草枕 (小學館文庫 な 14-1) (文庫)
나쓰메 소세키 / 小學館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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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베개

 

 

    

 

 

 

몇해 전에 《신의 카르테》(나쓰카와 소스케)를 읽고 그 안에 나온 나쓰메 소세키 소설 《풀베개》를 알았다. 거기에서 이 책을 즐겨읽은 사람은 내과의사 구리하라 이치토다. 책을 언제나 가지고 다니고 외우기도 했다. ‘신의 카르테’에서는 죽음과 삶을 이야기한다. 삶, 죽음은 많은 책에서 말하는 주제다. ‘신의 카르테’에는 삶보다 죽음이 더 많이 나온다. 죽는 사람이 나와서 그렇게 생각했나보다. 어쩌면 그건 죽음보다 삶을 이야기하는 건지도. 병에 걸려도 그 병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도 있지만, 죽음을 맞는 이야기도 많다. 이치토가 일하는 병원에는 대학병원에서 받아주지 않는 말기암 환자가 찾아온다. 이치토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잠시 아픔을 가시게 할 뿐이다. 환자를 보낼 때마다 이치토는 힘들어한다. 그래도 그곳에서 이치토를 만난 사람은 그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이치토는 아픈 사람 마음을 생각하는 의사다. 대학병원은 환자를 제대로 안 보고 나을 수 있는 사람만 받기도 한다. 환자를 제대로 보지 않는다는 건 진찰 시간이 짧다는 거다. 사람이 많이 가서 그럴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좀더 마음을 쓰면 좋을 텐데. 나는 병원에도 잘 가지 않는데 이런 말을 했다. 병원은 할 수 있는 한 안 가고 싶다.

 

이치토가 늘 가지고 다니고 즐겨읽는 모습을 보니, 나도 언젠가 《풀베개》를 봐야겠다 생각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나보다. ‘신의 카르테’를 보고 ‘풀베개’를 읽어보겠다고 작가한테 말한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나쓰카와 소스케는 여기에 해설을 썼다. (이것은 다른 이야긴데 나쓰카와 소스케가 쓴 《신의 카르테 3》 뒤에는 강상중이 글을 썼다. 그 책을 읽으려고 사두었는데 아직 못 보았다. 강상중은 이름만 알고 잘 모른다.) 나쓰카와 소스케는 소세키 소설에서 ‘풀베개’를 가장 먼저 보는 건 별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소세키 소설 이게 처음은 아니지만, 이 책을 본 뒤 그 말을 보고 ‘맞아, 맞아’ 했다. 나쓰카와 소스케 이름은 지은 거다(소세키도 본래 이름이 아니구나). 나는 나쓰메 소세키하고 관계있는 이름으로만 생각했는데 여러 곳에서 가져온 거였다. 나쓰메 소세키에서 한 글자 ‘나쓰夏’, 풀베개에서 한 글자 ‘소草’, 가와바타 야스나리에서 한 글자 ‘카와川’,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에서 한 글자 ‘스케介’를 써서 나쓰카와 소스케(夏川草介)가 되었다. 이름을 이렇게도 짓다니. 소세키는 이름뿐 아니라 소설 제목에서도 가져왔다. 소설을 쓴 것도 이 책 때문이었다고 한다. 소세키 글을 보고 글을 쓴 사람은 나쓰카와 소스케만은 아니겠지.

 

 

산길을 걸으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이지(理智)에 치우치면 모가 난다. 정을 따르면 자신을 잃는다. 자기 뜻만 내세우면 답답하다. 어쨌든 사람 세상은 살기 힘들다.  (7쪽)

 

 

이 소설 시작하는 부분이다. 두번째 문단에서 이지(理智)는 지(智)만 쓰여 있다. 찾아보니 우리나라에서 나온 책에는 이지라고 쓰여 있어서 나도 그렇게 썼다. 알고 써야 하는데. 십이국기 시리즈를 여러권 이어서 봤으니 ‘풀베개’도 읽어보면 괜찮지 않을까 했다. 어떻게든 끝까지 읽었지만, 아직 만날 때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서 말하는 사람 이름이 ‘요’라는 것도 조금 읽은 다음에 알았다. 앞에도 이름이 나오는데 그것을 이름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면 무슨 뜻으로 생각하고 본 건지. 예전에 소세키가 만든 말이 많다는 말을 들었다. 이 책을 보면서 그렇구나 했다. 《풀베개》는 소세키 자신도 이것을 쓰기 전에 쓴 소설과 다르다고 했다고 한다. 이 소설 우리말로 만났다 해도 잘 몰랐을 것 같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본 다음에 쓸까 하다가 그만뒀다. 잘 모르면 모르는 대로 쓰려고. 앞에서 다른 말을 한 건 그래서다.

 

그림 그리는 요는 사람 사는 세상과 떨어진 시골 온천여관에 간다. 요는 그곳에서 그림은 그리지 않고 시만 쓴다(쓴다기보다 생각하는 건가). 그림보다 시를 더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요는 결혼했다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온 여관집 딸 나미를 만나고 이발소에도 가고 절에 가서 스님을 만나기도 한다. 예술을 말하고 서양 작가 이름도 많이 나온다. 요가 가장 많이 말하는 것은 요가 만나는 자연이다. 봄풍경이라고 해야겠다. 산벚꽃, 동백, 목련, 명자나무. 요는 명자나무가 되고 싶다고도 한다. 다른 것도 말했을 텐데 적어두지 않았다. 요는 온천여관에 가기 전에 꾀꼬리소리를 듣고 싶다고 했는데. 요는 양갱을 보고 서양 먹을거리는 색이 좋은 게 없다고 한다. 양갱은 일본에서 만든 과자일까. 일본에서는 차와 단 과자를 함께 먹기도 한다. 양갱을 내놓을 때가 많고 물양갱이라는 것도 있다. 이런 말을 늘어놓다니. 책 제대로 본 거 맞아 할지도.

 

해설을 쓴 나쓰카와 소스케는 《풀베개》에서 봐야 하는 것은 말이라고 했다. 이런 말 안다고 내가 잘 보는 것도 아닌데. 책을 다 본 다음에 본 말이고. 나는 말을 어떻게 쓰면 좋은지 잘 모른다. 앞으로도 잘 모를 것 같은데. 요가 책을 보고 있으니 나미가 공부하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요는 책상 위에 책이 있어서 아무데나 펼쳐서 본다고 했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하는 법은 없다고. 이 말 봤을 때 이것은 이 책을 그렇게 보라는 건가 했다. 나는 그런 적 별로 없지만, 어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고 아무데나 펼쳐봐도 괜찮다. 혼자 시골 여관에 가서 누군가를 만나면 뭔가 일이 일어날 것 같은데, 그런 일은 없다. 이 소설은 그림이나 시 같은 것인지도. 소세키 다른 소설을 본 다음에 이 책을 봤다면 더 나았을까, 일본말을 더 안 다음이었다면, 한번 더 읽어봤다면. 언젠가 다시 이 책을 볼 날이 올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때는 말을 잘 볼 수 있다면 좋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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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昏の岸 曉の天 十二國記 (新潮文庫) (文庫)
小野 不由美 / 新潮社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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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 내린 물가 새벽하늘   십이국기

오노 후유미

 

 

 

십이국기가 재미있지만 읽다보면 어쩐지 기분이 안 좋기도 하다. 그것은 내가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게 나와서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나라를 위해서 무엇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으니까 말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나라보다 백성이다. 그럴 만한 자리에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다니. 이런 말하지 않는가. 정치 몰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이다. 나는 정치뿐 아니라 경제에도 별 관심없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잘 모른다. 이번 책 보기 전에는 내가 살아도 되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가끔 그런 생각에 빠졌다가 다시 살아야지 한다. 살고 싶어도 병에 걸려 얼마 못 사는 사람도 있고, 하고 싶은 게 많은데 갑작스런 사고로 죽는 사람도 있다. 죽은 사람을 생각하면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기뻐해야 하는데. 이 책을 읽고 좀 나아졌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래도 책 읽는 동안은 이야기속에 빠졌다. 이야기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 듯하다. 하나는 대국 왕 교소와 기린 다이키가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이키를 찾는 것이다.

 

열두 나라가 있는 세계에서는 다른 나라 일에 간섭할 수 없다. 아주 조금 도와주는 건 괜찮지만 군대를 다른 나라에 보내면 안 된다. 다른 나라 왕이 군을 빌리는 건 괜찮은가보다. 나라와 나라가 싸우는 일은 없고 내란이 있을 뿐이다. 교소는 내란이 일어난 곳에 가서 소식이 끊기고, 그 무렵 왕궁에서는 다이키가 사라졌다. 대국은 가짜 왕이 다스린다. 교소와 가까이 있던 사람이 배신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백성을 생각하고 왕이 된 게 아니었다. 그 자리가 갖고 싶었던 건지, 자신과 교소가 비슷한데 자신이 아닌 교소가 왕이 된 것을 안 좋게 여긴 것인지. 대국은 왕도 기린도 없어서 사람이 살아가기 힘들었다. 본래 겨울에는 무척 추운 곳인데. 왕이 있다 해도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나라는 기우는 걸까. 시간은 여섯해가 흘렀다. 요코가 경국 왕이 되고 시간이 좀 지났다. 전에 쇼케이와 스즈는 요코와 비슷한 나이여서 만나고 싶어했는데, 대국 장군 리사이도 다이키와 나이가 비슷한 경국 왕 요코 이야기를 듣고 도움을 바란다. 리사이는 요마 때문에 거의 죽을 지경이었는데 요코를 만나 대국을 구해달라고 한다. (요코 이름 글자는 같은데 요시라고 했다. 다른 것도 다 요시라고 해야 하는지. 나중에 다시 요코라고 한다. 왜 그런 건지. 나는 요코라고 썼다.)

 

리사이는 장군인데 중요한 오른팔을 잃고, 다이키는 기린한테 중요한 뿔을 잃었다. 《마성의 아이》를 볼 때 다이키가 돌아가도 기린으로 살 수 있을까 했는데, 뿔은 다시 나기도 한다고 한다. 그 말을 보니 사슴 뿔 자르는 게 생각났다. 요코는 대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여러 나라가 도와서 다이키를 찾자고 한다. 지금까지 이곳에서는 여러 나라 왕이나 기린이 힘을 합친 적은 없다. 거의 처음으로 힘을 모은다. 범국 왕과 기린도 나오는데 조금 웃기기도.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건 연국 기린 렌린이다. 렌린은 《마성의 아이》에도 나왔는데, 그때 사람들이 보고 귀신으로 여기기도 했다. 예전에 열두 나라에 사는 사람이 봉래로 가는 일은 없을까 했는데 그런 일은 없다고 한다. 봉래에서 열두 나라에 오는 일은 있지만. 사람 모습이 아닌 난과일 때는 허해를 건널 수 있다고 한다. 그런 난과 가운데 왕이나 기린이 아닌 사람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아주 없지 않을지도. 있다 해도 그런 사람 이야기는 알 수 없겠다.

 

리사이는 하늘(신)이 있는데 왜 자신들(대국)을 도와주지 않느냐고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신이 있다면 왜 도움을 주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 말을 보니 하늘이 무엇이든 도와주면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은 기린한테 왕을 고르게 하고 나라를 다스리게 하는 것만 하는 건 아닐까. 왕을 찾고 가짜 왕을 내쫓고 나라를 좋게 만드는 것은 거기에서 사는 사람이 해야 한다. 다이키는 예전과 다르게 컸다. 큰 모습을 보고 여러 사람이 쓸쓸하게 여겼다. 이제 작은 다이키는 없다고. 시간이 흘렀으니 자라는 것은 당연한데, 그것을 보니 많이 자란 앤을 보고 쓸쓸해하던 마릴라가 생각났다. 다카사토였을 때보다 다이키일 때가 더 나아보인다. 자기 자리로 돌아와설까. 돌아왔다고 해도 아직 큰일이 남았다. 리사이와 다이키는 대국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그다음 이야기가 언젠가 나올까. 나라와 나라가 싸우지 못하게 하는 섭리가 있어서 좋지만, 도와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건 안 좋기도 하다. 그 나라 사람이 그 나라를 좋게 만들어야 하는 건 맞지만.

 

어쩌다 보니 또 이런 식으로 썼다. 경국은 아직 가난하고 나라가 어수선하다. 그래도 요코 곁에 여러 사람이 있다. 그런 것을 안 좋게 여긴 사람도 있다. 사람은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성실하게 자기 일을 해야 하는데 알아주지 않으면 그것을 아쉬워하고 원망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은 본래 그런 걸까. 가끔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알고 바뀌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이 많으면 좋겠지만 적을 것 같다. 자기 자리는 스스로 만든다는 말도 있던가. 나는 그런 것과 먼데 이런 말을. 누군가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지도 자기하기 나름이다. 조금 이상한 말을 한 건가. 경국에서 잠깐 안 좋은 일이 일어났다. 요코가 반은 사람 반은 동물이나 출신이 별로 안 좋은 사람을 가까이 두고 일을 시켜서. 다른 나라 왕이나 기린이 오고 가는 것도 뭐라 했다. 요코는 나름대로 경국 백성을 생각하고 한 일인데. 윗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일을 하는지 알기 어려워도 알려고 하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것도 알아보지 않고 자신을 안 좋게 대한다고 화내다니. 화낸 것보다 더 큰일을 했다.

 

열두 나라에는 왕과 기린이 중요하지만, 그곳을 살아가는 백성도 중요하다. 관리도 백성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야기가 왕이나 기린 관리 중심으로 펼쳐지지만, 자신은 자기 자신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커다란 일은 안 해도 되지 않을까. 이렇게라도 생각해야 마음 편하지. 작가도 큰 걸 바라고 이런 이야기를 쓴 건 아니겠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보이면 돕고, 자신이 바라는 게 있으면 누군가한테 기대기보다 스스로 애써서 손에 넣어야 한다. 좋은 나라도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서로 도울 때는 도와야겠구나. 요코는 열두 나라가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세계에는 ‘국제 기구’라는 게 있지 않은가. 자기 나라만 잘살면 된다 생각하지 않고 다른 나라도 생각하면 더 나을 텐데. 우리 세계도 다르지 않다. 이건 작은 게 아니고 큰 것이다. 왜 이렇게 흘렀는지.

 

책을 본다고 사람이 바로 바뀔까. 바뀌는 사람도 있지만, 아주 많지 않겠지. 나는 다른 것보다 나를 믿어야겠다. 잘하는 건 없지만, 책을 보고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라야겠다. 내가 해야 하는 건 나 자신을 바로 세우기일지도 모르겠다. 가끔 괜한 생각에 빠져서 우울해지기도 하니까. 그런 건 쓸데없는 일인데 말이다. 쓸데없는 일이 다 나쁜 건 아니지만,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는 건 안 좋겠지. 자신을 좋아해야 한다. 이런 말 다른 책 보고도 했을 텐데. 지키기 어려운 거여서 여러 번 말하는가보다. 십이국기 지금까지 나온 거 다 봐서 기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앞으로는 책 즐겁게 만나야겠다. 좀 못 쓰면 어떤가. 재미있게 나 나름대로 보면 되는 거지.

 

 

 

희선

 

 

 

 

☆―

 

“만약 하늘이 있다면 그것은 잘못된 게 아니야. 실재하지 않는 하늘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지만, 만약 진짜 있다면 반드시 잘못을 저지르겠지.”

 

리사이는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하늘이 진짜 없다면 하늘이 사람을 구하려고 할 리 없어. 하늘이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반드시 잘못을 저질러.”

 

“그건…… 무슨…….”

 

“사람은 스스로 구할 수밖에 없다는 거야. 리사이.”  (390쪽)

 

 

“먼저 자신이 제대로 서지 않으면 남을 도울 수 없을 것 같아서.”

 

요코가 말하자 그렇지도 않아, 하고 로쿠타는 창에 이마를 댔다.

 

“남을 돕는 걸로 자신이 설 수도 있으니까.”  (4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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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여름을 좋아했다. 더워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언젠가 여름에는 아주 더워서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때부터 여름을 싫어하게 되었다. 지금은 싫어하는 것과 조금 다르다. 비가 아주 많이 내린 여름을 겪어서 무서운 것 같기도. 이젠 소나기도 없어졌다. 여름이면 갑자기 비가 내렸다 얼마 뒤 그치고는 했는데, 몇 해 동안 그런 여름을 지낸 적이 없다. 조금씩 바뀌어서 그렇게 됐을 텐데. 지금은 딱히 좋아하는 철은 없다. 싫어하는 철도 없다. 이건 철만 그런 건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 마음은 애매해지는 건지. 무엇인가 좋아하는 마음이 줄어드는 듯하다. 그것보다 많이 좋아하지 않으려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직 살아있는데.

 

여름에 만나면 더 좋을 것 같은 나츠메 우인장을 오랜만에 보았다.

 

 

 

 

 

예전보다 친구와 잘 지내는 나츠메

 

  나츠메 우인장 19

  미도리카와 유키

  白泉社  2015년 05월 01일

 

 

 

 

 

 

 

 

 

 

 

 

 

지난해 구월에 18권 나왔는데, 19권은 이제야 나왔다. 올해는 이것만 나오고 다음 권은 2016년 봄에 나온다고 한다.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19권이기는 한데 나온 시간은 길다. 십년이 넘었으니 말이다. 지난해가 연재하고 십년째라고 했던가. 책이 나온 것도 십년이 다 된 듯하다. 1권 나온 건 2005년이고 내가 그것을 본 건 2012년이다(이 말 처음 하는 게 아닐지도). 이것도 쓸데없는 말이구나. ‘나츠메 우인장’ 오랜만에 보았다. 처음 봤을 때는 재미있었는데, 지금도 재미있다. 한권을 보면 다음 권이 보고 싶어져서. 이건 밀리지 않아서 이렇게 됐지만. 나올 때 바로 봐서 좋으면서도 조금 아쉽기도 하다. 사람 마음은 참 이상하다. 하기 전에 그것을 하면 기쁠 텐데 하다가도 막상 그것을 하고 나면 아쉬워한다.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고. 어딘가에서는 하고 싶지만 안 하는 모습을 본 것 같기도 하다. 그것은 어디고 무슨 일이었을까. 알면 안 되는 일을 덮어두고 사는 거였을지도. 이것은 좀 다른 이야긴가. 어떤 일이냐에 따라 밝히기도 하고 덮어두기도 한다. 어떻게 하느냐에 정답은 없는 건지도. 이런 게 나오는 것도 아닌데 이런 말을. 나츠메가 알고 싶어하는 일이 있기는 하다. 다시 생각하니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앞에 책을 보고 시간이 흘러서 어떤 이야기가 있었더라 하고, 마지막에 나오는 하코자키 이름 들어봤는데 했다. 지난번에 나츠메는 나토리와 요괴연구를 하다 죽은 하코자키가 숨겨둔 서재를 찾았다. 거기에 있던 서류는 다 타버렸지만. 하코자키를 따르던 요괴가 나츠메를 닮은 남자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 이야기가 나오는가 했는데 이번에 나오지 않았다. 나츠메는 하코자키 손녀한테 하코자키 집을 찾아온 사람 가운데 나츠메와 닮은 사람이 있었는지 물어보고, 그런 게 있으면 연락해달라고 했다. 나츠메가 그 집에 왜 갔느냐 하면, 그 집 둘레에 이상한 기척이 있어서였다. 그 집 둘레를 돌아다니는 건 마토바 집안 사람이 만든 요괴였다. 마토바 집안은 요괴 쫓는(없애는 일에 가까운) 일을 하는데, 힘센 식을 만들려고 약한 요괴를 많이 모아서 인형에 가두었는데 그게 달아났다. 나츠메는 하코자키 집에서 마토바를 만났다. 마토바는 요괴를 없애기 위해서 자신을 쫓아다니는 요괴를 이용하기도 했다. 마토바는 요괴는 다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괴 쫓는 일을 하는 사람은 거의 다 그럴지도. 나토리는 나츠메를 만나고 조금 달라졌다. 나츠메는 아직 우인장 이야기를 나토리한테 자세히 하지 않았다. 아니 그 모습이 나오지 않은 거고 이야기했을지도. 다음에 나오면 어쩌지.

 

오랜만에 시바타가 나츠메한테 전화해서 자신을 만나러 오라고 했다. 시바타는 초등학생 땐가 나츠메와 같은 반이었던 아이로 전에 한번 나왔다. 등나무 요괴를 사람으로 알고 만나다 나츠메를 찾아왔다. 이번에도 요괴와 관계있는 이야기를 했다. 나츠메는 타누마와 같이 시바타를 만났다. 시바타가 공원에서 만난 여자아이한테 들은 이야기로 얼마전에 여자아이 옆집에 벼락이 떨어졌는데, 그날 뒤로 밤마다 옆집에서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나츠메는 그 집 창문에서 인형 둘을 보았다. 그 집에 인형을 모으는 사람이 살았는데 인형은 저주하는 데 쓸 거였다. 많은 인형을 방에 두고 집을 비우고 돌아왔을 때 인형마다 흠집이 나고 두 개만 멀쩡하면 성공한 거였다. 이것은 요괴 만드는 것과 비슷할까. 인형 안에 요괴가 들어갔다고 해야겠다. 그 요괴는 어렵지 않게 쫓아냈다. 타누마네 집인 절에서. 타누마와 시바타도 도왔다. 나츠메는 남과 다르게 요괴를 볼 수 있어서 친구를 잘 사귀지 못했다. 이제는 나츠메가 요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친구가 몇 생겼다. 시바타도 그 안에 들어간 건가. 시바타는 야옹 선생이 말을 한다는 걸 모른다. 알면 참 좋아할 것 같은데.

 

가끔 나츠메한테 도움을 바라고 찾아오는 요괴도 있고, 우연히 나츠메를 보고 도와달라고 하는 요괴도 있다. 이시아라이 나나마키는 나츠메를 보고 여섯달 전에 연락이 끊긴 제자 찾는 걸 도와달라고 한다. 스승의 날이 얼마전이었는데 이런 이야기가 나오다니. 이시아라이는 돌, 바위, 산의 부정을 깨뜻하게 씻는 요괴다. 꽃 그림을 그리면 부정이 씻긴다. 나츠메는 다른 사람은 그것을 못 봐서 아쉽게 여겼다. 나나마키는 고향에서 갈 곳 없는 요괴를 자기 집에 두게 하고 이시아라이 일을 가르쳤다. 제자는 실력이 좋았다. 훌륭한 이시아라이가 되어서 돌아오겠다고 하고 떠났는데 연락이 끊겼다. 이시아라이가 되려면 부정을 씻는 일을 어느 정도 해야 했다. 제자는 요괴 쫓는 사람한테 봉인당해서 더는 이시아라이가 될 수 없었다. 봉인당하는 것은 더려움을 타는 거여서. 제자가 연락을 끊은 건 다시 돌아갈 수 없어서였다. 나나마키는 제자한테 자신과 다니면서 돌아갈 곳을 찾자고 한다. 나는 제자가 사람을 원망하다 나쁜 요괴가 되었으면 어쩌나 했는데 그런 일은 없어서 다행이다. 요괴도 사람도 혼자보다 둘이면 더 낫겠지.

 

 

    

 

 

 

레이코(나츠메 할머니)는 언제나 요괴와 싸워서 나츠메를 찾아오는 요괴는 나츠메한테 이름을 돌려달라거나 나츠메를 레이코로 알고 가만두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레이코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찾아왔다. 지금 생각하니 레이코가 히노에도 도와준 거였다. 레이코는 요괴를 돕는다는 생각으로 한 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일은 많았을 것 같다. 오래전에 레이코가 간 산에서 힘 센 요괴 둘이 싸워서 힘들던 요괴들은 레이코한테 싸움을 말려달라고 부탁했다. 레이코는 자신이 왜 그런 일을 하느냐고 했는데, 그 둘이 싸우는 까닭을 알고 레이코도 그 둘과 싸우기로 했다. 둘이 싸운 건 예쁜 요괴와 결혼할 사람을 정하기 위해서였다. 예쁜 요괴는 그 둘이 잡은 거였다. 예쁜 요괴는 그 둘 가운데 누구와도 결혼하고 싶지 않았다. 레이코는 다른 요괴보다 잡힌 요괴를 도와주고 싶었던가보다. 힘 센 요괴라 해도 레이코가 이겼다. 두번째는 좀 어려웠지만 다른 요괴와 힘을 합쳐서 이겼다. 그 산에 사는 요괴는 레이코가 다시 그곳에 찾아오지 않을까 기다렸다고 한다. 나츠메를 찾아온 요괴는 그때 레이코가 구해준 요괴와 결혼한다고 했다. 요괴도 결혼하다니(이건 앞에서 말해야 하는 거였다). 레이코 대신 나츠메와 야옹 선생이 찾아가서 축하했다.

 

사람은 친구를 사귀고 사는데 레이코는 그런 관계를 만들지 않았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였을까. 레이코를 만난 요괴는 거의 레이코를 잊지 않았다. 레이코는 어땠을까. 사람이든 요괴든 친구가 되는 거 괜찮을 것 같은데.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츠메는 그렇게 산다. 그것은 다행한 일이다. 레이코는 쓸쓸하게 살았는데 늘 쓸쓸한 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많은 요괴가 레이코를 좋아하고 기억하니까. 자신이 그것을 모르면 별 도움 안 될까. 레이코가 즐겁게 지내는 모습 언젠가 나오면 좋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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華胥の幽夢 十二國記 (文庫, 新潮文庫)
오노 후유미 지음 / 新潮社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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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서의 꿈   십이국기

오노 후유미

 

 

 

우리가 사는 곳에도 여러 사람이 있고 여러 나라가 있는데 이런 제목을 썼네요. 긴 이야기에는 한 나라 사람과 그 나라 이야기가 나오지만, (좀 긴) 단편집에는 여러 나라 사람이 나옵니다. 그것보다 딱히 떠오르는 제목이 없어서 저렇게 썼습니다. 이 책은 십이국기에서 두번째 단편집인데, 작가는 이것을 더 먼저 썼어요. 지난번에 본 《히쇼의 새》는 아주 오랜만에 나온 십이국기 이야기였어요. 그 책은 조금 읽기 어려웠습니다. 이상하게 잘 안 읽히더군요. 이번 단편은 그때보다 좀 나았습니다. 그렇다고 잘 읽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아요. 이런 말을 먼저 했군요. 잘 읽지 못했지만 다섯가지 이야기는 나름대로 재미있습니다. 대, 방, 경, 재, 주 나라로 다섯곳이군요. 주는 그 나라 이야기보다 리코가 다른 나라를 돌아다니고 와서 이야기하는 거군요. 다른 책에 나온 것과 비슷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도남의 날개》예요. 리코는 주국 왕 둘째 아들입니다. 주국은 열두 나라 가운데서 한 왕이 가장 오래 나라를 다스렸습니다. 육백년이랍니다. ‘도남의 날개’에도 잠깐 나왔는데 주국은 왕 혼자 일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아내와 아들 둘 그리고 딸이 함께 이야기합니다(모두 다섯이군요). 혼자 생각하고 결정해야 하는 사람보다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주국 왕은 안국 왕이 혼자 여러가지를 하는 걸 대단하게 여겼습니다. 안국에는 뛰어난 관리가 많습니다. 그것도 복이겠지요. 무엇이든 언젠가 끝이 온다는 이야기도 나오더군요. 어느 왕조든 무너진다고.

 

유가 기울고 있다는 말은 다른 데서도 나왔는데 여기에도 나왔습니다. 유국 왕이 어떤지 언젠가 나올지. 전에 나라에 왕이 없으면 요마가 나온다고 했는데, 왕이 길을 잃고 기린이 병에 걸려서 나라가 기울어도 요마가 나옵니다. 요마가 나오면 다시 바로잡기 어렵다고 합니다. 남의 나라 일이라고만 생각하지 않기도 해요. 한 나라가 기울면 바로 옆나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니까요. 왕이 없는 나라 백성은 자기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에 가기도 합니다. 그때 다른 나라에서 해주는 것은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라는군요. 아주 적은 도움을 주는 거네요. 물고기를 주는 게 아니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친다고 하면 알기 쉬울까요. 그런 거라도 있어서 다행이죠. 어떤 나라, 지금은 왕이 죽어서 그곳은 기울기만 하는데 요코가 처음 간 곳은 교국입니다. 교국은 난민을 별로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안국에서나 난민을 잘 받아주었어요. 안국에는 교국이나 유국에서 난민이 가겠네요. 주국이 교국 난민을 받아들여서 안국이나 경국을 편하게 해주려고 하더군요. 주국 바로 옆(위쪽)이 교국입니다.

 

열두 나라에서 왕과 왕이 아주 친하게 지내는 곳은 없습니다. 어쩌다 우연히 다른 나라 왕이나 기린이 알게 되기도 하지만. 대국 기린 다이키는 연국 기린이 도와주어서 봉산에 돌아오게 됐습니다. 대국은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려서 살기 힘듭니다. 이런 때 왕 교소는 다이키한테 연에 다녀오라고 해요. 다이키는 자신이 어려서 왕이나 백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연국 왕을 만나고 자신은 잘 자라면 된다는 걸 깨달아요. 이것은 어린이가 하는 일이기도 하네요. 기린이라고 해도 어릴 때는 보통 어린이와 다르지 않겠네요. 다이키를 보니 조금 부러웠습니다. 뭐가 부럽냐구요. 다이키는 다른 거 안 해도 꼭 있어야 하잖아요. 기린은 그 나라에 있기만 해도 괜찮으니까요. 사람은 누군가한테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데 그것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다이키는 사람으로 산 시간이 길어서 기린이 어떤 건지 아직 다 모르는 듯합니다. 자신이 왕한테 방해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는데, 연에서 돌아온 다이키를 본 왕 교소는 반가워했습니다. 다이키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라앉는다고 했어요. 누구든 이런 말 들으면 기쁘겠지요. 누군가한테 자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

 

다른 사람은 백성을 위해 겟케이가 왕을 쳤다고 생각하지만, 겟케이는 죄를 짓는 왕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서 왕을 죽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방국 왕은 자신과 백성이 모두 청렴결백하기를 바랐습니다. 아주 작은 잘못을 저질러도 사형이었어요.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아주 어렵습니다. 두루두루 살펴보고 여러 사람 말에 귀 기울여야 하는데 방국 왕은 왕비 말을 듣고 그것을 다 믿었습니다. 그런 방국 왕을 친 것은 혜주후 겟케이예요. 관리들은 겟케이가 임시 왕이 되기를 바랐는데 자신은 그럴 수 없다고 했습니다. 왕을 죽인 죄가 있기 때문에. 겟케이는 왕 자리가 갖고 싶어서 왕을 죽인 게 아니었어요. 어떤 일을 했을 때 그것을 죄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누군가를 위한 일이라고 해도 사람을 죽이는 건 큰 죄죠. 겟케이는 그것을 잘 알더군요. 죄를 알고 백성을 위해 겟케이는 임시 왕이 되기로 합니다. 그렇다 해도 하늘이 정한 왕이 나타나기 전까지 그 나라는 기울기만 한다는군요. 겟케이가 그렇게 마음먹은 건 예전과 달라진 쇼케이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뚤어진 마음을 바로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것을 하는 사람도 있지요. 사람은 바뀌기도 합니다. 혼자 그렇게 되는 건 아니고 누군가를 만나야 할 것 같아요.

 

요코와 라크슌은 편지를 나눕니다. 이곳에서는 편지를 쓰지 않나 하는 생각을 만화 볼 때 했군요. 종이에 써서 보내는 거 말이에요. 그런 게 아주 없는 건 아닌데 시간이 많이 걸린답니다(이건 책을 보고 알았습니다). 요코와 라크슌은 말로 합니다. 새가 그 말을 서로한테 전해줍니다. 그것도 말하는 사람 목소리를 그대로 들려줘요. 별난 새죠. 새한테 목소리 녹음하는 것 같군요. 보통 사람은 그런 새 쓰기 어렵겠죠. 요코는 왕이니 쓰는 거네요. 새가 먹는 건 가루에 가까운 은조각입니다. 라크슌한테 은조각을 주는 건 안국 왕입니다. 예전에 요코가 라크슌을 만나서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라크슌도 요코를 만나서 잘된 거더군요. 교국에서는 대학에 다닐 수 없었는데 안국에서는 요코를 아는 안국 왕 때문에 대학에 다니게 됐으니까요. 안국 왕이 요코를 알아서만은 아니겠네요. 안국 왕 쇼류는 사람을 잘 봅니다. 안국에서 대학에 갈 수 있다 해도 라크슌이 공부를 못했다면 어려웠겠네요. 요코와 라크슌은 힘들어도 그런 말은 안 하고 서로 잘 지낸다고 합니다. 요코는 라크슌이 안국에서 지내는 게 편하지 않을 거다 생각하더군요. 안국이 교국보다 낫지만 라크슌이 반은 사람 반은 동물이기 때문에 차별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어요. 말하지 않아도 힘들게 살아가겠구나 하다니, 이런 사이도 부럽군요. 저도 그런 생각해야 하는데 자꾸 잊어버리네요. 다 말하지 않아도 어떨지 생각해야겠습니다.

 

 

                

 

 

 

왕이 나라를 잘 다스리지 못해서 백성이 힘든 것을 보면, 자신은 더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게 옳고 모두가 좋아할까요.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옳고 그른 것과 상관없을지도 모르겠군요. 백성은 한 사람이 아니고 아주 많으니까요. <화서>에는 자신들이 한 일에 무슨 잘못이 있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나오더군요. 저도 그 말을 보고 뭐가 잘못돼서 기린이 병 들고 나라는 기울까 했습니다. 왕은 자신이 바라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 했지만. 백성이 먼저일까, 나라가 먼저일까 싶더군요. 왕이 생각하는 나라와 백성이 생각하는 나라는 같을까요, 기린은 어떨지. 자기 생각만 옳다고 여기면 안 되겠지요. 어떤 일을 했을 때 그 뒤에 어떻게 될까도 생각해야 하고. 이런 말을 하더군요.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의심해야 한다. 맞는 말입니다. 사람은 잘못을 합니다. 스스로 잘못을 깨달으면 좋을 텐데 그것을 못하게 되기도 하더군요. 둘레 사람과 함께 이야기하면 좀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상이 아닌 현실을 제대로 봐야죠. 사람도 나라도 완벽할 수 없습니다. 남을 쉽게 비난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도 하더군요. 남한테 뭐라고 하기 전에 자신은 어떤지 살펴봐야 하겠네요. 말하기보다 행동하라는 말도 있군요.

 

십이국기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나온 것에서 볼 게 한권 남았습니다. 책이 재미있지만 읽기 힘들기도 했습니다. 남은 한권은 즐겁게 만나야겠습니다.

 

 

 

희선

 

 

 

 

☆―

 

“능력이 없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잖아요? 저도 못하는 일은 아주 많아요. 검은 거의 쓰지 못합니다. 못하는 것을 나쁘다고 말하면 안 되겠지요. 사람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게 있으니까요.”  (288쪽)

 

 

“종왕(주국 왕)도 예전에는 마을 여관 주인이었다고 들었어요. 그 종왕이 정치가 뭔지 알았을까요. 슈카도 시쇼도 저 또한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슈카가 부끄러워하고 후회할 일이 있다면 단 하나예요. 그것은 확신을 의심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화서>에서, 295~296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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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5-06-10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추카추카

희선 2015-06-13 00:06   좋아요 1 | URL
별일이 다 있군요 잘 쓰지 못했지만 저한테도 운이 돌아오기도 하는군요 다른 분은 잘 써서 되지만, 저는 운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잘 못 쓰는구나 하기도 합니다 잘 쓰고 싶은데...


희선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하는  노랫말처럼 나도 자라도록 해야겠다. 오월에는 바람도 푸르다. 푸른 바람을 만나는 일은 기분 좋다. 바람이 부는 날보다 불지 않는 날이 더 많은 것 같기도. 이건 틀린 말이다. 바람은 언제나 불지만 내가 그것을 느끼지 못했겠지. 아니 아니 이것도 아니다. 햇빛이 뜨거울 때는 바람도 뜨겁다. 오월인데 이런 말을. 지금 오월은 예전과 다르다. 예전에 어땠는데, 하고 묻는다면 말하기 어렵다. 예전과 달라도 오월은 푸르다고 하는 게 가장 어울린다.

 

 

 

 

무서운 이야기는 무서운 것을 부를까

 

  노조키메   のぞきめ (2012)

  미쓰다 신조   현정수 옮김

  북로드  2014년 10월 20일

 

 

 

 

 

 

 

 

 

 

 

 

내가 무서운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 사람은 무섭다면서도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보기도 한다. 그건 왜일까. 어렸을 때 내가 무섭게 본 것은 침대 밑에서 괴물이 나온 것과 전설의 고향에서 귀신이 ‘내 다리 내놔’ 하던 거다. 침대 밑에서 괴물이 나온 건지 그 안으로 사람이 끌려들어간 건지 자세한 건 나도 잘 모른다. 어렸을 때 여러가지 보았을 텐데 생각나는 게 별로 없다니 아쉽다. 그런 것을 오래 기억해서 무서워하는 건 안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잊어버렸나보다. 책도 무서운 이야기는 별로 안 보았다. 아주 좋아하지 않아서일까. 조금 알고 싶은 마음은 있는 것 같다. 이 이야기는 얼마나 무서울까 같은. 책을 봤을 때 무서운 적은 별로 없었다. 내가 아직 아주 무서운 이야기를 만나지 못해서 그런가보다. 아니면 나한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지 생각해서일지도. 세상에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있다. 거기에는 놀라운 일도 있고 무서운 일도 있다.

 

백가지 이야기를 할 때는 초 백자루를 켜두고, 이야기 하나가 끝날 때마다 초를 하나씩 끈다. 이야기가 모두 끝나고 초도 다 꺼서 방안이 캄캄해지면 그곳에 무서운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 이것도 무서운 이야기다. 그런데 백가지 이야기를 하룻밤에 다 끝낼 수 있을까. 이것은 우리나라 이야기가 아니고 일본에 있는 이야기다. 책은 많이 안 봐서 모르겠고(영화 원작이 책일 때가 많겠다), 만화나 영화에서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 그 일이 실제 일어난다. 이것은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걸까. 그런 건 끝까지 보면 무서운 일이 왜 일어났는지 나온다. 아니 모두 밝혀지지 않을 때도 있다. 그건 사람이 아닌 다른 게 나타나서 사람을 죽일 때다. 차라리 사람이 원한 때문에 사람을 죽인다고 하면 마음이 더 편할 거다. 그렇다고 원한으로 사람을 죽이는 게 옳은 건 아니다. 나는 그런 일을 겪지 않아서 이렇게 말하는 거겠지. 귀신, 곧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이는 건 어떻게 가라앚혀야 할까. 자신을 죽인 사람한테만 되갚는 귀신도 있지만, 아무 상관없는 사람을 죽게 하는 귀신도 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그 귀신이 나온다는 곳에 안 가는 수밖에 없다.

 

귀신은 아니고 어떤 요괴는 사람이 자신을 봤다는 것만으로 그 사람을 잡아먹으려고 했다. 정말 이런 일도 있을지도. 나쁜 것을 일삼는 사람이 아니어도 그저 봤다는 것만으로 죄가 되는 때도(이건 사람보다 귀신 기준이다). 이것도 억울한 일이구나. 구미호도 그랬다. 구미호는 자신을 만났다는 말을 아무한테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사람을 살려주었다. 이것은 왜일까. 구미호가 나온다는 소문이 나면 그곳에 많은 사람이 찾아와서 어지럽혀서, 혹은 사람이 몰려와서 그곳에서 쫓아낼까봐. 그러고 보니 그런 것을 본 것 같기도 하다. 어떤 것을 멋대로 신으로 모시고, 안 좋은 일이 자꾸 일어나자 사람들은 그것을 원망했다. 개인이 그러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한 마을 사람이 그러면 엄청난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니면 다행인데, 사람이면……. 여기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마을, 마을에서 따돌림 당하는 집안이 나오지만. 일본에는 한 마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아니, 일본에만 있는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알 수 없는 것을 무서워하는 일은 일본에 많을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꺼리는 일은 어디에서나 일어난다.

 

앞 이야기 <엿보는 저택의 괴이>에서 일어난 알 수 없는 일은 뒤에 나온 이야기 <종말 저택의 흉사>로 조금 설명이 되지만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귀신은 있을지도. 두번째에서 다른 사람은 볼 수 없는 아이를 그곳에 간 사람은 봐서, 그 아이가 진짜 다른 건가 했다. 이런 모습은 아야츠지 유키토 소설 《어나더》에서도 볼 수 있다. 이것도 본 지 오래돼서 잊어버리고, 어떤 한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 책 제목 노조키메는 ‘엿보는 눈(覗き目)’, ‘엿보는 여자(覗き女)’ 두 가지를 말한다. 자기 혼자 있는 곳에서 누군가 자신을 보는 것 같으면 무척 무섭겠다. ‘서장’에서는 경고한다. 책을 볼 때 누군가 엿보는 것 같으면 책을 그만 보라고. 겁을 주다니. 지금은 괜찮아도 어느 날 갑자기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틈에서 뭔가 나를 보고 있는 것을 느낄지도(아직까지 그런 일 없음, 이건 책 속에서 있는 일인 듯하다). 이렇게 생각하니 조금 무섭구나. 이런 생각도 든다. 누군가한테 원한 살 일을 하지 않으면 좀 낫지 않을까 하는. 조상이 안 좋은 일을 했으면 어쩌나 싶지만. 사람은 자신만 생각하지 않고 다음 세대도 생각하고 살아야겠구나. 왜 이런 말을 하느냐면, 노조키메는 억울하게 죽은 여자아이여서다.

 

여기에서 모두 논리있게 말해주는 건 아니다. 무서운 이야기는 그것 자체로 남겨둔다고 하지 않는가. 맨 앞에서도 말했듯이 세상에는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나는 이상한 일을 겪은 적이 있을까. 오래전에 이상한 걸 본 적 있는데 그건 별거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내 눈이 잠시 이상했던 건지도.

 

 

 

 

☆―

 

“어째서죠? 왜 이 공책을 읽으면 안 된다는 겁니까?”

 

“…… 오니까.”

 

“네?”

 

“그것이 엿보러 오니까…….”  (44쪽)

 

 

 

 

 

한밤에 일어난 일

 

 

 

이사하고 며칠이 지난 밤부터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하루가 바뀌는 영시였다. 처음에는 다른 집에 가는 사람인가 보다 했다. 하지만 발자국 소리는 우리 집 앞에서 멈추었다. 첫날은 잠결에 들어서 별로 마음 쓰지 않았다. 둘째날도 셋째날도 어김없이 발자국 소리가 우리 집 앞에서 멈추었다. 넷째날은 영시가 되기를 기다리다 문에 달린 렌즈로 바깥을 보았다. 밑에서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우리 집 앞에서 멈추었는데, 바깥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움직일 수도 숨을 쉴 수도 없었다. 다시 시간이 흐르는 걸 느낀 건 이삼 분이 지난 뒤다. 아니 어쩌면 채 일분도 지나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나는 다시 용기를 내어 렌즈에 눈을 갖다댔다. 곧 렌즈 너머는 빨갛게 물들었다.

 

내가 정신을 잃었던 걸까. 멀리서 자명종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그곳이 사라져도 기억으로 남는다

 

  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

  윤대녕

  현대문학  2014년 06월 12일

 

 

 

 

 

 

 

 

 

 

 

 

산문은 소설과 다르게 작가 이야기를 할 때가 많다. 소설도 비슷할까. 소설에서는 작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나만 잘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다 가끔 작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고 느낄 뿐이다. 소설을 보면서는 거기 나오는 사람과 자신을 겹쳐서 볼 때도 있는데, 나는 이것도 자주 하지 않는다. 나와 비슷한 사람을 못 봐서(비슷한 건 아주 조금일 때가 많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내 삶은 소설 재료로도 쓰지 못하겠구나 하는. 어쩐지 조금 슬프기도 하다. 예전에 어릴 때를 생각하고 뭔가 써 본 적 있는데 그저 그랬다. 그것을 좀더 재미있게 쓰면 좋을 텐데, 어려운 일이다. 제대로 해 보지도 않고 어렵다고 말하는 것일지도. 산문에서 작가가 하는 이야기를 보면 자신은 어땠는지 생각하기도 한다. 소설 볼 때도 그러는 듯하다. 소설에 나오는 사람과 나를 겹쳐보는 것은 하기 어려워도 나는 어떤지 생각하는구나. 책을 읽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따라 책을 보는 게 다를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처음에는 모두 읽는 사람일 뿐일지도. 비평하는 사람은 다르게 읽을 것 같다는 거다.

 

이 책을 읽다보니 예전에는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진 곳들이 떠올랐다. 나는 어디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마음에 드는 공간도 없다. 공간은 사람이 있을 때 그곳에 있지, 사람이 없으면 그곳도 사라진다고 한다. 사람은 바로 자신과 누군가겠지. 내가 사는 곳에서 다른 곳(위쪽)에 가기 위해 기차를 타려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야 했다. 지난날 이야기다. 지금은 배 타고 역에 가지 않아도 된다. 내가 사는 곳에도 역이 있었는데 거기에서는 멀리까지 가지 않았다. 지금은 가는가보다. 옮긴 역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아직 한번도 안 가봤다. 배가 아닌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러 가도 되었다. 예전에는 그 배를 타는 사람이 아주 많았는데, 지금은 배가 아예 없어졌을까. 몇해 전(이것도 시간이 많이 흘렀다)에 배를 탔을 때는 사람이 아주 적었다. 공간도 공간이지만 배를 타고 내리는 풍경 자체가 사라져버린 듯하다. 어디에 자주 다니지도 않으면서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사는 곳이 섬이어서 배를 타야 했던 건 아니다. 그때는 배를 타고 다른 지방 역에 가는 게 나았다. 밑으로 가려면 다른 방법으로 가야 했다.

 

 

           
           

                   역이 있던 곳 빈 터다, 아니 오래전에 가 봐서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비밀이랄 것은 없지만 사진을 보면 내가 어디에 사는지 알겠다

                           나무는 역에서 왼쪽이고 더 왼쪽으로 들어가면 시장이다

 

 

 

내가 사는 곳에 있던 역은 다른 곳으로 옮겨서 예전에 있던 역은 없어졌다. 예전에 나는 역은 그대로고 철길을 놓는 건지 알았다. 철길은 다른 곳에서 이곳과 이어졌겠지. 예전 역은 작아서 비둘기호가 다니고 이게 사라지고 무궁화호가 되기도 했다(가끔 화물차도 다녔다). 이름만 바뀌었지 가는 곳은 같았다. 어떻게 이것을 아느냐 하면, 그 기차를 타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역 바로 옆은 재래시장이다. 어렸을 때는 엄마와 함께 시장에 다니기도 했는데 언젠가부터 시장에 안 가게 되었다. 이제는 시장까지 가지 않아도 물건을 살 수 있다. 이것은 어디나 비슷하겠지. 예전에는 시장이 있는 곳이 내가 사는 곳 중심이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곳이 딱히 없는 듯하다. 이게 좋은 건지 아쉬운 건지. 그래도 아직 그곳에는 사람이 산다. 많은 사람이 가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은 시장에 가겠지. 아침에 기차를 타면 장사하는 사람이 많았던 듯하다. 시장에서 물건을 떼어가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시장에서 좀 떨어진 곳에는 극장 두 곳이 가까이에 있었다. 내가 영화를 보러 극장에 자주 간 건 아니다. 학교에서 단체로 볼 때 갔다. 나 혼자 극장에 간 적 있다. 그때 왜 혼자 갔을까. 나는 혼자 가는 것을 싫어해서 극장에 다니지 못한 것 같다. 그런 곳에는 누군가와 같이 가야 할 것 같아서. 그것도 있겠지만 혼자서라도 영화를 보아야겠다는 마음이 없었던 거겠지. 친구와 같이 간 적 있는 것 같은데 무슨 영화를 봤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접속>만 생각난다. 요즘은 도서관에서 영화를 보여주는 날도 있는데 한번도 못 가 봤다. 거의 어린이와 엄마가 올 것 같아서. 아이와 엄마가 보기에 좋은 것만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거기에 못 가서 아쉬운 건 아니다. 예전에는 텔레비전 방송으로 영화를 해주었지만 지금은 그게 없어졌다. 그게 없어지기 한두해 전에 안 보게 되었지만 아쉬운 점이다. 내가 영화를 좋아한다면 인터넷으로라도 봤겠지. 그러지도 않으면서 아쉬워하다니. 나는 영화를 찾아서 보기보다 기회가 되면 보는 것으로 생각하는가보다. 극장이 있던 곳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그곳까지 안 가 봐서.

 

시내에는 책방도 있었다. 예전에는 여러 곳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줄었다. 책방은 집에서 멀어서 가끔 갔는데, 그곳에서 친구와 만나기도 했다. 도서관은 예전에 집에서 먼 곳에 있었는데, 지금은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그 도서관 건물은 무엇으로 쓸까. 예전 도서관 뒷쪽 은행나무밑에 햄스터를 묻었는데. 볼 일이 없으면 가지 않는 곳이 많구나. 중학생 때는 자주 못 샀지만, 고등학생 때는 테이프를 좀 샀다. 레코드 가게에 몇번 갔더니 그곳에서 일하는 언니가 나를 알아보기도 했다. 나중에는 테이프 값을 깎아주었다. 그곳도 시간이 흘러서 사라졌다. 일하는 언니와 이야기를 별로 나누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아쉽다.

 

다른 누군가와 함께 한 기억은 거의 없구나. 친구와 함께 간 바다가 있기는 한데. 나한테도 그런 일이 있었다니 좀 신기하다. 윤대녕은 글을 쓰려고 떠난다고 한다. 나하고는 반대다. 나는 다른 곳에서는 책도 못 읽고 글도 잘 못 쓴다. 집에서 잘 쓰는 것도 아니지만. 이것은 사람마다 다른 거겠지. 마지막에 글쓰는 이야기가 되다니. 나는 작가보다 짧은 동안 지난날을 생각했다. 이런 시간 괜찮은 듯하다. 떠올릴 기억이 얼마 없어서 조금 아쉽다. 이것은 앞으로도 비슷할 것 같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생각하는 것도 괜찮을까.

 

 

 

희선

 

 

 

 

☆―

 

“가장 인상에 남은 장면은 아빠가 혼자 빗속에서 낚시를 하는 모습이었어요. 근데 그 모습이 저는 왠지 쓸쓸해 보이던데, 이상하죠?”

 

이상할 건 없다. 그것은 우리가 서 있던 공간이, 우리가 그 자리를 떠남과 동시에 흔적 없이 사라질 거라는 어쩔 수 없는 예감 때문이란다, 얘야.  (74~75쪽)

 

 

“네, 우체부 같은 작가가 되어 돌아가고 싶습니다. 사람들한테 온갖 희로애락과 생로병사의 비의를 전달해주는 게 되어서 말이죠. 그동안 깨달은 것이 있다면 이것뿐입니다.”  (2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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