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사람한테 도움을 주는 책도 있지만 저주를 거는 책도 있지 저주라는 건 책 안에 사람을 가두는 거야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책속에 갇혔는지 정확한 숫자는 몰라 그건 그저 소문일 뿐이고 아주아주 오래전에 저주의 책을 만든 사람만 그 안에 갇혔을지도

 

 저주의 책은 평범하지만 사람마다 다르게 보인대 누군가한테는 화려하고 알록달록하게 누군가한테는 새빨간색 또 누군가한테는 밤보다 어두운 색으로

 

 이런 말도 있어

 

 사람과 사귀기를 아주 힘들어하던 사람이 자신만이 살 세계를 책속에 만들고 그속에 들어갔다는 가끔 그 책이 누군가한테 보이기도 한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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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요시(친한 친구, 친구)   2019년 8월호
講談社  2019년 07월03일

 

 

 

 만화 잡지 산 건 이번이 두번째군요. 지난번에는 <나츠메 우인장>이 실린 거로 CD가 부록이었는데, 여기에는 <카드캡터 사쿠라 클리어카드>가 실렸어요. 그것도 가장 앞에. 저도 잘 모르지만 만화 잡지에 만화 실리는 차례는 바뀌겠지요. 예전에 본 만화에 인기 많으면 앞에 실리고 인기 떨어지면 뒤에 실린다던데, 그거 정말일까요. 이 책 살펴보니 엽서는 없네요. 자기 마음에 드는 만화가 뭔지 쓰는 거. 선물에 응모하라는 말은 있는데. 그것도 엽서는 자기가 준비해야 하는가 봅니다. 다른 것도 있을 텐데 다 안 봐서 모르겠습니다. 만화 잡지에는 이걸 보는 사람이 그린 그림이 실리기도 하는군요. 여기에도 있습니다. 그림 보내는 사람도 있고, 이런 거 보고 만화가가 되고 싶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여기에 만화 많이 실렸는데 두편 봤습니다. <카드캡터 사쿠라 클리어카드> 35화하고 <이 사랑, 이뤄질까요?>. 다른 건 그림만 넘겨 봤습니다.

 

 두번째로 본 건 시리즈에서 두번째인 듯합니다. 서로 좋아하는 사람이 나오는 이야기. 이 잡지에는 순정만화가 실리는 걸까요. 그런 것 같군요. 이 말은 예전에도 했지만 전 순정만화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데 골라 본 게 서로 좋아하는 사람이 나오는 이야기라니. 그런 건 괜찮은데 삼각관계 사각관계 이런 건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가 이상한 걸까요. 순정만화 하면 그런 게 먼저 떠오르다니. 삼각관계 많겠군요. 한국에서는 순정만화라 하는데 일본에서는 소녀만화라 해요. 소년 소녀 이렇게 나누는 것도 별론데. 그러면서 저는 ‘난 소년만화를 좋아하는가 봐’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런 건 잘 바뀌지 않는 것 같아요. 제가 만화를 많이 본 것은 아니군요. 아는 것도 별로 없고.

 

 

          

 

  

 

 

 

 제가 본 만화 제목은 ‘이 사랑 이뤄질까요?’로 고등학생이 나와요. 남자아이가 전철에서 날마다 잠깐 보는 여자아이한테 마음 쓰는. 2학년이 되고 그렇게 만나게 됐답니다. 어쩌면 여자아이는 고등학교 1학년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렇더군요. 하루는 비가 와서 남자아이는 서둘러 전철을 타야 했어요. 그때 남자아이는 전철을 타고 여자아이 발을 밟았어요. 그래도 그 일로 둘은 이야기하게 되고 이름도 알게 됐어요. 주말이 지나고 여자아이가 며칠 보이지 않았어요. 남자아이가 걱정하자 친구가 연락처 모르느냐고 해요. 다시 여자아이를 만난 날 남자아이는 여자아이가 내린 역에서 함께 내리고 여자아이한테 좋아한다고 말해요. 그렇게 바로 말하다니. 여자아이는 조금 놀랐지만 기뻐해요. 이걸로 끝나는 게 아니고 다음으로 이어지는가 봅니다.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둘은 전철이 아닌 다른 데서 만나고 싶다고 했어요.

 

 지난해 9월에 <카드캡터 사쿠라 클리어카드> 7권 나왔는데 아직도 못 봤네요. 지난달에는 8권 나왔어요. 두권이나 밀리다니. 이번 이야기는 8권에 실렸을지. 앞에 이야기도 보면 더 잘 알 텐데. 여전히 사쿠라는 갑자기 꿈을 꾸는 것 같아요. 아키호가 사쿠라를 자신의 꿈속으로 끌어들이는 걸지도. 거기에서는 사쿠라가 앨리스가 되고 깨고 나면 그걸 다 기억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느낌은 남는가 봅니다. 아키호는 마법사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마력이 없어서 마법을 쓰지 못했어요. 그런 걸 아쉽게 여기던 사람들이 아키호는 새하얀 책이니 거기에 쓰자고 합니다. 아키호 집안 사람은 아키호 몸에 마법을 새겨넣고 마법도구로 만들었습니다. 카이토가 영국 마법협회에서 가지고 나왔다는 마법도구는 아키호가 맞는 것 같군요. 카이토가 그걸 쓰는 데 사쿠라가 만든 카드가 있어야 하는 건지도. 사쿠라는 정신을 차리고 아키호를 보고 조금 쓸쓸하게 여겨요.

 

 카드캡터 사쿠라 클리어카드 이야기 많이 나아갔을 것 같군요. 이건 지난해에 나온 거니. 이제는 책을 만나야겠습니다.

 

 

 

*더하는 말

 

 이걸 보고 며칠 지나고 7권 봤습니다. 저는 여기 실린 35화 보고 사쿠라가 아키호 때문에 꿈을 꿨다 생각했는데, 7권을 보니 아키호가 아니고 카이토가 그렇게 만든 거였더군요. 그건 다음에.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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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바타 야스나리 - 설국에서 만난 극한의 허무 클래식 클라우드 10
허연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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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와바타 야스나리라는 이름은 알지만 다른 건 잘 모르는 작가예요. 소설 제목은 아는군요. 《설국》. 이 소설로 노벨문학상을 받았지요. 본래 《설국》은 장편이 아니고 1935년부터 1947년까지 여러 단편으로 썼어요. 이 말 어디선가 들은 적 있군요. 연작이기에 모아서 장편이라 해도 괜찮겠습니다. 가장 좋게 만들려고 여러 번이나 고쳐썼다고 합니다. 그렇게 했기에 노벨문학상도 받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소설을 영어로 옮긴 것도.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는 군대에서 일본말을 배웠어요. 일본말 배운 게 아까워서 외교관이 되지만 외교관이 적성에 맞지 않아 프리랜서 번역가가 됩니다. 그렇게 해서 가와바타 야스나리 소설 《설국》을 영어로 옮겼어요. 의역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그 소설 분위기가 잘 전해졌나 봐요.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는 한국에도 관심이 있었다는데, 한국말은 배우지 않았군요.

 

 어릴 때부터 죽음이 가까이 있으면 어떨지.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일찍부터 죽음을 알았습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두살일 때 아버지가 세살일 때 어머니가 일곱살에는 할머니가 죽고 누나도 죽어요. 부모가 죽었을 때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았는데 할머니가 죽고는 눈이 잘 보이지 않는 할아버지와 둘이 살았어요. 그 할아버지도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열다섯살일 때 죽어요. 어렸을 때는 무척 쓸쓸했겠습니다. 아니 그건 늘 그랬겠네요. 부모도 친척도 없는 사람도 있지만, 함께 살던 사람이 죽는 걸 겪는 게 더 힘들 것도 같아요. 많은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서 죽음을 받아들이기도 하잖아요.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어릴 때 죽음을 알아서 지금 삶이 덧없어진 걸지도. 아름다움은 잠시일 뿐이지만, 그걸 생각하는 마음은 영원할지도 모르겠어요.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아름다움을 나타내려 했어요. 시대와는 상관없이.

 

 소설 ‘설국’에는 그곳이 어디인지 나오지 않지만, 그곳은 에치고유자와라 합니다. 겨울이면 눈이 많이 온다고 해요. 지금도 많이 올까요. 소설 첫문장에 나오는 터널은 현실 세계와 환상 세계를 가르는 장치예요. 실제 기차가 터널을 지나 에치고유자와 역에 도착하면 아주 다른 분위기라 합니다. 그건 눈이 왔을 때 가야 느낄 수 있겠네요. 이 책을 쓴 허연은 일본으로 연구원 자격으로 가고 겨울이 오기를 기다렸답니다. 겨울에 그것도 눈이 내린 에치고유자와에 가려고. 전 이 소설(《설국》)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읽어도 잘 모를 것 같은 느낌입니다. ‘설국’에 나오는 시마무라는 서양 무용 평론을 쓴다는데 실제 무용을 보지는 않는답니다. 그걸 안 보고도 평론을 쓰다니.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쓴 소설에 나온 사람은 가와바타 야스나리 자신일 때가 많답니다. 이 책을 보니 정말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허연은 에치고유자와뿐 아니라 다른 곳에도 가요.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살았던 곳, 소설에 나오는 곳에. 《이즈의 무희》는 인상에 남았습니다. 본래 제목은 ‘이즈의 춤추는 아이’더군요.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대학에 들어가고 이즈에 가 봤답니다. 어딘가에 가고 소설을 쓰기도 하다니.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교토를 좋아했어요. 교토를 잘 알리는 소설은 《고도》라 합니다. 죽기 전까지 살았던 곳은 가마쿠라예요. 허연이 말한 여러 가지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소설 《츠바키 문구점》 만화 <슬램덩크> 말고도 가마쿠라가 나오는 이야기 많을 거예요. 거의 책 이야기를 해서 그곳이 잘 드러나지 않는데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도 가마쿠라가 배경이에요. 실제 이런 책방은 없지만. 이 소설에는 지역 이름도 나오더군요. 예전에는 몰랐는데, 하세나 즈시. 성이 가와바타(川端)인 사람도 나와요. 그건 가와바타 야스나리 때문에 썼을지도. 거기에 가와바타 야스나리 책은 안 나왔군요. 아주 오래된 책이 아니어설지도, 언젠가 나올지.

 

 노벨문학상을 받고 네해 뒤 1972년에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걸로 보이는데 정확하지 않은가 봅니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으니.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기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걸로 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을 남기다 마음이 바뀔 수도 있잖아요. 1970년에 죽은 미시마 유키오 영향도 조금 있었을지도. 그때 둘레 사람이 하나 둘 죽었나 봐요. 그래도 사는 사람이 있겠지만,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더 살기 힘들었을지도. 몸이 안 좋아서 마음도 약해졌을 것 같아요. 이건 그저 짐작이군요. 가와바타 야스나리 마음은 알 수 없겠습니다. 소설을 봐도 다 알기 어려울 듯해요.

 

 언젠가 소설 볼 수 있을지. 가와바타 야스나리 소설은 딱 한권 봤어요. 《명인名人》. 다른 소설과 달라 보이는 듯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아요. 여기서도 아름다움 같은 걸 쓰려 했어요. 바둑과 삶인가. 나중에 명인은 죽고. 명인은 바둑을 예술처럼 두려 했군요. 앞으로는 그런 사람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한 듯도 합니다. 이 책 보다보니 가와바타 야스나리 소설 조금 보고 싶기도 했어요, 언젠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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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흘러가는 시간을

바라보기만 하니

평화롭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하루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조금 쓸쓸해도

그럭저럭 괜찮다

 

마음속은 조용히 가라앉는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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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5 1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25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 문학과지성 시인선 520
이제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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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집이 나온 날을 보니 2019년 1월 1일이었다. 2019년 첫날 나오다니. 1월 1일은 쉬는 날인데. 쉬는 날이라고 책이 나오지 못할 건 없을까. 출판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지만, 출판사도 1월 1일에는 쉴 것 같은데. 택배도 1월 2일부터 배달하지 않던가. 책이 나오는 날이 1월 1일이라 해도 그전에 다 만들어두기는 했을 거다. 책방에 놓는 게 1월 1일부터가 아닐까 싶다. 이제 책방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책방도 1월 1일에는 쉬고 1월 2일부터 문 열었겠지. 책 나오는 날이 1월 1일이라 찍혀서 여기 담긴 시를 쓴 이제니는 기분 좋았을 것 같다. 그걸 보고 2019년은 좀 괜찮은 해가 될지도 몰라 생각했을지도. 이런 생각 좀 단순한가. 이제니한테 2019년은 어떤 해였을지. 나한테 2019년은 별로였다.

 

 이제니 시는 처음 만났다. 이번이 세번째 시집이다. 시집은 거의 두번 보는데 이번에는 한번밖에 못 봤다. 한번 더 봐야 조금이라도 나을 텐데. 시가 몇편 빼고 길다. 행갈이 하는 시가 별로 없다. 행갈이 없는 시만 보다가 행갈이 하는 시를 보니 마음이 조금 편했다. 행갈이가 없다 해도 마침표가 있으니 천천히 봤다면 좋았을걸. 한번 더 보면 되잖아 하는 생각을 하고 보다가 무척 숨이 찼다. 한번 보고 힘들어서 다시 못 봤다. 아쉽다. 언제가 다시 만날 날이 있기를 바란다. 그때는 조금 천천히 쉬엄쉬엄 봐야겠다. 이런 생각하고 내가 지킨 적이 있던가. 바로는 아닐지라도 다시 한번 보고 싶기도 하다. 정말 그러기를.

 

 

 

 고양이는 구름을 훔쳤다. 슬픔이 그들을 가깝게 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너의 이름뿐이다. 한때의 기억이 구름으로 흘러갔다. 흔들리는 노래 속에서 말없이 걸었다. 침묵은 발소리로 다가왔다. 돌의 심장에 귀를 기울였다. 말은 들려오지 않았다. 말은 돌아오지 않았다. 시간의 저편에서 날아오는 것, 시간의 저편으로 달아나는 것. 멀리서 오는 것은 슬픔이다. 어둠은 빛을 내고 어제의 귓속말을 데려왔다. 죄를 짓지 않으려고 입을 다물었다. 바람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영원에 가까워진다고 믿었다. 한때의 구름이 기억으로 흩어졌다.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것은 언젠가 네가 주었던 검은 조약돌. 바다는 오늘도 자리에 없었다. 물결이 너를 데려갔다. 어둠이 너를 몰고 갔다. 휘파람을 불면 바람을 붙잡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너의 이름은 나와 돌 사이에 있었다. 나의 이름은 너와 물 사이에 있었다. 구름은 돌과 물 사이에 있었다. 돌의 마음은 주머니 속에 들어 있었다. 주머니 속에서 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물결은 왔다가 갔다. 울음은 갔다가 왔다. 고양이는 노래를 훔쳤다. 바람은 붙잡히지 않았다. 멀리서 오는 것은 슬픔이다. 희망이 그들을 멀어지게 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나의 이름뿐이다. 나의 이름 위에 너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너의 이름 위에 돌의 마음을 올려두었다. 발소리는 침묵 뒤에 다가왔다. 빛은 어둠을 물들이며 언덕으로 달려갔다.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것은 언젠가 내게 주었던 검은 조약돌. 나는 나의 이름을 문질러 지웠다. 너는 너의 이름을 감추어 묻었다. 우리의 이름 위로 우리의 그림자가 흘러갔다. 구름이 나를 나무랐다. 나무가 바람을 두드렸다. 물결이 너를 데려갔다. 물결 뒤에는 조약돌만 남았다. 멀리서 오는 것은 슬픔이다. 영원을 보았다고 믿었다.

 

-<구름에서 영원까지>, 14쪽~15쪽

 

 

 

 처음 봤을 때 이 시가 좋았다기보다 시집을 한번 보고 다시 넘겨보다가 이걸 옮겨 써야겠다 했다. 왜 그랬을까. “멀리서 오는 것은 슬픔이다.” 때문일지도. 이 시를 한마디로 말하기 어렵다. 이 시에 나오는 여러 가지를 말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것은 조용히 나아가는 구름이었다. 찬바람 불어오는 골목골목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라지는 그림자였다. 구름에도 바닥이 있다는 듯이. 골목에도 숨결이 있다는 듯이. 흔적이 도드라지는 길 위에서. 눈물이 두드러지는 마음으로.

 

 흰 꽃을 접어 들고 걸어가는 길이었다. 돌이킬 수 없는 길이었다. 돌아갈 수 없는 길이었다. 봄밤은 저물어가고. 숲과 숲 사이에는 오솔길이 있고. 오솔길과 오솔길 사이에는 소릿길이 있고. 소릿길과 소릿길 사이에는 사이시옷이 있었다. 어머니 흰 꽃처럼 나와 함께 갈 수 없었다.

 

 그러니까 결국 고양이의 길. 누구도 다른 길을 갈 수 없다는 듯이. 잡을 수 없는 것을 손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다가갈 수 없는 것을 혼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그리고 향

 그리고 날아가는

 

 어제처럼 오늘도 고양이가 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결국 고양이의 길. 얼룩무늬 검은 흰. 얼룩무늬 검고 흰. 누군가의 글씨 위에 겹쳐 쓰는 나의 글씨가 있었다. 늙은 눈길을 따라 흘러내리는 눈길이 있었다. 그것은 늙은 등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늙은 등은 느리고 흐릿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한 발 내딛고 다시 돌아보는 길이었다.

 

-<고양이의 길>, 76쪽~77쪽

 

 

 

 앞에 옮긴 시는 제목이 ‘고양이의 길’이어서다. 이 시가 나오기 전까지 숨차게 읽고, 여기에서 잠시 숨을 골랐다. 바쁜 일도 없는데 왜 그렇게 빨리 보려 했을까. 이 시 다음에 행갈이 없는 시가 몇편 나오고 행갈이 하는 시가 나온다(행갈이보다 연을 나누었다고 해야 할까). 진짜 고양이가 다니는 길을 생각한 건지. 고양이가 구름처럼 보였을까. 고양이는 몸놀림이 가볍다. 그건 새끼 고양이던가. 새끼 고양이는 바람이 불면 멀리 날아갈지도.

 

 여러 시가 담긴 시집을 보고 쓰기는 하는데 여전히 내 마음대로구나. 이 시집 보기 전에 책 읽기 싫었다. 어떤 때는 이것저것 다 보고 싶기도 하고 어떤 때는 하기 싫기도 하다. 책 읽기 싫어도 읽는다. 책을 보면 그걸 하기 싫었던 마음이 사라진다. 신기한 일이다. 제대로 못 써도 앞으로도 시 만나고 싶다. 잘 모르면 어떤까. 이 말 언제쯤 안 할지. 어떤 말로 시작하고 이런저런 말로 이어지는 시 재미있기도 하다. 이제니 시에도 그런 게 있다. 행갈이를 하지 않아서 그게 두드러진다. 이런 시는 어떻게 쓸까. 한번에 쓸지, 몇번 나누어서 쓸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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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5-22 15: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은 시를 몇 번 옮겨 적은 적이 있어요. 알라딘에도 올렸었어요.
시집 몇 권이나 사 놓았는데 사 놓을 땐 새 각오가 있었는데 어느새 흐지부지 되고 말았어요.ㅋㅋ
그래도 책상 옆에 쌓아 놓은 책들 속에 시집 몇 권 있어서 언제든 꺼내 볼 수 있게 해 놓았어요.

잘 쓴 시를 보면, 나도 시를 쓰고 싶당, 합니다.

희선 2020-05-23 01:35   좋아요 0 | URL
예전에는 시 공책에 더 자주 옮겨 적기도 했는데 요새는 어쩌다 한번 하는군요 그것도 시집을 봐야... 따로 시만 옮겨 적으려고도 했는데 조금밖에 못했습니다 그렇게 적어둔 걸 다시 보면 다르게 보이기도 하겠지요 처음 봤을 때 마음에 들어오는 시가 있는가 하면 여러 번 봐야 괜찮게 느끼는 것도 있더군요 좀 긴 시가 그래요

저도 시집 몇 권 사두었는데 아직도 못 봤습니다 한달에 한권이라도 보려는데 그것도 잘 안 됩니다 어떤 때는 여러 권 보기도 하지만... 어떻게든 보려고 하는 것도 시를 좋아한다고 할 수 있을지, 시를 좋아하고 쓰는 사람은 많이 보겠습니다 시뿐 아니라 이 세상도 잘 보겠네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