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머리를 써서

위험하고 힘든 일을 사람 대신 할 기계를 만들었지

사람은 오랜 시간 일하지 않게 되고

힘든 일도 덜하게 됐지

 

사람은 일하는 기계를 만들어서

아주 편하게 여겼지

그리고

기계는 아주 단순한 일도 하게 되고

사람은 일자리를 잃었네

 

기계가 사람 일을 대신 하는 건

대체 누구를 위한 걸까

 

그건 바로 사장이지

사장은 다루기 힘들고

돈도 많이 주어야 하는 사람보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쉬지 않고 돌아가는 기계를 더 좋아하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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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의 작은 부엌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문기업 옮김 / 재승출판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을 때는 따스한 이야기다 했다. 다 읽고 나서는 이런 일은 현실에는 없겠지 했다. 오래 여운을 되새기지 못하고 바로 소설일 뿐이야 하다니. 내가 모를 뿐이고 실제로 있을 수도 있겠지. 식구를 생각하는 사람은 많으니까.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고 한 일이 때로는 안 좋게 비칠 수도 있겠지. 부모는 자식한테 억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 하기보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걸 하면 낫지 않을까. 에밀리 엄마가 에밀리 아빠와 헤어지고 여러 사람을 만난 건 에밀리한테 부모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 일이었다. 에밀리는 그런 엄마를 그저 남자를 밝히는 사람으로 여겼다. 에밀리는 엄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일하던 곳에서 에밀리는 상사와 불륜을 저지르고 일을 그만두고 우울증에 걸렸을 때 엄마가 아닌 열다섯해나 만나지 않은 외할아버지 집에 간다. 그건 미국에 사는 오빠가 그러면 어떻겠느냐고 해서였다.

 

 불륜을 저질렀을 때 일을 그만두고 욕을 먹는 건 언제나 여자 쪽이다. 에밀리가 사귀던 사람이 결혼했다는 걸 알았을 때 바로 헤어졌다면 좋았겠지만, 에밀리와 사귄 남자는 에밀리한테 아내와 헤어질 테니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그건 거짓말이다. 좋은 말에 속으면 안 되는데. 에밀리가 현실을 제대로 봤다면 많이 힘들지 않았을 거다. 그래도 그 남자 나쁘다. 남자는 왜 그럴까. 아내가 있으면서 다른 여자를 사귀고 아내와 헤어질 생각도 없으면서 곧 헤어질 거다 하다니. 그런 이야기 몇 번 봤다. 실제로도 그런 사람이 있어서 소설에도 나오는 거겠지. 거의 일본소설에서 봤는데 한국은 어떨까. 한국도 그렇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같은 곳에서 일하면 여자만 일을 그만두고 욕 먹는 것도 같겠지. 어쩌다가 이 말로 흘렀는지 모르겠다. 부모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자식이 보면 좀더 나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모습 보고 자란 사람이 다 잘 산다고 말할 수 없다.

 

 도쿄에서 일하던 스물다섯살 에밀리는 안 좋은 일이 일어나고 바닷가 마을 다쓰우라에 사는 외할아버지 집으로 오고 함께 산다. 외할아버지 다이조는 에밀리한테 사정은 묻지 않고 에밀리가 온 그날 에밀리와 낚시를 하러 간다. 외할아버지는 에밀리와 함께 잡은 물고기로 에밀리한테 음식을 해준다. 외할아버지가 해준 음식은 에밀리 몸을 따듯하게 해주고 마음도 감싸준다. 그런 음식 아직 난 먹어본 적 없다. 모리사와 아키오는 《무지개곶 찻집》에서 음악과 음식 이야기를 한 걸로 안다. 책은 읽어보지 못했다. 다는 아니지만 모리사와 아키오가 음식 이야기 자주 하지 않았나 싶다. 언젠가 본 소설에서 엄마가 늘 아이와 있지 않아도 먹을거리를 해주면 아이가 엇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부모가 음식을 잘 해준다고 아이가 다 엇나가지 않는 건 아니겠지만 엇나가지 않는 사람이 더 많으리라고 생각한다. 에밀리 엄마도 다른 아빠가 있는 가정을 만들려고 하기보다 에밀리나 에밀리 오빠와 단란하게 살려 했다면 더 좋았을 거다. 바깥에서 보는 난 이렇게 생각해도 그 안에서 사는 사람은 그걸 깨닫지 못할지도. 그렇다고 에밀리가 아주 안 좋았던 건 아니다.

 

 사람은 왜 남의 말을 하는 걸까. 잘 아는 것도 아니면서. 그저 보이고 들리는 것만으로 그 사람이 어떻다 말하다니. 난 남의 안 좋은 말 하는 거 별로다. 에밀리가 함께 일한 사람 사야는 그런 걸 잘했다. 여자만 남 이야기 잘할까. 그런 식으로 말한 부분이 있어서. 사야는 여름 휴가를 에밀리가 있는 다쓰우라로 오고 에밀리 마음을 안 좋게 만든다.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사야는 에밀리가 다쓰우라에 온 까닭을 말했다. 다쓰우라는 좁은 곳이다. 그곳 사람도 에밀리 이야기를 하다니. 외할아버지는 그런 말을 듣고도 에밀리한테 별 말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자신은 자신으로 살면 된다 한다. 외할아버지는 오래 살아서 그런 걸 잘 아는구나. 일찍 다른 사람 말에 휩쓸리지 않고 평정심을 지키고 자기 삶을 자기 속도대로 살면 좋을 텐데. 사람은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아니 그걸 알았을 때부터 그렇게 살려고 하면 조금 괜찮을까.

 

 외할아버지와 두 달 정도를 함께 보내고 에밀리는 도쿄로 간다. 외할아버지가 쓰던 부엌칼을 받고. 그건 무척 오래 써서 작아졌다. 근데 칼은 날마다 갈아야 할까. 생선 손질을 해야 해서 그런 건지도. 지금 외할아버지는 풍경 만드는 일을 한다. 음식을 잘해서 잠시 음식점에서 일하기도 한다. 외할아버지는 에밀리가 부엌칼로 자신을 위해 음식을 만들기를 바란 걸 아닐까 싶다. 누군가를 기쁘게 하려고 음식을 만들 수도 있지만, 먼저 자신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에밀리는 살면서 또 다른 시련에 부딪치기도 하겠지만, 여름 동안 다쓰우라에서 외할아버지와 낚시를 하고 음식을 만들고 외할아버지와 마주앉아 밥을 먹은 기억이 있어서 괜찮을 거다. 언젠가 엄마 마음을 알게 되는 날도 오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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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디로 가든 길은 이어져서

길을 따라가면

언젠가 너에게 닿을 것 같았어

 

이제 넌 그곳에 없다니

난 어디로 가야 할까

 

 

 

2

 

아주 작은 것에도

부서지고 갈 곳을 잃는 마음이라 해도

잘 돌보자

 

버리지 않으면

마음은 다시 힘을 낸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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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꿈에 내 등에 날개가 돋아났어

어쩐지 이상했지만

곧 난 날갯짓을 하고

날아올랐어

 

난 파랗고 넓은 하늘을 날고

흰구름 속을 날기도 했어

뜨거운 햇살이 쏟아지거나

세찬 비가 쏟아지기도 했어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세상은

장난감처럼 작았어

 

나는 게 지쳐

나무 위에서 쉬다 잠들었어

 

시끄러운 소리에 깨어보니

날개는 사라지고,

그곳은 내 방이었어

 

아, 언제 다시 하늘을 날아볼 수 있을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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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세상은 넓고도 좁다고 한다. 반도미싱이라는 회사에 다니는 공상수와 박경애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한 친구를 두 사람이 알 수는 있지만 그런 두 사람이 같은 회사에 다니게 되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상수와 경애가 같은 사람을 안다는 걸 책을 읽는 사람은 알지만 두 사람은 나중에 알게 된다. 상수가 먼저 알고 경애는 나중이다. 두 사람은 회사에서 따돌림 당하는 것도 비슷하다. 공상수 아버지는 국회의원을 하고 회사 회장과 아는 사이였다. 회사 사람들은 공상수가 아버지 때문에 그 회사에 들어왔다고 생각하지만, 상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버지와 인연을 끊었다고. 상수는 어떻게 그 회사에 들어갔을까. 정말 아버지와 회장을 알아서였을지. 상수는 팀원이 없는 영업팀장 대리였다. 팀원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박경애다. 경애는 파업을 하고 파업 기간 동안 일어난 성희롱을 노조 쪽에 항의했다. 경애는 회사에서도 노조에서도 미움 받았다. 그때 여러 사람이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지만 경애는 남았다.

 

 회사에서는 파업하는 사람 좋아하지 않을까. 그렇겠지. 회사는 아무 말없이 시키는 일을 하기를 바랄 거다. 학생 운동을 하는 곳에서도 성폭행이 있었다는 말 본 적 있다. 그런 일 없으면 좋을 텐데. 모두 조심해야 한다. 상수가 부장한테 팀원이 있었으면 한다고 하자 오게 된 게 경애다. 경애는 처음에는 꼬투리 잡힐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 상수는 그런 경애가 편하게 일하기를 바랐다. 상수는 회사에서 일하는 걸로 보람을 느끼는 것보다 페이스북에서 ‘언니는 죄가 없다’에서 연애상담을 해주는 언니로 지내는 데서 더 보람을 느꼈다. 상수는 언니가 되어 여러 사람 말을 잘 듣고 편지를 쓴다. 그리고 경애도 그곳에 편지를 썼다. 정말 두 사람은 그렇게 얽혀있다니. 이런 일이 없지 않겠지만, 그래도 신기하다.

 

 경애가 대학에 다닐 때 사귀던 남자친구 산주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경애한테 헤어지자고 했다. 그 일이 있고 경애는 언니는 죄가 없다 언니한테 편지를 쓴다. 산주와 헤어지고 경애는 아무것도 못했다. 언니한테 편지를 쓴 게 조금은 나았던 것 같다. 언니가 말해준 걸 다 받아들이지는 못했지만. 상수는 영화와 책을 많이 읽고 다른 사람한테 연애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니 처음에는 그게 아니고 입시학원에 다니면서 겪은 일 때문이었던가. 그걸 사랑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비슷한 느낌을 느끼고 권력관계를 생각했다.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해도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덜 좋아하는 사람이 있겠지. 아니 나도 그런 건 잘 모르겠다. 경애가 다른 사람과 결혼한 산주를 만날 때 상수는 어떻게 하면 경애를 도울 수 있을까 한다. 경애가 언니(상수)한테 전자편지를 보냈을 때 상수는 그게 경애라는 걸 알았다. 사귀던 두 사람이 헤어지고 친구로 지내는 사람이 없는 건 아지겠지만 두 사람 마음이 조금 다르면 친구가 될 수 없지 않을까. 산주는 경애가 아직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만나자고 한 듯하다. 맞다 경애는 여전히 산주를 좋아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을 이용하다니.

 

 얼마 뒤 상수와 경애 두 사람은 베트남으로 가게 된다. 지방도 아니고 다른 나라라니. 실제 재봉틀을 베트남에 팔기도 하겠지. 두 사람과 기술자인 조선생도 함께 간다. 조선생은 경애와 파업을 하고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그 뒤 알코올 의존증이 되었다. 그래도 함께 가다니. 조선생은 김금희 소설 <조중균의 세계>에 나오는 조중균을 생각나게 했다. 아주 똑같지 않지만. 상수나 경애도 김금희 소설에서 본 것 같은 사람이다. 김금희 소설을 다 만난 건 아니지만 비슷한 느낌이 든다. 베트남에서 두 사람은 나름대로 일하지만 안 좋은 것을 알게 된다. 경애가 그걸 회사에 말해서 다시 안 좋은 곳으로 가야 했다. 회사에서는 왜 안 좋은 일을 알면서 모르는 척하고 그걸 말하는 사람을 안 좋게 여길까. 조직이라는 데 거의 그렇기는 하다. 깨끗한 곳은 하나도 없을까. 아니 없지 않을 거다. 자기 자리에서 말없이 일하는 사람이 많은 곳은 거래하는 곳에 돈을 주거나 받지 않고 회사를 속이지 않을 거다. 회사가 개인을 언제든 바꿀 수 있는 부품으로 생각해서 개인은 회사에 마음을 주지 않는 것일지도.

 

 중요한 이야기는 아직 못했다. 경애와 상수는 고등학생 때 같은 친구를 알았다. 경애는 PC 통신 영화동호회에서 만나서 이름이 아닌 E로 알고(이름을 듣기는 했구나) 상수는 은총으로 알았다. 은총은 1999년에 인천에 있는 술집에 불이 나서 죽었다. 그때 죽은 사람은 56명이라고 한다. 경애도 그곳에 있었는데 잠시 전화를 하러 나갔다 와서 살았다. 술집 사장은 아이들이 돈을 내지 않고 나갈 것 같아서 문을 잠갔다고 한다. 불이 났는데 사람 목숨보다 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다니. 아이들은 죽었지만 사장은 살았다. 경애는 자신만 살아서 죄책감을 느꼈다. 상수도 친구 은총이 죽어서 마음이 무척 아팠다. 그전에는 엄마가 죽었는데. 사람이 슬플 때는 슬퍼해야 할 텐데. 경애는 E가 더는 듣지 못해도 무선호출기에 말을 남기고 상수는 그걸 들었다. 은총 대신 들은 듯하구나. 경애가 남긴 것도 들었다. 그때는 경애가 아닌 피조라고만 알고 은총이 피조를 좋아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렇게도 이어지는구나. 경애와 상수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채 한번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반도미싱에서 만난다.

 

 베트남에서 경애도 상수가 E를 알았다는 걸 알게 된다. 어쩌면 상수가 언니였다는 것도 알았을지도. 어떻게 보면 별난 인연이다. 시간이 흐른 뒤에라도 두 사람이 은총 이야기를 나누어서 다행이 아닌가 싶다. 저마다 아는 은총이었겠지. 사람은 살면서 겪는 일 때문에 마음을 다치기도 한다. 몸을 다치면 고치는 것처럼 마음을 다쳐도 낫게 해야겠지. 마음은 쉽게 낫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 마음을 모르는 척하지 않는 게 좋겠다.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도 어쩐지 안 좋은 마음도. 이건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 때문이구나. 자신이 무언가를 한다고 해도 회사는 바뀌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안 하고 물러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싸워보면 낫지 않을까 싶다. 세상은 조금씩 바뀌기도 하니. 세상은 커서 바뀌는 데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회사를 바꾸는 시간은 세상을 바꾸는 시간보다 덜 걸리겠지.

 

 

 

*더하는 말

 

 소설을 보다 얼마전에 본 시집에서 본 시구절과 비슷한 말을 보았다. 그 시를 봤을 때도 이걸 어디선가 본 듯한데 했는데. 김금희가 라디오 방송에 나왔을 때 그 부분 읽은 걸 들은 게 아닌가 싶다.

 

 

 미안해, 나는 아무래도 늦을 것 같아…… 그래서 눈을 네가 있는 곳에 먼저 보낼게.  (113쪽)

 

 

 

 미안해, 아무래도 늦을 것 같아.

 

 그래서 눈을 먼저 보낸다.  (<울음을 다 써버린 몸처럼>에서, 신용목)

 

 

 신용목 시를 조금 바꿨다는 말은 뒤에 쓰여 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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