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남겨두는 그 마음 나태주 필사시집
나태주 지음, 배정애 캘리그라피, 슬로우어스 삽화 / 북로그컴퍼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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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일어나고 밤에 자는 그런 바른 생활은 하지 않지만, 해 뜨는 아침과 해 지는 밤이 있어서 다행이야(과학은 지구가 스스로 돌아서 그렇다고 하겠지). 어제, 내일이라 하지만 우리가 만나고 사는 건 언제나 오늘이야. 지나간 날을 떠올리고 다가올 날을 기대하는 것도 괜찮겠지. 사람이 지금만 생각하지는 않잖아. 음악을 듣거나 책을 보면 지금이나 앞날보다 지난 날이 더 생각나. 그거 참 신기하지. 그런 게 아니어도 어느 날에는 자신이 잘못한 일이 생각나기도 하잖아. 그건 나만 그럴까. 난 좋은 것보다 아쉬운 게 더 많이 떠오르기도 해. 덜 아쉬워하고 살고 싶은데 잘 안 돼. 가끔 난 어떤 걸 빨리 깨닫고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데, 나태주 시인은 일찍 깨닫지 않고 모르는 게 더 많은 게 즐겁다고 하더군. 이것도 맞는 말이야.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은 크잖아.

 

 

 

그냥 줍는 것이다

 

길거리나 사람들 사이에

버려진 채 빛나는

마음의 보석들.

 

-<시2>, 128쪽

 

 

 

 다른 시도 많았는데 내가 가장 먼저 옮긴 건 ‘시2’야. 앞에는 거의 사랑을 말하는 시던데. 여기에는 그런 시가 많아. 앞에는 ‘시’라는 시도 있어. 그걸 보니 시인이 시에서 ‘너’라 하는 게 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어. 좋아하는 대상이 꼭 사람이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몇번 말했을 텐데 난 사랑하고 좀 멀어. 사랑이 한가지는 아니지만. 난 사랑이라는 말 잘 못 써. 지금 여러 번 쓰고 이런 말해서 믿기 어려울지도. 그런 건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듯해.

 

 시는 줍는 것이군. 난 잘 못 줍는 것 같아. 나도 잘 줍고 싶어. 그러려면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보다 잘 못 보는 걸 보려 해야겠어. 그러고 보니 나태주도 그런 말을 했어. 많은 사람이 새로운 길이다 하고 가면 가지 않고, 시간이 흐르고 잊혔을 때 그 길을 가 본대. 언젠가 인터넷 검색어에 ‘나태주’가 있어서 난 시인을 생각했는데, 그 나태주는 시인이 아니었어. 시인과 이름이 같은 가수가 있다니, 재미있는 일이야. 왜 이런 말을 한 건지, 그냥 생각나서. 어쩌면 가수 나태주를 찾다가 시인 나태주를 알게 되는 일이 있을지도.

 

 

 

오래

보고 싶었다

 

오래

만나지 못했다

 

잘 있노라니

그것만 고마웠다.

 

-<안부>, 104쪽

 

 

 

 오래 만나지 못하고 연락이 없으면 잘 지내느냐고 물어보기도 어렵지. 반대로 오래 연락이 없다 연락이 오면 반갑기도 해. 내 마음과 다른 사람 마음이 같다고 하기 어렵겠지만, 친구한테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어보는 거 괜찮겠어. 아니 나도 잘 모르겠어. 연락하지 않은 동안 친구한테 큰일이 있었다면 어떻게 해. 그냥 건강하게 지냈으면 한다는 말만 하는 게 나을 듯해. 이런 생각하니 이 시에서 잘 있다는 말이 고맙다는 말 잘 알겠어.

 

 

 

외롭다고 생각할 때일수록

혼자이기를,

 

말하고 싶은 말이 많은 때일수록

말을 삼가기를,

 

울고 싶은 생각이 깊을수록

울음을 안으로 곱게 삭이기를,

 

꿈꾸고 꿈꾸노니-

 

많은 사람들에서 빠져나와

키 큰 미루나무 옆에 서 보고

혼자 고개 숙여 산길을 걷게 하소서.

 

-<외롭다고 생각할 때일수록>, 224쪽

 

 

 

 이 시를 옮겨 써 보니 시인은 마음이 단단하다는 느낌이 들었어. 나보다 오랜 시간을 살고 이런저런 걸 겪고 그렇게 됐겠지. 난 언제쯤 괜찮아질지 모르겠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내 마음은 단다해지지 않을 것 같아. 그러고는 단단하지 않으면 어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해. 뭐든 하고 싶을 때 해야 아쉽지 않을 텐데. 그건 좋은 것일 때일 것 같아. 이 시에서 말하는 건 안 좋을 때가 아닐까. 그런 때는 참고 넘겨야 하지. 그러지 않으면 잘못하거나 다른 사람 마음을 다치게 할지도 모르잖아.

 

 난 이번에 《끝까지 남겨두는 그 마음》으로 처음 봤는데, 요새는 책에 시나 좋은 글을 바로 옮겨쓰게 하는 책이 많이 나오더군. 난 책에 뭐 쓰는 거 안 좋아하는데. 공책에 조금 옮겨 썼어. 여기에 옮긴 시. 다른 사람이 쓴 시나 글을 옮겨 쓰면 그걸 쓴 사람 마음을 조금은 알까. 내가 그런 거 생각하면서 했는지 그냥 했는지. 그냥 한 것 같아. 앞으로는 좀 생각해 봐야겠어. 시든 소설이든 내 마음에 드는 부분을 보면 공책에 적어둬야겠어. 그렇게 적어둔 걸 가끔 보면 더 좋을 텐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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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흘러넘친 눈물은

멈추지 않을 것 같았어

 

무엇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것처럼

언제부턴가

눈물이 더는 나오지 않았어

 

평생 흘릴 눈물은 정해졌을까

그건 아닐 거야

지금은 말랐다 해도

언젠가 다시

눈물이 흐를 거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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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윤성희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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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작가 작품이 담긴 것도 다르지 않지만 책 한권에 여러 사람 소설이 담겼을 때는 더 제목 짓기 어렵다. 김승옥문학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금까지 어땠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잘 알려지지는 않은 듯했다(나만 잘 몰랐나). 문학동네로 온 게 잘된 건지 그건 잘 모르겠다. 김승옥문학상은 김승옥이 작가가 되고 쉰해가 된 걸 기념해서 2013년에 KBS순천방송국에서 만든 상이다. 그때는 신인이나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응모했던 듯하다. 문학동네로 오고는 작가가 되고 열해이상 된 사람 작품을 심사대상으로 삼았단다. 이름을 가리고 소설을 읽게 했다는데, 한번 어딘가에 발표한 거니 읽어본 적 있는 것도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소설가나 평론가가 문학잡지를 다 읽는 건 아니겠지만. 이름 모르게 하는 데 뜻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이름을 알고 소설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건 조금 다를 것 같기는 하다. 이번에 대상은 윤성희 소설 <어느 밤>이고 다른 소설가도 다 여성이다. 이름 보고 다 아는 작가다 했다. 예전에 조금 짧게 쓴 글에도 이번에 쓴 말과 비슷한 말을 썼구나.

 

 한국 단편소설은 여전히 어렵다. 이 말부터 하다니. 여기 담긴 소설에서 알듯 말듯한 소설은 <운내>(최은미)다. 잘 모르는 걸 가장 먼저 말했다. 먼 친척인 두 여자아이가 열세살쯤에 마음연마원 같은 데서 잠시 같이 지낸다. 산주님이나 어른 얘기를 하기도 한다. 부모가 아이를 감당하지 못해서 거기에 보냈던 걸까. 승미는 자신은 나쁜 피를 가졌다고 하고 ‘나’한테는 가끔 ㅌ읏이 찾아왔다. 초성만 쓰여 알기 어려운 말도 있다. 산주님은 산주인 이라는 말인 듯하다. 한국에도 실제 이런 수상한 수련원이 있겠지. 난 수상해 보였는데. 동생을 생각하던 어른이 한 말에도 그런 말이 있었다. ‘나’와 승미는 무슨 일을 저지른다. 승미는 어떻게 된 건지, 죽은 건지. 엄마와 승미 엄마가 연락을 끊었다는 걸 보면. 두 아이 이야기뿐 아니라 산주님 이야기도 생각해 볼만하다.

 

 대상을 받은 <어느 밤>(윤성희)은 나이 든 여자가 놀이터에 있던 킥보드를 훔치고 밤마다 킥보드를 타다가 넘어지고 자신을 돌아보는 이야기다. 자신을 돌아본 게 그때만은 아니었겠지만, 넘어지고 움직이지 못하게 되니 더 생각난 건지도. 자기 이름, 공사장에서 다치고는 술 마시고 엄마를 때린 아버지,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엄마와 동생이 자신만 두고 떠나버린 일. 엄마는 이상한 종교에 빠졌다. 여자 남편은 예전에는 다정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텔레비전 뉴스를 보면서 욕을 한다. 사람은 왜 나이를 먹으면 그렇게 될까. 세상이 자신한테 잘못했다 여겨설까. 자신이 잘못한 건 생각하지 않다니. 킥보드 타다가 넘어진 여자를 발견하는 청년도 참 안됐다. 고등학교 3학년 동생과 같은 방을 써서 밤에는 독서실에 있었다. 어릴 때 여동생이 차 사고로 죽고는 사는 게 덧없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게 지금도 그런 거겠지. 그래도 이야기 조금 따스하기도 하다. 얼음 땡 놀이를 말하는 것은. 움직이지 못할 때를 얼음이라 하고 땡을 해줄 사람이 나타난다고. 청년은 넘어진 여자한테 119 차가 오면 땡을 해주겠다고 하고, 여자는 청년한테 이제 땡이니 집으로 들어가라 한다.

 

 일흔두살은 뭔가 있을까. 권여선 소설 <하늘 높이 아름답게>에서는 마리아가 일흔두살에 죽고, 황정은 소설 <파묘>에서는 이순일이 일흔두살이다. 마리아는 좀 잘사는 집 막내로 태어났지만, 딸이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몰래 공부하고 독일로 가는 간호사가 되었다가 한국으로 돌아오고 암이라는 것도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 죽었다. 성당 사람은 마리아 이야기를 하고 베르타는 그런 걸 들으면서 자신도 그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여긴다. 마리아가 살았다면 모를까 죽고 없는데 마리아 아들이나 손녀한테 마음 쓸까. 친아들도 친손녀도 아니면 더하겠지. 잠시 안됐다 말해도 그때가 지나면 잊을 거다. <파묘>는 어쩐지 슬프다. 왜 슬플까. 이순일이 그동안 친정이라 여긴 할아버지 무덤을 없애설지. 그것도 있지만 할아버지가 부모가 일찍 죽은 이순일을 여섯살 때부터 기르고 열여섯에 떠나 보낸 일이 슬펐다. 이순일이 결혼할 때는 할아버지가 먼 길을 찾아왔다. 사람이 죽으면 끝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순일이 할아버지를 잊지 않았으니 괜찮다.

 

 남은 소설은 세 편이구나. <어쩌면 스무 번>(편혜영)은 좀 무섭다. 괜찮으리라고 여긴 보안업체 사람이 거의 협박을 하다니. 부부는 그런 벌을 받아도 된다고 말하는 걸까. 아내 아버지가 치매여서 시골로 이사왔다. 아내는 처음에는 아버지를 잘 모셨지만 지금은 약을 먹이고 자게 한다. 그게 언제까지 이어질지. 남편은 옥수수밭에서 달을 보고 앞으로 저 달을 스무 번 볼 수 있을까 생각한다. <환한 나무 꼭대기>(조해진)는 조용하고 쓸쓸하다. 강희를 다 알기 어렵지만, 앞으로는 강희가 마음 편안하게 살았으면 싶다. <마지막 이기성>(김금희)을 보면서는 또 <너무 한낮의 연애>를 생각했다. 다르지만 조금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고 다른 이야기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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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이이잉 쓸쓸하게 바람이 불자

땅을 뒹굴던 가랑잎은 멀리멀리 날아가고

공기는 무척 차가워졌다

 

한송이 두송이 천천히 내리던 눈은

이내 셀 수 없이 날렸다

 

세상은 조용하고

소복소복 눈 쌓이는 소리만 울렸다

 

너도 듣고 있을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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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는 이번 성탄절에는 눈이 오기를 바랐다. 아직 아이는 눈을 본 적 없다. 옛날에는 겨울이면 눈이 오고 세상을 하얗게 덮기도 했다는데. 겨울이 오고 추운 날은 있어도 눈은 오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눈이 올까 하다가, 아이는 착한 일을 하기로 했다. 산타한테 다른 것보다 눈 선물이 받고 싶었다.

 

 한해 동안 아이는 엄마 일을 돕고 숙제도 빼놓지 않고 스스로 했다. 자기보다 어린아이한테 잘해주고 무거운 짐을 든 어른이 보이면 잽싸게 달려가 자신이 짐을 들었다.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겨울인 십이월이 왔다. 아이는 들뜬 마음으로 십이월 하루하루를 보냈다. 자기 전에 아이는 “산타님 이번 성탄절에는 눈이 오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했다.

 

 성탄절 전날 하늘은 잔뜩 흐렸다. 아이는 자기 바람이 이뤄질지도 모른다 여기고 그날은 일찍 잠들었다. 성탄절 아침에 아이는 가장 먼저 창을 열어 보았다. 아이 눈에 들어온 건 눈에 덮인 하얀 세상이 아닌 비에 젖은 잿빛 세상이었다.

 

 실망한 아이는 하루 내내 집에만 있었다. 엄마 아빠가 맛있는 거라도 먹으러 갈까 해도 싫다고 했다. 아이는 울다 지쳐 잠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아이는 추위를 느끼고 눈을 번쩍 떴다. 둘레를 둘러보니 거기는 자기 방이 아니었다. 그곳은 눈에 덮인 세상이었다. 아이가 입김으로 두 손을 녹이자 아이 앞에 순록이 끄는 썰매가 나타났다. 썰매에 탄 산타가 말했다.

 

 “좀 늦었지. 여기는 추우니 이 옷 입어.”

 

 아이는 산타가 건네준 두꺼운 옷을 입고 장갑도 끼었다.

 

 “자, 이제 여기 타.”

 

 “네?”

 

 “한바퀴 돌아볼까 해서. 왜 싫어?”

 

 “아니요.”

 

 순록이 끄는 썰매는 눈 위를 달리다 조금씩 떠오르더니 하늘을 달렸다. 하늘에서는 하얀 눈이 펑펑 쏟아졌다. 그림책에서 보던 하얀 세상이었다.

 

 아이가 잠든 방에 엄마가 들어와서 아이를 보니 아이는 웃고 있었다. 엄마는 조금 마음을 놓고 아이 방 불을 끄고 조용히 문을 닫았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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