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열어둔 문틈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스르르 잠이 들었다

 

잠깐 잤을 뿐인데

가벼운 몸과 마음

밤잠보다 달콤한 낮잠

 

어딘가 이 세상이 아닌 듯한 곳을 거니는

짧은 꿈도 꾸었다

 

아, 다시 그곳을 거닐고 싶다

너와 함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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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가 돌고 모든 천체가 자기 질서에 따라 움직인다. 그건 대체 누가 정한 걸까. 철이 바뀌는 것도 신비롭다. 지구가 해 둘레를 돌아서 해와 멀어지거나 가까워져서지만. 지구가 돌기에 낮과 밤이 있고 해 둘레를 돌아서 봄여름가을겨울은 언제나 찾아오는구나. 지구가 돌지 않는다면…….

 

 언젠가 지구가 돌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는 물음이 나온 책을 보았다. 그때 읽었던 건 잊어버렸지만, 지구가 돌지 않으면 사람뿐 아니라 목숨 있는 건 살기 어렵다고 한 말은 기억한다. 지구가 돌고 해 둘레를 돌아서 목숨 있는 것도 생겼겠지. 그리고 대기도 중요하다. 우주에는 이게 없거나 적어서 생물이 살기 어려운 곳이 더 많다. 많겠지. 중력도 적당해야겠다.

 

 우주를 설계하고 많은 별을 만든 건 누굴까. 이럴 때 생각나는 건 신이다. 신은 지구뿐 아니라 우주 자체를 만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빅뱅이 일어나고 우주가 생겨났다고 하는데 그건 어떻게 일어난 걸까. 우주는 정말 신비롭다. 그런 거 생각하는 일 별로 없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생각하지 않는 것뿐 아니라 잘 모른다. 우주를 말하는 책을 가끔 읽어볼까 생각만 하고, 책을 만나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도 가끔 그런 걸 보면 괜찮다. 아주 넓은 우주를 생각하면 나 자신이 작고 별거 아닌 일에 마음 쓰는 게 바보 같기도 하다. 별거 아닌 일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오래전부터 인류는 우주, 자연을 과학으로 설명하려 했다. 그렇게 해서 알게 된 게 많고, 아직도 모르는 게 많겠지. 그 안에는 잘못 안 것도 있을 거다. 잘못 알게 된 건 자신이 잘못했다고 말해야 할 텐데, 체면 때문에 말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다. 세상에 일어나는 일을 다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난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보고 만질 수 있는 물질도 있고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것도 있지 않을까. 어쩌면 그런 것 안에는 과학으로 말할 수 있는 것도 있겠다.

 

 사람 마음이나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 그것도 법칙을 알려 하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난 그것을 놀랍게 생각하고 싶다. 우연일지라도. 세상에는 우연으로 일어나는 일도 많다. 우연으로 끝나는 것도 있는가 하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도 있겠다. 중요한 걸 잘 알아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모든 걸 다 잡을 수 없을 거다. 자신을 스쳐지나가는 것도 있고 곁에 머무는 것도 있겠지. 곁에 있는 것이라도 잘 보면 괜찮겠다. 곁에 있는 사람이기도 할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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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낮이 떠난 세상에 내려오는 밤은 어둠이 무서웠어요. 밤은 어둠을 데려오는 게 자기 자신이라는 걸 몰랐습니다. 밤이 자신이 어둠이라는 걸 알면 어떻게 될지.

 

 오래전에는 밤이 찾아오면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웠는데 전기가 생기고는 밤이 어둠을 데려와도 아주 어둡지 않게 됐어요. 밤은 어둠을 밝히는 전깃불이 좋았습니다.

 

 전깃불은 어땠을까요. 전깃불도 밤을 좋아했겠지요. 밤이 와야 전깃불이 들어올 테니. 전깃불은 밤한테 조금 미안했어요. 밤이 데리고 온 어둠을 자신이 몰아낸다는 생각이 들어서. 언제가 전깃불은 자신이 생기고 밤에 볼 수 없는 게 많아졌다고 하는 사람들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밤이 전깃불 마음을 알았다면 괜찮다고 했을 텐데. 그때 밤은 자신이 어둠을 데리고 온다는 걸 알았겠네요. 그걸 알았다면 조금 놀랐겠지만, 조금 뒤 받아들였을 거예요.

 

 이제 밤은 알아요. 자신과 어둠이 하나라는 것을. 하나라 해도 무서울 수 있을 겁니다. 밤은 용기를 내서 어둠과 마주하기로 했어요. 아마 지금도 그럴 겁니다. 저기 봐요, 낮이 떠난 세상에 밤은 어김없이 찾아오잖아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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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의 서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제목을 좀 차갑게 썼을지도 모르겠다. 거의 끝부분을 볼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커스 골드먼은 살아 있어서 앞으로 즐겁게 살 수 있겠구나 하는. 그렇다고 죽은 사람 삶이 안 좋았다는 건 아니다. 사는 동안에는 괜찮았을 거다. 그저 살았을 때 다른 사람을 시샘하고 미워해서 안 좋은 일을 하고 그게 자신까지 안 좋게 만들었다. 처음부터 이런 말을 하다니. 이 책 이야기 하기 조금 어렵다. 오래전 일을 말하면서 슬쩍 안 좋은 일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알려준다. 아니 그건 처음부터 말했구나. 슬픈 일이 일어난다고. 그 일이 어떤 일인지는 짐작이 간다. 왜 어떻게 일어나는지 두꺼운 책을 읽어나가야 알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일이 흘러갈 수 있을까. 어쩐지 소설이기에 그런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내가 다 아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생각하다니. 소설보다 더한 삶을 사는 사람은 세상에 많겠지.

 

 마커스 골드먼은 조엘 디케르가 첫번째 소설에 쓴 사람으로 이번에 또 나왔다. 지난번 소설에서도 마커스는 두번째 소설을 못 써서 괴로워했던 것 같은데. 예전에 써둔 걸 찾아봤다면 좋았을 텐데. 조엘 디케르라는 이름도 잊었다. 책을 한번밖에 보지 않아서. 두번째를 봐서 이제 이름을 기억할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이 책을 본 건 첫번째 책을 봐서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책이 두꺼워서 보고 싶었다. 이 정도면 두권으로 나누어서 낼 수도 있었을 텐데. 책을 보는 사람은 두권보다 한권이 더 좋기는 하다(나만 이렇게 생각할까). 소설은 잘 읽힌다. 책 빨리 읽는 사람은 하루 만에 다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난 천천히 봐서 다 보는 데 며칠 걸렸다. 며칠 동안은 책을 오래 봐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니. 다른 책은 오래 보도록 애써야겠다. 이런 쓸데없는 말을 하다니.

 

 글을 쓰는 건 기억하려는 거기도 하고 다친 자기 마음을 낫게 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말 알아도 정말 그런지 난 여전히 모르겠다. 기억하려는 건 알겠지만. 마커스 골드먼은 소설을 쓰려고 조용한 곳에 갔는데 그곳에서 예전 여자친구 알렉산드라를 만난다. 알렉산드라를 만나고 마커스는 어릴 적 일을 생각하고 그것을 소설로 쓴다. 이건 마커스가 쓴 소설이기도 한 거다. 이런 형식을 처음 보는 건 아니다. 골드먼 형제(마커스 큰아버지와 마커스 아버지)는 사는 곳에 따라 볼티모어 골드먼과 몬트클레어 골드먼이라 했다. 마커스는 몬트클레어 골드먼으로 볼티모어 골드먼을 부러워했다. 큰아버지는 한번도 진 적 없는 변호사고 큰어머니는 의사고 예뻤다. 마커스와 나이는 같지만 마커스보다 몇달 뒤에 태어난 힐렐은 똑똑하고 힐렐 친구 우디는 잘생기고 운동을 잘했다. 우디도 볼티모어 골드먼 한 사람이었다. 마커스는 힐렐과 우디 둘 다를 사촌이라 여겼다. 마커스는 주말이면 볼티모어에 가서 지냈다. 우디가 볼티모어 골드먼이 된 걸 부러워하고 자신도 볼티모어 골드먼이 되고 싶다 생각했다.

 

 좋은 시절은 영원하지 않다. 마커스 할렐 우디는 <골드먼 갱단>이라 하고 친하게 지냈지만, 여자아이 알렉산드라가 나타나고 조금씩 바뀐다. 셋 다 알렉산드라를 보자마자 좋아했다. 셋이서 아무도 알렉산드라를 독점하지 않아야 한다는 약속보다 누가 알렉산드라 마음을 얻을까 말했다면 이야기는 바뀌었을까. 마커스가 알렉산드라와 사귄다는 걸 둘한테 말했다면 나았을 텐데. 마커스와 알렉산드라 때문이라 하기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두 사람 일도 조금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큰아버지와 큰어머니 사이가 삐걱거리고 큰아버지가 패트릭한테 두 아이를 빼앗긴 것 같은 느낌을 느낀 것이 말이다. 누군가를 위하는 일이 누군가한테는 안 좋은 일일 수 있다는 걸 알 사람은 별로 없겠다. 힐렐은 우디와 친하게 지냈지만 우디를 시샘했다. 힐렐과 우디는 사이가 아주 가까워서 그렇게 된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마커스는 둘과 떨어져 있어서 나았던 것 같다.

 

 볼티모어 골드먼은 이제 이 세상에 없다.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마커스 큰아버지가 동생 네이튼을 시샘하지 않았다면 나았을까. 동생이라고 형한테 아무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닌 것 같다. 여기에 나오는 건 자신을 제대로 보기보다 남을 부러워하고 하지 않아야 하는 일을 하고 자신도 덫에 빠지는 거다. 큰아버지와 큰어머니가 평소에 아이보다 부부 두 사람을 생각했다면 빈둥지증후군에 걸리지 않았을 텐데. 아이가 부모한테 사랑을 바라기도 하지만 부모도 자식한테 사랑을 바라는 것 같다. 그건 이 소설에 나오는 사람이 그런 거고 많은 사람은 다를지도 모르겠다. 적당한 거리두기라는 말도 생각난다. 많은 사람은 거리가 멀어서 쓸쓸함을 느끼겠지만, 여기에서는 거리를 두지 않아 시간이 흐르고 예전과 달라진 걸 받아들이지 못했다. 책을 보면 이렇게 생각하는데, 내 일이 되면 그러지 못하기도 한다. 남을 부러워하지 않아야 하는 거 말이다.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기도 하다. 사람은 다 다르고 자기 나름대로 살 수밖에 없다. 마커스는 마커스로 살아가겠다.

 

 

 

희선

 

 

 

 

☆―

 

 “저는 우리도 볼티모어 골드먼처럼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많아요.”

 

 “우리는 몬트클레어 골드먼으로 행복했잖아. 앞으로도 여전히 행복하게 살면 그만이야. 우리가 다른 누군가가 되기를 바랄 까닭은 없어.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달라. 행복이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해.”  (469~4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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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를 버리고 물 밖으로 나왔어요

숨쉬기 편할 것 같았지만

그렇지도 않네요

갈수록 공기는 나빠지고

요즘은 미세먼지까지 숨쉬기 힘들게 합니다

다시 바다로 돌아갈 수도 없고

아가미를 버리고 물을 떠난 벌일까요

 

꼬리지느러미를 버리고 물 밖으로 나왔어요

두 다리로 걸으면 좋을 것 같았는데

힘듭니다

물 속에서는 멀리까지 갈 수 있지만

물 밖에서는 조금밖에 걷지 못해요

 

숨쉬기 힘들고

오래 걷지 못해도

참고 견딜게요

 

해 아래를

달 아래를

당신과 함께 걸을 수 있다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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