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지우고

마음을 비워도

여전히 남아 있어

 

모두 지우고

모두 비우고 싶은데

바닥에 눌러 붙었어

 

끈질겨

 

때론 끈질긴 마음이

도움이 되기도 해

끈질기게 버티고

끈질기게 살기

 

삶은 끈질기게 붙잡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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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5-22 12: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비워도 완벽히 비울수는 없는 것 같아요 😅 그 힘이 어쩌면 살아가는 힘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희선 2022-05-25 23:29   좋아요 2 | URL
비우면 편하다는 걸 알아도 어떤 건 비우지 못해서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하겠습니다 그런 게 더 많으면 좋겠네요


희선

scott 2022-05-23 22: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삶은 끈질기게 붙잡아..]
끈질기게 살아 남기 위해 오늘도 내일도 고군분투!ㅎㅎ
희선님 이번주도 활기차게 ^^

희선 2022-05-25 23:31   좋아요 2 | URL
이번주도 반이 다 가고 오월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끈질기게 살아 남아도 즐겁게 살면 좋을 텐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기도 하네요


희선

페크pek0501 2022-05-24 16: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삶의 끈을 확 붙들어야죠. 끈에 휘둘리지 말고 말이죠..

희선 2022-05-25 23:36   좋아요 2 | URL
맞는 말씀입니다 삶의 끈을 붙들어도 거기에 휘둘리지 않으면 좋겠네요 페크 님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희선

mini74 2022-05-25 09: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련이 질긴 끈이 될때도 있는거 같아요 ㅠㅠ

희선 2022-05-25 23:38   좋아요 2 | URL
미련을 안 좋게만 생각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자신을 붙잡아주기도 할 테니...


희선
 
쓰는 기분
박연준 지음 / 현암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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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읽을 때 묶여 있다가 쓸 때 해방된다.

 

 진정한 자유는 ‘창작 행위’에 있다.  (125쪽)

 

 

 책 제목인 ‘쓰는 기분’은 어떤 걸까. 나도 책을 보고 쓰거나 그냥 쓰기도 하지만 쓰는 기분이 뭔지 잘 모르겠어. 맨 앞에 쓴 것 같은 걸까. 책을 읽을 때 묶였던 마음이 쓰면 풀려나는 거. 그 말 맞는 것 같기도 해. 그래도 읽을 때도 재미있어. 아니 다 즐거운 건 아니지만. 하나도 모르는 걸 볼 때는 정말 답답해. 아는 게 하나도 없네 하는 생각도 들고. 모르면 알 때까지 보라고도 하는데, 내가 그런 건 해 본 적이 없군. 그때는 몰랐다가 시간이 흐르고 문득 그때 그건 그거였구나 깨닫기도 해. 난 그런 걸 더 좋아하는가 봐. 모르면 그냥 두고 언젠가 알면 좋고 모르면 마는 거지. 이건 글쓰기에 안 좋은 걸지도 모르겠어. 알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어야 쓴다고 하니. 알고 싶어하는 마음 하니, 과학이 생각나는군.

 

 자신이 늘 생각하고 알고 싶어서 소설을 쓴다는 소설가도 있군. 나도 알고 싶은 거 없지 않아. ‘마음’. 마음을 알아서 뭐 할 건데 하면 대답할 말은 없어. 내 마음도 잘 모르겠고 다른 사람 마음은 더 모르겠어.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는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더군. 사람 마음은 단순하지 않고 복잡할까. 단순하다면 단순하고 복잡하다면 복잡한 것 같기도 해. 그런 마음을 쓰면 조금 알 수 있을까. 난 써도 있는 그대로 쓰는군. 은유는 없어. 그런 거 생각하고 쓴 적 있는데. 그건 쓰려고 하기보다 저절로 나오게 해야 할지도. 은유는 어쩐지 폼잡는 것 같기도 해. 내가 이런 생각을 하니 그런 거 보면 그리 좋아하지 않는가 봐. 그걸 쓴 사람은 그런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텐데. 난 유머도 없어. 재미없는 사람이야. 많은 사람은 말 재미있게 하는 사람 좋아하잖아. 그렇다고 억지로 웃기고 싶지는 않아. 난 나대로 쓸래. 이런 고집 안 좋을까.

 

 몇해 동안 쓰기는 했지만 발전은 별로 없어. 글은 많이 써 봐야 안다 하지만 아직도 모르겠어. 이 책 《쓰는 기분》에서는 시를 중심으로 말해. 이걸 쓴 사람이 시인이거든. 시집은 못 봤어. 시는 학교 다닐 때 국어 글짓기 시간에 처음 써 봤던 것 같아. 시를 잘 모르고 썼지. 지금도 잘 몰라. 앞으로도 잘 모를 것 같아. 그런데도 시 같지 않은 시를 쓰겠지. 얼마전에 정여울 책 《끝까지 쓰는 용기》를 보고 앞으로는 책 좀 잘 봐야지 했는데, 그건 생각만 하고 만 것 같아. 이렇게 말하면 그대로 될지도 모를 텐데. 잘 안 되어도 책을 잘 보고 쓰려는 생각은 갖고 있는 게 좋겠지. 비록 정여울 만큼 애써서 쓰지 못한다 해도. 이건 게을러서 그렇겠지. 아니 게으른 것도 있지만 난 그렇게 괜찮고 놀라운 생각 못해. 아주 가끔 할 때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가끔이라도 하면 좋겠군.

 

 

 어떤 일을 오랜 시간 한 사람, 그 일만을 줄곧 생각하는 사람은 그 일이 삶이 됩니다. 열렬히 써본 사람, 쓰는 재미를 알게 된 사람은 결코 ‘읽는 사람’으로만 머무르려 하지 않을 거예요. 시인이나 작가가 되지 않더라도 그는 ‘쓰는 사람’으로 살게 될 거예요.  (213쪽)

 

 

 시를 쓰려는 사람한테 하는 말도 있지만, 그냥 쓰는 사람한테 하는 말도 있군. ‘열렬히 써본 사람’이라는 말은 조금 찔리는군. 난 그렇게 열렬히 써 보지 않았어. 잘 못 써도 쓰는 재미는 조금 알기도 해. 쓰는 재미가 뭐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 어려워. 이런 물음에 대답이 술술 나와야 할지도 모를 텐데. 쓰는 재미는 뭘까. 쓰기 전에는 쓸 게 하나도 없어도 쓰다보면 쓸 게 조금씩 떠오르기도 해. 많지는 않지만. 잘 몰랐던 걸 알게 되기도 하고, 생각도 조금 정리되는 것 같아. 다른 것도 좀 정리하면 좋을 텐데. 쓰는 재미를 조금 안다고 말했는데, 내가 아는 건 아주 조금인 듯해. 더 알려면 쓰기말고 할 게 없겠지.

 

 난 작가와 시인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나도 ‘쓰는 사람’이고 싶어. 많은 사람이 쓰는 사람이면 괜찮지 않을까. 안 좋은 생각으로 흐르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쓰면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할 때가 더 많더라고. 어떤 사람도 많은 사람이 쓰기를 바라던데. 언젠가 라디오 방송에서 얼핏 들은 거야. 그런 건 적어둬야 하는데, 난 늘 지나고 나서 적어둘걸 하는군. 적어두기 잘 안 해. 마음에 담아두기로 할게. 마음에 정확하게 담아두지 못하면서 이런 말을 했군. 들은 거 잘 기억하지 못하면 또 어때. 내가 이렇다니까. 그래도 쓰는 사람으로 살까 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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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05-20 15: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첫 문장 넘 좋아요.
똑같은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데도 쓰는 사람마다 다 다르니 정말 우리에겐 마음이 있고 그것도 모두 특별하고 다르겠죠.
그래서 남의 마음을 모르는게 당연할 수도 있겠어요.
맘은 행동으로 표현되니 우리는 사실 그것으로 마음을 넘겨짚을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죠^^
희선님, 작가나 시인이 충분히 될 수 있다고 저는 강력히 주장하는 바입니다**

희선 2022-05-22 00:37   좋아요 1 | URL
같은 책을 봐도 조금 다르게 생각하기도 하는군요 다르게 살아서 그렇겠습니다 비슷한 걸 느낄 때도 있지만, 그런 책은 많은 사람한테 읽힐 것 같네요 고전이 그렇겠습니다 고전이라 해도 다르게 받아들이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대에 따라 다르게 여기기도 하네요 마음을 글로 나타낸 걸 보면 조금은 알기도 하는데, 실제 사람은 행동을 보고 알아야 하겠습니다 잘 보면 알기도 하죠

페넬로페 님 고맙습니다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서니데이 2022-05-20 19: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가끔 책을 읽다가 어떤 문장은 기억에 남는데, 다 읽고 나서 보면 그 문장이 광고 카피처럼 앞뒤 표지나 띠지에 있을 때가 있어요. 표지의 저 문장도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님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희선 2022-05-22 00:42   좋아요 2 | URL
저 말이 괜찮은 말이어서 썼겠습니다 책을 읽을 때도 자유로움을 느끼겠지만, 쓸 때 더 마음이 편할지도 모르죠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쓰면...

어느새 주말 하루가 가고 하루 남았습니다 서니데이 님 남은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mini74 2022-05-20 21: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선님은 이미 충분히 쓰는 사람이시죠 ~ 저도 저 첫문장 맘에 와닿아요. 근데 전 ㅠㅠ 쓸때도 뭔가에 매번 묶인 기분입니다.ㅠㅠ

희선 2022-05-22 00:48   좋아요 1 | URL
쓰려고 할 때 그런 마음이 들기는 하죠 쓰고 나면 좀 낫지 않나 싶어요 그것 때문에 쓰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상한 걸지도... 미니 님 좋은 꿈 꾸고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양 한마리

양 두마리

양 세마리

……

양 천마리

 

눈을 감고 양을 세어도

정신은 말똥말똥

잠은 어디로 가 버린 걸까

 

돌아와 잠아

 

양들이 머릿속에서 뛰어다녀

양을 잡을 수 없어

양도 한마리 두마리 어디론가 사라져 가

잠을 따라갔나 봐

 

 

 

 

*잠이 자꾸 와서 반대로 썼다. 막상 자려고 하면 잠이 안 오는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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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5-20 07: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누워서 두껍고 어려운 책 읽으면 바로 잘 수 있습니다 ^^

희선 2022-05-22 00:09   좋아요 2 | URL
누워서 책 보기 힘들어요 어려운 책 하나라도 사야 할까 싶네요


희선

페넬로페 2022-05-20 15: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신기하게도 숫자 하나, 둘, 셋~~
이렇게 세다보면 잠이 들어요^^
읽기 어려운 책도 강추예요.
눈이 아프고 머리가 아파와 그냥 자요~~

희선 2022-05-22 00:12   좋아요 2 | URL
잠이 아주 안 올 때는 숫자를 세어 보기도 하는데, 그래도 잠이 안 와요 그래도 요새는 잠들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말하면 다시 잠들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이런 생각을 안 하는 게 좋겠습니다 읽기 어려운 책 뭐가 좋을지...


희선

그레이스 2022-05-20 16: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누워서 목장을 경영하신걸로!^^
생각을 멈춰야 잠이 오더라구요
제 경우는 좋아하는 시편을 암송하죠

희선 2022-05-22 00:16   좋아요 1 | URL
왜 잠이 안 올 때 양을 세게 됐을까요 양털이 폭신폭신해서 잠이 잘 올 것 같아서 그런 건가 싶네요 잘 때는 여러 가지 쓸데없는 생각 안 하는 게 좋겠지요 그레이스 님은 좋아하는 시편을 외시다니 멋지네요


희선

mini74 2022-05-20 2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잠을 찾아서 인가요 양을 찾아서인가요. 오늘은 시가 귀여워요

희선 2022-05-22 00:17   좋아요 1 | URL
잃어버린 잠을 찾아서, 이렇게 말하는 것도 좋네요 하루키는 양을 쫓는 모험을 썼네요


희선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다시 생각하면 그건 그리

늦은 건 아닐지도 몰라

더 늦을 수도 있었잖아

 

시간이 흐르고 생각하면

어떤 건 일어날 일이었던 것 같아

아무도 피할 수 없는 건

죽음뿐이겠지만

정해진 일도 있겠지

 

죽음은 누구한테나 찾아와

그때까지 자신한테 다가오는 일

잘 만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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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5-19 23: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무도 피할 수 없는 건

죽음뿐.....

언제 일지 모를 그 날 까지

건강하게 ^^

희선 2022-05-20 00:55   좋아요 2 | URL
건강하게 살다 죽으면 좋을 텐데... 죽음이 찾아오면 힘이 빠지겠지요 건강하려면 운동하기... 운동 잘 안 하지만, 걷기라도 가끔 해야겠습니다 scott 님도 걷기 즐겁게 하세요


희선

그레이스 2022-05-20 01: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신에게 다가오는 일 잘 만나요~
우리!

희선 2022-05-20 03:26   좋아요 2 | URL
정말 그래야 할 텐데... 안 좋은 건 지나고 나서야 좀 더 다르게 생각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기도 하는군요 나중에라도 그렇게 생각하면 괜찮을지...


희선

새파랑 2022-05-20 07: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일어날 일이더라도 그 과정도 중요한거 같고, 언제 일어날지 모르니까 기대도 되는것 같아요~!!

희선 2022-05-22 00:04   좋아요 2 | URL
어떤 일은 기대되기도 하겠습니다 그런 일이 더 많다면 좋을 텐데... 제가 이렇습니다 좋게 여기기보다 안 좋은 일이 더 많이 일어날 거다 하는... 그런 것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요


희선

mini74 2022-05-20 21: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 만나자는 말 참 좋네요. 다가오는 일들 잘 만나고 잘 헤어지길 *^^*

희선 2022-05-22 00:07   좋아요 1 | URL
어쩐지 잘 만나면 잘 헤어질지도 모르겠네요 이건 다른 이야기지만, 요즘은 제대로 헤어지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스토킹을 한다고...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도 잘 해야 하는데...


희선
 
도움받는 기분 문학과지성 시인선 552
백은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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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은선 시집 《도움받는 기분》을 사두고 몇달이 흘러서야 봤습니다. 시집은 그리 두껍지 않은데 백은선 시집 《도움받는 기분》은 두껍습니다. 이렇게 두꺼운 시집 처음 만나지는 않았네요. 심보선 시집과 이제니 시집도 두꺼웠습니다. 시집이 어떻다는 말보다 두껍다는 말부터 하다니. 시집이 두꺼워서 여러 날 동안 봤습니다. 이 시집을 봐서 제 기분이 가라앉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시집 보기 전에도 게을렀지만, 이 시집을 보니 더 게을러졌습니다. 이걸 보고 나니 다른 건 하기 싫더군요. 마음은 빨리 보고 다른 책 보고 싶었는데. 시집 보면서 무슨 말을 쓰면 좋을까 했습니다. 책을 다 보고 바로 쓰기도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쓰기도 합니다. 할 말이 떠오르지 않으면 쓰기를 피한다고 할까. 그럴 때는 책을 끝까지 안 보고 조금 남겨둡니다. 미룬다고 할 말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언젠가도 책을 보고 쓰기 힘들었다고 했군요. 이 말 자주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백은선 시집은 이번이 세번째인데 저는 이걸로 처음 만났어요. 이 시집 보기 전에는 이름 몰랐던 것 같아요. 2021년에 백은선 산문집과 시집이 나왔어요. 몇해 전부터 가끔 어떤 시집이 나왔는지 찾아봤어요. 백은선 시집은 그렇게 알고, 시는 다른 분이 소개해서 알았습니다. 그때 시 보고 시집 보고 싶다 했는데 시가 어렵네요. 이 말 빠뜨리지 않고 하네요. 시집 제목인 ‘도움받는 기분’은 시집 제목이기도 합니다. 도움받는 기분은 어떤 걸까요. 무엇에 도움을 받는지가 더 중요하겠습니다. 시인은 시에 도움 받겠지요. 자신이 쓰는 시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쓴 시에. 이건 시인만 그러지 않겠습니다. 글은 누구한테나 도움을 줍니다.

 

 

 

 나는 네게 시를 읽어준다. 제목은 학교야. 이렇게 시작해. 학교에 가면 책상이 없었다. 책상을 찾아 다녔다. 어떤 날은 화장실에서, 어떤 날은 화단에서 책상을 찾았다. 책상엔 이렇게 씌어 있었다. 씨발년 죽어. 이런 시야. 너는 음, 소설 같은데 하고 말한다. 나는 빨간불이 켜진 교차로에 서서, 그건 정말 있던 일이야, 그래? 그래서 서사적인가 봐. 네가 말한다.

 

 다시 학교를 읽어본다. 네게 읽어주지 못한 뒷부분도 읽는다. 매일 혼자 벤치에 앉아 있던 얘기,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해주세요. 종말이 오게 해주세요. 빌고 빈 얘기. 아침이 오는 게 싫어 밤 새 깨어 있던 얘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로 끝나는 마지막 문장까지.

 

 너희가 보낸 발신자 없는 문자를 받을 때마다 미칠 것처럼 무서웠다. #죽어. 죽어. 죽어.# 문자들. 책상을 찾아 교실 맨 뒤에 놓고 엎드려 있으면, 너희는 키득거리면서 웃었지. 미친년 밤마다 한강에 가서 서 있는대, 그러면 폭주족들이 태우고 다니다가 돌아다니면서 한대, 손가락질 하면서 까르르 웃었지.

 

 내가 스무 살이 되어 처음 데이트를 했을 때, 너희는 뒤 테이블에 앉아 있었지. 너희는 크게 다 들리게 욕을 했지. 애인도 나를 창피해했다. 나는 슬프고 무섭고 화가 났어. 마음이 와르르 무너졌어. 왜.

 

 나에게만 다른 중력이 작용했어. 이렇게 파랗고 무겁고 사람이라는 것이 이렇게 악의로 가득 찰 수 있다는 게, 이상했어. 그치. 봉인된 검은 상자들이 내 안에 쌓여. 그 안에 기억들이 켜켜이 썩고 부서지고 지독한 냄새를 풍겨. 어떨 때 나는 단지 상자들로 이루어진 부패덩어리지.

 

 참 이상하다 그치. 이 시는 발표하지 못할 거야. 나는 자꾸만 중학교 때로 돌아가 그때를 생각한다. 빈집에 돌아오면 도시락을 꺼내 먹었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 브라운 신부 시리즈를 읽고 또 읽었다. 영스트리트 스위트뮤직박스 고스트스테이션 고질라디오가 끝날 때까지 라디오를 들었다.

 

 사물함 뒤에서 머리카락이 몽땅 잘렸을 때

 

 가윗날이 귀 끝을 스칠 때 차가움과 공포

 

 계속 걷다가 걷다가 끝없이 걸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던 순간, 그렇게 무언가를 건너고 다른 사람이 된다면 어떨까, 상상하던 오후의 빛, 칼처럼 꽂혀 있다. 마음.

 

 왜. 너희에게 주고 싶던 한마디. 나는 죽지 않고 살아서 쓴다. 읽어봐. 기억나? 책상을 찾아 헤매던 찢긴 그림자. 물에 젖은 여자애. 비명처럼 가벼운 날들.

 

 나는 어쩌면 너를 만나 이것을 다시 읽어줄 거야. 응, 골목을 헤매는 생쥐 같은 심정으로 전부 다시 쓸 거야.

 

 하얀 얼굴과 초록. 정적 속에서 일어나던 살인 사건. 그걸 해결하는 늙은 신부. 펄럭이는 커튼, 가느다란 기도 소리, 피가 빠져나간 몸의 형상. 종이를 펼쳐 적었지. 먼 미래는 없고 기적만 있는 과거들과 표현할 수 없는 길들. 보도블록의 금들 회색 붉은색 건너뛰며 걷고, 비행기가 날아가는 하늘을 멍하니 보면서 선 캡을 고쳐 쓰며 나는 많은 친구야. 지하철에 앉아 버스 정류장에 앉아 꾸벅꾸벅 졸면 매번 새로운 꿈, 매번 똑같은 꿈. 무지와 기억을 탓하면. 조금씩 어려졌지.

 

 우물에 대해

 들판 한가운데 놓인

 우물에 대해

 자정에 우물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달이 들어 있고

 가늠할 수 없는 찬란과

 어둠이 함께 흔들린다

 

 이계의 창처럼 숨막히게 아름답지

 

 서로 마주 보는 기쁜 마음

 

 모두 죽게 될 거야

 

-<도움받는 기분>, 30~33쪽

 

 

 

 시가 참 길기도 합니다. 이것보다 더 긴 시도 있군요. 이 시를 보고 이건 시인이 경험한 일일까 했는데, 어떨까요. 경험과 다른 일이 섞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시라고 해서 다 시인이 겪은 일을 쓰지는 않을 거예요. 스치는 생각을 붙잡거나 다가오는 이야기를 쓸 듯합니다. 누군가한테 괴롭힘 당하면 그 일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잊지 못하겠지요. 그 일은 오랫동안 자신을 힘들게 하겠습니다. 이 시에서도 말하는 사람이 자꾸 중학교 때로 돌아간다고 하잖아요. 여기에서 말하는 사람이 이 시를 쓰고 조금은 나아졌기를 바랍니다.

 

 앞에 옮긴 시를 보면 시에서 말하는 사람은 중학생 때 브라운 신부가 나오는 소설을 봤군요. 왜 이런 말을 하느냐면, 이 시보다 앞에 나온 <비유추의 계>를 보다보면 미스터리 범죄소설이 생각나서예요. 살인사건이 일어난 듯한. 피해자는 여자아이예요. 여자아이가 산에서 묻히는 건 다른 걸 나타낼지도 모르겠지만, 마음이 죽임 당한 걸지. 그런 거 보면서 남자한테 맞고 죽임 당하는 건 여자아이나 여성일 때가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자아이나 남성도 죽임 당하는 일 없지 않지만. 남자는 여자보다 힘이 셉니다. 갑자기 헤어진 남자친구한테 스토킹 당하다 죽임 당한 사람이 생각나는군요. 그건 라디오 방송에서 들었습니다. 그런 일이 지금 더 많이 일어난 건 아니겠지요. 예전에는 드러나지 않았고 지금은 드러났겠습니다. 사람한테 집착해 봤자인데.

 

 

 

지지 마

꼭 이겨줘

 

마음껏 생각할 수 있게

생각한 대로 말하고 움직일 수 있게

 

쓸모를 고민하지 않고 살아 있어도 된다고

 

죽을 때까지 살아 있을 거라고  (<우리가 거의 죽은 날>에서, 126쪽)

 

 

 

 

 다른 시도 한편 소개해야 할 텐데 길고 잘 모르겠어요. 앞에 옮긴 건 <우리가 거의 죽은 날>에 있는 한 부분이에요. 이 시도 길군요. 여기에서는 ‘쓸모를 고민하지 않고 살아도 된다고’ 하는 말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시 전체가 좋으면 더 좋겠지만, 마음에 드는 시구가 한줄이어도 괜찮겠지요. 그런 말 더 있기도 한데 적어두지 않았습니다.

 

 여기 담긴 시 어렵지만 읽어볼 만합니다. 시는 다 알지 않아도 괜찮다고 합니다. 저는 그런 말에 기대 시를 보는군요. 시도 오래 보면 몰랐던 걸 알기도 할지. 그런 적이 없어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모르는 건 여러 번 봐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가면 좀 다를지도.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보면 다른 느낌이 들겠군요. 이 시집 다시 볼 날이 올지. 시간이 흐르고 제가 좀 더 나아지면 좋을 텐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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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5-17 05: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시집 보관함에 있던데 어렵고 두껍나 보네요. 시인인 희선님이 어렵다니 그럼 진짜 어려운걸로 ^^ 저도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희선 2022-05-20 00:18   좋아요 2 | URL
시집 보관함에 있군요 언제나 시는 어려워요 그러면서도 가끔 보네요 조금은 마음에 드는 시를 만나면 좋기도 하니... 요즘 시인이 쓰는 시는 길기도 하네요 새파랑 님 언젠가 이 시집 만나 보세요


희선

프레이야 2022-05-17 08: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릴 적 우물에 대한 추억이 떠오르는 시에요
전 그때 죽음을 생각하진 않았지만 마주보는 기쁜 마음이 동감이에요. 시커멓고 깊었지만 아주 맑았습니다. 빨려들 것 같았어요. 이후 무서운 우물 이미지를 홀로코스트박물관에서 보았어요. 사물은 그대로인데 우리가 만드는 이미지는 여러 갈래인 것 같아요. 프리즘처럼. 오늘도 밝은 쪽으로 가 볼까요^^

희선 2022-05-20 00:28   좋아요 2 | URL
우물을 들여다보면 거울처럼 보이기도 하겠습니다 우물도 그렇지만 높은 데서 물을 보면 빨려들 것 같기도 합니다 물이 그렇게 느끼게 하는 건지... 홀로코스트 박물관에서 본 우물은 무서울 것 같습니다 더 깊은 우물로 보였겠습니다 마음이나 일어난 일에 따라 사물이 다르게 보이는, 좋게 보이면 더 좋을 텐데... 뭐든 두 가지나 여러 가지가 있으니 그것도 받아들여야겠네요


희선

mini74 2022-05-17 17: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울하고 슬프네요. 왕따당하는 외로운 중학생 아이ㅠㅠ 시를 쓰는 행위를 통해, 희선님 바람처럼 그 당사자가 있다면 조금은 나아졌길 바라봅니다 ~~

희선 2022-05-20 00:38   좋아요 1 | URL
지금 생각하면 예전에는 이런 시 못 본 것 같기도 해요 시도 여러 가지를 쓰면 괜찮겠습니다 시, 글을 쓰는 걸로 자기 마음이 좀 나아지기도 하겠지요 그러면 좋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05-17 21: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집에 여러 소재와 의미가 담긴 것 같아요.
그리고 희선님의 시들의 대한 해석이 참 좋네요~~
시를 읽어야 시같은 글을 쓰는데 저는 시를 읽지 않아 매번 글의 표현에 애를 먹어요.
다양한 책읽기를 해야하는데 쉽지 않아 매번 고민입니다^^

희선 2022-05-20 00:41   좋아요 2 | URL
저도 이런저런 책 못 보는군요 거의 소설만 보고 어쩌다 한번 시를 보기도 합니다 잘 모르는 것도 보고 알면 좋을 텐데, 안다 해도 그게 오래 가지 않기도 하네요 그래도 모르는 걸 보면 조금 재미있기도 하죠 어떤 책이든 잘 보면 괜찮겠지요 이렇게 말해도 저도 잘 못하는군요 시도 잘 모르면서 보고...


희선

2022-05-17 2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20 0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22-05-18 11: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희선 님 시집두 읽으시네요~!!

저는 시집을 언제쯤이나 읽을까요?...음 그러고보니 부코스키의 시집은 읽었네요...근데 부코스키 시집은 재밌는 이야기 같아 우니라나 시 읽는 느낌이 거의 없어요~~ㅎ

희선 2022-05-20 00:46   좋아요 1 | URL
자주 못 보지만 가끔 보려고 합니다 시를 봐도 다 알지 못하네요 그저 느낌만...

부코스키 시집 보셨으니 시집 보셨네요 다른 나라 사람 시도 보면 좋을 텐데, 거의 못 봤습니다 시를 이야기처럼 쓰는 사람도 있지요 한국에도 시뿐 아니라 소설도 쓰는 작가가 있는데, 다른 나라 사람은 시와 소설을 다 쓰는 사람 많은 듯해요


희선

페크pek0501 2022-05-19 17: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집을 읽어 보려고 제 책상 가까이 쌓아 두고 있어요. 들춰 보기도 하는데 시가 어렵긴 해요.
그러나 희선 님도 아시다시피 시의 해석자는 바로 자신이에요. 시인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알 필요가 없어요. 어쩌면 독자가, 시를 쓴 그 시인보다 더 멋진 해석을 뽑아낼 수도 있답니다.

자기 소설에 대해 평론가가 쓴 평론을 읽은 소설가가 말했어요. 어, 이건 저도 생각 못한 거였네요. 저의 무의식까지 파헤치시다니... 대충 이런 소감이었어요.ㅋㅋ
시 역시 독자가 감상을 말해 주면 어쩌면 시인이 ˝어, 그건 제가 그려내지 못한 건데 독자 님의 상상력이 뛰어나십니다.˝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저도 시를 열심히 읽어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님의 페이퍼를 보니... 아작!!!

희선 2022-05-20 00:52   좋아요 1 | URL
시집이 가까이 있으면 들춰보기도 해서 좋지요 한번 본 거여도 가끔 보면 좋을 텐데, 그러지 않기도 하네요 정리를 잘 못해서 그렇기도 합니다 시집 잘 보이는 데 두고 싶기도 한데... 시인은 시를 느끼라고 할 때가 많더군요 그런 말 들으면 그렇구나 합니다 느낀다고 해도 잘 모르는 게 더 많지만...

글을 보는 사람이 그걸 쓴 사람도 몰랐던 걸 알게 되기도 하겠습니다 글은 읽는 사람 거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렇다고 아주 이상하게 보면 안 될 텐데 싶기도 해요 비틀지 않고 좋은 걸 보면 좋을 텐데... 페크 님 앞으로 시 즐겁게 만나세요


희선

scott 2022-05-19 23: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윗날이 귀 끝을 스칠 때 차가움과 공포

...만큼이나 긴 시에, 마치 산문을 읽는 것 같습니다

사물함 이야기는 상상 만으로도 오싹 ^^

희선 2022-05-20 00:54   좋아요 1 | URL
시를 보고 그걸 상상하니 오싹하네요 실제 있었던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그런 일이 없으면 좋을 텐데, 어딘가에서 또 일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 담긴 시는 거의 길어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