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는 일
초록뱀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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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걸로 먹고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게 같은 사람은 정말 좋겠다. 좋아하는 게 일이 되면 하기 싫을지도 모르겠지만. 어릴 때는 좋아하면 다른 거 생각하지 않고 그것만 했겠지. 그러고 보니 난 그런 거 없었다. 지금도 다르지 않구나. 책을 읽고 쓰기는 하지만, 이건 그냥 하는 거다. 지금은 이런 것도 잘해서 책을 내는 사람도 많은 듯한데, 난 그런 생각 없다. 내가 잘하지 못한다는 걸 알기에. 인터넷 블로그에 써도 보는 사람 별로 없다. 재미없어서 그렇구나. 그림도 그렇지만 세상에 글 잘 쓰는 사람은 아주아주 많다. 잘 쓰는 사람은 전문가가 되면 되고 난 그저 읽고 쓰는 사람이어도 괜찮지 않을까. 소설가도 세상에 새로운 이야기가 없다 해도 자기만의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소설가보다 난 자유롭구나. 소설가라기보다 글을 전문으로 쓰는 사람이라 해야겠다.

 

 지금 어딘가에는 작가가 되려고 글을 쓰는 사람 있겠다. 글은 작가만 써야 할까. 그렇지 않구나. 이제는 많은 사람이 글을 자유롭게 쓴다. 거기에는 책을 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다. 책 읽기보다 글을 쓰려는 사람이 더 많던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림도 자유롭게 인터넷에 올릴 수 있다. 그림일기 같은 걸 쓰다가 그걸 책으로 낸 사람도 있겠다. 그런 사람이 아주 많은 건 아닌가. 좀 다른 이야긴데 만화가로 먹고 살려면 자만, 애쓰기 그리고 운이 따라야 한다고 한다. 이건 실제 그런지 모르겠지만, 실제 그럴 것 같다. 이건 어떤 것에든 맞는 말 같다. 무언가를 아주 잘해도 운이 따라주지 않는 사람도 있다. 운도 재능이라 하지 않나. 이런 말 좀 그렇지만, 난 운이 없는 것 같다. 운을 불러들이지 못하던가. 솔직히 말하면 운이 좋으면 마음이 안 좋아서 차라리 그런 거 없기를 바란다. 이런 마음이어서 실제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는 어릴 때 그림을 좋아하고 그걸 놓지 않고 하는 이야기가 담겼는데 앞에서 쓸데없는 말을 했다. 뭔가 잘된 이야기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일을. 자신이 좋아해서 하는 거여도 즐겁지 않은 때 찾아올 거다. 성민은 어릴 때 만화 그리기를 좋아하고 공부시간에도 집에서도 그림을 그렸는데, 학교에서는 선생님한테 혼나고 집에서는 엄마한테 혼났다. 공부시간에는 안 그리는 게 낫겠지만. 여기에서는 그걸 그림이라 하지 않고 낙서라 한다. 성민은 자라서도 그림을 좋아하고 고등학생 때는 미술학원에 다니고 싶었다. 하지만 미술학원에 들어가는 돈이 많아서 성민은 엄마한테 괜찮다고 한다. 대학은 미술과 상관없는 과에 들어갔지만 동아리는 그림 그리는 곳에 들어간다. 거기에 가고 성민은 다시 그림에 마음 썼다. 성민은 대학에서 미대로 전과하려 했다. 그림은 선배한테 배웠다. 그런 선배가 있어서 좋았겠다. 그런 걸 무모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성민은 친구와 미대로 전과했는데, 학교를 마치고 친구는 그림을 그만두고 성민은 여전히 그림을 그렸다.

 

 성민은 책을 만들려 했는데 출판사 사람과 잘 맞지 않았다. 성민이 하고 싶은대로 하게 두지 않고 다르게 하라고 한다. “우리 소통하는 거 맞지.” 하는 말 왜 그렇게 싫게 들리는지(무슨 말을 하고 알아들었느냐는 듯이). 성민은 그림으로 잘 안 돼서 사귀는 사람과도 헤어진다. 그림책인데 왜 카메라 앵글이 나올까. 각도를 말하는 건가. 그래도 성민이 그린 그림과 글은 책으로 나온다. 성민이 마음을 다해 하지 못했지만. 그리고 성민은 그림을 그만두려 했다.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다행인가. 그림뿐 아니라 글도 출판사 사람과 이야기 잘 해야겠지. 그런 거 잘 맞추지 못하는 사람은 참 힘들겠다. 자기 뜻을 밀고 나가기는 힘들고 하라는대로 하기는 싫겠지. 타협해야 하는 것도 있을까. 자신이 즐겁게 한 걸 다른 사람도 즐겁게 여기면 좋겠지만 그게 잘 안 되기도 하겠다. 그렇다 해도 자신이 먼저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즐겁게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도 즐겁지 않을 거다.

 

 난 좋아하고 어느 정도 해도 벽이 부딪칠 때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슬럼프라고 하는구나. 그런 게 없는 사람 없겠다. 나도 일이 아니어도 책 읽고 쓰는 거 무척 하기 싫을 때 있다. 못하는 게 아니고 하기 싫을 때라니. 난 그럴 때도 그냥 한다. 그때는 더 천천히 하던가. 쉬지 않는 거 별로 안 좋을까. 나한테는 그게 벽을 돌아가는 걸지도. 자기 앞을 가로막는 벽을 부수기보다 돌아가라는 말도 있다. 성민도 잠시 멀리로 돌아간 거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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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1-08 12: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대단하시당. 하기 싫을 때도 그냥 한다니. 꾸준히 한다는 거. 이거 굉장한 재주 아닌가요?^^
근데요, 운이 좋으면 왜 맘이 안 좋아질까요? 굴러들어보는 복을 싫어해요?? ^^;;

희선 2021-01-12 00:07   좋아요 0 | URL
하기 싫다고 안 하면 늘 안 해서... 어떤 건 그러기도 해요 책 읽고 쓰기는 그러지 않을 뿐입니다 다른 건 안 해서 걱정스럽습니다 가끔 좋은 일이 일어나면 좋기는 한데, 안 좋은 일이 일어나기도 하니... 좋은 일이든 안 좋은 일이든 받아들이기에 따라 다르겠지요 기쁜 일이 있으면 그때 기뻐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희선

scott 2021-01-08 14: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희선님 말씀
‘벽을 부수기보다 돌아가라는 말‘
전 부숴버리는 쪽인데 ㅋㅋ
자신이 즐겁지 않으면 타인들도 즐겁지 않다는 말에 동감 합니다. ^0^

희선 2021-01-12 00:20   좋아요 0 | URL
자신이 즐겁게 하고 다른 사람도 즐거운 것도 좋고, 자신만 즐거운 것도 괜찮지 않을지... 그러면 혼자 하라고 할까요

벽을 돌아가는 건 좀 멀어도 괜찮지만, 부수는 건 힘들잖아요 뛰어넘으라는 말도 있지만 그것도 힘들 것 같습니다


희선
 

 

 

 

 세상에 모든 걸 이해받는 사람 있을까.

 

 누군가한테 모든 걸 이해받는다면 참 좋을 것 같기는 해. 자신이 아무리 이상한 행동을 해도 그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좋을 텐데. 이상한 행동이라고 해서 누군가한테 해를 끼치는 건 아니야. 그런 것까지 이해받으려 하지는 않아.

 

 딱히 이상한 행동은 아니고 자신이 어떠하든 늘 생각하고 마음 써주는 사람. 그거 조금 귀찮으려나. 늘도 안 좋을 것 같군. 자주 생각한다 해도 적당히 나타낸다면 좋겠어. 이건 거리를 잘 잡으라는 거군. 나도 참 못하는 건데, 대체 누구한테 바라는 건지.

 

 지금까지 나를 많이 좋아한 사람이 없어서. 집에서도 마찬가지야. 거의 나보다 다른 사람을 더 좋아하더라구. 이 말 예전에도 했던 거군. 그런 사람 없으면 어떤가 하고 살려고 했는데, 가끔 참 쓸쓸해. 그 사람이 있기에 쓸쓸하지 않는 마음 느끼고 싶은데, 없어. 누군가는 바라기보다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되라 할지도 모르겠군. 그것도 되기 어려울 것 같아.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사람도 없어서.

 

 사람은 다 쓸쓸함 느낄까. 어쩐지 나만 그런 것 같기도 해. 그래도 그냥 살아야지 어떻게 하겠어. 책 보고 글 쓰면서. 그것밖에 없겠어. 이런 생각 가끔 하는군. 아니 자주 하던가. 그만해야 할 텐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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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1-08 1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마지막 문장에서 빵 터졌어요. 희선님은 나보다 훨 젊은 듯한데, 인생의 쓸쓸함을 다 알아버린 사람 같아요. ^^;;
쓸쓸하다 는 생각은요, 그만 을 할 수가 없는 감정 같아요. 잠시는 가능하나 절연은 불가능한.
글고. 희선님을 젤 좋아하는 사람은 희선님 자신^^

희선 2021-01-12 00:06   좋아요 0 | URL
그런 생각은 저만 하는 것 같기도 해요 다들 하는데 별로 나타내지 않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잠깐 했다가 바로 나아지는 건지, 저는 그런 생각 좀 오래 하는 건지...

자신을 가장 좋아해야 하는 건 자신일 텐데,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네요 좋을 때도 있지만 싫을 때가 더 많아서... 제가 늘 생각하는 게 저를 좋아하기예요 생각해서 더 안 되는 건지... 어쩌면 좋아하면서 안 좋아하는 척하는 걸지


희선

페크pek0501 2021-01-13 1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쓸쓸한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안 그런 척하고 살면 안 그래져요.(이거 말 되는지 모르겠네요.)
제 결론은, 내가 느끼는 건 남도 느낀다, 예요.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오늘도 소중한 하루랍니다. ^^

희선 2021-01-13 23:33   좋아요 1 | URL
쓸쓸해도 그렇지 않은 척하면 그렇게 된다니,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그건 뇌를 속이는 거겠습니다 뇌는 그런 것에 잘 속는다고도 하잖아요 자꾸 안 좋은 생각에 빠지면 거기에만 빠지게 되니, 반대로 생각하면 좀 나을 듯합니다 그러면 좋을 텐데...


희선

2021-01-13 2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13 2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아무도 아닌

그저 나

 

나도

없어져야

하는 걸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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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에 문득

 

 

 

 

한밤엔 더 생각나

밤을 좋아하던 너

나도 밤을 좋아하는데

넌 그걸 알았을까

 

내가 널 더 모르겠지

그때는 알 시간이 있으리라 여겼는데

난 앞으로도 나이를 먹어가겠지

어쩐지 슬픈 일이야

 

 

 

 

 새해 일월이 오고 처음으로 다른 사람이 태어난 날 축하하는 뜻으로 글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이건 몇해 전부터 한 거예요. 태어난 날을 맞이한 사람은 잘 모를 거예요. 그런 거 생각하고 글을 올린 게 몇번 안 되지만. 그날 아는 사람도 몇 사람 안 되는군요. 태어난 날 아는 사람한테는 편지로도 말하고, 책 읽고 쓴 글을 올렸습니다. 저 나름대로 축하하는 뜻으로. 그런 거 아무도 모르게 하다니. 그게 더 재미있지 않나요. 지금 말했네요. 제가 한 말 기억할 사람 얼마 없겠지요.

 

 일월에 태어난 사람 한사람 더 있다는 게 생각났습니다. 사실 정확한 날짜는 모릅니다. 제가 그걸 물은 걸 못 보고 떠나서. 몇해 동안 알고 지냈지만 별로 친해지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잘 몰라서 그랬군요. 지난 2019년 새해가 오면 이것저것 말할 수 있겠지 했는데, 그럴 시간은 더 이상 없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지만, 그 친구(친구라고 친한 척 말하다니)는 뭐가 급했는지 갑자기 떠났습니다.

 

 지금은 떠난 날을 기억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그냥 그 친구가 태어난 날을 기억할까 합니다. 정확하게 모른다면서 이런 말을. 지난 글을 보니 1월 7일이라는 말이 있더군요. 그 친구가 떠난 날도 정확하지 않아요. 12월 어느 날인 것 같은데. 그 친구를 떠올리고 글 쓴 적 몇번 있어요. 그것도 아무도 모르게 저만 알게. 아니 어떤 건 알 수 있군요. 글도 잘 못 쓰면서 그랬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이어서.

 

 이번엔 축하와는 다른 거군요. 뭐라 하면 좋을까요. 기억하기. 오늘 7일이지요. 한번도 못 만나고, 앞으로 만났을지 못 만났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을지도. 글로 말하는 건 괜찮아도 만나면 아무 말도 못해서. 저세상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친구가 저세상에서 잘 지냈으면 해요.

 

 [그장소] 조송희 님을 기억하며…….

 

 

 

희선

 

 

 

 

 

 

영원히 영원히 - 자우림(영화 허스토리에서)

https://youtu.be/AALSyoBZKD4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그날들

아른아른 눈가를 적시네

 

-<영원히 영원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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銀河鐵道の夜 (280円文庫) (文庫)
宮澤賢治 / 角川春樹事務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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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의 밤

미야자와 겐지

 

 

 

 

 

 

 미야자와 겐지란 이름은 언제 알았을까. 잘 생각나지 않는다. 이름은 진작 알았던 것 같은데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야자와 겐지가 쓴 시 <비에도 지지 않고>는 본 적 있다. 어쩌면 그 시 일본 드라마에서 처음 알았을지도. 지금 생각하니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에서 먼저 알고 나중에 <중쇄를 찍자>에서도 들었구나.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은 드라마로 보고 책으로도 만났다. 시간 많이 흘렀구나. 그런데도 여전히 난 일본말 잘 모른다니(이 말 또 쓰다니). 좀 슬프다. 책을 보기는 했지만 그렇게 잘 봤다고 말하기 어렵다. 미야자와 겐지는 옛날 사람이어서 말이 예스럽기도 하다. 소세키 소설에서 본 말과 같은 말도 있다. 그렇기는 해도 히라가나가 많다. 읽으려고 하면 아주 못 읽을 정도는 아니다.

 

 여기 담긴 글은 세 편이다. <은하철도의 밤> <눈길 건너기> 그리고 <비에도 지지 않고>다. ‘은하철도의 밤’은 만화 <은하철도 999>가 있게 한 거던가. 그렇기는 해도 ‘은하철도 999’와 ‘은하철도의 밤’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비슷한 건 기차를 타고 우주를 다니고 누군가를 만나는 거다. 은하철도 999는 길지만, 은하철도의 밤은 짧다. 은하축제가 열리는 날 밤에 잠깐 일어나는 환상 같기도 꿈 같기도 한 이야기다. 조반니가 꿈에서 깨어나는 모습이 있는 걸 보면 은하철도를 타고 별자리를 다닌 건 꿈일지도. 여기 나오는 사람 이름은 일본 사람 이름이 아니구나. 조반니와 캄파넬라라니. 미야자와 겐지는 왜 이름을 조반니와 캄파넬라라 했을까. 별걸 다 알고 싶어하는구나.

 

 조반니는 가난한 집 아이로 일을 한다. 일을 해서 공부할 시간이 없기도 했다. 공부시간에 선생님이 물어보는 걸 어렴풋이 알았지만 우물쭈물 대답하지 못했다. 그건 캄파넬라도 마찬가지였다. 캄파넬라는 조반니를 생각하고 그렇게 했을까. 캄파넬라는 조반니와 친하게 지냈는데 언제부턴가 사이가 멀어졌다. 아이들이 조반니를 놀려서 그런 건가 싶기도 하다. 캄파넬라는 앞서서 조반니를 놀리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이 조반니를 놀리면 캄파넬라는 그저 아이들 뒤에서 조반니가 안됐다는 듯 보기만 했다. 어쩌다 그렇게 됐을까. 한때는 친하게 지냈는데. 이런 거 보니 옛날에도 누구 한사람을 여럿이 괴롭히다니 했다. 예전에 한국에도 가난한 아이를 놀리는 일 있었다.

 

 학교에서 은하수를 이루는 건 별이라는 걸 배운 날은 은하축제 날이었다. 캄파넬라와 다른 아이는 함께 놀러 나갔는데, 조반니는 거기에 끼지 못하고 어머니 우유를 받으러 간다. 조반니가 우유를 받으러 목장에 가는 길에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 갑자기 조반니는 기차를 타고 있었다. ‘은하 정거장’이라는 소리를 들은 다음이구나. 기차 안에서 조반니는 캄파넬라를 만난다. 캄파넬라는 다른 아이들은 기차를 놓쳤다고 했다. 갑자기 그렇게 바뀌다니. 다시 그 부분을 보니 갑자기는 아니었다. 기차는 밤하늘을 달리고 기차가 서는 곳에서 다른 사람이 탔다. 새 잡는 사람과 하늘나라에 간다는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를 만난다. 이런저런 사람 만나는 걸 보니 《어린왕자》가 떠올랐다. 기차가 멈추었을 때 조반니와 캄파넬라는 잠시 기차에서 내리기도 한다. 그건 은하철도 999를 생각나게 했다.

 

 기차에서 만난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는 죽었다. 죽고 그 기차를 타다니. 아이들 엄마는 예전에 죽었는데 둘은 엄마가 있는 곳에 간다고 했다. 조반니는 여자아이와 캄파넬라가 친하게 말하는 걸 보고는 시샘했는데, 여자아이와 동생이 기차에서 내린다고 했을 때는 무척 아쉬워했다. 조반니는 캄파넬라한테 언제까지나 함께 있자고 하는데, 그 캄파넬라도 어느 순간 사라진다. 캄파넬라는 기차 바깥에 엄마가 있다고 하고 사라졌다. 조반니는 캄파넬라 엄마를 보지 못했다. 캄파넬라 엄마는 죽었구나. 그 일 때문에 캄파넬라는 조반니와 친하게 지내지 않았던 걸까. 얼마 뒤 조반니는 꿈에서 깬다. 그게 꿈이었다니. 무언가를 말해주는 꿈이기도 했다. 조반니와 캄파넬라가 탄 기차가 우주를 달리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괜찮을 것 같다.

 

 <은하철도의 밤>은 환상 같은 멋진 이야기지만 조금 쓸쓸하기도 하다. 미야자와 겐지가 죽은 동생을 생각하고 쓴 글이 있기는 한데 이 소설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눈길 건너기>는 두 아이가 여우가 여는 환등회(환등기에 그림이나 사진을 투사하여 스크린에 비춘 화면을 구경하는 모임)에 놀러가는 이야기다. 눈이 얼고 달이 뜬 밤에. 거기에는 열한살까지만 갈 수 있었다. 사람과 여우가 함께 어울리고 수수경단을 나눠 먹는다. 사람은 여우가 사람을 속인다고 생각했는데, 새끼 여우 곤자부로는 그건 잘못 알려진 이야기다 말한다. 두 아이가 여우한테 받은 수수경단을 먹자 여우들이 기뻐했다. 이것도 동화구나. 미야자와 겐지는 원고료를 단 한번 받았는데, 그 이야기가 바로 이 <눈길 건너기>다. 이 말 보니 살았을 때 그림 한점밖에 팔지 못했다는 빈센트 반 고흐가 생각났다(꼭 그렇지는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미야자와 겐지는 가난하게 살고 서른일곱(한국 나이로는 서른여덟이겠지)에 폐렴으로 죽었다. 미야자와 겐지가 일찍 죽었구나. <비에도 지지 않고>는 죽기 두해 전에 쓴 글이다. 미야자와 겐지가 ‘비에도 지지 않고’를 쓰고 그 글처럼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했는데, 미야자와 겐지는 벌써 그 글처럼 많은 걸 가지지 않고 칭찬받지 않아도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살았겠다.

 

 

 

*더하는 말

 

 

 

 

 

 

 어제는 센쿠가 태어난 날이었고, 오늘은 무슨 날일까. 이런 걸 묻다니. 왜 뜬금없이 이 책 《은하철도의 밤》을 읽고 쓰고 이런 말을 쓸까 싶겠다. 지난 2020년 11월에 이 책을 읽겠다고 한 적이 있어서. 그러니까 오늘은 그때 쓴 그 그 그 요정님이 태어난 날이다. 사진은 부뚜막 고양이지만. 며칠 전 복면가왕에서 부뚜막 고양이가 하는 노래 첫소절 들었을 때 바로 와, 이번에도 되겠구나 했다. 책을 잘 읽고 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 내가 책을 잘 읽고 쓴다고 해서 무슨 도움이 되는 건 아니지만. 이런 말 안 하고 이 글을 올리고 그저 나 혼자 마음속으로 요정님 태어난 날 축하하려고 했는데. 말했구나. 요정이라는 별명은 한사람한테만 쓰는 게 아닌가 보다. 그래도 요정님이라 하고 싶다. 다른 것보다 요정님이 늘 건강하게 지냈으면 한다.

 

 

 

희선

 

 

 

 

 

 

 

영원히 영원히 - 부뚜막 고양이

https://tv.naver.com/v/17667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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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1-05 0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어로 읽었다구요? 와우. 원서 읽기로도 내용 빠삭. 멋지시다.^^ 전 시공사 판 사놓고 아직 못 읽고 있어요. 희선님덕에 예고편 본 느낌이에요.^^

희선 2021-01-07 00:45   좋아요 0 | URL
책이 있으니 언젠가 보시겠지요 제가 쓴 걸 잊어버릴 때쯤 보시는 게 더 좋을 듯합니다 그래야 이야기를 제대로 보죠 말하지 않아야 할 것도 해 버려서... 저도 이럴지 몰랐습니다 <은하철도 999>를 생각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scott 2021-01-05 1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화때문에 원작을 찾아 읽었지만 은하철도에 조바니는
아직도 종착역을 찾지 못한채 우주속을 떠도는 기차에 타고 있을것 같아요.
미야자와 겐지에 아버지와 그에 짦은 생애를 다룬 작품이 일본에서 나오키 상인가 수상했었는데 아직 한국에 번역이 안된것 같습니다

희선 2021-01-07 01:04   좋아요 1 | URL
정말 그럴 수도 있겠네요 캄파넬라하고 오래 함께 있자고 했는데... 언젠가 만나지 않을까요 아니 벌써 만났으려나

그런 책이 있군요 몰랐습니다 미야자와 겐지 이름만 알고 잘 몰랐습니다 예전에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에서 조금 보기는 했는데, 거기에서는 <봄과 아수라> 이야기를 많이 해서... 미야자와 겐지는 책을 내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책에 고치기도 했다던데...


희선

2021-01-06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7 0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