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미라이
호소다 마모루 지음, 김수지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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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쓴 호소다 마모루는 영화감독이다. 극장 만화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만든 영화를 소설로 쓰기도 한다. 일본에는 그런 사람 많다. 내가 다 아는 건 아니지만. 호소다 마모루가 만든 영화 본 적은 없다. 만화영화 좋아하지만 볼 기회가 없었다. 이번에도 영화보다 책만 보았다. 사람이 가장 처음 경쟁하는 상대는 바로 형제다. 첫째는 둘째가 태어나면 부모 사랑을 다 빼앗긴 듯한 느낌이 들까. 그런 느낌을 갖는 사람도 있고 자기보다 어린 동생을 돌봐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으면 그런 마음은 덜할 것 같다. 첫째도 어려서 둘째가 있다고 그걸 생각하지는 못할 거다. 조금 자란 다음에는 다르겠지만. 부모는 첫째한테는 네가 형, 언니니 참아라 한다거나 동생한테는 네가 동생이니 말 들어라 같은 말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언젠가 라디오 방송을 들으니 첫째는 별로 애쓰지 않아도 부모 사랑을 받지만 둘째는 많이 애쓴다는 말을 들었다. 부모한테 첫째는 남다르겠지. 둘째가 첫째보다 뭐든 잘하는 건 어떻게 하면 부모한테 사랑받을까 해서란다. 이 말 맞는 듯하다. 처음 아이가 세상에 나와 의지할 사람은 부모니, 부모가 자신을 좋아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겠지. 그건 본능일지도. 부모가 아닌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면 조금 달라지겠지만. 여기 나오는 쿤(訓)은 네살로 여동생이 생겼다. 어느 날 엄마가 예정보다 빨리 진통이 와서 병원에 갔다가 며칠이 지나고 돌아왔다. 엄마는 동생을 데리고 왔다. 쿤은 자기한테 동생이 생긴다는 걸 알았을 텐데 그게 어떤 건지 잘 몰랐나 보다.

 

 엄마 아빠는 아기인 동생한테만 마음을 썼다. 아니 쿤한테 그렇게 보였을 뿐이다. 엄마 아빠가 동생을 더 챙겼지만 그건 동생이 아기여서다. 쿤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다. 아기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사람이 그렇지. 동물은 태어나자마자 바로 걷는데. 사람은 세상에 나고 얼마동안 누군가 돌봐줘야 한다. 그런 시간이 있기에 부모와 아이 사이에 어떤 끈끈함이 생기는 거 아닐까.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부모라고 다 아이를 사랑하고 쉽게 받아들이지 않겠지. 부모는 아이를 기르면서 부모가 된다. 지금 내가 이렇게 생각해도 부모는 더 나아야 한다고 여겼다. 그런 마음이 다 사라지지 않았다. 나도 잘 못하면서 다른 사람은 더 낫기를 바라다니. 부모는 자식한테 자식은 부모한테 무언가를 바라지 않는 게 좋다. 쿤은 그걸 알기에는 무척 어리구나.

 

 아빠는 쿤 동생 이름을 미라이(未来)라 지었다. 이 책 제목을 한국말로 하면 ‘미래의 미라이’지만 일본말로 하면 ‘미라이노 미라이(未来のミライ(未来))다. 이제 갓 태어난 동생이 아닌 중학생 동생이 나타나면 어떨까. 이 책을 보기 전에 이건 알았다. 중학생 미라이가 쿤을 찾아오고 여러 일을 겪고 쿤이 동생을 좋아하게 되는 건가 했는데, 미라이만 나오지 않는다. 쿤 집에서 기르는 개 윳코가 사람 모습이 되기도 하고, 쿤은 증조할아버지와 어린 엄마를 만나기도 한다. 집안에서 마당으로 나가면 환상이 펼쳐진다. 쿤은 지난날과 지금 그리고 앞날이 이어졌다는 걸 깨닫는다. 네살인데 그걸 벌써 알다니. 쿤이 바로 동생인 미라이를 좋아했다면 몰랐겠다(나중에 알았겠구나). 쿤은 미라이한테 부모 사랑을 빼앗겼다 느꼈기에 여러 가지 일을 겪었다.

 

 왜 부모는 자신이 어렸을 때 일을 잊어버릴까. 자신도 아이였을 때 집안을 어지르고 부모 사랑을 바랐을 텐데. 부모가 자신이 어렸을 때 일을 잊지 않고 아이를 대하면 훨씬 좋을 것 같다. 아주 어렸을 때 일은 잊어버려도 청소년일 때 일은 조금 기억하겠지. 동생이 생겼을 때 첫째가 느낄 불안함도 알아주기를. 그건 어려운 일일지도. 갓난 아이 돌보느라 정신이 없을 테니. 그래도 첫째와 둘째 비슷하게 생각하면 좋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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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이 네게 닿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는

가까이에서 봐야 알겠지

내가 좀 큰 걸 바랐어

 

모든 걸 다 털어놓지는 못하더라도

아주 조금은 말하는 게 좋겠지

별거 아니어도 하는 게 중요해

 

그래도

언젠가는 그런 날도 왔으면 해

말하지 않아도

서로 마음을 알 날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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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지 않으면 그걸 읽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어떤 책은 처음부터 안 보고 아무데나 펼치고 봐도 된다고 하는데. 책을 한번 보고 나면 그럴 수 있으려나. 그렇게 본 건 책을 한번 더 봤다고 치지 않아. 그래도 가끔은 앞에 봤다 뒤에 봤다 자유롭게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처음부터 끝까지 보지 않아도 괜찮은 책에는 어떤 게 있을까. 시집, 산문, 사진……. 이 정도밖에 생각나지 않는군. 소설은 이야기가 어떨지 알아야 하니 그렇게 못 볼 것 같아. 아니 아주 좋아하는 소설이어서 여러 번 본 다음에 어디든 펼쳐보기는 어떨까. 잘 모르는 이야기면 ‘뭐지’ 하겠지만, 잘 아는 거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건지 알잖아. 자기 마음에 드는 부분도 있을 수 있겠어.

 

 책을 처음 볼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보고 나중에 여기저기 펴 보면 되겠군. 세상에는 책이 많아서 그럴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게 아쉬워. 한권을 깊이 읽어야 하나 많은 책을 만나야 하나. 신영복 님은 책을 세번은 봐야 한다고 했군. 내가 어렸을 때부터 책을 보고 그런 식으로 봤다면 좋았을 텐데. 지금이라고 못할 건 없겠지만, 어려울 듯해. 한번 봐도 집중해서 보려 하는데 그럴 때도 있고 그러지 못할 때도 있어.

 

 어떻게 책을 보든 그걸 즐기는 게 중요할 듯해.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게 좋으면 그렇게 하고 아무데나 펼쳐서 보고 싶으면 그렇게 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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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93

오다 에이치로

集英社  2019년 07월 04일

 

 

 

 앞으로 <원피스> 얼마나 더 나올까. 어느 날 갑자기 끝나면 아쉽겠지만 자꾸 늘어져도 재미없을 것 같다. 끝나려면 아직 멀었겠지만 억지로 늘리지 않고 멋지게 끝맺기를 바란다. 나와야 할 이야기가 많은데 벌써 이런 생각을 하다니. 루피와 동료는 얼마나 대단해질까. 지금도 대단해 보이는데. 지금 이대로는 검은수염하고 싸우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다른 상대보다 검은수염과 검은수염 동료와 싸울 일이 걱정이다. 카이도도 물리치지 못했는데, 좀 빨리 생각했다. 93권은 다 보는 데 시간 더 걸렸다. 왜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렸을까. 이상하구나. 여러 사람이 말을 많이 해서겠다. 이번에도 이것저것 많았다. 그걸 어떻게 쓰면 좋을지 모르겠다. 그리 길지 않게 정리한다면 좋으련만. 쓰다보면 길어질지도.

 

 로빈은 오로치성에 숨어들었다 들킨다. 거기에 로빈만 갔나 했는데 나미와 시노부와 브룩도 갔다. 로빈은 동료 때문에 그곳을 빠져나왔지만, 최고 기녀인 코무라사키는 쿄시로한테 죽임 당한다. 오로치가 고즈키 집안에서 내려오는 이야기를 믿는 걸 다른 사람은 마음속으로 비웃었다. 그런데 오토코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오토코는 벌거벗은 임금님한테 솔직하게 말한 아이 같구나. 화난 오로치는 오토코를 죽이려 했다. 그때 코무라사키가 오토코를 구했다. 로빈이 오토코를 데리고 나오고 나미는 그곳에 벼락이 내리게 하고 시노부도 뭔가 했던가(그전에 조금 웃기는 일이 있었구나). 브룩은 유령인 척하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오로치는 코무라사키가 자기 뺨을 때린 걸 화냈지만 코무라사키를 죽일 마음은 없었다. 지금 야쿠자 두목인 쿄시로가 코무라사키를 베었다. 그런 걸 봤지만 코무라사키 죽지 않았을 것 같다.

 

 조로는 검 하나를 강도한테 빼앗겼다. 이번에 그런 게 아니고 전에 빼앗겨서 되찾으려고 강도를 쫓아간 게 아닐까 싶다. 조로가 가진 검에는 스릴러바크에서 얻은 게 있다. 그건 왜국에서 이름이 잘 알려진 검사 거였다. 조로가 스릴러바크에서 만난 검사는 바로 그 사람이고(몸만 그랬던가) 조로가 이겨서 그 검을 갖게 됐다. 이런 얘기 모르면 자기 나라 거라면서 돌려달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긴에몬도 그 검을 알아보고 그런 말을 했다. 그곳에 어떤 여자와 오토코가 나타나서 조로한테 살려달라고 한다. 오토코는 로빈과 가지 않았다. 내 생각에 그 여자는 코무라사키 같다. 죽은 척하고 오로치성을 빠져나온 건 아닐지. 오토코는 오로치 부하한테 쫓겼다. 조로가 둘을 구해준다. 조로 검을 가진 강도는 달아나지만. 여자는 히요리로 모모노스케 동생이었다. 이런 우연도 생기다니. 모모노스케는 이제 여덟살인데 동생은 스물여섯이다. 그래도 만나면 반가워하겠지.

 

 

 

그림에서 다른 부분은... 92권에도 그런 부분이 있었는데 나중에 알았다

 

 

 

 빅맘은 자신이 누군지 몰랐다. 기억이 바로 돌아올 리 없겠다. 타마는 루피를 구하려고 우동에 가려 했다. 지역 이름이 우동이라니. 그곳은 죄인을 가두고 일을 시키는 곳이다. 쵸파는 빅맘 기억이 돌아오면 어쩌나 하고 조마조마해한다. 빅맘이 쵸파와 모모노스케 오키쿠 오타마와 우동에 갈 때 빅맘 자식은 빅맘이 살았을까 죽었을까 이야기한다. 첫째는 빅맘이 죽으면 자신이 선장이 되겠다고 한다. 그런 생각을 하다니. 빅맘 비블카드가 괜찮으니 빅맘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기로 한다. 빅맘 자식은 왜국에 들어가지 않는가보다 다행이다. 감옥에는 루피와 키드가 함께 있었는데 어느새 키드는 감옥을 빠져나갔다. 언제 그런 일이 일어난 건지. 루피를 구하려고 라이조가 감옥에 오고 해로석 수갑 열쇠도 훔쳤다. 그건 루피 해로석 수갑 열쇠가 아니었지만. 루피가 일하고 먹을 걸 받을 표를 나이 많은 사람한테 줬는데 그 사람은 옛날에 왜국에서 야쿠자 두목이었던 하나로 효고로였다. 스무해전 모습과 지금 모습 많이 차이 난다. 나이 먹는다고 그렇게 키가 줄어들까. 마음이 줄어서 그렇게 된 걸지도.

 

 간수는 효고로한테 누가 식권을 주었느냐고 물었지만, 효고로가 대답하지 않자 죽이려고 했다. 루피는 그 모습을 보고 효고로를 구한다. 하지만 감옥에서 죄수가 간수한테 대들면 바로 처형당했다. 간수장 퀸은 루피한테 간수와 싸우라고 한다. 루피는 감옥에서 해로석 수갑을 차고도 몸을 단련했다. 레이리가 보여준 걸 해내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 상대한테 손을 대지 않고 패기로 공격하는 거였다. 간수와 싸울 때는 수갑을 풀어줬지만 목에 다른 걸 차야 했다. 목 안으로 뾰족한 게 튀어나오는 거다. 효고로는 자신은 죽어도 괜찮지만 루피는 살려달라고 했는데 간수가 그런 말 들을까. 루피와 효고로가 한팀이 되어서 간수와 싸운다. 싸우면서 루피는 레이리처럼 패기를 쓸 수 없다고 아쉽게 여긴다. 루피는 그걸 익히면 카이도와 싸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효고로가 보여준 왜국에서 하는 게 바로 루피가 익히려는 거였다. 루피가 바로 그걸 해내지는 못했지만 곧 익히겠지. 그날 싸움이 끝나고 효고로는 루피가 고즈키 집안 사람과 왜국에 온 걸 알게 되고 기뻐한다. 효고로는 거의 희망을 버리려 했다. 우동에는 루피가 있는 곳 말고 해로석을 캐내는 다른 곳이 더 있었다. 거기 갇힌 사람은 다 오로치한테 대항한 사람이었다.

 

 에비스 마을에 칸주로와 로빈 나미 상디 프랑키 우솝 브룩 시노부가 있었는데 그곳에 있던 도노야스가 가까운 사람처럼 카이도와 싸우게 된 걸 말했다. 나중에 상디가 도노야스가 누구냐고 하니 칸주로와 시노부는 모른다고 했다. 누군지도 모르고 말하다니. 도노야스는 에비스 마을 사람을 많이 생각하고 도움을 주었다. 이튿날 오로치한테 잡힌다. 도노야스는 자신이 도둑질하는 우시마츠 코조라 하고 자신이 고즈키 집안 사람이 동료를 모은다는 전단지를 장난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건 거짓말이다. 카이도와 싸우려고 동료를 모으는 걸 오로치한테 들켰다. 도노야스는 그걸 알고 자신을 희생하기로 했다. 도노야스는 야스이에로 영주였다. 고즈키 오뎅이 죽임 당하고 쫓기게 되고 에비스 마을로 갔겠지. 야스이에가 죽임 당하자 에비스 마을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웃었다. 딸인 오토코도. 에비야스 마을 사람이 그러는 건 오로치가 가지고 온 스마일 때문이다. 죽는 사람이 나오다니. 페드로도 죽었다고 했구나. 오로치한테 싸움 일으키려는 일을 들킨 걸 얼버무릴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다음이나 이번 이야기 끝날 때 놀라운 일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이런 바람 안 좋은 걸까. 사람은 다 죽지만 죽임 당하는 건 슬프지 않은가. 좋은 세상이 오는 걸 봐야 하지 않나. 스무해 전에 죽은 사람은 어쩔 수 없겠지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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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풍경 - 글자에 아로새긴 스물일곱 가지 세상
유지원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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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다가 여기저기 둘러보니 글자가 가득하더군. 가게 간판과 길 표지판……. 무엇보다 가게 간판 글자가 많이 눈에 들어왔어. 크고 작은 간판 글자체도 여러 가지더군. 그런 걸 만드는 사람도 눈에 잘 띄게 하려고 생각하겠어. 간판은 한번에 잘 들어오게 해야겠지. 그건 정말 잘 보여야겠어. 그러지 않으면 가게를 보고 그냥 지나칠지도 모르잖아. 그런 적 있던가 나도 잘 모르겠어. 골목 안에 있고 많은 사람이 모르는 곳, 그런 곳 하나쯤 알면 좋을 텐데. 다른 데 가서 커피를 마시거나 책을 보거나 글을 쓰지도 않으면서 이런 말을 했군. 책 같은 데서 그런 걸 보고 한 생각인 것 같아. 그런 곳은 장사가 안 돼서 오래가지 않을지도. 만화영화 <금색의 코르다>에서 그런 걸 본 듯해. 어디선가 들리는 음악소리를 따라 카호코가 골목으로 들어가니 악기점이 나왔어. 악기점 이름도 나왔을 텐데 그건 생각나지 않아. 간판에 쓰인 글자는 로마자 이탤릭체였을지도. 아니면 어쩌지.

 

 글자란 뭘까. 무언가를 알려주고 사람이 이야기하는 수단. 말이라는 게 있지만 글자는 눈으로 보는 거지. 그렇다고 보기만 하는 건 아니지. 글자로 감정을 느낄 수도 있어. 그건 소통할 때 그렇군. 사실 이 책을 봤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글자만 본 건가. 재미있거나 신기하다고 한 사람도 있던데. 내가 그런 걸 아주 느끼지 못한 건 아니야. 훈민정음을 세종이 만들었다고 하잖아. 그 말 아주 틀린 건 아니지만 세종 혼자 만든 건 아닐 거야. 집현전 학자와 만들었다고 했군. 세종이 있었기에 우리는 지금 어려운 한자가 아닌 한글을 쓰지. 그때 것과 지금은 다르지만. 글자는 살아있다고 하는데 정말 맞는 말이야. 한글만 달라진 건 아니겠지. 다른 나라 글자도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졌겠지. 쓰는 말이 바뀌었다고 해야 할까.

 

 지역 모습과 글자는 닮기도 한다더군. 그런 걸 알아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난 잘 모르겠어. 유지원은 디자이너로 타이포그래피도 해서 글자에 더 관심을 가지고 봤겠지. 내가 가장 많이 보는 건 책 본문 글자여서 그저 편하게 읽을 수 있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 그것도 책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거의 명조체(바탕체)로 쓰였대. 가끔 다른 글자체로 쓰인 책을 보기도 해. 내가 알아본 건 아닌데 만화도 글자가 말하는 사람마다 달라(다 그런 아닌 것도 같아). 만화에는 그림이 가득하지만 말도 그림과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글자는 그림에서 나오기도 했지. 어린이가 글자를 잘 못 쓰면 글자를 그리지 말고 쓰라는 말도 하지. 어린이만 그런 건 아니군. 처음 배우는 글자는 그리지. 한자는 모양을 본 뜬 글자라잖아. 그래설까. 난 쓰지 못하는 한자여도 읽을 수 있는 거 좀 있어. 다른 나라 글자는 그림처럼 보이기도 해. 한글도 다른 나라 사람이 보면 그렇겠지.

 

 지금은 많은 사람이 컴퓨터를 쓰지. 컴퓨터 전에 타자기가 있었지. 오래전에 누군가 한글을 가로로 풀어서 쓰자고 했대. 인쇄가 힘들어서 그랬는지 타자기 만들기가 힘들어서 그랬는지. 다행하게도 그 말대로 하지 않았어. 한글은 초성 중성 종성이 모여야 하는 글자잖아. 이걸 해체해서 가로로 쓰면 무슨 말인지 바로 알기 어려울 거야. 한글타자기나 컴퓨터에서 쓰는 한글 소프트웨어 만든 사람 대단해. 쓰는 사람은 그게 있어서 쓰지만 그게 나오기까지는 여러 사람이 애썼겠지. 컴퓨터로 쓰는 글자체도. 궁체는 궁궐 궁녀가 쓰던 거였더군. 글자를 빨리 쓰다가 나온 글자체래. 조선시대에 인쇄기술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한글은 인쇄하기 어려웠을지도. 여러 사람이 소설을 베껴썼지. 그랬기에 새로운 글자체가 나왔군.

 

 앞으로도 걸으면서 여러 글자 볼 것 같아. 별난 글자체 볼 수 있는 건 간판이지. 판결서체가 있다는 건 처음 알았어. 판결문을 잘못 쓰면 큰일이지. 예전에 이름을 잘못 써서 판결 효과가 없어진 적 있었대. 글자체 만드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가 편하게 살게 해주는군. 세상에는 그런 사람 많지. 그런 사람한테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겠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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