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한 꿀벌 덕분에

달콤한 꿀을 먹고

부지런한 꿀벌 덕분에

새콤달콤한 과일을 먹지

 

몸집 작은 꿀벌이지만

무척 큰일을 하네

 

고마운 꿀벌

사라지지 마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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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미로는 잠을 못 잤어요

몸이 나른하고 졸려서 자려고 누우면

바로 잠이 깨버렸어요

그럴 때마다 미로는

“오늘도 못 자는구나” 하고 눈을 뜨고

그냥 누워 있었어요

 

미로가 잠을 못 자는 날이 오래 갔지만

몸이 안 좋지는 않았어요

그저 조금 우울했어요

 

어느 날 미로는 잠이 깼는데도

눈을 뜨지 않았어요

누군가 눈을 감으면 잠이 들지도 모른다고 해서

그런데 아주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요

감은 미로 눈 속에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세상이 펼쳐졌어요

미로는 깜짝 놀라 눈을 떴어요

쉽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눈 속 세상은 바로 사라졌어요

다시 미로가 눈을 감아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눈 속 세상은 아주 가끔만 나타났어요

미로는 그 세상에 갈 수 없었지만,

그곳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했어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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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를 빌려드립니다 요괴 대여점 시리즈 1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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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오래된 물건에 마음이 생긴다는 말을 했는데, 여기에는 그런 물건이 나온다. 그건 부상신(쓰쿠모가미)으로 가재 집기가 백년 묵으면 그렇게 되기도 한단다. 그런 물건이 모여서 이야기하면 어떨까. 사람은 그걸 무섭게 여길지 재미있게 여길지. 난 재미있을 것 같은데, 모든 사람이 그걸 반기지는 않겠다. 물건에 귀신이 들렸다고 부수거나 팔지도 모르겠다. 못 쓰게 부수거나 버리기보다 다른 데 팔면 좀 낫겠다. 그런 걸 받아주는 사람도 있을 테니 말이다. 요괴가 나오는 이야기는 지금 시대도 있지만 에도 시대가 많다. 요괴를 나오게 하려면 에도 시대가 편할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요괴가 없다 여기는 사람이 더 많을 테니 말이다. 에도 시대에는 요괴가 있다 여기는 사람이 많았겠지. 지금 시대를 배경으로 해도 재미있게 쓸 수 있겠지만 물건 빌려주는 가게는 별로 없다. 요괴가 나와서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했다기보다 그저 작가가 에도 시대를 좋아해서 그렇게 한 것 같다.

 

 이즈모야는 중고물건을 팔기도 하고 물건을 빌려주는 가게로 오코와 세이지가 함께 한다. 누나와 동생이라는데 둘은 피붙이는 아니다. 아이가 없던 오코 작은아버지가 세이지를 양자로 들였다. 몇해전 오코 아버지가 죽고 혼자가 된 오코는 이즈모야에 오게 된다. 작은아버지도 세상을 떠나 이즈모야에는 오코와 세이지 둘만 남았다. 이즈모야에는 오래된 물건이 좀 있다. 오코와 세이지는 그런 물건이 이야기하는 걸 들으면서도 모르는 척했다. 부상신은 자기들끼리는 이야기해도 사람하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래도 같은 말을 써서 서로의 말을 알아듣는구나. 좀 재미있지 않은가.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더 재미있겠지만. 물건이 요괴가 돼서 그런 규칙을 만든 건 아닐까 싶다. 보통 물건이 아니어서 움직일 수도 있지만.

 

 츠루야는 가게를 싸게 샀는데 그 가게에 귀신이 나온다는 말이 있었다. 세이지는 츠루야에 물건을 빌려주러 갔다 낮에 귀신을 본다. 츠루야는 그 가게에 귀신이 나온다는 걸 알고도 사고 예전 가게 주인은 귀신이 나와서 싸게 판 거였다. 부상신이 그 가게에서 있었던 일을 듣고 이즈모야에 돌아와서 떠들었다. 예전 가게 주인이 사귄 여자가 아이를 갖고 버림 받았는데, 여자가 낳은 아이가 죽고 얼마 뒤 여자도 죽었다. 부상신은 귀신이 복수하려는 걸 도와주려고 하는데, 세이지는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예전 주인은 자신이 잘못한 일을 잘못했다 생각하지 않았다. 자기 때문에 독감에 걸려 죽은 사람도 있었는데 그게 왜 자기 잘못이냐고 여기고. 귀신이 나타난 것도 왜 자신한테만 그런 일이 일어나느냐고 했다. 세상에는 그런 사람 있다. 남한테 해를 끼쳤으면서도 자기 잘못이 아니다 여기는 사람. 많은 사람은 자신 때문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미안하게 생각하는데. 츠루야는 예전 주인 때문에 식구를 잃었다. 귀신한테 혼나봐라 하는 마음으로 츠루야를 샀다. 남한테 옮길 수 있는 병, 가벼운 감기여도 조심해야 한다.

 

 네해 전에 오코를 좋아하는데 집안에서 혼담 이야기가 나와서 집을 떠난 사람이 돌아왔다. 오코는 그 사람이 자기 때문에 집을 나갔다고 생각하고 조금 걱정했다. 집에 돌아왔다면 바로 오코를 찾아와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그 사람은 며칠전에 집을 나가서 소식이 없었다. 세이지와 오코는 그 사람이 찾던 향로가 어디 있는지 부상신한테 이야기를 듣고 오라고 한다. 부상신은 그러겠다고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오코가 부상신을 팔아버리겠다고 하자 그 말을 듣기로 한다. 맨 앞에서 오코가 스오(향로면서 이름이기도 하다)를 찾아서 그 사람을 좋아하나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바로 아니다 하면 안 되나. 오코는 세이지가 자신한테 누나라고 하는 것에 화냈다. 오코 마음은 세이지한테 있었나 보다. 세이지도. 어쩐지 부상신은 다 알고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부상신과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듣기만 해도 알 수 있겠지. 둘은 사촌이지만 남이다. 한국 사람은 그런 거 이상하게 여기겠다. 나도 예전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그런가 보다 한다. 지금도 일본 사람은 사촌끼리 결혼할 수 있다 해도 그런 사람 많지 않을 거다.

 

 부상신은 사람이 말하는 걸 듣고 사람 속마음을 아는 것도 같다. 나한테는 백년 넘은 물건은 하나도 없다. 그런 물건이 있다면 말하는 거 조심해야 할지도. 오코랑 세이지만 부상신이 말하는 걸 들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즈모야에서 부상신이 편하게 말하는 건 세이지와 오코가 가만히 있어서다. 부상신이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도 있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말하지 않는다. 그런 말해도 진지하게 들을 사람 없을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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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나그네는 우물가를 지나면서

물 한바가지 얻어먹기도 했지

 

여인네는 나그네가 빨리 물을 마시다

체하지 않게 하려고

물이 든 바가지에 버들잎을 띄워주었네

 

지금도 물 인심은 좋다네

우물가는 아니지만

도서관 우체국 은행 병원 주민센터……

누구나 편하게 물을 마실 수 있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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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날을 함께 살고 일생이 갔다 문학동네 시인선 122
배영옥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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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에서 나오는 시집은 색깔이 예쁘기도 한데 검정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장례식을 떠오르게 하는 검은 바탕에 흰 글씨다. 난 배영옥 시인을 몇달 전에 알았다. 우연히. 이 시집이 나왔을 때쯤이 아니었을지. 그때는 배영옥이 세상을 떠나고 한해가 지난 뒤였다. 배영옥 두번째 시집은 배영옥이 세상을 떠나고 1주기를 맞았을 때 나왔다. 그런 걸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무겁다. 이름이 잘 알려진 작가의 죽음은 더 많은 사람이 아는데. 2018년에 내가 몰랐던 거고 아는 사람은 알았겠구나. 지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 죽을 텐데. 모든 사람 죽음을 알 수는 없겠다. 난 내가 죽은 걸 다른 사람이 몰랐으면 한다. 아마 알기 어려울 거다. 오랫동안 연락이 없다면 ‘어쩌면…….’ 하고 생각하기를 바란다. 나중에 그렇게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사람 인연은 시간과 함께 흘러간다. 남는 사람 얼마 없겠다.

 

 어두운 말로 시작했지만 어쩔 수 없다. 이제 시인은 세상에 없으니. 시인은 시를 남겨둬서 괜찮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누군가는 여기 담긴 시를 보고 배영옥을 그리워하겠다. 배영옥와 가깝게 지낸 사람. 발문을 쓴 이영광도 배영옥과 오래 알고 지낸 사이로 배영옥이 세상을 떠나기 며칠전에 얼굴을 보러 갔다. 그런 시간을 가져서 좀 낫지 않았을까 싶다. 며칠 뒤 배영옥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슬펐겠지만.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사람도 있고 괜찮겠지 여긴 사람도 떠날 수 있다. 다 슬프겠지만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게 좀 나을 것 같다. 그것도 아니다. 배영옥 어머니는 배영옥이 스무살에 죽었는데 여전히 슬퍼했다. 그런 슬픔은 평생 가겠지. 지금 배영옥은 저세상에서 어머니를 만났을지도.

 

 

 

주인공인

나만 없을 것이다

벅찬 고통을 감당하기 어려워

일찍 떠났으므로

엉킨 실타래 같은

검은 부재의 바람이 불고

태극기 휘날리고

잿빛 비둘기만 구구거리며 하늘로 날아오를 것이다

무거운 공기가

이제 진짜 안녕이라며

작별을 고할 것이다

새 없는 공중으로 검은 비가 내릴 것이다

한가한 사람들도 오지 않을 것이다

주인공인 나만 홀로

슬플 것이다

 

-<훗날 장례식>, 50쪽

 

 

 

 자신이 곧 죽으리라는 느낌은 어떨까. 예전에도 같은 말을 했는데 그럴 때 난 아무것도 안 할 것 같다. 그저 이런저런 생각에 빠질 듯. 지금도 난 못해서 아쉬운 건 없다. 아직 만나지 못한 책이 많구나. 살아 있는 동안 책 많이 보고 글도 쓰고 싶다. 이것도 욕심이구나. 다른 건 없으니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자신의 장례식에는 자신이 없다. 세상을 떠났으니 없겠지. 장례식은 죽은 사람보다 남은 사람을 위한 거다. 요즘은 죽기 전에 자기 장례식을 치르기도 한다던데. 이건 일본에서만 하는 건가. 죽기 전에 먼저 장례식을 치르면 언제 죽어도 괜찮다 생각할까, 남은 사람을 더 소중하게 여길까.

 

 

 

 어느 날 나는 신원 불명 변사체로 발견될 것이다 뼈만 남은 주검과 대조로 함께 발견된 벌레들은 희고 통통할 것이다 쇠파리떼가 환영한다는 듯 윙윙대며 머리통 주위를 이리저리 날아다닐 것이다 검시실로 옮겨지고 행방불명 이름들이 차례로 호명되어도 누구 하나 명확한 사인을 내리지 못할 것이다 함몰된 두개골에 고여 있는 마지막 눈빛 3D 영상 속에서 안면 윤곽과 함께 되살아날 것이다 온몸의 뼈마디가 갑자기 표정을 얻더라도 내 주검은 아무런 의심도 질문도 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다 국경 밖을 떠돌던 영혼이 실수로 불려나오더라도 아무도 추궁하지 않을 것이다 내일이나 모래도 나는 여전히 신원 불명 변사체로 남을 것이다 이미 오래전에 지워진 실종된 이름의 일부이거나 전부인 나는, 아마 벌레의 족속으로 기록될 것이다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벌레의 족속>, 90쪽

 

 

 

 앞에 옮겨 쓴 시를 보니 내 죽음이 생각났다. 여름에 죽지 않아야 할 텐데 싶다. 어쩐지 이 시에서 죽은 사람은 누군가한테 죽임 당한 것 같다. 두개골이 들어갔다고 하니 말이다. 배영옥은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고 썼을까. 신원 불명은 되지 않을 것 같은데. 여기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시가 여러 편 실렸다. 시를 어느 한 시기에만 쓴 것 같지는 않은데. 자신이 얼마 살지 못하리라는 걸 모를 때 쓴 시도 있을 듯하다. 배영옥은 쿠바에 갔다 오기도 했다. 그때 산문집을 내고 어머니 이야기를 했던가 보다.

 

 

 

다음에, 하고 돌아서는데

너무 많은 다음에 치인 다음이

손사래를 친다

다음이 다음을 기다리는 줄 모르고

기다리는 다음이

영영 세상을 등지는 줄도 모르고

다음에, 다음에 올게요  (<다음에>에서, 65쪽)

 

 

 

 내가 생각하는 ‘다음에’ 와 같은 뜻으로 썼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아니 맞겠지. 뒤로 미루는 말 다음에. 그러고 보니 얼마전에 본 시집에는 비슷한 말이 있었다. 거기에는 ‘나중에’가 쓰여 있었다. 시간은 자꾸 흘러간다. 다음과 나중은 영영 오지 않을지도. 늦지 않아야 할 텐데. 배영옥을 난 늦게 알았구나. 더 일찍 알았다 해도 크게 다를 건 없었겠다. 정 없는 말을 했구나. 중요한 일은 다음으로 미루지 않는 게 좋겠다. 뒤로 미뤄도 괜찮은 일과 바로 해야 하는 걸 잘 알아야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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