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불의 연회 : 연회의 준비 - 상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교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을 읽기 전에 제목 도불의 연회에서 작게 쓰인 ‘연회준비’를 보았다. 준비라니, 이걸로 끝이 날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하권까지 보니 끝나지 않았다. 다음 이야기 ‘연회 시작에서 끝까지’가 있다는 걸 알았다(그건 언제쯤 볼지). 도불은 뭔가 했다. 불교하고 상관있는 건가 했는데, 일본말로 누리보토케였다. 요괴 이름 같은 건가 하고, 여기에 누리보토케가 뭔지 나올까 했다. 누리보토케가 자세하게 나오지 않았지만 ‘누리보토케’란 말이 한번 나왔다. 이것은 다음 이야기에서 알 수 있을까. 제목으로 쓴 거니 깊은 뜻이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다. 누리보토케는 이름만 전해지는 요괴에서 하나다. 이것만이라도 알면 괜찮을까. 그런 게 하권에 나왔다. 와이라와 오토로시다. 상, 하권은 모두 6장으로 나뉘고 한장마다 요괴 이름이 제목이다. 그 요괴와 장마다 펼쳐지는 이야기가 상관있다. 상관있지만 그것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책을 보면 알 수 있기도 하다. 난 교코쿠도, 고서점을 하는 추젠지 아키히코처럼 말을 잘하지 못한다. 이런 말로 달아나는구나.

 

 교고쿠도 시리즈는 몇해에 걸쳐서 다 보았다. 보기는 했지만 다 기억하지는 못한다. 예전에 일어난 일이 조금씩 나오기도 해서. 책을 빨리 보는 사람은 먼저 나온 것을 한번 죽 읽어보고 새로운 이야기를 볼지도 모르겠다. 난 책을 빨리 못 본다. 앞에 이야기 몰라도 크게 문제는 없다. 책은 몇해 동안 나왔지만 책속 시간은 얼마 흐르지 않은 걸로 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 가끔 얼마전에 일어난 일을 말하는 것일지도. 교고쿠도 추젠지 아키히코한테는 여러 친구가 있다. 친구는 소설가, 탐정, 형사, 중국 요괴를 연구하는 다타라다. 중국 요괴를 연구하는 다타라 이름은 처음 듣는 것 같기도 한데. 예전에도 나왔는데 내가 잊어버린 걸까. 세키구치, 에노키즈, 기바 세 사람에 다타라까지 다 나온다. 예전에는 다 나온 것 같지 않은데. 이것은 내가 잘못 기억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 조금씩 나왔을 거다. 제1장에서 제6장까지 이야기는 따로따로면서 이어졌다. 어느 한 곳이라고 할까. 최면술로 해를 입는 사람도 여럿 나온다. 이야기가 복잡해서 이것을 어떻게 풀어써야 할지. 아니 그렇게 복잡한 건 아닌가. 소설가 세키구치는 시즈오카 현 산촌에 있던 헤비토 마을이 1938년에 사라지게 된 일을 알아보고 글로 써 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앞으로 밝혀질 일은 헤비토 마을 사람이 모두 누군가한테 죽임 당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헤비토 마을에는 쉰한사람이 살았는데 그 마을 사람이 모두 사라지고 다른 사람이 전부터 그 마을에 살았다고 했다. 아주 바뀌어버린 것 같은 이야기는 제3장 효스베에도 나온다. 제2장 우완에는 까닭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사람 이야기로 그 사람이 어렸을 때 살던 마을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 옆집에 살던 사람 주소를 우연히 알게 되고 그곳에 찾아가 봤지만 그 사람은 그곳에 없었다. 여기에서 <길의 가르침 수신회>라는 수상한 단체 이름이 나오고 다음 이야기에도 그게 나온다. 신흥종교 단체 <성선도>에 하권에는 <한류 기도회>에 오래 살려는 모임인 <장수연앵모임>이 나온다. 저마다 다른 이름이지만 한곳에서 나와 뿌리가 갈라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말은 요괴 효스베 이야기를 하면서 했는데, 그 이야기가 여러 단체 이야기 같기도 하다. 영매사로 나온 가센코 오토메는 나쁜 사람인가 했는데 그 사람도 최면술에 걸린 거였다.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여러 단체 사람이 노리는 건 뭘까. 쉽게 생각할 수 있겠다. 바로 돈이다. 재미있는 건 앞에서 나쁘다 생각한 사람이 뒤에서는 피해자였고, 앞에서 괜찮게 여긴 사람은 남을 속이는 사람이었다. 그런 식으로 뒤집히다니. 뒤집히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여러 단체에서 최면을 건 사람은 다 돈이 있었다. 영매사, 점쟁이라고도 하는데 가센코를 찾아오는 사람에는 정치가도 있었다. 여러 곳이 헤비토 마을과 상관있을까. 아주 없지 않을 것 같기도 한데. 헤비토 마을에는 사에키 집안이 있었는데 그 마을 지주 같은 거였다. 1938년에는 그런 관계는 사라졌다. 사에키 집안에는 비밀이 있었다. 사람을 닮은 생물 군호님이라는 것을 대대로 지켰다. 그것은 먹으면 늙지도 죽지도 않는 눗펫포 같았다. 군호님은 사에키 집안뿐 아니라 마을 사람이 다함께 지켰다. 세키구치는 그것 때문에 마을 사람이 모두 사라진 건 아닐까 생각한다. 세키구치도 그 마을에 가고 덫에 걸린다. 세키구치는 오리사쿠 아카네를 죽였다는 일로 잡혔는데 거짓말 같다. 후최면에 걸리면 사람도 죽일 수 있을까. 알 수 없구나. 오리사쿠 아카네를 죽인 사람은 따로 있고 세키구치는 자신이 여자를 죽였다는 최면에 걸린 건 아닐지. 오리사쿠 아카네는 이것보다 앞에 이야기 《무당거미의 이치》에서 혼자 살아 남았는데 여기에서 죽다니. 아카네가 헤비토 마을 일을 알려고 해서가 아닐까 싶다. 아카네와 세키구치가 같은 때 가까운 곳에 있었을지도.

 

 아직 끝이 나지 않아서 뭐라 말하기 어렵다. 교고쿠도는 세상에는 이상한 일은 없다 말한다. 요괴나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지면 그것이 왜 일어났는지 알아내고 안개 같은 것을 걷어낸다. 나쁜 짓은 결국 사람이 한다. 여러 단체와 많은 사람이 얽힌 이번 이야기는 어떻게 끝이 날지. 신흥종교나 인격을 바꾸는 강습회 같은 건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게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최면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이런 말도 나온다. 어떤 일을 결정할 때 그게 진짜 자신의 뜻인지. 자신은 진짜 자신인지 하는 것도. 철학 같구나. 정신을 바짝 차린다 해도, 누군가 마음먹고 속이면 사람은 거의 속지 않을까. 최면에 잘 걸리거나 잘 속는 사람을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은 잘 알아본다. 좀 무섭구나. 맨 앞에 나온 눗펫포, 그러니까 먹으면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생물(약)도 상관있을 것 같다. 지금 가장 걱정스러워 보이는 사람은 세키구치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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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정지용 시집 (미니북) - 1935년 시문학사 초판본 오리지널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정지용 지음 / 더스토리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몇해 전(2014)부터 일제시대에 시를 쓴 시인 시집 초판본이 나왔다. 다른 출판사에서 처음 나온 건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이다. 사두기만 하고 아직 만나지 못했다. 그건 처음 나왔을 때 글자 그대로여서 바로 못 본 것 같다. 김소월 이름은 알아도 김소월이 어떤지 잘 몰랐다. 그 뒤에 김소월을 알았느냐 하면 아니다. 내가 안 건 김소월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뿐이다. 이런 말은 김소월 시집을 본 다음에 썼다면 좋았을 텐데. 초판본 김소월 시집 다음에 윤동주, 백석, 한용운 시집이 나오는 걸 보고 정지용 시집도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오래전에 나온 초판본을 지금 볼 수 있게 해준 곳은 다른 곳이지만, 그곳 말고 여러 곳에서 초판본을 냈다. 이것도 초판본이기는 하지만 한글은 지금 말로 고친 것 같다. 여기에서는 시집을 두가지로 냈다. 하나는 보통 크기, 하나는 좀 작은 것으로. 내가 본 것은 작고 귀엽다. 글자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읽기에 그렇게 힘들지 않다. 그래도 한번에 죽 보기보다 조금씩 보는 게 나을 듯하다.

 

 

 

유리창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방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너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유리창1>, 21쪽

 

 

 

 중학교인지 고등학교인지 잘 모르겠는데, 학교 다닐 때 일제강점기 시인이나 소설가를 좀 알았다. 알았다기보다 국어시간에 배웠다고 해야겠다. 그 안에 정지용 시도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시는 <유리창1>이다. 그 시를 선생님이 가르쳐준 건지 책에 있었는지. 학교에서 배운 게 아니고 다른 데서 듣거나 본 걸 학교에서 배웠다고 기억하는지도 모르겠다. 기억이 선명하지 않은 건 내가 학교 다닐 때 시와 소설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설지도. 공부라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국어 영어 수학에서 국어 점수가 그나마 나았던 것 같기도 한데. 국어 좋아하지 않았지만 싫어하지 않았나 보다. 그때도 시를 좋아했다면 좋았을 텐데. 또 이런 부질없는 생각을 하다니. 고등학교 다닐 때 책은 거의 읽지 않았는데 그런 내가 문예부였다. 글 쓰는 게 좋아서 거기에 들어간 건 아니고 거기가 남아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문예부였다 해도 글 쓴 기억은 거의 없다. 그때 뭐 하고 시간을 보낸 거지. 내가 문예부였던 적 한번 더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다. 그때도 어쩔 수 없이 거기에 들어갔겠지. 두번이나 문예부였다니.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를 쓰고 시집도 냈다. 선생님은 프랑스말을 가르쳤는데. 예전에 내가 시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시와 아주 먼 것도 아니었구나. 좀 우습다. 책(시 소설)은 고등학교를 마치고서야 봤다. 중, 고등학생 때 책은 잘 몰라서 읽지 않았지만 일기나 편지는 썼다.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밖에.

 

-<호수1>, 77쪽

 

 

 

 앞에서 김소월 잘 모른다고 했는데, 정지용도 잘 모른다. <유리창1>에는 아이를 잃은 슬픔이 담겼다. 다른 시에도 그런 걸 조금 담았다. 김소월은 이름만 알고 시 조금만 알았는데, 정지용은 예전에 시집을 한권 보았다. 거기에서 기억하는 시는 <향수>와 <호수1>이다. <향수>는 노래 때문에 많은 사람이 알겠다. <향수>를 보면 정겨운 시골 모습이 떠오르고, 그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구나. 한때 정지용 시도 볼 수 없었겠지. 정지용은 일제강점기에 시 쓰는 사람으로 여러가지 했는데,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북으로 가고 거기에서 죽었다. 정지용 시는 윤동주도 좋아했다. 정지용은 윤동주 3주기 유고시집에 서문을 썼다. 그 일을 윤동주는 저세상에서 기뻐했을까.

 

 

 

해바라기 씨를 심자.

담모롱이 참새 눈 숨기고

해바라기 씨를 심자.

 

누나가 손으로 다지고 나면

바둑이가 앞발로 다지고

괭이가 꼬리로 다진다.

 

우리가 눈감고 한밤 자고 나면

이슬이 나려와 같이 자고 가고,

 

우리가 이웃에 간 동안에

햇빛이 입맞추고 가고,

 

해바라기 첫 시약시인데

사흘이 지나도 부끄러워

고개를 아니 든다.

 

가만히 엿보러 왔다가

소리를 깩! 지르고 간 놈이─

오오, 사철나무 잎에 숨은

청개구리 고놈이다.

 

-<해바라기 씨>, 102~103쪽

 

 

 

할아버지가

담뱃대를 물고

들에 나가시니,

궂은 날도 곱게 개고,

 

할아버지가

도롱이를 입고

들에 나가시니,

가문 날도

비가 오시네.

 

-<할아버지>, 116쪽

 

 

 

별똥 떨어진 곳,

마음해 두었다

다음날 가보려,

벼르다 벼르다

인젠 다 자랐소.

 

-<별똥>, 120쪽

 

 

 

 정지용은 동시도 썼다. 정지용 시를 본 뒤 윤동주는 시를 조금 다르게 썼다 한다. 여기에도 동시가 실렸다. <호수1>도 동시처럼 보이는데,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잘 담겼다. 시를 쓰려면 어린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라고 한다. 무엇에든 관심을 갖고 새롭게 보는 게 어린이 마음인가. 난 어린이였을 때 그러지 않은 것 같은데, 더 어릴 때는 달랐을까. 어렸을 때 난 글짓기 대회에 나가 본 적은 없지만, 글짓기 시간에 쓴 글 칭찬받은 적은 있다. 겨우 한번이었던 것 같다. 난 그걸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때 난 무엇을 좋아했을까.

 

 시집 이야기보다 재미없고 생각도 잘 나지 않는 내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 이 시집을 봤기에 그때 일을 떠올린 거니 괜찮은 거 아닌가 싶다. 일제감정기에 한글로 글 쓰기 어려웠을 텐데, 한글로 시나 소설 쓴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다. 그런 사람에서 한사람이 정지용이다. 정지용이 한자말을 아주 쓰지 않은 건 아니지만, 한글을 잘 살려썼다. 그런 부분을 눈여겨 보면 괜찮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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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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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이 나온 날은 2016년 9월 12일이다. 그날 경주 쪽에서 진도 5.8 지진이 일어나고 많은 곳에서 그것을 느꼈다. 여진은 몇달 동안 이어지고 요새도 지진이 자주 일어난다. 그 지진으로 한국도 지진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지진 대피훈련을 하게 되었다. 라디오 방송 사이에는 지진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하는 게 나왔다(요새는 나오지 않는다). 경주에서 지진이 일어난 것과 이 책이 나온 날짜가 같은 건 그저 우연일 거다. 우연이지만 말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한국에서 이 책을 한국말로 옮긴 건 영화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일본에서는 2015년에 영화가 했지만. 경주나 경주와 가까운 곳만큼은 아니지만 지진이 일어나는 걸 몇번 느껴서 가끔 걱정한다. 지진이 일어나는 꿈을 꾸기도 했다(이 말은 처음이 아니구나). 지진이 일어나는 건 막을 수 없다. 지진 때문에 사람이 죽는 게 아니고 건물 때문에 사람이 죽는다는 말을 들었는데 맞는 말이다. 그렇다고 건물을 짓지 않을 수 없겠지. 일본은 지진이 자주 일어나서 그것을 생각하고 건물을 지었지만 한국은 그렇게 지은 지 얼마 안 됐을 거다. 일본도 많이 다르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한국은 먼 앞날까지 보지 않았을 거다. 지금 돈을 벌려고 빠르게 건물을 올렸겠지. 이제는 빠르고 편한 것보다 다른 걸 생각해야 한다.

 

 앞에서 지진 이야기를 해서 마치 여기에서 지진이 일어나는 것 같구나. 지진은 일어나지 않지만 책속 배경은 한신 대지진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다. 그때는 원자력발전소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지진 때문에 원자력발전소에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런 소설을 썼겠지. 한신 대지진이 일어나고 시간이 흐른 2011년 3월 11일에 일본에서 큰 지진이 일어났다. 그것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이어졌다. 지진 해일로 죽거나 집을 잃은 사람도 많고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죽거나 살던 집을 떠난 사람도 많다. 사람만 피해를 입은 건 아니다. 동물도 죽고, 죽이고 식물도 방사능에 오염됐다. 그 일을 당한 사람과 보기만 하는 사람 마음은 다를 거다. 재해나 사고 소식을 듣는 것만으로도 무척 우울하지만. 사람이 편하게 살려고 만드는 것 때문에 죽은 사람도 있을 거다. 많은 사람 희생이 있어서 과학이 발달한 건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이런 생각은 못해봤다. 예전에 핵분열을 찾아내고 연구한 과학자도 백혈병으로 죽었다. 그걸 보고도 과학자는 그 연구를 그만두지 않았구나.

 

 예전에는 전기가 모자라서 가끔 전기가 끊기기도 했다. 지금은 그런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겠지. 아주 더운 여름에 잠깐 끊길까. 원자력발전 때문에 전기가 끊어지지 않겠다. 일본은 한국보다 땅이 넓어서 원자력발전소가 더 많다. 지금은 한신 대지진이 일어난 1995년보다 더 늘었겠다. 한국은 원자력발전소가 동쪽에 모여있고, 오래된 것도 있고 새로 짓는 것도 있다. 지난해 9월 12일에 경주에 지진이 일어난 다음에 한국에 다른 일이 터져서 원자력발전소 일을 덜 생각하게 된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원자력발전소 잊지 않아야 한다. 원자력이라 하지만 이건 핵이다. 핵은 무섭게 들리지만 원자력은 무섭게 들리지 않는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는데 왜 그때 일을 더 깊이 생각하지 않았을까. 나도 원자력발전이 위험하다는 걸 안 건 얼마 되지 않았다. 2011년에는 조금 생각했겠지만 잠깐이었다. 그때도 한국에 원자력발전소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몰랐다. 어느 정도나 있는지 찾아본 건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알고 난 뒤다. 한국에서 먼 곳에서 일어난 사고라 할지라도 그런 일이 한국에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원자력발전을 잘 아는 사람은 그게 진짜 안전하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니시키 중공업 고마키 공장에서 시험 비행을 하려는 커다란 헬리콥터 ‘빅 B’가 저절로 움직였다. 누군가 빅 B를 훔친 거였다. 그것을 훔진 사람은 자신을 천공의 벌이라 하고 빅 B를 신양 원자력발전소 원자로 하늘 높이 띄웠다. 천공의 벌은 빅 B에 폭발물이 실렸다고 하고 자신이 하는 말을 듣지 않으면 헬리콥터를 원자로에 떨어뜨린다고 한다. 빅 B 안에는 헬리콥터를 연구한 야마시타 아들이 타고 있었다. 천공의 벌이 바란 것은 일본 안에 있는 원자로를 모두 쓸 수 없게 하는 거였다. 정부가 그 말을 들을까. 아이를 구할 때도 속임수를 썼는데. 천공의 벌은 빅 B에서 아이를 구하게 했다. 거기에는 조건이 있었다. 지금 움직이는 원자로를 모두 끄고 그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중계하는 거였다. 다행하게도 아이는 구했다.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사람과 결정한 일을 하는 사람은 다르다. 그런 일은 어디에서든 일어나겠다. 결정이라도 잘못하지 않아야 할 텐데 싶다.

 

 빅 B에서 아이를 구하려고 원자로를 끄고 여러 곳 사람 모습이 나온다. 이 일이 일어난 때는 팔월로 무척 더웠다. 잠깐 더운 것을 안 좋게 여기는 사람이 많았고 원자력발전이 없으면 안 된다 생각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사는 곳에 원자력발전소가 없으면 괜찮다 여겼다. 원자력발전을 깊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거기에서 일하고 병에 걸린 사람이나 원자력발전이 위험하다는 걸 알았다. 한국도 그렇게 다르지 않을 거다. 원자력발전이 아닌 다른 것도 있을 텐데, 그것을 생각하는 사람 있을까. 원자로에 쓰이는 연료가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 테니 아주 없지 않겠다. 좀더 많은 사람이 원자력발전에 관심을 가져야 할 텐데. 그걸 안다고 바로 뭔가 할 수 없다 해도 전기를 아껴쓰려 하지 않을까.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구나. 더울 때는 덥게 추울 때는 춥게 지내는 것도 괜찮다. 전기를 아주 안 쓰는 건 어렵겠지만 덜 쓰는 건 할 수 있겠지.

 

 이 책을 보면 원자력발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에는 옳은 일만 일어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자기 일이 아니면 옳지 않은 일을 보고도 그냥 지나칠 거다. 나도 다르지 않다. 큰 일은 못하더라도 작은 일은 실천하고, 가까운 곳에 힘든 사람이 있으면 돕기를 바란다. 그것만 해도 세상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세상을 바꾸는 건 그렇게 큰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작은 일이 자꾸 일어나고 그게 쌓여서 조금씩 바뀔 거다. 원자력발전소도 천천히 없애면 좋겠다.

 

 

 

희선

 

 

 

 

☆―

 

 일상생활 속에서는 원전을 별로 생각하지 못했다. 한신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조차 아주 가까이에 원전이 있다는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 뒤 여러 매스컴에서 ‘지진과 원전’이라는 문제를 다루었을 때에야 겨우 그 일의 심각성을 깨달았을 정도다. 모르는 척했다고도 할 수 있고 익숙해졌다고도 할 수 있다. 어쨌든 감각이 둔해졌다는 증거였다.  (96~97쪽)

 

 

 “세상에는 없으면 곤란하지만 똑바로 바라보기는 싫은 게 있어. 원전도 결국 그런 것에서 하나야.”  (5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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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83

오다 에이치로

集英社  2016년 11월 04일

 

 

 

 몇권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인섬편이 끝날 때쯤에 빅맘이 나왔을 거다. 그때 빅맘 무섭게 보였다. 과자 같은 단 것을 좋아하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부하도 먹어치웠다. 사람처럼 보이지 않지만 사람이다. 보통 사람은 아니지만. 지금 생각하니 루피와 동료가 나중에 싸우게 될 상대가 먼저 조금 나올 때 다 무서웠다. 지금까지 싸운 게 누구더라 하고 생각해보니, 떠오르는 게 얼마 없다. 오래 돼서 이름 잊어버리기도 했다. 루피는 처음부터 이기기 어려운 상대와 싸우고 이겼다. 루피와 동료는 갈수록 힘을 붙였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자라는 것으로, 사람이 살면서 맞닥뜨리는 힘든 일과 같은 거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루피와 싸운 상대는 시간이 흐르고 루피를 도와주기도 했다. 루피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난 그런 게 없구나). 그래서구나. 빅맘하고 싸우는 건 좀 이르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싸우기는 해도 그렇게 길지 않겠지. 이렇게 말하니 <원피스>가 싸우기만 하는 만화 같구나. 싸우기는 하는데 모험이 중심이다. 싸움은 자유와 권리를 찾으려고 하는 거다.

 

 이번에 하나 깨달았다. 빅맘이 자식 이름을 먹을 거(서양 과자이름)로 짓는다는 거. 상디와 결혼한 사람은 빅맘 서른다섯번째 딸 푸딩이다(지난번에 프링이라 했는데 고쳐야겠다, 이번에 보면서 일본에서는 푸딩을 프링이라 한다는 것이 생각났다). 푸딩은 루피 쵸파 나미가 상디 동료라는 걸 알고 도와주기로 한다. 상디와 푸딩은 한번 만났다. 상디는 푸딩한테 푸딩하고 결혼하고 싶지만 할 수 없다 하고 동료한테 돌아가고 싶다고 했단다. 아주 놀라운 걸 알았다. 빅맘은 딸이 39명에 아들이 46명으로 모두 85형제를 두었다. 이 말 들었을 때는 친자식이 아닌가 했다. 놀랍게도 모두 빅맘 자식이었다. 남편은 43명이었다. 아이를 여든 다섯이나 낳았다면 빅맘은 지금 몇살일까. 쌍둥이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구나. 그렇다 해도 엄청나다. 빅맘은 식구를 중심으로 하는 해적단을 만들려고 아이를 그렇게 많이 낳았다. 남편은 자식을 낳고는 버린 것 같다. 빅맘은 자식을 힘을 키우는 일에 썼다. 힘을 가진 집안 사람과 딸을 결혼시켰다. 상디 집안은 사람을 죽이는 일을 전문으로 하고, 과학을 이용해서 그런 것을 한다. 전쟁도 하는 듯하다.

 

 푸딩은 빅맘이 있는 섬에 가는 지도를 루피한테 그려주고 다음날 그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일이 잘 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빅맘이 있는 홀케이크섬에 가서는 루피 나미 쵸파 캐럿은 이상한 숲으로 들어가고 브룩과 페드로는 빅맘이 가지고 있는 포네그리프를 찾으러 갔다. 배 안에 있어야 할 페콤즈는 없었다. 페콤즈는 카포네 갱 베지한테 잡혀갔다. 베지가 페콤즈한테 총을 쏘았는데 어떻게 됐을지. 지난번에 잘못 생각한 게 하나 더 있다. 스릴러 바크에서 만난 로라 엄마일지도 모르겠다고 한 사람은 엄마가 아니고 언니였다. 빅맘이 나왔을 때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빅맘이 로라 엄마가 아닐까 했다. 그 생각이 맞았다니. 로라는 먹을 거 이름이 아니다. 일부러 그런 건가. 루미 나미 쵸파 캐럿이 들어간 숲은 빠져나오기 힘든 곳이었다. 빅맘도 루피가 찾아온 것을 알고 상디와 만나지 못하게 하려 했다. 쵸파와 캐럿은 거울 속 세계에 갇히고 루피와 나미는 숲에서 땅속에 묻힌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이 로라 아빠였다.

 

 잠깐 다른 곳 이야기를 해야겠다. 빅맘은 자신이 먹고 싶은 게 생각나면 그것을 바로 먹어야 한다. 빅맘은 자신이 먹고 싶은 걸 부하가 바로 주지 않으면 미친다. 이번에 찾는 게 없어서 도시를 부수었는데 그곳에 징베가 나타났다. 징베는 빅맘이 먹고 싶다고 한 걸 가져왔다. 정신이 돌아온 빅맘한테 징베는 할 말이 있다고 한다. 빅맘은 징베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었다. 징베는 빅맘을 떠날 수 있을까. 그 일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징베가 선장인 배 동료들은 징베한테 떠나라고 했다. 언젠가 해적단이 폭력조직(야쿠자) 같다고 했는데 진짜 그렇게 보인다. 상디는 오랜만에 누나와 아버지를 만났지만 식구라 여기지 않았다. 상디는 네쌍둥이에서 셋째였다. 네쌍둥이였다니. 상디 아버지는 상디가 어렸을 때 다른 세아이와 다르게 힘이 없고 요리를 해서 거의 버렸다. 버리고서 이제야 찾은 건 사랑하는 자기 아들을 빅맘한테 보내고 싶지 않아서였다. 상디 아버지는 상디를 산제물이라 했다. 부모 같지 않은 부모구나. 왕족과 결혼해서 자신들을 편하게 해주기를 바라는 사보 부모가 생각났다. 상디 누나가 루피를 구해줘서 좀 괜찮은가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레이주는 그저 일어나는 일을 즐겁게 보는 사람 같다. 그렇다 해도 가끔 이런 사람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거울속 세계에 갇힌 쵸파는 그 안에 있는 거울 가운데는 빅맘이 있는 성으로 나가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정말 그럴 것 같다. 루피는 빅맘 열번째 아들 크래커와 싸웠다.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기도 한데 다음권에서 어떻게 되겠지. 나미는 로라 아빠 파운드와 함께였다. 나미는 로라가 준 빅맘 비블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써서 숲을 빠져나갈 생각이다. 비블 카드가 있어서 빅맘을 만날 수 있겠다. 홀케이크섬에서도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 같지만 그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빅맘은 섬에 사는 사람 수명을 받고 그곳을 지켜주었다(자식을 많이 낳은 것과 다른 사람 수명을 빼앗는 힘은 상관있을까). 빅맘은 그냥 해주는 게 없구나. 남한테 인심 쓰는 척하고 더 빼앗으면 끝이 안 좋던데. 이번 거 그렇게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다음에는 어떤 일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원피스>는 늘 다음을 기다리게 한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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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길을 걷다 편지함을 보면 사진으로 담는다

저런 편지함으로 편지를 받는 기분은 어떨까

편지가 중요하지 편지함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구나

 

 

 

 

 

 

 

 

 

 

 

 

 

 

 

 

 

 

 

 

 

 

꽃은 언제든 피지만 봄에 피는 꽃은 더 반갑다

잿빛이었던 세상을 밝게 만들어주기 때문이겠지

아직 벚꽃은 피지 않았다

바로 위에 것은 매화다

섬진강에는 매화마을이 있다던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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