실제 만나는 친구는 없지만 이렇게 인터넷에서 만나는 친구는 있으니 괜찮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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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이런저런 꿈을 꾸는데

나이를 먹으면 꿈이 작아져

아니 꿈을 꾸는 것도 잊던가

 

작은 꿈이라도

잊지 않고 꾼다면

좋을 텐데

 

언젠가 흩어져 버린다 해도

꿈, 바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사는 게 좀 낫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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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2-19 0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에는 꿈을 많이 꿨는데 요즘은 눕자마자 잠이 들어 푹 자요.
잘 자는게 좋은 것인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희선님은 꿈꾸는게 좋으신 거군요.
저는 꿈 없이 푹 자는게 더 좋아요^^

희선 2023-02-19 02:08   좋아요 1 | URL
저는 꿈이 생각날 때도 있고 꿈을 꾸지만 깨고 나면 하나도 생각나지 않기도 합니다 그런 게 왔다 갔다 해요 어떤 때는 자면서 꿈 기억해야지 하기도 해요 그럴 때는 생각나기도 하는데, 한번 일어났다 다시 자면 잊어버려요 꿈을 꾸면 좀 피곤하죠


희선
 
페퍼민트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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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어릴 때는 부모 보살핌을 받지만, 그건 간병과는 다르구나. 아이는 시간이 흐르면 스스로 걷고 스스로 많은 걸 한다. 아픈 사람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도 모두 자기 앞가림을 하는 건 아니다. 시간이 지나고 낫는 병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저 그런 것도 있다. 식물인간은 깨어날 확률이 아주 적겠지. 그런 사람을 돌보는 건 쉽지 않겠다. 엄마여서 아내여서 그냥 내버려둘 수 없다. 아빠가 아플 때도 있겠지만. 이 소설 《페퍼민트》에서는 엄마가 식물인간이 되었다. 그것도 감염병으로 잠시 동안 심장이 멈추고 머리로 피가 가지 않았다. 다시 돌아올 희망이 없다 했다. 식물 같은 사람이라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누워 있기만 하는. 그렇다고 죽은 것도 아니다.

 

 지금은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 세계를 덮쳤다. 여기에서는 프록시모 바이러스라는 게 나타났다. 코로나19처럼 감염되는 듯하다. 시안이 엄마가 식물인간이 되고 벌써 여섯해가 지났다. 시안은 지금 고등학교 3학년이다. 아빠와 요양 보호사 선생님과 시안 세 사람이 돌아가면서 엄마를 보살폈다. 그런 시간이 여섯해라는 거구나. 어릴 때부터 누군가를 간병하면 참 우울하겠다. 엄마가 다시 좋아진다는 희망이라도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것도 없으니 앞이 캄캄하겠다. 이런 거 보니 내가 어릴 때 일이 생각났다. 우리 엄마도 병원에 오래 있었다. 그때뿐 아니라 그 뒤에도 여러 번이나 병원 신세를 졌다. 그런 일 때문인지 난 병원에 가는 게 아주 싫다. 내가 아파서 병원에 갈 일은 없으면 좋을 텐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나도 잘 모르겠다. 병원은 정말 안 좋다. 병원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기는 하다. 누군가는 병원 사람이 친절하게 해줘서 그것 때문에 병원에 가기도 하는구나. 그게 지나치면 다른 사람 친절에 의존하는 뮌하우젠증후군이라 하던가.

 

 시안이와 엄마 아빠가 프록시모 바이러스에 감염된 건 해원이 식구와 친하게 지내서였다. 해원이 엄마가 미국에 있는 동생을 만나고 와서 감염됐는데, 증상이 있었는데도 해원이 엄마는 일을 하러 갔다. 시안과 해원 그리고 해원이 오빠 해일은 함께 지냈다. 해원이 식구가 슈퍼 전파자 N번이라는 게 알려지고 해원이 식구는 그곳을 떠난다. 시안이한테는 말도 하지 않고. 슈퍼 전파자한테 많은 사람은 아주 안 좋은 말을 했다. 코로나19 때도 다르지 않았다. 자신이 슈퍼 전파자가 될지 누가 알았을까 싶기도 한데. 해원이 식구는 많은 사람의 비난을 견딜 수 없었겠지. 해원은 이름도 바꾼다. 김지원으로. 지원이라는 이름이 흔한가. 흔한 사람 속에 묻히고 싶은 해원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병원에서 시안은 해원이 오빠 해일이를 만난다. 해일은 시안을 보고 반가워했지만, 시안은 원망하는 마음이 있었겠지. 그래도 그런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 자신은 아주 힘든데 해원과 해일은 평범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좋지 않겠다. 시안은 해원을 찾아가고 처음엔 엄마 일을 숨긴다. 그 일을 숨기려 해도 다 숨길 수는 없겠지. 시안은 해원이한테 부탁하는데. 그런 일을 부탁하다니 시안이 마음은 진심이었을까. 모르겠다. 힘들다 보면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 자신도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니 말이다.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시안은 죄책감으로 살지 못했을 거다. 다행하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행이라면 다행이구나.

 

 어떤 일을 남 탓만 할 수도 없겠지만, 그때 조금 조심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겠다. 시안도 그랬겠지. 해원이네 식구와 아주 친하게 지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많이 했을 것 같다. 코로나19도 아주 친하게 지내면 안 된다. 밥을 같이 먹거나 가까이에서 이야기 하고 손을 잡거나 하면 안 되겠지. 감염병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좀 멀어지게 했구나. 아니 꼭 그럴까. 꼭 가까이 붙어 있어야 좋은 걸까. 조금 거리를 두고 살면 안 될까.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조금 우습기도 하다. 난 거리를 좀 많이 둔다. 그러면 안 될까. 그런 사람도 있는 거 아닌가. 왜 이런 말로 흘렀는지.

 

 사람은 어느 때 누군가를 간병하기도 하겠지. 혼자라면 그러지 않는다 해도. 자신도 누군가한테 간병 받아야 할까. 난 그러고 싶지 않다. 그렇게 해줄 사람도 없구나. 다행이다. 다른 사람한테 신세지지 않아도 돼서. 그러니까 난 아파도 병원에 안 가고 그걸로 죽는다면 그런가 보다 할 거다. 병원도 아주 싫다. 난 이렇다 해도 다른 사람은 다르겠다. 누군가를 간병하는 게 아주 힘들지 않아야 할 텐데, 간병은 그러기 힘들겠다. 다른 사람한테 시설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받기도 해야 한다. 난 마음을 닫아서 그게 어렵겠지만. 좋게 생각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니. 어쩌다 내가 이렇게 됐을까.

 

 

 

희선

 

 

 

 

☆―

 

 “너무 슬퍼하지 마. 모두 결국에는 누군가를 간병하게 돼. 한평생 혼자 살지 않는 이상, 결국 누구 한 명은 우리 손으로 돌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야. 우리도 누군가의 간병을 받게 될 거야. 사람은 다 늙고, 늙으면 아프니까. 스스로 자기를 지키지 못하게 되니까. 너는 조금 일찍 하게 된 거라고 생각해 봐.”  (191쪽~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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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2-17 09: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이러스의 전파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것이 이제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데 앞으로 이런 일들이 더 많아지겠지만 그때가 된다고 해서 이전의 대처 경험이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어요. 슈퍼전파자가 되어 이름까지 바꿀 정도라니... 그 마음이 굉장히 괴로웠을 것 같습니다. 내가 이걸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의도한 바도 아닌데 삶이 완전히 바뀌는 경험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이 책이 이런 내용이라니 놀랐습니다. 제목이나 책의 이미지만 봐서는 무슨 청춘 드라마 같이 느껴졌는데요ㅠㅜ
간병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희선님도 그런 경험이 있으시다니 병원가는게 더 꺼려지시겠죠.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예방 차원에서 가까이 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희선 2023-02-18 01:45   좋아요 1 | URL
몇해전에는 바이러스가 나타났는지도 잘 몰랐네요 그래도 사스는 뉴스에서 보고 그런 게 있구나 했습니다 메르스도 잘 몰랐습니다 코로나는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다니, 처음보다는 덜하다 해도 여전히 심하게 아픈 사람도 있겠습니다

예전에 슈퍼전파자라고 하면서 나온 사람 있기도 했네요 그리고 신천지... 그 뒤로 더 많이 나왔을 때는 그런가 보다 하게 되다니... 사람은 시간이 가면 적응을 하는군요 그래도 안 걸리는 게 좋고 걸린다면 덜 아픈 게 낫겠지요

코로나는 아니라 해도 지금 우리가 사는 이야기와 아주 다르지 않기도 하더군요 식물인간은 돌보기 더 힘들겠습니다 여러 가지 즐기고 싶은 고등학생이기도 한데... 어떤 건 식구만으로 하기 어려운 것도 있으니 도움을 받기도 해야겠네요 꼭 나이 많은 부모 간병만 하는 건 아니기도 하겠습니다 그 반대도 많겠습니다 세상에 아픈 사람이 없기는 힘들겠지만, 많이 힘들지 않기를 바랍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3-02-17 14: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로나를 계기로 우리에게도 언제 어디서나 감염병이 닥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저를 포함한 누구나 병에 걸리면 간병을 받아야 하겠지요. 희선님께서도 간병 경험이 많으시군요~~
병원에 가보면 어찌 그리 아픈 사람이 많은지 항상 놀랍고 두려워요^^

희선 2023-02-18 01:49   좋아요 1 | URL
앞으로도 코로나와 비슷한 감염병 나타나겠지요 더 심할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그런 걸 덜 나타나게 하려면 사람이 지구를 더 생각해야 할 텐데... 남한테 간병 받는 건 별로 안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니 안 아프도록 하는 게 좋지요 마음대로 안 될지... 저는 아주 힘들었다고 말하기 어려울지도... 그래도 병원은 안 좋기도 하네요 지금은 병원에 들어가면 아예 못 나오기도 하잖아요 정말 병원엔 아픈 사람 많죠


희선

서니데이 2023-02-17 21: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백온유 작가의 ˝유원˝을 읽은 적이 있는데,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청소년 소설을 잘 쓰는 작가 같았어요.
이 책도 소개를 읽었는데, 아직 읽지 못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찾아보겠습니다.
희선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3-02-18 01:51   좋아요 1 | URL
저는 그 책 라디오 방송에서 이야기하는 거 들었어요 다른 분이 읽고 쓴 글도 봤군요 거기 나오는 아이도 사는 게 쉽지 않아 보였는데, 그렇다고 아주 절망만 있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네요 이 이야기도 그래요 절망만 보여주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아주 좋아지지는 않지만...

서니데이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바람돌이 2023-02-18 0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돌봄노동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는데요. 이 책도 그런 생각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책인거 같네요.

희선 2023-02-18 01:53   좋아요 0 | URL
부모는 아이를 돌보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해도 자식은 부모가 아플 때 돌보기 힘들어하는군요 자식보다 부모 돌보기가 더 힘들기는 하겠습니다 자신도 나이를 들 텐데... 이런 게 위안은 안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파도 많이 아프지 않으면 좋을 텐데...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