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김동영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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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자유로울까, 자유롭지 않을까. 자유롭지 않은 것도 있지만 자유로운 것도 있다. 세상에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자유롭게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자유롭게 산다 해도 무언가 모자라서 할 수 없는 것도 있을 거다. 하나를 하면 다른 건 못하는 것처럼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 <강철의 연금술사>에서 연금술을 쓰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도 하는데. 이건 예전에 본 것이 그랬고, 시간이 흐른 뒤에는 조금 달랐다. 어떻게 달랐는지 잘 생각나지 않지만. 세상 모든 사람이 다 행복해질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정말 그럴까. 세상 모든 사람이 바라는 게 똑같다면 그렇겠지만 바라는 게 다르다면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을 거다. 사회에서 만들어둔 것이 아닌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을 바라는지 잘 알면 좋을 것 같다. 이렇게 말하지만 나도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 어딘가에 모든 걸 만족하고 사는 사람이 한사람쯤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이 모자람을 느끼고 산다. 그게 안 좋은 건 아니다 생각한다. 비어 있기에 채울 수 있으니 말이다.

 

 시작이 좀 이상했다. 아마 이 책 맨 앞에 그런 말이 있어서 나도 잠깐 자유로움을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난 자유롭게 살지만 자랑할 만한 건 하나도 없다. 사람과 관계 맺는 게 싫어서 그만뒀고, 아니 아주 그만둔 건 아니다. 인터넷에서 만나는구나. 그건 실제 만나는 것보다는 덜 힘들다. 마음에 맞는 사람하고만 말해도 괜찮고 말을 바로 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래도 인터넷에서 만나는 것도 실제로 만나는 것 못지않게 어렵다. 난 그걸 아주 다르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인터넷이어서 얼굴 안 본다고 함부로 말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글말로도 누군가한테 상처를 줄 수 있다. 그건 더 오래 갈지도 모를 일이다. 여기까지 말하니 이런 말 왜 했지 싶다. 또 조금 쓸데없는 말을. 이 책을 보고 나와 많이 다르구나 하는 걸 느껴설지도 모르겠다. 비슷하든 다르든 별 상관없지만.

 

 예전에 난 김동영이 미국을 다녀오고 쓴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를 보았다. 그때는 책 읽고 쓰지 않아서 읽기만 했다. 그 책을 본 많은 사람이 김동영을 부러워했을지도 모르겠다. 미국으로 가고 그곳을 오랫동안 다녀서. 그 책 때문에 김동영은 여행작가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두번째 책은 《나만 위로할 것》인데 거기에는 아이슬란드에 간 이야기가 실렸단다. 그때 책 샀지만 아직도 못 읽었다. 언젠가 볼까. 신기하다고 할지, 김동영이 아이슬란드에 갔을 때는 사람들이 아이슬란드에 그렇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내가 몰랐던 거고 관심 가진 사람 있었을지도). 다른 나라 사람은 달랐을까. 김동영이 아이슬란드에 다녀오고 조금 뒤에 아이슬란드라는 이름 자주 들은 것 같다. 내가 책을 많이 본 것도 아닌데 이런 말을. 김동영은 아이슬란드뿐 아니라 여기저기 많이 다녔다고 한다. 몇달 전에 라디오 방송에 김동영이 나온 걸 들었는데, 김동영 아버지도 여기저기 다녀오고 글을 쓰기도 했단다. 이름은 모른다. 김동영이 아버지를 봐서 어딘가에 다니에 된 걸까. 아버지 영향이 아주 없지 않겠지.

 

 어딘가에 가면 자신을 만날까. 자신은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데. 어쩌면 다른 곳에 가야 자신을 더 잘 만나는 사람이 있는 건지도. 떠나고 싶은 일상이 있다는 건 좋은 것일 거다. 떠났다 시간이 흐르면 떠나 온 곳이 그리워 다시 돌아올 테니 말이다. 난 떠나고 싶은 일상이 없는 것 같다. 심심한 내 일상이 있기는 하지만. 별로 떠나고 싶지 않다. 어딘가에 가면 아주 다른 걸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모두가 그런 걸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떠났다 돌아오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늘 그 자리에 있는 사람도 있는 거다. 늘 한자리에 있는 건 아닐지도. 그 사람도 나름대로 바뀔 거다. 그게 조금씩이어서 잘 보이지 않는 거겠지. 어딘가에 실제 가지 않아도 여기저기 다닐 수 있다. 바로 책을 보면 된다. 난 그게 더 좋다. 밖에 나갈 때마다 어딘가 다른 곳에 간다 생각해도 괜찮을 거다.

 

 여기에서 김동영이 어딘가에 다닌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다. 옛날 이야기도 한다. 글은 거의 지난날을 떠올리고 쓰는 거구나. 어릴 적 이야기 어머니 이야기 김동영이 만난 사람 이야기 함께 살고 사는 고양이 개 이야기도 있다. 케루악은 작가 이름이고 김동영이 함께 산 고양이 이름이기도 하다. 고양이를 괜찮게 생각하지만 어떤지 잘 모른다. 고양이는 자기 멋대로다 하는데 정말 그럴까. 고양이는 자기 마음을 바로 드러내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새침하다 할지도. 고양이도 사람이나 다른 고양이가 자신을 좋아하면 그 마음을 알 거다. 김동영이 함께 산 고양이 케루악도 다정한 고양이였다. 이제는 이 세상에 없지만. 다른 고양이 이름은 모리 씨고 개는 오로라다. 개 이름이 가장 예쁘구나. 모리 씨와 오로라가 오래 살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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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공기

햇볕은 조금 뜨거웠지

다른 때보다 꽃은 빨리 피고

연분홍 구름을 만들었다

 

아파트 꽃밭을 쪼르르 달려가는 쥐

살금살금 눈치 보고 걷는 고양이

반갑게 만나는 커다란 하얀색 개와 작은 검은색 개

걷는 사람들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가고 싶은 곳으로 가겠지

 

걷다

문득 세상은 쉴새없이 바뀌는데

난 늘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았다

그냥 나이만 먹는구나

아니

나이를 먹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걸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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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이나 영화 만화에서는 지금이 아닌 지난날로 돌아가기도 한다. 마음먹고 그러는 것도 있지만 우연히 그런 일이 일어날 때가 더 많다. 아주 먼 옛날로 돌아가서 그 시대 사람으로 잠시 사는 게 있는가 하면, 그리 멀지 않은 지난날로 돌아가기도 한다. 어떤 게 더 좋을까. 그걸 자신이 조절할 수 있다면 먼 옛날이든 며칠전이든 괜찮을지도.

 

 일본 드라마 <리피트 ~운명을 바꾸는 열달~>을 우연히 보았는데 거기에 지난날로 돌아가는 게 나왔다. 아주 오래전은 아니고 한해도 아니고 어중간한 열달 전이다. 지금을 사는 사람이 열달 전으로 가는 게 아니고, 지금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열달 전 자신으로 돌아가는 거다. 예전에 본 기타무라 가오루 소설 《스킵》에서는 고등학생인 사람이 갑자기 사십대 자신으로 시간을 훌쩍 뛰었다. 이것하고는 조금 다른가. 《리플레이》라는 소설도 있다. 이건 갑자기 죽으려던 사람이 몇십해를 되풀이해 사는 거다. 《일곱 번 죽은 남자》(니시자와 야스히코)에도 같은 시간을 여러 번 사는 사람이 나왔다. 앞에서 말한 드라마 원작도 소설이다. 찾아보니 한국에도 나왔다.

 

 시간여행을 하는 이야기를 보고 늘 생각하는 건 바로 지금을 살아야 한다는 거다. 지금이란 자신이 사는 때다. 지금 사람이 옛날로 갔다면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괴로워하기보다 그곳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사는 거다. 벌써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지만. 아니 애쓰면 조금은 바꿀 수 있을까.

 

 열달 전으로 가는 사람은 여덟 사람이다. 그 여덟 사람을 부른 한사람을 합치면 아홉 사람이다. 지금보다 잘 살고 싶어서 열달 전으로 돌아가지만 한번 일어난 안 좋은 일은 제대로 피하지 못했다. 열달 전으로 돌아가고 바로 한사람이 사고로 죽고 시간이 흐르면서 한사람 한사람 죽었다. 누군가 리피트한 사람만 골라서 죽이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지만, 나중에 드러나는 건 조금 놀라웠다. 아니 어쩌면 다른 소설에 벌써 나왔는데 내가 그걸 잊어버려서 알아채지 못한 걸지도.

 

 예전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면 잘할 것 같을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바꾸고 싶은 게 있다면 지금 해야 한다. 그래도 지난날로 돌아가면 다른 결정을 할지도 모를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겠다. 예전에 그렇게 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기보다, 지금 아쉬움이 덜하게 사는 게 좋겠다.

 

 

 

*더하는 말

 

 드라마가 끝날 때 노래가 조금 나온다. 노래 제목을 보니 마음에 들어서 찾아봤다. 노래 하는 사람(밴드)은 DAY6였다. 나중에 한국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한국 사람이 노래를 하다니. 이건 그렇게 신기한 일이 아니구나. 예전부터 한국 사람이 일본에서 활동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동방신기는 아주 잘 알려진 만화영화 <원피스> 여는 노래를 하기도 했다. 그 노래 잘 듣지는 않았지만. 어떤 만화를 보다가 여는 노래 하는 게 보아였다는 걸 알고도 신기하게 여겼다.

 

 예전에 DAY6 다른 노래를 들어봤는데 이 노래 만큼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드라마 노래는 드라마가 끝날 때마다 들어서 귀에 익은 거겠지.

 

If ~また逢えたら~DAY6

(만약 ~다시 만난다면~)

https://youtu.be/unS_PcMn3RA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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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는 곳으로 오늘의 젊은 작가 16
최진영 지음 / 민음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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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재난을 당하면 사람은 자신이나 자신과 가까운 사람만 생각할까. 작은 나라나 한 나라에서 한 지방에만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사람들은 도우려고 한다. 그건 어떤 마음일까. 힘든 사람을 돕고 싶은 마음이겠지. 자신한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남을 생각할 여유가 있겠다. 그런 여유를 언제나 가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모든 것을 제대로 생각하기보다 본능을 더 앞세울지도. 사는 데 별 문제가 없으면 사람은 보이지 않는 약속을 지키려고 한다. 어느 때라도 그래야 할 텐데. 이렇게 말하지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나도 혼자 살려고 애쓸지도. 하지만 누군가를 해치고 살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살아남아도 그 뒤 사는 게 편하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마음 안 좋게 사느니 손해 보는 게 더 낫다 싶다. 이건 살기를 그만두는 것과 다르지 않을까. 살 수 있으면 살고 안 되면 어쩔 수 없지 싶다.

 

 이 책 속 세상에는 기괴한 바이러스가 퍼지고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건 어디나 그랬다. 백신을 만들어도 다시 바이러스가 바뀌어서 백신을 쓸 수 없었다. 그래도 어딘가에서는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고 있을까. 바이러스가 퍼지고 한국을 떠난 사람이 모두 죽지 않은 걸 보면, 백신을 만들었거나 바이러스가 사라졌을 듯하다. 살던 곳을 떠나면 바이러스를 피할 수 있을까. 한국에 남아도 살기 힘들었다. 법이 없는 세상이 되었으니 말이다. 한국을 떠나 가는 곳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다. 부모가 차례차례 죽은 도리와 동생 미소 자매, 딸 해림이 죽은 류와 남편 단과 아들 해민, 그리고 지나 식구과 건지. 다른 나라에 가서 한국사람을 만나면 반갑겠지. 어지러운 세상에서는 어떨까. 반가운 마음보다 두려운 마음이 더 클지도. 류는 딸 해림이 죽고 모든 것을 버리고 남편 단과 아들 해민만 생각하고 러시아로 갔다. 도리와 미소 둘만 다니다 지나를 만나고 지나 아버지와 친척이 모는 탑차에 함께 탄다. 건지는 지나와 가까운 곳에 살아서 함께 다니게 됐다.

 

 도리는 지나를 만나고 지나가 지금을 살아가는 걸 본다. 어려운 세상에 지나 같은 사람이 많으면 좋을 텐데. 아무 일 없어도 지금보다 나중에 잘 살려고 소중한 것을 모르는 체하는 사람도 있겠지. 류는 한국에 살 때 그랬다. 한국을 떠나고서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었다. 시간이 남아돈다는 말도 했다. 평범한 일상이 좋다는 걸 그때 깨달았겠다. 평범한 일상이어도 자신이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 평범한 일상을 그리는 사람만 있지 않다. 건지는 부모한테 맞아서 차라리 모두가 힘든 지금이 더 낫다고 했다. 세상이 괜찮을 때 부모와 덜어졌다면 나았을 텐데. 지나는 도리가 준 립스틱을 받고 그걸 무척 기뻐하고 지금 자신한테 있어야 하는 거다 생각했다. 그때 지나는 엄마 화장품 같은 걸 가져오지 않은 걸 아쉽게 여겼다. 세상이 망하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할지 모르겠지만, 살았으니 그런 걸 좋아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전쟁이 일어나도 누군가는 누군가를 만나고 좋아한다. 도리와 지나도 그랬다. 둘 다 여잔데 하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그것도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한 모습이다. 류는 도리와 지나가 만나는 모습을 보고 위로 받았다. 세 사람, 아니 해민과 미소까지 다섯 사람은 잠시 한 곳에 있었다. 혼자가 아니고 그렇게 함께 있어서 조금은 나았겠다. 나중에 류는 남편 단을 만났을까. 만났다면 좋을 텐데. 도리와 지나는 한번 떨어졌다가 다시 만났다. 그 사이 무슨 일이든 일어난다고 하지만 책 속 세상은 그런 희망을 가지기에는 무척 어둡다. 그래도 희망을 갖는 게 나을까, 희망이 없다 해도 살아있어서 그냥 하루하루 사는 게 나을까. 조금은 나아질 거다 생각하는 게 낫겠다.

 

 어떤 때라도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남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때는 서로 좋아하는 두 사람만 생각할까. 꼭 그렇지 않을 거다. 세상이 사라져도 사랑은 남는다니, 그 말 맞는 것 같다. 그 사랑은 두 사람 사이에만 있는 건 아니다. 세상과 자신이고 세상 모든 것이다. 애매하게 말했지만 세상이 끝나도 사랑만은 남기를 바란다.

 

 

 

희선

 

 

 

 

☆―

 

 불행이 바라는 건 내가 나를 홀대하는 거야. 내가 나를 하찮게 여기고 망가트리는 거지. 난 절대 이 재앙을 닮지는 않을 거야. 재앙이 바라는 대로 살진 않을 거야.  (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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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멋진 세상에 태어나 - 일본 문학 다림세계문학 20
후쿠다 다카히로 지음, 이경옥 옮김, 이토 치즈루 그림 / 다림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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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남한테 말 잘 못하고 친구도 잘 사귀지 못하지만 난 귀도 들리고 눈도 보여. 내 마음대로 걸어서 어디든 갈 수 있어. 그래도 난 내가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건 내 마음이 자유롭지 못한 걸까. 나보다 무언가를 잘하는 사람이 많아설까. 이거겠어. 세상에는 대단한 사람이 많아. 난 한가지도 잘 못하는데, 어떤 사람은 여러 가지를 잘해. 그런 게 부럽지 않은 건 아니지만, 난 하나만 잘해도 좋겠어. 뭐든 잘하는 사람은 여러 가지에 관심을 가지고 잘하든 못하든 해 봐서 잘하기도 하는 걸지도. 무언가를 잘하는 사람도 그걸 처음 했을 때는 잘 못했겠지. 가끔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거야.

 

 듣고 보고 말하기 어렵지 않은 사람은 세상을 배우는 것도 빠르겠지. 듣지 못하거나 못 보는 사람은 세상을 알기 어려울 거야. 아니 비장애인과는 다르게 세상을 받아들이겠어. 난 그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비장애인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해. 아니 이건 장애인 아이를 둔 부모가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어. 앞을 못 보거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걸 그대로 받아들이면 좋을 텐데. 이런 생각도 들어. 듣고 보는 사람은 못 듣고 못 보는 사람한테 그걸 보여주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는. 보기만 해도 듣기만 해도 좋은 건 세상에 많잖아. 비장애인이라고 세상을 제대로 바라볼까. 놓치고 사는 거 많겠지. 자신이 제대로 못 보는 것이 있다는 것만이라도 알면 좋을 텐데 싶어.

 

 귀가 들리지 않는 사토미는 듣지 못하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다니고 수화를 하면서도 입으로 말하기도 해. 입으로 말한다고 해도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서 발음이 좋지 않아. 사토미는 자신이 하는 말을 다른 사람이 잘 알아듣지 못해서 말하기 싫어해. 그런 사토미가 좋아하는 게 있어. 그건 도서관에서 책읽기야. 사토미가 읽는 책 《죽음 골짜기 여왕》이 책 속에 나오기도 해. 액자식 이야기지. 사토미는 도서관에서 휠체어 탄 할머니를 만나고 책을 소리 내서 읽어. 할머니가 읽어달라고 해서. 사토미는 책읽기 자신 없었지만 할머니한테 책을 읽어드려. 그렇다고 사토미가 바로 자신을 갖지는 않아. 사토미는 집에서 엄마와 언니가 즐겁게 이야기하면 따돌림 당한 느낌을 받고,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친구 유코가 일반 학교로 가고 꿈을 찾은 모습을 보고 부러워하기도 해. 자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거지.

 

 사토미가 읽는 책 《죽음 골짜기 여왕》에는 아픈 엄마가 낫기를 바라고 어쩔 수 없이 죽음 골짜기로 가는 여자아이가 나와. 사토미는 여자아이와 자신이 비슷하다고 생각해. 여자아이는 자신이 죽음 골짜기에 간 걸 집에서 가장 쓸모없어서였다는 말을 들어. 그건 여자아이 마음을 꺾으려는 말이지. 여자아이는 죽음 골짜기에서 여왕을 만나고 용기를 내서 여왕을 구해. 여왕은 자신이 좋아하는 걸 잃을까 걱정하고 그걸 가두었어. 사랑은 가두는 게 아니고 자유롭게 풀어주는 거다는 말이 생각나는군. 다음은 사토미가 용기를 내야겠지. 사토미 둘레 사람(식구)은 사토미를 많이 생각해. 엄마 아빠 언니가 수화를 하고 사토미와 말하려 해. 그렇다 해도 자신이 모자라다는 걸 느끼는 사람은 그런 걸 잘 못 보기도 해. 사토미는 자신이 듣지 못한다는 것에만 사로잡혔던가봐. 슬픈 일이 있으면 자기 슬픔만 보이고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기도 하잖아.

 

 사람은 다른 사람이나 책을 만나고 자라기도 해. 사토미도 책과 휠체어 탄 할머니 그리고 도서관에서 일하는 수염난 아저씨를 만나고 마음을 알게 돼. 도서관에서 일하는 수염난 아저씨는 사토미가 껄끄럽게 여겼는데 실제로는 괜찮은 사람이었어. 멀리에서 보면 어쩐지 사귀기 어려운 사람도 가까이에서 보면 다르기도 하지. 휠체어 탄 할머니한테는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딸이 있었어. 할머니는 딸이 어렸을 때 책을 함께 읽었대. 사토미를 보니 딸이 어렸을 때가 생각나서 사토미한테 책을 소리 내서 읽게 했던 거야. 할머니는 사토미가 자신을 갖게 하려는 거 아니었을까. 사토미는 꿈을 갖게 돼. 사서가 돼서 자신처럼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아이들한테 책이 주는 힘과 즐거움을 전하고 싶다는. 책은 누구한테나 힘과 즐거움을 주지. 언젠가 사토미는 도서관에서 일하겠지. 벌써 하고 있을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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