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람은 한곳에 머물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곳으로 떠난다

많은 것을 보고 듣는 바람

 

네가 만난 바람과

내가 만난 바람은

같은 바람일까

 

 

 

2

 

바람은 힘이 들면 나무한테 기대고,

나무는 바람이 찾아오면 반가운 듯 작게 웃는다

 

바람은 잠시 쉬는 동안

나무한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무는 그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또 웃는다

 

바람이 떠나면

나무는 다시 기다린다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지금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게 이것저것 많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별로 없었다. 어쩌면 나만 없었던 건지도. 난 어렸을 때 라디오를 듣고 대중음악을 알게 됐다. 텔레비전도 봤구나. 음악방송을 보고 라디오 듣게 됐겠지. 중학생이 되고 나서 좋아하는 노래 테이프를 샀다. 그래, 내가 어렸을 때는 테이프를 들었다. 레코드판도 나오고 CD도 나왔는데 CD는 언제부터 나온 건가.

 

 집에 테이프 듣는 건 있어도 CD 들을 수 있는 건 없어서 한달에 얼마 안 되는 용돈으로 테이프를 샀다(카세트는 내 것이 아니었다). 라디오 듣다가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면 녹음도 했다. 그때는 진행자가 노래 소개할 때 그게 들어가지 않게 하려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 말도 녹음했다면 괜찮았겠다 싶다. 예전에 녹음한 테이프는 어디로 간 건지. 몇해 전에 집에 물난리가 나는 바람에 다 물에 잠겼구나(또 이런 말을). 지금은 테이프 듣는 일 없지만 테이프가 물에 잠긴 건 아쉬운 일이다. 얼마 안 되는 CD도. CD는 물에 씻어도 괜찮다.

 

 어쩌다 CD 카세트가 생겨서 CD를 조금 사기도 했다. CD 카세트도 물난리 때 고장나고 이제는 라디오만 나온다. 지금 CD 들을 수 있는 건 없다. 컴퓨터를 켜면 CD를 들을 수 있기도 했는데, 그것은 예전에 고장났다. 고장나면 고치거나 새로 사야 하는데 그러지 않다니. 평소에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듣고, 컴퓨터 쓸 때는 파일이나 인터넷에서 들어서구나.

 

 가끔 공책에 써둔 글을 타이핑할 때 음악을 듣기도 한다. 얼마전에도 그랬는데 어쩐지 소리가 작게 들렸다. 내 컴퓨터 스피커는 이제는 쓰지 않는 오디오에 이어진 거다. 오디오가 좋은 아니지만 소리는 나름대로 들을 만하다. 그건 본래 내 것이 아니었다. 난 늘 헌 것만 쓰는구나. 그거라도 있어서 다행인가. 내가 음악을 그렇게 크게 듣지 않지만, 스피커 소리가 줄어든 게 마음 쓰여서 오디오 소리 조절하는 걸 만져서 제대로 나오게 했다. 한동안 줄어든 소리로 들었다니. 예전에 소리가 줄어들었을 때 소리 잘 들어봐야겠다 했는데 그걸 잊어버렸다. 시간이 흐르면 또 소리가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가끔 음악 듣고 그걸 바로 알아채도록 해야겠다. 음악뿐 아니라 영상도 소리 중요하다. 그것도 크게 듣지 않지만.

 

 음악을 무엇으로 들었는지 하는 이야기에서 컴퓨터 스피커 소리 이야기를 하다니. 처음 하려던 말은 컴퓨터 스피커 소리가 다시 커졌다는 거였다. 어떤 걸 오래 쓰다보면 처음에 그게 어땠는지 잊기도 한다. 그걸 잊지 않으려면 거기에 좀더 관심을 가져야겠지. 기계 같은 거 가끔 검사하는 건 그래서구나. 사람 사이는 그렇게 해도 다시 돌아가지 않는 것 같다. 그건 흘러가는 대로 둬야 하는 건지도.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리카
이가라시 다카히사 지음, 이선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끔 사람은 왜 살까 하는 생각을 해도 답은 모르겠다. 날마다는 다르지만 많은 사람이 그날이 그날이다 생각하고 살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한 걸 기쁘게 여기고 사는 사람도 있겠지. 누구나 다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힘든 일이다. 어떤 일이 닥치지 않는 한은 되풀이되는 날들을 지루하게 여길 거다. 난 어떨까. 나도 나만의 규칙을 가지고 날마다 비슷하게 지낸다. 가끔 어떤 일 때문에 그게 깨지는 게 싫다. 꼭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날마다 어느 정도 해야 하는 것이 있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구나. 어쨌든 난 심심하다고 뭔가 다른 걸 하고 싶지는 않다. 심심하면 심심한 대로 그 시간을 보낸다. 어쩌면 많은 사람이 나와 다르지 않을지도. 이 소설에 나온 사람처럼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거다. 그리고 여기에서는 남자가 그걸 했는데, 여자도 하는 사람 있지 않을까.

 

 혼마 다카오는 아내와 딸이 있고 인쇄회사에 다녀서 사는 게 어렵지 않다. 평범하게 보이지만 누군가는 혼마가 행복하게 산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혼마는 아닌 것 같았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대학 후배 사카이가 만남 사이트라는 걸 가르쳐주자, 자극이 없는 자신의 생활을 생각하고 자신도 한번 해 본다. 조금 거짓말을 섞어 자신을 멋있게 꾸미고 여러 여자와 전자편지를 나누었다. 그렇게 한해를 하고 딱 한사람만 만나고 그것을 그만두려 했다. 그때 혼마가 전자편지를 보낸 사람이 바로 리카다. 리카 느낌이 처음에는 좋았는데 혼마가 휴대전화번호를 가르쳐주자 리카가 자꾸 전화했다. 전자편지도 엄청나게 보냈다. 혼마는 그제야 리카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는다. 리카는 혼마한테 전화하고 혼마가 전화번호를 바꾸자 혼마를 찾아낸다. 나중에는 집과 회사 그리고 아내와 딸까지 알아낸다. 그런 거 참 무서울 것 같다.

 

 이런 일 쉽게 일어나지는 않겠지. 아니 내가 모르는 일이 세상에는 많으니 아주 없다고 할 수 없겠다. 처음 잘못한 건 혼마다. 아내와 딸이 있고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 다른 걸 바라다니. 차라리 취미를 갖지, 왜 모르는 사람을 만나려고 했을까. 인터넷에서 알게 된 사람을 만나는 게 다 안 좋은 일로 이어지지는 않을 거다. 좋아하는 게 같은 사람끼리 모이는 일도 많다. 인터넷은 워낙 넓고 이런저런 사람이 있다. 많은 사람이 솔직하겠지만 자신을 속이는 사람도 조금 있을 거다. 혼마는 겁도 없이 그런 걸 했다. 그래도 혼마가 안됐다 싶다. 리카는 정말 이상했다.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글만 보고 그런 걸 알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래도 리카가 혼마한테 보낸 전자편지 조금 이상했는데, 어쩌면 난 리카가 어떤지 알고 그걸 봐서 그렇게 생각한 건지도 모르겠다.

 

 남자가 여자를 혼자 좋아하다 스토커가 되는 건 자주 봤지만 여자가 그러는 건 별로 못 봤다. 스토커가 되는 여자는 남자보다 많지 않아도 있을 거다. 무서운 여자. 마리 유키코는 무서운 여자 이야기를 잘 쓴다. 책 한권밖에 안 봤는데 이런 말을. 그 한권이 엄청났다. 《리카》를 보다보니 스티븐 킹 소설 《미저리》가 생각났다. 어떤 이야긴지 알지만 책은 못 봤다. 미저리에 나오는 여자(애니)보다 리카가 더 무서울지도 모르겠다. 리카는 한때 간호사로 일한 적이 있어서 의학지식이 있었다. 그걸 이용해 사람을 죽이기도 했다. 리카는 사람을 죽이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망상이 심하고 자기애가 크다. 그런 사람과 마주이야기가 잘 될까. 리카는 다른 사람 말은 듣지 않고 자기가 생각하는 것만 말한다. 떼쓰는 어린이 같기도 하다. 조금이라도 말이 되어야 뭔가 해 볼 텐데 그런 게 안 돼서 마지막은 안 좋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정신이 이상해진다.

 

 스가와라 형사는 리카가 혼마를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고 했는데, 혼마는 아직 살았을까. 만약 리카가 경찰한테 잡혔다면 왜 리카가 그렇게 됐는지 나왔겠지. 사람이 처음부터 그렇게 꽉 막히고 잔인할까. 사이코패스로 태어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사람도 자라는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리카가 그렇게 된 떠도는 이야기가 여기에 나오기는 했는데 그것일까. 리카가 왜 그렇게 됐는지 나중에 볼 수 있을지. 어쩐지 여기 나온 게 다일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어둠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애쓸 거다.

 

 

 

희선

 

 

 

 

☆―

 

 “사람 마음속에는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어둠 같은 게 있어. 평범하게 살아가면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해. 나도 자네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기회는 뭐라도 좋아. 아무리 시시한 거라도 상관없어. 어느 날 사소한 기회로 어둠이 두렷한 형태를 이루는 일이 있어. 그런 일은 누구한테라도 일어날 수 있지. 그런데 어둠이 갈수록 커져서 마음을 아주 뒤덮은 순간…….”

 

 그는 피곤에 지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사람 자체가 어둠이 되어버리는 거야.”  (193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깐도리 2017-12-27 1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시리즈였죠^^ 소설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읽던데...

희선 2017-12-28 01:19   좋아요 0 | URL
세권으로 한국에는 두번째까지만 나왔네요 마지막에 리카가 왜 그렇게 됐는지 나오는가 봅니다 두번째도 못 봤는데 세번째를 말하다니...


희선
 

 

 

 

난 멀리서 보기만 할게

──고양이

 

 

 

너를 보기만 해도 내 마음은 스르르 풀려

 

우연히 널 마주치면 반갑지만

네가 달아날까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해

넌 이런 내 마음 모르겠지

 

네 가벼운 몸짓을 보면 신기하고

네 빠른 발걸음을 보면 아쉬워

어디를 그렇게 서둘러 가는 거야

 

나도 너와 함께 살고 싶을 때 있지만

사람한테도 다정하지 못한 내가

어떻게 널 잘 챙기겠어

 

난 그저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게

길에서 자주 만나

나를 보면 바로 떠나지 말고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어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눈사람은 언제나 창 안을 바라봤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웃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따듯했다

 

어느 날부터 눈사람은 꿈꾸었다

창 안으로 들어가 아이와 놀고 싶다고

가끔 아이가 밖으로 나와 눈사람한테 인사했지만,

아이가 바깥에서 노는 시간은 짧았다

 

‘아이가 내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날 안으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할 텐데’

 

얼마 뒤 눈사람은 자기 몸이 작아진 걸 알고,

언젠가는 자신이 사라지리라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 사라진다면 잠시라도 아이와 함께 있고 싶다’

 

눈사람 마음을 알았는지,

아이는 눈사람을 자기 방 창가에 놓아두었다

다음 날 아침 아이 방 창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