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에는 그냥 잘 지낸다고 쓴다 문학동네 시인선 127
윤제림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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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에 난 그럭저럭 지낸다고 써. 잘 지낸다고 쓰면 훨씬 괜찮을 것 같군. 실제 그렇지 않다 해도 말하고 쓰면 그렇게 될지도 모르잖아. 이 시집 보기 전에 편지 써야겠다 생각하고는 편지 안 쓰고 시집 먼저 봤어. 편지는 하루 지나고 써야겠어. 며칠 전부터 쓰려고 했는데. 편지는 생각했을 때 바로 쓰는 게 좋아. 그러지 않으면 이것만 하고 이것만 하고 하다가 아주 늦게 쓰고 말지. 편지 꼭 써야 하는 건 아니지만. 가끔은 써야 할 편지도 있어. 그건 그저 내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정한 거군. 사람은 자신이 정해놓고 사는 것도 있지. 그게 좋은 거였으면 해.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

 

 이 시집 책방에서 샀어. 인터넷 책방에서 제목 본 적 있어서 그때는 안 보려고 했는데 오랜만에 간 책방에 이 시집이 있어서 샀어. 바로 볼까 하다 다음에 봐야지 하고 미뤘어. 앞에선 이걸 보기 전에 편지 쓰려다 그만뒀다 했는데. 시집도 미루다 겨우 봐. 시집을 사서 집에 오면서 조금 보니 내가 바라는 것과는 다른 것 같았어. 내가 바라는 시가 어떤 건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시집 보고 할 말이 없을 것 같아서 보기를 미뤘어. 이것보다 먼저 산 시집도 아직 못 봤군. 시 보고 내 생각 써도 시는 여전히 어려워. 그렇다 해도 안 보는 것보다 보는 게 낫겠지 싶어. 이건 어떤 책이든 그렇겠지.

 

 

 

누가 와 있으랴 싶었는데, 모두 다 있다.

 

-<새벽 산>, 16쪽

 

 

 

 한줄짜리 시야. 나도 가끔 한줄짜리 시 쓰고 싶기도 해. 한줄이어도 마음을 울리는 거 있잖아. 이 시는……, 괜찮았어. ‘새벽 산’에 아무도 없을 것 같았는데 모두 와 있었다니. 어쩐지 그 사람은 다 죽은 사람일 것 같아. 그냥 있는 그대로 봐도 괜찮겠지만. 산에 오르는 사람은 부지런할지도 모르잖아.

 

 

 

지구를 지났다, 신발을 벗었다

 

여기서부터는

 

나도 별이다

 

-<행성입문(行星入門), 20쪽

 

 

 

 또 짧은 시야. 어쩐지 이것도 죽음을 나타내는 것 같아. 사람은 죽으면 자유로워지고 지구를 지날지도 모르잖아.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는 말도 있지. 별에서 온 사람은 별로 돌아가는 거지. 언젠가 모두 별이 되어 다시 만날까. 별과 별 사이는 아주 멀어서 서로를 알아보기 어렵겠군. 그래도 별이 되는 거 괜찮겠어. 이렇게 생각하면 죽음도 나쁘지 않지. 별이 되어 다시 만나.

 

 시 좀 더 소개해야 하는데 그만 할래. ‘마리아와 카타리나는 쌍둥이처럼 닮았다’는 할머니와 어머니가 똑같아서 저승사자가 어머니를 데리러 왔다가 돌아가는 시야. 어머니가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썼겠지. 시간이 흘러도 잊지 못하고 잊지 않아야 할 세월호 참사. 그걸 말하는 시는 하나가 아닌 것 같기도 해. 여기에는 누군가를 생각하고 쓴 시도 여러 편 실렸어. 거의 세상을 떠난 사람이야. 시인이 좋아하는 사람인지, 어디선가 들은 사람 이야기가 인상 깊어서 시를 쓴 건지. 시인이 아는 사람도 있고 들은 이야기도 있겠어. 시가 아주 슬픈 건 아니지만, 슬픔도 조금 있는 것 같아. 시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건 슬픔이나 아픔이지. 시인은 시로 여러 가지를 말하잖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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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잠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일어나니 세상이 아주 바뀌었다. 세상만이 아니다. 나 또한 나이를 먹었다. 이런 일이.

 

 잠들기 전에 내가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 보려 했다. 그걸 떠올리려 하니 머리가 아팠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하얀 안개였다. 내가 잠든 동안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건지.

 

 난 잠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난 내가 기억하지도 못하는 걸 했다. 그건 정말 나였을까. 마치 다른 무언가 내 몸을 빌려 쓴 것 같다. 아니 빼앗았다고 해야겠다.

 

 여기는 어디지. 조금 전과 아주 다른 곳이다. 난 깨어 있었다고 여겼는데 아주 잠깐 잠들었던가 보다. 정신차리고 있으려 했는데. 여긴 병원인가. 아무래도 이제 내 목숨이 다한 듯하다. 내 삶은 대체 뭐였나. 내가 기억하는 건 그저 잠시 잔 것뿐이다. 내가 잠 자는 동안 많은 시간이 흘러가다니.

 

 곧 난 영원히 잠들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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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 절망의 심연에서 불러낸 환희의 선율 클래식 클라우드 17
최은규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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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바바바밤, 빠바바바밤’ 으로 시작하는 <운명 교향곡>, 아시지요. 지금 머릿속에 그 음악 떠올렸지요. 앞부분은 기억하는데 다음은 어떤지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저세상에서 베토벤이 ‘앞부분밖에 기억하지 못한단 말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베토벤, 미안합니다. 또 앞부분 아는 거 있어요. <엘리제를 위하여>. 이건 피아노 배울 때 앞부분만 쳐봤네요. 이렇게 말하고 보니 베토벤 곡은 시작 부분이 인상 깊군요. 처음에 듣는 사람을 집중하게 하려는 걸까요.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엘리제를 위하여’는 본래 ‘테레제를 위하여’래요. 베토벤이 쓴 글자를 옮겨 쓴 사람이 잘못 썼답니다. 줄곧 엘리제를 위하여라 알아선지 이 제목이 더 좋네요. 베토벤이 쓴 곡을 악보로 내기까지 시간도 걸렸답니다. 그래도 베토벤이 쓴 악보를 잘 옮겨쓴 필사가가 있었습니다. 슐레머랍니다. 여기에서 이름만 봤군요. 베토벤은 필사가를 여러 번 바꿨답니다. 한동안이라도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네요.

 

 베토벤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귀가 들리지 않게 되고도 곡을 썼다는 거예요. 음악하는 사람한테 가장 중요한 게 바로 귀인데. 잘 들어야 연주하고 곡도 쓰잖아요. 귀가 잘 들리지 않게 됐을 때 베토벤 무척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모든 걸 잃은 듯한 느낌이 들지 않았을지. 베토벤이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고 연주여행을 하고 발진티푸스를 앓고 귀가 들리지 않게 됐다고 하는데, 정말 발진티푸스 후유증으로 귀가 들리지 않게 됐을지. 여기저기로 연주하러 다니지 않았다면 괜찮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벌써 일어난 일을 그러지 않았다면 했네요. 베토벤이 여기저기에서 연주해서 베토벤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음악활동을 하게 됐답니다. 오스트리아 귀족이 베토벤 음악을 듣고 베토벤을 후원하게 됐어요. 그 후원 때문에 베토벤은 자유롭게 곡을 썼어요. 귀족이 베토벤을 후원해줬다는 거 처음 안 것 같아요. 저는 그저 베토벤이 궁정음악가가 되지 못해 대중이 들을 곡을 썼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베토벤 음악은 꽤 남달랐답니다.

 

 고전파음악은 하이든에서 모차르트 그리고 베토벤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베토벤 아버지는 알코올 의존증이었더군요. 그런 것 때문에 베토벤이 더 힘들었겠습니다. 아버지는 베토벤이 모차르트처럼 되기를 바랐다고 하지요. 어머니도 아버지 때문에 힘들었나 봐요. 베토벤이 모차르트한테 음악을 배우려 했을 때 어머니가 아파서 바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래도 베토벤은 모차르트 앞에서 즉흥연주를 했어요.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다른 식으로 피아노를 연주했더군요. 잠깐만 만난 게 다행인 듯합니다. 지금 사람은 두 사람이 만난 일을 엄청나게 여기지만, 그때는 별일 아니다 생각했겠지요. 모차르트가 베토벤 피아노를 듣고 좋은 말 해줬다는데 그 말 진짜일지. 저는 조금 믿지 못하는 것 같군요. 하이든은 오랫동안 궁정악사를 하다가 영주가 바뀌고는 쉬게 됐다고 합니다. 그때 하이든은 독일 본에 가고 베토벤을 만났어요. 나중에 베토벤은 프란츠 선제후와 귀족 후원을 받고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서 하이든한테 음악을 배웁니다. 베토벤은 본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답니다.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다른 데서 세상을 떠난 사람 많군요. 카프카는 자신이 사는 곳을 떠나고 싶어했지만 쉽게 그러지 못하고 떠났다가 죽어서 다시 프라하로 돌아갔다고 하더군요. 카프카가 벗어나고 싶어한 건 아버지일지도.

 

 지금 생각하니 그림 그리는 사람도 오래전에는 왕궁이나 교회에서 그림을 그리라고 했네요. 음악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궁정음악가가 되면 생활은 안정되어도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이든은 거기에 적응하고 슬기롭게 지냈지만, 모차르트는 궁정음악가가 맞지 않아 자유음악가가 됐지만 힘들게 살았어요. 베토벤은 궁정음악가가 되려 했지만 잘 안 되고 귀족 후원을 받고 음악을 했습니다. 베토벤한테는 그게 더 맞지 않았을까 싶어요. 베토벤은 피아노 연주를 참 힘있게 했답니다. 베토벤 음악에는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아는 건 얼마 없지만. 앞에서 귀가 잘 안 들리게 됐다고 하고는 다음 말 안 했군요. 베토벤은 귀가 잘 안 들리게 되고 쉬려고 하일리겐슈타트에 가요. 거기에서 더 우울함에 빠져 동생한테 유서와 같은 편지를 써요. 그때 베토벤은 죽으려고 한 것 같은데 그걸 쓰다가 음악을 다시 생각합니다. 베토벤이 그때 죽었다면 좋은 음악 남기지 못했겠습니다.

 

 책 맨 앞 그림 보면 베토벤 음악 <합창>이 떠오르는데, 클림트가 그 음악을 생각하고 그린 거더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예전에 베토벤은 소설이나 시에 영향받고 곡을 쓰기도 했는데, 베토벤 음악을 듣고 그림이나 소설 쓴 사람도 있겠습니다. 베토벤은 귀가 들리지 않을 때 자신이 만든 곡 못 들었겠습니다. 그런 말 보니 영화에서 그 장면 본 게 생각났어요. 그 영화 제목은 뭐였는지. 베토벤이 음악은 잘했지만 조카한테는 잘 못했더군요. 조카를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모습은 베토벤 아버지 같았습니다. 아들은 아버지가 가진 안 좋은 걸 닮는 것인지. 아쉽네요. 사람이 다 잘 하기는 어렵겠습니다. 베토벤 장례식에는 아주 많은 사람이 왔답니다. 베토벤이 죽고 여러 음악가가 돈을 모아 독일 본에 베토벤 동상을 세웠대요. 베토벤은 본으로 돌아가지 못했지만 동상이 본을 지키겠습니다. 사람은 가도 예술은 영원하네요.

 

 

 

*더하는 말

 

 지난 12월 17일이 베토벤이 태어나고 250년 된 날이었더군요. 그때 이걸 올렸다면 더 좋았을 텐데. 라디오 방송에서 베토벤 이야기 듣다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베토벤 이야기를 보려고 한 건 베토벤이 태어나고 250년이 되어서는 아니고, 다른 소설 보기 전에 베토벤을 조금 알아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돌발성난청이 있는 피아니스트 미사키 요스케가 나오는 소설이에요. 그 소설에서는 미사키가 사법연수 받는 모습이 나오지만. 베토벤 음악 때문에 다시 피아니스트가 되려 해요. 그건 언젠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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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12-29 18: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사키 요스케? 들어 본 것도 같은데...
그 소설 이름이 뭔가요?
클래식 FM 최은규 저자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들으시는가 봅니다.
올해 베토벤 특집을 두번인가 세번 진행하고 이번 주
마지막 진행하고 있죠. 그거 들으시는가 봅니다.
베토벤 이야기라면 전 <장 크리스토프> 밖에 모르는데.
그건 베토벤 이야기와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절묘하게 섞었다죠.
올해 읽어보려고 했는데 1권 중간 어디쯤 읽다 접었슴다.
언제고 다시 붙들어야 할 텐데...ㅠ

희선 2020-12-30 00:34   좋아요 2 | URL
나카야마 시치리가 쓴 피아니스트 탐정 시리즈로 《안녕, 드뷔시》 《잘 자요, 라흐마니노프》 《언제까지나 쇼팽》 《어디선가 베토벤》 첫번째와 조금 다르지만 미사키 요스케도 나오는 듯한 《안녕, 드뷔시 전주곡》이 나왔어요 이건 안 봐서 이렇게 말했군요 다음 이야기를 저는 《한번 더 베토벤》이라 하고 싶은데 어떤 제목으로 나올지 모르겠네요 ‘다시 한번 베토벤’으로 나올지도... 제가 보려고 한 건 이 거예요 이거 다음 이야기는 《합창》으로 나카야마 시치리 책에 나온 사람이 여럿 나오는 듯합니다(다른 책에도 다른 데 나온 사람이 잠깐 나오기도 합니다) 그건 2021년에 문고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카야마 시치리가 쓴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문고는 단행본 나오고 한해 뒤쯤 나오더군요

라디오 방송은 EBS에서 하는 북카페 들었어요 클래식하고 상관없기는 하지만, 베토벤이 태어난 지 250년 됐으니 그날 말했겠지요 그 방송에서 가끔 클래식 나오기도 해요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베토벤 이야기 그 책 알기는 해요 그 소설 언젠가 보시기를 바랍니다 보려고 마음 먹으면 끝까지 보기도 할 거예요


희선
 

 

 

때로 마음속 시간은

멈추기도 하는데

세상은 멈추지 않는다

 

멈추지 않는 세상이

야속하기도

멈추지 않는 세상이

다행하기도

 

하루가 가면

또 다른 하루가 온다

그건,

희망이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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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서 가장 반가운 소리는,

편지 오는 소리죠

 

편지 오는 소리가 들리느냐구요

그럼요

집배원님이 타고 다니잖아요

 

집배원님이 왔다 가도

아무것도 없을 때가 더 많아요

그럼 또 기다리죠

다음날

다시 다음날

언젠가

한번은 오겠지요

 

당신은 어떤 소리가 가장 반가워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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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8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9 0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