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휘두르며 28

히구치 아사

講談社   2017년 09월 22일

 

 

 

 야구 규칙을 조금 알게 해준 건 만화영화 <메이저>다. 규칙이라고 해도 자세한 건 모른다. 그저 야구 방망이로 공을 치고 달리고 던지고 받기. 공을 친 다음 루를 돌아 홈에 들어오면 점수를 얻는 것 정도밖에. 스트라이크가 셋이면 아웃 볼이 넷이면 1루에 나가고 아웃이 셋이면 공격과 수비가 바뀐다는 것도 있다. 기본도 모르고 야구 하는 사람 있을까. 얼마전에 본 <메이저 세컨드>에서 사토 히카루가 그랬다. 히카루는 방망이도 반대로 쥐고 공을 치면 루로 나가야 한다는 것도 몰랐다. 스트라이크 존을 몰라서 상대가 볼을 던졌을 때 방망이 휘둘러서 스트라이크가 됐다. 실제 야구를 해 본 적 없는 내가 조금 알다니 신기한 일이다. 어릴 때였다면 야구 한번 해 보고 싶다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땡볕에 서 있어야 한다는 것만 생각해도 머리가 어지럽다. 야구 혼자 할 수 없다. 만화에 나오는 아이는 다 학생이다. 더운 여름에도 운동하는 거 보면 대단하다.

 

 앞에서 규칙을 조금 말하고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메이저>를 보고 야구 규칙을 조금 알고 이 만화 <크게 휘두르며>를 보고는 야구가 재미있다는 걸 알았다. 메이저도 재미있었다. 고로가 꿈을 이루는 게. 아직 메이저 세컨드는 봐야 할 게 많이 남았지만, 올해부터는 야구만화를 두 가지 봐서 조금 다른 걸 볼 수 있겠다. 내가 보는 두 가지 말고도 야구만화는 많이 있겠구나. 많은 것 가운데서 자신이 좋아하는 걸 보면 되는 거 아닌가 싶다. <크게 휘두르며>에도 고시엔에 가려는 게 나오지만 꼭 그것만 나오지 않는다. 그게 괜찮다. 고등학생이어도 프로선수만큼 잘하는 아이도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갈수록 나아진다. 거의 니시우라 고등학교 아이들이 나오지만. 투수 미하시는 맨 처음 나왔을 때와는 많이 바뀌었다. 다른 아이도 마찬가지다. 만화는 봄여름을 지나 지금은 가을이다. 이 만화 연재한 지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아이들은 아직도 고등학교 1학년이다(이 말은 예전에도 했구나). 메이저 세컨드는 올해 유월에 14권 나왔는데, 다이고는 중학생이 됐다.

 

 지난번에 무슨 이야기였는지 잘 생각나지 않았는데 이번 것을 보니 조금 생각났다. 니시우라 야구부 아이들이 타지마네 집에 가서 야구 연습한 게(왜 갔는지는 잊어버렸지만, 학교에서 연습 못해서였던 것 같다). 그리고 타지마네 집 어른이 야구부 아이들을 모두 집에 불러서 바비큐 해먹어야겠다고 했는데 이번에 그것부터 시작했다. 시험 끝난 뒤다. 시험 이야기도 조금 하다니. 성적이 안 좋으면 동아리 활동 못하기도 한다. 타지마네 집에 야구부 아이들이 모두 모이고 자기 소개부터 했다. 그렇게 들어도 난 바로 다 외우지 못할 것 같은데 타지마네 집 어른은 다 외웠을까. 어른들이 다 아이들을 성이 아닌 이름으로 불러서 아이들도 서로 그렇게 했는데, 주장인 하나이는 자기 이름 아즈사가 싫다면서 하나이라 하라고 한다. 이런 것은 고등학생이 할 만한 말이겠지.

 

 곧 시대회가 열리는가 보다. 예선전은 벌써 치르고 여덟 학교가 남았다. 시라고 했지만 본래 이름은 ‘네 개 시 대회’ 지금은 시가 하나지만 예전에 네 곳이었나보다. 그 대회에 나가기 전에 니시우라 야구부 아이들은 마음 단련을 배운다. 전에는 짧은 시간 동안 명상을 하고 연습을 했다. 그것도 마음을 단련하는 것과 다르지 않겠지. 운동 경기에서 이기려면 무엇이 중요할까. 몸, 기술, 마음. 세 가지 다 중요하지만 선수는 몸이나 기술은 단련해도 마음은 거의 단련하지 않는다. 그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겠지. 니시우라 아이들은 그걸 배운다. 마음 단련은 운동 경기뿐 아니라 일상 생활에도 도움 되겠다. 긍정의 마음을 갖게 하니. 운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긍정의 마음을 갖겠지만 경기를 하다가 잘 안 되면 마음이 꺾이기도 한다. 평소에 마음을 단련하면 쉽게 꺾이지 않겠다. 운동 선수도 실제로 할까. 예전보다는 마음도 중요하게 여기니 단련할 것 같다.

 

 여름대회 때 니시우라는 사키타마를 콜드로 이겼다. 몇달이 지난 지금 니시우라는 또 사키타마와 경기하게 됐다. 니시우라 아이들은 그대로지만 사키타마는 한사람이 바뀌었다. 본래 있었는데 다쳐서 여름에는 나오지 못했나 보다. 니시우라가 예전에는 공을 잘 치는 아이를 걸러서 보냈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는다 했다. 그게 홈런으로 이어지다니. 여름대회가 끝나고 몇달이 흐르고 아이 하나가 달라진 것만으로 사키타마가 달라지다니. 투수도 연습 많이 한 듯하다. 니시우라 아이들도 예전보다 실력이 늘었을 테지만, 이번 경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사키타마를 이기고 다음에 ARC와 경기하면 좋겠다. 이제야 생각났는데 전에 미하시가 공 던지는 자세를 조금 바꿔서 제구를 잘 못하게 됐다. 그 뒤 조금 나아진 건가. 앞에 걸 다시 보고 알아보고 싶기도 하지만 조금 귀찮구나. 미하시 제구가 아주 안 되는 건 아닌 듯하다. 아직 2회초다.

 

 사키타마와 하는 경기 다음 권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다음 권은 나와서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지만, 경기 끝나지 않으면 어떻게 끝날지 빨리 알고 싶겠다. 결과보다 경기를 즐겁게 지켜보는 게 좋겠다. 니시우라 아이들이 어떻게 해쳐나가는지. 상대 투수가 던지는 스크류 때문에 스트라이크를 놓치다니. 1회말까지만 그래야 할 텐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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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한해는 열두달에 삼백육십오일이다. 가끔 삼백육십육일일 때도 있다. 한해를 시간 분 초로 하면 얼마나 될지. 그런 것까지 계산하지 않아도 괜찮겠지. 한해에서 조금 좋은 때는 해가 바뀐 일월이다. 해가 바뀐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지만. 뭔가 좋은 일이 있을지도 몰라 하고 기대한다. 좋은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그런 건 자신이 만들어야겠지.

 

 다음은 날이 가고 달이 바뀌면 며칠은 좋다. 이렇게 생각하면 주가 바뀌거나 날이 바뀌는 것도 좋아해야 하는데 그러지는 않다니 이상하다. 하루가 가고 다음 하루가 오는 것도 바뀌는 건데. 바로 이어져설까. 한달보다 한주를 잘 살려고 하는 게 어떨까 싶기도 하다. 그것보다 하루가 더 나을까. 한주도 정말 빨리 간다. 학교 다닐 때는 참 천천히도 갔는데. 누구나 학교 다닐 때는 그랬을까. 중, 고등학교에 다니는 세해와 그냥 보내는 세해 길이는 다르다. 이걸 생각하니 신기하다.

 

 철을 말할 때는 봄을 가장 처음 말하는데 한해는 겨울에서 시작해 겨울로 끝난다. 그래서 어떤 나라는 새해가 봄일까. 그런 곳이 있다고 들었다. 봄이 새해면 어떨까. 난 겨울에서 시작하는 새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새해가 오면 겨울이 가고 봄이 오기를 기다릴 테니 말이다. 삶 자체가 기다림이라 해도 그걸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봄은 누구나 기다리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모든 게 얼어붙는 겨울이 가면 몸과 마음이 풀리는 봄이 온다고.

 

 봄은 짧다. 시간이 갈수록 짧아지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짧은 봄이 있어서 좋다. 여름은 여름대로 괜찮다. 여름에 볼 만한 건 구름이다. 난 여름 구름이 좋다. 이제는 여름에 볼 수 있는 구름이 잘 나타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잘 못 봐선지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다음 가을도 짧다. 걷기에 좋을 때가 가을인데, 몇해 전부터 미세먼지 이야기를 들어서 마음 편하게 걷기도 힘들다. 미세먼지는 겨울에도 심하고. 봄이면 찾아오는 황사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가을에도 들은 것 같다.

 

 내가 늘 한해를 잘 보고 사는지 모르겠다. 그러지 않는 것 같다. 어쩌다 한번 봄이 오고 꽃이 피면 꽃이 피었구나 할 뿐이다. 여름에는 비 조금만 오기를 바란다. 하루하루도 다르고 한해 한해도 다르다. 이렇게 쓸 때는 생각하는데.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생각해야겠다. 하루는 그날뿐이다고. 그렇다고 하루하루를 잘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즐겁게 살기를 바란다. 하루하루 그리고 한주 한달 한해를. 늘 즐거운 일만 일어나지 않겠지만.

 

 

 

 

 

 

 

   

 

   

 

 

 

 

 

 

 

흐린 하늘

 

 

 

 

먹물을 조금 섞은 듯한 하늘에

무슨 그림을 그리면 좋을까

까만 새

까만 나무

까만 사람

까만……

 

단 하나 눈에 띄게

마무리는

빨간색 우체통으로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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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으면

더는 자라지 않는 키와 달리

그대로 두면 자꾸 자라는 머리카락

머리카락에는 시간이 쌓인다

 

한동안 자란 머리카락을 잘라내니

몸과 마음이 가벼웠다

한동안 쌓여 무거워진 시간은

머리카락과 함께 잘려나갔다

 

머리카락에 쌓인 시간은

잘라내도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무게가 줄어들 뿐이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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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 수집가의 기이한 책 이야기
가지야마 도시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어떤 사람들에게 책은 마물이에요.

 

 여기에 홀리면……. 그래요, 책벌레라고 하나요. 이놈이 들러붙으면 절대로 헤어날 길이 없지요.

 

 나처럼 책 한권 찾으려고 방방곡곡 돌아다니는 바보도 있고, 책 한권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자도 있어요.

 

 이는 절대로 활자의 매력이니 뭐니 하는 것 때문이 아닙니다. 책이에요. 종이책이라고요.

 

 그런데 책을 모으는 사람이 있고, 사도 씨처럼 장정하는 낙으로 사는 사람도 있어요.

 

 이거 재미있지 않습니까?

 

 뭐, 마니아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심리겠지요.  (270~271쪽)

 

 

 어쩌다 보니 책읽기를 좋아하게 됐다. 어렸을 때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책이 가까운 곳에 없어서 책을 몰랐다. 지금도 책이 많지는 않다. 책을 사고 읽은 다음 없어도 괜찮겠다 싶은 책은 바로 파는 사람도 있던데, 그것도 괜찮은 듯하다. 난 책이 얼마 없어서 팔지도 버리지도 못한다. 책은 누군가 읽어야 책이 될 텐데. 내가 다 읽은 책은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구나.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 오래둔다고 책값이 훌쩍 오를 일 없는 책뿐이다. 그것보다 난 세상에 얼마 안 되는 책이나 오래된 책에는 별로 관심없다. 새책이든 헌책이든 읽기만 하면 된다. 책을 좋아하면 책을 많이 사고 좋은 책을 갖고 있기도 하다는데, 난 그런 쪽은 아니다. 난 대체 뭐지. 앞에서 말했듯 그저 읽는 사람이다. 이제는 읽고 쓴다고 해야겠다. 잘 못 쓰지만.

 

 한국에도 오래된 책이나 세상에 얼마 안 되는 책을 모으는 사람 있을까. 아주 없지 않겠지. 책을 좋아하다 책을 모으게 된 사람도 있고 무언가를 연구하다 오래된 책을 보고 거기에 빠져들기도 하겠지. 책 내용을 무척 보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그저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다. 이 소설에 나오는 세도리 남작 가사이 기쿠야는 책을 보는 것보다 책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다. 어렸을 때 헌책방에서 산 미술전집과 책 바보 가산도를 만나고부터다. 처음에는 책 읽는 것도 좋아했는데 조금 다른 쪽으로 빠져들다니. 그럴 수도 있겠지. 세도리 남작이 어렸을 때 헌책방에서 산 미술전집 속에는 가늘고 긴 머리카락이 있었다. 나라면 그런 거 싫었을 텐데 세도리 남작은 남자여서 그걸 보고 다른 상상을 한 걸까. 고서를 잘 아는 가산도한테서 고서지식이나 우키요에나 니시키에를 배웠다. 세도리 남작은 책을 애인으로 여겼다.

 

 이 소설은 소설가 ‘나’가 세도리 남작 가사이 기쿠야를 만나고, 세도리 남작이 겪은 일을 듣는 형식이다. ‘세도리 남작’이라는 말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에서 보았다. 그 책을 쓴 미카미 엔은 이 책을 보고 고서 이야기를 쓰려 했단다. 세도리는 새로 문 연 고서점에 가서 알짜배기 고서만 골라 사는 사람을 말한다. 싸게 산 책을 다른 곳에 비싸게 판다. 가사이 기쿠야는 그걸 잘하고 고서점도 했다. 고서점 하니 교고쿠도도 생각난다. 거기에서는 책 이야기보다 요괴 이야기를 더 많이 하지만. 교고쿠도가 음양사여서 그렇겠다. 가사이 기쿠야가 처음에 찾으려고 한 《요곡백번》 이야기를 보니 그런 일 한국에도 있었겠다 생각했다. 아주 중요한 책인지 모르고 불쏘시개나 휴지로 쓴 일. 그렇게 사라진 책 많겠다.

 

 세도리 남작이 우연히 만난 《프랑스 이야기》에는 뒤에 그 책을 가진 사람이 세 아들한테 남긴 말이 있었다. 금을 어딘가에 묻어두었다는. 세도리 남작은 다른 두 권을 찾았지만 금은 찾지 못했다. 금을 묻었다는 곳에 아파트가 있었다. 아파트 지을 때 다른 사람이 찾았을까. 그 이야기를 보니 부자 아버지가 세 아들한테 포도밭을 물려주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버지는 세 아들이 사이좋게 포도밭을 일구고 살기를 바라고 포도밭에 보물을 묻어두었다고 한 것 같은데. 이런 이야기였던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이야기 같은 <봄꽃 만개 십삼불탑>. 여기에는 셰익스피어 책 《퍼스트 폴리오》가 나온다. 그 책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에서 봐서 조금 반가웠다.

 

 책에 미치고 홀리면 사람을 죽이기도 할까. 오래전에 그런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자신이 가진 책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게 아니다는 걸 알면 다른 책을 없애기도 한단다. 책이 아닌 책 장정에 미친 사람도 있었다. 뭔가 하나에 미치는 게 나쁘지 않지만 사람은 죽이지 않아야 할 텐데. 재미있으면서도 이상한 이야기다. 이 소설을 쓴 가지야마 도시유키가 일제 강점기에 조선 경성에서 태어나고 중학교까지 다녀선지 여기 실린 소설 한편에는 세도리 남작과 여러 사람이 한국에 고서를 찾으러 오는 이야기도 있다. 정말 신라 왕족이 만든 동전이 있을까.

 

 앞으로도 난 그냥 책을 읽고 쓸까 한다. 난 책이라는 물건보다 책속에 든 것을 더 좋아한다. 책을 모으는 사람도 처음에는 그랬을 텐데. 아주 지나치지 않다면 책 모으기도 즐겁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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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새로 산 물건

며칠 쓰고 얼핏 보니

작은 흠집이 생겼다

 

처음 흠집을 보았을 때는

무척 마음 아팠지만

곧 잊었다

 

새 것은 한번만 써도 헌 것이 되고

새 것은 늘 새 것이 아니다

 

흠집이 하나 둘 늘고

시간은 더 많이 흘렀다

 

함께 보낸 시간 만큼 정든 물건

흠집 투성이여도 버릴 수 없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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