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명사 골목의 여름
가시와바 사치코 지음, 사타케 미호 그림, 고향옥 옮김 / 한빛에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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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사람은 죽기에 삶이 아름답다는 건 조금 알겠다. 사는 건 그리 쉽지 않지만 말이다. 이 책 《귀명사 골목의 여름》을 보니, <충사>라는 만화영화에서 본 게 생각났다. 어느 섬에 사는 사람은 나이를 먹고 아프면 그 사람을 바다에 빠뜨렸다. 그건 안락사 같은 게 아니다. 아직 죽기 전에 바다에 빠뜨리고 바다에서 나오는 뭔가를 여성이 먹으면 죽은 사람은 다시 태어난다. 같은 사람이 다시 태어나는 거지만, 전생 기억은 없다. 누군가 낳아줘야 하는데, 딸이 엄마를 낳아서 딸이 엄마가 되고 엄마가 딸이 되기도 했다. 그런 거 좋을까. 그 마을 사람은 거의 다시 태어났다. 그렇게 낳아줄 사람이 있다니. 그런 신기한 일이 일어나는 곳도 있다니. 그건 벌레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벌레는 종류가 많은데, 이 세상에 있지만 누구한테나 보이는 건 아니었다. ‘충사’는 이런저런 벌레 이야기를 하는 만화다. 벌레는 요괴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한데.


 예전에 죽은 사람이 돌아온 소설도 봤는데, 그건 마지막에 어떻게 됐던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이 이야기 ‘귀명사 골목의 여름’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민간 신앙으로 귀명사 본존불한테 죽은 사람을 돌아오게 해달라고 빌면 돌아온단다. 본래 식구와는 상관없는 사람으로 돌아오고, 돌아온 사람은 예전 식구 기억이 없었다. 그런 게 있다면 믿고 모시고 싶기도 할까. 잘못하면 사이비 종교가 될 수도 있겠다. 사다 가즈히로는 학교 공부시간에 우연히 자기 집 근처가 귀명사 골목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귀명사가 뭔지 알아보게 된다. 어느 늦은 밤 가즈히로는 자기 집에서 나온 여자아이가 돌아온 아이가 아닌가 여겼다.


 가즈히로 집 가까운 곳에는 귀명사를 아는 사람이 없고, 이곳에 살다가 아파트로 이사한 여든이 넘은 미나카미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미나카미 할머니는 귀명사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절 주지 스님을 찾아가 보라고 한다. 주지 스님도 중요한 건 알려주지 않았다. 귀명사를 자세히 알려준 건 지금은 중국에 있는 삼촌이다. 삼촌이 집에 있었다면 바로 이야기를 들었겠지만 집에 없어서 다른 사람을 만나기로 했구나. 미나카미 할머니를 만난 건 잘된 일이었다. 삼촌 할아버지가 귀명사 본존불을 가지고 있어서 삼촌한테 잘 지키라고 했단다. 귀명사 신자는 폐불 정책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가즈히로 큰할아버지가 본존불을 가지고 있었다. 그 본존불은 신도들이 돌아가면서 맡았단다. 죽은 사람이 돌아오게 하는 게 좋은 것 같기는 한데, 그걸 안 좋게 이용한 사람도 있었단다. 그래서 귀신 사냥을 한 사람도 있었다.


 죽은 사람이 돌아온 걸 아는 사람이 그 사람한테 ‘너는 귀명사 님이다’ 하면 사라진단다. 돌아온 사람은 보통 사람처럼 살아가는구나. 아카리가 나타났을 때 가즈히로만 아카리를 몰랐고, 다른 사람한테는 아카리 기억이 있었다. 가즈히로는 아카리를 귀신으로 여기고 무서워했는데, 아카리가 마흔해 전 열살에 죽은 걸 알고 안됐다고 여겼다. 아카리는 어릴 때 아파서 학교에도 다니지 못하고 친구도 없었다. 다시 돌아오고 아카리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가즈히로는 그런 아카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집에 있던 귀명사 본존불을 미나카미 할머니가 가져간 듯했다. 가즈히로가 미나카미 할머니를 찾아가 물어도 시치미를 뗐다. 가즈히로는 아카리가 하고 싶은 걸 하게 해주려고 애쓴다.


 어릴 때 아카리는 즐겁게 읽은 동화가 있었다. 가즈히로는 그걸 찾아다 주기로 했다. 그 동화는 끝이 나지 않은 거였다. 여기엔 이 이야기와 이어진 듯한 다른 이야기 <달은 왼쪽에 있다>가 담겼다. 그걸 쓴 사람은 뜻밖에 가까이에 있었다. 바로 미나카미 할머니였다. 아카리와 가즈히로 그리고 친구인 유스케 셋은 미나카미 할머니를 찾아가 이야기를 끝까지 써달라고 한다. 가즈히로는 꽤 끈질기게 말했다. 그 모습 조금 웃기기도 했다. 미나카미 할머니는 가즈히로 마음을 알고 이야기를 끝까지 쓴다. 그렇게 쓴 건 미나카미 할머니한테도 좋은 일이었겠다.


 누구나 삶은 한번뿐이어서 잘 살아야 한다고 하는구나. 한번 더 사는 건 공평하지 않은 걸까. 일찍 죽은 사람이 다시 사는 건 봐줘도 되지 않나. 그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겠다. 현실에선 죽으면 다시 살아나지 못한다. 그런 일은 없어도 죽을 뻔했다 살게 되는 사람은 있다. 그런 게 생각나기도 하는구나. 죽다 살아났을 때 열심히 사는 것도 좋지만, 쉬엄쉬엄 여유있게 즐겁게 사는 게 좋지 않을까. 이렇게 말하지만 나도 그러지 못하는구나. 우울함에 빠질 때가 많아서. 아카리는 살아가겠다고 한다. 어린 아카리가 더 대단하구나. 나도 살아가야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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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2 23: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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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4 2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2-23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2-24 2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열에서 하나 모자란 수 아홉 구

열이 되면 좋을까

하나가 모자란 게 더 좋을 것 같아

언젠가 채우면 되잖아


나이에서 아홉이 지나면

앞자리 숫자가 바뀌어


아홉살에서 열살이 되는 느낌은

모르고 지나가는 것 같고

열아홉에서 스물이 될 때는

어쩐지 어른이 되는 느낌이지


스물아홉에서 서른이 될 때는

그냥 나이만 먹은 느낌

서른아홉에서 마흔이 될 때는

다 산 것 같지


마흔이 넘어도 삶은 이어져

(마흔을 맞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어)


한해가 흐르고

나이 한살 먹는 것도

사람이 생각한 거군

얼마나 살았는지 세어보려 한 걸까


백살을 앞둔 아흔아홉까지

사는 느낌은 어떨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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ブスに花束を。 5(カドカワコミックスA) (コミック)
作樂ロク / KADOKAWA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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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에게 꽃다발을 5(사쿠라 로쿠), 백설공주가 된 우에노, 왕자는 우구이스다니. 두 사람이어서 잘됐다면서도 마음 한쪽은 뭔가 아쉬운 타바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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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루시 바턴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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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내 이름은 루시 바턴》과 상관없지만, 이름이 루시여서 다른 루시가 조금 생각났다. 그건 만화 <페어리 테일>에 나오는 루시 하트필리아다. 성은 다르다. ‘페어리 테일’에 나오는 루시는 성령 마도사로 열쇠로 성령을 불러내고 성령한테 도움 받는다. 루시도 소설을 쓰고 소설가가 됐다. 마도사면서 소설가기도 하구나. 비슷한 거 하나 없지만. 아니 소설 쓰는 건 비슷하다. 루시 바턴과 다르게 루시 하트필리아는 엄마와 사이 좋고 집은 부자였다. 엄마가 일찍 죽는다. 나중에 아버지 사업이 잘 안 되기도 해서 형편이 안 좋아진다. 그건 루시 하트필리아가 집을 나온 뒤다.


 소설에 나오는 루시 바턴은 어릴 때 가난했다. 가난한 게 그렇게 이상한 건 아닌데. 루시는 그걸 꽤 안 좋게 여긴 듯하다. 루시는 대학에 가게 되고 집을 나오고 결혼하고는 집에 가지 않았다. 루시가 아홉주 동안 병원에 있어야 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루시 엄마가 병원에 찾아온다. 루시 남편 윌리엄이 루시 엄마한테 말해서 병원에 온 거겠지. 루시 엄마는 병원에서 닷새 지내고 집으로 돌아간다. 루시가 병원에 있었던 건 아홉주인데, 닷새만 있다니. 그건 그럴 수 있다고 여겨야지. 병원에서 닷새 지내는 건 쉽지 않다.


 엄마와 딸 사이는 어떤 걸까.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내가 딸이지만, 난 엄마하고 아주 친하게 지내지 않는다. 그저 내가 할 걸 할 뿐이다. 루시가 엄마한테 자신을 사랑하느냐고 물었을 때 엄마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는데,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나도 그럴 거다. 난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지 못하겠지. 루시는 사랑한다는 말을 잘 쓴다. 자기 담당 의사도 사랑한다고 하고 이웃에 사는 친구도 사랑한다고 했다. 그건 말이 그런 거겠지. 넓은 뜻으로 한 말이겠다. 내가 그런 말을 잘 쓰지 못하는 거겠다.


 병원에서 루시는 엄마한테 자신이 살던 곳 사람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 엄마가 말하는 사람들은 결혼생활이 다 좋지 않았다. 왜 엄마는 그런 이야기를 한 걸까. 중간 중간 루시는 어릴 때 일을 생각했다. 어렸을 때 트럭에 갇혀 있었던 일, 엄마한테 맞은 일, 가난해서 다른 아이한테 놀림 받은 일. 한 선생님은 모두가 평등하다는 걸 아이들한테 말했다. 루시가 그런 선생님을 만나기도 했구나. 루시는 집이 추워서 학교에서 숙제를 하고 남는 시간에는 책을 읽었다. 책이 루시를 위로해 주어서 루시도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글을 쓰겠다고 마음 먹었다. 어릴 때 책을 읽고 그런 생각을 하다니. 난 어릴 때 책 안 읽고, 나중에 책을 읽고는 그저 나도 재미있는 이야기 쓰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루시는 자기 꿈을 이루었다. 언니 오빠는 어릴 때 살던 곳을 떠나지 않았지만, 루시는 공부를 잘해서 떠났다. 부모와 언니 오빠는 그런 루시한테 배신감을 느꼈을까. 그건 아니겠지. 루시 부모가 아주 이상한 건 아니다. 나만 이렇게 생각할까. 갑자기 아이를 때리는 일은 없었다면 좋았을걸. 트럭에 가두는 것도. 그게 벌을 준 건지, 엄마 아빠가 일하러 가서 어린 루시가 걱정돼서 트럭에 둔 건지. 아이여도 제대로 말하면 알아들을 텐데. 지금은 그런 걸 학대다 하겠구나. 엄마 아빠는 마음을 나타내는 게 서툴렀던 거 아니었을까. 엄마가 루시가 병원에 있을 때 찾아온 걸 보면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나도 잘 모르겠다.


 자기 이야기를 쓴 루시는 어릴 때와는 다르겠지. 루시 바턴으로 앞으로도 글을 쓸 거다. 엄마 아빠는 세상을 떠나고 남편과 헤어졌지만. 둘은 헤어지고 서로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




희선





☆―


 책이 내 외로움을 덜어주었다. 이것이 내 말 요점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나도 사람들이 외로움에 사무치는 일이 없도록 글을 쓰겠다고!  (34쪽)



 다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 그것이 어떤 것인지 우리는 절대 알지 못하고, 앞으로도 절대 알 수 없을 것임을.  (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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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곳





아침에 집을 나와

바깥에서 낮을 보내고

저녁엔 집으로 돌아가네


아침에 집을 나오지 않고

잠깐 볼 일을 봐도

집으로 돌아가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건 다행이야


여기저기 떠돌고

한곳에 있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

그런 사람도

가끔 돌아가는 곳 있을 거야

집이 아니어도


마지막에 돌아갈 곳은

누구나 같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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