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공책을

한쪽 한쪽 채우는 건

무척 즐거운 일이지

어쩐지 무언가 한 것 같거든

좀 더 좋은 글로 채우고 싶지만

쉽지 않은 일이야

 

빈 곳을

글로

채우고 채우고 또 채우면

언젠가 글이 나아질 날도 올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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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JOR 2nd(メジャ-セカンド) 14 (少年サンデ-コミックス (14)) (コミック)
미츠다 타쿠야 / 小學館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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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세컨드 14

미츠다 타쿠야

 

 

 

 

 

 

 이 책을 벌써 10권 넘게 보다니. 처음 알았을 때 13권까지 나왔구나. 나온 거 빨리 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게을러서. 이 책은 <원피스>보다 보는 데 시간 덜 걸린다. 집중해서 보다보면 거의 끝이 다가온다. 언제나 만화는 아쉽게 끝난다. 그렇게 해야 다음 권도 보고 싶다고 여기겠지. 오래 기다려야 하면 좀 답답할까. 아니 꼭 그렇지는 않구나. 책을 끝까지 봤을 때는 아쉬워도 다른 책을 보다보면 그 생각을 덜한다. 이 말 처음 한 게 아니구나. 중학교 야구 경기는 어느 정도나 보여줄지. 후린중학교가 지역대회를 이기고 전국대회에 나갈지, 결승에서 지고 여름대회에 나갈지. 후린중학교가 세이와중학교를 이기면 준결승이고 준결승을 이기면 바로 결승이란다. 경기 빨리 하고 하루에 두번 하기도 하는구나. 준결승 결승만 하루에 다 하는가 보다.

 

 후린은 세이와를 맞이해 경기 괜찮게 했다. 아니 그렇게 쉽지는 않았던가. 쉽게 이겨도 재미없을지도. 야구를 아주 잘 하는 학교가 없지 않겠지만. 지난번 7회초에서 세이와가 1점 넣어서 3점이 됐다. 그렇게 1점 차이가 났는데, 이번에 또 1점 넣고 4점이 됐다. 2점 차이 뒤집을 수 있겠지. 투수인 무츠코가 지쳐서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다이고는 이번 경기에서 1학년 니시나를 투수로 내 보내지 않으려 했는데 어쩔 수 없이 투수를 니시나로 바꿨다. 니시나는 야구 특기생으로 후린중학교에 들어왔다. 다이고보다 키가 크다. 초등학생은 변화구를 배우지 않고 던지지 못한다. 그건 몸이 다 자라지 않아서가 아닐까. 중학교 때부터는 변화구 배우고 던지는 듯하다. 지난번에 우라베가 던진 커브를 후린 아이들이 처음에는 잘 못 쳤다. 그러고 보니 니시나는 몸만들기를 하게 했구나. 이것도 어쩌면 니시나 몸을 생각한 건 아닐까 싶다. 중학생이 됐다 해도 얼마전까지는 초등학생이었으니. 니시나는 처음에는 빠른 공 던졌는데 바로 데드볼을 던져서 세이와는 노아웃 만루가 됐다.

 

 다시 위기가 다가왔다. 다이고는 타임을 부르고 니시나한테 뭔가 말했다. 그랬더니 스트라이크가 됐다. 니시나는 공 던지는 자세를 세트에서 와인드업으로 바꿨다. 세트는 동작이 작고 와인드업은 큰 게 아닌가 싶다. 이거 보니 예전에 히카루가 세트를 이론만 알던 게 생각나는구나. 히카루는 다른 지역에서 야구하겠지. 7회초에 2점만 내주고 끝났다. 7회말은 후린중학교가 공격했다. 맨 먼저 첫타자가 1루에 나가고 아니타 차례가 왔다. 아니타가 손목을 다친 걸 알아서 앤디는 우라베한테 아니타가 치기 어려운 곳으로 공을 던지게 했다. <크게 휘두르며>에 나오는 타지마는 스텝을 밟거나 방망이를 잡은 손가락을 조금 빼서 공을 치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여기에서 보다니. 아니타는 뒤로 조금 물러나서 공을 쳤다. 그렇게 해서 노아웃 2, 3루가 됐다. 하지만 다음 두 사람은 아웃이었다.

 

 힘든 상대여선지 마지막은 길게 나오는구나. 니시나가 포볼로 누에 나가서 만루가 됐다. 다음 타자는 엄청 부담스럽겠다. 만루는 기회면서 위기기도 하니. 실제 단바는 부담스럽게 여겼다. 그건 예전에 단바가 잘못해서 팀이 진 적이 있어서였다. 어쨌든 단바는 공을 쳤다. 아웃이 될 것처럼 보였는데 운은 후린중학교로 돌아왔다. 1점 들어오고 다이고 차례가 왔다. 우라베는 7회말에 감독이 다른 투수 준비를 시켜서 거기에 마음을 썼다. 꼭 그것 때문은 아니겠지만, 다이고가 공을 쳤다. 두 사람 들어오고 후린중학교가 이겼다. 경기가 끝나고 다이고는 아이들한테 결승전에서 만나는 에이호중학교 경기를 보자고 한다. 이 지역에서 야구를 가장 잘 하는 학교인가 보다. 2학년 두 사람 사가라와 사와는 그냥 돌아가고 일곱 사람만 경기를 봤다. 에이호중학교는 5회전 콜드로 이겼다. 후린중학교는 준결승 이기고 결승에 나갈까.

 

 에이호 경기를 보면서 다이고는 다음날 준결승은 무츠코와 1학년 치사토 두 사람이 공을 던졌으면 한다고 한다. 무츠코는 쉬지 않고 던져서. 다이고랑 치사토가 연습하는 모습을 무츠코는 아쉬운 얼굴로 봤다. 힘들어도 또 던지고 싶었을까. 그런 마음 투수한테는 좋은 거구나. 그날 밤 비가 내렸다. 아침에도 내려서 무츠코는 경기 연기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 손목 다친 아니타도 연기 되기를 바랐는데. 다이고와 아이들은 준결승 상대 야나기가와를 앞에서 싸운 상대보다 쉽게 여겼는데 비 때문에 실수하고 야나기가와가 첫회에서 먼저 1점을 내고 서로 점수를 내지 못한 채 6회말을 맞았다. 이번에도 순식간에 지나간 회가 있구나.

 

 본래 수비를 잘 하던 두 사람 사가라와 사와는 비 때문에 실수했을까. 아니타는 두 사람한테 이번 경기 이기려는 마음이 없다고 여겼다. 그렇게 생각하게 하는 말을 했다. 여자여서 남자와 경기하는 건 이번까지가 좋겠다고. 사가라와 사와는 에이호와 싸우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해 보지도 않고 그러다니. 나도 아니타처럼 두 사람 사가라와 사와가 경기 적당히 하는 거 아닌가 했는데, 꼭 그런 건 아니었나 보다. 사가라 다음에 타석에 선 사와가 홈런 치고 동점을 만들었다. 두 사람 마음은 정말 어떤 걸까. 이번 경기 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그저 아주 잘 하는 상대와 싸우고 싶지 않았던 걸 거다.

 

 아직 경기 끝나지 않았다. 후린이 남은 한회 잘 막고 점수 내고 이겼으면 좋겠다. 아니타는 다이고를 본 첫인상이 바뀌었다. 사람을 겉만 보고 생각하다니. 다이고는 아니타가 생각하는 것보다 야구에 열정이 있었다. 다이고는 무츠코가 투수로서 가진 좋은 점이 크다는 걸 이번에 더 느꼈다. 결승전 상대 에이호가 아닌 다른 학교일지도 모르겠다. 야구를 아주 잘 하는 학교라고 해서 꼭 이긴다고 할 수 없다. 사가라와 사와는 그걸 반길까. 결승전은 이기고 싶은 마음으로 경기 하기를. 이런 말을 하다니. 두 사람이 일부러 지려고 한건 아닐 텐데. 준결승전은 빨리 지나가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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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탄의 문 1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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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미야베 미유키 소설을 만났습니다. 몇해 전에 우연히 이 책 《비탄의 문》이 일본에서 나온 거 보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한국에도 나왔네요. 책을 보면서 제목 ‘비탄의 문’이 가리키는 건 뭘까 했어요. 바탄의 문은 모든 이야기가 태어나고 돌아오는 곳 이름없는 땅으로 들어가는 문이더군요. 말이 태어나는 곳도 있는데, 이런 건 설명하기 어렵군요. 그냥 그런 게 있구나 했습니다. 이름 없는 땅은 《영웅의 서》에 나온 적 있을 것 같아요. 그 책은 못 봤지만, 거기에 나온 것 같은 아이가 여기에도 잠깐 나왔어요. 이 소설은 현실과 판타지가 섞였어요. 자꾸 보다 보니 판타지에 가까웠는데, 마지막에 다시 현실로 돌아옵니다. 미시마 고타로가 이름 없는 땅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것처럼. 어쩌면 이 세상에 사는 사람이 현실에 제대로 발을 딛고 살기를 바라는 것일지도.

 

 인터넷에는 아주 많은 말이 떠다닙니다. 좋은 말도 있겠지만 안 좋은 말도 많겠지요. 저는 안 좋은 건 별로 못 봤지만. 제가 보는 곳이 얼마 안 돼서 그렇겠습니다. 한국도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그 이야기를 하고 정리하는 곳 있을까요. 열아홉살로 대학교 1학년인 미시마 고타로는 인터넷 사회 경비회사인 쿠마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돼요. 나이 차이가 좀 나는 동아리 선배 마키가 고타로는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이 잘 맞는다고 하고 자신이 일하는 곳에서 일 해 보지 않겠느냐고 해요. 실제로도 인터넷 사회 경비회사 같은 곳 있겠지요. 있을 것 같습니다. 인터넷 안도 사회인데 그걸 잊고 얼굴이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서 거기에서 아무 말이나 하는 사람이 있기도 합니다. 그런 걸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고타로가 일하는 곳에서는 범죄가 일어날 것 같은 사이트나 블로그를 감시해요. 마약, 자살, 학교 폭력, 살인…….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닐 듯합니다. 온갖 말을 보다보면 거기에 물들지도 모르잖아요. 고타로 선배인 마키는 고타로한테 이 일에 너무 빠지지 마라 합니다. 이쪽이 어둠을 오래 지켜보면 어둠도 이쪽을 본다고 하잖아요.

 

 여러 달에 걸쳐 몸 어딘가를 잘라내고 시체를 버린 사건이 일어나요. 그 일이 여러 번 일어나자 세상에서는 연쇄살인으로 보고 인터넷에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요. 쿠마에서는 그 사건과 상관있는 걸 찾아봐요. 그러다 고타로와 함께 일하던 모리나가가 노숙자가 사라진 일을 알아보다 사라져요. 고타로는 모리나가가 어떻게 됐는지 알아보려고 모리나가가 다닌 곳을 더듬어 보다 한 건물에 이릅니다. 그 건물 가까운 데 부서진 모리나가 휴대전화기가 있었어요. 고타로는 모리나가가 밤에 그 건물에 왔다는 걸 알고 고타로도 밤에 건물에 들어가요. 거기에는 고타로보다 먼저 온 사람이 있었어요. 그 사람은 지금은 경찰 일을 그만둔 쓰즈키로 옥상에 있는 가고일 조각상이 움직인다는 말을 듣고 알아보다 밤에 건물에 가 보기로 했어요. 두 사람이 건물에 갔을 때 옥상에는 낮에 있던 괴물 조각이 없었습니다. 두 사람은 그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기다립니다. 그리고 정말 나타나요. 전사 가라가. 가라는 말의 정령이 태어나는 곳에서 왔다고 해요. 가라는 목적이 있어서 이곳에서 힘을 길렀어요. 죄를 저지르고 이름 없는 땅에 간 아들을 구하려고.

 

 평범한 사람과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은 마주치는 게 좋을지 안 좋을지. 사는 곳이 다르니 처음부터 만나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이곳 사람은 다른 세계 사람이 가진 힘에 사로잡힐지도 모르니까요. 실제 고타로는 쿠마 사장이 누군가한테 죽임 당하자 가라한테 힘을 빌려요. 쿠마 사장이 죽임 당한 일은 연쇄절단마가 저지른 다섯번째 살인이라고 세상이 떠들썩했는데, 알고 보니 그건 연쇄살인과 상관없었어요. 쿠마 사장을 시샘하고 미워한 사람이 저지른 일로 그 사람은 자신의 커다란 바람에 먹혔어요. 고타로는 가라한테 빌린 왼쪽눈으로 말을 봐요. 그 사람이 한 말 형태랄까. 안 좋은 생각이나 말을 한 사람 뒤에는 검은 그림자가 있었어요. 고타로는 쿠마 사장을 죽인 여자를 경찰이 잡게 하지 않고 가라한테 맡깁니다. 가라는 사람의 바람을 모아서 힘을 길렀어요. 하지만 고타로가 사람을 죽인 사람을 심판하거나 벌을 주면 안 되지요. 고타로는 조금씩 괴물에 가까워져요. 쓰즈키는 고타로한테 그만 본래 생활로 돌아오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일어난 살인사건도 연쇄살인이 아니었어요. 그건 경찰이 빨리 범인을 잡지 않아 일어났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두번째 사건을 보고 같은 범인이다 말한 것 때문인지. 다 가까운 사람한테 죽임 당한 거였어요. 실제로도 가까운 사람한테 죽임 당한 사람 많겠지요. 연쇄살인도 있겠지만.

 

 말은 사라지지 않고 남는다는 말도 여러 번 하더군요. 자신이 한 말에 묻히고 바람에 지배 당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쳐야 하지 않을까요. 그릇된 바람에 몸과 마음을 맡기는 건 쉽습니다. 사람은 다 자신 안에 있는 빛과 어둠의 균형을 잘 지키려고 합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군요. 그건 쉽게 깨지기도 합니다. 고타로도 사람이 아닌 괴물에 가까워졌어요. 사람을 죽인 사람을 보고 나쁜 사람이니 자신이 벌을 줘도 괜찮다 생각한 듯해요. 그건 힘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 것도 같습니다. 힘을 가져도 마음 균형을 지키려고 애써야 하는데. 어쨌든 고타로는 현실로 돌아와요. 어떤 일은 가라가 보여준 환상이기도 했어요. 고타로가 가라한테 빌린 왼쪽눈으로 나쁜 것만 본 건 아니예요. 아이를 생각하는 따스한 엄마 마음도 보았어요. 고타로는 세상에 나쁜 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게 됐다고 해야겠네요.

 

 좋은 말을 하면 기분 좋고 안 좋은 말을 하면 기분 별로지요. 좋은 말을 생각하고 하는 게 더 좋겠습니다. 자기 마음을 지키도록 애써요.

 

 

 

희선

 

 

 

 

☆―

 

 “늙은이, 너는 갈망을 잃고 편해지지 않았는가. 왜 다시 괴로움을 자청하는 거지.”

 

 “그게 사람이니까!”

 

 진심으로 격분하는 쓰즈키 모습은 고타로도 처음 보았다.

 

 “어떤 성가신 감정이든, 꺼림칙한 기억이든, 속으로 삼키고 쌓아서 그것과 함께 살아가는 게 사람이야.”

 

 콧김이 거칠었다. 계단에서 숨차할 때처럼 씩씩거렸다.

 

 “무엇보다 나는 ‘편해지기를’ 바란 적 없어. ‘편하게 해달라’고 네게 부탁한 적도 없고. 네가 멋대로 그런 짓을 하는 바람에 나는 그야말로 무사태평한 쭉정이 꼴이 됐다고.”  (《비탄의 문 2》에서, 106~1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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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우울하려고

 

 

 

 

 언제나 밝고 좋은 생각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쉽게도 전 그렇게 못합니다. 누군가 그것도 버릇이라고 한 것 같은데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전 기분이 괜찮을 때도 안 좋은 일이 일어날지도 몰라 합니다. 걱정을 사서 하는군요. 사람 아니 뇌라는 건 안 좋은 때를 더 생각한답니다. 그렇다고 늘 그런 기분에 빠져 있는 건 좋지 않겠습니다. 이래서 친구가 별로 없군요. 갑자기 이런 말을.

 

 덜 우울하려고 조금이라도 애쓰는 게 낫겠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나아지기도 할 테지만. 제가 하는 건 책 읽기지요. 책을 읽어도 별로 도움이 안 될 때도 있겠지만, 내용과 상관없이 글을 보면 안 좋았던 기분이 조금 나아지기도 해요. 글이 걱정이라는 걸 머릿속에서 밀어내는 것일지도. 책을 더 잘 봐야겠습니다.

 

 가끔 저랑 잘 맞지 않는 책을 만나기도 해요. 그런 건 조금 싫지만 거기에서도 무언가 얻을 수 있을 텐데. 저랑 잘 맞지 않아도 다른 누군가는 잘 맞기도 하겠지요. 어쩐지 저는 그런 거 많은 것 같아요. 그럴 때 ‘난 왜 이러지’ 하기도. 사람 사귀는 것보다 잘 맞지 않는 책 만나는 게 조금 편하겠지요.

 

 한가지밖에 생각하지 못하다니. 기분이 가라앉을 때는 몸을 움직이라고도 하는군요. 그것도 괜찮지요. 햇볕을 쬐면 세로토닌이 나온다잖아요. 걷기 가끔 합니다. 우울할 때보다 볼 일이 있으면.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도 좋을 텐데, 제가 게으르군요. 우울해서 게으른 건지, 게을러서 우울한 건지.

 

 제가 생각하고 느끼는 걸 글로 다 나타내지 못하지만 글쓰기도 괜찮습니다. 이 말도 처음이 아니군요. 이번에 한 말 다. 쓸 게 떠오르지 않고 더 우울할 때 이런 말을 하는군요. 한번 말하고 나면 한동안 괜찮아야 할 텐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우울하면 우울한대로 괜찮으면 괜찮은대로 살까 합니다.

 

 

 

 

 

 

 

 

 

                   

 

 

 

 

 

놓은지도 모르고

 

 

 

 

비가 조금 와서 가게에 들어가면서

우산을 접고 한손에 들었어

 

물건을 사고

집에 오려니

손에 우산이 없었어

 

어디선가

우산을 놓았나 봐

찾으러 가 봤지만

어디에도 없었어

 

놓지 않아야 했는데

왜 놓았을까

놓은 것도 모르고

 

다시 만날 수 없겠지

 

놓은지도 모르고 놓은 것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집에 오고 한시간쯤 뒤에 우산이 고객센터에 왔다는 연락을 받고 찾아왔다. 앞으로는 좀더 조심해야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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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 테이크아웃 18
정용준 지음, 무나씨 그림 / 미메시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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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편하게 볼 수 있게 이런 소설 책을 만들었을까요. 글뿐 아니라 그림도 함께 볼 수 있군요. 책이 가벼워서 들고 다니기에도 편하겠습니다. 그렇다 해도 저는 다른 데서 읽지는 않았어요. 책도 둘레 분위기를 바꾸면 좀 다르게 보기도 할까요. 그런 걸 한번도 해 본 적 없어서 어떨지 모르겠네요. 책은 둘레 분위기에 그렇게 영향 받지 않을 것 같습니다. 책을 보면 이야기에 빠져서 둘레는 다 잊을 테니까요. 세상에는 그런 책만 있는 건 아니지만, 이야기를 볼 때는 둘레가 어떻든 그건 별로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갑자기 제가 다른 건 하나도 생각하지 않고 책속에 빠져든 적이 있었나 싶네요.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재미있게 읽은 책이 하나도 없지 않지만. 이 책은 어떨까요, 읽으면 바로 빠져들까요.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바로 빠져드는 사람도 있겠지요.

 

 언젠가 텔레비전 방송에서 틱 장애를 가진 사람 본 적 있어요. 틱은 장애일까요. 아주 고칠 수 없는 건지. 저도 잘 모르겠군요. 틱 장애라 해도 안 좋은 말을 하는 것만은 아니겠지요.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날지. 사람은 몸이 괜찮으면 아프다고 해도 그걸 믿지 않기도 하지요. 예전에는 우울증도 크게 생각하지 않았잖아요. 틱 장애도 겉은 멀쩡하게 보여서 진짜 어디가 안 좋은 건지 모를 듯합니다. 틱 장애는 머리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저도 모르게 안 좋은 말을 한다니. 그건 그 말을 들은 적이 있기에 하는 것일지도. 틱 장애라 해도 안 좋은 말 모르면 그 말이 아닌 다른 말을 할지. 어떨까요. 이런 걸 아는 사람 있겠지만 그런 사람을 제가 모릅니다.

 

 주우는 학교에 다닐 때 틱 장애여서 아이들한테 놀림 받았어요. 아이들은 사이코에서 사를 빼고 이코나 이코이코라고 했어요. 책 제목에서 이코는 사이코에서 사를 뺀 거예요. 사람은 자신과 다르면 처음에는 무서워하다 시간이 흐르면 그걸로 괴롭히지요. 주우도 아이들한테 괴롭힘 당했어요. 주우 자신도 자신이 그러는 게 싫었어요. 갑자기 터져나오는 안 좋은 말이. 미이는 주우를 보고 놀라지도 놀리지도 않았어요. 미이는 주우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다는 걸 알았어요. 그걸 알아도 안 좋은 말 하는 거 들으면 아무렇지 않기 어려울 텐데. 미이는 마음이 넓은 아이였군요. 주우는 미이가 있어서 괜찮았는데 어느 날 미이가 사라지고 안 좋은 미이 이야기가 퍼지기도 해요. 그런 이야기는 진짠지 거짓말인지.

 

 미이가 보고 싶어 주우는 미이를 오랫동안 찾고 겨우 만납니다. 그런데 주우는 입 안에 공 재갈을 물고 검은 마스크를 쓰고 말하지 않았어요. 미이가 사라지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주우는 차라리 말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사람들은 주우를 이해한다고 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잊고 주우를 거짓말쟁이라 했어요. 미이는 입을 스스로 막은 주우를 안타깝게 여기고 마스크를 벗으라고 해요. 말이 나오면 어떠냐고. 시간이 흘러도 미이는 그대로군요. 주우를 그대로 받아들이니. 그동안 미이는 힘든 일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아니 앞으로는 주우와 미이가 덜 아프기를 바랍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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