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비 - 금오신화 을집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9
조영주 지음 / 폴앤니나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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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잘 모릅니다. 이런 말로 시작하다니. 모르는 걸 알아야겠다 하는 마음이 크면 좋을 텐데. 어떤 건 몰라서 알고 싶기도 하지만, 어떤 건 모르면 어떤가 하기도 합니다. 역사는 두번째일지도. 제가 이렇군요. 이렇게 생각해도 역사를 모르면 안 된다 생각하기도 해요. 오래전에 일어난 일에서 배우고 지금을 살고 앞으로 나아가야겠지요. 사육신이라는 말은 말만 아는군요. 어쩌면 여러 번 봤을지도 모를 텐데, 보고 잊어버렸겠지요. 왕과 그 아들도 잘 잇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름은 알지만 그게 누구 아들인지 모르기도 하는 거죠. 아는 건 조금밖에 없네요. 부끄럽군요. 조선시대 일은 기록이 많이 남아서 알려고 하면 알 수 있을 텐데. 역사소설이라도 좋아해서 그걸 많이 보면 조금 알지도 모를 텐데. 왕을 둘러싼 싸움 같은 건 별로 안 좋아하네요. 역사 드라마에는 그런 것뿐 아니라 사랑도 나오는군요. 그게 정말인지 상상인지 알기 어렵기도 하죠. 역사는 끝이 정해져 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상상으로 채우겠지요. 그런 상상을 하는 사람이 역사소설을 쓰지 않을까 싶네요.


 중국 역사소설을 본 적은 없지만, 드라마로 만들어진 건 타임슬립으로 쓰기도 했더군요. 언젠가 드라마 딱 하나 봤는데, 그랬습니다. 중국에서도 자주 다루는 시대가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한국에도 그런 소설 아주 없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 해도 역사가 들어가면 끝은 정해져 있겠습니다. 시대에 따라 사람을 다르게 평가하기도 하죠. 그런 건 괜찮은 것도 있겠습니다. 지나간 일이어서 바꾸지 못하는 거지만. 역사를 보면서 그때 그 사람을 더 잘 썼다면 좋았을 텐데 하기도 하죠. 왜 왕은 그런 것도 못 알아보나 하는. 괜찮았던 왕이 오래 살지 못한 것도 아쉽게 여기네요. 왕 자리는 쉽지 않을 겁니다. 오래 산 왕이 대단하다 싶어요. 그런 사람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군요. 자기 편은 하나도 없고 다 적으로 보일지도 모를 테니, 마음이 얼마나 안 좋을까 싶습니다. 사랑도 그밖에 여러 가지 다 자기 마음대로 하지도 못하고. 갑자기 왜 왕 이야기를 하는지. 여기에도 왕이 나오는군요. 나중에 성종이라 이름 붙이는 이혈이. 왕 이름은 왕이 죽은 다음에 붙이던가요.


 제목을 보고 하늘에서 오는 비를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여름에 비가 많이 오기도 해서. 이 소설 《비와 비》에는 실제 인물이 나오지만, 상상으로 쓴 것이기도 합니다. 김시습이 썼다는 《금오신화》가 일본에서 나올 때 갑이라는 말이 있었던가 봅니다. 이런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을지도 모르겠군요. 작가 조영주는 을집을 상상하고 썼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금오신화 을집》이라는 식으로 쓴 거더군요. 제목에 나온 ‘비와 비’는 조금 알쏭달쏭하네요. 사람 이름을 나타내지만 다른 걸 나타내는 듯도 해서. 그리고 둘 다 이름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꼭 하나로 생각해야 하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뭘 생각하든 그게 틀린 건 아닐지도. 작가가 생각한 걸 맞히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이 쓰는 게 어떤 건지 생각하고 쓰지만, 그걸 다 알려주지 않기도 하죠. 소설을 보는 사람이 알면 좋겠지만, 몰라도 괜찮다 생각하는 게 아닐지.


 처음엔 제목에 나온 비와 비를 박씨 노비를 줄인 박비와 전라도 감영 관찰사 수양딸인 이비로 생각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이 말에서 두 사람은 신분 차이가 보이는군요. 조선 시대에는 신분을 넘기 어려웠겠지요. 마음은 있다 해도. 이 책을 다 보고 나니 둘 다 권력싸움에 휘말린 느낌이 듭니다. 아무하고도 상관없었다면 평범하게 살았을지도 모를 텐데. 이런 소설에는 출생의 비밀이 있기도 해야겠습니다. 그저 조선 시대를 사는 백성 이야기도 나쁘지 않겠지만. 가끔은 한국에 그런 소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거의 왕과 권력 싸움이 나오는 이야기잖아요. 왕과 좋아하기도 하는. 보통 사람이라고 해도 세상이나 권력과 상관없이 살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지 모르고 살겠지요. 지금도.


 이 소설에는 얼굴이 많이 닮은 사람이 나오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이비와 죽은 공혜왕후만 그런가 했는데, 더 보다보니 다른 사람도 닮았다고 나오더군요. 그런 일 있을지도 모르죠. 누군가를 닮아서 그 사람으로 알기도 했지만. 죽은 사람과 닮았다고 해서 그 사람을 좋아하기는 어렵겠지요. 그래도 시간은 마음을 바꾸기도 하는군요. 죽은 사람이 아니어도. 떠나면 살지만 떠나지 않는, 아니 못하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한사람을 믿고 한사람을 생각하고. 소설을 보면서 누구 누구가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이 소설을 보면서는 그런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저만 그랬던 건지도. 다른 사람은 저와 다를 것 같네요. 그건 이비 마음이었을지. 그걸 느꼈던 걸지도.


 여러 사람에서 이비가 가장 기억에 남기도 하네요. 이비는 이런저런 일로 혼란스러웠을 텐데도 거기에 오래 빠져 있지 않았습니다. 그럴 시간은 없었군요. 이비가 어떤 답에 이르기까지 이것저것 생각했을 텐데 그런 모습은 오래 보여주지 않아요. 그건 책을 보는 사람이 생각해야 하는 거겠습니다. 맨 처음에 인상 깊게 나온 박비는 중간 넘어가서는 덜 나옵니다. 어쩌다가 그렇게 됐을지. 그럴 수도 있겠지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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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3-27 01: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내일 아침 많이 춥다고 해요.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희선 2023-03-27 02:24   좋아요 2 | URL
주말은 더 빨리 가는군요 한 것도 없는데... 이번 삼월엔 거의 그렇군요 삼월 마지막 주는 좀 다르면 좋을 텐데, 어떨지 저도 모르겠네요


희선

2023-03-27 11: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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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8 02: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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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3-27 18: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사에 대해 더 알고 싶지만 들어가면 들어 갈수록 복잡한 것이 또 역사라 그때부터 그냥 피하고 싶기도 해요. 한 번씩 소설의 배경으로 역사를 되짚어 가기도 해요^^

희선 2023-03-28 02:12   좋아요 2 | URL
작가가 많이 쓰는 때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를 배경으로 하기도 하죠 그런 일 없었던 때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왕은 늘 피곤했겠습니다 조금만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


희선

2023-03-29 16: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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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30 01: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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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7 15: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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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7 23: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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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4-08 07: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와 비의 이야기라...조금 솔깃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읽어봐야겠어요.^^
그리고 저도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셔요. 희선님^^

-책나무 드림

희선 2023-04-09 01:13   좋아요 1 | URL
비와 비 이름이기도 하고 다른 비도 있더군요 실제 박비가 있었다고도 합니다 그때 정치 때문에 죽을 뻔한... 이런 건 보면 어떤 게 진짜고 어떤 게 상상일까 하기도 하네요 그런 거 생각하지 않고 봐도 괜찮을 텐데... 책읽는나무 님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드립백 과테말라 우에우에테낭고 킨 #5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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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바람이 세게 불었는데, 그렇게 춥지는 않았겠지. 봄이 오면 바람이 더 자주 세게 부는 것 같다. 예전엔 봄에 바람이 불면 추웠는데, 어쩐지 이번엔 별로 춥지 않았을 것 같다. 밖에 나가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바람소리는 참 크게 들렸다. 집 조금 앞에 큰 건물이 들어서고 바람소리가 작아졌는데, 바람이 아주 세게 불면 들리기도 한다. 내가 바람소리를 들을 정도였다면 아주 센 바람이 불었다는 거겠지. 바람에 미세먼지 날아갔겠다.






 이번 커피 <드립백 과테말라 우에우에테낭고 킨 #5>를 나타내는 말은 ‘오렌지의 묵직한 산미, 피넛버터의 크리미함, 스모키한 긴 여운이 좋은 커피’다. 이런 말을 봐도 그런가, 하면서 쓸 뿐이다. 나는 잘 몰라도 잘 아는 사람이 보면 이 커피가 그런 맛이 나는가 보다 할 수도 있지 않나. 마음에 드는 걸지도 모르고.


 커피 첫모금은 달았다. 묵직하고 단맛이 났는데, 이게 끝까지 가지 않는 듯하다. 달다고 해서 아주 달다는 건 아니다. 그저 조금. 커피에 설탕을 넣지 않아도 단맛 느껴지기도 하지 않나. 오렌지의 묵직한 산미라 했는데, 산미는 많이 느껴지지 않는다. 난 이런 묵직한 맛이 좋구나. 산뜻한 맛도 좋기는 하지만. 어떤 커피든 괜찮던가. 잘 몰라도 그냥 마시지만.


 삼월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내가 사는 곳보다 더 남쪽은 벌써 벚꽃이 피었나 보다. 이번 봄엔 꽃이 빨리도 피는구나. 몇해 전 사월 첫날 벚꽃이 피었을 때 빨리 피었다고 여겼는데. 그해가 지난 다음해에는 좀 늦게 피었다. 그래서 조금 마음 놓았지만, 그렇다고 지구가 좋아진 건 아니었던가 보다. 꽃 피는 걸로 지구가 어떤지 생각하다니. 지구온난화가 덜하면 꽃이 좀 늦게 필 거 아닌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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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7 22: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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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8 02: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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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9 00: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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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30 00: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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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30 01: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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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30 01: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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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30 01: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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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30 02: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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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3-29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커피는 다 좋습니다!!!

희선 2023-03-30 01:01   좋아요 0 | URL
커피맛이 조금씩 다르다 해도 마시면 다 괜찮지요


희선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 보니

무언가 반짝 빛났어

그건 별이 보낸 신호였을까


난 어떻게 별한테 신호를 보내지

손이라도 흔들면 알아볼지,

‘별아’ 소리치면 들릴지


저 위에서 깜박이는 건

별보다 인공위성일지도

아니 그것도 별과 다르지 않겠어

지구를 벗어나 우주에 있잖아


별과 별은 만나지 못하고

멀리서 지켜보기만 해

그것도 괜찮겠어


별은 쓸쓸해서 반짝여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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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3-03-27 1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시의 밤 하늘은 별이 잘 안 보여서 아쉬워요.
이 대도시를 떠나고 싶은 이유 중 하나는 밤 하늘을 가득 채운 별들을 보고 싶은 것이겠지요.

희선 2023-03-28 01:55   좋아요 0 | URL
제가 사는 곳에서도 별이 잘 안 보여요 그래도 하늘을 보면 뭔가 보이기는 해요 얼마전에는 달과 금성이 보인다고 하던데 그건 못 봤네요 밤이 되어도 바깥은 별로 어둡지 않으니... 별 잘 보인 적도 있는데, 이제는 희미하게 보여요


희선
 




다음에 또 보자고(말하자고) 하지만,

다음은 올까


약속하지 못하는 다음인데,

언제나 다음이 온다고 믿지


지금이 마지막인 듯,

아니 지금이 끝이 아니길 바라


다음에 또……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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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3-25 11: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그래서 ‘다음에 보자‘ 라는 말 보다는
날짜를 정하는게 좋더라구요 ^^

희선 2023-03-27 01:02   좋아요 1 | URL
언제 한번 만나자고 하는 말도 하겠습니다 그럴 때 새파랑 님은 언제 만날지 지금 정하자고 하시는군요 그렇게 만날 약속을 하는 것도 좋겠네요


희선

페넬로페 2023-03-27 0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다음에 또 보자를 저도 싫어해요.
헤어질땐 그냥 안녕!
그리고 만나고 싶을땐 만나자고 연락해요^^

희선 2023-03-27 02:23   좋아요 1 | URL
헤어질 때는 잘 가, 하고 만나고 싶을 때 만나자고 하면 좋겠습니다 별 일 없겠지만, 사람 일은 모르기도 하네요 삼월 마지막 주예요 벌써 그렇게 되다니... 페넬로페 님 삼월 마지막 주 잘 보내세요


희선
 




34 최근 나를 들뜨게 했던 일이 있었어?




 나를 들뜨게 한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별로 없었던 것 같기도 했다. 겨울이 가고 따듯한 봄이 오면 조금 들뜨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마음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겨울이 별로 춥지 않아서 그랬을까. 추운 날도 있었는데. 꽃이 핀 걸 보면 마음이 조금 들뜰지도 모르지.


 읽고 싶은 책을 살 때 조금 들뜨는 것 같기도 하다. 그게 그렇게 길지 않다. 책을 사고 그게 오기까지 기다리는 시간 동안만이다. 좀 짧구나. 읽고 싶어서 책을 사지만 그걸 바로 읽지 못한다. 읽어야 할 책이 많은 것도 아닌데, 내가 산 책은 뒤로 밀리기만 한다. 산 책만 그러지 않던가.


 난 책을 그렇게 많이 사지 않는다. 많이 안 사도 그게 해가 가면 늘어나니 다른 것보다 책이 많구나. 책을 살 때는 참 설레는데, 시간이 가면 그 마음이 조금 식다니. 왜 그래. 책한테 미안하구나. 샀으면 잘 만나야 하는데. 언젠가는 만나겠지. 사두고 끝내 못 보는 책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책한테는 더 미안해해야겠구나.


 새로운 책을 만나는 것도 들뜨는 일이다. 꼭 새로 나오는 책은 아니고 보고 싶어서 보는 책 말이다. (20230320)








35 사랑에 빠진 나는 어떤 모습일까?




 이런 걸 물어보다니. 나도 잘 모른다. 내가 어떻게 아나.


 누군가를 좋아하면 세상이 좋아 보인다던데 정말 그럴까. 그럴지도 모르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과 자신이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에서 어떤 게 더 좋을까. 다른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도 좋겠지만, 자신이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더 기분 좋을지도. 그냥 그런 느낌이 든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좋아한다면 그것만큼 좋은 건 없겠지. 그렇게 만난 사람은 하늘에 고마워해야 할까. 모든 것에 고마워해야 할지도. 하지만 서로 좋아해도 시간이 가면 서로 미워하기도 하는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면 좋을 텐데.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괜찮을지. 이것도 잘 모르겠다. 마음이 엇갈리는 건 어쩔 수 없을지도. 그렇게 되기 전에 서로 잘해야겠지.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늘 기분 좋을 것 같다. 안 좋은 일이 있어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지. 아니 이건 아닌가. (20230321)








36 지금 당장 여행을 떠난다면 어디로 가고 싶어?




 아쉽게도 저는 어딘가에 가는 거 아주 싫어해요. 세상엔 어딘가에 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예요. 아마 어딘가에 가기 싫어하는 사람보다 어딘가에 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더 많겠지요. 여행책은 끊이지 않고 나오고 어딘가에 가면 가 볼 곳 같은 걸 알려주는 책도 많잖아요.


 저는 조금 걱정이 많아서 집에 아무도 없으면 큰일 날 것 같기도 해요. 실제 어렸을 때 집에 도둑이 든 적이 있어요. 별로 가져갈 것도 없는 집에 들어오다니. 그런 일 때문에 어딘가에 가는 거 싫어하는 건 아니고, 그저 귀찮습니다. 그래도 어릴 때 기차 타는 거 좋아하기는 했는데. 차를 타면 멀미를 하게 되고는 차 타기 싫어졌어요. 기차 타도 멀미하더군요.


 지금 바로 간다면 꿈나라에 가고 싶네요. 제 꿈이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아주 좋은 꿈을 꿔 본 적도 없어요. 언젠가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꿈꾸기도 했어요. 그건 별로 안 좋은 거였어요. 꿈속 하면 좋을 것 같은데. 가끔 꿈속에서 멋진 풍경 볼 때 있기는 해요. 그런 거 보면 저거 찍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하지만, 늘 찍지 못합니다.


 어딘가에 가기 좋아하는 사람은 가면 되고, 가기 싫은 사람은 안 가도 되겠지요. (20230322)








37 지난 시간 중 내가 가장 아름다웠던 때는 언제였을까?




 이걸 보니 <내가 가장 예뻤을 때>라는 시가 떠올랐다. 제목만 알고 시가 어떤 내용인지 몰랐는데, 찾아보니 그렇게 좋은 건 아니었다. 시를 쓴 이바라기 노리코 자신이 가장 예뻤을 때 세상, 일본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런 걸 썼으리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꼭 사람이 어느 나이 때만 가장 예쁠까. 그건 아닐 것 같다. 겉모습은 그럴지 몰라도 마음은 언제든 예쁠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이 가장 젊은 때는 바로 오늘이다 하는 말도 있지 않나.


 사실 난 내가 가장 예뻤을 때가 언제인지 잘 모르겠다. 없었다. 갓난 아기였을 때. 아무것도 모르고 쓸데없는 생각도 안 하고 그저 살기만 했을 테니. 난 기억하지 못하지만 갓난 아기였을 때 가장 좋았을 것 같다.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 가장 예쁘게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까 싶다. (20230323)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이바라기 노리코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거리는 와르르 무너져 내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파란 하늘이 보이곤 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둘레 사람이 많이 죽었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도 없는 섬에서

난 멋 부릴 기회를 놓쳤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아무도 다정한 선물을 건네주지 않았다

남자들은 거수경례밖에 모르고

해맑은 눈길만을 남긴 채 모두 떠나갔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 머리는 텅 비고

내 마음은 고집스러워지고

손발만이 밤색으로 빛났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 나라는 전쟁에 졌다

그런 어이없는 일이 있단 말인가

블라우스 소매를 걷어붙이고 비굴한 거리를 느릿느릿 걸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라디오에서 재즈가 넘쳐흘렀다

금연을 어겼을 때처럼 어질어질하면서

난 이국의 달콤한 음악을 탐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난 몹시도 불행했고

난 몹시도 엉뚱했고

난 무척이나 쓸쓸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할 수 있다면 오래 살기로

나이 들어 무척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프랑스의 루오 영감님*처럼

말이지



(*프랑스 화가 겸 판화가 조르주 루오, G. Rouault 1871~1958)








38 나에게 시간이 단 하루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어?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굴까.

 

 난 앞날 나를 만나고 싶다. 어떻게 사는지 알고 싶어서. 시간이 많이 흘러도 지금하고 많이 달라질 것 같지 않기는 하지만. 앞날 나를 만난다고 해서 내가 지금 다르게 살지는 않을 것 같다. 이것저것 힘든 일이 있을 것 같지만 어떻게든 살아 가는 나를 보고 싶다고 할까. 그런 일은 언제나 있기도 하다.


 단단하게 살려면 지금부터 마음을 잘 먹어야겠구나. 쓸데없는 욕심 내지 않고 흘러가는대로 살기. 그러면 나중이 좀 낫지 않을까. 이런 건 예전부터 생각한 건데 여전히 못하는 거다. 나도 내가 왜 그런지 모르겠다.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고 다 괜찮아지는 건 아니구나.


 여전히 마음이 흔들리는. 다시 생각하면 다 부질없는데. 왜 그때는 그러는지 나도 모르겠다. 뭐든 시간이 가면 그때 마음이 아니다. 그런 시간이 빨리 오면 좋을지,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는 게 좋을지.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도 문제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모르겠다.


 먼 앞날 난 좀 편안하게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 이런저런 걱정 덜 하고. 그때는 슬픔이 더 많을 것 같지만. 지금 이 생각을 하니 마음이 조금 아프네. 사람 앞날은 모르는 건데, 내가 오래 살 것처럼 생각하다니. 나도 죽겠지. 난 그날이 오면 마음 편할 것 같다.




*

 난 만나고 싶지만 만나지 못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하루가 있다면으로 생각했는데, 이건 살 날이 하루만 남았다면으로 봐야 하는 건가. 내가 잘못 본 건가 보다. 물음을 좀 알아듣기 쉽게 해야지. 다시 생각하니 자신한테 시간이 단 하루만 있다면으로 봐도 이상하지 않겠다.




 살 날이 단 하루 남은 날 누구를 만나나. 만나고 싶은 사람 없다. 그냥 하루를 조용히 보내다 갈 거다. 그때도 늦게 일어나고 깨어 있는 시간은 아주 적은 거 아닐까. 그러면 그런대로 보내야지 어떡하나. (20230324)





 한주가 또 가는구나. 하루도 빨리 가고 한주도 빨리 가는 느낌이다. 이번주도 게으르게 지냈다. 아니 지난주보다 아주아주 조금 덜 게으르게 지냈지만 거의 비슷했다. 지난주보다 책을 좀 더 봤다고 해야겠구나. 다른 것보다 책 읽은 걸로 덜 게으르게 지냈다고 하다니. 덜 게으르게 지낼 때 책을 더 보기는 한다. 조금씩 나아지겠지. 다음주는 이번주보다 조금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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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5 10: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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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7 01: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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