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도 바깥도 어둠에 잠겼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내가 자려고 했을 때는 잠이 왔다. 예전에는 잠이 쏟아질 때 누우면 쉽게 잠들었는데, 요 며칠 동안은 잠들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방 안이 휑해설까. 지금 방에는 물건이 별로 없다.

 

 얼마전에 난 잘못해서 책더미에 깔렸다. 지진이 일어나서 쌓아둔 책이 무너진 건 아니다. 방 안에 널린 물건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넘어지면서 무언가를 잡았는데 그게 책더미였다. 책은 무너지고 난 그 밑에 깔렸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바깥이 어두웠다. 일어나려고 하니 책이 무거워서 힘들었다. 어딘가 크게 다치지 않은 것 같았다. 언젠가 책에 깔려 죽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는데. 그날은 대충 정리하고 잤다.

 

 다음 날 나는 책과 물건을 다른 방으로 옮기기로 했다. 내가 가진 게 얼마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다 옮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책이나 물건을 치운 방은 넓어서 좋았지만 다른 때보다 조용해서 이상했다. 평소에 난 책들이 나누는 이야기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잤다. 책에 깔렸다가 잠든 밤에도 책들이 하는 이야기를 잠결에 들었다.

 

 “우리가 이렇게 무너지다니.”

 

 “제대로 정리 안 해서 그렇지.”

 

 “근데 태경이는 괜찮을까.”

 

 “아까 잠깐 일어났다가 다시 잠들었으니 괜찮은 거겠지.”

 

 “태경이는 조심성이 없다니까.”

 

 “맞아, 맞아.”

 

 대충 이런 말이었다. 책들은 나를 자기 친구로 생각했다. 그건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책들이 가까이에 없어서 잠이 오지 않는가 보다. 다시 책을 내 방으로 옮겨야겠다.

 

 내가 책들을 다른 방으로 옮겼을 때 책들은 울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울고 있을지. 살짝 보고 올까. 아니다, 책들은 내가 책들이 말하는 소리를 듣는다는 거 모른다. 모르는 건 모르는 채로 두는 게 낫다.

 

 언제나 내 곁에 있어준 책들을 쉽게 옮겼다. 그것도 내가 잘못하고는 책을 탓했다.

 

 ‘미안해, 책들아. 앞으로는 내가 조심할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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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의 힘
장석주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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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깥에 나가면 이것저것 보려 하지만 제대로 보는 건 별로 없습니다. 어쩌면 제가 보는 것에 눈길을 아주 조금만 주어설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딘가에 가는 일만 생각하느라고. 일부러 산책을 하고 자연을 만나면 좀 다를까요. 제가 그건 잘 하지 않는군요. 걸을 일이 있어야 걷다니. 그래도 그렇게 잠깐 걸으면 기분 좋아요. 햇볕을 쬐고 나무와 풀과 새를 만나설까요. 아주 가끔은 고양이도 만납니다. 개는 조금 무섭기도 한데 고양이는 좀 반갑습니다. 개도 귀여운 것도 있지만. 얼마 전에는 커다란 개를 만나고 몸이 움찔했습니다. 주인도 없이 혼자 다니더라구요. 그 개는 집으로 돌아가는 거였을지. 그랬다면 좋겠네요. 고양이는 밖에 나가면 집 찾아오기 어려울까요. 집 안에서만 살다 밖에 나가면 어렵겠지요. 개도 집 안에만 있으면, 밖에 나갔다 돌아오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개는 산책 시켜서 밖에 나가겠네요. 어쩌다가 고양이랑 개 이야기로 흘렀는지.

 

 시에도 개나 고양이가 나오잖아요. 개는 안 좋게 나올 때가 더 많던가요. 고양이가 나오는 시 그렇게 많이 본 건 아니군요. 요즘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이 늘어서 가끔 보이는 것도 같습니다. 예전부터 쓴 사람도 있겠네요. 시에는 동물뿐 아니라 식물도 많이 나옵니다. 솔직히 말하면 시를 보고 그게 나타내는 게 뭔지 잘 모르기도 합니다. 은유 말입니다. 어떤 것을 다른 것으로 바꿔서 말하는 거잖아요. 많이 쓰이는 것은 알아도 시인이 마음속으로 생각한 건 다 알기 어려워요. 아니 그것도 마음대로 생각해도 될까요. 그건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주 엉뚱한 걸 생각하면 안 되잖아요. 은유는 시에만 쓰이지 않고 여기저기에 쓰입니다. 그것도 잘 보려고 하는 게 좋겠습니다. 저는 제가 잘못 봤나 할 때가 더 많군요. 여러 가지로 볼 수 있는 것도 재미있겠지요.

 

 제가 지금까지 만난 시집은 얼마나 될지. 언젠가 제가 책을 보기 시작하고 시집도 봤는데 그때 백권도 못 봤다고 했군요. 지금은 백권 넘었을지. 예전 것은 잊고 다시 시를 만났을 때부터 세는 게 낫겠네요. 얼마 되지 않아서 앞으로 시를 더 만나려 할 테니. 시도 여러 가지 있는데 잘 모르는 시여도 어쩐지 마음에 드는 것도 있어요. 그런 시는 제 무의식을 건드린 걸까요. 지금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보니 시를 다 알지 못해도 괜찮다고 하더군요. 어떤 시는 정말 정신을 깨우기도 하죠. 그런 게 어떤 시였는지 보기라도 들어야 할 텐데. 책을 쓰는 사람은 인용할 것을 찾아두고 그것에 맞게 글을 쓸까요. 저는 쓰다가 그걸 인용하면 괜찮겠다 생각할 때가 더 많아요. 볼 때는 좋다 생각해도 따로 적어두지 않을 때가 많아서 그것을 잘 인용하지 못합니다.

 

 한국에는 시인이 많고 시집도 여전히 나옵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이지만 잠시 멈춰서 시 한편 보면 기분이 좋지요. 자신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돌아보게 하는 시도 있습니다(이건 어떤 책이든 그럴지도). 저는 시를 보고 시를 쓰려고 하는 거 좋다고 생각해요. 오래전에는 시에 대단한 사람을 쓰기도 했지만, 언제부턴가 시나 소설에는 평범한 사람 이야기가 쓰였어요. 시인이나 글쓰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 것을 말하고 이름이 없는 것에 이름을 붙입니다. 사람들이 앞만 보고 살지 않는 건 시와 예술이 있어서가 아닐까요. 어쩐지 시를 만나자고 하는 말처럼 됐습니다. 저도 시를 자주 만나고 싶은데 마음처럼 안 되는군요.

 

 어릴 때는 말로 놀기도 하죠. 저는 어땠는지 잘 생각나지 않지만. 시는 말로 노는 거예요. 말놀이를 즐겨야 할 테데. 말하기는 쉽지만 하기 어려운 거네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하는 말을 듣는 것도 쉽지 않겠습니다. 시인은 그렇게 한다지요. 시인은 자신의 부모, 배우자, 아이 이야기도 가끔 합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잘 보고 듣는 거군요. 시인이 아니라 해도 여러 가지를 잘 보고 들으면 새로운 것을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날마다 같은 날이어도 다르게 보이겠습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게 시다 생각하고 시인의 마음으로 살아도 좋겠네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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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괴롭고 슬프고 아파도

난 무엇 하나 해줄 수 없겠지

네 아픔은 너 스스로 딛고 일어서야 해

 

네가 오래 힘들지 않기를

네가 오래 슬프지 않기를

 

혼자란 느낌이 들 때도 있겠지

사람은 누구나 혼자라지만,

그래도 생각나면 한번 둘러봐

난 늘 여기 있을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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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든 일을 겪는 사람한테는 흔히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 모든 건 지나간다.’ 고 합니다. 그 말 맞지만 힘든 사람한테 그 말이 잘 들릴까요. 지금 이 순간 자체가 괴로울 수 있을 텐데. 그 말은 그 사람이 느껴야 하는 겁니다. 그걸 알려면 시간이 한참 걸릴지도 모르겠네요. 사람, 그것도 가까운 사람 때문에 힘들다면 말입니다. 어쩌면 평생 걸릴지도.

 

 라디오 방송에서 저 말을 들으니 조금 기분 안 좋더군요. 맞는 말이지만 쉽게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 말은 힘들지 않을 때 들으면 그렇겠지 할 말입니다. 그런 말 많지 않나 싶어요.

 

 모든 것을 잃은 사람한테, ‘희망을 가지고 다시 시작해.’ 하면 좀 기가 막힐 듯합니다. 그 말 들은 사람은 자기 일이 아니니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생각할 것 같아요.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도 그렇지요.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나 슬픔에 빠진 사람한테 그런 말 하잖아요. 슬픔에 빠진 사람한테는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낫습니다. 그 사람이 뭔가 말 하려 한다면 들어주면 괜찮겠네요.

 

 누군가와 헤어진 사람한테는 세상에는 여자도 남자도 많다 할까요. 그 말을 바로 하면 안 좋을 겁니다. 누군가와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사람은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 생각할 테니까요. 시간이 흐르면 아픈 마음이 조금 낫고 자신이 아닌 남을 보겠지요. 힘들거나 마음 아픈 사람을 보면 그냥 그대로 두세요. 그런 모습이 보기 싫다고 그만 좀 해, 하지 말고.

 

 ‘힘내’ 하는 말도 쉽게 하지요. 지금까지 힘내고 산 사람이라면 그런 말 들으면 화날 것 같습니다. ‘얼마다 더 힘내야 하는데.’ 할지도. 반대로 ‘힘내지 마.’ 하면 좀 나을지. 앞에서 말했지만 힘들고 괴롭고 아픈 사람한테는 할 수 있는 말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걸 글로 쓰는 사람한테는 위로의 말 해도 괜찮습니다. 그 사람은 그 말 들으면 위로 받을 거예요. 다른 말보다 ‘힘들었구나, 힘들군요.’ 이런 말 어떨까 싶습니다. 자신이 힘들다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거기에서 조금 벗어난 걸 거예요.

 

 앞에서는 쉽게 말 하지 마라 하고 뒤에서는 말 하라 하다니. 말은 시간이 흐른 뒤에 해야지요. 힘든 일도 슬픈 일도 스스로 버텨야 합니다. 그렇다고 그런 사람을 그냥 내버려두라는 건 아니예요. 힘든 사람 곁에 자신이 있다는 걸 알리세요. 그 사람이 돌아봤을 때 쓸쓸하지 않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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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동안 잠을 잘 못 잔 난 낮에 깜박 졸다 편안하고 기분 좋은 꿈을 꾸었다 그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주 잠시였는데도 그 느낌을 잊을 수 없다 너를 만날 수 있는 그곳에 다시 가고 싶다

 

 꿈속에서 너를 만나고 난

 현실 어딘가에 네가 있을 것 같아서

 오래 찾아다녔다

 하지난 넌 그 어디에도 없었다

 너를 만나려면 다시 같은 꿈을 꾸어야 할까

 

 오랜 시간 꿈속을 헤매다 난 겨우 깨달았다

 내가 찾는 넌 언제나 내 곁에 있다는 걸

 넌 바로 내 그림자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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