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좁은 틈도 쉽게 빠져나가는 고양이

어딜 그렇게 바쁘게 가는 걸까

그저 사람을 피하는 걸지도

 

어딘가에 네가 마음 편히 쉴

볕이 잘 드는 곳이 있기를

 

 

 

2

 

문 틈으로 새어드는

빛속에서

제멋대로 춤추는 먼지,

자유로워서 멋지다

 

 

 

3

 

바람이 다닐 틈

마음이 다닐 틈

고양이가 다닐 틈

…………

틈을 두자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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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
무레 요코 지음, 스기타 히로미 그림, 김현화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세상에는 사람뿐 아니라 동물 식물 그밖에 여러 생물이 산다. 사람과 가까이에 사는 것도 있고 사람과 상관없는 곳에 사는 것도 있다. 내가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옛날에는 집에서 기르는 소나 돼지하고도 조금 친하게 지내지 않았던가. 예전 소설에는 집에서 기르던 소를 팔았을 때 아이가 우는 모습도 나왔다. 지금은 소 돼지 닭은 그저 고기일 뿐이 아닌가 싶다. 어떻게든 더 빨리 더 많이 고기나 달걀을 얻으려 한다. 아무리 사람이 먹이를 주고 기른다 해도 사람 마음대로 해도 괜찮을까. 고기인 동물은 세상에 나자마자 비좁은 곳에 갇혀 살다 세상이 어떤지도 모르고 죽음을 맞겠지. 만약 사람이 그런 일을 겪는다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동물이 사람과는 달라도 누려야 할 권리가 없을까. 난 있다고 생각한다. 고기로 먹히는 동물이라 해도 좀 더 좋은 데 살면 좋겠다. 이런 걸 먼저 말하다니.

 

 한국에는 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가장 많은 건 개와 고양이겠지. 드문 건 뭐가 있을까. 뱀. 이게 가장 먼저 생각나다니. 내가 모르는 것도 있을 듯하다. 그런 동물은 기르지 않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런 동물은 사람 욕심 때문에 본래 살던 곳을 떠나고 자유를 잃었을 테니 말이다. 동물원 동물도 다르지 않다. 또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다니. 무레 요코는 고양이 한마리와 살았다. 그런데도 무레 요코는 다른 동물이나 길에서 만나는 고양이를 좋아했다. 사람과 함께 사는 고양이가 그 집 사람이 다른 고양이 이야기를 하거나 사진을 보면 샘낼까. 무레 요코 고양이 시이는 그랬다. 그런 모습 귀여울 것 같다. 고양이는 사람보다 오래 토라지지 않겠지. 사람이 고양이한테 마음을 쓰면 고양이 마음은 바로 풀릴 거다. 사람도 아주 작은 일로 토라졌던 마음이 풀리기도 하겠다.

 

 책 제목에 나오는 아저씨 고양이는 무레 요코 집에 밥을 먹으러 찾아오는 길고양이다. 짙은 밤색과 검은색 줄무늬가 있어서 시마 짱이라 이름 지었다. 시마가 일본말로 줄무늬다. 시마 짱은 무뚝뚝하고 울지도 않았다. 난 고양이가 사람한테 친한 척하는 걸 잘 모른다. 길고양이도 사람한테 그럴 수 있겠지. 하지만 시마 짱은 그냥 나타나서 밥을 달라고 눈빛으로 말했다. 시마 짱은 무레 요코 집과 무레 요코 친구인 옆집 그리고 여러 곳에 먹이를 먹으러 다니는 듯했다. 무뚝뚝하고 사람을 잘 따르지 않아도 자꾸 보면 정이 들기도 하겠지. 무레 요코와 친구도 그랬다. 친구는 시마 짱이 다쳤을 때 집을 만들어줘야겠다 하고 만들어줬다. 시마 짱이 그 집에서 얼마나 잤는지 모르겠지만, 가끔 잤나 보다. 그냥 그 집에 눌러앉아 살아도 좋았을 텐데 시마 짱은 그러지 않았다. 시마 짱은 배부르고 편안한 곳보다 힘들어도 자유로운 바깥이 더 좋았을까.

 

 길고양이는 집고양이보다 사는 게 힘들고 오래 살지 못한다고 한다. 길에서 먹을 걸 찾거나 다른 고양이와 싸우기도 해서겠지. 시마 짱이 다치고 오거나 한동안 안 오다 어딘가 아픈 모습으로 찾아오기도 했다. 시마 짱이 흘린 먹이를 찌르레기와 참새도 먹었다. 무레 요코는 찌르레기 부부와 참새 부부라고 했다. 시마 짱이 흘린 걸 찌르레기 부부가 와서 먹고 찌르레기 부부가 남긴 걸 참새 부부가 와서 먹었다. 차례를 지키는 모습 재미있다. 시마 짱이 오지 않을 때는 찌르레기 부부와 참새 부부도 오지 않았다. 새들은 어디선가 보고 있다 시마 짱이 오면 가까이 왔을까. 오랫동안 시마 짱이 오지 않고 무레 요코는 시마 짱이 죽은 듯한 꿈을 꾸었다. 정말 시마 짱은 어딘가에서 죽은 건지도. 함께 사는 고양이가 아니어도 보다가 못 보면 슬플 듯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시이가 무언가를 보고 찌르레기 부부와 참새 부부가 나타났다. 무레 요코는 시마 짱이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동물은 혼을 볼 수 있다고도 하는데 정말 시마 짱이 찾아온 걸지도.

 

 여기에는 고양이뿐 아니라 개 이야기와 여러 동물 이야기가 담겼다. 무레 요코는 쥐를 많이 기른 적도 있단다. 쥐는 빨리 늘고 안 좋을 수도 있는데. 무레 요코는 사람들이 쥐를 싫어하는 걸 아쉽게 여겼다. 쥐는 별로여도 햄스터쥐는 귀엽다. 사료를 다섯알 남겼다 자기 전에 먹은 고양이가 있었다. 그 집 사람이 다른 사람 고양이를 잠시 맡았는데, 그 집 고양이가 남겨둔 사료를 먹어버렸다. 그 집 고양이는 자기 전에 빈 먹이 그릇을 보고 풀이 죽었다. 사람이라면 니가 내 거 먹었지 할 텐데, 고양이는 그저 고개만 숙였다. 그 고양이는 왜 먹이를 딱 다섯알 남겨두고 자기 전에 먹었을까. 신기한 일이다. 고양이와 개 그밖의 동물과 사는 사람은 동물한테 위안 받겠지. 동물이 살았을 때 더 많이 예뻐하고 마음을 알려고 하면 좋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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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모를 꽃이라니요

꽃한테도 이름이 있어요

 

누군가의 이름을 알면

더 가까운 느낌이 들듯

들꽃 이름도 알고 만나면

더 반갑겠지요

 

들꽃은

화려하지 않지만

수수한 멋이 있어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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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솟아날 것 같았던

우물물은

오랜 시간이 흐르고 말랐다

 

많은 사람한테

시원하고 맛있는 물을 주었던 우물 속은

이제 물 대신 검은 어둠만이 가득하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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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피아노 -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 영화 만화 소설 어디에서 봤는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 혼은 빛에 둘러싸이고 편안한 얼굴로 하늘로 올라갔다. 그런 모습도 있고 그 사람이 행복하게 살던 시절로 돌아가기도 하고 먼저 떠난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그건 다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이 그렇게 되길 바라고 쓴 거겠지. 실제로 죽은 뒤 몸을 떠난 혼이 빛에 둘러싸이고 그동안 아팠던 것도 모두 사라진다면 좋겠다. 그때는 웃으면서 이 세상을 떠날 수 있지 않을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빛이 아닌 어둠에 싸이고 땅속으로 끌려갈지도 모르겠다. 그런 것도 영상이나 소설에서 봤다. 하지만 죽으면 그걸로 끝일 듯하다. 영혼이 아주 없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죽으면 자기 자신을 알까, 아주 달라지지 않을까. 나도 모르는 걸 생각하다니. 이 책을 끝까지 보니 그냥 빛이 떠올랐다. 빛속에서 이 글을 쓴 김진영이 웃고 있는 모습이랄까.

 

 언젠가 내 몸이 아프다면 난 몸을 낫게 하려고 애쓸지 잘 모르겠다. 수술하는 것도 그렇고 약만 먹어도 괜찮다면 그건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다른 건 못할 것 같다. 벌써 이런 생각을. 암에 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죽을 날을 기다리면 무척 힘들다던데. 아무 치료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죽음을 기다리는 건 아닐 거다. 그때는 아픈 사람 나름대로 살아가면 되겠지. 지금은 암을 빨리 찾아서 낫는 사람이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암으로 죽는 사람 많다. 때를 놓치거나 낫기 어려운 암에 걸려서겠다. 김진영은 암게 걸렸다는 걸 알고 치료를 했지만 다 낫지 않았다. 좋아지는 때도 있었지만 그건 잠시였다. 어떤 수치가 내려갔을 때는 좀 더 살 수 있을까 한다. 치료하는 방법을 바꾸어도 좋아지지 않았다. 그런 이야기를 참 담담하게 썼다. 김진영은 살려고 했다. 세상을 사람을 더 사랑하고.

 

 자신이 아프거나 슬픔에 빠져도 세상은 아무 일 없이 잘 돌아간다. 이건 누구나 알겠다.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깊은 슬픔에 빠지거나 자기 시간이 멈추겠지. 자기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는 어떤 느낌일까. 그때도 시간은 흘러간다 여기겠다. 시간은 흐르고 어딘가에서 자신의 시간은 멈추겠다고.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할 시간이 있는 게 훨씬 좋을 듯하다.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 아무것도 모르고 남은 사람은 무척 슬프겠지만. 어쩐지 난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글 못 쓸 것 같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안 하다가 심심하면 쓸지도. 김진영은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걸 알았을 때 바로 죽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치료하고 몸이 좋아지지 않았을 때는 죽음을 생각했지만. 앞에 2017년 7월에는 글이 많은데 갈수록 줄어든다.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부터는 한줄이다. 그렇게라도 적었다는 거 대단하게 보인다.

 

 사람은 평소에 거의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살겠지. 나도 그럴 때가 많은데 문득 문득 생각하기도 한다. 이 책을 보면서는 가끔 정리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나한테 내 삶이나 둘레를 정리할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 건 평소에 조금씩 하면 좋을 듯하다. 그러면 하루하루를 잘 지내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잠시뿐이겠지. 시간이 흐르면 대충 살고 ‘내일 하자’ 할 듯하다. 대충 사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좋은 말로 하면 여유롭게 사는 거다. 난 이 세상에 있었다는 것도 모르게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그것도 괜찮다. 김진영은 투명하게 사라지고 싶다 했는데 나도 그렇다. 하지만 그건 어렵겠지. 내가 죽으면 누군가 뒷정리를 해줘야 한다. 사람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죽을 수 없다. 죽을 때가 되면 가는 곳이 있다면 좋을 텐데. 한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저절로 사라지는 거다. SF 같은 생각을.

 

 목숨은 돌고 돈다. 사람이 죽는다고 모든 게 사라지는 건 아니다. 사람은 죽으면 다른 것이 되어 지구에 남는다고 한다. 얼굴을 보고 말을 할 수 없겠지만, 지금까지 살다 간 사람은 지구 곳곳에 있다. 바람에 실려 살았을 때는 가 보지 못한 곳에 갈지도 모르겠다. 김진영도 많은 것이 가고 오고 또 가고 온다고 말한다. 짧게는 하루가 길게는 한해가 가고 온다. 살았을 때는 그걸 많이 느끼고 즐기면 좋겠다.

 

 

 

희선

 

 

 

 

☆―

 

 분노와 절망은 거꾸로 잡은 칼이다.

 

 그것은 나를 상처 낼 뿐이다.  (<13>,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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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ssbaum 2019-06-30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사람은 삶의 무게에서 벗어나 보다 객관적으로 자신을 보는 것 같습니다. 쉬이 읽어 나가지만 세상을 많이 느끼고 고민했던 흔적이 엿보인 책.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문구는 다시 읽어도 마음에 와 닿네요.

희선 2019-07-04 01:07   좋아요 1 | URL
죽음이 다가왔을 때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사람 별로 없을 듯해요 그런 시간이 있을 수도 있지만 갑자기 떠날 수도 있잖아요 떠나는 사람은 그런 거 별로 마음 쓰지 않겠지만, 남은 사람은 마음이 안 좋을 거예요 그래도 살아간다니...

안 좋은 감정은 결국 자신한테 돌아오겠지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