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오늘 하루 중 '별것 아니지만 그래도 좋았어' 하고 느낀 순간을 적어보자
하루에서 별것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걸 생각하니, 예전에 썼던 것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걸 하면 좋고 못하면 조금 아쉽기도 하니.
별것 아니지만 책을 읽으면 조금 처진 마음이 괜찮아진다. 이것도 어떤 날은 못하기도 한다. 어떤 날은 아주 오래 하지만, 그런 날은 어쩌다 한번이다. 그건 내가 게을러서겠지. 빨리 일어나고 다른 걸 빨리 하고 책을 보면 되는데 그런 날보다 늦게 일어나는 날이 더 많으니 말이다.
조금이라도 걸으면 좋다. 지난달보다 이달에 덜 걸은 것 같다. 음악을 듣거나 편지를 써도 좋다. 음악 들으면서 편지쓰기. 이렇게 하면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하는구나. 책을 볼 때는 음악 듣기 조금 어렵다.
쓸 게 없는데도 글을 쓰면 좋다. 이거야말로 별것 아니지만 좋은 거구나. 거의 유치하고 왜 썼대 하는 생각을 하지만, 아주 가끔은 괜찮네 하기도 한다. 나 혼자 그러지만. 그런 것도 괜찮겠지. 이달에 다른 건 잘 못했지만, 글은 거의 날마다 썼는데 이틀 못 썼다. 억지로 쓰고 쓴 거 또 쓴 느낌이 들어서 아쉽지만. 썼다는 게 중요하지.
이렇게 쓰고 보니 오늘 하루는 아니구나. 날마다 느끼는 것에서 생각하다니. 하루에 하나 정도 별거 아니어도 좋은 게 있으면 그날 하루는 괜찮겠다. 지금은 작은 일을 더 소중하게 여기기도 한다. 큰 일이 아니면 어떤가.
10 꿈꾸었던 돈을 다 모았다면 지금부터 어떻게 살고 싶어?
딱히 꿈꾸었던 돈은 없지만. 예전에 그런 거 생각하지 못해서 조금 아쉬웠다. 그랬다면 좀 더 일하는 게 나았을 텐데 말이다. 힘들다 해도 돈을 모을 때까지 일해야지 했을지도.
집을 살 돈을 모았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한 적 있다. 지금 사는 곳은 지은 지 오래되고 1층이다. 기후변화로 여름이면 비가 많이 오지 않는가. 2012년에는 물난리가 나고, 지난 2022년에도 그럴 뻔했다. 지난해에만 비가 많이 온 건 아니다. 다른 때도 많이 왔다. 새벽 내내 천둥소리 들려서 잠을 잘 수 없었던 날도 있었다. 지난 8월에 한시간인가 한시간 좀 넘었는지 어쨌든 비가 많이 쏟아져서 뉴스에도 나온 듯하다. 그 뉴스 인터넷에서 봤다. 다행하게도 비가 그쳐서 물난리는 나지 않았다. 조금 더 왔다면 또 겪을 뻔했다. 불도 무섭지만 물도 무섭다.
여름에만 물난리 걱정하지 않는다. 2012년 뒤로는 여름에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기를 바라고, 새해가 오면 이번 여름 별 일 없이 가야 할 텐데 한다. 지진은 거의 자연재해구나. 얼마전에 일어난 튀르키예 시리아 지진 무섭다. 난 터키가 튀르키예가 된 걸 이제야 알았다. 그동안 그런 것도 모르고 살았다니.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도 스물네시간 비가 오고 물난리가 났다는 거 봤다. 늪에 살던 악어가 도심에 나타났다고.
지구가 많이 아프구나. 지금만 그런 건 아니다. 지구를 살리려고 해야 할 텐데. 이건 어느 한 나라만 해서는 안 된다. 어느 나라나 해야 한다. 잘사는 나라에서 지구를 망치고 피해를 보는 건 가난한 나라다. 여러 가지 하는 것 같은데 바로 좋아지지는 않겠지. 좋아지게 하기보다 지구가 나빠지는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기를 바란다.
물음으로 돌아와, 돈을 모았다면 좀 괜찮은 집 2층이나 3층을 사고 여름이 와도 마음 편하게 살고 싶다. 이건 나만 생각하는 거구나. 누구나 여름이 오면 피해를 입지 않아야 할 텐데. 지난해에는 서울에 난 물난리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다.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할 텐데.
*더하는 말
난 어느 날 갑자기 많은 돈이 생기는 거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돈을 모으려면 열심히 일해야 하고 아껴써야 한다. 그래도 가끔 복권 당첨되는 사람이 있구나. 어떤 사람은 아이유 꿈을 꾸고 복권 샀더니 당첨됐다고 한다. 며칠전 라디오 방송 들으니 연예인이 나와서 복권 샀더니 당첨됐다고 했다. 나도 어쩌다 한번 나오는데, 그때 복권을 사 볼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잊어버릴 것 같구나. 누가 나왔다는 것만 기억하고 좋아하겠지.
11 내가 요즘 애용하는 물건은 어떤 거야?
만년필
화숙이 태어난 날 화숙은 친구 혜은을 만났다. 혜은이 화숙한테 만나자고 전화를 했다.
두 사람은 서로가 사는 가운데쯤 되는 카페에서 만났다. 그곳은 두 사람이 자주 만나는 곳이었다. 커피와 케이크가 맛있는. 혜은은 작고 긴 상자를 꺼내 화숙한테 건넸다.
“화숙아, 태어난 날 축하해.”
“뭐, 이런 걸. 그냥 만나고 커피만 마셔도 되는데. 어쨌든 고마워. 이거 바로 뜯어봐도 돼?”
“조금 부끄럽지만, 응, 봐.”
화숙은 혜은이 건넨 작고 긴 상자 포장을 조심스럽게 뜯고 상자를 열어 보았다. 거기엔 만년필이 들어 있었다. 화숙은 활짝 웃고 혜은한테 말했다.
“만년필이잖아. 고마워. 잘 쓸게.”
두 사람은 오랫동안 친구로 지냈다. 다섯해 전쯤 화숙은 혜은이 태어난 날 선물로 만년필을 주었다. 지금 혜은이 화숙한테 준 만년필은 그때 받은 것과 같은 거였다. 혜은은 여전히 화숙한테 받은 만년필을 썼다.
“예전에 네가 준 거랑 같은 거지만, 우리 같은 거 오래오래 쓰자.”
“그러자. 난 글 별로 안 쓰지만, 이 만년필 쓸 때면 혜은이 네 생각 나겠다.”
“나도 그래. 네가 준 만년필 쓸 때마다 네 생각해.”
*더하는 말
이건 제 이야기가 아니고 지어 쓴 겁니다. 처음엔 조금 다르게 생각했는데. 쓰고 나니 이렇게 됐군요. 친구한테 준 것과 똑같은 만년필 받으면 좋을지. 저는 만년필 안 쓰고 볼펜이나 유성펜 연필 샤프펜슬 씁니다. 여러 가지 쓰는군요.
12 나만의 가게가 생긴다면 어떤 가게로 만들고 싶어?
뭔가 파는 건 나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만약 가게를 한다면 책방이 가장 좋을 것 같아. 다른 건 손님과 잘 어울려야 할 것 같지만 책방은 손님하고 많이 친해지지 않아도 괜찮겠지.
이런 말하고 나니 언젠가 본 책이 생각나네.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웬디 웰치)이야. 여기는 헌책방이야. 웬디와 남편 잭은 애팔래치아 산맥의 시골 마을 빅스톤갭에 갔다가 그곳에 집을 사고 헌책방으로 만들어. 시골이어서 사람들이 별로 오지 않을 것 같기는 해. 그래도 거기 사는 사람이 자주 오더라고.
편하게 들어오세요
https://blog.aladin.co.kr/798715133/6638897
요즘 한국엔 작은 책방, 동네 책방이라고 하는 책방이 생기기도 하더군. 그런 책방 잘 되는 곳도 있고, 코로나 때문에 문 닫은 곳도 많을 거야. 책방은 크든 작든 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어. 그 지역 동네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문 닫지 않을지. 솔직히 말하면 난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해서. 이런 난 책방도 잘 못하겠어.
나만의 가게, 책방이니 잘 안 되면 어때. 내가 책방에서 책을 읽으면 되지. 책을 팔아야 하는데 내가 거기 있는 책을 읽겠다니. 내가 주인이 아니고 일하는 처지라면 참 힘들겠지만, 내가 주인이라면 마음대로 해도 돼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을 것 같군.
가끔 책방에서 행사를 해도 괜찮겠어. 시 읽기나 소설 읽기. 자신이 읽고 싶은 부분을 읽고 듣는 거지. 노래해도 괜찮고. 이런 거 벌써 한다고. 그렇겠군. 나도 그런 거 본 적 있어서 생각한 거겠어.
13 어린 시절, 친구와 가장 행복했던(즐거웠던) 기억은?
이 물음에 ‘행복했던’이라는 말이 있지만, 난 ‘즐거웠던’으로 쓰겠다. 난 행복이라는 말 잘 안 쓴다. 여전히 이게 뭔지 잘 모르겠다. 즐거웠던 것도 행복과 다르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친구와 즐거웠던 기억은 있던가. 그래도 좋았던 기억이라면 어릴 때 만난 친구와 함께 밖에서 놀았던 거다. 지금은 밖에서 노는 아이들 별로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주 없지는 않다. 아파트 옆을 지나다 보면 놀이터에서 친구와 노는 아이 있기도 하다.
난 놀이터에서 논 적은 없다. 어릴 때 살던 곳에는 놀이터 없었다. 학교도 멀었다. 초등학교다. 걸어서 삼십분 넘었다. 그때부터 학교에는 걸어 다녔다. 그때 걸어서 나중에 좀 낫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지금도 어디든 걸어 다닌다. 어릴 때 살았던 곳도 다른 데서 이사한 곳인데, 거기에 나랑 같은 나이 친구가 있었다. 하나는 같은 학년이었지만, 하나는 한 학년 위였다. 어릴 때는 나이만 같으면 친구 아닌가. 한 학년 위여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 친구는 뭐든 잘했다. 고무줄 공기놀이 다.
친구가 셋이면 별로 안 좋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두 친구가 나하고 말을 안 했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둘만 놀고 나를 따돌렸다. 이건 즐거웠던 기억이 아니구나.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이 말 몇 번을 쓰는 건지. 시간이 가고 다시 말했다. 그때는 한 학년 위인 친구한테 다른 친구가 언니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나도 그랬다. 어릴 때 난 좀 어수룩했구나. 지금도 다르지 않던가.
조금 안 좋은 기억이 있지만, 그래도 그때 친구와 놀던 때가 가장 즐거웠다. 다른 친구하고는 별로 놀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동네 친구는 그때 뒤로는 사귀지 못했다. 어쩐지 아쉽구나. 지금은 친구가 별로 없다. 아니 거의 없나. 실제 만나는 친구는 없지만 이렇게 인터넷에서 만나는 친구는 있으니 괜찮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