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책을 읽고 감상을 쓰기로 한 건, 어느 정도 쓰면 인터넷 책방에서 적립금을 준다고 해서였다. 그걸 알았을 때 바로 한 건 아니다. 적립금 준다는 거 알아도 오랫동안 쓰지 않았다. 그러다 동화를 읽고 쓰면 어떨까 하고 그렇게 했다. 내가 그렇게 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적립금 주는 건 없어졌다. 난 꼭 끝날 때쯤에야 하는구나. 한 인터넷 책방에서 한 한주에 책 한권 읽기도 잘 몰라서 못하다가, 다른 사람이 한 걸 보고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걸 알고 했더니, 그것도 얼마 뒤에 없어졌다. 잠깐 쉬었다 다시 하기도 했구나.

 

 인터넷 책방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얼마 안 됐을 때는 다른 사람 글은 거의 안 봤다. 처음부터 다른 사람 글을 보고 가끔 댓글이라도 썼다면 좋았을까. 아니 그때는 혼자 쓰고 올리는 게 좋았다. 누가 보든 안 보든 썼으니까. 책 읽고 쓰기는 한번 하다가 그만뒀다 다시 시작했다. 다시 하고는 쉬지 않았다. 책 읽기도 쓰기도 쉬지 않지만 블로그에는 바로 올리지 못하기도 한다. 첫번째는 게을러서고 두번째는 가끔 쓸쓸해서다. 쓸쓸하다고 하다니. 혼자 할 때는 댓글 같은 거 마음 쓰지 않았다. 한두 사람 사귀다 보니 그게 없으면 좀 쓸쓸했다. 그게 없어도 해야 하는데. 그냥 이런저런 블로그를 둘러보다 댓글이 없어도 꾸준히 쓰는 사람을 보기도 했다. 그 사람은 자기가 쓴 글에 댓글이 있든 없든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는 거겠지. 어쩌면 그 사람은 인터넷이 아닌 바깥에 친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댓글과 상관없이 글 쓰는 사람 부럽다. 나도 그러면 좋을 텐데.

 

 난 우연히 본 글이 좋아서 댓글 쓰는 적은 별로 없다. 인터넷 안에도 아주 많은 사람이 있어서 많은 사람을 사귈 수 없다. 난 인터넷이나 실제나 다르지 않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도 다른 사람은 다르겠지. 남의 마음은 남의 것이고 내 마음은 내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르게 생각해도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말 몇번째인지. 글은 혼자 쓰는 거다. 그걸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댓글에 마음 쓰지 않고 꿋꿋하게 블로그에 글 써야겠다. 글 쓰는 건 나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도 누군가한테 아주아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더하는 말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은 걱정스러워서 다른 걸 못했다. 컴퓨터를 거의 밤에 쓰고 비도 밤에 마구 쏟아졌다. 이번 여름에는 늘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와서 마음이 더 편하지 않았다. 이건 언제 괜찮아질지 모르겠다. 해마다 여름이면 그럴 것 같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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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9-27 00: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요 , 여기요 ! ㅎㅎㅎ 저는 저 좋아 떠들고 저 좋아서 이웃님들 리뷰 읽고 코멘트 남기고 답글이 없어도 개의치 않아요 . 어찌보면 참 일방적이죠 . 그래서 돌아오는 웃지 못할 사건들도 있었어요 . 몇번이나.. 그런데 그래도 계속 해요. 한 참 지나서 댓글에 답글이 오기도 해요 .
저는 글에 무심코 댓글을 했는데 그 글이 아주 예전의 글일 때가 가끔 , 자주 있어요 . 그러면 글 주인은 그걸 몰라서 지날때도 있고 혹은 왠 뒷북 ~ 그럴수도 있겠죠 .
그치만 , 읽고 좋으면 좋아서 , 뭔가 공감이 가면 꼭 그 맘을 전하고 싶어져요 . 그래서 남겨두게 되곤해요 . 잘 읽었다는 맘을 , 단순한 좋아요 보단 한차원 더 깊숙한 좋아요를 남기고 싶어서 . ^^
한번이 어렵지 , 하다보면 답글이 돌아오지 않아도 , 그저 남겨 놓은 내 마음이 거기 있다는 것 때문에라도 후련해지곤해요 . 다만 그것이 글이기 때문에 오해가 생기지 않기를 늘 바랄 뿐 ,
희선 님은 섬세한 분이세요 . 요즘은 용기내서 댓글도 하시고 전 그게 보기 좋아서 괜히 제가 다 따듯해지고 그래요 .^^ 많이는 , 활발하게는 아니어도 지금처럼 한발 한발 그렇게 나아가는거 전 응원해요! 항상 !!

희선 2017-09-27 02:09   좋아요 3 | URL
저도 어떤 때는 말하고 싶은데 그렇게 하면 편하지 않게 생각할 것 같아서 그만두기도 합니다 지금은 그런 사람을 본 적 없지만 예전에는 인터넷 안에서는 사람을 사귀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것은 그 사람 생각이니 그럴 수 있다 해야겠습니다 지금도 그런 사람 있겠지요 사람 관계가 쉽지 않잖아요 인터넷이라고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얼굴을 안 봐서 조심하지만, 글만 보고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이건 제가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글이 그 사람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그것만 보고 그 사람이 어떤가 보다 생각하면 안 되겠습니다 저는 그래서 가끔 변명 같은 것을 쓰기도 하는군요 하나만 생각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누군가는 자신이 쓴 글에 댓글이 쓰여 있으면 기분 좋게 여기기도 할 거예요 내 글을 읽은 사람이 있고 말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면서... 한번일지라도 힘이 될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희선

[그장소] 2017-09-27 02:55   좋아요 2 | URL
그럼요 . 한번이어도 읽어준 흔적이 남았을 때 , 그게 언제 적 글이냐는 상관없이 , 기뻐요 .
상처 받아도 , 화나는 일이 생겨도 , 그건 실제 공간에서도 같다고 생각해요 . 여기라고 다른게 아니라요 . 글이니까 오해의 여지가 있음 , 은 전혀 안 먹히는 상대 ( 완전 그런 경우도 정말 있어요!) 를 제외하곤 통할때까지 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마찬가지고요 .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말로도 주고받는 오해 , 다툼은 늘 있잖아요 . 그걸 생각하면 똑같구나 . 여기도 , 그렇달까요 .

그러니 희선님 말씀이 옳아요 . 인터넷이라고 다르지 않아요 . 사람관계는 .. 쉽지 않은것도 맞고 , 그렇다고 포기하고 아무것도 안할 것도 아니고요 . 아무것도 안하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 안전은 하겠지만 그게 진정한 안전은 아닐거예요 . 그냥 정지 . 정체 지 ..
다들 한 면만 생각하진 않을거라고 제가 그렇게 믿고 살아요 . ^^
그런 사람이 있는 반면 또 안그런 사람도 어딘가엔 있으니까요 . ^^

희선 2017-09-28 02:07   좋아요 1 | URL
서로 달라도 마음은 나눌 수 있겠죠 달라 보여도 뭔가 비슷한 것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건 시간이 오래 지나야 알 수 있을지, 사람 관계가 시간과 비례할까 싶기도 합니다 비례하기도 하고, 하지 않기도 하는 것 같아요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은 편안함이 있고, 어느 날에는 새로움을 알기도 하겠죠 그것도 괜찮습니다

저는 실제 만나는 사람보다 여기에서 만나는 사람이 더 많아요 앞으로도 그럴 듯하네요 저는 어디서든 얼마 안 되는 사람을 오래 알고 지내고 싶기도 합니다 그렇다 해도 시간이 가면 조금 달라지기도 하더군요 그것도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그장소] 2017-09-29 00:14   좋아요 1 | URL
에구구~ 오늘 하루 희선님은 잘 보내셨나요?
아침 날씨는 무척 좋았는데 , 오전중에 갑자기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공기가 서서히 변하더라고요 . 신기했어요 . 요 며칠 아침에 책읽으며 걷기가 참 좋았는데.. 이제 쌀쌀하면 손 시려워 그마저 못하게 되겠어요 .

희선님도 온라인 상의 친구분들이 더 많고 , 편하신거죠? ^^ 저도 이젠 그래요 . 실제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과 구분도 잘 안가고요 .
얼굴만 맞대면 안할 뿐 시간의 대부분을 이 쪽에서 보내는 편이 많아서 ..^^

음 , 저도 거미줄처럼 여기저기 많은 사람보단 내실있게 단단한 단짝을 더 선호해요!^^
ㅎㅎㅎ
서로 도움이나 정보 교류 차원에서 , 단짝은 아니어도 반친구 ㅡ 정도는 만드셔도 좋죠!
알라딘이 저는 좀 친정 같달까.. 그렇거든요~ 시작을 여기서 해서요 .^^ 혼자 하는 짝사랑인진 몰라도~^^♡
그냥 그렇다고요! 답이 너무 늦어 죄송!! 하루 일과가 빠듯했네요 . 회사일도 그렇고 .
우리 또 얘기 나눠요~ 그럼 오늘 밤도 굿 밤 되세요~~^^

[그장소] 2017-09-28 0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구 , 요 댓글은 제가 정신을 좀 차리고 와서 다시 달아도 되겠죠? 며칠 밤을 계속 샜더니 잠깐 졸던지 해얄 듯 ~ 눈이 너무 빡빳해서.. 좀 있다 다시올게요!^^
 

 

 

 

 “저기, 여기에서 책 빌리려면 어떻게 해야죠.”

 

 “처음 오셨어요.”

 

 “네.”

 

 안내하는 사람은 종이를 건네주고 이름 주소 전화번호를 적으라고 했다. 대출증 만드는 일은 쉽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쉬운지 알았다면 더 빨리 오는 건데, 대체 나는 왜 대출증 만드는 걸 자꾸 미뤘을까.

 

 도서관은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깨끗했다. 언젠가 들은 도서관은 거의 산꼭대기에 있다고 했는데, 언제 거기에서 이곳으로 옮긴 걸까. 그 도서관도 참 괜찮았을 텐데 못 가 봐서 아쉽다. 사람은 자신이 오래 산 곳이라 해도 잘 모른다. 그건 나만 그럴까, 난 언제나 가는 곳만 가고 다니는 길로만 다닌다. 어디 잘 다니지 않는 나한테 앞으로 다닐 곳이 생겼다. 그건 바로 도서관이다.

 

 어떤 책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가장 먼저 간 곳은 도서관에 들어오면 오른쪽에 있는 책장 앞이다. 거기에는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책이 있는 것 같았다. 거기에서 오른쪽에는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어서 한번 올라가 봤다. 이 도서관은 일층은 따로 들어가고 이층과 삼층은 안쪽 계단으로 이어졌다. 위층을 한번 죽 둘러보고 내려와서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책에서 읽을 만한 책을 찾아보았다.

 

 겨우 읽을 책 세권을 정하고 대출증으로 그것을 빌렸다. 책을 자주 빌려다 보면 읽고 싶은 책 빨리 정할 수 있을까. 아니 도서관에 어떤 책이 있는지 그냥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앞으로는 도서관 안을 더 둘러보아야겠다. 그러면 혹시 아나 책이 먼저 나한테 말할지. 그런 책 만나고 싶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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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왕이며 광대였지
오현종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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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을 아는 소설가지만 지금까지 책은 한권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이번 소설집이 벌써 아홉번째 책이더군요. 꾸준히 책을 썼군요. 이것보다 먼저 다른 걸 만날 수도 있었지만 기회를 놓쳤습니다. 얼마전에는 단편소설에는 왜 그렇게 힘들게 사는 사람 이야기를 쓸까 했는데, 여기 실린 소설 속 사람은 또 다릅니다. 소설 쓴 사람이 다르니 다를 수밖에 없겠네요. 그렇다 해도 같은 게 하나 있습니다. 그건 어떤 소설이든 개인을 그린다는 겁니다. 세상에는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뿐 아니라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잖아요. 가까이에서 들여다 보면 누구 삶에든 힘든 점뿐 아니라 좋은 점도 있겠지요. 소설은 그런 걸 보게 해줍니다. 자기 삶과 다르다 해도 소설을 보고 자신을 생각하기도 하지요. 겉에서 보면 평범한 사람도 잘 보면 평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여기 실린 소설에 나오는 사람 가운데 저와 비슷한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 일이 처음은 아니군요.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단편 여덟편에서 책 제목과 같은 단편 <나는 왕이며 광대였지>는 나머지와 좀 다르게 보입니다. 얼마 뒤에 결혼할 두 사람이 어딘가에 갇혀있다 풀려나는 건데 어쩐지 무섭더군요. 그런 소설이 더 있을지 모르겠는데, 제가 아는 건 미야베 미유키 소설 《레벨 7》입니다. 그 소설에서 갇히는 두 사람은 잘 모르는 사이였던 것 같은데. 아니 기억이 없어서 모르는 사이로 생각한 것일지도. 거기에서는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알게 되지만, 여기에서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단편이어서겠지요. 이 소설 제목에 어울리는 건 <연금 생활자와 그의 아들> 같기도 해요. 여기 나오는 아들 ‘나’는 연극하는 사람으로 ‘햄릿’ 연극을 해요. 자신은 광대가 아니고 햄릿 왕자를 맡았다고 말합니다. 햄릿은 왕이 아니고 왕자군요. 이 소설은 소설에서 본 이야기 같기도 하고 뉴스에서 들은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가 죽었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마지막에 반전이 기다립니다. 그건 말하지 않는 게 낫겠지요. 오현종이 이런 이야기 처음 쓴 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가는 자신이 쓰는 소설에 자신의 분신을 쓰기도 합니다. 소설에서 소설가라고 해서 그게 소설가 자신이라 말할 수 없을지 몰라도 그 소설을 읽는 사람은 소설가 이야긴가 보다 하겠지요. 그런 소설이 여기에는 세편 나옵니다. <부산에서> <K의 어머니와 면회를 갔다> <호적을 읽다>예요. 한편 더 <약의 역사>도 어쩐지 비슷한 느낌입니다. 여기 나오는 ‘나’는 영문학과지만. 영문학과라 해도 소설은 쓸 수 있겠습니다. 아직도 소설가는 직업이 아니군요. 그래도 큰 상을 받고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은 좀 다르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은 시간 강사 같은 일은 하지 않고 소설만 써도 괜찮겠습니다. <부산에서>는 소설가면서 시간 강사로 지내는 사람 이야기기도 한데, 그게 그렇게 안 좋게 보이지 않아요. 실제 그렇게 사는 사람은 여러가지 걱정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저보다는 낫다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이나 하다니. <K의 어머니와 면회를 갔다>는 신문에서 신춘문예 당선자는 아니고, 예심에 붙은 사람 이름을 보고 ‘나’는 예전에 사귄 남자친구 이름을 보게 됩니다. 남자친구는 소설가가 되겠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나’가 좋아했는데 ‘나’가 소설가가 됐습니다. 이 소설은 지금보다 오래전 일을 떠올립니다. 예전 남자친구와 왜 헤어졌는지 다시 생각하는 건지도. <호적을 읽다>는 호적과 반대인 소설이 생각나게 했어요. 호적에는 그 사람 이야기는 없고, 그 사람이 언제 태어나고 언제 결혼하고 자식은 얼마나 있고 언제 죽었나 하는 게 몇줄로만 적혀 있지요. 소설가인 ‘나’는 미국 비자를 신청하려고 호적등본을 떼고 거기에 쓰인 것을 봅니다. ‘나’는 증조할머니, 할머니 그리고 고모를 생각해요. 이렇게 쓰고 보니 여성의 삶이군요.

 

 앞에서 이 책 제목과 같은 단편이 다른 소설과 다르다고 했는데 <모든 것이 붕괴되기 이전에>도 좀 다릅니다. SF 같아요. 여기 나오는 사람은 자신을 괴물로 만든 아버지를 죽이려고 아직 자신이 태어나지 않은 때로 돌아갑니다. 이런 이야기 떠오르는 거 있지요, <터미네이터>. 다행이라 할까 아버지를 죽이지 않고도 다른 세상이 생겼어요. 그건 평행우주예요. 현실은 바꾸지 못하는데. 아니 여기서도 바뀌는 건 아니고 다른 세상이 나타나는 거군요. 평행우주는 어떤 결정을 하면 하나 생겨나는 거기도 하죠. 소설에는 나아지는 세상이 나타나도 우리 삶은 한번이고 지금 여기가 다예요. 안 좋은 쪽으로 흐르지 않게 해야겠지요. 그런 생각해도 잘 안 되기도 할 테지만. 아버지와 아들은 조금이라도 말을 나누면 서로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겁니다. 이건 어느 사이든 그렇겠군요. <난장이 죽음에, 나는 잘못이 없다>는 조세희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생각나게 했는데 그 소설이 조금 나옵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람 ‘나’는 경비원 김씨가 죽은 일에 아주 잘못이 없을까요. ‘나’가 한 말이 다 나온 건 아니지만 무슨 일이 있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생각하면 안 될까요.

 

 이 책에 담긴 소설에 나오는 사람은 조금 평범하다 생각하기도 했는데 아주 평범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아니 평범한 사람 이야기도 소설로 쓰면 다르게 보일지도. <약의 역사>에서 ‘나’와 섭은 깊은 관계는 아닙니다. ‘나’가 아플 때면 섭이 약을 만들어주곤 했어요. 섭이 다른 사람을 만나 결혼하면 ‘나’는 기분이 안 좋겠습니다. 그 일로 아픈 마음은 어떤 약으로도 낫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

 

 긴 삶에서 몇만 가지 느낌을 겪어낸다 해도, 끝내 운명을 거스르지 못한다 해도, 훗날 내가 죽은 뒤 남는 기록은 단 몇 줄일 뿐이다고 호적은 알려주었다. 만남과 헤어짐, 두려움과 외로움은 공식 문서로 기록되지 않는다. 문득 증조모의 생애처럼 내 삶도 건조하고 짧은 기록으로 요약된다는 사실이 깊은 위안으로 다가왔다. 할머니 삶도, 아주 멀리 있는 그의 삶도 결국에는 몇 줄로 남은 채 바스러질 시간이란 사실 또한. 할머니가 들려준 그 많은 이야기 속 이름들 역시 언젠가는 제적이란 두 글자와 함께 모두 검은 잉크 속으로 스며들어버릴 것이었다.  (<호적을 읽다>에서, 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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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고 즐겨 읽은 건 아니지만, 지금은 책읽기를 좋아한다. 내가 책읽기를 시작했을 때는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소설을 즐겨 읽고 가끔 시를 보았다. 누군가 나한테 지금까지 만난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가장 좋아하는 소설(책)이 뭐냐고 묻는다면 제대로 대답하기 어렵다. 하루쯤 생각하면 재미있게 본 걸 쓸 수 있을지도. 아니 하루는 짧을지도 모르겠다. 그걸 바로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 그런 사람은 한번 보고 좋으면 여러 번 봤을지도. 내가 책읽기를 즐겁게 여기기는 해도 여러 번 본 책은 없다. 많은 사람이 《어린왕자》(생텍쥐페리)를 여러 번 보고,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이 든다고도 하던데, 난 여러 번 보고 싶은 책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고 말하면 괜찮을까.

 

 오래했다고 말할 수 없을지 모르겠지만, 한동안 책을 읽기만 했다. 인터넷을 하면서 책을 보고 감상을 써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줄거리도 짧게 썼는데 자꾸 쓰다보니 길게 쓰게 됐다. 지금은 좀 길게 쓰는 건 어쩌다 한번이고 비슷한 길이로 쓴다. 하지만 예전보다 글이 늘었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내 마음에 들지 않게 쓸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책을 읽기만 해도 괜찮겠지만, 느낌을 쓰면 읽은 책을 좀더 오래 기억할 수 있어서 좋다. 좀더 자유롭게 생각하고 쓰고 싶지만 그게 잘 안 된다.

 

 언제부턴가 조금 의문이 생겼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고 해서 그 사람이 괜찮을까 하는. 다른 사람보다 나 자신이 별로여서 그렇게 생각했다. 책을 읽고 생각하면 그때는 마음이 괜찮은데 시간이 흐르면 그걸 잊고 만다. 다시 생각하니 본래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산 사람이기에. 득도한 얼마 안 되는 사람은 사람 세상 일에 얽매이지 않겠지만, 보통 사람은 언제나 자기 안에 있는 어둠과 싸워야 할 거다.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건 그 싸움에 지지 않으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읽기 글쓰기가 사는 데 도움은 되지 않아도 흔들리는 내 마음을 잡아주겠지. 누군가한테는 그게 사람일 수도 있겠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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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쓰기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잠깐 가르쳐드리겠습니다. 편지를 한번도 써 본 적 없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처음에는 누구한테 편지를 쓸지 생각합니다. 떠올랐습니까. 마음에 드는 편지지를 고르고 자신이 쓰기에 좋은 펜이나 연필로 거기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 쓰세요. 편지지를 준비할 때 봉투도 준비해두면 좋습니다. 편지를 다 쓰고 혹시 틀린 글자는 없는지 한번 죽 읽어보고 편지지를 봉투에 넣을 수 있게 접으세요. 봉투 속에 편지를 넣은 다음에는 편지봉투가 열리지 않게 풀칠해서 잘 붙이세요. 저는 편지쓰기 전에 하는 건데, 그건 봉투에 우표 붙이고 주소 쓰기예요. 우표는 봉투 오른쪽 위에 붙이고, 왼쪽 위에 보내는 사람 오른쪽 밑에 받는 사람 주소 이름을 쓰세요(우편번호도 빼먹지 마세요).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반대로 써서 자신이 편지를 받는 사람도 있던데, 잘못 쓰지 않게 조심하세요. 주소 쓰기까지 다 하면 이제 편지를 가까운 우체통에 넣으세요. 편지는 사나흘 길게는 닷새뒤쯤 상대한테 갈 거예요.

 

 어때요, 그렇게 어렵지 않지요. 편지지에 하고 싶은 말 적을 때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그때 편지 받을 사람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올 거예요. 편지 쓸 때는 자신보다 상대를 더 생각하기도 합니다. 무슨 말을 하면 상대가 좋아할까, 이런 생각. 편지라고 늘 좋은 말만 하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못했던 말을 천천히 생각하고 적는 사람도 있겠지요. 어쩐지 그건 마지막 편지일 것 같습니다. 헤어질 때는 편지보다 만나서 말로 할 때가 더 많겠군요. 그때는 편지 같은 거 남겨두고 싶지 않겠습니다. 잠깐 쓸데없는 말을.

 

 먼 곳에 살아서 만나기 어려운 사람뿐 아니라 가까운 사람한테도 편지쓰면 괜찮겠지요. 가까이 있다 해도 바로 건네지 않고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에 넣으면 색다를 겁니다.

 

 자, 지금 써 보세요.

 

 

 

희선

 

 

 

 

 

 

 

 

 

 

이 많은 우체통에서 진짜는 어느 것일까, 답은 왼쪽 맨 끝이다

(사진을 바로 앞에서 찍고 싶었지만 거기에 택배 배달차가 서 있어서 그러지 못했다)

다른 우체통에 편지 넣으면 가지 않겠지, 편지 넣는 곳 막아뒀을 것 같다

예전에 우체통(우편함)에 있는 새를 비둘기라고 했는데 제비란다

제비가 흥부한테 박씨를 물어다 준 걸 생각하고 반가운 소식을 나타내려 했나보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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