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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녹색 바람 ㅣ 네코마루 선배 시리즈
구라치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7년 11월
평점 :
사람이 살면서 쉽게 맞닥뜨릴 수 없는 일에서 하나가 가까운 사람이 누군가한테 죽임 당하는 일이 아닐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만, 내가 모르는 누군가는 겪을지도 모르겠다. 뉴스에는 그런 일 나오기도 한다. 뉴스를 보면 세상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고 우울하다. 그런데 누군가 죽고 죽임 당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소설은 보는구나.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어서 책을 볼 수 있는 걸지도. 누군가 죽임 당하는 일이 아니어도 일상에는 바로 알기 어려운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것도 잘 보면 알 수 있을 테지만 그냥 대충 스쳐지나가지 않을까 싶다. 책을 보면서 별거 아니겠지, 무슨 일이 숨어 있을까 하면 거기에 있는 것도 놓치기 쉽다. 내가 이 책을 보면서 놓친 게 있어서 이런 말을 했다.
한사람 이름을 내세우고 그게 시리즈일 때 그 사람은 자주 나오지 않고 중요할 때만 나온다. 연속 이야기가 늘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 구성일 때가 많은 것 같다. 추리소설에서 중요한 건 사건일까 인물일까. 수수께끼 풀이도 있구나. 셋 다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걸 두루두루 잘 보면 좋을 텐데 아직도 그걸 잘 못하는 것 같다. 네코마루는 처음 만나서 그럴지도. 앞으로 여러 번 만난다면 좀 다를까. 여기에서 사건, 수수께끼를 푸는 사람은 네코마루 선배다. 그냥 네코마루가 아니고 선배도 붙여야 한다. 다른 이야기에서도 후배한테 일어난 일을 해결할까. 아마 그렇게 하겠지. 네코마루를 말하는 말에서 기억에 남는 말은 새끼 고양이처럼 동글동글한 눈이다. 서른이 넘었고 정해진 일을 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로 생활한다는 것도 생각난다. 공룡 화석을 발견한 것 같다면서 바쁘다고 했는데 그건 공룡 화석이 아니어서 시간이 많아진 다음에야 사건 해결에 나선다. 좀더 빨랐다면 나았을지도 모를 텐데, 탐정이나 경찰은 사건이 일어난 다음에 누가 그 일을 했는지 알아내던가.
네코마루 대학후배인 호조 세이치는 할아버지 호조 효마가 이상한 데 관심을 갖게 됐다는 어머니 말을 듣고 열해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효마는 나이를 먹고 자신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끼고 살았을 때 잘 해주지 못한 아내한테 용서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죽은 아내한테 용서받지 못하고 죽는 건 무섭다면서. 효마 아들 나오쓰구가 아버지 효마한테 영매를 소개하고 효마 아내 유령을 불러내려 한다. 효마 딸이고 세이치 어머니인 다카에는 영매가 가짜라는 걸 효마가 알게 하려고 대학에서 초심리학을 연구하는 사람을 부른다. 초심리학자가 무엇을 하는가 했는데 그건 초능력을 연구하는 건가 보다. 세이치가 열해 만에 집에 돌아온 날 집에는 영매와 대학에서 초심리학을 연구한다는 두 사람도 왔다. 그날 할아버지 효마가 누군가한테 죽임 당한다. 세이치는 할아버지한테 아무 말 못한 걸 아쉽게 여겼다.
할아버지 효마를 죽인 범인도 잡지 못했는데 집에서 강령회(유령 부르기)를 열기로 한다. 이번에는 강령회가 열리는 가운데 영매가 죽임 당한다. 그리고 세이치 사촌 동생 사에코를 누군가 노렸다. 다행하게도 사에코한테 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왜 사에코를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중에 네코마루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코마루가 세이치와 함께 대학에서 초심리학을 연구한다는 두 사람을 아는 사람과 영매 친구인 사람을 만났을 때 한 말이 인상 깊다. 한사람은 안 좋은 말만 하고 한사람은 좋은 말만 했다. 세이치는 그 말을 다 믿었는데 네코마루는 그런 말은 반만 믿으라 했다. 네코마루는 세이치가 한 말과 다른 사람을 만난 다음에 효마를 죽인 게 누군지 알았을까. 조금 짐작하고 그 사람이 말 하는 걸 듣고 맞구나 했을 것 같다. 난 책을 봤지만 잘 몰랐다. 어떤 사람 일을 앞에서 알았다면 짐작이라도 했을지.
어쩐지 내가 효마나 영매를 죽인 사람이 누군지 짐작도 못한 걸 아쉬워하는 것 같다. 사실 그렇다. 오랜만에 추리소설을 봐서 감이 떨어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다, 내가 작은 걸 놓쳐서겠지. 그걸 알고 다시 보면 그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에는 서술트릭도 쓴 것 같다. 그런 것에 속지 않아야지 해도 속고 만다. 누군가 죽임 당한 게 책속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다행이구나. 책속이지만 사에코한테 좋은 일이 일어난 것을 보고는 잘됐다 여겼다. 세이치가 어릴 때 겪은 일도 조금 풀렸다. 세이치도 죄책감을 조금 내려놓았기를 바란다.
희선
☆―
“내가 늘 말하잖냐, 모든 일을 한쪽 면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너도 참 발전하지 못하는구나. 누구 이야기든 객관성을 빼고 반으로 깎아서 들어야 하는 법이야. 일어난 일을 거의 모든 형편에서 넓게 다 볼 수 있어야지.” (36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