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미란다에게 생긴 일 - 2010년 뉴베리상 수상작 찰리의 책꽂이
레베카 스테드 지음, 최지현 옮김 / 찰리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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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서는 열한 살일 때 중학생이던데, 여기에 나온 미란다는 열두 살인데도 초등학교 6학년이다. 초등학교가 4년제인 곳도 있기는 하다. 아니 그것보다는 책 속에 나온 때가 1970년대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미란다는 엄마와 둘이서 살고 있고, 아버지가 없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엄마 남자 친구인 리처드 아저씨가 있어서였을까. 엄마는 변호사가 꿈이었는데 대학 1학년 때 미란다를 낳아서 학교를 그만두고 지금은 법률 사무소에서 일한다. 미란다 이름은 ‘미란다 경고(원칙)’에서 따온 거였다. 엄마가 처음에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그렇다고 했다. 미란다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남자 이름이었다. 미란다에 대한 것을 어디선가 본 것 같기도 한데 생각나지 않는다. 미란다가 늘 읽는 책은 《시간의 주름》(메들렌 렝글)이다. 이 책 나도 읽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제목에 ‘시간’이 들어가 있는 책을 읽은 것 같기도 한데, 다른 것인가 보다.

 

이 이야기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앞에 미란다에 대해 조금 썼는데, 미란다는 엄마가 일을 해서 열쇠를 가지고 다니고 열쇠를 학교에 두고 올 때는 엄마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집 가까운 곳에는 조금 이상한 사람이 나타났다. 미란다는 웃는 남자라고 했다. 이 웃는 남자 곁을 지난 때면 언제나 단짝 친구인 샐이 있었는데, 샐과 멀어지고 만다. 샐이 어떤 남자아이한테 맞고는 미란다와 말하지 않고 같이 다니지 않게 되었다. 미란다가 샐과는 멀어졌지만 학교에서 다른 친구를 사귀었다. 그래도 여전히 미란다는 샐에 대해 마음 썼다. 미란다는 샐을 때린 남자아이 마커스와도 말을 하게 된다. 어느 날 미란다는 빌려 온 책 속에서 쪽지를 보게 된다. 쪽지에는 알 수 없는 말이 쓰여 있었다. ‘네 친구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갈 거다. 내 목숨까지도.’ 이 말은 마지막 줄에 있는 말이다. 첫번째 쪽지는 엄마와 함께 봤는데, 두번째 쪽지에서 미란다만 보라고 했다. 미란다는 대체 누가 자신한테 쪽지를 보내는 것인가 하고, 위험에 빠지는 친구는 누구인가 한다.

 

쪽지 때문이었는지 미란다는 아이들을 잘 살펴본다. 그리고 여러가지를 알게 된다. 한 친구는 병이 있는데도 말하지 않았고, 그 친구를 좋아하는 친구를 보면서는 샐을 생각하는 자신과 같다는 것을 알았다. 화장실에 가고 싶지만 창피해서 선생님한테 말하지 못한 아이를 보고는 미란다가 선생님한테 말하고 화장실에 그 아이와 함께 갔다. 그리고 사고를 당할 뻔했다가 웃는 남자 때문에 조금 다치기만 한 샐 마음도 알게 되었다. 샐이 미란다와 멀어지게 된 까닭 말이다. 샐은 자기한테 친구가 미란다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른 친구도 사귀어야 한다고 느꼈던 거였다. 친구가 하나밖에 없어도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닌데, 샐은 외로웠나 보다. 샐은 미란다한테 신호를 보냈다고 했는데, 알기 어려운 신호보다 말을 했다면 더 나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미란다 마음이 덜 아팠을 텐데 말이다. 쪽지에 쓰여 있던 위험해지는 친구는 바로 샐이었다. 그러니까 일어나지 않은 일이 쪽지에 쓰여 있었던 거다. 누군가가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란다는 바로 그 사람한테 편지를 써야 했다. 아직 시간 여행을 떠나지 않았고, 죽기까지 하는 사람한테 말이다.

 

이 책에 나온 이야기와 비슷한 것을 본 것 같은데, 위험을 알려줘서 사고를 당하지 않았던 영화 <시월애>가 있기도 했다. 그리고 자기 동생을 구하려고 나중에 타임머신을 만들어서 앞날의 자신이 지금의 자신을 만나는 이야기도 있다. 《시간의 퍼즐 조각》(낸시 에치멘디) 앞에서는 제목이 떠오르지 않았던. 예전에는 시간 여행을 할 때 자기 자신과 마주치지 않아야 하는 원칙 같은 것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것도 없어진 듯하다. 아니, 서로가 모르면 상관없을지도. 지금을 살아가는 자신은 앞날에서 온 자신을 모르는 거다. 겉모습이 다르니 모를 수밖에 없지만. 언젠가는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시간 여행을 하는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면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슬픈 일이 한번 일어나서 그 일을 막기 위해 시간 여행을 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간 여행도 중요하지만, 여기에서는 미란다가 자라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이런 모습은 동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이구나, 그리고 꼭 아이들만 자라는 것은 아니기도 하다) 다른 사람을 좀 더 잘 보려고 하는.

 

 

 

희선

 

 

 

 

☆―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쉬워. 하지만 그 사랑을 소리 내어 이야기해야 할 때를 알기는 어려운 법이지.”  (2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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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독스 1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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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독스 13 세계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될 것인가 마음 졸이며 봤어. 두번째 그 시간이 다가오면 혹시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했는데, 그리고 시계도. 그래, 나는 세이야 시계가 정확할 줄 알았어. 마지막까지 보고 났더니 이상하게 눈물이 났어. 대체 왜였을까. 슬퍼서였을까, 조금 덧없어서였을까. 아마 둘 다겠지. 결국에는 죽은 사람과 무서운 세계에서 몇 사람이 지낸 한달 남짓이라는 시간은 대체 뭐지, 하는 생각 때문이겠지. 겨우 몇 사람만 남은 세계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세이야는 존경스러웠어. 나는 절대 그렇게 못할 테니 말이야. 그렇지만 그런 생각을 아주 안 한 것도 아니야. 그곳에 남은 사람들만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찾아서 다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도 괜찮겠다고. 이런 생각은 내가 거기에 있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 그리고 P-13 현상이 한번 더 일어난다는 것을 몰랐을 때 한 생각이야. 누구나 또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하면 무엇인가 달라질 것이다고 생각할거야.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본래 내가 차근차근 설명하는 거 잘 못해.

 

일본 총리를 만나러 JAXA(우주 항공 연구 개발 기구)에서 사람이 왔어. 블랙홀의 영향을 지구가 받게 되는데 그것을 P-13 현상이라 했어. 그 일은 3월 13일 13시 13분 13초에 일어난다는 거야. 총리와 각료들은 그때 큰 사건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라고 국민들한테는 아무 말하지 않기로 했어. P-13 현상이 일어나도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었지. 국민들한테 말했다가 큰 혼란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여긴거야. 사람이 느끼지 못한다 할지라도 조심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하는 거 아닐까? P-13 현상이 일어났을 때 가만히 있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어. 그리고 그 사람들은 많은 사람이 사라져버린 세계에 남게 되었어. 모두가 사라진 것인지, 몇 사람이 그곳에 가게 된 것인지. 어쨌든 그 세계는 아주 무서웠어.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었어. 지진뿐 아니라 모든 것을 잠기게 할 듯이 엄청나게 비가 쏟아졌거든. 아직 남아있는 사람들을 모두 없애버리기 전에는 멈추지 않을 것 같았어. 실제로도 그랬고.

 

열세 사람이 가게 된 패러독스 13 세계는 사람뿐 아니라 살아있는 동물은 살 수 없는 곳인가 봐. 그 세계가 사람이나 동물을 다른 물질이라 여긴 게 아닐까. 그런데 이게 다른 세계에서만 있을 수 있는 일일까. 우리는 지구를 아프게 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자연환경이 많이 바뀌기도 했잖아. 이 세계에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게 나왔을 때는 정말 무서웠어. 패러독스 13 세계에 내린 것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그런 비를 경험했으니까. 여름에 우리나라 한 지역에 갑자기 비가 아주 많이 쏟아지게 된 것은 분명히 환경이 파괴되었기 때문일거야. 또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어. 아무리 사람한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힘이 있다 할지라도 같은 일을 여러번 겪으면 마음이 꺾일거야. 그건 그렇고 아무렇지도 않게 썼는데 신기하게도 이곳에 있는 사람이 열셋이었어. 열셋이었던 사람이 줄어갔지만.

 

사람 때문에 지구가 아프다는 것만을 말하고 있지는 않아. 이것이 아주 중요한 것이기는 해. 그렇다고 어떠한 형편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마라도 아닌 것 같아. 사실 희망은 손으로 잡을 수 없는 뜬구름 같은 거잖아.(보이지 않아도 믿어야 하지만) 그러면 우리가 잡을 수 있는 것은 뭘까. 그것은 나도 잘 모르겠어. 사람마다 다 다르지 않을까. 바로 옆에 있는 사람 손일 수도 있고, 이런 경우가 가장 많겠지. 꼭 무엇인가를 잡아야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 어쨌든 살아가라 가 아닌가 싶어. 살아있어야 무슨 일이든 일어나잖아. 지금은 패러독스 13 세계에서 사람들이 보낸 한달 남짓의 시간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 시간이 그 사람들한테는 필요했던 거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말이야.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

 

 

 

아주 다 믿는 것은 아니지만,

살아있는 게 좋다고 생각해

어쨌든 살아가

 

 

 

희선

 

 

 

 

☆―

 

“사람들을 잘 부탁해. 절대 타협하지 마.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어. 살려고 애쓰지 않는 사람한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아.”  (5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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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기다림
오츠이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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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사고로 눈이 보이지 않게 되고 얼마전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혼자 살게 된 혼마 미치루, 역 플랫폼으로 전철이 달려올 때 사람을 밀어서 죽인 것처럼 보여서 경찰한테 쫓기게 된 오이시 아키히로. 관계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다. 아키히로가 있었던 역 플랫폼은 미치루 집에서 보였다. 아키히로는 전부터 미치루가 시각장애인이고 혼자 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키히로는 미치루 집에 몰래 숨어들어서 역 플랫폼에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아무리 미치루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집에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모를까. 그렇다, 미치루는 아키히로가 집 안에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만 모른 척한다. 가만히 있으면 아키히로가 자신을 해치지 않으리라고 여겼다. 아키히로는 미치루한테 들키지 않기 위해서 아주 조심한다. 미치루가 자신이 있다는 것을 알고 경찰한테 신고하면 어쩌나 조마조마해한다.

 

두 사람이 서로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나타내게 된 것은 미치루가 찬장 앞에 놓고 올라간 낡은 의자에서 떨어졌을 때다. 미치루는 아키히로가 자신이 다치지 않게 한 것에 대해 자기도 모르게 고맙다고 말했다. 다음 날 아키히로는 미치루가 고타츠 안에 들어가 누워 있을 때 발소리를 내고 걸어가 부엌으로 이어지는 미닫이를 열었다 닫았다. 저녁에 미치루는 식탁에 아키히로의 스튜를 준비하고 기다렸다. 아키히로는 식탁에 앉아서 스튜를 먹었다. 그리고 그 뒤에도 미치루와 아키히로는 함께 밥을 먹었다.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괜찮을 때도 있구나 했다. 사실 두 사람이 이때 할 수 있는 말이 없기는 했다. 아키히로는 경찰한테 쫓기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키히로와 미치루는 조금 비슷하다. 무엇이 비슷한가 하면,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사는 일에 서툰 것이다. 아키히로는 누군가한테 상처받기 전에 아예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고 했다. 미치루는 눈이 보이지 않게 되고는 밖에 나가기보다 집에만 있으려고 했다. 앞으로도 혼자 그렇게 살아갈 생각이었다. 그래도 둘 다 마음속으로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싶어했다. 아키히로는 미치루한테, 미치루는 아키히로한테 문 밖으로 나갈 용기를 갖게 해주었다. 사실은 미치루가 혼자 밖에 나가는 일을 무척 무서워했을 때 아키히로가 미치루 손을 이끌어 밖으로 나갔다. 미치루는 지팡이로 길을 더듬으며 친구 카즈에 집에 갔다. 미치루한테는 어렸을 적 친구인 카즈에가 있었다. 카즈에가 미치루를 많이 도와주었는데, 미치루가 집에만 있지 않기를 바랐다. 언제까지나 자신이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면서. 맞는 말이기는 한데 잘 모르겠다. 그냥 마음 편하게 살면 안 될까. 꼭 무서운 바깥에 나가야 하는 걸까. 이 말을 쓰고 말았다.

 

이 이야기 따듯하다. 두 사람의 관계만 생각하면 아주 좋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에서 끝나지 않고 더 넓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나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그러면서 ‘바깥은 생각보다 따스해’라고 쓰다니. 이것을 느낄 수 있다면 좋은 것이고, 느끼지 못하면 또 어떠리. 이번이 두번째로 읽은 건데 여전히 잘 못 쓰는구나. 시작부터 좀 별로였다. 사건에 대한 것보다는 두 사람에 초점을 맞춰서 읽어보기 바란다. 그렇게 읽을 수밖에 없기는 하다.

 

 

 

바깥은 무서워

너를 지켜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하지만 그런 것만 있는 것은 아니야

네 마음을 위로해주는

하늘 바람 나무 새도 있어

어때?

이제 나가보고 싶지

그래,

바깥은 생각보다 따스해

 

 

 

희선

 

 

 

 

☆―

 

옛날에 아키히로는 교복을 입고 공부하던 학교에서도, 작업복을 입고 일하던 회사에서도, 언제나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어디에 있어도 손바닥에 땀이 배는 긴장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정말로 내가 있어도 되는 곳은 어디일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필요했던 것은 있을 곳이 아니었다. 필요했던 것은, 자신의 존재를 허용해 주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2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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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5 16: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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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8 0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둠즈데이 북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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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잠깐 잤는데 꿈을 꾸었다. 내 팔에 쌀알보다 조금 작은 물집이 잡혀 있었다. 나는 예전에도 그런 게 생겼다가 나았다고 말했다. 엄마가 약을 바른다며 그것을 다시 보여달라고 해서 소매를 걷어서 팔을 보니 물집 같은 게 터져서 피가 나오고 있었다. 엄마가 그런 거 알아보러 온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죽을 것이다고 말했다. 무엇인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왔다 갔다. 그 말 듣고 혹시 나도 죽는 것인가 했다. 병에 걸려서 죽고 싶지는 않나 보다. 책속에 바이러스 감염이나 페스트가 나와서 그런 꿈을 꾼 게 아닌가 싶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게을러서 죽지도 못한다. 죽으려면 자기 둘레 정리를 해야 하는데 그런 것을 하나도 안 하고 사니, 앞으로는 조금씩이라도 해야 할 텐데. 사람 일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든다. 나한테 별일 있을까 하는. 꿈에서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때 눈이 떠졌다. 꿈이어서 다행이다고 생각한 적은 많이 있기도 하다.

 

《둠즈데이 북》은 정복왕 윌리엄이 1086년 잉글랜드 지방의 인구 통계를 담은 책이라고 한다. 여기에서는 중세학을 공부하는 키브린이 중세 시대에 가서 그곳에서 있었던 일과 사람에 대해 녹음해두는 것을 뜻한다. 여기 나오는 시대는 2054년 영국 옥스퍼드로 역사학자는 기계를 써서 지난 날로 떠날 수 있었다. 자유롭게 시간 여행을 한다는 것이다. 그저 역사를 알아보기 위한 것일 뿐이다. 그 시대에 간섭할 수는 없다. 키브린은 본래 1320년에 가야 했는데 문제가 일어나서 페스트가 퍼진 1348년으로 갔다. 이 일을 알게 된 것은 2부 끝에서다. 키브린이 떠나고 2054년 영국 옥스퍼드에는 까닭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퍼졌다. 인플루엔자가 변형되었다고 했는데, 신종 인플루엔자가 떠오르기도 했다. 2054년에 바이러스에 감연된 사람이 아프거나 죽기도 했는데, 중세에서 페스트에 걸린 사람은 모두 죽었다. 키브린은 페스트 예방 접종을 받고 갔다. 그래서 괜찮았는데 키브린이 신세를 진 한 집안 식구들과 신부가 모두 죽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상하게 그런 모습을 보는 게 답답했다. 키브린이 사람들을 살리려고 애써도 소용이 없어서였을까. 그래도 신부는 키브린을 성녀 캐서린이라 여겼고 키브린이 그곳에 와서 자신은 구원받았다고 했다.

 

사람들은 이 세상에 자신이 왜 태어난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무슨 뜻이 있길래. 나는 그런 생각을 해도 답은 아직 모르겠다. 정답은 없겠지만 앞으로도 찾아야 할 것 같다.(어쩌면 별거 없을지도 모르겠다)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키브린이 왜 모두가 죽고 마는 1348년으로 가게 된 것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주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키브린은 중세 시대 사람들과 살았다. 영주 집안 식구들로 아이들도 있었다. 로즈먼드는 열세 살이었는데 얼마 뒤에 결혼한다고 했다. 로즈먼드가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나이도 아주 많았다. 그리고 로즈먼드 동생 아그네스. 아그네스는 키브린이 하는 말을 처음으로 알아들었다. 키브린이 1320년이 아닌 1348년에 간 것은 키브린이 만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죽어가는 가운데도 희망을 가졌던 사람들을 말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죽어갈 때는 담담한 마음이었는데 이렇게 쓰다보니 마음이 조금 안 좋기도 하다. 2054년 영국 옥스퍼드에도 슬픈 죽음이 있었다. 그래도 2054년보다는 1348년에 더 많은 사람이 죽었다.

 

책을 보다가 떠오른 게 있다. 거기에서는 여기와는 다르게 의사가 우연히 지난 날(에도 시대)로 가지만. 머리에 있는 종양 때문이었으려나. 그것은 일본 드라마 진(仁)이다. 원작은 만화라고 한다. 에도에 콜레라가 퍼졌을 때 진은 자신 때문에 역사가 바뀌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환자들을 내버려두려고 했다. 하지만 의사이기에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기만 할 수는 없어서 환자들을 돌본다. 그리고 한참 뒤에 나오는 페니실린까지 만든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키브린이 역사학이 아닌 의학을 공부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그랬다면 몇 사람은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여기에서는 역사에 간섭할 수 없기 때문에 어려웠으려나.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죽어간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은 얼마나 좋은 시대냐 하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이 나온 것은 1992년이지만. 1992년에서 1348년도 아주 먼 옛날이다. 책을 읽기 전에 조금 걱정했는데 재미있게 읽었다. 비 맞고 다니는 모습이 자주 나왔는데 추웠겠다는 생각이 든다.

 

 

 

희선

 

 

 

 

☆―

 

“하지만 전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어요.” 키브린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왜 울고 계시나요?” 신부가 물었다.

 

“신부님은 절 구해 주셨어요.” 흐느낌에 목소리가 희석되었다. “그런데 전 여러분들을 구해 내지 못했어요.”

 

“죽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신부가 말했다. “그리고 아무도, 우리 주 그리스도조차 죽음에서 사람들을 구할 수 없습니다.”

 

“알아요.” 키브린이 말했다. 키브린은 눈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얼굴에 손을 댔다. 손바닥에 눈물이 고이더니 로슈 신부의 목으로 방울방울 떨어졌다.

 

“하지만 성녀님은 저를 구원해 주셨지요.” 로슈 신부가 말했고 신부 목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두려움에서.” 로슈 신부는 콜록거렸다. “믿지 않는 마음에서 저를 구하셨습니다.”

 

키브린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 신부의 두 손을 잡았다. 손은 차가웠으며 벌써 굳기 시작하고 있었다.

 

“전 모든 이 가운데서 가장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로슈 신부는 말하며 두 눈을 감았다.  (764쪽)

 

 

키브린은 손바닥을 뒤집어 어스름한 속에서 손목을 살펴보았다. “로슈 신부님과 아그네스와 로즈먼드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 대해 모두 기록해 놓았어요.”  (8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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チ-ズスイ-トホ-ム 5 (KCデラックス) (コミック)
こなみ かなた / 講談社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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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쌓아놓고 본다고 하는 말을 많이 봤는데, 나는 그러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이것은 다른 책도 마찬가지다. 다른 책을 보는 사이사이에 만화를 한권씩 본다. 만화를 보고 나서 쓰는 것은 다른 책을 보고 나서 쓰는 것보다 더 자세한 줄거리다. 무엇인가 다른 말을 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은 자주 하지만, 생각만 하고 그냥 쉬운 쪽을 고르고 만다. 다른 말 쓸 게 거의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안 쓰면 괜찮을 텐데, 줄거리라도 써야 마음이 편하다. 아무것도 안 쓰고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이상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내 마음 때문에 괴로운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나를 괴롭게 하다니, 이렇게 바보 같을 수가. 이것은 누구나 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결국 모든 괴로움은 바로 자기 자신에서 오는 것이니까.

 

이 책 4권을 본 때는 2011년 8월이다.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니. 그동안 왜 안 본 걸까. 사실 왜 그랬는지 아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때 이 책을 5권까지밖에 사지 않아서다. 지금은 9권 빼고 다 있다. 그리고 올해 10권이 나온다. 이 책은 한 해에 한권밖에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좋은 것이고 어떻게 보면 안 좋은 것이다. 그림은 모두 컬러다. 그래서 책이 비싸다. 이 말은 예전에도 썼는데 또 썼다. 이 만화에는 그렇게 어려운 말이 쓰여 있지 않아서 쉽게 볼 수 있다.(다른 만화에도 어려운 말은 많이 적혀 있지 않다) 그런데 왜 아직도 다 못 봤느냐 하면, 보고 나서 쓸 일이 걱정스러워서다. 내가 좀 쓸데없는 걱정을 많이 한다. 이것은 어느 책이나 똑같다. 책 읽고 보는 것을 즐겨야 하는데 다음 일을 걱정하다니, 마치 오늘보다 오지 않은 내일을 걱정하는 것과 같구나. 이런 강박증 같은 것은 어떻게 고칠 수 있으려나. 그런데 강박증 맞는 말인가. 이런 말장난 같은 말은 이만 줄이고 이 책에 대해 써야겠다. 지금까지 이야기 조금, 5권에 나온 이야기 조금.

 

엄마 고양이와 떨어져 길을 헤매다 지친 새끼고양이는 공원에서 넘어진 요헤이와 만난다. 요헤이는 어린아이다. 요헤이는 집으로 고양이를 데리고 가자고 엄마한테 말한다. 하지만 요헤이네가 사는 아파트에서는 애완동물을 키울 수 없었다. 엄마는 새끼고양이 주인이나, 맡아줄 사람을 찾을 때까지 고양이를 잠시 집에 두기로 한다. 얼마 뒤 새끼고양이 이름을 치라 한다. 시간이 흘러도 치를 맡아줄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요헤이뿐 아니라 엄마 아빠 모두 치를 좋아하게 되었다. 한번은 농장을 하는 사람한테 치를 맡길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치가 없는 집을 생각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아파트에서 검정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 퍼지고 관리인한테 들켜서 그 사람은 다른 곳으로 이사한다. 검정고양이는 치와 친해지기도 했는데. 엄마 아빠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한다. 때마침 애완동물을 키워도 괜찮다는 말이 쓰여 있는 아파트가 보였다. 엄마 아빠는 앞으로도 치와 함께 살기 위해서 이사하기로 한다. 먼저 살던 아파트에서 일어난 재미있는 일들도 많다. 치가 요헤이네 식구와 살면서 일어난 일과 치만의 모험도 나온다. 우리는 치가 말하는 것을 알지만, 요헤이와 엄마 아빠는 모른다. 그렇다 해도 서로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내 생각일 뿐이려나. 그렇지 않겠지.

 

이사한 집에서 치는 아직 집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 이번에는 집 밖으로 나간다. 처음에는 치가 뜰에 있을 때 옆집 개 짖는 소리에 바깥으로 나가서 가까운 곳을 잠시 둘러보기만 했다. 어린이가 새로운 것에 관심을 많이 가지듯 새끼고양이도 바깥에 관심을 가졌다. 멀리까지 이어진 길에. 그렇다고 해서 집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집에서 나간 치는 놀이터에서 놀다가 먼저 살았던 집에까지 간다. 그 집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고 말았다. 우연히 만난 얼룩고양이가 자기가 사는 집에 치를 데리고 가서 먹이를 주고 ‘이 집 고양이가 되는 게 어때’ 했다. 치는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아무리 방석에 자기 냄새를 묻힌다고 해도 그곳에는 요헤이도 엄마도 아빠도 없었다. 치는 집으로 돌아갔을까. 치가 집에 갈 수 있게 도와준 것은 바로 옆집 개다. 치가 돌아간 뒤 얼룩고양이는 치를 어디에서 봤는지 떠올렸다. 치를 낳은 엄마 고양이와 형제들을.

 

집 바깥에 나온 치한테 얼룩고양이가 마마가 있는 곳에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치는 마마가 뭐야 했다. 처음에 치가 엄마를 ‘마마’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새 그 말을 잊어버렸나 보다.(정말 나왔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요헤이가 엄마라고 해서 치도 엄마라도 했는데. 어쨌든 치는 마마가 우유를 준다고 한 말에 끌려서 얼룩고양이를 따라갔다. 그런데 치가 생각하는 마마가 조금 웃겼다. 얼룩고양이가 제대로 설명을 해줬다면 그러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얼룩고양이와 치가 가는 길 벽에 치를 찾는다고 쓴 듯한 종이가 있었다. 치는 본래 집고양이였나 보다. 얼룩고양이는 치를 집 앞까지만 데려다 주었다. 결국 치는 엄마 고양이를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검정고양이를 만났다. 치가 사람을 피해서 숨었던 쓰레기를 덮은 그물 속에서 나오지 못했을 때 검정고양이가 나타나서 그물을 들어주었다. 치는 검정고양이한테 보고 싶었다고 했다. 검정고양이가 사는 집에서 치는 우유를 얻어먹고, 잠시 검정고양이 위에서 잤다. 그러고는 꿈을 꾸었다. 언젠가 있었던 일에 대한. 집에는 검정고양이가 바래다 주었다. 검정고양이네 집에서 치네 집은 똑바로 가면 나왔는데, 치가 집에서 나왔을 때 길을 되짚어 갔기 때문에 조금 복잡했다. 치도 언젠가는 그것을 알게 되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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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3-03-05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서로 읽으시는거에요? 저는 애니때문에 듣는 건 어느정도 되는데 아직 읽지는 못하겠던데..ㅎㅎ 고양이 정말 귀엽네요. 예전에 고양이 카페에 간 적 있는데 거기 고양이들은 저렇게 귀엽지는 않더군요, 풋. 항상 만화가 현실보다 더 귀엽..

희선 2013-03-07 02:39   좋아요 0 | URL
이 만화에는 아주 쉬운 말이 나옵니다
일본말 어느 정도 들을 수 있다면, 글을 읽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기본 글자만 공부하면... 만화는 한자에 요미가나(읽는 글자)가 적혀 있는 게 많아요 만화는 볼 수 있는데, 아직 소설은... 소설도 보고 싶은데...
저도 만화에는 이렇게 귀엽게 나오지만 실제는 좀 다르겠지 하는 생각했습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