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도 알 수 없는 슬픔이 몰려와

잠들지 못한 적 있으세요

앞으로 다가 올 슬픔을 느낀 건지

그저 흘러가는 시간이 슬펐는지

잠들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일어나서 생각했지만

어디에서 온 슬픔인지 알 수 없었어요

 

봄이 가는

여름이 가는

가을이 가는

겨울이 가는

슬픔을

갑자기 더 많이 느낀 건지도 모르겠어요

 

가는 게 슬프다면

많은 것이 깨어나는 봄이 오고

열매 맺는 여름이 오고

무엇이든 내려놓아야 한다고 알려주는 가을이 오고

견뎌야 하는 겨울이 온다고 여기면

덜 슬프겠지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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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는 운동신경과 상관없이 탈 수 있다. 만화에서는 운동 잘 못하는 사람이 자전거를 잘 타게도 그린다. 자전거는 페달을 잘 돌리면 앞으로 간다. 내가 자전거를 자주 타거나 많이 탄 적은 없지만. 이것도 오래 타면 엄청난 운동이 될 거다. 자전거는 잠깐만 타도 다리가 아프다.

 

 몇해 전에 우연히 자전거 경기가 나오는 만화영화를 봤다. 제목이 <오버 드라이브>였던가. 운동을 잘 못하는 남자아이가 고등학교 자전거 경기부에 들어가고 경기에도 나갔다. 그건 본 지 오래돼서 어땠는지 잊어버렸는데, 그때 그거 보면서 자전거로 어떻게 산을 오르나 했던 건 기억한다. 거기에 나온 아이는 경기 자전거 타고 얼마 안 됐는데 잘 탔다.

 

 

 

왼쪽 소호쿠(맨 앞이 오노다 사카미치), 오른쪽 하코네 학원

 

 

 

 자전거 경기가 나오는 만화영화를 본 적이 있어서 <겁쟁이 페달>이 그런 것이라는 걸 알고 보았다. 언젠가 슬램덩크에 나온 아이 이름이 사쿠라기 하나미치(강백호)라고 했는데, 겁쟁이 페달에 나오는 아이 이름 비슷하다. 마지막뿐이지만. 오노다 사카미치. 사카미치는 오르막을 나타내는 일본말로 사카미치는 자전거로 오르막길을 잘 갔다. 지금 생각하니 학교 이름도 비슷하다. 쇼호쿠(슬램덩크), 소호쿠(겁쟁이 페달)로.

 

 진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일본만화에서 운동하는 아이는 모두 전국대회에 나가 자기 학교가 이기기를 바란다. <겁쟁이 페달>에 나오는 소호쿠 고등학교 아이들도 자전거 경기에서 이기는 게 꿈이었다. 운동 경기에서 이기려면 잘 해야 하지만 운도 조금 따라야 한다. 아니 이건 무엇이나 그렇던가. 운을 끌어들이는 사람도 있겠지. 만화에 나오는 중심인물은 거의 그렇기는 하다. 뭐든 잘하는 아이도 있지만, 아주 잘하지 않아도 어쩐지 해 낼 것 같은 믿음이 가는 사람도 있다. 오노다 사카미치가 그런 사람이다.

 

 다른 아이들도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하고 경기 자전거를 탔겠지만, 사카미치는 자전거 경기부에 들어가고도 모두와 달리는 걸 즐겼다. 사카미치는 어렸을 때부터 보통 자전거로 아주 먼 곳까지 다녔다. 만화영화를 좋아하는 아이로 아키하바라에 자주 다녔다. 먼 곳에 자전거를 타고 다닌 건 차비가 들지 않아서였다. 사카미치는 얼떨결에 경기 자전거를 탔는데 잘 탔다. 앞서 간 다른 아이를 따라가고 싶은 마음 때문에 그런 거겠지. 앞에 간 아이와 차이가 많이 나고 오르막길이었는데 사카미치는 자전거 속도를 냈다. 그리고 친구 둘을 보고 웃었다. 사카미치는 오르막길을 오를 때 웃고 웃으면 더 빨라졌다.

 

 세상에는 여러 운동이 있는데 자전거 경기도 괜찮아 보인다. 모두와 함께 하면서도 혼자 하는 것이기도 한 자전거 경기. 경기 자전거는 보통 자전거보다 가볍다. 그래서 산도 오를 수 있는 거겠지. 산을 오를 때는 페달을 힘껏 밟아야겠다. 그런 모습 보는 것만으로도 힘들기는 하다.

 

 겁쟁이 페달은 자전거 경기가 대단하게 보이게 하는 것도 있지만,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걸 사카미치가 해 내서 더 좋았다. 소호쿠 아이들은 사카미치를 믿었구나. 3학년과 함께 나간 전국대회는 끝났지만 겁쟁이 페달은 끝나지 않았다. 다음은 2학년이 되고 전국대회에 나가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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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문학동네 시인선 96
신철규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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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은 늘 시를 쓸까, 무언가 쓸거리가 떠오르면 쓸까. 이것도 사람마다 다르겠다. 언제나 쓸 게 떠오르면 쓰는 사람도 있고 어느 날 떠오르면 쓰는 사람도 있겠지. 쓰지 않아도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다. 거기에 하나 더 있다. 그건 생각나지 않아도 쓰는 거다. 작가는 그러려나. 시인도 작가와 다르지 않지만 아주 조금 다른 데가 있을까. 나도 소설가나 시인이 많은 사람이 보지 못하는 걸 잘 본다고 생각하지만, 누군가 소설가나 시인이어서 우리와 다르다 말하면 그 말에 반박하고 싶기도 하다(소설가나 시인을 시샘하는 건지도). 이렇게 말하는 건 어떨까. 세상에는 많은 것을 스쳐지나는 사람이 있고 작은 것도 눈여겨 보는 사람이 있다고. 그런 건 어린이가 잘한다고도 하는구나. 어린이는 거의 모두 시인이기도 하겠지. 다는 아니더라도 많은 어린이가 순수하고 낯선 눈길로 세상을 바라볼 거다. 세상을 많이 알고 일찍 어른이 되는 아이도 있구나. 난 그것을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끔 시처럼 보이지 않는 것을 쓰고도 시다 생각한다(언젠가도 이런 말을). 난 세상 비밀을 잘 보지 못한다. 어쩌다 한번 볼까. 가끔 본다고 생각하다니. 이런 마음은 안 될 텐데. 시를 많이 만나면 시를 조금 잘 쓸 수 있으려나 생각하면서 가끔만 만난다. 어쩐지 난 마음먹고 하면 더 안 되는 것 같다. 그런 적이 한번도 없는 건 아니지만, 거의 흘러가는대로 두려 한다. 내가 하는 건 마음대로 하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건 아쉽게 여기는구나. 그 반대가 더 나을 텐데. 열심히 하지 않았다 해도 지금까지 내가 책을 보거나 시를 봐서 유치해도 글을 쓰는 거겠지. 내가 영향받은 게 하나 더 있다. 그건 노래다. 중, 고등학교 때 라디오 방송으로 들었다. 시는 많이 적어두지 않았지만 노랫말은 노래 들으면서 받아적기도 했다. 지금은 인터넷에서 찾으면 쉽게 볼 수 있다. 가끔 찾는 건 일본노래 노랫말이구나. 우연히 들은 노래에 마음에 드는 말이 있으면 노랫말을 찾아서 한국말로 옮겨보기도 한다. 그건 어쩌다 한번이다. 시와 노래 아주 먼 사이는 아니다.

 

 

 

절벽 끝에 서 있는 사람을 잠깐 뒤돌아보게 하는 것,

다만 반걸음이라도 뒤로 물러서게 하는 것,

그것이 시일 것이라고 오래 생각했다.

 

숨을 곳도 없이

길바닥에서 울고 있는 사람들이

더는 생겨나지 않는 세상이

언젠가는 와야 한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겠다.  (<시인의 말>에서, 5쪽)

 

 

 

 시인이 한 말이 따스하구나. 세상에 있는 슬픔을 다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한동안 라디오 방송에서 신철규 시인 시집 제목을 들었다. 시집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오랫동안 그 방송에서 이 시집을 준다는 말을 했다. 처음 시집 제목 들었을 때 조금 관심을 가졌는데 이제야 만났다. 관심을 가졌기에 만난 것일지도. 이게 첫번째 시집일까. 슬픔을 많이 말하는 듯하다. 세상에는 한사람이 다 알 수 없는 슬픔이 있을 거다. 자신한테 슬픈 일이 일어나면 그것밖에 보이지 않겠지만. 슬프면 슬픔에 잠겨 있기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슬픔에는 평생 사라지지 않는 것도 있다. 어쩌면 그건 누구나 느낄지도 모를 일이구나.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는 없다

 

우리는 운동장 한구석에 모여 때를 기다린다

한 손에는 그을린 유리를 들고

 

손바닥만한 달이 운동장만한 해를 가린다

달의 뒤통수가 뜨거워진다

 

사위가 어둑해지고 달과 태양이 포개지면서

검은 우물이 만들어진다

태양에 은빛 갈기가 돋아난다

 

눈동자가

깊이

깊이

깊이

가라앉는 것 같아

나는 주저앉았다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들 가운데서

 

-<개기일식>, 42쪽

 

 

 

 개기일식을 실제 본 적은 없다. 난 그걸 보면 아주 신기하게 여길 듯한데, 이 시에서는 그러지 않았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슬프기도 하다고 한다. 그런 느낌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이 웃는 가운데서 홀로 우는 사람도 있다. 난 나한테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좀 그러는구나. <개기일식>에서 저 사람(시인)도 그랬을까. 시를 보고 시인 이야기라 생각해도 될지. 시에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도 하고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쓰기도 하겠지. 꼭 그걸 구별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시인도 그러기를 바랄 거다.

 

 

 

지구 속은 눈물로 가득차 있다

 

타워팰리스 근처 빈민촌에 사는 아이들 인터뷰

반에서 유일하게 생일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아이는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타워팰리스 근처를 둘러싸고 있는 낮은 무허가 건물들

초대받지 못한 자들의 식탁  (<슬픔의 자전>에서, 50쪽)

 

 

 

우리가 평생 동안 흘린 눈물을 모은다면

몸피보다 더 큰 물방울이 눈앞에 서 있을 거야.  (<무지개가 뜨는 동안>에서, 105쪽)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시집 제목이 나오는 시다. 저런 일 있으면 정말 슬플 것 같다. 지금은 가난 때문에 따돌림 당하는 게 슬프겠지만 나이를 먹으면 그게 별거 아니다는 거 알 거다. 내가 이런 말 들으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면서 나도 하는구나. 어릴 때부터 세상 이치랄까, 깨달음이 있다면 살면서 덜 헤매고 덜 슬퍼할지도 모를 텐데. 그건 우주에 있는 모든 것이 지나가는 길인가. 지구에 사는 많은 건 힘든 일이나 슬픔을 겪고 한층 자란다. 그리고 남의 슬픔을 보기도 하겠지. 기쁜 일은 함께 기뻐하고 슬픈 일은 함께 슬퍼하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 되면 좋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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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하늘로 날아오르는 나뭇잎

나뭇잎 위를 기어가던 개미는 놀라고

허둥대도 어찌할 수 없다

개미는 나뭇잎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나뭇잎에 납작하게 엎드리고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곧 바람이 수그러들고 나뭇잎은 살며시 땅으로 내려 앉았다

개미는 천천히 나뭇잎에서 땅으로 내려와 길을 되짚어 갔다

 

멀리까지 날려온 개미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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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일

괴로운 일

억울한

슬픈 일이 일어나면

참지 말고 울어

한번 울고 나면

다시 힘이 날 거야

 

즐거운 일

기쁜 일

좋은 일

멋진 일이 일어나면

다른 생각하지 말고 웃어

한번 웃고 나면

더 힘이 날 거야

 

좋을 때 웃고

안 좋을 때 울기는 쉽지만

힘들고 괴로울 때 웃기는 힘들겠지

어떤 때라도 웃는다면

그때를 잘 넘길 수 있을 거야

 

아니

억지로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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